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사제 클라디스
<1>
결국 모험가님과 함께 이곳까지 오게 되었군요. 어쩌면 당신이 백해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이미 해결해주셨고, 모험가님께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선계에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저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요?
.....
...네. 그런 표정을 하지 않으셔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과거는 기억에만 남을 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미 기억에 남은 제 잘못을 되돌리고 속죄할 방법은... 지금 이것밖에 없겠죠.
<2>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저 기다리고 버티는 과정에서 저는 점점 저 자신조차 잃었던 것 같습니다.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스스로를 세뇌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믿고 기억을 잊어준 슈므에게, 그렇기에 모두에게 숨긴 진실을 한순간의 기억으로나마 간직했던 슈므에게... 말도 안되는 투정을 부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슈므에게 제대로 사과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3>
이미 반추하는 세계에서 기억을 보셨겠지만... 라르고는 그 목적이 분명했습니다. 요기를 이용해 백해를 오염시키고, 이곳을 요괴들의 땅으로 만들려는 것이었죠.
그 과정에서 안개신님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페즈의 목적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하는 행동은 분명 요괴들과 같아 보일 뿐이었죠.
그리고 이번에 그의 목적은 요괴들과는 다르게 안개신님을 깨우려는 것이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언제나 과묵했고, 이용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놓친 것이 가장 신경이 쓰이는군요.
이 모든 일이 해결된 후, 모험가님이 백해를 지나 다른 곳으로 향한다면, 그를 언젠가 다시 만날 겁니다. 절대 그를 믿지 마십시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