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숲 그란플로리스에는 '요정'이라는 신비로운 종족이 살고 있었다. 긴 수명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들은 싸움을 싫어하여 숲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숲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활과 마법을 내세워 전투에 나섰기에, 몬스터와 외부인들은 그들의 숲에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요정들의 펑화로운 삶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압도적인 무력을 앞세운 제국이 요정의 숲을 침공했다. 예고도 없는 공격이었다. 인간들의 다툼에서 떨어져 살던 요정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급히 무기를 들고 방어전에 나섰지만, 대륙을 장악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린 제국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란플로리스의 푸른 나무들은 불길에 삼켜졌다.
하지만 제국 황제의 어리석은 야욕은 숲을 삼킨 불길만큼이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명분없는 전쟁을 반대하던 제국의 몇몇 기사단이 그들이 본래 수호해야 할 대상인 '평화'의 기치를 내걸고 제국에게 칼을 들이댄 것이다. 그 선두에는 기사단장 크로웰이 있었다. 그는 요정과 동맹을 맺고 반격에 나섰다. 이 역사적인 전쟁은 30년 이상 계속되었다.
많은 피가 드넓은 땅을 적신 후, 전쟁은 동맹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어리석은 황제가 처형된 자리에서 크로웰의 황제 추대식이 거행되었다. 요정들은 귀빈석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신황제는 요정들에게 많은 보답을 약속했다. 마땅히 받아야 할 것도 있었으나 요정들은 모든 것을 거절하고 조용히 숲으로 돌아갔다. 숲 이외의 땅은 그들이 살 곳이 아니었으며, 숲에서 나는 것 이외의 것은 그들이 가질 것이 아니었다. 가혹한 전쟁 끝에서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요정이었다.
그러나 인간과 교류하는 과정 속에 요정에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몇몇 요정은 인간에게서 검과 방패를 다루는 법을 배웠다. 자연의 힘과 인간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요정이 나타난 것이다. 그들이 바로 요정의 기사, 엘븐나이트이다. 전장의 꽃으로 활약하던 그들은 전쟁 후에는 평화사절단을 자임하였으며, 아라드 각지를 돌면서 평화를 호소하고 분쟁을 조정하였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요정과 인간, 그리고 흑요정들은 해묵은 오해와 증오를 청산할 수 있었다. 각 종족의 대표자들은 그란플로리스 회의장에 모여 모두의 공존과 화합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아라드의 평화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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