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진정한 각성 (1/4)


(...요기가 제멋대로 들끓고 있어)
한낮의 태양이 쨍쨍하게 내리찌는 시간대임에도
먹물이라도 뿌린 것처럼 어두워지는 시야가 느껴졌다.
연이은 강자들과의 싸움 때문이었을까?
손발처럼 부릴 수 있다고 느껴지던 요기는 어느새 통제를 벗어나
어떠한 힘보다도 이질적인 감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해. 폭주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는 곳으로 숨어야겠어.)



엘븐 가드의 라이너스에게 인적이 드문 장소를 묻기



<퀘스트 완료>
오랜만이구만! 그런데... 자네 안색이 너무 좋지 않은데?



진정한 각성 (2/4)


흠, 몬스터들조차 발걸음을 잘 하지 않는 곳이라... 한군데 생각나는 곳이 있긴하네만.
그런데 자네 정말 괜찮은가?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인데.
......
알겠네. 자네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 거라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더 이상은 묻지 않음세.
잠시 고민하던 라이너스는 결심이 선 듯,
정돈되어 있지 않은 풀숲을 헤치며 어디론가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라 비척거리며 걷는 모험가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요기에 완전히 잠식되기 전에 라이너스가 알려준 장소로 향하기
(해당 퀘스트는 엘븐 가드의 라이너스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이곳은... 중천?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인적이 드문 장소를 찾아 엘븐 가드까지 왔고, 라이너스 아저씨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진정한 각성 (3/4)


달 사냥꾼 카메린
뭐하고 있니, 얘들아? 이러다 날이 다 밝겠어!
달빛 아래에서 운신하는 법을 먼저 가르쳐달라고 한 건 너희들이잖아?
(카메린? 그렇다면 이건 달이 잠긴 호수를 떠나기 전... 예전 기억인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달 사냥꾼 카메린을 따라 움직이기
(해당 퀘스트는 엘븐 가드의 라이너스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이상해. 방금 전까진 뭔가 좋은 추억 속에 파묻혀 있던 것 같았는데.)
(이젠 여기가 어디인지도, 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게 되어버렸어.)
(죽기 전에 헛것을 보고 있는 걸까?)
(저쪽에 빛이...)



저건...?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만약 요기에 너무 깊게 물들어버리면 어떡하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하나요?
요수의 힘을 지닌 자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영원한 어둠과 하나되는 일이다.
...극야(極夜). 끝나지 않는 밤.
내 안의 요수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
비로소 만물의 정점으로 우뚝 선다.
나를 집어삼키려는 악의 또한... 이 힘으로 베어버리면 그만이야.



<퀘스트 완료>
...카메린.
아니,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지.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존재를 굳게 믿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라는 거야.
어쩌면...



진정한 각성 (4/4)


(그 뒤에 카메린이 뭐라고 했더라?)
모험가는 부정한 감정들이 휘몰아치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았다.
(그래. 이 어둡고 탁한 감정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나의 감정.)
(카메린이 뭐라고 했던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요기와 뒤섞인 부정한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요수와 하나가 되기
(해당 퀘스트는 엘븐 가드의 라이너스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질긴 인연은 내 삶과 함께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전까지와 비교되지 않는 거대한 힘이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지만
어쩐지 더 이상 두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 또한 자신의 무기로 삼아 활용할 수 있음을
내면의 요수를 받아들인 한 사람은 서서히 실감하고 있었다.

그믐달마저 안개 속에 자취를 감춘 밤.
희미하게 비추는 달빛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던 카메린이 문득 말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실력 좋은 달 사냥꾼답게 능숙하게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상태였지만,
의욕만 앞서는 햇병아리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어하는 그녀의 눈은
그 마음을 드러내듯 어둠 속에서도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 저 눈빛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안전한 이내로 거주지를 옮길 때에도,
이내의 마법사들이 찾아와 달 사냥꾼들에게 호수를 떠날 것을 권할 때에도,
살아온 터전을 지키고 공해에서 요괴들이 올라오는 길을 감시해야한다는 우리의 사명을 대표하던 그 눈빛.

우리는 저 눈빛에 담긴 진심을 여전히 믿었고 그녀의 옆을 지켰다.

"만약 요기에 너무 깊게 물들어버리면 어떡하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하나요?"

어둠 속에서 조금 겁에 질린듯한 앳된 목소리가 이렇게 묻자,
그녀는 귀여운 질문이라는 듯 피식 웃어보였다.

"아니,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지.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존재를 굳게 믿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라는 거야.
어쩌면..."

...그리고 그녀가 뭐라고 했더라?
달빛만큼이나 흐릿한 기억 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좀처럼 그 뒷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녀는 중천의 땅지기로 임명받기 위해 천해천으로 향했다. 

아니, 그보다
수족처럼 부리던 요기가 폭주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에 와서야,
잊고있던 과거의 추억이 왜 갑자기 생각나는 지 잘 모르겠다.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던 그녀의 말은 결국 절반만 맞았다.
마지막 순간에 요기를 받아들인 것은 결국 살고 싶다는 본능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반쪽짜리 정답이 온전한 정신을 지키는데 큰 의지가 되고 있었다.

요기와 뒤섞인 내 부정한 감정들은 더 이상 서로 구분가지 않을 지경이었고,
생사의 기로에 선 나는 그녀의 말대로 용기를 내어 그것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극야(極夜).
요수의 힘을 지닌 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임은 곧 영원한 어둠과 하나되는 일이다.

끝나지 않는 밤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고치처럼 몸을 감싸고 있던 단단한 요기를 벗어던지고
무언가 새로운 존재로 다시 깨어났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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