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가의 적자
`…슬픔에 잠긴 섭정을 대신하여 나 안제 웨인이 이 자리에 섰으니,
이 이상 무지한 자들이 조정을 욕보이고 천계를…`
듣고 있을 이유는 없으나, 어쩐지 거둘 수 없었다.
과열된 엔진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랜드러너 공장,
그 옥상에 올라 앉은 페럴은 속빈 장죽을 물고 가만히 숨을 뱉었다.
출처가 분명한 통신 방해 전파 사이, 유난히도 또렷한 주파수 하나.
그 안에 담긴 살찬 속셈은 참으로 안제, 아니, 어머니다운 짓이었다.
보는 이가 없을 적엔 한 번을 다정히 불러준 적 없던 어머니.
15살 어린 치기에 집을 나갔을 때에도
`웨인 가의 세븐 샤즈`라는 이름만을 원했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지금 황궁에 있다.
당신의 말마따나 `조정을 욕보이고 천계를 어지럽히는` 일을
기어이 감행한 것이다.
그곳에 앉아 보니 어떠십니까. 이곳 이튼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십니까…
혹여나 닿을까, 독백마저 맺지 못하고 흩어버리는 속이 아리다.
아직도 버리지 못한 `웨인`이라는 성의 무게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슬라우 공업 단지에서 페럴 웨인을 만나 이야기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나를 찾았다 들었네. 그래, 어인 일인가?여섯 개의 조각
웨인 가의 적자인 나를 걱정해주는 것인가?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 없군. 내 아무리 어머니께 다정한 눈길 한 번 못 받고 자랐다고는 하나, 어머니와 웨인가 사람 모두를 적으로 두고 싸우게 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네.
무엇도 근심치 않았다 함은 거짓이겠으나… 어찌 하겠나? 내 어머니의 길과 나의 길이 다른 것을 두고 누구의 탓할 수도 없지 않겠나? 내 어머니께서 그리하시듯, 나 역시 내가 선택한 길을 끝까지 걸어 나갈 걸세. 하여…
나는 흩어진 세븐 샤즈를 규합하려 하네.
가진 자본을 쏟아부어 힘을 불릴 귀족을 상대로 황녀님께 힘을 실어 드릴 방법은 그뿐이라는 생각이 드네. 지젤이 그렇게 되고 난 후, 남은 여섯마저 제대로 뭉친 적은 없으나 지금은 한 명 한 명의 힘이 절실할 때가 아니겠나?
겐트에 있는 멜빈, 노블스카이에 있는 나엔, 젤바에 나가 있는 메릴까지는 내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 볼 걸세. 하지만 남은 두 사람, 특히 휴 피츠래리는…
휴 피츠래리?
아, 자네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겠군. 휴, 그자의 전문 분야는 폭발물이었으나, 진짜 그의 관심은 `마법`이라 불리는 힘에 있었네.
나 역시 아랫세계가 열리고 자네를 만나기 전까지는 참으로 터무니없는 것을 쫓는다 여겼으나, 지금은 휴, 그자의 생각이 옳았다 싶네.
카르텔 침공 당시, 궁에 머물던 휴는 그 존재조차 의심되었던 아랫세계로 지원을 요청하는 일을 주도했네. 그렇게 아랫세계로 가는 길이 열린 이후에는 운 라이오닐 대령을 대신해 천계 대표 사절을 자진하였지.
문제는 그렇게 아랫세계로 내려간 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일세. 괴한에 당하였다, 납치되었다 말들은 많았네만, 나는 그자가 아랫세계 어딘가 멀쩡히 살아있다고 믿네. 처음부터 그는 천계의 사정보다 마법 연구에 관심이 있었으니 말이야.
저… 그러한 일이라면 소녀가 도울 수 있을 것도 같사옵니다.
리아 양, 듣고 있었구먼.
결례를 범한 것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겐트에 계신 멜빈 오라버니와의 연락이 끊긴 지금, 혹여나 모험가님께서 오라버니 소식을 가지고 오셨을까 하여…
그래, 다른 뜻이 있어 그리 하진 않았을 것을 알고 있네. 그보다 ‘도울 수 있을 것도 같다’니, 휴와 연락할 방도라도 있다는 겐가?
