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1/4)
흔들거리는 시야가 보랏빛으로 채워졌다.
치밀어오르는 독기를 억지로 삼키자, 내딛던 걸음이 비틀거렸다.
타들어가는 듯한 왼팔의 감각 덕분에 겨우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무리한 전투의 여파로 독기가 통제를 벗어난 건가...)
점점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모험가는 최근 상대했던 적들을 떠올렸다.
절망의 탑에서 내려온 솔도로스, 부활한 사도 시로코와 오즈마, 그리고 그 권속들.
누구 하나 만만히 볼 수 없는 면면들이었다.
독(毒)을 다루기 시작할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었다.
독기를 제어하지 못하고 독인(毒人)이 되는 순간,
몸 안의 독기를 모두 소진하고 한 줌 핏물이 될 때까지 날뛰게 될 것이라고.
코 끝을 스쳐가는 건, 짙은 죽음의 냄새였다.
(그래, 독인이 되어 비참하게 삶을 연장하느니, 깨끗하게 죽을 자리를 알아보는 게 나을지도...)
알프라이라 주둔지에서 패리스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진정한 각성 (2/4)
패리스의 부축을 받아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기
(해당 퀘스트는 알프라이라 주둔지의 패리스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진정한 각성 (3/4)
응급 조치는 추가로 해놨지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건 너도 알고 있지?
독기에 삼켜지거나, 그걸 삼키고 일어나거나 모두 너에게 달렸어.
뭐야, 그 눈빛은? 설마 벌써 전부 포기해버린 건 아니겠지?
...젠장. 고작 이런 꼴을 보려고 루이제가 목숨을 바친 줄 알아?
착각하지마! 삶을 포기하는 건 네 자유가 아냐. 어깨 위에 짊어진 다른 사람들의 목숨 값도 생각하라고.
그리고 네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는 용독문 녀석들도 말야.
용독문...
여긴 찾는 사람이 없는 곳이니, 네가 날뛰어도 독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겠지.
만약 네가 미쳐서 마을 쪽으로 내려가려고 하면, 우리 셋이 필사적으로 발을 묶을 거야.
...고마워, 패리스.
그러니까... 그걸 알면 꼭 살아남으란 말야.
그란플로리스 깊은 곳에서 치밀어오르는 독기를 제어하기
(해당 퀘스트는 알프라이라 주둔지의 패리스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시작은 왼팔에서부터 느껴진 따끔거리는 감각이었다.
애써 그것을 무시하고 걷자, 통증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더 이상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즈음에야, 모험가는 발걸음을 멈췄다.
으윽!
(혈도를 짚어 독이 퍼지는 걸 막는 것도 이제 한계인가...)
(노리고 있는 건가.)
(...동료들이라.)
모험가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오른 다리와 왼팔, 그리고 목덜미까지 이어지는 독의 흔적.
피부색 또한 점차 소름 끼치는 보랏빛으로 바뀌고 있었다.
(내가 살아남아야할 이유는...)
패리스!
그 분은... 그 분은 어떻게 되었지?
...뒤에 오는 녀석한테 직접 물어보지 그래?
문주!
문주, 이게 무슨...!
설마... 독기에 잡아먹히신 겁니까?
글쎄...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군.
정확히는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났다고 해야겠지.
<퀘스트 완료>
독에 찌들었던 신체는 절기를 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되었다.
신체 일부가 독을 완전히 받아들임에 따라 더욱 강력한 극독을 사용해도 부작용이 없었으며 독을 형체화시켜 출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떠날 건가?
모험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듯, 패리스가 물었다.
...그래.
진정한 각성 (4/4)
문주(門主)가 돌아왔다.
이 짧은 한마디는 용독문 문파원들의 입을 타고 삽시간에 뒷골목의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호사가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그 어떤 소문보다 빠른 속도였다.
그러나 존경하는 문주와 감격적인 재회는 없었다.
대신 살벌한 대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백사장의 모래 위에 나뭇가지로 선을 긋듯, 문주가 방출한 독기에 일자(一)로 녹아내린 술집 바닥.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문파원들이 새파랗게 질려 쓰러졌다.
“문주, 이게 무슨...!”
쓰러진 문파원들을 등지고 선 남자가 문주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몇 발자국 다가서던 남자는 따끔거리는 피부의 감각을 느끼고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렸다.
문주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독기와 그것이 만들어낸 뱀의 형상...
휘감듯 문주를 감싼 뱀이 만들어낸 독의 영역은 매일 같이 맹독을 다루는 문파원들 마저 강한 중독을 일으킬 정도의 독기를 품고 있었다.
이 모든 걸 알아차린 남자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독기에 잡아먹히신 겁니까?”
만약 그녀가 독기에 미쳐 독인(毒人)이 되었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핏물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분명했다.
“글쎄...”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문주는 또렷한 음성으로 답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보며 뒤로 물러난 문주는 넘어진 테이블에 걸터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아니더군.”
남자는 그제야 그녀를 살펴보았다.
독기가 퍼진 것이 분명한 반신(半身)과 신체 곳곳에 나타난 중독 징후.
목 아래까지 침범한 독기의 흔적. 그럼에도 오히려 멀쩡하게 움직이는 팔다리.
“정확히는 그 반대의 상황이 일어났다고 해야겠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문주의 말에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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