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올라선 영웅
안녕하세요. 모험가님. 저는 레미디아 크리소스에서 레미디오스를 모시고 있는 알렌 그랜트라고 합니다. 모험가님의 활약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는데 이제야 뵙게 되는군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모두 전해 들었습니다. 오즈마가 봉인되었던 검은 대지가 다시 나타나다니...
다행히 검은 대지에 들어간 위장자들이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검은 성전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도 있으니 교단의 모든 프리스트가 이 일에 매달리게 되었죠.
제가 이곳에 나온 이유도 그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오래된 자료를 통해 그리고 검은 성전 당시의 일들을 되짚어 보며 오즈마와 관련된 정보 중 혹시나 놓친 것이 있을지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꽤 먼 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모험가님께서도 오즈마에 대해 잘 알게 된다면 그를 상대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험가님께서도 오즈마... 그리고 그와 함께했던 카잔이 어떻게 영웅이 되었는지는 대략 아실 겁니다. 저는 모험가님께 그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게 들려 드릴까 합니다.
그럼,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셨다면 저를 따라오시죠.
알렌 그랜트를 따라가서 오즈마와 카잔이 광룡 히스마를 무찔렀던 로어 협곡의 이야기를 듣기.
부관 레오니트
이제... 이 앞이군요.
장군 카렐린
광룡 히스마... 그 지긋지긋한 놈을 드디어 만나는 건가!
대장군 카잔
......
대장군. 왜 그러고 서 있습니까? 설마 이제 와서 겁이라도 나는 겁니까? 크하하핫!!
......
왜, 왜 말이 없으십니까! 장난치지 마십시오! 누가보면 진짜로...
펠 로스 제국 병사
자, 장군님! 물러났던 용들이 다시 몰려오고 있습니다!
벌써? 예상보다 피라미들이 더 많군. 대장군. 어쩌시렵니까? 이대로 힘만 빼다간 히스마는 구경도 못 하겠습니다.
카렐린 장군님. 우리는 여기에 남는게 어떻겠습니까?
뭐라고? 레오니트. 그게 무슨 말인가!
저 몰려오는 용들을 상대했다간 끝이 없을 겁니다. 어차피 우리 작전은 전면전이 아니라 곧장 히스마를 치는 것이었으니 일일이 상대하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카잔 대장군이...
네, 물론 위험하시겠지만...
혼자서만 저 미친 용을 잡는 거 아닌가! 내가 그놈에게 생채기를 단 하나라도 내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말이야! 그럴 순 없지!
.......그 말씀은 걱정하는 마음이 왜곡되어 나온 것이라 믿겠습니다.
걱정? 대장군을?
대마법사 오즈마
하하. 너무 걱정 말게. 카잔이라면 능히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나도 그를 도울 것이고.
아니! 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걱정 말게.
아니, 그것이 아니라!
오즈마의 마법이 나를 지켜줄 텐데 무엇이 걱정인가?
하하! 물론이네. 걱정하지 말게나. 친구.
...제길!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말씀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여기에서 장군의 뒤를 지켜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카렐린 장군님 그럼 이제 부대를 재정비하고 적들에게 대비를...
흥! 난 그런 거 모르네. 그냥 나가서 싸울 거네.
아니, 그래도 부대를 재정비하고 싸워야...
하하하. 자네는 카렐린 장군의 성격을 아직도 모르겠나? 오히려 정비할 시간을 벌어주려는 것일 거야.
하아... 네. 그렇게 생각해야겠군요.
이제 유희는 접어두지.
그래. 카잔. 이제 준비가 되었는가?
물론...
나 역시 준비를 끝마친 지 오래라네.
...가지.
다른 방법이 없다고는 하지만... 정말 두 분만으로 괜찮을까요.
약한소리하기는! 자네는 카잔 님이 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가? 이번에도 분명 승전보와 함께 돌아오실 거네.
물론 카잔 님이 패배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군요.
맞네. 그리고 만에 하나 저 두 명이 히스마에게 패한다면 어차피 제국은 끝장이야. 그러니 되려 걱정할 것도 없지 않나?
