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것은 가을의 짧은 해가 서산을 넘어가려던 무렵이었다.
찌르기에서는 쇼난의 날카로움을, 휘두르기에서는 제국의 묵직함을 보여준 그에게서는 켜켜이 쌓인 모래의 냄새가 났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빠른 창술로 상대를 압도하는 그에게 환호가 쏟아졌지만 나는 그가 무언가를 억제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경계하고 있었는지는 스승님의 말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마창이라는 끔찍한 힘을 다룰 수 있는 자였다.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자연스럽게.
하지만 그는 마창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었다. 간혹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익히 들어온 특유의 사특한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마창사를 직접 보았는데도 반감이 들지 않았다. 그의 창술은 순수하게 강력했다. 마치 사람의 힘만으로도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보여주듯이.
날이 밝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향하던 그의 모습을 눈에 새겨둔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소문을 듣게 되었다.
세상에 '듀얼리스트'라 불리는 자가 있어, 각지를 떠돌며 무술을 익히고 결투를 통해 가다듬는다는 것이다. 재차 확인할 것도 없이 그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얼마나 결투를 좋아했으면 많고 많은 이름 중에 하필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결투에 미친 그저 그런 싸움꾼인가? 높은 뜻을 품은 고고한 무술가로 생각했던 나는 실망하여 스승님께 여쭈었다.
"수행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결투에 집착하는 걸 보면 단지 실력을 뽐내고 싶은 게 아니겠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버리고 싶기 때문일 게다."
"무엇을 버리고 싶어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야 그만이 알겠지. 하지만 그의 창술을 다시 떠올려 봐라. 짐작이 가지 않느냐?"
입을 다물었다. 그가 끝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마창의 힘. 그 속뜻을 짐작한 나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혹시 누군가 나와 같은 오해를 품었다면 부디 이 말을 하고 싶다.
저주스러운 마창을 억누르기 위해 닥치는 대로 힘을 키워야 했던 그의 고뇌와 아픔을 우리는 감히 짐작하지 못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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