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이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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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모셔온 지 벌써 보름이라. 회복이 빠른 것은 다행이지만 표정이 내내 어두워 안쓰럽기 이를 데 없네. 이따금 검을 쓰다듬는 모습에 늘 노심초사하는 어리석은 계집이 여기 있네.
가까이 뵈니 기쁘고 수줍어 얼굴을 들기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슬프고 우울하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네. 잔 실수도 잦아졌으나 스승님은 별말씀이 없으시네. 나도 아닌 척하네.
아무 말 없이 먼 하늘을 볼 때마다 무너지는 것은 내 가슴이니, 창밖 지저귀는 원앙 한 쌍이 그저 부럽고 얄밉기만 하네.
참으로 우습구나. 보고 있으면 기쁘고 슬프며, 보고 있지 않으면 또한 기쁘고 슬프니, 광인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흔들리는 파도가 어디 있단 말이냐. 스승님 아래서 배운 공부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구나.
어머니가 나를 일찍 낳았더라면 한마디 말이라도 해봤을 것을. 왜 늦게 낳아 눈물 짓하게 하는가. 죄 많은 딸이 없는 부모 한을 하니 저 달이 물끄러미 쳐다보는구나.
달아 웃지 마라. 이 아픔 네가 어찌 알겠느냐. 무엇이 두려운지도 너는 감히 묻지 마라. 참으로 겁 많은 것은 버선발로 달아나는 너이니, 어린 계집의 원망이 그리도 무서웠더냐.
날 밝아 검 매는 소리 들려오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구나. 채 낫지 않은 몸으로 어딜 가신단 말인가. 소매 잡고 바위가 되면 도로 앉아주시려나. 부지런한 그 성정이 이다지도 쓸데없다.
언제 다시 오시느냐 물어보니 모르겠다는 말뿐인데. 엄동설한 쇠얼음 이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혹시 알고서 이러는가. 매정한 사람아.
작은 조각구름은 바람 따라 흘러가고, 스승 그림자 뒤에 숨은 어린 계집은 발걸음 돌리며 그저 웃네. 웃어야지, 어쩔 것이냐. 웃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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