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퀘스트 완료>
이제야 끝났네. 먼지구덩이에 숨어있느라 힘들었어. 네가 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숨어있었어, 싸움은 못 해도 들키지 않고 숨는 건 잘하거든.
왜 왔냐고? 놈들한테서 쓸만한 정보가 있나 찾으러 온 거야. 네가 가지고 오는 정보를 무턱대고 받아먹었다가 탈 날 수 있으니까.
너를 못 믿는 건 아니야. 네가 가지고 올 정보를 못 믿는 거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랑 믿을 수 있는 정보는 별개니까.
아무튼 수고했어. 이건 수고비. 의뢰한 녀석들 대신에 주는 거로 생각해.
드디어 잡았군. 끈질긴 놈.
하, 하하... 아직도 포기 안 했는데 어쩌나?
괜찮아. 이제부터 울면서 살려 달라고 애원할 거니까.
최대한 괴롭게 죽이라는 명령이 있었거든.
...데이아 짓이군.
<퀘스트 완료>
겨우 흙먼지에 당황하는 꼴이 웃겼지. 강한 마법을 쓸리 없는데 말이야. 하하. 운이 좋았는지 추적도 잘 피해서 무사히 도망쳤어.
프란시스는 내 거처에 눕혀 놨어. 이야기 나눌 새도 없이 기절하듯이 잠들어 버리더라. 일단 깨어나면 이야기 해보자고.
실은 얼마 전부터 계속 구조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어. 하지만 카쉬파 놈들의 함정이라 생각하고 무시하고 있었지.
그런데 최근에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어. 입수 경로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그걸로 함정이 아닌 진짜 구조 요청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지.
어디보자… 슬슬 거처로 가봐야겠네. 무슨 일이 생기면 다시 연락할게.
첫번째 모험가
프란시스가 정신 차렸어. 암시장에서 보자.
- 티모시
암시장에서 티모시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금방 왔네. 일어난 지 얼마 안 됐어.
치료는 했지만 좋은 약을 쓴 게 아니라 효과가 더딜 거야. 델라 할매가 그나마 쓸만한 약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었지, 이마저도 없었으면 죽었을지도 몰라.
…구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나는 티모시, 이쪽은 [닉네임], 그냥 모험가라고 부르면 돼.
당신이 티모시…? 크레이그에게 들었습니다. 당신이라면 저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어, 아… 응 그렇지 뭐. 하하. 크, 크레이그 말이지? 잘 알지, 막역한 사이니까.
사실 저는 카쉬파 소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벌이는 짓에 더 동조하고 싶지 않아서 도망쳤죠. 그 이후에는…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낮에는 몸을 숨기고, 밤이 되면 눈을 피해 달아났죠. 그러다 발각되면 싸우며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카쉬파와 마주쳤을 때는 모든 걸 놓아버리고 죽으려고 했죠.
그때, 크레이그가 저를 구해줬습니다. 그리고 이걸 계기로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제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들을수록 빠져들었죠. 그러다 보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게 되면 마계를 떠나서 그가 말한 찬란한 색으로 빛나는 세계에서 모험가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무한테나 그 소리 하고 다니네. 크레이그는 어디에 있어?
그건 저도 모릅니다. 구조 신호를 보내기 전에 카쉬파 사냥꾼 놈들의 습격으로 헤어졌으니까요.
역시 그런 거였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아니, 어떻게 하고 싶어?
당장은 괜찮지만, 네가 살아있는 한 카쉬파는 마계 끝까지 쫓아 올 거야.
…그곳으로 가고 싶어요. 그가… 크레이그가 당신에게 부탁하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쳇. 빌어먹을.
자, 이 편지 받아. 모험가 길드에 찾아가서 카라카스 님에게 보여줘. 크레이그가 보냈다고 하면 될거야. 가는 길은 모험가가 알려줄 거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바로 떠나. 여기 더 있으면 민폐니까.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자, 이거 받아. 길드장님 특별 지령이라 평소보다 더 많이 넣었어.
어디서 났냐고? …훔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받아. 이제는 아무리 없어도 그런 짓은 안 하니까. 그럼 가봐, 다음에 또 보자고.