휴 님께서 아랫세계로 떠나시기 전, 소녀에게 작은 통신기 하나를 주셨사옵니다. 아랫세계 저 멀리까지 나아가도 신호가 닿을 수 있는지 실험하고자 하심이라 말씀하셨으나, 멜빈 오라버니께서는 그분을 믿을 수 없다시며 절대 통신기를 켜지 말라 신신당부하셨지요.
하여 소녀, 오라버니의 말에 따라 그분의 통신기를 그저 지니고만 있었으나…
허참. 내겐 어지간히 중한 일 아니고서는 서신조차 삼가라더니… 리아 양, 그 통신기를 내게 보여줄 수 있겠나?
여기 있사옵니다.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어, 제대로 작동할는지는 모르겠사옵니다.
흐음. 휴, 그자의 품행은 단정치 못하나 실력은 확실하네. 고갈된 전력을 복구하고 여기 부품 몇 개만 교체한다면, 어쩌면…
모험가, 염치없네만 이 통신기를 수리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조금 모아다 줄 수 있겠는가? 1분 1초가 아까운 지금 상황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일을 처리해 줄 수 있는 자는 자네뿐일세. 부탁하네.
슬로트 발전소에서 무전 통신기를 고치기 위한 재료 구하기
<퀘스트 완료>
<퀘스트 완료>
모험가, 마침 잘 왔네. 이제 막 통신기 수리를 마쳐 신호를 보내볼 참이었네. 리아 양, 준비되었는가?
네? 소, 소녀 말이어요?
리아 양의 목소리가 아니면 안 될 것이네. 다 천계를 위한 일이다 생각하고 해 주길 바라네.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고, 겐트로 와 달라는 말만 남기면 될 걸세.
아, 그립다는 말을 덧붙이면 더욱 좋고.
리아는 머뭇거리며 통신기를 건네 받았다.
페럴이 부탁한 문장들을 조심스레 통신기에 전해 보았지만,
통신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군. 통신기에는 문제가 없을 터인데… 신호가 닿지 않을 만큼 먼 곳까지 간 겐가,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아! 페럴 님, 여기 보셔요! 통신기 불빛이 깜빡이고 있사와요! 휴 님께서 답신을 주신 모양이어요!
리아의 말은 사실이었다. 불빛이 빠르게 점멸하며
지직거리는 잡음이 나더니, 무언가 쿠당탕 넘어지는 소리, 부스럭대며
찾는 소리, 곧이어 들뜬 남자의 목소리가 통신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와. 이거 고장난 줄 알았는데, 되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떠올리며 페럴은 숨을 죽였다.
들려오는 말 대부분은 웅웅대는 잡음 탓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가 던진 마지막 말만큼은 선명하게 전해졌다.
겐트로 갈게!
노스피스에 갇힌 로섬
이런, 통신기가 꺼져버렸군. 하지만 휴 피츠래리와 연락이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야. 리아 양, 고맙네. 덕분에 휴, 그자가 겐트에 돌아오게 될 것 같네.
이것으로 큰 산은 넘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 다음은… 노스피스에 있는 린지 양에게 연락을 해야겠군.
린지 양의 성은 `로섬`, 그 역시 노스피스의 귀족이나 로섬 가는 재력보다는 뛰어난 학식과 올곧은 성품으로 유명하다네. 그런 의미에서 린지 양은 다른 누구보다도 `로섬`다운 여인이라 할 수 있지.
린지 양은 대부분의 전력을 이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 이를 대체할 에너지를 연구하고 있었다네. 자신의 연구가 완성되는대로 웨스피스로 가 그곳을 또 하나의 에너지 생산지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지.
그렇게만 된다면… 웨스피스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어요. 웨스피스에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이튼의 부하도 줄고… 어쩌면… 웨스피스 사람들에 대한 차별도 조금씩 사라질지도 모르겠사와요.
