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진정한 각성 (1/4)


검의 길에선 더 이상 오를 경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유로이 검을 휘두르면 그것이 곧 초식이 되어 많은 자들이 따라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그자를 만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검제라는 이름조차 이 치열한 삶에선 그저 허울인 건가?
오랜 세월, 그 끔찍한 전이의 힘을 억누르고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검을 쥔 손에는 늘 확신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경지를 보았다.
그리고 그 경지는 사람이 닿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그 경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시란과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허이고 맞네, 맞아. 그 많던 이바구들은 다 어따 두고 풀이 죽어 있는데? 한 번 얘기나 들어보자.



진정한 각성 (2/4)


경지? 하이고, 진즉에 내를 뛰어넘은 게 모험가, 니 아니가?
......
뭐라꼬? 그 이상이라... 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수쥬 무인들의 전설에 따르면, 검의 끝에 다다른 자가 호수 위, 고요한 초야 달빛을 받으며 인간을 초월하고 홀연히 신선이 되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카더라.
하지만 그게 가능하긋나? 전설은 전설일 뿐이니까. 그 장소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오랫동안 수련했지만 단 한 명도 실존하진 않는데이.
환상 아니긋나? 검의 끝을 향해 갈수록 목적지를 잃어버릴까 두려운 아들의....
그게 어디냐고? 하이고... 급하다 급해. 알겠다. 말려도 듣지도 않을 테니까.



시란과 함께 쿠룬산으로 향하기



<퀘스트 완료>
여기가 그 소문의 호수가 있다는 곳이다. 뭐 다들, 호수에 빠져 개구리마냥 허우적거리기 바빴지만... 너는 다를 수도 있겠지.
니도 한 번 그래 해볼거가?



진정한 각성 (3/4)


일로 가믄 호수가 하나 보일 기다. 물이 억수로 맑아서 저짝에 뜬 달도 그대로 담드라. 그래서 호수의 이름이 '월하대'라 카든가?
니도 그곳에서 번뇌를 떨쳐내고 한 번 스스로의 검을 마주해봐라. 니라면 그 전설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긋나?



쿠룬산 월하대에서 번뇌를 떨쳐내기



여기구나. 물 위를 흐드러지지 않고 걷는 건 어렵지 않다. 다만...
번뇌로 내 마음이 흔들리는구나. 어째서인 거냐.
달빛 아래 고요함도 흩날리는 꽃잎을 막진 못하는 것인가.
그 사람이 도달한... 인간을 초월한 그 경지를 이루기 위해 뛰어넘어야 할 것은...
결국 나 자신.
달빛의 환영
아니.
너 자신.
달빛이 만들어 낸 환영인가.
장난이든 황홀경이든,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걸어온 검의 길을 말미암아 움직인다.
그 자가 도달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 내 검의 길을 버릴 방법은....
......
나의 검술을 내가 버린다라... 왜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지?
검이란 마음의 내공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마음이라는 호수에서 길을 잃고 목적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거구나.
나는... 그 자를 쫓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인간의 경지를 뛰어 넘는 것도 목표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이 나를 보고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 검을 쥐고 나아가겠다는 검제때의 다짐.
그것은 달빛 아래에서 다른 사람을 뛰어넘고 올라서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을 넘고 넘어서는 것.
그렇게 내가 쌓아 올린 발판을 딛고 서야 달빛을 마주할 수 있는 것.
내 자신이 곧 넘어야 할 경지다. 내 검의 길, 저편을 향해라.
나의 검술로 이 환영을 베어라. 저 달을 베어라. 달과 마주해라.
달빛마저 벨 수 있는 건 오로지 고요한 일섬뿐이리.



<퀘스트 완료>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마지막 달빛은... 아름답구나.



진정한 각성 (4/4)


왔나?
......
우화등선(羽化登仙)... 날개를 달고 날아올라 인간을 초월한 모습이데이.
니는 이제 검선, 진정한 베가본드의 경지에 오른 기다.
누구보다 자신이 깨달은 바가 많았을 테니... 됐다. 그럼 저짝으로 돌아가자.



시란과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그래그래. 내한테 고마워할 건 없다안카나. 잘 가거래이.
......
...전설은 사실이었다안카나...

순백의 달이 떠있는 밤하늘 아래에서, 그녀는 홀로 다른 세상에서 노니는 듯 했다.
그녀의 검(劍)과 장(掌)이 지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피가 튀었지만,
그녀의 주변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잎이 비릿한 피냄새를 덮고 있었다.

오랜 세월, 낭인으로 대륙을 떠돌아 다니며 꽤나 많은 검술들을 눈으로 보아왔다고 자부했건만
아직 태어난 우물조차 벗어나지 못한 개구리의 착각이었을까?
좁은 견문으로 자만했던 내 자신이 일순 부끄러워졌다.

많은 베가본드들이 오로지 본신의 내공과 검에 기대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그 중에서도 초인적인 인내와 타고난 재능을 지닌 극소수만이 검호(劍豪), 검제(劍帝)라는 존경이 담긴 칭호로 불린다.
그러나 그날 내가 목도한 것은 그 이상의 경지.
검선(劍仙). 검술에도 신선의 경지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간단한 동작 하나에도 절제와 여유로움이 동시에 묻어나고,
스스로의 무도(武道) 위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길은 없다는 듯 막힘없이 춤을 춘다.
“생애 마지막 달빛이거늘...”

양손 위에서 자유롭게 노닐던 두 자루의 검은 어느새 마법처럼 하나가 되었고
그 순간 펼쳐진 것은 세상마저 숨을 죽인 듯한, 고요하면서도 강력한 일섬.
보름달 아래에서 그녀가 일(一)자로 가른 세상에는 적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듯 꽃이 피었다.
“하아...”

모두가 쓰러진 밤하늘 아래에서 그녀는 꽃이 피고 적들의 숨이 지는 것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 같았다.
수풀 속에서 홀린 것처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손 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고
피었다 지는 꽃잎들 속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도 걸 수 없었다.

그날 이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는 그 때 보았던 것이 진짜 꽃잎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서 발출된 내공이 꽃잎처럼 흩어지는 것이란 것을 가까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 어느 베가본드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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