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크르가 스스로 왕좌에 오른 후에도, 그의 소집을 거부하며 각자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가던 소수의 흑요정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전통과 결합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쇼난 지역에 거주하는 흑요정들은 가장 독특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다. 이들은 200년 전 장로들에게 숙청된 암조직 '바실리스크'의 후예라는 말도 있고, 작은 부족을 연합하여 반란을 꾀했던 '두라민'의 후예라는 말도 있으나 확인된 바는 없다. 그러나 상당히 오래 전부터 쇼난에 거주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
이들은 쿠노이치라 불렸으며 쇼난 고유의 넨과 차크라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한편, 흑요정이 본래 사용하던 마법도 함께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차츰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하여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인법'이라고 불리는 쿠노이치 고유의 술법이다. 인법을 통해 강력한 힘과 세력을 가지게 된 쿠노이치들은 쇼난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나 한낱 암살의 전문가로서 유명했을 뿐이었다.
기술을 연마할 수록 그들은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언제까지 암살이나 하며 살고싶지는 않았다. 고민을 하던 그들은 쇼난의 왕가나 귀족가로 흘러들어갔고, 그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대신 암살자가 아닌 삶을 약속 받았다. 그들은 주로 주요 인물의 호위를 맡았으며, 정보를 수집하러 적진에 숨어들기도 하였다. 쿠노이치의 능력이 알려지자 힘이 있는 집안은 앞다투어 이들을 영입하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쿠노이치를 몇이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가문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쿠노이치들은 암살자라는 불명예를 벗었으나 자신의 세력을 노출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군주들에 의해 그 존재가 잊혀져 버렸다.
특히 일반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소문이나 전설 속에 사는 존재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쇼난의 왕족과 귀족들은 여전히 쿠노이치를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