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의 최후

희망을 품고 젤바로


장난치러 가는 게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도를 처치할 수도 있는 일이다. 너희가 루크에게 대적할 수 있겠느냐?
…그건 자신이 없지만, 카시야스 님! 저는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요. 한 사람이 짧은 시간 내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말았어요. 그건 대체…
당연히 루크의 힘이 가해졌겠지. 제정신으로 그렇게 변할 리가 없지 않나.
……
…언니.
…알겠어요. 제가 방해가 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이곳도 지켜야 하고…
모험가님. 혹시 죽은 자의 성에서 아슬란 아저씨를 다시 만나시게 되면,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는 건지 물어봐 주지 않으시겠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부탁이 뻔뻔스럽다는 건 알고 있어요. 피피에게도 미안하고… 하지만 그 아저씨 덕분에 저희가 지금 여기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도저히 저대로 놔둘 수 없어요.
아… 고맙습니다. 모험가님. 정말로 고마워요.
그럼… 폰. 당신은 어쩔 건가요? 루크를 쓰러뜨리게 될 수도 있어요. 당신도 내키지 않잖아요? 차라리 고향에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끼잉… 저도 길드원인걸요. 물론 꺼려지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리고 제가 없으면 돌아가는 길이 한참 걸릴걸요?
모험가님이 싸우시는데 제가 놀고만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샛길이나 휴식 지점까지 파악해 놨어요. 지금은 센트럴파크와 죽은 자의 성 사이의 길을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에헴.
훗. 그렇군요. 제가 괜한 소리를 했네요. 자, 모험가님. 이제 출발하도록 해요.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 주어야죠.



젤바로 돌아가서 헌터 폰에게 말 걸기



<퀘스트 완료>
으와와. 길은 다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엄청난 강행군이었어요… 다음에는 빠른 길이 아니라 걷기 편한 길을 중심으로 체크해 놔야할지도… 끼이이잉…
그나저나 죽은 자의 성은 전에 올라갈 때보다 훨씬 무서운 분위기가 되었네요. 루크 님…



서둘러 루크에게로


돌아오셨군요. 그럼, 루크의 봉인을 풀 방법을 찾으셨다는 겁니까?
그래요. 루크는 어떻죠?
루크는 여전히 침묵 중이지만 검은 악몽의 기운이 더 심해졌습니다. 이쪽으로도 흘러나오기까지 해서 긴급히 막아두긴 했습니다만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모두가 모험가님이 돌아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천계는 물론 아라드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부디 서둘러 주십시오.
오자마자 미안하지만 쉬게 할 시간은 없는 것 같다.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루크를 막아줘.



파급의 성소로 들어가서 루크의 봉인을 풀기



<퀘스트 완료>
자신을 지키기 위한 봉인이 자신의 힘에 의해 깨지는 것도 의미심장하군.



지원군 참전


네가 케이트에게 다녀오는 동안 루크의 부하 놈들도 방비를 철저히 했을 거다. 그렇지 않나, 힐더?
그렇습니다. 모험가님의 준비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혼자서는 루크에게 갈 수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장치가 그에게 에너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흠. 그럼 그걸 죄다 부숴버리면 되는 건가.
카시야스 님이 나서면 금방 해결되겠지만 이 이상 우리가 간섭할 수 없습니다.
젠장. 빌어먹을 규칙이로군.
모험가님. 케이트가 준 구슬 안에 루크의 빛이 약간 남아있습니다. 그 양이라면 검은 악몽 속에서 다른 이들의 몸을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일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돕는 이들에게 가서 조력을 요청하세요.



자기 진영의 리더에게 가서 힐더의 말을 전하기



<퀘스트 완료>



빛의 제단





하이람과 함께 빛의 제단를 탐색하기



제국군은 왼쪽으로 갔으니 우리는 오른쪽이로군. 나중에 합류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데.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좀 걱정되네요. 이 장치, 나갈 때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거겠죠?
그러길 바라야지… 어? 이건 뭐지… 에너지 측정기가 고장난 것 같은데. 이걸 고장낼 정도로 고순도의 에너지로 가득 차있었다니… 도대체 루크는 얼마나 에너지를 모은 거지?



네놈인가. 감히 루크 님을 방해하러 이곳까지 오다니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어!
윽… 저놈은 뭐지? 살아있는 건가? 마치 로봇이나 다름 없는 것 같은데.
설득? 그런 걸 하겠다고? 아… 그래. 한번 해봐. 안 싸울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은 거지.
니우? 그 어린 계집애 말인가. 그놈은 내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다. 나의 모든 혼은 루크 님이 가져가셨으니 과거의 동료라고 해도 방해가 되면 처단할 뿐이다.
그렇다. 날 막고 싶으면 너희도 루크 님의 종이 되거나, 나를 죽여라!!