카렐린 장군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두 분께 작은 변수라도 생기지 않도록 이 길목을 지키는 데 집중하시죠.
그래야지!
저것이... 광룡 히스마.
잠을... 자는 것인가?
우리의 힘을 한참을 얕본 모양이군. 그렇다면 기회가 아닌가? 이대로 먼저 공격한다면 큰 피해를...
흐읍!
카, 카잔? 잠깐 멈추...!
히스마! 일어나거라!
카잔! 이게 무슨... 무슨 짓인가!
......
...인간? 인간 따위가 감히 나의 잠을 깨우다니...
카잔... 저 미친 용을 깨운걸... 조금 후회하지 않는가?
준비하게.
이 친구... 하여간 못 말리겠군.
......다른 놈들과는 다르구나.
그대도 마찬가지로군.
하찮은 미물 따위가 감히...
감히 나를 평가하는 것인가!
크아악! 어째서... 나의 공격을 버티는 건가? 네놈들은 도대체!
...음! 생각보다 훨씬...
이제 저 용도 지쳤네. 아무래도... 다음 공격이 마지막이 될 것 같네만.
하찮은 미물 주제에! 이게 마지막이다.
<퀘스트 완료>
오즈마와 카잔... 그들은 로어협곡에서 마침내 히스마를 무찌른 후 전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영웅이 되었죠.
하지만 그들은 몰랐습니다. 순전히 대륙을 위해, 아니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펠 로스 제국을 구하기 위해 한 이 일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어올 것을 말이죠.
오즈마, 카잔.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는 모험가님도 잘 아실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옛 영웅의 이야기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지금 눈앞에 있는 영웅의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괜찮으시면 모험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어떠신가요?
하하 고맙습니다. 그럼 오즈마에 대한 이야기는 모험가님의 이야기를 들은 후 계속하도록 하죠.
혼돈의 신
그대는 소멸의 신이 되게나, 나는 혼돈의 신이 되겠네.
혼돈의 신, 친우 소멸의 신에게
영웅을 시기한 늙은 사자
오즈마... 친구여, 정녕 그대가 나를 죽이려 하는가.
카잔... 그대가 반역을 도모하였다면, 나로서는 제국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네...
오즈마여, 나는 반역을 도모하지 않았다네. 단지 나를 음해하려는 무리로부터 이 한 몸 지키려고 하는 것이야.
그들의 말을 믿으면 아니 되네.
친구여, 그렇다면 잠시 펠 로스 제국 병사를 물리게.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니, 내 직접 황제 폐하께 아뢰어보겠네.
왜 그러는가? 그대가 정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나를 따라오시게나. 그리고 자네를 음해하려는 세력을 찾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나를... 음해하려는 무리가 바로...
......황제라네.
그 말은... 자네 스스로 반역을 인정한 셈이 아닌가.
사실이 그러할 뿐이네.
황제께서, 어찌하여 제국의 영웅인 자네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반란자로 내몬단 말인가!
잠깐! 그럼 대마법사께서는 대장군이 정말 반역을 저지를 것으로 생각하신다는 것이오!
카렐린 장군...
대마법사께서는 대장군과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시오! 그 오랜 기간 함께 해놓고도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오?
......
허나 황제 폐하의 명은 지엄하네. 무슨 오해가 있다면 충분히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은가?
그걸 해보지 않았겠소?
생각해보시오. 대장군이 정말 권력과 명예에 욕심이 있었다면, 왜 그 미친 용을 처치하고 사체를 수도로 실어나를 때... 사람들에게 대마법사의 마법으로 히스마를 무찔렀다고 말하고 다녔겠소?
또한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 않고, 함께 한 모든 펠 로스 제국 병사들의 공으로 돌리는 것을 똑똑히 보지 않았소?
그런데도 정말 그깟 권력 때문에 반역을 도모했다고 생각한단 말이오?
......
그만 하게.
대장군! 이건 이런식으로 피할 일이 아닙니다!
그만...
오즈마. 친구로서 나를 믿어줄 수는 없겠나?
자네를 믿네. 그리고 그 만큼 황제 폐하도 믿는다네. 그러니 나와 함께 가세나.
황제는 나에게 이미 충분히 대답해 주었네.
