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 주변의 경비는 삼엄하진 않았다.
약간의 병사들이 보였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처럼 보였다.
생각해보면 왜 그런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인지 보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접근하면 들키고 말 것이다.
하긴 누구인지 알 필요는 없겠지만… 일단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내 목적지는 부활의 성전 근처였기 때문에 회의가 끝나면 선착장으로 잠입해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그 동안 모았던 정보를 보면 심연의 하늘성에 가면 모든 내용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차원의 폭풍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차원의 폭풍은 차원의 폭풍대로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찾는 것은 그게 아닌 아마 시로코와 관련된 무언가이다.
그리고 그걸 알기 위해선 지금 심연의 하늘성으로 가야만 했다.
콜트씨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벽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직접… 부딪혀 봐야만 알 수 있으리라. 그렇게 콜트씨는 목이 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조용히 회의가 끝나길 기다렸다.
선착장은 생각보다 경비가 삼엄하지 않았다.
사도를 직접 본 공포감으로 인해 많은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엔 조건이 달랐다. 갑작스러운 사도의 부활로 병사들을 데리고 퇴각하면서 모든 배를 동원했기 때문에 조그만 조각배부터 뗏목까지 있었다.
뗏목은 사라져도 떠내려갔다고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으리라.
...잠시의 시간이 흘러 그 땅에 도착했다. 보라색의 기운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까이서 보니 눈으로 보일 정도로 불길한 기운이었다. 이 정도로 짙은 기운이 있었던가?
아니다. 이것은 시로코의 기운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운이 눈 앞에 보일 정도의 원인이 있어야 했다.
▶시로코의 기운이 눈 앞에 가시적으로 보일 정도의 원인이라면…
사도는 왜 움직이지 않는가?
원인은 아마도 사도가 움직이지 않게된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부활로 인해 시로코는 전성기의 힘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빨리 힘을 회복하기 위해 이튼의 에너지를 흡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시로코는 하늘성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상했다.
분명 움직여야 하는데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혹시 ‘사도가 움직이려 했지만 무언가에게 방해를 받았다.’라는 것이 아닐까?
‘무언가’ 사도가 천계로 향하는 것을 막아냈다.
그리고 그걸로 인해 시로코는 하늘성에 머무르고 있다.
...비록 추측이었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시로코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까지 알 수 없었다.
콜트씨의 상식선에서 사도를 막아낼 수 있는 ‘무언가’는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 성과는 있었다. 나름 자신을 둘러싼 이변의 원인을 찾아낸 것이다.
‘나를 둘러싼 이변의 원인은 이것이었던가? 그렇다면 내 기억을 추적하려면…’
콜트씨는 잠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에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결론은 하나였으니까...
이제 여기서 볼일은 끝났다. 콜트씨는 서둘러 뗏목에 올라탔다.
헨돈마이어에서 시작했던 여정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내가 혼자 대적할 수 없는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하나씩 조합하면 분명 쓸모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필요하지 않았던 정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했던 선택들이 분명 무언가 나에게 길을 제시해 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든 올바르지 않은 길이든 내가 했던 판단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이제 모든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도 분명하다.'
콜트씨는 다소 답답함이 느껴졌다.
사도라는 거대한 존재앞에서 나 자신은 무기력한 개인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분명한 일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걸 실천할 시간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집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무기를 손질하고 간단히 짐을 꾸렸다. 아마도 쓰임이 있을 것이다. 미리 준비해두는 편이 좋았다.
목숨을 건 일이지만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다. 희미하게 돌아온 기억 속에 내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콜트씨는 뒤에 이어질 말을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그리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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