<퀘스트 완료>
루크 님... 루크 님! 이 빛의 에너지는 모두 가공이 끝났습니다.
부디 이 에너지를...
에너지가 안쪽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어! 루크에게 보내는 건가?
크흐... 루크 님은 더욱 강해지실 것이...다...

이 녀석은 문지기였군. 루크의 봉인을 풀 힌트를 갖고 있던 케이트를 죽이려 했던 것도, 여기서 우리와 싸운 것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던 거야.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에너지를 루크에게 보내기 위해 안쪽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는 거야. 문을 여느라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군.
어쩔까요?
…돌입한다. 까짓것 죽기밖에 더하겠어.
까짓것이 아닌데요…
우는 소리 그만하고. 가보자.




어둠의 제단


여긴 뭐지. 아까와는 분위기가 정반대인데. 아까가 빛이라면 이곳은 어둠인가. 정말 극단적이군.
한 사람이 빛과 어둠을 다 가지고 있다니 신기하네요.
흔히 빛은 선, 어둠은 악이라고 말하지. 하지만 루크는 둘 다 가지고 있어. 마계에서는 숭앙받지만 여기서는 제거 대상인 걸 생각하면 정말 명확하게 그 자신을 보여주는 것 같군.
이, 입장이 다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걸까요?
입장이 다르면 하나의 현상이 선이 되거나 악이 되겠지. 하지만 난 신경 안 써. 저놈이 마음에 안 드니까 치우러 가는 거지. 안 그래? 천계가 지 장난감인 것처럼 갖고 노는 놈을 놔둘 수 없어.
이곳도 치열한 싸움이 될 거 같군. 그만큼 루크에 가까워졌다는 뜻일 테니 힘내서 가자고.



하이람과 함께 어둠의 제단를 탐색하기



음… 어느 쪽이려나.
나눠서 갈까요?
그래야 될 거 같군. 적지에서 전력을 나누는 게 불안하지만 제국군의 지원을 믿고 가보자. 허크, 네가 애들 잘 책임져라. 전처럼 소란 일으키지 말고.
예입. 그런데 제국군은 어디 있는 겁니까? 여기 들어와서 전혀 안 보이는데요.
몰라. 찾아봐. 통신도 안 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무책임해…



얼레. 모험가 아냐. 여기서 만나는군. 무사해?
제국의 기사 단장인가. 왜 혼자 있는 거지?
아아. 너무 위험할 거 같아서 퇴로 확보나 하고 있으라고 했죠. 어차피 모험가하고는 만날 거 같아서 말이죠.
그나저나 이 앞은 지독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들어가기 싫을 정도인데… 에밀리랑 노닥거리고 싶다.
……
왜 그래? 앞으로 가자고.



멈춰라. 너희들은 루크 님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 것이냐?
네 주인이 천계와 아라드를 멸망시키려고 한다. 볼일이 뭔지는 뻔하지 않나?
루크 님이 너희를 들어오게 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직 그분께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난 너희를 막겠다.
죽인다는 게 아니라?
물론 죽일 생각으로 싸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도가 편을 들고 있으며, 안톤마저 쓰러뜨린 모험가를 나 혼자 죽일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쁘군! 이 싸움은 내게 있어 최강의 적과 싸우는 자리가 되겠지! 이 기회를 주신 루크 님께 감사를! 여기까지 죽지 않고 와준 너희에게도 인사를 하마!
멋진걸. 적이여서 아쉽군. 정정당당하게 1 대 1로 싸우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모험가, 가자. 루크는 지금도 시시각각 강해지고 있어.



<퀘스트 완료>
후후… 나를 버리고 악마와 계약을 했어도 아직 내 검이 올라갈 경지는 멀고도 멀었던가. 이래서야… 이 성의 주인이 되겠다는 욕심도 그저 허튼 꿈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알겠군.
내게 주어진 시간은 끝났다. 그리고, 루크 님의 준비도 끝났다. 이 앞에는… 내가 쓰러뜨리지 못한 헤블론의 왕이… 너희를……

안쪽으로 가는 문이 열렸군. 루크가 막지 않는다는 건 정말일지도. 근데… 저 녀석은 뭐야? 모험가. 너랑 아는 사이냐? 아까부터 졸졸 쫓아오던데.
…어! 어? 베키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너! 눈이 혹시 뒤에 달렸냐?
어린애? 저게 메릴 박사님이 말한 그 호문쿨루스인가. 흐음. 관심이 생기는걸…
베아라까지 쓰러뜨리고… 정말로 루크 할아…, 루크 님하고 싸우러 가는 거냐? 죽을걸?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너희가 죽을걸!
가만히 있다가 죽는 것보단 낫잖아. 왜? 너도 방해하려고 나온 거야? 싸울래?
바보야.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넌 왜 남이 한 적도 없는 말을 하면서 싸우려고 하냐? 미쳤냐?
……으으. 에밀리. 나 지금 가슴이 아파…
……결전의 분위기가…



