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히모스의 추락과 그란플로리스의 혼란. 이 모든 것이 연단의 시작이리니.
망망대해 하늘을 가둔 위대한 붓질
메마른 사막 위에 한 마법사가 대마법진을 그렸다. 마법진으로부터 생명의 기운이 샘솟으며, 황폐했던 대지엔 초록이 넘치고 강이 흐르기 시작했다. '흐르는 숲' 그란플로리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숲에 터전을 이룬 요정들은 그의 자비와 인품을 경외하고, 칭송했다. 그러나 영광을 뒤로하고 대마법사 마이어는 종적을 감췄다. 하늘을 떠받친 마법진은 오늘날에도 그 웅장함과 기능을 잃지 않아, 마이어는 여전히 고금 최고의 마법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달빛주점의 단골손님
"슈시아 언니, 나 맥주 한잔 줘."
고된 하루였는지, 라라아가 벌컥벌컥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다. 슈시아는 문득, 라라아가 아간조와 함께 처음 달빛주점에 왔던 순간이 떠올랐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앳된 얼굴로, 낯선 곳에 대한 긴장으로 경직되어 있던 흑요정 소녀. 긴장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며 호기롭게 첫 맥주를 들이켰던 라라아는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었다. 어른들은 대체 이런 걸 왜 마시는 거야? 그런 라라아를 보는 아간조의 얼굴에 참으로 오랜만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었던, 어느 한때의 기억. 슈시아는 새삼 종족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너무나 빨리 자라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샤일록의 특제 방한장비
추위를 막아주는 방한장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만든 수공예 제품이라며 샤일록이 비싼 가격에 팔고 있다. 성능은 비싼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다만 옷 안에 들어 있는 것이 평범한 솜은 아닌 것 같은데…. 한 구매자가 옷 안에서 이상한 털 뭉치를 발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샤일록은 영업비밀이라며 원재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체 뭐로 만든 거지?
라라아의 신호탄
비노슈다! 라라아는 모험가보다 먼저 비노슈를 발견해, 조금 우쭐해졌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방금 전 케라하에게 당해 모험가한테 도움을 받은 일이 못내 수치스러웠다. 아직 정식으로 용병 계약도 맺지 못한 뜨내기 앞에서 그런 꼴을 보여주다니. 설욕할 생각에 잠긴 라라아는 슈시아의 당부도 잊고, 천천히 비노슈에게 접근했다. 어쩌면 모험가가 오기 전에, 자신이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그러나 그때, 결계에 집중하고 있던 비노슈가 번쩍 눈을 떠 라라아를 바라보았다. 침입자를 발견한 그녀의 눈에 살벌한 이채가 떠올랐다. 이런…. 라라아는 신호탄을 터뜨린 뒤, 검을 쥐었다. 적어도 또다시 그런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지며.
대양의 지배자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니.
통행증
하늘성 출입을 가능하게 하는 통행증. 통행증 하단에 이렇게 적혀있다.
'해당 통행증을 양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웨스트코스트 항구
"두고 봐, 꼭 하늘성을 정복해 주겠어."
카곤은 하늘성 앞에서 호언장담하는 얼뜨기 용병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지금이야 자신만만해하지만 곧 겁에 질려 울면서 하늘성을 뛰쳐나올 테다. 운이 나쁘다면, 시신조차 건질 수 없을지도. 용인들은 자비란 걸 모르는 종족이니. 카곤은 웨스트코스트 항구에서 마가타를 운행하며, 저런 놈들이 수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왔다. 보물이나 명예에 눈이 멀어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녀석들은 대부분 비슷한 결말을 맞이했다. 시시한 놈들. 무료한 상념에 젖어있던 카곤은 문득 아버지가 남긴 일지를 떠올렸다. 하늘성은 진정으로 모험을 즐길 줄 아는 몽상가에게 비로소 그 문을 열어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카곤은 끝을 알 수 없을 만치 높게 뻗은 하늘성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언젠가, 그런 녀석이 하나쯤 나타날지도. 그런 녀석이 나타난다면 매일 똑같은 이 웨스트코스트의 풍경이 조금은 재밌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카곤은 생각했다.
