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의 촛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들. 에반젤리스트들 또한 흔들리지 않는 촛불과 같이 고요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날은 하나의 어떠한 종교적 상징성을 가진 주기(週期)가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그녀들이 그를 위해 기도를 시작한 이래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나 그녀들은 어떠한 흐트러짐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시 한 번의 해가 뜨고 뒤이어 땅거미가 질 무렵 주기의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이윽고 그녀들은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듯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그녀들의 눈에 익숙할 예배당의 풍경과 촛불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칠흑이 사방을 덮어 눈을 뜨고 있는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무릎에 닿는 바닥의 감촉은 느껴졌으나 그 또한 무(無)의 공간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그녀들 중 하나가 빛을 일으키려 한 것 같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뒤이어 나지막한 탄식과도 같은 기도문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누구도 입을 열어 의사를 타진하지 않았으나, 이 또한 어떠한 뜻이 담겨 있음을 의심치 않은 듯.
'그대들이여.'
어딘가에서 공간을 가득 메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들이 고개를 움직여 허공을 응시하자 마치 태양을 몇 배로 응축한 것 같은 빛의 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빛은 그녀들의 머리 위에서 맹렬하게 발광하고 있었으나 눈이 부시지도, 주변의 칠흑을 물러가게 하지도 않고 그저 그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다.
빛을 올려다보던 그녀들은 어느새 시간의 흐름을 유추하기 어려운 부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빛의 맹렬했던 움직임은 어느 새 눈에 띄게 줄어 물결치듯 일렁이는 빛의 커튼과도 같이 느껴졌다.
빛의 물결은 마치 두려움을 떨치고 의연히 자리를 지킬 것을 부드럽게 요구하는 듯했다.
수 초가 흘렀는지 수 시간 또는 수 일이 흘렀는지 정확하게 인지가 불가능해 심상과 사고가 뒤엉키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은 정연히 빛의 무리를 응시했다.
'그대들이 느끼는 어둠의 깊이를 고해 보라.'
이어 다시 들려온 목소리는 낮고 음울했으며 다소 고압적인 느낌을 주었다. 분명 목소리가 말한 바는 질문의 형태였으나, 그녀들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목소리와 동시에 그녀들의 주변을 메우고 있던 검은 공간이 무한정 확장되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분명 자신의 신체조차 볼 수 없는 칠흑의 공간이었음에도, 그 팽창은 고정된 풍경이 멀어지는 것만큼의 현실감을 느끼게 했다.
머리 위에 머물던 빛 또한 어둠의 공간이 확장되는 속도만큼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머리 위의 빛이 멀어진 거리만큼 그녀들은 자신이 아래로 추락하는 것 같은 감각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마치 태곳적 최초의 어둠을 지녔던 자가 심연의 구렁으로 떨어졌었음을 체현시킨 듯 그녀들의 정신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무언가 계속 말하고 있었으나 빛이 그녀들에게서 멀어지는 속도만큼이나 목소리 또한 멀게 느껴졌다. 그러나 말하는 바를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그녀들이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어둠의 깊이가 얼마나 깊던, 혹은 어둠으로 인해 빛이 사그라들지라도 그녀들은 그 빛을 붙잡아 세상에 투영할 사명을 갖고 있었다.
곧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녀들은 자신들 내면의 빛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의 빛 무리가 빠르게 멀어져 더 이상 빛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점으로 수축되자 그녀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정신을 넘어 신체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머리칼은 땀으로 젖어 흘러내렸고, 무릎만으로는 몸을 지탱할 수가 없어 기도를 위해 맞잡았던 손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지만 그녀들은 기도와 성가를 멈추지 않았다.
여전히 시간의 흐름이 불명확하게 느껴져 어둠을 몰아내기 위한 기도가 얼마나 이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빛은 다시 그녀들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었고 형태 또한 종전의 일렁임이 아닌 어떠한 형체를 띄고 있었다.
빛은 더 이상 빛이 아닌 좌우로 각각 3쌍의 빛을 발하는 자로써 현해 있었고, 그는 천천히 성호를 그으며 메시지를 전해 왔다.
'신의 뜻에 따라 우리는 그대들에게 시련을 내릴 것이며, 또한 그대들과 함께 할 것이니. 그대들은 보다 강인하고 담대해지리라.'
빛의 존재가 선언과도 같이 메시지를 끝맺음하자 종소리가 들리며 어둠이 거두어졌다. 깊었던 잠을 깨우는 자명종과도 같은 종소리와 함께 본래의 예배당으로 돌아왔음을 알게 된 그녀들은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오랜 기도로 지쳐 있었으나 그녀들은 몸의 피로에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찰나의 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시련에 대해서도 그녀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녀들은 비로소 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신의 뜻을 받드는 빛의 사자- 치천사의 이름 아래 여섯 장의 날개를 등에 업고 천상의 광명을 향한 발돋움을 이어갈 자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니.
'세상의 어둠이 얼마나 깊어 가고 있는가, 어떤 곳에 빛이 필요한가. 내 싸움 중에 있는 너희를 보호할지니, 천상의 군대를 영도하여 빛의 검을 내려칠 것이다.'
각성 - 세라핌 1 (Seraphim)
마음이 무거워 보이는군요. 기도를 올려도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셨나 봅니다. 무슨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하셨습니까?
당신의 신앙이 부족하여 전장의 모든 이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권능은 오직 신만이 가진 것. 당신의 바람은 오만입니다만... 누가 당신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
아시다시피 사도 미카엘라를 시성하기로 결정한 교단에 등을 돌리는 프리스트들이 많습니다. 납득하지 못하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하나, 이런 혼란스러운 때에 교단이 흔들리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교단에 남아주신 당신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의 사자로서 세상에 내려왔다는 '세라핌'의 칭호를 받아, 프리스트들의 구심점이 되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으로 인해 교단에 남는 이가 많아지면, 당신이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구할 손길이 많아지게 됩니다. 당신 혼자서는 모든 이를 구할 수 없지만, 많은 동지와 함께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게 되겠지요.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숙고해 보시고 말씀해 주세요.
크루세이더 2차 각성인 '세라핌'의 경지에 오를 준비가 되었다면 그란디스에게 알리기
<퀘스트 완료>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셨군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각성 - 세라핌 2 (Seraphim)
세라핌의 칭호를 받으려면 교단의 인정뿐만이 아니라 3대 천사의 축복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천사의 축복을 받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당신의 기도가 그들을 감동하게 하려면 그만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쇼난 무투장에서 '흑룡대회'가 열리니, 그곳에 참가하여 '흑룡의 기운'을 30개 모아오십시오.
고고한 강자들의 기운을 사용하여 성역을 만들어, 사악한 힘의 방해 없이 기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흑룡대회에 참가하는 자들은 '절망의 탑' 소속의 맹자들입니다. 큰일을 앞두고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할 것입니다.
쇼난 무투장의 흑룡대회에 참가해 흑룡의 기운¹ 30개를 모아 그란디스에게 가기
¹강자들의 기운이 응축되어 있는 기운 덩어리. 매우 위험하고도 신비한 힘이 느껴진다.
<퀘스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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