루크의 실험실로


제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나을 수는 있는데 이래 봬도 기사라 말이죠. 외견이 어린애라 좀 그렇군요.
루크 님한테 가고 싶어도 지금은 못 가! 멍청아! 지금 이 안으로 들어갔다간 죽을걸! 그것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지? 확실히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무지 싫긴 한데…
그 꼬마 말이 맞다.
우왓. 깜짝이야… 어, 설마…
안심하세요. 우리는 적이 아닙니다. 저는 힐더, 저분은 카시야스입니다. 당신들이 루크가 닫아놓은 문을 열었기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 앞은 루크의 검은 악몽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당신들이 가진 조그만 빛만으로는 이 앞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겠군요. 들어갔다간 검은 악몽에 짓눌려 마음을 빼앗기고 말겠죠.
설마 여기까지 와서 작전이 실패라는 건가?
힐더가 모험가에게 건 가호 정도는 돼야 버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힐더로서도 모험가 하나를 지키는 것도 벅차다.
모험가 혼자? 그건 너무 위험한데.
사도를 죽이겠다고 온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죠. 그리고 걱정 마시길.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루크와 싸울 수는 없지만 그와 대면하여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나도 가도록 하지. 여기까지 왔는데 멀찍이 서서 귀나 쫑긋거리고 싶지 않거든.
어휴. 이 꼬마랑 여기서 탱자탱자 놀고 있어야 해? 폐하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누가 너랑 놀아준대? 아까부터 왜 헛소리냐?
……
마계에서 태어난 호문쿨루스. 너는 루크에 의해 개조당하여 긴 세월을 이곳에서 살아왔지. 이 싸움이 끝나면 넌 오직 너 하나로서 살 수 있다.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마.
……시끄러워. 나한테 천년만 더 있었어도 루크 님보다 세져서 너네를 막았을 거야!
패기 한번 좋군. 자, 모험가. 앞장 서라. 루크가 기다리고 있는 게 느껴지는군.



솔리움 마키나에서 루크를 찾아가기



사도까지 대동하고 나를 찾아오다니. 과연 내 성에 들어와 행패를 부릴 배짱은 거기서 나왔나 보군.
흠. 이게 루크의 목소리인가. 벙어리 노인네가 입을 열어봤자 말할 수는 있을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의사 소통은 되겠군.
루크. 쓰잘데기 없는 짓은 그만둬라. 검은 악몽으로 그만큼 배를 채웠으면 이제 멈출 때도 되지 않았나?



아직까지도 이따위 인형 놀이를 할 셈인가. 하지만 이제 대신 내보낼 부하가 더 없나보지?
준비는… 모두 끝났다.



<퀘스트 완료>
내 성까지 납시다니 어지간히도 할일이 없는 것 같군… 싸움을 찾아다니는 것도 질렸나? 아니면 이제 얌전히 잠잘 곳이 필요한 거냐.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모르겠군. 죽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딴 짓을 하면 너를 죽이려 드는 놈들이 더 많아질 거다. 왜 스스로 적을 만드나? 멈춰라. 멈추지 않으면 나도 적으로 돌리게 될 거다.
카시야스… 싸움만 쫓아다니는 놈이 왜 나서는 거지.
다른 사도들이 허튼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은 건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지. 시로코가 날뛴 덕분에 실력자와 반푼이를 걸러낼 수 있었고, 다른 놈들 덕분에 모험가를 알게 됐지.
그 정도의 행패라면 오히려 환영한다.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거든. 그런데 넌 도를 넘었어. 아라드를 멸망시킨다고? 내 심심풀이를 없애서 날 심심해 죽게 만들 셈이냐?
그런 하찮은 이유 때문에 나를 방해하는 것이냐. 힐더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물론이다. 내 검이 녹슬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자, 루크. 다시 묻겠다. 아라드를 정말로 너 혼자만을 위한 제물로 삼아 꿀꺽 삼킬 테냐?



사도 루크


우습군. 그렇게 이를 갈아봤자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사도는 사도를 죽이지 못한다. 힐더. 너도 직접 손을 쓸 수 없어서 여기까지 모험가를 친히 안내한 것이 아니냐.
그래. 나는 그런 꿈을 꾸었다. 누군가에 의해 죽는 꿈을 계속 꾸었다. 헤블론을 떠난 후, 나는 내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기 때문에 몹시 두려웠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예언을 극복하였다. 너는 나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계획을 세워두었다. 남은 것은 바뀐 미래를 현재로 만드는 것이다.



