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기억의 도서관지기와 헤어진 후 선물 같은 꿈을 꾼 베키.
베키의 꿈속에 자리했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
하늘 아래 첫 번째 세계로 모험을 떠나보세요!

이전보다 무거워진 영혼을 지니고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을 찾은 진 사령술사. 
태초의 공포, 모로스로부터 더 큰 힘을 받기 위해 저울에 다시 올라서게 되는데...



선계

날씨
확인불가
안개

미세 좋음 / 초미세 좋음

천계에 있던 오래된 책을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야.  

모험가, 내가 하늘꼬마를 만날 수 있게
너도 도와줘야 해. 알겠지?



#1. 베키와 미쉘 쿠리오
글 : REY / 그림 : Aoba

눈이 감겨 왔다.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어 보았지만, 머리는 왜 자꾸만 이렇게 무거워지는지 이내 앞으로 툭 하고 떨어졌다.
코에 닿은 천계의 오래된 고서는 축축한 곰팡내를 풍기며, 소녀의 머리를 포근하게 받아주었다.
잠이 계속 쏟아졌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안개 너머에 있다던 그곳에 가기 위해, 그리고 꼭 보기로 약속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베키는 정신을 차려야만 했다.

"젠장! 베키 님이 말한다. 눈아 떠져라! 부탁할게..."

히링 제도의 작은 연구실에서 베키가 말했다.
마치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듯, 소녀는 눈에 안간힘을 주며 양쪽 눈꺼풀을 부릅떴다.
그때였다. 익숙한 글자가 부릅뜬 베키의 눈에 들어왔다.

'땅지기.'

"어? 땅지기?"

분명 들어본 말이었다. 언제, 어디서 들었을까?
베키는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떠올랐다.
조그마한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던, 작은 톱니바퀴였다.

*

"고향에 두고 온 사람들? 갑자기 그건 왜?"

손에 쥐고 돌리던 톱니바퀴를 공중으로 휙 던져 잡으며 기억의 도서관지기가 말했다.
베키는 알고 싶었다. 긴 시간 동안 기억의 도서관에서 홀로 외롭지 않았을까?
루크 님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 여겼던 것처럼, 어쩌면 하늘꼬마도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해 이곳에서 자기 행복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베키는 함부로 판단하기 싫었다. 내가 그랬으니 도서관지기도 그럴 거라고 넘겨짚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혼자 있으면 생각날 것 같아서... 외롭지는 않냐?"
"글쎄? 별로 외롭지 않은데? 적어도 지금은."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후후... 너도 그렇고 결국, 만나러 와줬으니까. 다들 기억을 통해 무사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랄 뿐이지."
"너는?"
"뭐?"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

기억의 도서관지기와 베키는 한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기억의 도서관지기는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눈치였고,
베키는 하늘꼬마가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괜찮아. 이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니까."

기억의 도서관지기는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건 내가 스스로 결정한, 나의 행복을 위한 일이야. 살짝은 이기적이기도 하지."
"왜 이기적인데?"
"많은 이들이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않아도, 많이 힘들고 괴로워도 꼭 살았으면 좋겠거든."

베키는 하늘꼬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자신도 한때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며,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다 모험가를 만나고, 지금의 여행을 통해 그 못된 과학자에게 복수도 성공했다.
행복했다. 그때 포기해 버렸으면 절대 느껴보지 못했을 행복이었다.
하늘꼬마가 많은 이들에게서 지키고 싶었던 것은 이런 '시간'이었을까?

"그럼 너도 살아라."
"뭐?"
"너도 너의 시간을 충분히 살아라. 이 베키 님의 인생 조언이다."

기억의 도서관지기는 잠시 머뭇거렸다. 많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뭔가 확신을 가진 듯, 말을 이어갔다.

"나는 기억으로 남아서 아주 오래오래 살 거야. 어쩌면 영원히~ 너도 기억해 줄 거지?"
"뭐? 그게 뭐야... 너같이 건방진 꼬마는 잊기 어렵겠지."
"기억해, 약속이다."
"그건 명령 아니냐?"
"이럴 때, 땅지기라도 있으면 '약속'을 선언할 텐데..."
"땅지기? 약속? 약속은 그냥 하면 되는 거 아냐?"
"우리 고향에서는 땅지기 앞에서 약속하거든. 꼭 지켜야 하는 법 같은 건 아니지만 약속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을 기록하기 위해 선언하는 거야."
"치... 엉터리야. 지키지 못할 거면 말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속할 거야?"
"...흥! 난 일하러 갈 거다."