하이퍼 재머
착용자의 정신을 맑게 유지하여 정신 오염을 막는 장신구. 온전히 힘을 찾은 로터스에게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겠지만, 물 밖에서 힘을 잃은 로터스의 정신지배는 막을 수 있다.
오필리아 베이그란스
끔찍한 사건은 어떻게든 사람에게 흔적을 남긴다. 로터스가 베히모스에 전이되었던 그날 이후, 오필리아는 웃는 법을 잊었다. 모험가에 의해 로터스가 쓰러진 후로도 좀처럼 활짝 소리 내어 웃을 수가 없었다. 동료와 가족, 친구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혼자 살아남은 자신이 과연 온전히 이 삶을 누려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 교단 재건을 위해 몸 바쳐 일하는 것이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리던, 어느 날. 오필리아는 신도들의 유해를 묻은 묘비에 작은 꽃 한 송이가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꽃은 아주 작았지만, 완전히 만개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 꽃은 마치 떠나간 자들이 오필리아에게 전하는 격려처럼 느껴졌다. 네게도 웃을 자격이 있다고,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오필리아는 아주 오랜만에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반투의 연회
반투의 전사들은 제 얼굴만한 잔을 기울여 마유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작은 소녀를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세리아는 배시시 웃으며 외쳤다.
"한 잔 더!"
클론터의 손수건
"잘난 귀족 나리 아니랄까 봐, 손수건도 최고급 재질이잖아? 쳇. 역시 좋게 봐줄 수가 없다니까, 흑요정 놈들."
- 패리스
메이아 여왕의 친서
스카디 발로아 마이어 여왕 폐하. 나는 그대의 현명함과 자애로움에 대해 익히 들어왔습니다. 비록 펜네스 왕국과 벨 마이어 공국 간의 교류는 없었을지언정, 같은 군주의 입장으로서 그대의 성품을 남몰래 깊이 흠모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최근 접경 지역에서 펜네스의 군대와 공국의 용병들이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그대도 알 것입니다.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누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나의 방만이 우리의 상황을 비극으로 몰아넣을까 두렵습니다.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전, 이 오해를 바로잡고자 그대에게 나의 진심을 담아 친서를 보냅니다. 나는 공국과의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죽음의 신뿐입니다. 부디 나의 진심이 닿았기를 바라며, 그대의 우의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메이아 데 리폰 카산드라로부터
디레지에의 이빨
엄청난 기운이군. 미네트는 아이리스가 모험가에게 건넨 역병의 이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독한 독기에 압도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 저 작은 조각이 흑요정 왕국을 이 지경에 이르게 하다니. 시간이 지나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였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기운을 묶어둘 수 있는 봉인 술식을 펼친 아이리스에 대한 경계 역시 늦출 수 없겠다고 미네트는 생각했다. 세상에 과연 이유 없이 베푸는 선의가 존재하는가? 확답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 아이리스가 그 대가를 받고자 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무엇으로 값을 치르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누골의 껍질
샘플명 : 자색 기운이 감도는 누골의 껍질.
분석 결과 : 자색 기운은 시로코의 기운으로, 생명체를 변이 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음. 외형,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까지 변화되는 것을 목격. 아직까지 대응할 방법은 불명.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 요망.
전화에 휩싸인 겐트
화약 냄새를 잔뜩 풍기는 서부의 무뢰배들이 지벤 황국의 심장을 어지럽힌다. 그 옛날 폭룡왕의 압제에서 벗어났던 것처럼, 지벤 황국은 카르텔의 침공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야전사령관 바빌론
퀴퀴한 냄새가 감도는 감옥 안, 허망하게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던 바빌론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이군요, 바빌론."
"유르겐…!"
"안타깝습니다. 한때 귀족이었던 당신이, 죄수가 되어 나타나다니."