돌아가는 황녀


이상하잖아요. 아바마마가 저를 이런 타이밍에 불러들이실 리 없어요. 누군가 저를 음해하기 위해 수를 쓰는 거라고요.
화가 나신 건 이해합니다만 틀림없는 폐하의 명령입니다. 황녀님. 진정하시고 채비를 차리시지요. 그렇게 화내실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화를 낼 일이 아니라니요, 발슈테트 경! 마계까지 가서 방해물을 없애고 이제야 마계 탐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 제가 여기까지 온 목적이…
황녀님은 천계와 동맹 관계를 맺고 양국의 우호를 다지기 위한 사절로 오신 거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사실 황녀님이 루크를 조사하고 마계에까지 가는 것은 황녀님께서 하실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폐하는 황녀님의 의지를 높이 사셨고, 또 신뢰하셨기 때문에 이런 막중한 책무를 맡기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훌륭하게 수행하셨지요. 이 부분은 거짓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국의 황녀를 이런 먼 땅에 오래 둘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어린 황녀님이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폐하께서는 차마 무시하실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유학을 오신 것도 아니고 타국에 이렇게 오래 계셔서는 자칫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이해해 주십시오.
하지만…
황녀님. 황녀님의 공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돌아가시지요.
아니… 하지만 꼭… 이렇게 허겁지겁 돌아가면 도망치는 거 같잖아요. 우리가 이겼는데…



황녀 이자벨라에게 가서 말 걸기



<퀘스트 완료>
……아아. 당신한테도 안 좋은 꼴을 보였군요. 너무 흥분했나 봐요. 부끄러운걸요…
괜찮아요. 아바마마 명령이라면 돌아가야죠, 뭐… 당신과 계속 모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게 됐네요…
아아.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마계에서는 정말 힘들고 마음도 급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제 첫 모험인지도 몰라요. 아니, 첫 모험이었어요.
새로운 곳을 탐색하는 즐거움. 두근거림. 당신은 그런 설레임 때문에 모험을 하는 거였군요. 전에는 잘 몰랐지만 이제는 당신의 마음도 이해가 가요.



유르겐의 장담


황녀님이 많이 아쉬우신가 봅니다. 하긴 떠나보내는 저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황녀님 덕분에 합동 조사가 성사되었고, 그 결과 천계의 적이 쓰러졌으니까요.
물론 모험가님의 공로 역시 대단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천계 역사에 남아 영원히 회자될 것입니다. 영웅으로서 말이지요.
모험가도 이곳에 있었군. 잘 됐어. 유르겐 공과 함께 할 이야기가 있으니 같이 들어주지 않겠어?



유르겐에게 가서 이야기를 듣기



<퀘스트 완료>
사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거군.
루크가 죽은 게 확인된 시점부터 힐더와 카시야스 두 사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모험가라면 혹시 그들의 행방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모른다고? 너한테 말도 없이 사라졌다는 건가. 신출귀몰하군. 같이 축배를 드는 건 바라지 않지만 그렇게나 영향이 큰 인물을 놓치고 있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데…
게다가 저 성은 왜 없어지지 않는 거지? 주인이 죽었으면 무너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군… 그럼 이대로 마계와 천계가 계속 이어진 채로 지내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마계에 있는 다른 위험한 자들이 또 천계를 넘보는 일도 일어날 수 있겠군… 이거 참. 걱정이야.
아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황녀님은 보고를 믿지 못해 사람을 따로 보내서 뒷조사를 시켰습니다. 이거 참. 황녀님을 구하기 위해 싸웠는데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군요.
황녀님이 아직 미숙하시어 기대에 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직 섭정의 인장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지. 걱정말게. 천계는 내가 바로잡을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네. 황녀님이든 이글아이든 상관 말고 전에 말했던 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네. 어차피 흐름에서 비껴나간 자들은 구제할 수 없어.
물론입니다.
모험가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험가님이 목숨을 걸고 지켜주신 이 천계는 쉬이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아젤리아는 어디로


어… 모험가님. 혹시 아젤리아 님을 보지 못하셨어요? 황녀님쪽이 소란스러워서 잠깐 보러 갔다가 돌아가니 안 계시네요. 바람을 쐬러 가신 건가?
아무래도 생각이 복잡하실 테니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 괜히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서요… 죄송하지만 같이 찾아봐 주시면 안 될까요?
아참, 모험가. 죽은 자의 성 안으로 누군가 들어간 것 같던데 네가 대신 데리고 나와주지 않겠어? 우리도 여기 수습하고 보고하느라 여력이 없어서. 그럼 부탁한다.
어… 어쩌면 아젤리아 님이려나요? 죽은 자의 성에 가실 일은 없을 텐데… 거기서 루크 님이 남기신 문서라도 찾아보시려는 걸까요?