베키는 기억의 도서관지기를 등지고 바하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약속은 무슨..."

베키는 어렴풋이 죽은 자의 성을 떠올렸다.
자신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 그녀를 반겨주는 듯했다.

*

눈을 감았다.
잔잔한 파도 소리 너머로 바람이 불어와 두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저 멀리 안개 너머의 세계를 상상해 봤지만, 공간에 대한 느낌은 좀처럼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설계도와 하이람의 설계도를 합친 헤르만의 완전한 설계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하지만 다시 봐도 그의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었어? 헤르만?'

바칼 같은 존재에게 대항하기 위해 강한 힘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바칼의 힘을 사용할 생각으로 헤르만이 설계했었다는 사실은 미쉘 쿠리오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차원 항해선, 바하이트를 통해 왜곡된 과거의 차원에 다녀온 이후 바칼의 유산에 대한 실마리를 얻은 지금, 헤르만의 설계도는 자신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아니면 에너지 자체에는 '선'과 '악'이 없다... 뭐 이런 거야? 헤르만.'

헤르만이 남긴 유지를 이어받아 반드시 설계도를 완성할 거라고, 진심으로 약속했던 그녀였다.
바칼의 유산을 이용해, 바하이트를 만든 그녀였지만, 바칼의 힘으로 헤르만의 설계도를 완성하는 건,
천계인으로서 옳은 행위일까? 미쉘은 마음을 다잡기 어려웠다.
헤르만의 생각에 '의심'이 싹튼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조사 안하고 여기서 뭐하냐?"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미쉘이 돌아보자, 괘씸하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베키가 보였다.

"뭐야? 여기까지 찾아오고, 이제 내가 그리워지기 시작한 거야, 베키?"
"그립기는 무슨, 중요한 정보를 발견해서 계속 찾아다녔는데, 조사는 안 하고 여기서 농땡이나 피우고 있다니..."
"중요한 정보? 무슨 일 있어?"
"후후후... 이 몸이 무엇을 발견했는지 봐라."

베키는 놀라운 정보를 발견했다는 듯이 으스대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고서를 미쉘 앞에 들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 적혀있는 걸, 아냐?'

미쉘은 베키가 보여준 고서를 살펴보았다.

"이건... 등대?"

미쉘이 손을 뻗어 베키가 들고 있던 고서를 낚아챘다.
그리고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등대? 갑자기 무슨 소리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땅..."
"서쪽이라... 흥미로운 정보인데? 베키 잘했어."
"어? 흠! 당연하지! 베키 님이시다."
"그럼 관련해서 연구실에 좀 더 조사하러 가볼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뭔데?"
"기억 속에서도 영원히 살 수 있는 거냐?"

베키의 말을 듣고, 미쉘은 헤르만의 얼굴을 떠올렸다.
언제나 어린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인 후, 말을 건네주던 헤르만이었기에 꽤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 그의 목소리, 그의 모습 모두 생생하게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헤르만의 마음만은 볼 수 없었다. 그의 설계도를 완성해야만, 그 마음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미쉘이 헤르만의 눈높이에 맞출 차례였다. 그렇게 생각하자, 미쉘은 헤르만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진짜?"
"잊지 않고 계속 떠올린다면 말이지."

베키가 미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냐?"
"졸려서 그래. 피곤해서... 그럼, 계속 조사해 볼까? 어서 선계에 가야지?"
"여기서 농땡이만 안 피웠어도 벌써 갔다."
"알았어. 내가 먼저 가서 조사하고 있을게."

미쉘이 연구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베키, 그런 미쉘을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미쉘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같이 가~!!"

노란 달빛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비추었다.


천계에 있던 오래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선계 정보를 정리했어.

이 베키 님이 중요한 정보를 함께 넣어봤지!
그러니까 꼭 읽어라!
여러 번 읽어라!


이것은 선계에 관한 그 첫 번째 조사 기록.
선계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임.
안개 형태의 에너지, 선계 전역에 깔려있다. 선계인들은 이를 '미스트'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임.
안개 에너지, '미스트'가 풍부한 마력을 품고 있는 것에 어떤 기원이 있는 것으로 보임.
선계의 안개가 '안개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있음, '안개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임. 

안개신?

