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사람이 없는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간 흑요정은 어느 골목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후드를 벗었다.
접촉 방식이 거칠어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후드를 벗은 모습은 여성이었다.
"서로 바쁠테니 짧게 말하죠. 당신이 폭풍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내 정보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불길한 폭풍을 보고 싶어하지 않은 건 아라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러겠죠."
"산토리니라는 사람을 어떻게 알았냐면 ... 저는 마가타 조종사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태우고 갔죠. 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공국에서 직위가 높은 분이라고 하더군요. 공국의 문양이 새겨진 케이프와 특이한 모자를 쓰고 있던 분이었죠. 자주 시계를 보시던 분이었어요. 그 분을 마가타에 태우고 차원의 폭풍에 다가갔습니다. 똑똑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차원의 폭풍에 다가갔을 때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신다고 엉뚱한 짓을 해서 조금 곤란했습니다."
'합리적이고 똑똑한데... 가끔 엉뚱한 짓을 하는 인물이라니 재밌을 것 같은데? 냉정하게 말하면 엮이면 피곤하겠군.'
"차원의 균열은 계속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폭풍의 중심부는 육안으로도 일그러진게 보일 정도였죠."
"그리고... 당신에게만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거기서 실제로 프리온이라는 생물을 보았습니다. 이미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이상하게 생긴 생물이더군요. 후드같은걸 쓰고 있고 쥐꼬리같은 걸 달고 있더군요. 순식간에 지나가서 다른 사람들은 못 본 것 같지만요.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거라 생각하고 그 사람들에겐 말하지 않았어요. 뭐 폭풍에 대해서 조사하는 당신은 그 생김새까진 들어보지 못했을 것 같으니 이것도 괜찮은 정보겠군요."
'...이상하군. 내가 알고 있던 프리온의 정보와 생김새가 달라.' 지금 말하는 생물은 프리온이 아닌 다른 생물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차원의 폭풍에 프리온 말고 '다른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인가?
"제가 아는 정보는 여기까지에요. 물어봐도 더 이상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군요. 이만 실례하죠."
나에게 정보를 제공한 조종사는 순식간에 인파에 섞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흑요정 왕국에서 시작했던 여정은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내가 혼자 대적할 수 없는 무언가 일어나고 있었다.
하나씩 조합하면 분명 쓸모 있는 것도 있을 것이고 필요하지 않았던 정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했던 선택들이 분명 무언가 나에게 길을 제시해 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올바른 길이든 올바르지 않은 길이든 내가 했던 판단에 의한 결과일 것이다.
'프리온과 비슷한 생김새면서 다른 생명체... 그렇다면 같은 차원이나 같은 생명체에서 분열된 것인가? 중요한 정보인 것 같은데 결론을 내릴 수 없군. 무엇과 연관이 있는 건 확실하다.'
언더풋의 거리를 바라보면서 콜트씨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제 모든 정보를 모았다. 그리고 내가 해야할 일도 분명하다.'
콜트씨는 다소 답답함이 느껴졌다. 사도라는 거대한 존재앞에서 나 자신은 무기력한 개인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분명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무기를 손질하고 간단히 짐을 꾸렸다. 아마도 쓰임이 있을 것이다. 미리 준비해두는 편이 좋았다.
목숨을 건 일이지만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 버렸다. 희미하게 돌아온 기억 속에 내 모습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콜트씨는 뒤에 이어질 말을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그리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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