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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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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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가 일어난 후 프리스트 교단의 총본산은 헨돈마이어의 레미디아 바실리카에서 언더풋의 레미디아 카테드라로 이전하였다.
지반이 상승하면서 지상으로 나온 언더풋이 아라드가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며, 흑요정의 개방 정책에 힘입은 덕택이기도 하다.
흑요정의 여왕은 대전이를 계기로 닫힌 문을 열어 타 종족과 그 문화를 받아들였고, 레미디아 카테드라는 커다란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카테드라가 안정이 되었음에도 젊은 프리스트인 그란디스 그라시아의 얼굴에는 한 가닥 근심이 서려있었다. 단 하나 남은 혈육인 닐바스 그라시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인 닐바스는 모범적인 팰러딘으로, 어린 그란디스의 영웅이었다. 부모님이 그리워 우는 동생을 달래주고, 공부도 도와주곤 했다.
프리스트들을 어떻게 잘 이끌 수 있는지, 어떻게 위장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 것도 그였다. 닐바스는 그야말로 훌륭한 스승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전 이야기다. 닐바스는 대전이가 일어나기 전, 위장자를 처치하기 위해 그란디스를 교단에 남기고 떠난 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사람들은 이미 죽었을 거라며,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란디스는 오빠가 살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건 행방불명된 오빠를 둔 여동생이 막연히 품는 기대와는 달랐다.
같은 신을 모시는 성직자 특유의 어떤 예감과 비슷했다. 직접 계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도를 올릴 때마다 포기하지 말라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수행을 이유로 한적한 시골 마을로 소속을 옮기는 다른 프리스트들과는 달리, 각지의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번화한 언더풋에 남은 것은 닐바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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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트 교단의 총본산은 헨돈마이어에 있는 레미디아 바실리카다.
전쟁 위협이 끊이지 않는 벨마이어 공국이지만 교단의 중심이 자국의 수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국 사람들은 힘든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신도들의 기대와 구원을 향한 열망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레미디아 바실리카의 젊은 프리스트 그란디스 그라시아는 언제나 곧고 변함 없는 신앙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한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녀의 얼굴에 한 가닥 근심이 서려있었다. 단 하나 남은 혈육인 닐바스 그라시아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인 닐바스는 모범적인 팰러딘으로, 어린 그란디스의 영웅이었다. 부모님이 그리워 우는 동생을 달래주고, 공부도 도와주곤 했다.
프리스트들을 어떻게 잘 이끌 수 있는지, 어떻게 위장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가르쳐 준 것도 그였다. 닐바스는 그야말로 훌륭한 스승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전 이야기다. 위장자를 처치하기 위해 그란디스를 교단에 남기고 떠난 닐바스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사람들은 이미 죽었을 거라며, 포기하라고 했지만 그란디스는 오빠가 살아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건 행방불명된 오빠를 둔 여동생이 막연히 품는 기대와는 달랐다.
같은 신을 모시는 성직자 특유의 어떤 예감과 비슷했다. 직접 계시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기도를 올릴 때마다 포기하지 말라는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수행을 이유로 한적한 시골 마을로 소속을 옮기는 다른 프리스트들과는 달리, 각지의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번화한 헨돈마이어에 남은 것은 닐바스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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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디스 님. 오랜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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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란디스 앞에 거구의 프리스트가 다가왔다. 무거운 갑옷으로 몸을 감싼 그는 닐바스와 동기지간인 그롯이라는 남자였다. 닐바스와는 다른 시기에 수행을 떠났다가 대전이가 일어나자, 가끔 교단에 돌아와 도움을 준 후 떠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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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란디스 앞에 거구의 프리스트가 다가왔다. 무거운 갑옷으로 몸을 감싼 그는 닐바스와 동기지간인 그롯이라는 남자였다. 닐바스와는 다른 시기에 수행을 떠난 그는 가끔 교단에 돌아와 도움을 준 후 떠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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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롯 님. 오랜만입니다. 언제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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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롯은 그란디스와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언더풋 바깥의 이야기는 다른 프리스트들에게서도 듣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행 중에 겪은 아라드의 슬픈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그롯은 주로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름다운 실버크라운, 서로 힘을 합쳐 대전이의 상처를 이겨내는 사는 사람들, 체념의 빙벽에서 몬스터들을 봉인하는 웨펀마스터들. 폐허에서 피어오르는 파릇한 새싹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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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롯은 그란디스와 잠시 한담을 나누었다. 헨돈마이어 바깥의 이야기는 다른 프리스트들에게서도 듣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행 중에 겪은 아라드의 슬픈 이야기뿐이었다. 하지만 그롯은 주로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
아름다운 그란플로리스, 서로 힘을 합쳐 전이의 상처를 이겨내는 사는 사람들, 바다 멀리 들려오는 상선의 힘찬 뱃고동 소리. 폐허에서 피어오르는 파릇한 새싹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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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는 이 정도고… 그란디스 님은 요즘 어떠십니까? 낯선 곳에서 힘드시지요? 닐바스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오빠는 어딘가에서 신의 뜻을 행하고 계시겠지요. 프리스트의 길을 걷고 계시는 오빠의 수고에 비하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란디스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밝은 모습 너머에 긴장과 초조가 있음을 모를 그롯이 아니었다.
