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진정한 각성 (1/4)


모험가는 쓸쓸한 표정으로 비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한 차례 천계를 휩쓸고 간 전쟁의 여파는
많은 이들의 슬픔을 낳았다.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어.)
이곳에 계셨군요.



신황도 겐트에서 모험가를 찾아온 마를렌과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표정이 어두우신 걸 보니, 어떤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저도 짐작이 가는군요.
......



진정한 각성 (2/4)


괜찮으시다면 황궁 밖에서 잠시 걷지 않으시겠습니까?
모험가님을 모시고 꼭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황궁을 나와 마를렌과 함께 걷기
(해당 퀘스트는 겐트의 마를렌을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여긴?
네, 황녀의 정원 전사자들이 묻혀있는 곳입니다.



진정한 각성 (3/4)


라이니가 죽은 지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군요. 당시엔 황녀의 정원에서 배신자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제겐 너무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5살 때부터 부모님의 곁을 떠나 궁에 들어와 총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능력을 검증받아 황녀의 정원으로 키워졌죠.
하지만 어제의 동료들에게 총을 겨누게 되고 그 끔찍했던 일들이 끝나자, 황녀의 정원의 존재 의의에 대해 돌아보게 되더군요.
......
'묵화의 가시'라고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웨인가의 가주인 안제 웨인의 경호 부대입니다. 이름부터가 저희를 우롱하는 의미를 품고 있다고 합니다.
현 체제에 불만을 가진 다수의 귀족 자제와... 황녀의 정원을 떠난 저희의 옛 동료들로 이루어져 있죠.
(...옛 동료들.)
안타깝지만 끊고 가야 할 인연입니다. 최근 겐트 외곽에 그들이 나타났다는 첩보가 입수되었습니다.
모험가님께서 그들의 뒤를 쫓아주실 수 있을까요? 복잡한 심경이겠지만 부탁드립니다.



마를렌이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황녀의 정원 배신자들을 추격하기
(해당 퀘스트는 겐트의 마를렌을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제길... 사라졌다던 모험가가 왜 이곳에?



윽...
어째서... 어째서, 저 유약한 황녀의 편을 드시는 겁니까?
나라는 도탄에 빠졌고, 백성들은 끝나지 않는 전쟁에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한 사람의 유약함 때문 아닙니까!
저희라고 처음부터 가시로 난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원이 동료들의 피로 물드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라이니...
쓰러져 간 동료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 어요...
황녀님을 미워하지는 않지만... 이 답답한 현실이 바뀌기를... 원했...
이 춤사위가 지독한 증오의 사슬을 끊어버리길.



<퀘스트 완료>
역시 여기 계셨군요.
...마를렌 님.

아시다시피 라이니는 이곳에 묻힐 수 없었습니다.



진정한 각성 (4/4)


하지만... 이곳에 들릴 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나는 건 저로서도 어쩔 수 없군요.



겐트 황립묘지에서 마를렌과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겐트의 마를렌을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세간에선 저희 중 최고의 정예를 '크림슨 로제'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적의 피를 흩뿌리며 싸우는 모습이 진홍색 장미꽃과 같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남아있는 저희는 모두 동료들의 짙은 핏속에서 피어난 꽃들입니다. 황녀님이 카르텔에 납치당했을 때 자결한 이들도, 황녀의 정원을 배신한 이들도 처음엔 같은 우리의 동료였지요.
이제 저는 제가 그들이 흘린 핏속에서 피어났음을 압니다.
모험가님도... 부디 그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분이 천계로 다시 돌아온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고서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만들어진 희생자들의 추모비 앞에 지친 표정으로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더군요.
온종일 미동도 없이 바라보다 어떨 때는 똑같은 표정으로 되돌아갔고, 어떨 때는 슬픈 표정으로 되돌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는 오랜 시간 그 곁을 서성였지만, 애석하게도 단 한 번도 우리를 바라봐주지는 않으셨습니다.
그저 과거의 잔재를 바라보며 고뇌할 뿐이었죠.
그리고 어느 날. 이전과는 다른 표정으로 되돌아간 이후, 오랫동안 보이지 않더군요.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꽤 바빴으니까요.
굴욕적인 날을 되새기며 고된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항상 그분이 계속 이곳에 머무셨더라면...
그렇다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겠지 하며 볼멘소리를 하곤 하지만 그건 그저 의미 없는 투정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저 그분에 대한 조금의 아쉬움과 불만이 작게나마 표출되는 것일 뿐이었겠죠.
또 어느 날. 사라질 때처럼 뜬금없이 다시 나타난 그분은 홀가분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단발을 휘날리며, 마치 공기를 밟는 듯한 발걸음만으로도 과연 내가 그분과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그분이 향한 곳은 추모비가 아니라 우리였습니다.
티 하나 없는 표정으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마침내 이루어낸 결실을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눈으로 보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분명 하나의 몸에서 그려지는 몸짓이지만, 결코 하나의 몸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름다운 춤사위였습니다.
그 단 한 번의 춤사위 속에서 우리는 왜 실패했는지, 왜 지켜내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보여준 뒤 홀가분하게 보이는 미소 속에서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그분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미 우리를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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