다크시티 쪽에서 사람을 구해 달라는 의뢰가 왔어. 대상은 베놈더스트 아빌라. 전부터 주민들을 지키려고 독으로 카쉬파와 맞선 걸로 유명해. 하지만 무리하게 독을 쓰다가 쓰러진 것 같아.
이대로 두면 서서히 죽어가겠지… 끄응… 아!
어쩌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독이 퍼지는 걸 늦출 수 있는 해독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다음에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도 늦지 않을 거야.
자자, 시간이 없으니까 서두르자.
독과 해독
<퀘스트 완료>
제대로 구해왔어. 이걸 섞어서 먹이기만 하면 끝나.
티모시가 품에서 작은 돌절구를 꺼내서 재료들을 넣어 으깨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을 물과 함께 아빌라에게 먹인다.
크윽… 식도가 타는 것 같아.
좋아. 효과가 있어. 조금 뒤에는 구토도 할 거야. 참지 말고 위장에 가득 들어찬 독을 게워낸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토해내.
허억… 헉… 가, 감사…니다. 당신… 덕… 조금…나아졌…습…
부디… 볼리…바…르 님을 구해…
기절했어. 고통이 엄청 났을 텐데 이걸 버티네.
지금은 괜찮지만, 완전히 해독된 건 아니야. 내가 엄청난 약사도 아니고 제대로 된 해독제를 만들 리가 없지. 그냥 숨넘어갈 시간만 조금 벌어놓은 거야.
문제는 이다음이지. 중독을 없애려면 뛰어난 약사나 엄청나게 식물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해. 하지만 이 할렘에서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뭐?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고? 센트럴 파크? 음, 엄청난 사람들이 있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로 치료가 되는 거야?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그래,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믿어볼게. 그 사람 이름을 알려줘. 주민들에게 말해서 아빌라를 옮기게 할테니까.
그러니까 이름이… 케이트? 설마 그 케이트? 그, 그렇군. 그래, 그 사람이라면 확실할지도…
아빌라가 기절하기 직전에 한 말을 기억하고 있어?
그래, 맞아. 이번에 구할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야. 이름은 볼리바르. 다크시티에서는 위대한 볼리바르라고 불리는 영웅이지. 하지만 지금은 아빌라를 대신해서 카쉬파에게 잡혀서 제9 격리구역에 갇혀 있다고 들었어.
문제는 이다음인데… 지금 그가 어디로 갔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야.
잡혀갔을 때만 해도 대략적인 위치는 알았는데, 하필 그 안에서도 사람을 모아 반기를 드는 바람에 은광의 타고르의 분노를 샀고.
덕분에 처절하게 제압당하고 더 깊숙한 곳으로 끌려가서 현재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야.
자, 여기까지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고. 다음부터가 중요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볼리바르가 있는 장소를 알아냈어. 바로 제9 격리구역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특별 격리실. 바로 이곳에 있을 거야.
내가 제대로 마음먹으면 이 정도 정보를 얻는 건 일도 아니지. 후후.
어디에서 얻은 정보냐고? 지금 의심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믿을 만한 사람한테서 제값 다 치르고 얻은 정보니까.
자자,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서 준비하자. 한시라도 빨리 영웅님을 구해야지.
듣던대로 완전히 난장판이네. 여기를 관리하던 카쉬파의 주역들이 물러난 상태라서 그 밑에 실력 있는 놈들은 대부분 도망치거나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을 거야.
여기에는 어설픈 놈들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지. 생각보다 일하기 편할지도 몰라.
...아...이게 무슨...
한 방에 둘 다 날려버릴 생각이었는데 실패네.
너, 너... 정보원... 그런데 여자 목소리...?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기는 속은 거지.
(빙의? 정신지배? ...둘 다 아니야.)
뭐라더라... 할렘 최고의 정보원? 이런 간단한 속임수에도 속는 바보가? 아하하.
넌 그냥 쓰레기야. 쓰레기. 어디에나 굴러다니는 쓰레기. 몇 번 장난질 친 게 성공했다고 기세가 올라서 주제를 몰라.