으앗! 베키. 이상한 소리 들어가잖아. 이것으로 첫 번째 조사 기록을 마친다.




#2. 다시 안개로
글 : 가람 / 그림 : Aoba

"괜한 걱정이길 바랐건만..."

숲에 들어선 노인은 탄식을 감출 수 없었다. 밟히는 걸음마다 삭막함이 느껴졌다.
노인은 마계에서부터 이곳 그란플로리스까지 쉼 없이 걸었다. 유일한 길동무는 그의 나침반이었다.
노인이 직접 만든 이 나침반은 특이하게도 방향이 아닌 노인의 고향 사람들만 활용하는 기운의 흐름을 가리켰는데, 마계는 그 흐름이 없어 나침반이 멈추기도 했었다.

그가 잠시 머물던 마계를 떠난 건, 지난밤이었다.
그는 아라드의 큰 흐름이, 대마법진이 강한 충격으로 부서진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마계에서의 연구를 모두 멈추고 서둘러 왔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숲을 걸으며 이 떠돌이 마법사 노인은 오랜 벗을 떠올렸다.
그가 아라드에 온 것도, 마계에서 전이 현상을 연구하게 된 것도, 그리고 이곳으로 걸음을 돌린 것도.
그 오랜 벗과 함께하기로 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계획이 바뀌거든 자네를 찾겠네. 그때가 오면 자네도 필연적으로 알게 될 걸세."

그때가 바로 지금이라면, 앞으로를 위한 단서를 찾아야 했다.
물론 처음엔 대마법진을 확인하려 했지만, 지금 노인에게는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생겼다.
숲에 들어선 순간부터 불안정한 흐름을 따라 느껴지는 익숙한 마력. 분명 그 친구의 마력이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침반의 바늘이 갈피를 못 잡고 정신없이 돌고 있었다.
그제야 노인도 자신이 이 바늘처럼 같은 곳을 맴돌고 있음을 깨달았다.
전에는 친절한 이를 만나서 무사히 길을 찾았지만, 또다시 그런 행운을 바랄 순 없었다.

노인은 몸을 숙여 흙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리고 직접 마법을 이용해 마력의 근원으로 향하는 흐름을 읽으려 했다.
이상하게도 명확한 길이 그려지지 않았다. 누군가 꽤 강력한 마법을 이용해 일부러 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은 있었다.

노인은 땅에서 손을 떼고 걸음을 뗐다. 그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그려진 듯 나아갔다.
이윽고 돌무더기 앞에서 그 걸음을 멈췄다.

"마법진인가? 이렇게 새로운 마력을 만들어서 혼란을 줄 생각을 하다니... 꽤 재밌는 생각을 했군."
"마, 만지면 안 돼요!"

애초에 만질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어떻게 길을 방해하는지 방법을 알고 싶었을 뿐.
하지만 저 멀리서 다급하게 달려오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꼭 마계에 두고 온 친구 같아서 괜한 장난을 걸고 싶어졌다.

"그저 구경만 좀 한 걸세. 괜히 자네가 약초 캐는 걸 방해한 것 같군."

소녀의 손과 가방에는 아직 흙이 채 털리지 않은 약초들이 있었다.
그러다 야무지게 쥔 나무 스태프가 눈에 띄었다.

"마법사인 모양인데, 혹시 이 돌무더기가 자네의 작품인가?"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아무튼, 만지시면 안 돼요. 절대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엄포에 미소도 잠시, 노인은 소녀가 뭔가 알고 있음을 직감했다.

"알겠네, 알겠어. 그럼 부탁 하나만 하겠네."
"부탁이요?"
"꼭 찾아야 할 것이 있는데, 타지에서 온 늙은이라 쉽지 않네. 괜찮다면 동행 좀 해줄 수 있겠나?"
"그게... 그러니까... 곤란할 거 같아요. 급한 일이 있어서요!"
"급한 일이라면 예를 들면 무언가를 치료해야 하는 건가?"

지금 느껴지는 마력은 그 친구의 것 답지 않게 불안정했다. 주변의 흐름도 마찬가지였다.
소녀의 태도로 봐서는 충분히 관련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던 건...

"바구니 속 약초가 모두 정화 마법의 재료들인 것 같아서 말일세."

소녀는 놀라 바구니를 등 뒤로 숨겼다.