죽은 자의 성에 가서 아젤리아를 찾기(해당 퀘스트를 완료하면 아젤리아 NPC가 사라집니다.)



방해할 셈이냐. 네놈 때문에 멸망의 위험이 커졌거늘…
죽여라! 모험가를 죽여라!
?!



!!
사도 따위를 감싼 대가다. 아젤리아 로트



<퀘스트 완료>
아… 모험가님… 콜록콜록… 꿈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제 눈앞에 있는 것이… 환상은 아니겠지요…?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



안녕 아젤리아


도대체 아젤리아가 어딨든 말든 내가 왜 찾아야 하는 거야? 감이 안 좋으니 찾으라고 하는 건 과학자에 대한 모독… 어? 모험가. 그건…
……
……아젤리아…?
앗, 모험가님. 돌아오셨… 어? 어어?! 아젤리아 님? 아젤리아 님!!
비켜! 방해하지 마! 모험가! 빨리 이쪽에 눕혀! 뭐하고 있어!



로이에게 가서 말 걸기



<퀘스트 완료>
맥… 맥이 안 뛰어. 피…는… 뭐야. 벌써 피가 굳어버렸잖아… 아, 아냐. 아직 안 늦었어… 심장이 멈추면 전기로 충격을 주면…
잠깐만. 야! 비키라고! 네가 달라붙으니까 처치를 못하겠잖아! 야이, 멍청한 왈가닥아! 사람이 말을 하면 들으라고…
흑… 흐흑…
……
흐윽… 아젤리아 님이 어쩌다가… 모험가님. 뭐 들으신 것 없나요?
네? 그, 그림시커요? 설마… 설마… 루크 님이 죽은 것에 책임을 물어서? 그래서 아젤리아 님을?
뻔한 얘기 시끄럽게 중얼거리지 말고 수건이나 가져와서 피나 닦아줘! 난 아젤리아가 이런 모습으로 죽는 건 싫다고!
분명 소륜 쪽 녀석들이 저지른 걸 거야. 젠장, 젠장, 젠장! 또 내가 없을 때 죽어버렸어…
아저씨…
……
…모험가님. 고마워요. 아젤리아 님의 마지막 말씀을 들어주셔서… 저희에게 데리고 와주셔서 고마워요. 흑…



흩어지는 사람들


모험가님이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런 끔찍한 일이… 그렇게 따뜻하던 분이셨는데…
아젤리아 님이 자신이 이끌던 집단에 의해 살해되시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그림시커는 왜… 왜 이런 슬픈 방법을 택한 걸까요…
이봐. 모험가. 그림시커의 리더가 죽었다는 게 정말이냐? 쉽게 죽을 여자가 아닐 텐데 어쩌다가 죽은 거지?
…내분이라고? 단장놈한테 보고를 해야겠군…



하츠를 따라가 대화를 듣기



<퀘스트 완료>
단장. 그림시커의 리더가 죽었다. 내분인 것 같더군.
엉? 어쩌다가? 골치 아프네… 아젤리아가 죽은 건가. 그림시커도 이제 갈 데까지 가겠다는 건가. 어차피 얼마 안 갈 관계라고는 생각했지만 저런 식이라면… 아 몰라. 폐하가 알아서 하시겠지 뭐.
아는 게 뭐냐, 대체.
아는 거? 아이언울프는 젤바에 남아있을 거라는 것 정도?
뭐?
그리고 난 개별 행동. 하하, 애들 잘 부탁해! 부단장님!
적진에 직속 부하들을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적진이라니. 동맹국인데. 천계인이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젠장. 이렇게 독단적으로 굴 거면 단장인이나 넘기고 가라.
진짜? 오오, 안 그래도 잃어버릴까 봐 신경 쓰였는데 잘 됐다. 맡아줄 거지?
넘기지 마! 하아아… 대체 단장이 단원들을 버리고 어디 가겠다는 거냐?
그야 당연히 에밀리 보러 가지. 에밀리가 천계에서 선물 사오라고 했단 말이지. 뭘 사가야 좋을까? 응?
…거짓말.
응? 갑자기 웬 거짓말? 내가 좀 매력적인 남편이긴 하지만 아내가 뭘 더 좋아할지, 뭘 사가야 그걸로 날 후려패지 않을지 고민하는 건 너무 힘든 시간이라고.
…뭐? 에밀리가 죽은 걸 어떻게… 헤에.
에밀리가 죽었다는 얘기는 황녀님밖에 몰랐을 텐데 어째서 네가 알고 있지? 제국에 있는 우리 집에 갔다왔을 리는 없고, 황녀님이 말씀하셨나?
에밀리가 죽었다고? 언제?
……됐어. 그 얘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잖아.
뻔질나게 아내 얘기만 하던 단장의 아내가 사실은 죽었다는 걸 알게 돼서, 단원들이 너에게 가질 불신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나?
그럼 내 얘기를 사사건건해야 하나? 평소 모습 보여주고 싶어서 허세 부린 거라고 치라고. 정 불만이면 날 못 믿을 놈들은 돌아가고, 날 믿을 놈들만 남겨. 그러면 되잖아?
반 발슈테트. 제국 안에서라면 그런 말을 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타국의 변방이다. 행여라도 부하들이 듣고 오해할 말은 하지 마라.
젠장. 맨날 버럭버럭 욕하더니 왜 오늘따라 침착하게 반박하는 거야? 평소대로 해야 '또 싸우네?'하고 넘어갈 거 아냐. 내가…
아, 이 얘기는 그만해. 내 손으로 묻어주지도 못했다고. 그만.
……
아무튼 개인적인 용무가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크루거 부단장.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알겠다. 명령을 따르도록 하지.
그럼 모험가. 잘 지내라. 다음에 또 보자고.