자네의 뜻이 정녕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
친구여... 나를 용서하게.
모두 멈추십시오!
황제 폐하의 명입니다. 두 분은 부디 싸움을 멈추시고, 저를 따라와주십시오.
레오니트! 자네까지 무슨 짓인가!
분명 오해가 있을 것이란 것을 알고있습니다. 저는 대장군님을 믿고, 그것은 카렐린 장군님은 물론 오즈마님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당연한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이 두렵습니까? 아무리 황제 폐하라고 할지라도... 모든 사람이 믿는다는 걸 보여준다면 대장군님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저 또한 대장군님의 편에서 황제 폐하를 설득하겠습니다.
카잔... 모두가 한 마음이네. 자네는 어찌할 것인가?
대장군...
.......알겠네. 자네들의 끝이 정녕 그렇다면... 황제를 다시 뵙도록 하지.
정말인가? 정말 잘 생각했네 카잔!
정말입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대장군의 명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허나! 레오니트.
예?
혹여나 일이 잘못된다면... 나는 절대 자네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네.
아... 네. 물론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대마법사께서도 명심하십시오.
물론. 내가 이 친구를 반드시 도울 것이네.
황제 팔메리어
저 자는 역모를 꾸민 자다. 무슨 할 이야기가 더 있다고 이리도 번거롭게 하는가?
......
폐하. 대장군은 절대 그런 생각을 할 사람이 아닙니다. 어디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것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대마법사는 내가 어디서 헛소리를 듣고 저 놈을 모함한다고 말하는 건가!
그런 말이 아닙니다. 필시 어딘가에서 오해가 있을 것이니, 그런 말을 어디에서 들었는지 알려주신다면...
지금 황제인 나를 협박하려는 것인가? 그자의 신원을 말하면 자네가 어떻게 할 줄 알고 그걸 알려주겠는가?
그렇지만 폐하. 제가 오랜 친우로서, 또한 전우로서 그를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바, 그의 충성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는 이미 제국을 지키는 대장군으로서 그 사명을 무겁게 받아들여 행하지 않았습니까?
그 광룡 히스마를 목숨을 걸고 무찌른 것 또한 대장군이며 이 모든 것은 제국의 안위를 위해, 그리고 폐하를 위함이었습니다.
히스마... 무, 물론 그 광룡 히스마를 무찌른 것은 짐의 안위를 위한 것이긴 했으나...
......
그, 그렇구나! 그런 것이었어! 오오, 자네가 없었다면 또 저들의 간교한 혀에 놀아날 뻔 하였구나.
......
폐하? 옆에 있는 자는...
닥쳐라! 내 대마법사는 믿었건만, 결국 저놈과 똑같은 놈이로구나!
그 망할 히스마를 무찌른 후, 그대들은 어떻게 행동하였는가!
모든 것은 그대들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대장군과 대마법사의 자리에 앉힌 짐의 덕이거늘, 그 공을 어찌하여 일반 펠 로스 제국 병사들에게 돌린 것이지?
그렇게 대륙의 영웅이 되어 야금야금 이 자리를 넘보겠다는 심보인 것을 모를 줄 알았느냐!
그런 말도 안 되는!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폐하도 아시다시피 히스마를 퇴치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고, 대장군은 그저 그들을 기리고자...
성 밖에서 소란스러움이 들렸다. 황궁의 입구로부터 황제가 있는 곳까지는 제법 거리가 멀었지만 그 거리가 무색할 만큼 소란스러운 소리였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그것이... 바깥에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몰려들었습니다.
뭐라고? 서, 설마?
황제는 기겁한 표정으로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소리는 바로 노랫소리였다. 영웅 카잔을 죽이지 말라는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이, 이! 이 노래는 설마 예언의...!
마물에게 이긴 두 쌍의 이리를 찬양하는 노래가 왕의 위에서 울려 퍼지고, 연로한 사자인 국왕은 언젠가 이리들 손에 멸할 것이다.
예언이 실현되고 있군요. 더 늦으면... 곤란해지는 것은 바로 폐하일 것입니다.
