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마계인
키잉, 모험가! 내가 비싸게 팔릴만한 이야기 하나를 들었는데, 얼마에 살래? 응? 놓치면 후회할텐데? 그럼 일단 듣고 판단해. 킹, 킹!
아는 로카족 여우한테 들은 이야긴데 말이지, 키잉. 수인의 협곡 쓰레기 더미에 미친 마계인 하나가 산다더군. 누가 봐도 마계인인데 꼭 로카족처럼 행동하면서 말이야!
킹, 이제 조금 흥미가 생기나? 더 들어보라고. 그 작은 마계인은 아주 어릴 적 수인의 협곡에 버려졌다나봐. 말을 할 줄 모르는 벙어리라 그런가? 키잉.
그런데 운 좋게도 때마침 새끼를 잃은 로카족의 눈에 띄었지. 킹, 로카족이 마계인을 지 새끼처럼 품는 건 미친 짓이니, 무리에선 그 여우더러 마계인을 택하든 무리에서 나가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대.
나였으면 벙어리 마계인 따위 당장에 팔아치웠을텐데, 키잉. 하지만 그때 그 여우는 작은 마계인을 끌어안고 무리를 뛰쳐나갔다더군. 그러고선 소식이 뚝 끊겼으니 당연히 어디 가서 굶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얼마 전, 그 작은 마계인이 수인의 협곡에 떡 하니 나타났다는 거야. 제법 진짜같은 로카족 귀와 꼬리를 달고선 말이야! 케케케! 우습지? 응?
이게 아주 비싼 이야기라고. 그 마계인을 잡아다가 노예 시장에 내다 팔면 꽤나 값이 나갈거라고 군침을 흘리는 놈들이 한둘인 줄 알아? 킹! 자, 이제 얼마 줄래?
키잉, 아니, 어디 가는 거야! 모험가! 돈 내고 가야지! 킹, 키잉!
수인의 협곡으로 가서 소문의 마계인 찾기
못된 로카족
네까짓 게 로카족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키힝, 재수없게!
거친 로카족
마계인이면 마계인답게 행동할 것이지, 킹! 왜 여기까지 기어들어와서 난리야, 멍청한 녀석!
끼잉…
그만 둬.
못된 로카족
어쭈, 넌 또 뭐냐? 이 지저분한 녀석의 보호자라도 되는 거냐?
키힝!
못된 로카족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까불고 있어. 얘들아! 공격해!
<퀘스트 완료>
<퀘스트 완료>
소녀가 보여준 세상
<퀘스트 완료>
소녀의 마음
쓰레기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러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곳에서 이 소녀와 소녀의 어미였던 로카족이 함께 생활했던 걸까.
주변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도, 내리는 비를 피하기도 마땅치 않았을 텐데.
소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험가를 유심히 살피더니,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다 썩어가는 고깃덩이 하나를 가져왔다.
아니, 난… 괜찮아.
손을 흔들며 거절하자, 소녀는 겁 먹은 듯 몇 발짝 뒤로 물러났다.
공격할 뜻이 없다는 마음을 비치기 위해 손을 등 뒤로 감췄더니,
자세를 낮추며 킁킁거렸다.
저… 말을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 소녀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녀를 앞에 두고 몸을 일으켜 나가는 시늉을 했다.
함께 떠나자는 뜻을 전하고 싶었는데,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다가앉아 모험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니, 그러니까… 널 버리려는 게 아니라…
키잉…
구슬픈 울음. 소녀는 울먹이고 있었다.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 작고 마른 손을 잡아주려 했지만,
소녀는 모험가의 손을 홱 잡아채더니
주머니에서 꺼낸 흙 묻은 동전을 쥐어 주었다.
아냐, 난 이런 거 없어도 돼.
동전마저 마다하는 모험가를 보며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했다.
함께 이곳을 떠나자는 뜻으로 바깥을 가리켰지만,
소녀는 킹, 하고 짧게 소리를 뱉고는
쓰레기 더미 사이로 완전히 모습을 감춰 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참을 그곳에서 기다렸지만,
결국 소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케이트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기
<퀘스트 완료>
수인의 협곡에 가서 여우 소녀를 데리고 오기
로카족 우두머리
키잉! 뭐야, 모험가인가?
그 꼬마 마계인을 찾는 거라면 한 발 늦었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로카족 우두머리
킹, 키잉! 그게 궁금하면 직접 알아 보지 그래? 키잉! 얘들아!
<퀘스트 완료>
어디로 데려갔는지 말해!
구해주지… 못했어…
한 발 늦은 선의
다시 만난 소녀
키힝, 키잉…
윽, 여기는…
잠깐, 너… 카쉬파에 들어간 거야?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봐. 대체 왜 네가 여기…
모험가가 탈출했다! 녀석을 잡아!
일단 여길 빠져 나가자. 길은…
키잉!
…그쪽인가.
<퀘스트 완료>
아이는 걱정하며 다가서는 모험가를 강하게 밀쳐냈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겁 먹지 않아도 돼.
가까이 가기 위해 손을 내밀며 한 발, 조심스레 내딛었다.
어쩔 줄 몰라하던 아이는 뻗은 손을 냅다 깨물었다.
입안에 뾰족한 이가 돋았는지, 손등이 긁혀 조금 피가 맺혔다.
왜…?
아이는 상처가 생긴 모험가의 손등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여전히 두 눈엔 눈물이 맺혀 있다. 모험가는 알 수 있었다.
아이는 자신과 함께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천천히 손을 거두고 뒤로 물러났다.
아이는 그제야 모험가의 눈을 쳐다봤다.
키잉…
작지만 분명한, 뜻모를 울음소리를 마지막으로 소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이상 소녀의 뒤를 쫓을 수는 없다.
손등에 남겨진 소녀의 흔적을 만져보며,
모험가는 한동안 말없이 그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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