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1/4)
모험가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손에 쥔 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
그리고 아직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이자,
모험가를 향한 누군가의 응원이었다.
(모험을 계속할 수록 만나는 적들은 더 강해지고 점점 상대하기가 어려워.)
(어쩌면 처음부터 내게 벅찬 임무였을지 몰라.)
(......)
(이런 나약한 마음가짐으로 안티엔바이를 찾아 무사히 선계에 돌아갈 수는 있을까?)
모험가는 코트 주머니에서 손을 빼 쥐고있던 물건을 바라보았다.
'베테랑 헌터의 훈장'
중천을 책임지는 다양한 조직들, 그들이 인정한 자에게 주는 증표였다.
(나에겐 이 무게를 짊어질 자격이 없어.)
보이지 않는 너머로, 모험가는 훈장을 멀리 던져버렸다.
(...엉망이네. 어서 정신 차려야지. 정신 차리자! [닉네임].)
(잠깐...)
(오히려 요격대가 아닌 루드밀라 님이라면... 지금의 나에게 답을 줄 수 있을까?)
(세인트 혼으로 루드밀라 님을 찾아가 보자.)
세인트 혼의 갑판에서 루드밀라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진정한 각성 (2/4)
...표정을 보니 말로 설명하긴 꽤나 복잡한 고민인가 보군요.
이해해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그런 고민 하나쯤은 가지고 있으니까.
잠시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오래된 기억 속에서 과거의 친구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세인트 혼의 루드밀라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루드밀라는 모험가의 시선이 향하던 갑판 너머를 함께 바라보며, 옆에 나란히 주저앉았다.
아무래도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인가 보군요. 모험가님도 이미 아시는 눈치고.
아라드에 먼저 떨어진 선배로써 한가지 충고를 하자면...
고민이 깊어질수록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보라는 거에요.
단순히 예전 경험을 떠올리라는 게 아니라...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하던 때의 기억으로 돌아가서 말이에요.
(비슷한 고민이라...)
루드밀라의 말을 곱씹던 모험가는 문득 과거의 어떤 시점을 떠올렸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잊은 듯이,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발명가 그레이스
야! 정신 차려! 아까부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 거야?
...아, 그레이스?
진정한 각성 (3/4)
어때? 이 정도 고도라면 불어오는 바람이 거칠지 않아서 날개에도 무리가지 않을 거고...
무엇보다 이 맘때쯤 근처를 지나가는 신수 무리가 있어서, 어쩌면 거기에 합류할 수도 있을 거야.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요수들로부터 저 아이를 구해준 게 이 근처라고 했던가?
...응.
뭐야, 아까부터? 그 맥 빠지는 태도는.
휘-호!
막상 떠나보내자니 아쉬워서 그래? 언제는 날개만 나으면 최대한 빨리 돌려보내 주고 싶다더니.
솔직히 아쉽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 아이의 자유를 내가 억압할 순 없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헌터를 바라보고 있다.)
가버렸네.
...그러게.
그나저나 넌 계속 요격대에 남아 있을 거야? 네 손재주라면 굳이 위험하게 전투에 나서지 않고, 톱니바퀴 공방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연구한다고 실내에 틀여박혀있는 것보다 난 지금 이 자유로운 생활이 더 좋아.
내가 직접 개발한 크로스슈터로 질서를 어지럽히는 존재들을 사냥하는 게 적성에 맞기도 하고.
쳇, 그럼 기왕이면 최고의 헌터를 목표로 하도록 해.
나는 말이지. 언젠가 꿈 같은 상상들을 구현해내는 최고의 발명가가 될 거야.
그래서 장인 기술자들이 득실댄다는 톱니바퀴 공방이 아니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메인스프링에 들어간 거고.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넌 내가 유일하게 질투하는, 재능있는 발명가니까. 그 재능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으면 그 정도 포부는 보여달란 말이야!
후훗! 그래그래, 알았어.
뭐, 내가 옆에서 계속 도와준다면... 언젠가 상공인협의회와 요격대 양쪽에서 인정 받아 '그 훈장'을 달 수 있을지도 모르지.
발명가로서의 공헌과 사냥꾼으로서의 실력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베테랑 헌터의 훈장' 말이야.
됐어, 훈장 같은 건. 그런 기대는 살아가는데 괜히 어깨만 더 무거워진단 말야.
......
너는 '자유'가 뭐라고 생각해?
글쎄.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거?
나는 오히려 누군가에게, 아니 어쩌면 하나의 세계에 얽매이는 게 자유라고 생각해.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진짜 자유가 주어지는 게 아닐까?
...그레이스, 메인스프링에 들어가더니 갑자기 철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거야?
너는 사람이 생각해서 충고를 해주면 좀...
뭐, 뭐야? 갑자기 어디서 요수들이?
휘-호!
그레이스. 그 때 나는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
그래도 네가 남겨준 기억 덕분에 힘들어도 무너지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더 이상 자유라는 이름으로 나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거야.
<퀘스트 완료>
...가 님? 모험가 님!
진정한 각성 (4/4)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하신 거죠? 옆에서 계속 불렀는데도 못 들으실 정도로...
베테랑 헌터의 훈장을 달고 세인트혼의 루드밀라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세인트 혼의 루드밀라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고마워요, 루드밀라.
네?
모험가는 이제는 준비가 되었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주머니는 텅 비어있었다.
그때, 팔케가 모험가에게 날아와 무언가를 건넸다.
너머로 던져버렸던, '베테랑 헌터의 훈장'이었다.
팔케가 날개를 펼친 채,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날개에 붙어있는 보조 장치는 오래전 모험가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 그것은 나의 책임.)
모험가님? 그 훈장은 혹시...
이번에 꽤 괜찮은 걸 구상했거든. 준비됐지, 팔케?
모험가의 마음을 대변하듯,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날아오른 팔케가 두 사람의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다.
손에 쥔 것은 아주 오래된 기억,
아직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숙제이자,
뜻밖의 감사, 그리고 나라는 존재에 대한 누군가의 응원이었다.
'베테랑 헌터의 훈장'
약속의 도시, 이내의 상업과 공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상공인협의회,
중천을 보호하기 위해 상공인협의회가 만든 사설 비행단, 요격대,
두 조직 모두에게 인정받는 자에게 주는 증표.
감당하기 어려워 거절했으나, 여전히 나는 이미 손에 쥐어진 훈장을 놓지도 내보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때는 새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하는 꿈을 꿨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나의 길을 걸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자유란 누군가에게, 하나의 세계에 얽매이는 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나와 함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주어지는 것임을 이제는 안다.
팔케가 날개를 펼친 채,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날개에 붙어있는 보조 장치는 오래전 내가 만들어 준 것.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 그것은 나의 책임.
누군가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했을 때, 나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서로에게 의지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더 이상 자유라는 이름으로 나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비로소 가슴에 오래된 훈장을 달았다.
팔케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번에 꽤 괜찮은 걸 구상했거든. 준비됐지, 팔케?"
새롭게 비상할 시간이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