하하, 그렇지. 리아 양처럼 린지 양 역시 참으로 보기 드문 귀족의 자제라네.
허나 모난 돌이 정 맞는 법이라, 그런 린지 양을 두고 볼 수 없던 귀족들은 갖은 핑계로 린지 양을 노스피스의 연구실에 잡아두었어. 린지 양의 연구가 완성되는대로 그 기술을 취할 셈만 하며 말이지.
그래도 린지 양과는 별도의 통신기를 통해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네. 허나, 대단하신 내 어머니 덕에 노스피스는 커녕 겐트조차 연락이 닿지 않게 된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지.
모험가, 분명 겐트의 황궁 근처에는 노스피스와 신호가 닿는 장소가 있을 걸세. 여기, 이 통신기를 가지고 겐트로 가 린지 양에게 연락을 취해주게. 지금 상황에도 궁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천계의 영웅인 자네밖에 없어.
신호가 연결되면 여기 적힌 암호문으로 시작하게. 그쪽에서 응답하면, `때가 되었다`고 전해주게. 그거면 될 걸세.
겐트 안쪽에서 페럴이 준 통신기의 신호가 잡히는 곳 찾기
<퀘스트 완료>
발길을 멈추고 페럴이 맡긴 통신기를 꺼내 들었다.
주변을 살피고 목소리를 낮춘 뒤, 버튼을 눌러 외워 둔 암호를 전했다.
`조약돌이 가라 앉자 수면은 도로 잔잔해졌다.`
…누구십니까? 당신은…
통신기 너머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가 린지의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한 번도 그녀를 만나본 적 없는 모험가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망설임을 느꼈는지, 남자는 다시 한 번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때가 되었습니까?
통신기를 쥔 모험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모험가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 살핀 뒤, 짧은 긍정의 답을 건넸다.
잠깐의 침묵.
남자는 안도의 것인지 우려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린지 양과 함께 가겠습니다. 겐트에서 뵙죠.
정체 모를 목소리
그렇게 뚝, 통신은 끊겼다.
이대로 괜찮은지 확신은 없었지만,
움직임을 알아챈 귀족군이 몰려오면 난감한 소동이 번질지도 몰랐다.
페럴을 만나 통신기 너머의 사내에 대한 내용을 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튼을 향해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페럴 웨인을 만나 무전 통신기에서 들은 남자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어찌 되었는가? 린지 양과는 연락이 닿았는가?
…사내의 목소리라니, 나와 통신할 때 그런 적은… 헌데, 그 목소리가 분명 `때가 되었느냐` 물었단 말인가?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네만… 단정 짓기엔 이르네. 허나 모험가, 난 자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 믿네. 분명 린지 양은 겐트로 올 걸세. 그런 확신이 들어.
모험가, 이리 모든 일을 자네의 것처럼 나서서 도와주어 고맙네. 웨인 가의 사람인 나를 의심하고 외면해 버릴 수도 있었을 터인데, 되려 내 심정을 걱정해주는 자네의 마음 씀씀이가 내겐 큰 힘이 되었네.
지금부터는 내 직접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봄세. 남은 세븐 샤즈에 연락을 취하고, 옵티머스 팩토리와 협조하여 황녀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네. 그리고 기회가 오면 세븐 샤즈의 힘을 모아 자네에게 큰 보답을 하겠네.
그래. 자네가 다른 보답을 바라고 천계를 도운 것은 아님을 알고 있네. 허나, 영웅님을 이리 대우하는 것 역시 천계의 도리가 아니지. 기대해 주게. 언젠가 자네조차 깜짝 놀랄만한 멋진 선물을 준비해 보일 테니 말이야. 하하.
자신의 어머니가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황궁을 독차지하려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페럴 웨인. 그는 흩어진 세븐 샤즈를 한곳에 모아, 황녀에 힘을 실어줄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노스피스에 갇혀있다시피 한 린지 로섬과 아라드에 사절로 내려간 후 연락 두절된 휴 피츠래리를 부르는 것이 관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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