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1/4)
이 창을 쥐고 난 후, 단 한 번도 패배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전장에서 패배한 장수에겐 죽음뿐이니.
그러나, 그날. 태어나서 처음 패배라는 치욕을 겪었다. 더 치욕스러운 건... 이 비루한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죽음을 맞이했다면 기억조차 남지 않았을 것을.
더는 머물 수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두 번 다시 패배할 수 없다.
일섬의 레노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오랜만에 뵙는군요, 모험가님. 소식을 듣고 괜찮으신지 걱정했습니다.
...이미 소문이 퍼졌나보군.
진정한 각성 (2/4)
하늘성에서의 전투는 어떠셨습니까? 모험가님이 넘지 못한 그 경지는... 높았습니까?
제 아무리 높은 태산이라 한들 적을 베어내지 못한다면 치욕이다.
역시 전장의 지배라 불리는 분의 대답답군요.
모험가님은... 처음부터 승리를 위해 싸우신 겁니까?
아니, 첫 목표는 생존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깨달았지. 패배란 곧 죽음이라는 것을.
허나 모험가님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습니다. 더는 모험가님에게... 패배는 곧 죽음이 아니게 된 것이지요.
......
고민이 깊어지셨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잠시 자리를 옮겨도 되겠습니까?
레노를 따라 수행 장소로 향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레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저기 바위산이 보이십니까? 아무래도 생각을 정리하고 심신을 수련할 장소가 필요하실 것 같아 모셔왔습니다.
진정한 각성 (3/4)
자, 그럼 가볍게 몸도 풀어볼 겸, 저와 대련을 해보며 모험가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준비가 되시면 함께 출발하시죠.
지배자의 언덕에 올라 레노와 대련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레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모험가님은 그간 수많은 전장을 찾아 강자와의 전투를 해오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험가님은 상대에게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셨고, 늘 승리해오셨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선 제가 더 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패배에 익숙한 사람이니까요.
그 누구라도 더 높은 경지를 만났다면 패배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패배한 이후입니다. 패배한 순간보다 성장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복기하고 이겨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더 높은 경지... 복기하고 이겨내야 한다라...
네. 저는 이제서야 모험가님께 그 시간이 도래한 것. 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모험가님 저와의 대련을 통해 그때의 전투를 복기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물론 제 실력은 그 자는 물론, 모험가님께도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모험가님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다. 덤벼봐라.
자네인줄 알고 있었네.
나오게. 마지막 대화를 나누세.
...
...준비 되었으면 가겠네. 받아 보시게나.
윽...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처음으로 찾아온 패배를... 역시 다시 생각해도 치욕스럽군.)
훌륭한 기량이로다. 하지만 아직 '그'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미치지 못하는군.
마음속의 그릇을 부수게. 그래야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을 수 있다네.
...!
이 순간을 잊지 말게나.
투기장에선 살기 위해 싸웠다. 패배란 곧 죽음이었으니까. 그렇게 싸움을 배웠고 시작했다.
싸울 상대를, 전장을 찾는 건 숙명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무작정 창을 휘둘렀다. 어느 전쟁이든 승자는 나여야만 했다.
어떤 죽음의 공포에서도 살아 돌아와 끝내 승리했다. 하지만...
나는 패배했다. 전장에서 패배란 곧 죽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곳에 살아있다.
그런 것이었나.
그 자는 내게... 나아갈 길을 알려준 것이었군.
앞으로도 수많은 전장이 나를 기다릴 것이다.
나는 그 모든 전장에서 살아남아 이 목숨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
나는 전장의 지배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유일한 승자다.
<퀘스트 완료>
방금 그 무시무시한 투기... 보고도 믿을 수 없네요. 비로소 모험가님의 마창은 진정한 모습으로 깨어났군요.
두 번 다시는 패배하지 않는다.
진정한 각성 (4/4)
많은 의미가 담긴 말이군요. 하지만 가장 모험가님 다운 대답 같습니다.
날이 저물고 있으니 이만 돌아가시죠.
샨트리에서 레노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헨돈마이어의 레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솔직히 처음 모험가님을 만났을 때는 그저 강한 힘에 도취되어 목적 없이 싸움만을 원하는 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겪어보니, 전장에서 스스로를 재련해오신 것 같군요.
전장으로 돌아갈 이유를 찾았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았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비로소 모험가님의 마창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으니, 원하시는 경지 역시 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당신이 향할 모든 전장에서 승리를 거머쥐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늘의 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높은 탑, 두 남자가 잠시 멈춰 섰다.
정적이 싫었는지, 혹은 그저 궁금해서였는지 젊은 남성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어떠셨습니까?"
"가장 태산에 어울리는 자였네."
무심한 듯 대답을 내뱉는 늙은 남성을 보며 젊은 남성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투지를 가지고 있는 자라는 것은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태산이라...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다.
늙은 남성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 꺾이지 않은 자가 있었던가.
"당신이라면 태산마저도 베어 넘길 수 있지 않으십니까."
"하여 베었네."
휘어지지 않는 자는 결국 부러지기 마련이고, 자칫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러한 성향을 굽히지 않았던 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로를 맞이했다.
"이번 비무를 계기로 그는 유연함을 배웠겠지요."
"묻겠네. 그의 흉물스러운 마창이 어떻게 느껴졌나?"
젊은 남성은 그가 끝내 손에서 놓지 않았던 마창을 떠올렸다.
어찌 잊겠는가. 마치 혼자서라도 싸울 듯 쏘아대는, 주인마저 잡아먹을 듯한 그 흉흉한 기운을.
"다시 묻겠네. 그에게 유연함이 필요해 보이나?"
이미 확정된 패배 앞에서도 오기에 가까운 투기를 형형하게 뿜어냈던 자.
그리고 그가 쥐고 있었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던 마창.
그가 이번 패배를 계기로 한층 더 단단해지기만 한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마창을 뛰어넘는 때가 온다면.
깨달은 듯 잠깐 눈을 휘둥그레 뜬 젊은 남성이 픽 웃어 보였다.
"비무가 아니라 재련(再鍊)을 하셨군요."
늙은 남성이 말없이 몸을 휙 돌렸기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젊은 남성 역시 그의 뒤를 따랐지만, 머릿속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장면을 계속해서 상상해냈다.
전장을 가로지르며 천멸(踐滅)의 마창을 휘두르는 불사자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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