황녀 에르제의 부탁


모험가. 황녀님이 통신을 보내셨네. 직접 얼굴을 보고 하실 말씀이 있는 모양이니 찾아가 뵙는 것은 어떤가?



황녀 에르제와 만나 이야기를 듣기



<퀘스트 완료>
어서 오게. 그대가 이번 일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사실은 크게 놀라지 않았네. 그대라면 성공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정말로 큰일을 해냈네. 고맙네.
오랜만에 그대를 보니 듣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군. 여봐라. 천계의 영웅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 물러가도록 해라.
나인들
네. 물러가겠사옵니다.
…이제야 단 둘이 되었군. 실은 짐이 그대를 부른 것은 인사를 하기 위해서만이 아닐세. 그대 앞이기에 밝히네만, 짐, 아니 겐트는 이번 일… 죽은 자의 성에 얽힌 일련의 과정을 잘 알지 못하네
합동 조사단의 리더인 유르겐 공이 정보를 독점하고 거의 보내지 않았기 때문일세. 이를 눈치챈 메릴 박사가 대장군과 사적으로 아는 사이라 조금씩 정보를 주었네만 그것도 차단되어 버렸지.
정확하게는 그녀가 보낸 데이터가 깨어져 쓸 수 없게 됐었네. 그것도 중요한 정보만 교묘하게. 마치 루크의 영향 때문에 간섭을 받은 것처럼 보였지.
그래서 사람을 보내어 직접 보고서를 받아오게 시켰네. 메릴 박사가 위험을 감수해 준 덕분에 모르던 사실도 알게 되었지. 그러나 박사 역시 이번 일의 중심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
모험가. 그대가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네.



케이트에게 보고하다


그렇군. 그대의 이야기를 들으니 막혔던 것이 풀리는 기분이야. 일이 그렇게 진행되었던 거로군. 말해주어 고맙네.
해안수비대… 짐은 그들에게 죽은 자의 성 조사를 명한 일이 없거늘, 어찌 이리도 멋대로 군단 말인가. 대놓고 짐을 무시하고 있군.
허나… 어찌해야 좋은가. 그들이 무시한 것은 짐뿐이고, 천계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 그들이 지난 전쟁에서 세운 공을 생각하면 함부로 대할 수가 없어.
유르겐 공 역시 아직도 섭정직에서 내려오고 있지 않지. 짐이 '황녀'기 때문에 아직 섭정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있어. 그가 짐을 황녀로 추대한 명분과는 행보가 너무 달라…
…아니지. 중요한 때에 납치를 당하여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짐이 할말은 아니겠지.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생각을 하여 움직이고 있으니 짐이 할일은 지금처럼 천계를 부강하게 만드는 일뿐이야.
미안하네. 짐이 궁궐 속에만 지내며 걱정만 하다보니 과민해졌던 모양이야. 바람을 쐬고서 다시 생각해 보겠네.
그나저나 마계의 케이트라는 마법사가 이번 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그대가 짐 대신 가서 인사를 전해주지 않겠나? 불러놓고 다시 먼길을 보내어 미안하네만 부탁하네.



센트럴파크로 가서 케이트에게 말 걸기



<퀘스트 완료>



앞으로의 길





붉은마녀의 숲에서 카시야스를 찾아가기



늦었군.



