공허의 론
<1>
카쉬파 따위의 습격에 대비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꼴이라니. 참으로 한심하군.
이것밖에 안되는 그릇으로 마계의 균형을 논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쯧쯧.
<2>
카쉬파 놈들이 커다란 욕심을 부렸군. 하지만 욕심의 대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랄 것이야.
좋든 싫든 간에 커다란 폭풍이 몰아치겠군. 아마도 모두가 휘말려 들겠지. 하지만 이 폭풍이 지나가면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릴 것이야.
폭풍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군. 크흐흐.
<3>
진작에 박멸되었어야 할 해충들이다. 그런 하찮은 것들이 우리에게 칼끝을 들이밀다니 상당히 불쾌하군.
<4>
(마계 대전 이후)
암시장에 가득한 코를 찌르는 악취가 싫어서 그나마 덜한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네.
불쾌한 악취가 가득한 할렘보다야 식물이 가득한 센트럴파크가 머무르기에는 훨씬 좋은 것 같군.
케이트가 식물 키우는 재주 하나는 정말 대단하구만. 식물은 말이지. 크흐흐…
이곳과 반대로 블루밍 데일의 공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향긋하다네.
그곳의 공기를 한번 맡으면 다른 곳의 공기는 썩은 생선의 악취처럼 여겨지지.
이런 삭막한 마계에서 그런 아름다운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분의 은총이 아니겠나?
<5>
(마계 대전 이후)
카쉬파 따위에 당해서 벌벌 떨다가 속절없이 당하는 꼬락서니들을 보니 기가 차는군. 쯧쯧.
이런 자들과 함께 마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자체가 부끄럽군.
이제 우리 테라코타가 전면으로 나서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
어차피 저들은 이번 전쟁에서 큰 피해를 보아서 균형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일게야.
그나마 평소에 대비한 덕분에 피해를 거의 보지 않은 우리 테라코타가 나서 주는 것이 뒷수습하느라 정신없는 저들을 위해서도 좋은 모양새 아니겠나? 크흐흐
<6>
(마계 대전 이후)
새로운 목줄을 채우겠다고 했나? 크흐흐.
나자빠져서 썩어 문드러졌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힘의 구도의 한 조각을 꿰차는군.
주문 기만자라는 별명이 허투루 생긴 게 아니야. 대단해.
지금 카쉬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네. 수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증발해버린 탓에 기회를 노리던 놈들이 너도나도 들고 일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네.
카쉬파가 가지고 있던 돈과 영역, 무기, 병력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네.
이렇게 되면, 마계는 전쟁으로 얻은 상처를 치유하기도 전에 또 다른 골치 아픈 사건에 말려들 걸세.
주인 잃은 광견이 미쳐 날뛰는 상황이 오는 것이지. 이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광견이 미쳐 날뛰기 전에 목줄을 채우는 방법이라네. 하지만 누가? 어떻게?
그때 자스라를 만나게 되었네.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을 해오더군. 자신이 목줄을 채우겠다. 대신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해달라.
웃기지도 않는 제안이라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꽤 그럴듯하더군. 미친 광견의 목줄을 쉽게 채울 수 있는 건 옛 주인 말고는 없으니 말이야.
광견을 잡는데 들이는 핏값과 저들을 인정해주고 잠잠하게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저울질해보니 답은 금방 나오더군.
그분의 비호 아래에서 살아가는 주제에 잘난 양 으스대다가 호되게 당하고 혼비백산하는 저들보다야 백배는 쓸모 있지 않겠는가? 크흐흐.
<7>
(폭풍의 계시)
내게 묻고 싶은 게 많다는 표정이군. 크흐흐, 미안하지만 나도 다른 이들보다 무언가 더 아는 건 없네.
다만 그들과 다르게 내가 잊지 않고 있는 사실은 마계를 지키려는 그분의 의지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과, 마계의 강자라고 떠들어대는 이들도 거대한 흐름 앞에선 전부 무기력하다는 것 뿐이지.
<8>
(폭풍의 계시)
케이트는 아직도 그대로인가? 그래도 자네라면 무슨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물어봤네.
나도 그녀의 상태가 궁금해 얼마 전에 찾아가 보았지만, 서클메이지의 꼬맹이 소환사가 대신 나올뿐 도무지 얼굴을 비추지 않더군.
크흐흐, 한 때 최초의 소환사이자 정령사로 불렸던 이의 말로치곤 너무 비참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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