너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서지 말고 살던 대로 살아. 괜히 나서서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니까 이렇게 되잖니. 쯧쯧.
그럼 난 여기까지. 다음에 만나기 전에 꼭 죽어 있기를 바랄게.
내가... 속아... 가짜 정보...? 나 때문에 위험...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쓰레기...
티모시!
어? ...어... 그, 그래…
<퀘스트 완료>
돌아가야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 그… 이번은… 아니, 아니야.
…
돌아가서 아빌라가 잘 갔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다른 의뢰도 받아야지.
(완전히 넋이 나갔어.)
아, 잊어버릴 뻔했네. 여기 보수.
응? 아… 괜찮아. 정말이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냥 조금…
…먼저 돌아가서 좀 쉴게. 그럼 다음에 보자.
보니와 클라이드
하하하, 정말로 대단했어! 여태까지 살면서 이렇게 스릴을 느껴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어휴... 이 바보가.
저와 보니는 카지노에서 도박꾼들을 속이는 역할이었습니다. 주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저에게 좋은 패를 모아서 한방에 상대를 탕진시키는 수법이었죠.
처음에는 스릴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엔 남을 속여서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카쉬파를 탈퇴할 수도 없었죠. 배신의 끝은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어수선해진 틈을 타서 우리에게 의뢰를 한 거군.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마찬가지. 일생일대의 도박을 한 겁니다. 하하.
정말, 모험가님이 제 이름을 부르는데, 와! 대박! 이제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하아... 다음부터는 이런 짓 하지마!
알았어, 알았다고. 하하.
이제 할렘을 떠날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누구도 속이지 않고, 속여왔던 일들에 대해서 속죄하면서 남을 도우며 살 생각입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뭘 할 생각이야?
글쎄, 우리도 모험이나 해볼까?
후우... 이번에는 문제 없이 해결 됐...
꺄악!! 크, 클라이드!!
데이아의 지시다. 배신자는 끝까지 처단할 것.
그냥 도망쳤으면 살았을 걸, 계집 하나 살리겠다고 몸으로 막는 꼴이라니, 킥킥.
클라이드... 아...클라이드...!
너무 애타게 찾을 필요 없어, 너도 곧 보내줄 테니까.
쳇. 빨리도 나타났군.
모두 철수해! 놈하고 엮이지 말라는 지시다.
<퀘스트 완료>
클라이드! 흐으윽…
아하하, 왜 울어. 모처럼 자유의 몸이 됐는데.
피가… 피가….
클라이드의 배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보니는 흐느끼면서 필사적으로 상처를 손으로 막는다.
하지만 피는 멈추지 않고 그녀의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바닥을 적신다.
괜찮아.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거야. 하하, 일어나면 같이 떠나자… 그러니까… 웃어…줘.
으응… 알았어, 꼭 일어나… 멍청아.
웃음을 지은 클라이드가 힘이 빠진 듯이 축 늘어진다.
보니는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오열한다.
또… 아무것도 못했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닥은 바닥… 결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도망치는 것밖에 없어…
…웃기지마! 클라이드는… 우리는 제대로 싸울 줄도 모르고, 남을 속이면서 비겁하게 살았지만, 한번도 도망치지 않았어!
죽을 각오를 하고 이를 악물면서 버텨왔단 말이야! 함부로 말하지마!
아… 나는 그러니까…
그 말 당장 취소해! 안 그러면… 안 그러면… 으흐흑…
…미안한데 저 녀석 좀 진정시켜줘. 나머지는 내가 수습할게. 그럼 부탁해.
클라이드는 잘 묻어줬어.
뭐가 그리 좋은지 웃고 있더라. 상처를 후벼 파는 고통 때문에 괴롭고, 무서웠을 텐데.
아, 나는 괜찮아졌어. 사실 바보같이 우쭐대다가 놀아났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
"나는 대단하지 않다. 아무것도 아니다. 노력해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태까지 숨기고 있던 모든 게 들통난 기분이었어. 나약하고, 멍청하고, 비굴하고, 찌질하고… 밑바닥에 애써 깔아 놓았던 치부가 낱낱이 파헤쳐지고 까발려진 기분이었지.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사실은 하고 싶은 게 없던 건 아닐까? 그냥 얕보이기 싫었을 뿐이고, 무시당하는 것이 무서워서 눈을 부릅뜨고 악쓰고 있던 건 아닐까?