"네 계략으로 내 가문이 멸문당했다는 사실을 잊었는가?"
"그 복수의 방식이, 고작 범죄자가 되어 황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입니까?"
유르겐은 오만한 미소를 띠며 바빌론을 내려다보았다.
"그 천박한 사고방식 때문에, 당신이 멸문지화 당한 겁니다. 더 영리하게 처신했다면, 품위를 지킬 수 있었겠지요."
"네놈도 결국 잇속을 챙기기 위해 움직인 게 아닌가? 황녀의 세력을 꺾기 위해서…!"
"감당할 수 없는 발언은 삼가는 게 좋을 겁니다. 그 알량한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다면."
유르겐이 한순간 살벌하게 낯빛을 굳혔다.
"황도의 심문에 순순히 응한다면, 옛정을 생각해 사형은 면하게 해주겠습니다. 물론 헛소리도 하지 않아야겠지만."
바빌론은 항변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유르겐은 불한당으로 전락한 옛 친구에게 위로조차 건네지 않고 돌아섰다.
역을 점거한 해적들
루프트하펜을 점거한 해적들. 무기를 들고 역을 누비는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요란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착각할 법도 하다.
고급스러운 장신구
이름난 장인이 만든 장신구. 섬세하게 조각된 꽃 모양을 통해, 장인의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운 라이오닐이 루프트하펜의 폐쇄 회로 영상에서 본 장면. 해적들에게 잡혀 어딘가로 이동하는 황녀. 정황상 서부로 간 것으로 보인다.
인어의 서클릿
서클릿 뒷면에 어인들의 언어로 글귀가 적혀 있다.
"자격이 없는 자, 황제의 유산을 탐내지 말지어다. 탐욕자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끔찍한 고통과 죽음뿐."
스카디 여왕의 계약서
벨 마이어 공국과 사이퍼의 공생 계약서. 첫째, 사이퍼의 오데사 거주를 인정한다. 합당한 근거 없이 사이퍼를 핍박하는 자들은 엄중히 다스린다. 둘째, 사이퍼는 오데사 지역 재건에 성실히 임한다. 재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공국에서 지급하며, 사이퍼의 노동력에 대해서도 합당한 임금을 지불한다. 셋째, 사이퍼는 천계 병력 파견에 공국 소속으로 참전하여 충실히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계약은 벨 마이어 공국의 군주, 스카디 발로아 마이어가 공증한다.
헤이즈 공략 작전
"후, 지긋지긋한 안개는 여전하군."
헤이즈에서 카르텔 잔당들을 추적하던 닐스는, 얼마 전 이곳에서 저격수에게 당해 부상을 입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모험가 일행이 때맞춰 오지 않았다면, 정말 목숨이 위험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때 모험가와 함께 있었던, 기묘한 능력을 사용하던 녹색 머리의 소녀는 잘 지내려나. 강단 있게 적들을 처리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닐스! 안 움직이고 뭐 하는 거야?"
동료가 그를 재촉하는 소리에, 닐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직 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데, 전투 중 다른 생각을 하다니. 니베르에게 또 한 소리 듣겠군.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그런 날이 오면, 어쩌면 소녀를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짧은 상념을 끝으로 닐스는 다시 침착하게 총구로 적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구속된 라라아
"나 때문이야. 내가 약한 탓이야."
라라아는 그저 허공에 멍하니 시선을 던질 뿐이었다. 생각이 두서없이 이어졌다. 자신이 휘두른 검이 황녀를 향했던 순간, 란제루스의 음험한 비웃음, 경악으로 물든 모험가의 눈동자…. 자신이 란제루스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더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더 강해질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순간, 라라아는 흑요정 지하무덤에서 수상한 여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땐 헛소리로 치부했던 말이, 왜 이제 와서 생각나는 걸까.
'혹시 모르죠. 사람의 마음은 바뀌는 법이니. 그리고 당신이라면 특히 더.'