신의 뜻이라. 불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그만큼 알아듣기 힘든 건 없을 겁니다.
네…?
물론 우리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지혜를 갖고 계시니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만. 하긴, 그분도 우리가 답답할 겁니다. '떠먹여줘도 못먹는다'고 하던가요.
그런 점에서 대주교님의 가르침도 비슷하지요. 하루 종일 힘든 심부름을 시키시는 바람에 지쳐서 방에 돌아가면, 잠에 빠지기 전에 '아아, 이런 뜻이었구나.'하고 뒤늦게야 깨닫는 것 말입니다.
가끔은 직접 말씀해주시지 왜 그러시나 원망도 했습니다만… 많은 경험을 통해 그런 식으로 가르쳐야 효과가 더 좋다고 생각하셨기에 그리하시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분도 아침에 눈을 뜨면 배운 걸 모두 잊어버리는 저 때문에 '아아, 이것이 내 시험인가.'라고 생각하셨을 겁니다. 이 역시 신의 뜻이겠지요.
그롯이 근엄한 표정 그대로 말하는 바람에 그란디스는 괜히 더 웃음이 나왔다. 마주 웃을 법도 하건만, 그롯은 눈 한번 깜빡이지도 않았다.
예시가 조금 이상했습니다만, 하여튼 신의 뜻은 우리가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란디스 님. 모든 것을 '신의 뜻'이라 규정하지는 마십시오.
그건 먹으면 안 되는 사탕 같은 것입니다. 힘들거나 즐겁거나, 혹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신의 뜻'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신만이 가능합니다.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긴 프리스트는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신이 보여주시는 길을 끝까지 따르는 것은 사람이고, 거꾸로 달리는 것도 사람입니다. 신이 되려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외로움과 걱정을 인정하십시오. 닐바스 녀석이 밉다면, 밉다고 말해도 됩니다. 그 녀석이 프리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 정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의지로 돌아오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원망하고 슬퍼하는 것 역시 프리스트가 걸어야하는 길입니다. 그래야 원망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잘 이끌 수 있습니다.
감정을 모두 표현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하지는 마십시오.
신은 우리를 감정이 있는 생물로 만들었습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십시오.
처음엔 당황하던 그란디스였지만 그롯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살며시 웃었다.
요컨대 이 요령 없는 프리스트는 친구의 동생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꾹꾹 누르기만 했다간 언젠가 터져버릴 테니, 그 전에 조금씩 풀어줘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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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언더풋으로 오고서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낯선 환경에서 힘든 것은 프리스트라고 해서 예외인 것이 아니다. 타인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하는 프리스트이기에, 더욱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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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헨돈마이어로 오고서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낯선 환경에서 힘든 것은 프리스트라고 해서 예외인 것이 아니다. 타인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하는 프리스트이기에, 더욱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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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저도 때로는 쉬면서 프리스트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빠와는 다른 저만의 길을 찾아서 타인을 구원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훌륭하십니다. 뭐, 닐바스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스로 안 나타나면 제가 머리끄덩이를 잡고서라도 끌고 오도록 할 테니까요.
그럼 저는 오빠에게 그동안 걱정 끼친 것에 대한 원망의 뜻으로 한 방 때려줘야겠군요. 그 정도로 풀릴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지요.
배시시 웃는 그란디스를 보고 그롯은 이 당차고 인내심 많은 소녀가 자신의 뜻을 알아들었음을 알고 마주 웃었다.
하지만 제 몸만한 무거운 십자가를 휙휙 돌리는 이 소녀의 주먹맛을 보게 될 친구 걱정에 마냥 밝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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