모험이고 정의고, 이런 건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고, 그냥 나약한 나를 덮어줄 무언가를 찾고, 그 뒤에 숨어서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티모시의 말이 더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울먹이는 듯한 호흡만 조용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다"라… 그래서 그 녀석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었던 거였나.
…조금만 더 혼자 있을게. 걱정하지는 마. 곧 좋아질 거야.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생각이야.
자, 이거 받아.
일주일이나 밤을 샜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라도 열번을 훑어보고 스무번을 확인했지.
마지막으로 네가 이 정보를 봐줬으면 좋겠어. 정말로 믿어도 되는 정보인지, 또 틀리지는 않았는지 말이야.
절대로 저번 같은 실수는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 거야.
뭐, 뭘 그렇게 쳐다보는거야? 빠, 빨리 그거나 보고 말해줘!
되찾기 위한 싸움
여기에 적은 대로 볼리바르는 파이트 클럽으로 끌려갔어. 실제로 그를 거기서 목격했다는 사람도 있었고.
제9 격리구역이 무너지기 직전에 '그녀'가 파이트 클럽으로 빼돌렸겠지.
…사실은 그녀가 여기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손을 떼려고 했어.
하지만, 클라이드… 그리고 보니를 보면서 그만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가 뭐라고 해도 모험가 길드의 인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악물고 버틸 생각이야.
그러니까 이번에도 속아줘. 같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니까.
뭐? 보니…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뜨, 뜬금없이 무슨 소, 소리야! 빨리 출발이나 하자고, 어서!
파이트 클럽 킹 난이도 이상에서 볼리바르 구출하기
볼리바르?
맞아, 볼리바르야. 아빌라에게 들은 인상착의 그대로야. 그런데 왜 저런 곳에 혼자 있지?
설마!?
죽길 바랐는데 기대를 저버렸네? 참 끈질긴 쓰레기구나?
하아. 역시, 함정이었어. 볼리바르는 환영? 아니면 순간이동?
어머, 너무 침착한데, 정신줄을 아예 놓아버린거? 아니면 대책이라도 세우고 오셨나?
당연히 대책을 세우고 왔지. 이 망할 할망구야.
늦지 않은 것 같군요. 여기는 제가 맡을 테니 가십시오!
프란시스...? 벌레처럼 도망만치던 놈이...!
오랜만이야. 데이아. 여전히 더러운 수를 쓰는군. 하지만 이전 같이 당하지는 않을거야.
이 버러지가!
<퀘스트 완료>
잠깐.
아직 끝나지 않았어.
어머, 이래서 눈치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흥.
암시를 걸어서 정신을 지배하는 수법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어. 모든 의지를 빼앗겨서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부려먹는다지?
정답! 그런데 그 다음은 모르나 봐? 이런 것도 할 수 있는데.
재미있는 놀이를 해볼까?
규칙은 간단해. 이 녀석이 너덜너덜해져서 죽거나 아니면 그전에 네가 죽거나.
자, 그럼 시작한다?
누구 마음대로!
쳇!
뭐야 이 잡것들은?
뭉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하아... 이 버러지들이 끝까지 신경을 긁네?
너희는 별거 아닌 찌꺼기야. 나대지 말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도망쳐서 숨으면 돼.
이번엔 아니야. 이 할망구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거다.
하하, 나참. 이 쓰레기가 정말 화나게 하네?
이름이 티모시? 그래, 건방지게 나댄 보답으로 너부터 찢어 줄게.
티모시!
피하세요! 크윽...
이건 또 뭐...?
휴. 빗나가는 줄 알았네.
하... 하하…
…사실은 말이야. 그러니까 나는…
훌륭한 대리인이었지! 하하하.
끼어들지마!