그 여자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상했던 걸까? 그래서 미리 달콤한 사랑을 내밀었던 것일까? 만약 그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과는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니, 아니야… 이미 다 틀렸어…. 혼란스러운 상념에서 도피하려, 라라아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발전소 너머로 보이는 안톤
천계 혼란의 근원. 파워스테이션의 에너지를 먹어 치우고 있는 안톤의 모습이 저 멀리 보이고 있다.
건조 중인 노블스카이
그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노블스카이. 대안톤용 군함으로, 천계의 선박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아름답지 않나요?"
지나 데오도르가 팔을 활짝 벌리며 웃었다.
"노블 스카이는 아무리 거친 풍랑이 와도 난파되지 않고, 우리를 안톤에게 데려다줄 거예요."
차원 생성기 관리 패널
"함부로 건들면 안 돼요!"
황도군 중 누군가 패널을 만지려 하자, 스칼렛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제어 장치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았다구요. …휴, 다행히 문제는 없겠군요."
분주히 패널을 동작시키며 스칼렛이 말을 이었다.
"자칫하다간 조사되지 않은 차원으로 향하는 문이 열릴지도 몰라요. 운 좋게 이곳과 환경이 비슷한 차원으로 떨어진다면, 목숨은 건지겠지만…."
"운이 나쁘면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에 떨어져, 즉사하겠군요?"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죠."
"예?"
"언젠가 누군가 잘못된 차원을 열었었죠. 뒤늦게 이곳에 발견된 건 그 사람의 한쪽 팔뿐이었다고만 해둘게요."
"……."
스칼렛이 스산한 얼굴로 웃었다. 그 어떤 말보다 확실한 경고였다. 황도군은 패널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마테카의 경고
토스텐을 통해 나타난 마테카. 강력한 정신감응으로 토스텐을 조종하는 마테카는 모험가와 퍼시를 비웃는다.
엉망이 된 토스텐 연구소의 내부. 무너진 건물의 잔해의 아래, 익숙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찬란한 불의 별, 크랑쿨라
기어코 크랑쿨라의 마지막 불빛마저 스러졌다. 타르탄족의 뿌리를 지탱하고, 수많은 역사가 살아 숨 쉬던 찬란한 별이 결국 이 거대한 포식자들에 의해 소멸했다. 그 무자비한 탐식이 결국 자신들도 모자라 크랑쿨라도 함께 공멸에 이르게 했다. 위대한 별 크랑쿨라에서 태어난 타르탄의 전사들이여. 오늘을 잊지 말라. 공생이란 미명아래 굴복했던 치욕과 고향을 잃은 비탄을 기억하라.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타르탄을 품어주었던 이 별을 부활시킬 것이다. 나, 타르탄의 왕 마테카. 신의를 담아 맹세한다.
- 크랑쿨라 멸망 직전, 마테카의 선언 중
마테카의 최후
가슴을 꿰뚫은 거대한 날붙이를 보며, 마테카는 생각했다.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칼자루를 통해 전해져오는 심장 박동에 그녀는 생각했다.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타르탄의 왕
"당신은 타르탄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 퍼시, 멸망 직전의 크랑쿨라에서 마테카에게
누군가의 모습
마테카가 최후의 순간 보았던 광경. 어두운 공간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다.
라라아가 사용하던 누골 본 블레이드
생각해 보면, 정말 아슬아슬했었지. 설마 비명굴 같은 곳에서 이런 괜찮은 검을 얻게 될 줄이야… 물론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모험가가 스승님을 불러와준 덕에 큰 문제도 없었고…. 스승님이 나를 위해 비명굴까지 와주신 건 좋았지만 조금 찝찝한 구석도 있었어. 내 블레이드를 본 스승님과 라이너스 아저씨의 반응이 이상했거든. 마치 처음 본 게 아닌 것처럼 말이야. 왜 다들 그런 표정이었던 걸까?
- 라라아의 회고
라미에르 레드메인의 영혼
“나의 후손, 루실 레드메인이여. 불길을 거두세요.”
