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진정한 각성 (1/4)


(...졌다.)
모험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한껏 넨을 끌어올리자
태산이라도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솟았지만,
한없는 무기력함도 동시에 느껴졌다.
그렇게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지자,
기껏 끌어올린 넨은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클라리스'라고 했던가? 그 검, 마치 주인과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였어.)
모험가는 패배했던 전투를 되새겼다.
마치 솔도로스의 손과 발처럼 움직이며
자신의 움직임을 옭아매던 검을 떠올리자,
등줄기에 다시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 검은 자아를 지닌 에고소드였지만,
솔도로스에 손에 있던 것이 평범한 검이었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터였다.
경지에 이른 검사들은 검에 자신의 의지를 담아 날리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만약 넨에도 그런 식으로 의지를 담는 게 가능하다면...) 
번뜩이는 깨달음이 찾아온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모험가는 몸 안의 넨을 모두 흩어버리고,
눈을 감고서 자신의 내면 안으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마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헨돈마이어에서 모험가를 찾아온 풍진과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아, 드디어 끝나셨군요. 명상에 깊게 빠지신 것 같아, 방해가 되지 않도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각성 (2/4)


제가 얼마 동안이나 명상에 빠져있었죠?
글쎄요? 도착해서 기다린 지는 한 반나절 정도 되었으니, 적어도 그 이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풍진은 모험가의 눈을 바라보았다.
패배로 인해 좌절에 빠져있는 눈이 아닌,
명경지수처럼 흔들림 없는 시선이 조용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군요.
...?
오늘은 아스카 님의 전언을 전해드리고 찾아왔습니다. 모험가님을 쇼난으로 초청해 긴히 뵙고자 하시더군요.
그럼 쇼난으로 갈 준비가 되시면 언제든 말해주십시오. 



풍진을 따라 쇼난으로 향해 쇼난 아스카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풍진을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험가님.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정한 각성 (3/4)


다름 아니라, 패배 소식을 전해듣고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괜한 기우였던 것 같군요.
오히려 그 대결 이전보다 모험가님의 넨에 무언가 변화가 있는 걸 보니, 또 다른 경지에 발을 들이신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모험가는 자신이 깨달은 경지를 아스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솔도로스와의 대결에서 얼핏 보았으되, 깊이 깨닫지는 못했던 경지.
명상에서 얻은 실마리를 불완전한 언어들로 더듬더듬 설명하며,
모험가는 말보단 행동으로 이를 시연해보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군요. '의지를 담은 넨'이라. 솔직히 들으면서도 좀처럼 머릿 속에 그려지지 않는군요.
시연이요? 그래주신다면 저희야 감사할 따름이죠. 마침 대회 기간도 끝나, 황실의 넨 시연장이 비어있으니 빠르게 준비해보겠습니다. 



쇼난 아스카를 따라가 사람들 앞에서 다다른 경지를 보여주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풍진을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모험가님께서 시연한다는 소문을 듣고, 수쥬의 내로라하는 넨 수련자들이 찾아온 참입니다. 물론 저 또한 한 사람의 수련자로써 기대하고 있구요.
준비가 되신 것 같으니 시연장으로 바로 가실까요?



정말 '의지를 담은 넨'이라는 게 가능할까요?
넨은 결국 자연의 일부인데 시전자의 의지가 대자연의 법칙에 앞설 수 있다는 게...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지이기에 저도 믿기 힘들지만... 모험가님이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되는군요.
허... 보이는가? 기운이 정말 섬세하게 움직이는군. 넨의 운용이 경지에 달했어.
가히 대가(大家)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저런 경지에 다다른 자들이 앞에 놓인 벽에 정면으로 부딪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답을 탐구하는 거겠지요.
같은 넨 수련자로써 부끄럽습니다. 부럽기도 하구요.
그러나 그녀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대기 중으로 흩어지던 넨화에서
새끼 뱀처럼 얇고 긴 넨수 하나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떻게 된 거죠? 분명 모험가님은 가만히 있는데 넨이 저절로...
사라진 게 아닐세. 저길 보시게.
넨수는 그녀의 상반신을 휘감듯이 타고 올라가며
점점 한 마리 푸른 용(龍)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른손에서 피어난 넨화에서는
또 한 마리의 노란 넨수 용이 나와 그녀의 하반신을 휘감았다.
그래. 저게 바로 저 분이 이룬 경지구나.
눈을 감고 양손을 늘어트리고 있는 그녀가
더 이상 넨을 운용하지 않고 있음은 자명했다.
나와는 무관하게 흐르는 넨에 내 마음을 담는다.