그래, 크레이그 말대로 난 그냥 대리인이야. 정식 길드원이 아닌 이 녀석이 맡긴 인장으로 길드원을 사칭한 가짜였어. 길드에서 오는 지원금도 마음대로 썼고, 의뢰도 내키는 대로 마음대로 받았지.
…처음부터 속일 생각은 없었어. 그냥 단지… 더 이상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았었을 뿐이야. 이 녀석의 부탁을 받았지만, 정식 모험가 길드원이 아니라면 분명히 우습게 보였을 테니까.
죄책감도 느꼈고, 사실대로 말하려고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의뢰를 해결하고 나도 활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놓을 수 없었어…
그냥 작은 꿈을 꾸고 싶었던 거야. 모험가 길드원이라는 이 타이틀이 없다면, 할렘의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거렁뱅이일 뿐이니까. 하아… 화내도 좋아. 모두를 속인 것도 사실이고, 그걸로 위험한 일에 끌어들인 것도 사실이니까. 욕을 해도 괜찮…
하하하! 모험가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그런 건 나도 카라카스 님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아마 모험가님도 눈치채고 있었을걸? 어쩌면 너 빼고 다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뭐?
중요한 건, 네가 어떤 모험을 했느냐. 그거 하나야. '모험이 필요한 자에게 모험을 안내한다.' 그건 너한테도 해당하는 말이라고. 그리고 이 녀석한테 들어보니 카라카스 님도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 하하하.
이제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겠군요. 이거 받으십시오. 카라카스 님이 직접 전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길드원 임명장입니다. 그리고 여태껏 한 것처럼 할렘 지부를 부탁한다는 요청서죠.
프란시스가 건넨 편지에는 'C'가 새겨진 문장이 붉은 밀랍 위로 찍혀 있었다.
티모시는 조심스럽게 밀랍을 뜯어 두 장의 편지와 'T'가 정밀하게 새겨진 은반지를 꺼냈다.
잠시 은반지를 보던 티모시는 편지를 펴서 읽기 시작한다.
"훌륭했네, 정식으로 임명하고 자시고도 없이 멋진 모험가야.
그래도 우리를 위해서 힘써주는데 허투루 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래서 다나에게 특별한 물건을 주문했지. 그걸 준비하느라 알리는 게 좀 늦었네.
자, 앞으로도 같은 모험가 길드원으로서 잘 부탁하네.
모험가 길드 길드장 카라카스."
아…
네가 이룬 거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하하하.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하나… 걱정하지 마. 나쁜 소식은 하나도 없으니까. 그럼 어디 보자… 볼리바르 이야기부터 할까?
몸이 많이 상해서 한동안 치료받느라 고생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해. 암시도 모두 풀렸고 지금은 다시 단련도 시작했어.
그리고 얼마 전에는 아빌라와 함께 모험가 길드에 가입했어.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내린 결론이 함께할 동료라고 하더라고. 혼자서 짊어지려고 했기 때문에 무력했고,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고 해서 실패했던 거라고. 이제는 동료를 만들고 믿으며 함께 싸워나가고 싶다고 하더라.
그러니 아빌라도 덩달아서 모험가 길드에 가입했어. 계속 함께 싸워왔는데 볼리바르가 새로운 동료를 찾겠다고 하니까 서운할 만도 하지. 하하.
프란시스는 다시 아라드로 향했어. 이제는 그곳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리고… 크흠. 음음. 보니도 클라이드의 꿈을 대신 이루겠다며 길드에 가입했어. 우선은 다른 동료를 찾기 전까지 나와 함께 모험하기로 했어.
어, 음… 그, 절대로 단, 둘이 있는 건 아니야! 흠흠. 크레이그가 돌아오면 합류할 예정이니까 쓸데없는 오해는… 아니, 오해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 하하.
그리고…
티모시가 붉은 밀랍을 녹여 편지 위에 바른다.
그리고 품에서 자신의 이니셜인 'T'가 새겨진 인장을 꺼내 이를 눌러 편지를 봉한다.
자, 받아. 내 이름으로 주는 첫 보수.
그리고… 그… 네가 아니었으면 모험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 거야.
내가 약한 놈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서… 그리고 이런 곳에서 사는 우리들이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또 언젠가 함께 모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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