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 용독문주 1
모험가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보랏빛으로 시커멓게 물든 피부 아래로
혈관을 따라 요동치는 맹독이 느껴졌다.
이젠 마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것 같은 독수(毒手).
(먼지 속에서 바들바들 떨던 한낱 계집아이였던 시절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익혔다. 살기 위해 이겼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기기 위해 살게 되었던 걸까.
독은 그저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칫하면 한순간에 죽는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했다.
진 주제에 비참하게 살아남느니 내가 가진 독으로 깨끗이 죽기를 바랐다.
단지 살아남는 것.
그것만이 삶의 이유였던 내가 언제 이렇게 바뀌어 버린 걸까.
...가.
모험가! 이봐!
알프라이라 주둔지에서 패리스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던 거야? 몇 번이나 불렀는데 듣지도 못하고 말야.
각성 - 용독문주 2
각성 - 용독문주 3
네가 없는 사이에 최근 나타난 녀석들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봤어.
'매드니스 도적단'이라는 녀석들인데 조사해보니 한 때 노스마이어에서 이름 좀 날렸던 녀석들이라더군. 최근 그곳이 황폐화될 때, 도적단이 붕괴되고 남은 잔당들이 뒷골목으로 흘러들어온 모양이야.
(매드니스 도적단이라... 노스마이어에서 한번 마주친 적이 있던 것 같은데?)
하는 짓거리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더 악질이더군. 살인에, 납치에, 방화에...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한다더라.
상대가 아이든 노인이든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고. 아무리 뒷골목이라고 해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불문율이 있는 법인데 말이야.
그런 녀석이라니 차라리 잘됐군... 이 기회에 새로 만든 독이나 시험해봐야겠어.
...녀석들이 활동하는 구역은 대충 봐놨으니까, 준비 됐으면 바로 가보자고.
게일을 따라 헨돈마이어 뒷골목을 조사하기
(해당 퀘스트는 알프라이라 주둔지의 패리스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이봐, 괜찮아?
......
이 녀석, 이 근처에선 주먹 깨나 쓰는 놈이었는데... 보아하니 신경독으로 마비시킨 후에, 여럿이서 한꺼번에 습격한 모양이야.
모험가, 갖고 있는 재료들로 간단히라도 해독해줄 수 있겠어?
굳이?
너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잔당 녀석들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이 녀석을 깨워서 물어보는 게 더 빠를 거고 말이야.
흐음...
으으... 당신들은...
브리즈?
...게일이야. 그 녀석들에게 당한 거지?
젠장,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지? 얼른 합류해야하는데...
합류?
최근에 잔당 녀석들이 이 구역까지 넘어와서 행패를 부리는 일이 심해졌어. 그래서 이 근처에서 뜻이 맞는 녀석들을 모아서 잠시 다른 곳으로 피해있으려고 했는데-
먼저 기습을 당했군. 정보가 샜나 보네.
그래서 모이기로 한 장소가 어디지?
매드니스 도적단 우두머리
킬킬... 이번 사냥은 꽤 쏠쏠하군.
매드니스 도적단 잔당
이렇게 막 잡아들여도 되는 걸까요?
매드니스 도적단 우두머리
상관없어! 이런 곳에 사는 녀석들은 매일 한둘씩 없어진다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근데 팔려간 녀석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매드니스 도적단 우두머리
글쎄. 제국의 높으신 분들 저택에서 노예처럼 일하거나, 투기장으로 팔려나가거나 둘 중 하나겠지.
저번에 거래하고 온 녀석 말을 들어보면, 어떤 실험장으로 끌려간다는 말도 있던데요.
매드니스 도적단 우두머리
괜한 호기심 갖지 말고 일이나 해. 우린 돈만 챙기면 그만이니까.
매드니스 도적단 우두머리
웬 놈이냐?
자, 잠깐! 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뒷골목 주민들을 구하러 온 거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이 녀석들은 다 죽을 줄 알아!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그저 내 독을 시험해보고 싶을 뿐이니까.
매드니스 도적단 우두머리
젠장! 모두 와서 저 녀석을 막아!
너에겐 이게 좋겠어.
<퀘스트 완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영웅 탄생이군. 누군가의 은인이 된 기분이 어때?
난 그저... 새로 만든 독을 실험해 본 것뿐이야.
의도야 어쨌든, 저 사람들을 봐봐. 네가 구해낸 사람들이잖아?
(내가 만든 독이 누군가를 지키는데 쓰일 줄이야...)
각성 - 용독문주 4
슬슬 돌아가자. 패리스랑 브리즈가 걱정하겠어.
게일과 함께 알프라이라 주둔지로 돌아가기
<퀘스트 완료>
게일! 이미 뒷골목 녀석들에게 소식 전해 들었어.
패리스의 시선이 모험가를 향했다.
그러다 무언가 재밌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패리스의 눈에 장난기가 서렸다.
모험가, 그러고 보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맹독을 뒤집어 썼다며? 맨날 굳어있던 얼굴이 좀 흐물흐물해진 것 같은데 괜찮은 거야?
구하기 위해서라니... 새로운 독을 시험하기 위한 일환이었을 뿐이야.
...농담이잖아. 하여간 누가 문주님 아니랄까봐 재미없긴.
문주?
뒷골목에서 모험가가 구해준 사람들이 모여 문파를 하나 만들었다더군. '용독문(用毒門)'이라나?
여튼 축하해. 아직은 허울 뿐인 문파인 것 같지만, 앞으로도 너를 의지하는 놈들이 하나둘 늘어날 거야.
그러니 너를 믿고 의지하는 놈들에게 이겨서 살아남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줘야해.
지킬 게 있는 사람일 수록 더 강해지는 법이니까.
(그래, 더 이상 나는 비겁한 독사가 아니다.)
먼지 속에서 바들바들 떨던 한낱 계집아이였던 시절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모든 것을 익혔다. 살기 위해 이겼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기기 위해 살게 되었던 걸까. 독은 그저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자칫하면 한순간에 죽는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했다.
진 주제에 비참하게 살아남느니 내가 가진 독으로 깨끗이 죽기를 바랐다.
단지 살아남는 것.
그것만이 삶의 이유였던 내가 언제 이렇게 바뀌어 버린 걸까.
나와 비슷한 운명을 지닌 자들이 있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해 쓰러져도 동정 한번 받을 수 없는 그런 버려진 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혼자 살기 바빴던 내가 타인을 구한 것은 작은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새로 만든 독을 실험해 볼 생각이었다. 거기서 나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놈이 생길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이 처참한 세상에서 은혜 운운하는 놈들은 모두 내 독에 쓰러졌으니까.
막상 생겨보니 어땠냐고 한다면...... 딱히 나쁘진 않았다고 할까.
신선한 기분이었다. 나에게 의지하는 놈들이 하나둘 생길 줄이야. 내가 만든 독이 이런 식으로 나를 살아남게 할 줄이야.
더이상 나는 비겁한 독사가 아니다.
나는 용독문주.
나와 나의 독을 믿고 의지하는 놈들에게 이겨서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는 최강의 독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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