"이래 봬도 나름 약초도 마법도 꽤 아는 편일세. 그러니 우리 서로 돕지 않겠나? 어린 친구."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친절하고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효율적인 탐색은 하지 않았겠지만,
지난 아라드에서의 시간이 노인을 상당히 너그럽게 만들어준 모양이었다.

***

"아무래도 내가 찾는 건 이 근처에는 없는 듯하네."
"그럼 저기 저쪽으로 가요! 저기가 약초도 많아요! 아, 그쪽은 안 돼요! "

소녀의 이름은 쉬린이었다.
스승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이 숲에서 살며 약초를 캐거나 마법을 연구하며 산다고 했다.
쉬린은 여기저기로 걸음을 이끌면서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멀어지려 했다.
그 모습이 마치 도토리를 들키지 않으려는 어설픈 다람쥐 같았다.
하지만 쉬린의 장단에 맞춰줄수록 마력의 근원지와는 점점 멀어지는 건 확실했다.
어느새 날까지 저물고 있었다.
노인은 원하는 걸 찾지 못했고, 겨우 캔 약초들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허허, 아무래도 내가 찾는 건 못 찾을 것 같으니, 자네 약초가 시들기 전에 얼른 들어가게."
"죄송해요... 혹시 무엇인지 말씀해주시면, 나중에라도 꼭 찾아드릴게요!"
"약속하는 건가?"
"그럼요. 저만 도움을 받을 순 없으니까요."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쉬린의 표정에는 진심으로 미안함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노인은 이쯤에서 친절한 탐색을 멈추기로 했다.

"아직 안 가본 곳이 있지 않나? 친구."
"안 가본 곳이요...?"
"자네가 살리고자 하는 것이 있는 곳. 어쩌면, 아주 강한 마력이 있는 곳 말일세."
"그, 그건."
"그게 혹시... 마이어와 관련이 있다면, 내가 찾고자 하는 것도 그곳에 있네"

스태프를 쥐고 있는 쉬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쉬린의 질문에 노인은 오랜만에 자신의 이름을 떠올렸다.

***

은자, 켈돈 자비.
그의 고향, 선계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세 번의 황금기 가운데 두 번째 황금기인 기계의 시대를 열고 위대한 업적을 인정받아 은자가 된 그였다.
그리고 마이어는 첫 번째 황금기인 마법의 시대를 연 은자였다.

"켈돈. 자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볼 필요가 있어. "
"마이어. 난 섣부른 감정 소모보다는 하나의 기계라도 더 연구하고 싶네. 자칫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어."

사실 켈돈 자비와 마이어는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마이어는 자연과 사람을 통해, 켈돈 자비는 기계와 연구를 통해 진리를 찾았다.
마이어가 항상 떠돌면서도 세상 모두를 품는 안개라면, 켈돈 자비는 세상을 이롭게 하지만 차가운 강철이었다.
하지만 기계와 마법의 조합으로 선계가 황금기를 맞이했듯,
마이어와 켈돈 자비, 그리고 또 하나의 은자까지. 셋은 다름을 통해 조화를 배웠고 조화를 이뤘다.
그리고 기꺼이 마이어의 계획에 동참했다.

이제 켈돈 자비는 마이어에게 다음 계획을 들어야 했다.
그가 아는 모든 계획은 이미 생각도 못 한 변수로 대마법진이 붕괴되면서 끝났다.
도움이 필요한 건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분명 마이어는 단서를 남겼으리라.
켈돈 자비는 굳게 믿었다.
그러기에 지금 당장 눈앞에 이 어린 친구를 설득해야 했다.

"나는 마이어와 뜻을 함께하는 오랜 벗일세."

곧, 켈돈 자비의 손끝에서 쉬린의 바구니에 시들기 시작한 약초들이 다시 생기를 찾았다.
쉬린은 그 약초에 깃든 마법으로부터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

"저기 저 나무예요."

엘븐미어는 그란플로리스의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저 연못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나무가 만발했다면 더 아름다웠을 법했다.

"스승님께서 혹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곳을 지켜 달라고 하셨어요."

쉬린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대마법진이 붕괴되면서 그란플로리스는 점점 메말라 가고, 저 나무도 얼마 전부터 시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곳을 지켜 달라는 게 스승의 유지였기에 쉬린은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 싶었다.
보통의 정화 마법으로는 소용없다는 걸 내심 알면서도 말이다.
켈돈 자비는 쉬린의 말을 들으면서 나무에 눈을 떼지 않았다.