나지막한 음성이 메마른 대지에 울려 퍼지자, 루실은 당황하여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미카엘라의 앞으로 푸르스름한 사람의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루실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루실이 본으로 삼았던 인물. 1차 검은 성전에 뛰어든 최초의 성화 발현자이자 수 백의 위장자를 불태웠던 그녀의 선조, 라미에르 레드메인이었다.
“라미에르… 당신이 어째서…”
루실의 말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루실의 물음에도 라미에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제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루실의 뜻을 누구보다 먼저 발했던 선조, 라미에르가 사도인 미카엘라를 지키기 위해 서 있다. 이어진 침묵에서 루실이 그 의미를 깨닫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틀렸던 건가.”
루실은 절망스러운 얼굴로 짧게 읊조리듯 말했다. 방금 전까지, 미카엘라에게 휘둘렀던 루실의 도끼는 어느새 성화의 불꽃을 잃고 힘 없이 뉘어져 있었다.
미지를 감싸던 안개가 흩어지니 감춰진 것들이 드러나리라.
첩보 부대의 배지
데이빗이 인공섬 부근에서 발견한 배지. 훈장의 디자인을 스캔하여 천계군의 자료에 대조한 결과, 몇 년 전 실종된 첩보 부대의 상징임이 확인되었다. 배지의 상태를 미루어 보았을 때, 비교적 최근까지 관리되었으며, 바다 부식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인공섬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생사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예우를 갖추어 처리하겠습니다."
니베르는 주인 없는 배지를 보며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안개를 헤치고 옛 공포의 후손이 나타났으니.
4인의 선장
"쫑알쫑알 시끄럽네." 이비시온은 미간을 구기며 발포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함선, 트레-글라시알에서 쏘아진 포탄이 젤바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산하는 먼지, 매캐한 화약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 "하하하하! 벌레처럼 움직이는 게 너무 웃기잖아~ 쾅! 쾅!" 기분이 좋아진 이비시온은 계속해서 포격을 명령했다.당혹스러운 얼굴로 젤바를 바라보는 보티첼리와 돛대에 등을 기댄 네린 그리고 얼굴을 감싼 니르기스까지… 막무가내인 그녀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흑룡 해적단 간부
안개 너머의 섬, 다넬라겐. 그곳을 본거지로 삼은 흑룡 해적단. 흑룡 해적단을 구성하는 종족은 다양했으나, 흑룡 해적단의 간부는 전부 용인이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싸움에도 밀리지 않으며, 오랜 시간을 자신의 자리를 지킨 간부들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한 고행길을 피하지 않는 자만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괴력의 폭식가, 곰 아루쉬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대영령. 설산의 전사는 보다 강력한 힘을 대영령에게 구한다.
"경이로운 영령이시여,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저의 작은 속삭임을, 떨리는 작은 바람을 들으시오. 곰과 함께 깨어나 위대한 힘을 빌려주도록 하소서."
괴력의 폭식가, 아루쉬는 모험가의 강인하고 단단한 결의에 응답한다.
활공하는 지배자, 독수리 나시르
위기의 순간에 나타난 대영령. 설산의 전사는 보다 강력한 힘을 대영령에게 구한다.
"경이로운 영령이시여,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저의 작은 속삭임을, 떨리는 작은 바람을 들으시오. 독수리의 눈으로 이 세상을 내려다보게 하소서."
활공하는 지배자, 나시르는 모험가의 자유로운 영혼과 마침내 공명한다.
메모리 머신
공간에 머물러있는 기억의 편린을 수거하기 위해 개발된 기계, '메모리 머신'. 기계에 탑재된 최신 AI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원활한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 준다.
즐거운 조이!
"응? 왜 그렇게 놀라? 설마… 이런 기술 처음 봐? 푸흡, 풉, 푸하하하! 아유~ 촌스러워. 이 문명에 뒤처진 녀석 같으니. 이 몸은 초강력! 초천재! 인공지능이란다. 이제 내 진가를 알아보겠지? 이 아름다운 홀로그램 좀 보라구! 누가 흙밭에 구르면서 먼지 뒤집어쓰고 싸울 때도, 난 언제나 깔끔하고 멋있지. 아하하!"
