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 크림슨 로제 1
늦은 밤, 할트산에 오른 모험가는 산 아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도. 천계 최대의 도시이자 지벤 황국의 수도
그리고 이 나라의 정신적 지주인 황녀가 기거하는 곳.
어릴 때부터 운동 신경과 총 쏘는 재능이 특출났던 모험가가
무법지대 출신의 교관에게 혹독한 교육을 받으며
황녀의 정원으로 자라난 곳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황녀님을 구해내긴 했지만, 여러 우연들이 겹친 행운에 가까웠어.)
성벽이 무너지고, 지켜야 할 이를 빼앗긴 날이 있었다.
그때의 무력감을,
모험가는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역시 황녀님의 경호에 대해 마를렌과 한번 얘기해 봐야겠어.)
겐트에서 수석 궁녀 마를렌 키츠카를 찾아가기
<퀘스트 완료>
어머, 모험가님! 이 시간에 말도 없이 무슨 일이신가요?
...황녀님의 안위가 걱정된다라. 그렇군요.
누구보다도 제가 신경 썼어야 하는 부분인데, 모험가님께서 먼저 그 얘기를 먼저 꺼내시니 고개를 들 수가 없군요. 수석 궁녀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각성 - 크림슨 로제 2
말씀대로 카르텔의 손아귀에서 황녀님을 되찾아 오긴 했지만, 이는 천운이 따른 일이었습니다. 입에 담기도 힘든 그때의 납치 사건 이후, 황녀님의 경호에 대해서 이전보다 훨씬 범위를 넓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황녀의 정원의 다른 업무들도 있기에 현재로서는 애로 사항이 있지요.
그래서 최근 블러디아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들만을 선별해 황녀님의 호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좋은 생각이군요. 혹시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아, 그렇지 않아도 모험가님께 부탁드릴 것이...
마를렌 님! 큰일입니다. 카르텔이...
아, 모험가님도 함께 계셨군요.
...카르텔?
젤딘 님, 무슨 일이시죠?
카르텔 잔당들이 이튼에서 온 피난민들 사이에 섞여 황도로 잠입했다는 소식입니다.
그럴 수가... 아니, 그 전에 믿을만한 정보인가요? 어디서 입수하신 거죠?
그게...
날세.
베릭트에게 황도에 닥친 위험에 대해 듣기
각성 - 크림슨 로제 3
진정하십시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병사들을 동원해 성 밖으로 도주할 수 있는 길목들은 모두 선점해 두었습니다. 다만, 겐트 시내에 머물고 있는 카르텔 잔당들을 소탕하는 일에는 황녀의 정원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그래, 군인 티가 나는 애송이들과 함께 접근했다가는 단번에 저들의 경계를 사겠지.
뱀을 잡으려 할 땐, 섣부르게 수풀을 건드리면 안 되는 법이네.
충고 감사합니다, 베릭트 님. 그런데...
어째서 자네들에게 협력하느냐고?
물론 나도 한때 몸담았던 조직이지만, 에돈.. 아니, 카르텔은 이미 그 초심을 잃었네. 더군다나 지금의 천계는 어린 황녀를 중심으로 뭉쳐야 할 때야.
아직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황녀의 신변에 어떤 변고라도 생기는 순간, 다시 혼란스러운 정국이 찾아올 걸세. 난 그걸 막고 싶은 게야.
...베릭트. 개인적으로 당신을 아직 완전히 믿지 않지만, 부디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는 지금의 충정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군요.
허...! 충정은 무슨.
그나저나 기대도 안했지만, 고맙다는 말은 죽어도 하기 힘든가 보구나, 꼬맹아!
그럼, 여기서 나뉘어져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위험 요소가 있다는 걸 알아낸 이상, 아무래도 황녀님의 곁을 비울 수는 없겠군요.
저는 황녀의 정원을 이끌고 황녀님의 호위를 강화하겠습니다.
저는 병사들과 함께 도주로의 경비를 다시 한번 점검하도록 하지요.
모험가님, 여기 베릭트 님을 따라가주시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소수의 인원이어야 잠입한 카르텔의 경계를 사지 않을 테니까요.
혼자서 그들 모두를 상대하실 수 있는 건 이 자리에 모험가님밖에 없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황녀님의 안위를 지키는 일이라면 기꺼이요.
모래 바람의 베릭트와 함께 황도에 숨어든 카르텔 잔당들을 소탕하기
(해당 퀘스트는 겐트의 베릭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아슬아슬한 곡예였네. 조금만 빗나갔어도 폭탄에 충격이 가해져 그대로 터졌을 걸세.
여기 있는 모두의 목숨을 걸고 도박이라도 하고 싶었던 겐가?
......
허! 그게 아니군. 표정을 보니 어지간히 자신 있었던 모양이야.
무법지대에서 레인저라고 목에 힘주고 다니면서, 정작 총도 제대로 쥘 줄도 모르는 녀석들이 이걸 봤어야 하는데 말이지.
각성 - 크림슨 로제 4
다들 무사하십니까? 다행입니다.
황궁 근처에서 침입한 다른 잔당들은 자리를 지키던 황녀의 정원들이 발견해 모두 제압하였습니다. 정황을 보니 시가지에서 폭탄을 터트려 수비대의 이목을 끈 사이, 성동격서의 수로 황궁에 침입하려던 것 같더군요.
황녀님께서는 별 탈 없이 평소처럼 정무를 보는 중이십니다. 여기 있는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수석 궁녀로서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겐트로 돌아와 마를렌의 감사 인사를 듣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제게 무언가 도움을 청할 것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건...
...사실 부끄럽게도 모험가님께 황녀의 정원에 남아달라 부탁드리려 했습니다만, 오늘 일로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황녀님의 안전은 한 사람의 무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할 때 지켜진다는 것을요.
모험가님께는 자신만의 모험이 있으시겠지요. 천계에 드리운 더 큰 위협들과 앞장서서 부딪히고 계시기도 하고요.
모험가님께서는 지금처럼 자신만의 길을 당당히 걸어주십시오. 저희도 어린 해님을 지키며 그 뒤를 따르겠습니다.
비록 그 길에 누군가의 피로 피어난 꽃이 가득하더라도 말입니다.
산을 불태우고 사람을 불태우고 제 몸도 불태우는 더러운 화염 앞에 우리는 무력했다.
성벽이 무너지고 귀인을 지키지 못한 날이 있었다.
평생 계속해온 수련과 그 시간만큼 쌓아 올린 자존심이 먼지보다 못한 것임을 알게 한 날이었다.
울부짖던 끝에 스스로 몸을 던진 친구를 우리는 배신자라고 불렀다.
시간이 멈춘 궁궐의 찬 공기를 뒤로하고 무리한 전투로 향한 덕분에 숨을 쉴 수 있었음을
아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천운이 함께하여 어린 해님이 돌아오셨으니 오늘을 우리의 생일로 삼자.
그저 지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여 싸우고, 선점하고, 처벌하자.
그래.
이 한 몸을,
붉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오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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