"할아버지?"

그는 딱 열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러자 따스한 빛을 품은 선들이 발아래로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별자리 같기도 하고, 기계의 회로 같기도 했으며 하나의 흐름 같기도 했다.
선은 켈돈 자비로부터 시작해 모든 풍경을 담은 연못을 가로질러 거대한 나무로 향했다.
하지만 나무 위에 이른 선은 모두 그 끝을 맺지 못하고 흩어져 있었다.

"마이어. 자네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순간을 준비했나..."

켈돈 자비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마이어가 남긴 단서의 자물쇠이며, 그걸 열 열쇠는 선의 모양을 띈 자신의 마법 뿐이라는 걸.


그는 선을 이었다. 분명 마법인데도 마치 어긋난 톱니바퀴가 맞춰지듯, 열쇠로 잠긴 자물쇠를 열 듯 딱 들어맞았다.
곧 버석하게 말라비틀어져 가던 나무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쉬린은 그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봤지만,
켈돈 자비는 오로지 나무만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법은 만물의 흐름을 다루고 읽는다. 그리고 흐름은 때론 기억을 간직한다.
마이어는 항상 그런 켈돈 자비의 마법을 신기해하곤 했다.
켈돈 자비는 다시 흐름이 이어진 거대한 나무를 보며, 그 나무가 보고 들은 기억을 읽어내려 갔다.
이내 그는 쉬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이곳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가?"
"네, 그분도 이곳에 오자마자 마이어님의 마력을 느끼셨어요."
"그럼, 그자가 이 거대한 운명과 함께 할 자인가."

켈돈 자비, 자신 또한 그러했다.
그는 마법을 거두고 쉬린을 바라보았다.

"... 아무래도 나도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할 것 같네."
"그곳이 어딘데요?"
"... 하늘 너머의 안개라네."

특별한 작별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3. 너머의 길
글 : zix / 그림 : 기영

뿌연 새벽안개가 숲 전체에 낮게 깔렸다.
해가 뜨기에는 아직 이른 새벽이었다.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은 간밤에 내려앉은 새벽이슬을 머금고 있었다.
수풀을 지나 빽빽하게 들어선 관목 사이로 광활하게 펼쳐진 빈터가 자리했다.
좀처럼 사람이 오고 간 흔적이 묻어나지 않는 이곳엔 레지스탕스의 요새, 세인트 혼이 정박해 있었다.

고요한 가운데, 세인트 혼 안에서 누군가 찌뿌둥한 몸을 풀며 옅은 한숨을 토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자 결 좋은 붉은 머리카락이 그에 맞춰 흩날렸다.
기지개를 켜며 피곤을 달랜 나탈리아 수는 세인트 혼 밖으로 나섰다.
간밤에 수풀 위에 내린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았는지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듯했다.

"나탈리아.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아?"

나탈리아 수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다.
수풀 사이 자리한 바위 위에 레베카가 걸터앉아 있었다.

"천계 쪽에서 캡틴이랑 루드밀라를 찾는 이유 말이야.
제국 쪽이랑 관련된 일일까 싶기도 하고..."

나탈리아 수는 레베카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잠시 후 입을 뗐다.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냐.
제국에서 사도의 기운으로 각종 실험을 해온 지도 오래니 꼬리가 밟힐 만도 해.
벌써 좀 된 이야기지만, 매드 리케라는 자의 뒤를 밟아 추적했을 때 분명 똑똑히 들었어.
이번 실험체는 역시 기대 이상이라면서 소름 끼치도록 웃어대던 걸 말야.
그 광기라면 분명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을 거야. 천계 쪽에서도 관련해서 새로운 정보를 파악했을 수도 있겠지. 다만..."

나탈리아 수가 말을 멈추자, 레베카는 궁금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천계에서 보낸 사절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았어. 이름이 뭐랬더라... 매번 까먹네."
"...운. 운 라이오닐."
"하여튼 그런 소식이라면 분명 무거운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을 텐데, 그런 느낌은 딱히 없었어서."