- 자칭 초초초특급 인공지능 조이의 말
근골의 피로 회복을 돕고, 수련 효과를 증진시키는 약. 장기간 복용하면 몸의 균형을 심각하게 망가트리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최근 헨돈마이어 무도가 연합에선 이 약품을 사용하여 수련하는 수련생을 파문하겠다고 발표했다.
흑련
알프라이라 산 안쪽 깊숙한 곳에서만 피는 희귀한 꽃. 흑요정 왕국에서는 이 꽃을 선물하며 자신의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거미가 주식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채집하다 거미 떼에게 습격을 당할 수 있다. 운이 나쁘다면 거미들의 간식이 될 지도.
엘븐 드레이크 샴페인
새끼 용의 심장으로 빚은 슈시아의 특제 샴페인. 재료가 귀한 만큼 아무 때나 맛볼 수 없는 달빛 주점의 명물이라고. 달빛주점에 정말 귀한 손님이 찾아오거나, 멋진 일이 있을 때만 내놓는 술이다.
마가스 주거지에서 찾은 깨진 액자
마가스 주거지에서 찾은 깨진 액자.
"끼야아악!!!"
으스스한 기운에 호타루가 펄쩍 뛰었다.
버스데이 테디베어
갓난아기만한 무게와 키를 가진 곰 인형이다.
"생일 축하해. 정확히 1년 전, 처음 내 품에 안긴 너의 몸집이 꼭 이랬단다. 그 순간을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내게 와주어 고맙다, 사랑하는 딸아."
아이들이 모험가에게 보낸 편지. 서툰 솜씨로 그린 따뜻한 그림도 같이 있다.
액운을 막는 장신구
민타이는 반투를 도운 모험가와 레미디아 바실리카 교단에게 직접 만든 장신구를 선물했다.
초코맛 파이와 콜라
안정적인 맛으로 정평 난 천계의 부식. 니베르가 굉장히 좋아하는 메뉴다. 최근 들어 천계군 행사에서 자주 불출되고 있다고 한다.
두 가지의 광물
"사람은 겉만 봐선 알 수 없듯이, 광물도 마찬가지다. 저 투박하기 그지없는 광물이 특등품이라고 누가 과연 예상했을까? 개고생해서 얻은 저 영롱한 광물이 그냥 빛 좋은 개살구였다니, 과연 누가 알았겠느냔 말이다. 제길! 모험가 녀석, 생각보다 안목이 있었던 모양이군. 다음부턴 꼭 데려가서 감정을 시켜봐야겠어."
- 호타루의 일기장에서 발췌
옵티머스 팩토리의 어느 오후
"드세요, 지나."
데이빗이 테이블 위로 컵을 내려놓았다. 무심코 컵을 들어 올리던 지나는, 마시기 직전 컵에 든 액체가 기이한 빛깔을 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기괴한 색의 음료에서 수상한 기포가 터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커피가 아니잖아."
"마를렌님이 보내신 수제 건강 음료입니다."
마를렌이 만든 음료라니. 지나는 잠시 섬뜩해졌다.
"…데이빗, 날 독살하려는 거야?"
데이빗은 뭐가 문제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분 조사 결과 신체의 피로를 푸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검증되었습니다."
"아니, 성분이 문제가 아니잖아. 맛이…."
"원래 몸에 좋은 건 입에 쓴 법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못 먹어."
지나의 완강한 고집에, 데이빗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 참, 한숨을 쉬는 안드로이드라니. 너무 잘 만들어도 탈이라는 생각 한편, 자신을 향한 순수한 호의에 지나는 데이빗 몰래 작게 미소 지었다.
거센 풍랑이 몰아쳐도, 모험은 멈추지 않으리라.
보렐리의 펜던트
보렐리가 찾아 헤매던 낡은 펜던트. 남편과 함께 노예들을 해방시키고 도망치던 중 유실되었으나, 추후 모험가에 의해 보렐리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보렐리가 남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물건.