<퀘스트 완료>
힐더는 네가 자신을 거북하게 여기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도이며, 너는 뛰어나다고는 하더라도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지.
그간 그녀의 눈에 들었던 자가 설마 너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네가 누구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쓸모가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버려질 것이다. 루크처럼 말이지.
힐더의 계획이 무엇인지 난 모른다. 신경 쓰지도 않는다. 다만 너는 나와 입장이 다르다. 살고 싶다면, 쓸모가 없어져서 버려지고 싶지 않다면 그녀의 계획을 알아내라.
그녀가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원하는지 속속들이 알아내라. 그것이 네가 살길이다.
살아남아라. 시련을 이겨내라. 더욱 강해져라. 카인과 겨루기 전에 베어낼 상대가 네가 되길 바라고 있겠다.


[정복자] 틈
글: 月 / 그림: Lazaroos

“어리석다, 어리석어”

아득한 진공 상태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히는 귓가에 전해지는 소리가 아닌, 머릿속을 울리는 이명과도 같은 소리였다.

“거짓된 빛에 가려 한 치 발밑의 진실도 보지 못하는구나.”

카시야스는 미간을 모은 채 웅웅거리는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잉크가 물에 번진 듯, 뙤약볕 아래 아른거리는 아지랑이처럼 흐릿한 존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크?”

보랏빛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눈 앞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어렴풋하게 보이는 형체로 그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카시야스는 루크로 짐작되는 존재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며 허리춤에 꽃인 검 손잡이로 손을 옮겼다.
그는 죽었다. 검은 악몽으로 가득하던 죽은 자의 성 안에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으며, 희미하게 전해져 오던 사도의 기운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눈앞에 저것은 무어란 말인가? 이것은 꿈일까? 자신이 꿈이란 걸 꾸던가?
의심스럽게 흐릿한 존재로 다가갈 때쯤, 그 존재는 보랏빛 연기와 함께 사라지며 반대편에 다른 존재가 안갯속에서 일렁이며 형체를 갖추었다.
그 존재를 향해 돌아선 카시야스는 확신했다. 이것은 꿈이다.
매사가 생과 사를 오가던 에컨에서부터 수면을 취하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된 그에게 휴식이란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 이상의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 앞에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의 검으로 숨을 거두었던 그 존재는 루크에게 조종당하던 모습이 아닌, 먼 옛날 에컨에서의 그때처럼 당당하고 존재감 넘치는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친우여, 자네가 찾던 신념의 답은 찾았는가?”

숨이 턱 막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바라보는 야신의 시선에 어깨 위가 짓눌리듯 무거워졌다. 스스로도 계속 의심하고 되뇌던 질문. 그것을 자신의 오랜 친우이자, 경쟁자, 그리고 이제는 기억 속의 부산물이 되어버린 그에게 듣자 마음이 어지러웠다.

“찾을 때까지 검을 휘두를 것이네.”

자신에게 읊조리는 다짐이었다. 망령이 되어버린 기억의 조각에게 답하는 것이 아닌.

“그 검 끝이 향하는 곳은 어디인가?”

나지막하게 건네는 목소리가 마치 꾸짖는 것처럼 들렸다. 평생을 자신의 검 앞에서 부끄럼 없다 생각했지만 담담한 그 어조에 괜스레 벌거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방향을 정하고 검을 휘두르지는 않아. 그저 검이 부딪히는 곳으로 휘두를 뿐.”

변명처럼 내뱉은 말에 카시야스의 입안이 썼다. 하지만 스스로 걸어온 길이 잘못되었다고는 추호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카시야스의 답에 야신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와 함께 또다시 무너지듯 연기가 되어 사라진 형체. 그 뒤로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흐릿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계에 당신이 필요한 겁니다.”

차분한 얼굴 뒤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는 여인.

“난 누군가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 거기에는 마계도 포함이야.”

힐더와 잠시 뜻을 같이한 것도 그저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였을 뿐, 그녀와 같은 대의명분 따위를 검에 새겨 두지는 않았다. 그것은 반대로 말하면 검 끝을 향하는 것이 마계도, 힐더도 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웃었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물론이지요.”

저 의중을 알 수 없는 말들이 가끔은 그의 팔다리를 옭아맸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무기력한 나방이 된 것처럼. 그가 뭐라 입을 떼려는 순간 그녀 또한 연기와 같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웅웅거리는 이명 음은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그 소리는 노인의 목소리인 듯, 여인의 목소리인 듯, 또는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로 혼란스럽게 엉켜 들었다.


“불쌍하다, 불쌍해.”
“가엾은 날붙이 같으니…”
“이것만은 기억…”
"찾는 것은 뒤집혀진 성 아래에…"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목소리, 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들이 허공을 맴돌았다.