나탈리아 수의 말이 끝나고, 레베카는 이곳을 찾았던 그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렸다.
황제의 명을 전하고자 왔다는 말을 끝으로 운 라이오닐은 시종일관 차분한 낯을 보였다.
루터와 루드밀라를 대동해, 숲속 언저리로 향할 때까지.
레베카는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인 소년 시절의 그를 떠올렸다.
아득한 기억 저편으로 파편처럼 그 모습이 그려졌지만, 그것 또한 찰나였다. 이제 제법 어엿해진 모습의 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잠시간 생각에 젖은 레베카와는 달리, 나탈리아 수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건 내 의문이긴 한데...
보통은 천계 쪽에서 레지스탕스와 접선이 필요하면 대부분 캡틴을 통했잖아. 루드밀라는 왜 부른 거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고민하는 나탈리아 수와는 달리, 레베카는 별일 아닐 거라는 듯 태연하게 답했다.

"음, 뭔진 모르겠지만 루드밀라와 아주 상관없는 이야기는 아닌가 보지."
"반가운 소식이면 환영일 텐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탈리아 수의 말이 끝나자 레베카는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쩐 일이지? 제국 쪽 일이 아니면 다른 데엔 일절 관심도 안 주는 네가?"
"요즘 영 새로운 일이 없었잖아. 만약 제국 쪽 동태를 파악한 게 아니라면...
어떤 식이 됐든 우리 중 누군가가 기다리던 소식이면 좋을 테니까."

레베카는 퉁명스럽게 말을 이어가는 나탈리아 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내 알겠다는 듯 입꼬리를 보일 듯 말듯 올리며 응했다.
두 사람 사이엔 잠시간의 적막이 흘렀다.
레베카는 안개에 가려진 숲속 너머를 바라보며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루드밀라에게 반가운 소식이라... 만약 그런 거라면 딱 하나 짐작 가는 건 있어.
안티엔바이. 루드밀라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찾고 있잖아."
"안티엔바이..."
"...나탈리아. 만약 언젠가 루드밀라가 안티엔바이를 찾기 위해 잠시 레지스탕스를 떠난다면, 넌 어떨 것 같아?"

레베카의 물음에 나탈리아 수는 주저하지 않고 곧장 답했다.

"루드밀라가 원한다면 뭐든 상관없어. 과연 내 의사가 중요할까 싶은데?
물론 세인트 혼을 가져간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두 발로 다닐 생각을 하니까, 벌써 눈앞이 캄캄해."

레베카도 이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랑 크게 다르진 않아. 루드밀라는 늘 누군가를 위해 나서곤 했으니까.
설사 안티엔바이를 찾아 떠나게 된대도 그 끝엔 분명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겠지.
루드밀라가 지키려는 건 우리한테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걸 테니까 기꺼이 보내주고 싶어."

레베카의 말이 끝나자 나탈리아 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정작 무슨 일로 간 건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미리 보내줄 연습을 하는 건가 싶어서."

나탈리아 수의 말에 레베카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그러네. 언제가 됐든 우리도 받아들일 준비는 하고 있어야겠지.
진짜 그런 날이 오면 많이 아쉬울 테지만 말이야."

두 사람은 아득한 숲속 너머를 바라봤다.
아직 안개가 드리워 희미하게 보였지만, 해가 떠오르려는지 이전보다 사방이 밝아졌다.

*

천계의 사절, 운 라이오닐은 루터와 루드밀라에게 황제의 명을 전한 후 황궁으로 복귀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그가 떠난 후에도 루터와 루드밀라는 숲속 어딘가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루터는 생각에 잠긴 듯한 루드밀라의 얼굴을 살폈다.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루드밀라의 마음 어딘가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루드밀라. 주제넘게 들릴 순 있겠지만 너무 마음 쓸 건 없네.
이 시점에선 어쩌면 단순히 생각하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
안티엔바이는 선계에 있고 선계로 향하는 실마리를 찾았다면, 향해야 할 곳은 하나로 좁혀지지 않나?"

확신에 찬 루터와 달리, 루드밀라의 시선은 땅을 향했다.

"물론 제게 이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겠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는 건 또 아니니까요.
게다가 선계에 두고 온 동료들은 제가 안티엔바이를 찾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쩌면 중천에서의 전투 이후 다들 최악의 상황을 맞았을지도 몰라요.
이대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채로 동료들을 마주할 순 없어요."

늘 차갑게 날이 서 있었던 루드밀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강인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그녀가 처음 내보이는 속내였다.
루터는 팔짱을 끼고선 루드밀라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들었다.
이내 크게 심호흡을 하고선 말을 이어갔다.


"루드밀라. 레지스탕스의 임무가 늘 성공적이었나?"