"언제나 남편은 제 기억 속에 남아있을 거예요."
-보렐리
메릴의 카메라
메릴이 아라드 여행 조사를 위해 건네준 카메라. 아무리 둘러봐도 어떠한 원리로 작동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천계의 사람들은 모두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걸까? 새삼 멜빈이나 메릴 같은 천계인들이 대단해 보인다. 음… 가끔 예외인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옥랑의 치명적인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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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옹?! 당장 그만두지 못하겠소?"
혼돈의 중심에서 진실과 거짓이 드러날지어니 이곳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흐름을 맞이하라.
소환 마법진
곧 혼돈께서 강림하시리라. 천하의 모든 생명은 그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게 될 것이다. 인간들의 악의를 부추겨라. 욕망은 타오르게 하고, 선의는 잿더미로 만들어라. 부질없는 희망을 안기거라. 뒤따라오는 절망은 더욱 씁쓸할 것이다. 추락하라. 절망하라. 파멸을 경배하라. 혼돈께서 너희를 굽어살피리라.
불길한 빛기둥
"부디 희생당한 가련한 영혼을 품에 안아 평안케 하소서."
기도를 마친 미카엘라가 천천히 눈을 떴다. 꾹, 깍지 낀 손이 서서히 성글어졌다. 기도가 끝나고도 미카엘라는 묘지의 묘비들을 하나하나, 세심히 눈에 담았다. 그러나 곧, 회한에 잠겨 침잠해 있던 눈에 강렬한 이채가 감돌았다. 미카엘라는 이면 세계에서 피어오른 불길한 기둥을 똑바로 응시했다. 검은 빛기둥이 그의 눈동자에 담기자, 마치 검은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미카엘라는 느슨하게 풀어진 손에 힘주어 꽉, 주먹을 쥐었다. 장갑을 다시 단단히 여몄다. 성스러움, 그 자체를 형상화한 모습으로 미카엘라가 말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강인한 선의
최초로 신의 계시를 받은 자. 프리스트의 시초. 성자, 미카엘라. 검은 성전 당시, 홀연히 나타난 미카엘라를 모두가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다. 신의 대리인이 어찌 유약한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단 말인가? 이 힘은 정말 신께서 부여한 것인가? 그 역시 인간을 현혹하려는 악의 수작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갖가지 말들이 떠돌았으나 미카엘라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를 불신했던 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치열한 전투 끝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허무하게 저버렸던, 그날. 나는 미카엘라가 전사자들을 하나하나 굽어보며 애도하고, 묵념하던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그의 강인함이 저 눈부신 선의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어떤 계시처럼 깨닫게 되었다.
- 검은 성전 참전 기사의 회고록 중 발췌
혼돈의 신
"대장군 카잔은 힘줄을 적출하고, 대마법사 오즈마는 두 눈을 뽑아 본보기로 삼아라. 두 반역자는 영원히 펠 로스 제국의 땅을 밟을 수 없을 것이다."
증오와 분노. 인간이 가진 감정의 샘에서 가장 밑바닥에 찌꺼기처럼 남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이다. 한때 찬란하게 내 삶을 비추던 것들은 모진 고문과 절망, 그리고 배신 끝에 모두 소실되었다. 무엇을 위해 제국에 한 몸 바쳐 일해왔는가? 누굴 위해 수많은 전투를 치르고, 사람들을 지켜왔는가? 이대로 처참한 말로를 맞이할 줄 알았더라면…!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명예도, 신의도, 사랑도 모두 빼앗겼으나 내겐 아직 영혼이 남아 있다. 강렬한 분노로 검게 타오르는, 영혼이. 그래, 이 영혼을 거두어 가거라. 기꺼이 내어주마. 그리하여 나는 신이 되겠다. 세상을 혼돈에 몰아넣고, 절망을 선사해 주겠다. 혼돈의 신. 이것이 앞으로 너희들이 나를 칭할 이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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