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1/4)
수없이 창을 휘둘렀건만, 그자의 손끝 하나 스치지 못했다.
마창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정녕 한계가 있는 것인가?
끔찍한 마창의 저주를 끊고 홀로 서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지난 시간들은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증명해 주는 듯했다.
하지만, 그 하늘성에서의 패배로 모든 건 혼란이 되었다.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은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으라고 했지만,
마창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애초부터 그 한계를 넘을 수 없다면 어찌해야 할지...
그는 문득 두려워졌다.
마창의 저주만이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거라면, 그동안의 수행은 무엇을 위함이었는가?
다시 도망치고 싶었다.
모든 걸 잊고 살고 싶었다.
그저 하염없이 걸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의 걸음을 멈춘 건, 낯익은 얼굴이었다.
모험가님! 드디어 뵙네요. 안 그래도 하늘성에서의 일 이후로 안부를 묻고 싶었는데, 행방이 묘연하셔서 연락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일섬의 레노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시로코까지 물리쳤음에도, 표정이나 마음은 전보다 굳으신 것 같습니다.
레노. 마창사는 정녕 마창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면 강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나?
모험가님...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창을 들 이유가 없다.
진정한 각성 (2/4)
레노와 함께 마창사의 무덤으로 향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레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진정한 각성 (3/4)
무덤은 세월에 덮인 흔적이 보이는데, 마창들은 아직 그 형형함이 느껴지는군요. 참 지옥 같은 존재입니다.
수천, 수만 번 휘두르고 뻗은 이 창은... 사실 도피처와 다름없었다.
저주를 벗어나겠다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겠다고. 그럴싸한 말로 감춰왔지만, 사실은 그저... 잊고 싶었던 것이지.
내 손으로 동료의 목숨을 뺏었던 기억도, 그럼에도 나를 원망하지 않은 그들의 모습도.
...어떤 길을 걷는다 해도... 우리는 평생 이들을 잊을 순 없을 겁니다.
무슨 낯으로 돌아온 것이냐.
무슨 일이십니까? 갑자기 사색이 되셔서는...
지금 저기에...
저자는 우리와 약속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맞서 싸워보겠다며 우리와 약속한 건 너 아니더냐.
모험가님!
(얼마나 들어온 거지? 방향감각이 무뎌진다.)
너희에게 반드시 전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부디... 부디 모습을 보여다오!
우리에게 약속을 남기던 당당한 모습은 사라진 채... 겨우 용서를 빌러 왔구나.
한계를 넘지 못했으니... 약속을 지킬 수 없으니...
네가 우리에게 한 약속이 한계를 넘는 것인가?
아니... 내가 너희에게 한 약속은... 기억하는 것.
너희들의 삶도, 죽음도, 너희들이 휘두른 창과 가지고 있던 의지도.
그래. 네 약속은 우리를 기억하는 것. 그 모습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왜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하지?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
용서를 구하고 벗어나고자... 모든 걸 잊고자...
(나는 도망치려고 했던 거다. 이길 수 없는 마창으로부터, 저들로부터, 나의 죄책감으로부터)
그래. 너는 잊어서는 안되는 것을 잊으려 했다.
<퀘스트 완료>
우선 돌아가시죠. 곧 날이 저물겠습니다.
진정한 각성 (4/4)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모험가님의 창에서 이전보다 강인한 투기가 느껴집니다.
창을 내려놓겠다는 마음이 바뀌셨군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해주시겠습니까?
레노에게 원혼과 있었던 이야기 말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레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그저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자 휘두르는 창이었다.
무엇이든 좋았다. 어떻게든 과거를 떨쳐내고 싶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은 창을 휘두르는 것뿐이었기에 수천, 수만 번 창을 휘둘렀다.
그리하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그들조차 잊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뿌리박힌 작은 씨앗은 여실히 나의 창술로 발현되었다.
얄팍하고 가벼운 창이었다.
짊어진 무게조차 깨닫지 못한 창이었다.
죄책감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감정을 포장하여 속죄라는 상자 속에 넣어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죄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속죄라는 신기루를 좇아 수없이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나의 창에서 죄책감의 무게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오랜 시간 도망친 끝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이리도 쉽게 그들을 잊어선 안된다.
모두가 잊더라도 나는 결코 그들을 잊어선 안 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죽음을 오롯이 나의 창 위에 올려놓는 것.
그리고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이 창의 무게를 견뎌내겠다.
그토록 도망치고자 발버둥쳤던 그들의 무게를 창에 담는다.
날카롭게 창을 휘둘러본다.
수많은 신기루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것은 나의 모습인가. 그들의 모습인가.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들의 삶을, 죽음을, 이름을, 모든 것을 이어받은 자.
창은 여느 때보다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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