여느 때와는 달리, 루터의 눈빛에는 진지함이 서려 있었다.

"때론 임무를 실패하고 그러면서 동료들을 잃기도 했지.
물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게 가장 좋겠지.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누굴 탓할 순 없는 거네.
이곳에서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제국이라는 새로운 적에 맞설 때도, 언제나 옛 동료들을 떠올리며 이곳에 온 이유를 잊지 않았잖나.
자네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을 걸세.
함께 생각하고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을 테니, 고작 그런 이유로 작아지지 말게.
흠, 방금 이 말은 내가 생각해도 좀 멋있었던 것 같은데. 안 그런가? 하하!"

루터의 실없는 농담에 루드밀라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우린 모두 자네의 선택을 응원할 걸세.
그러니 오래 고민하고 편한 마음으로 결정하라고."

루터는 말을 끝내고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산등성이를 넘어 세인트 혼이 정박되어 있는 곳을 향해.
루드밀라도 곧 그 뒤를 따라갔다.
앞으로의 방향이 명확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이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진 건 확실했다.
뿌옇던 새벽안개는 점점 흐릿하더니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 속에 가려져 있던 해가 붉게 타오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참이었다.


선계

날씨
확인불가
박무

미세 좋음 / 초미세 좋음

이것은 선계에 관한 그 두 번째 조사 기록.
선계는 거대하며, 여러 지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임.
백해에는 타지역에서 오는 비공정들을 살피는 '흰 구름 감시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임
원래는 개방적이었으나, 오랫동안 교류가 없었기에 교류에 보수적일 가능성이 있음.
여기가 흰 구름 계곡이고, 여기가 흰 구름 등대야.

흰 구름 계곡? 등대?

앗, 베키. 또! 이것으로 두 번째 조사 기록을 마친다.



이것은 선계에 관한 그 세 번째 조사 기록.
선계에는 요기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임.
선계에는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요기는 이 음의 기운에서 파생된 부정적인 기운으로 보임.
요기의 영향을 받은 생명체를 요괴라 부르는 것으로 보임.
요괴는 폭력적이고 난폭하며, 선계의 마을과 비공정들을 습격한다고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주의가 필요해 보임.
베키! 자꾸 조사하고 있는 거 어지럽힐래? 순서대로 잘 정리해 둔 건데. 

칫, 요괴.

뭐? 방금 뭐라고 그랬어. 이것으로 세 번째 조사 기록을 마친다. 베키 너 이리 안... 




선계

날씨
확인불가
맑음

미세 좋음 / 초미세 좋음


이것은 선계에 관한 그 네 번째 조사 기록. 베키 님이 직접 하시는 기록이다.
마력이 풍부한 선계에서는 신수라는 영물? 뭔 뜻이지? 영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임. 어렵게도 써놨네.
신수는 '알'을 통해 태어나거나 특정 동물이 순도 높은 마력을 흡수해 신수가 되는 것으로 보임.
산처럼 거대한 신수부터 다람쥐만한 작은 신수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신수들은 선계인들과 서로를 도우며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임.  

베키! 녹음기 가지고 장난치면 어떡해.

요괴다. 도망쳐야 한다. 나는 신수들이랑 놀 거다.

너 잡히기만 해. 어휴 정말 못 말린다니까.





쉴 틈 없이


여기 계셨군요, 모험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꽤나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하지만 오늘 당신을 찾아온 것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모험가님도 들으셨겠지만 최근 공국 전역에서 대마법진과 관련해 이상 현상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공국민들 역시 불안감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스카디 여왕님께서 모험가님과 긴히 논의할 것이 있다고 하십니다. 괜찮으시다면 같이 시청으로 가시겠습니까?



헨돈마이어 시청에서 스카디 여왕을 만나기



<퀘스트 완료>
아, 모험가! 정말 오랜만이군요. 원래라면 그대의 무용담을 들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현재 그럴 수가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우선 어떤 일이 있는지 간략히 설명 드리도록 하죠.
이미 이야기를 들으셨겠지만 최근 공국 전역에서 대마법진의 붕괴로 인해 이상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분들께 연락을 취해서 협력을 요청드리고 있습니다.
이를 로바토 경이 수행하고 있었으나 어느 순간 연락이 닿지 않은 채 돌아오지 않고 있어요.
본래라면 병력을 투입하여 찾는 것이 옳지만 현재 제국이 저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탓에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괜찮다면 모험가 당신이 확인해줄 수 있을까요? 