<퀘스트 완료>
(이것이 '의지를 담은 넨'...)



진정한 각성 (4/4)


...정말 대단하군요.
검을 다루는 자들에게 이기어검술이 꿈의 경지라면, 모험가님이 보여주신 것 역시 그에 비할만 합니다.



깨달은 경지에 대해 쇼난 아스카와 이야기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풍진을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저희 황실 또한 넨을 통해 거대한 파괴력을 내거나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는 용도를 오랜 시간 연구하였지만, 이런 식의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넨의 크기를 키우거나, 한 점에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운용이 가능해지겠군요.
물론 당장은 모험가님이 다다른 경지에 도달하긴 힘들겠지만,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넨 수련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신 거니까요.
수쥬의 국왕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넨 수련자로써 정말 감사합니다.

이기어검술.
검사의 의지를 담아 손을 떠난 검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적을 공격하는 이 기술은 검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꿈의 경지로 불린다.

그렇다면 넨은 어떠한가?
무릇 넨이란 시전자의 몸 안에 머물긴 하지만, 결국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기운.
대부분의 넨마스터들은 오랜 시간 이러한 넨을 연구하며 거대한 파괴력을 내거나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는 용도로 활용하였지만,
시전자의 의지가 대자연의 법칙에 앞설 수 있다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넨의 수련에 있어, 일정한 경지에 이르러 벽에 다다른 이들은 이러한 물음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그 답을 탐구했다.
만약 넨에 의지를 담아 온전히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단순히 넨의 크기를 키우거나, 한 점에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운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러한 논의들은 넨마스터들과 이를 연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꽤나 오랫동안 회자되었으나, 그 끝은 언제나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일이라는 허탈한 결론뿐.
나 또한 여러 넨마스터들과 만나며 그 이론에 점점 살을 붙여나갔으나
얼마 전, 그녀가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르침을 주려는 목적이었는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수련생들을 모두 모아 빈 공터로 불러내었다.
시작은 그저 아름다운 넨화처럼 보였다.
넨으로 일가를 이룬 대가(大家)가 피워낸 꽃봉오리는 찬란했고, 일견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감고 집중하자,
대기 중으로 흩어지던 넨화에서 새끼 뱀처럼 얇고 긴 넨수 하나가 꿈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넨수는 그녀의 상반신을 휘감듯이 타고 올라가며 점점 한 마리 푸른 용(龍)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몇몇 눈치 빠른 넨마스터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하고 있던 순간,
그녀는 보란 듯 다른 쪽 손을 내밀었고 오른손에서 피어난 넨화에서는 또 한 마리의 노란 넨수 용이 나와 그녀의 하반신을 휘감았다.
눈을 감고 양손을 늘어트리고 있는 그녀가 더 이상 넨을 운용하지 않고 있음은 자명했다.
그럼에도 마치 스스로 의지를 지닌 것처럼 그녀를 감싸며 움직이고 있는 두 넨수의 기운.

두 마리의 용에 휘감긴 그녀를 보며 한참을 숨죽이던 우리는 그제야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의지를 담은 넨.
그것은 내게 다시 한번 넨에 대한 열의를 가져다주었으며, 동시에 염제(念帝)를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를 알리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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