“세상을 투영하는 눈...”
“그들이 지키려는 것.”
"그것에 다다를수록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

정신없이 쏟아지는 목소리들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뒤집혀진 성이니, 투영하는 눈이니 따위는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은 머리를 울리는 이 끔찍한 목소리에서 해방되고 싶을 뿐, 웅웅거리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미간을 모은 채 두 눈을 감고 있던 카시야스는 번개 같은 동작으로 검을 내리그었다. 그러자 목소리가 잦아들며 어둡고 뿌옇던 공간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을 뜬 카시야스는 가부좌를 튼 자세 그대로였다. 좀 전에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귓가에는 여전히 머리를 울리던 조각난 말들이, 야신이 건넨 질문이 맴돌았다.
부숴진 성 패드릭 성당 잔해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카시야스는 한동안 굳어진 듯 일어날 줄 몰랐다.


“떠나시는 건가요?”

센트럴파크에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한 케이트의 말이었다.

“어차피 허울 좋은 계약 관계였을 뿐, 제대로 싸우게 해준 적도 없지 않나.”
“제가 카시야스님의 손을 빌릴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래… 어쩌면 네 제자들도 이제는 내 분신의 도움이 필요 없을지 모르겠군.”

케이트는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아이들입니다.”
“너나 내 손을 탈 일도 얼마 안 남았을 거야.”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만 부탁드릴게요.”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콧바람 소리가 들렸지만, 무언의 긍정에 가깝다는 걸 케이트는 알고 있었다.

“아라드로 가시는 건가요?”

카시야스는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자의 성에서 느꼈던 뚜렷하지 않지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미약한 기운. 그 것이 시발점이 된 것이리라.
그것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신경에 거슬리는지, 희미하게 느껴지는 옅은 기운만으로도 왜이리 강렬하게 이끌리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어쩌면. 머릿속의 존재들이 읊조린 자신이 찾는 것이라는 게 그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목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지, 왜 그들이 자신에게 그러한 메시지를 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갑갑하고 막연했던 기분이 그 일로 하여금 실마리를 얻은 듯 조금은 움트였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이 전한 조각난 단어 중 뒤집혀진 성 아래. 이것도 필시 죽은 자의 성 아래의 그곳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했다. 나름대로 머릿속 조각난 말들을 끼워 맞춰가던 그때, 케이트가 입을 열었다.

“힐더님도 알고 계실 겁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걱정과 근심이 섞인 염려이기도 했다. 어쩌면 허울뿐인 계약 관계였을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무언가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알고 있다.”

정말 개의치 않는다는 무덤덤한 목소리였다.
그가 알아챌 정도라면 힐더가 모르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녀라면 한 발, 아니 몇 수를 앞서 계획하고 내다보고 있을 테니.
그런 그녀가 아직까지 조용하다는 것은, 그녀의 계획에서 ‘이것’보다는 ‘다른 것’의 우선순위가 더 높다는 것이거나, 아니면… 아직은 그녀도 이 기운의 정체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일 거다. 뚜렷한 목적과 결론 없이 불확실한 계획을 준비할 만큼 허술한 여자가 아니니까...
그렇다면 그에게는 잘된 일이다.
힐더가 계획하기 전에 먼저 그 기운을 찾아내면 되는 거니까. 생각보다 행동, 말보다 칼이 먼저 앞서는 것이 귀면족 아닌가.
번뜩이는 송곳니를 드러내는 그의 모습이 위협적일 만도 했지만, 케이트는 그간의 세월로 그것이 그가 짓는 미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이겠군요.”

씁쓸한 그녀의 물음에 카시야스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더 이상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 침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깊은 유대감은 없었지만 말 없이도 서로의 의중을 눈치 챌 만큼의 시간을 함께한 그들이었다.
애초에 살아온 환경도, 목적도 달랐던 그들. 그런 그들이 계약이라는 울타리 안에 연결되어 생긴 짧은 인연. 하지만 케이트는 알고 있었다. 그는 스쳐가는 바람과 같은 자. 어디에도 묶어 둘 수 없으며, 스스로도 끊임없이 방황하며 헤매일 존재였다. 이렇게 짧게나마 인연이 닿았던 것도 신기한 일이리라.
가타부타 말없이 홀연히 돌아서는 그다운 뒷모습에, 케이트는 그가 찾는 것에 대한 답을 얻기를 작게나마 빌어주었다. 하지만 가슴 한 켠에는 불안감이 조그맣게 움트기 시작했다.
사도는 마계에서 크나큰 상징성을 지닌 존재,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마계의 균형과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카시야스와의 계약 덕에 센트럴파크와 서클메이지가 마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해도, 사도라는 존재만으로 주는 위압감이 그러했으니까... 케이트는 마계의 균형을 위해서 카시야스의 부재를 굳이 공론화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작아지는 케이트의 머리 위로, 마계의 하늘이 한바탕 쏟아지려는지 어지러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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