은밀한 만남


항상 당신에게 신세를 지는군요. 고맙습니다.
로바토 경이 마지막으로 향했던 곳은 엘븐가드 쪽이에요. 우선 로바토 경의 소재만 파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란플로리스에서 나이트 로바토의 행방을 파악하기



스카디의 부탁이라...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여기야, 여기!
오랜만이야! 로바토...경.
으으, 이번에 만난다면 스카디처럼 우아하게 인사해보려 했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입에 안 붙네.
하하, 아닙니다. 편하게 부르시죠. 섀넌 님. 저도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군요.
그러게, 잘 지냈지? 그리고 스카디도...
네, 여왕님도 잘 지내고 계십니다. 직접 만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 하셨습니다.
에이, 뭘 새삼스럽게. 서로 일이 있으니 못 만난 것 뿐인데.
그런데 로바토, 너 예전보다 훨씬 더 늠름해진 것 같다?
과찬이십니다. 아직 섀넌 님을 따라 잡으려면 한참을 더 수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요즘 내가 느끼기엔 경험이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말이지.
섀넌 님과 비교했을 때,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겸손하기는. 그건 그렇고 요즘 뭐하면서 지냈어?
최근 공국 내 대마법진이 붕괴되며 이상 현상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습니다.
현재는 섀넌 님처럼 이상 현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고 있었죠.
설마 내 이름이 벨 '마이어' 공국이랑 똑같다는 이유로 도와 달라는 건 아니지? 하하...
섀넌 님께 드리려는 제안은 조금 다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만나자고 요청을 드린 것이었죠.
농담이야, 농담.
대마법진 붕괴에 따른 이상 현상이라... 공국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는데.
그렇군. 사실 그동안 공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스카디가 먼저 연락한 적은 없었는데... 꽤 큰 일이 있었구나 싶긴 했어.
사실 섀넌 님께 예전에도 몇 번 도움을 요청 드리려 했으나 그때마다 연락이 닿지 않더군요. 혹시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었지. 우선...
섀넌 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로바토, 너도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이곳에 제국 병사들이 있다니...)
멈춰라, 제국 병사들이 공국 영토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런, 자료들만 챙겨서 얼른 후퇴해라!
그렇게는 안되지.
이봐, 지금이라도 여기 왜 왔는지 말한다면...
시끄럽다!
로바토.
말씀하시죠, 섀넌 님.
그동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물어봤잖아?
수쥬에서 도장을 차린 후, 홀로 모험을 떠났었어. 꽤 오랫동안 말이지.
그러던 중 제국 병사들이 어린 아이 몇 명을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걸 우연히 목격했었어.
녀석들을 제압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이상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
그때부터 제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혼자 조사하기 시작했고...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
하지만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고 모든 것을 혼자 조사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어.
방금처럼 제국 병사들이 이곳에서 무언가를 빼돌리려는 것은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에이, 심각한 표정은 안 지어도 돼. 말은 이렇게 해도 조사는 계속 해야지.
아, 물론... 가끔은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모험이나 떠날걸 그랬나 생각도 들긴 해. 그 유명한 모험가처럼 말이지.
(모험가님에 대한 이야기라...)
섀넌 님도 모험가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하나로 모인다? 사실 난 그런 건 관심 없긴 한데... 모험가라...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긴 하네.
충분히 만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이제 여왕님의 제안을 말씀드릴 차례군요.
나이트 로바토는 스카디 여왕이 섀넌 마이어에게 부탁한 임무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역할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안은 마음에 들어. 뭐, 그동안 스카디에게 졌던 빚도 갚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리고 모험가라... 흥미롭네.
그렇다면 여왕님의 제안을 수락하시는 것으로 전달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섀넌 님이 제국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조사하던 것은 여왕님께 말씀 드린 후 제가 이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말이야...



로바토!
모험가님이 이곳에는 왜...
우선 같이 나가시겠습니까? 자세한 내용은 천천히 이야기하시죠.



<퀘스트 완료>
그렇군요, 모험가님도 들으셨지만 이상 현상과 관련해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임무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보고를 드리지 못했는데 여왕님께서 걱정하고 계셨군요. 자세한 것은 제가 여왕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모험가님을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조금 미뤄야겠군요.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찾아뵐 테니 모험가님의 새로운 무용담을 들려주시죠.
그럼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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