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9일 월요일

엔피시 대사집 - 오코넬 (겐트)

오코넬
<1>
그래... 잊으려고 했으나 끝끝내 잊지 못했지... 어떻게 잊겠나. 그 원통한 밤낮을 어떻게 조용히 묻을 수 있겠나...
그러나 말할 수 없네. 나는 혼자야. 필요 없다며 버려졌는데 어찌 뻔뻔한 얼굴을 들어 돌아왔노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독한 술이 마시고 싶군.



<2>
젊은이. 운명이란 게 정말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운명론은 믿지 않는 사람이었네. 그러나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니 개인의 힘으론 거스를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고밖에 생각되질 않는군.
나의 인생은 내 손으로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건 내 스승님께서도 항상 말씀하시던 거였어. 그분도 당신의 제자가 이런 못난 꼴을 보일 거라 생각하지 못하셨겠지.
후우. 저 하늘에서 그분을 다시 뵈었을 때 무어라 말씀드리면 좋을지 지금부터 고민해야겠군...



<3>
목적이 있는 이들이 부럽군. 나는 잃은 지 오래되었지. 찾을 마음도 들지 않았네. 그저 살아온 대로 다시 살 수 있을까... 그것만 고민했다네.
부질없는 고민이었지. 또 시간 낭비를 해버렸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안다고 말하면서도 포기하질 못했어.
분노. 실망. 아픔... 그 모든 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 미련이라고 해야겠지?
이렇게 인정하고 나니 후련하군. 오래 걸렸지만 이제야 조금씩 정리할 수 있겠어.



<4>
카르텔이 전쟁을 일으켰나. 심상치 않더니 결국은... 흥. 귀족들은 방심하다가 당했겠지.
하지만 전쟁이 일어났다곤 해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나 보군. 모래바람의 베릭트가 왜 이곳에 있지? 그 남자가 겐트에 오다니. 황도를 싫어하지 않았던가?
...이것도 시간이 흘렀다는 증거일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나뿐인 건가. 나도 바뀌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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