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 비헤멘스

나의 신 레미디오스이시여.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지은 죄를 고합니다.

거짓된 계시에서 벗어나 신을 따르는 것은 제 선택이었으며,
악한 자를 단죄하는 것이 저의 신념을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신께 죄를 고하는 지금의 순간에도, 저의 신앙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다만, 제게는 심중에 걷어내지 못한 어둠이 남아있습니다.
대상이 악인이라 하여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사실은 폭력을 행한다는 것이요.
폭력을 다루는 것은 제 의지이며, 그 끝에 숨길 수 없는 희열을 느끼는 것 또한 저 자신입니다.

하면 나에게 폭력은 신의 뜻을 따르는 수단인가.
아니면 신념에 억눌려 숨어있던 진정한 자아인가.
지금껏 뻗은 모든 주먹 끝에 이 고민이 담겨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이 바로 제가 지은 죄입니다.
저는 당연하면서도 놓쳤던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신앙의 시작이라는 것을.

하여 당신의 자식이 무릎 꿇어 죄를 고합니다.
당신께서 품어주심에도, 제 걸음을 의심했습니다.
당신께서 지켜보심에도, 제 모습을 외면했습니다.

그 어린 날의 소녀에게 희망이 깃든 것처럼,
신께서 언제나 우리를 비추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에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께 맹세합니다.

더는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거칠고 폭력적인 모습이 진정한 자아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훗날 누군가 이것을 죄라 칭한다면, 저는 마땅히 그 업보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세상을 좀먹는 악을 단죄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품 안에서, 폭력이란 자아에 잡아먹히지 않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 비헤멘스 (Vehemens)의 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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