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제국의 투기장... 각지에서 몰려든 격투가들과 한쪽 팔에 귀신을 담은 귀검사, 귀족에 의해 훈련된 전투 노예들... 그리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난폭한 몬스터들이 뒤엉켜 싸우며 서로를 삼키려는 아비규환과 같은 풍경이 매주 벌어지고 있다.
왜 이리 치열하게 싸우는가? 투기장에서 연승을 거두어 챔피언이 되는 자에게는 황제가 특별히 소원을 들어주는 전통이 있다. 자유의 의지로 모인 강자들은 돈과 명예를..., 전투 노예들은 자유를 소원하며 싸우고 있다.
패배가 곧 죽음으로 직결되는 투기장에서 챔피언이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우승자가 나오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마창을 사용하는 '마창사'라로 불리는 자들이다.
제국의 영주들은 주민들의 아이들을 여러 가지 이유로 사병으로 거둬들인다.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라거나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부모에게서 빼앗듯 아이를 데려온다.
영주에게 끌려온 아이들은 전투 노예로 살게 된다. 전투 노예의 삶이란 끔찍할 수밖에 없다. 일체의 감정은 배제되었고 오직 상대를 살육하기 위한 교육만 이어졌고 아주 적은 양의 배식만 지급되었다. 배고픔에 굶주린 전투 노예들은 서로의 식량을 빼앗기도 했다.
종종 죽음에 이르는 아이들이 발생하는데 상대를 죽인 아이에게는 더 많은 식량이 배급되었다.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아이들을 공격해서 도태시켰다. 결국, 50명가량의 한 소대 내에서 생존하는 아이는 다섯 명 정도였다.
끔찍한 기초 훈련 끝에서 생존한 아이들은 별도의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은 영주의 가문에서 내려오는 귀족 무술을 배울 수 있었다. 드디어 투기장에 진출할 준비가 된 것이다.

영주들은 전투 노예들에게 자기 가문의 무술을 뛰어남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이는 매우 효과적이어서 우승한 전투 노예를 훈련한 가문의 영주 또는 훈련 조교는 제국군의 높은 지위를 하사받기도 했다. 또한, 전투 노예들은 훌륭한 실험 대상이었다.
귀족들이 수련에서 필요 없이 다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가문의 무술을 다듬을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상대 가문의 무술을 연구하고 무기를 개량했다. 초식을 다듬고 약점을 보완했다.
영주들은 투기장에 참여 가능한 전투 노예들에게 '노예'라고 부르는 법은 없다. 영주들은 자신들이 노예를 거느리는 파렴치한 귀족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주들은 전투 노예를 '마창사'로 부르며 제법 괜찮은 대우를 해준다.
전투 노예들이 챔피언만 돼 준다면 잠시 그들을 마창사로 부르며 비위를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투사들도 자신의 영주에게 무한의 감사와 존경을 느끼며 가문을 위해 희생도 불사하게 이른다.
그래서인지 일부 마창사들은 챔피언이 되어 자유의 몸이 된 후에도 여전히 가문에 남아서 영주의 군사가 되기도 하거나 제국군의 간부로 들어가기도 한다.

은퇴한 마창사들 대부분은 거금을 들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마을 대부분은 전쟁으로 사라져 버린 후이거나 그들의 부모 또한 죽은 지 오래다. 몇몇은 새로운 곳으로 정착을 원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버리려고 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신의 몸에 깃든 무술을 봉인하고 육체 곳곳에 스며든 예기(銳氣)는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날카로운 기운을 느껴본 적 없는 일반인들은 그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마창사들은 일반인들에게 거부당하였고 강제로 추방당하거나 스스로 마을을 떠나 자신을 헐값에 팔았다.
어차피 돌아가서 쉴 고향도 부모도 없었다. 과거의 기억이라고는 끔찍한 수련과 생존을 위해 몸부림친 기억뿐... 모험가의 길을 걷거나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을 이용한 제국에 반감을 느끼고 레지스탕스에 몸담는다.
결국은 투기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자들도 있다. 어릴 적 저지른 잘못과 자신의 몸에 배어 있는 귀족의 무술을 지우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렇게 다시 자신을 사지(死地)로 이끈다.
육체는 사지에 있으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전투가 끝난 후 단 하나의 동지인 마창을 대지에 박아 넣고 강인한 창 자루에 기대어 쉴 때 비로소 진정한 휴식이 찾아온다.



친구를 죽여 자유를 얻는 건가...
마창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
이렇게 계속 헤매고 다니는 게 나의 운명인가...



......뭐지?! 몬스터... 아니면 원혼인가?
...아파... 왜 우리를 죽인 거지?
고향에 가고 싶었어. 집에 가고 싶었어. 싸우기 싫었어...
으...




살아남으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네가 우리를 죽였어.
같이 가자. 네가 우리를 죽였으니 우리도 널 데려갈 자격이 있어.
왜? 왜 우리가 죽었어야하지? 왜 너만 살았지?



......거기 서!
우리를 없애고 싶어? 아무리 날뛰어도 결국은...



거기 누구 있습니까? 괜찮으십니까?
잠깐. 당신은...
혹시... 예전에 투기장에서...?
맞군요. 제 이름은 레노입니다. 기억하십니까?
음...마창사와 마창사가 만난 이상,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죠?
...
이 창을 드리겠습니다. 싸우십시오.
당신이 죽여온 친구들을 헛된 희생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싸우는 게 좋을 겁니다.



마창의 힘이 다시 강해졌군요. 이제 스킬을 사용하실 수 있겠네요.



투기장에서 사용하던 콤보는 잊지 않았겠죠?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을 텐데 굉장하군요. 역시 우승자답습니다.
싸움을 그만두는 건가?
네. 싸울 마음은 원래 없었습니다. 당신이 창을 다시 쥐게 할 방법이었을 뿐이죠.
당신이 왜 창을 버렸는지 짐작이 갑니다. 투기장에서 나왔지만 마음의 공허는 채워지지 않을 테죠.
......
죄책감에 시달리며 말라죽을 바에는 차라리 친구들을 죽게 만든 세상과 싸우십시오.
비겁하게 죽기엔 우린 너무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이건 선물로 드리죠. 좋은 건 아니지만 잠시 사용하기엔 괜찮을 겁니다.
저는 행선지가 있어서 이만...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어딜 가는 것이냐... 우리와 함께 가자...
내가 죽인 사람들에게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아직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어.



원혼 때문인가... 몸이 무겁군... 회복부터 해야겠어.



우리와 함께가지 않겠다면 영원히 이곳에서 헤메이는 것도 좋겠지...
너희를 죽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슨 말로도 너희의 원한을 달래줄 수는 없겠지만
허락해 준다면 남은 생은 우리와 같은 희생자가 더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이 세상에 맞서 싸워 볼 생각이다.
너의 말은 신용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지 않는다면 이 상황은 매번 되풀이 되겠지...
기억하라. 우리는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겠다...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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