이익...! 이, 이래도 네놈이 저 우매한 것들을 꼬드겨 나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고 말을 하는 것이더냐! 카잔!
......폐하...
닥쳐라! 내가 내 앞을 지켜줄 개가 아니라 내 목을 물어뜯을 이리를 키운 것이 분명하구나. 더 고민할 필요가 없겠군.
아닙니다 이건 그저!
그만하게.
카잔?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황제는 이미...
이, 이건... 마법?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마법... 을...
......크...크흐흐흐...
......
카...잔...
정신이 드는가? 크흐흐...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보군.
여긴... 감옥인가... 음? 카, 카잔 자네! 팔이 어떻게 된 것인가!
놈들이 내 팔이 무서웠던 모양이군. 힘줄을 모두 뽑아놓은 것을 보니 말이야.
그럴수가...
처음부터 함정이었네. 황제가 왜 자네에게 나를 잡으라고 시켰을 것 같나. 그 수많은 장군을 내버려 두고 마법사인 자네에게? 더군다나 나와 둘도 없는 친우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네와 나를... 동시에 제거하기 위한 음모였다는 말인가? 아...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군.
그렇다네... 그렇다네...
인간으로서의 나의 삶은... 아마도 여기까지겠지. 우리가 이런 상태라면... 가족들도 무사하진 못하겠지.
이대로 나의 핏줄은 끊기겠구나. 나는 그것이 아쉬울 뿐이네.
이런 상태라면 그렇겠지...
...가, 가만! 그렇다면 나의 리즈도?
반역자 주제에 황제 폐하의 후궁의 함자를 더러운 입에 올리다니.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게! 리즈는 어떻게 된 것인가!
정신을 못 차리는군. 가만히 있으면 예우는 해주려고 했더니.
나, 난 어떻게 해도 좋으니, 부디 리즈가 어떻게 되었는지만 말해 주게!
<퀘스트 완료>
오즈마가 감옥에서 부르짖은 여인 리즈...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으로 역사에 기록된 엘레리논 가문의 장녀이자, 황제의 후궁으로 알려졌지만…
이 두 영웅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 이면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리즈는 오즈마와 영원을 약속한 혼약자였다는 사실을요.
재미있는 사실은 엘레리논 가문이 제국에서 더 큰 위세를 떨치게 된 건 바로 이 시점부터라는 것입니다. 이 이후 엘레리논 영지는 제국에 있는 황금의 절반이 모여든다고 할 정도로 부유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후 일어난 검은 성전에서 가장 먼저 점령당하고... 가장 먼저 멸망해버리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한 번에 들으면 반감되기 마련이니까요.
물론 계속해서 모험가님을 붙잡아 둘 핑곗거리도 챙기는 것이고요. 하하하!
소멸의 신
욕망에 눈 먼 인간들아.
너희들의 하찮은 욕망이 스스로를 파멸로 인도하고 있구나.
소멸의 신, 시련으로 연단된 칼날에게
욕심 속에서 잉태된 혼돈
모험가님. 저 검은 대지로 향하는 입구의 기운이 점점 흉흉해지는게 느껴지십니까?
혼돈만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오즈마의 기운... 혹시 모험가님께서는 저 혼돈의 기운 속에 섞여 있는 또 다른 감정이 느껴지십니까?
그렇게 보지 말아주십시오. 그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의 이야기를 모두 알고 나서 생긴... 일종의 연민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지금의 오즈마가 지독한 악마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가 생전에 무슨 일을 겪었든 그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자 그럼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가 제국의 인간으로서 머물렀던... 마지막 장소로 가시죠.
알렌 그랜트를 따라 오즈마와 카잔이 갇혔던 황궁 지하 감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듣기
오즈마... 광룡 히스마를 물리친 대륙의 영웅이자 질투와 시기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밝게 빛나던 인간...
그런 영웅이 이런 꼴이라니...
그대는... 누구인가...
내가 보이지 않나? 저런! 양쪽 눈을 잃은 거야?
너는... 사악함 그 자체로구나... 정체가 뭐지?
나? 나는, 너의 본질을 깨워줄 존재... 키히히... 흔히들 사신이라고 부르더군.
사신...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거야? 너라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난 양쪽 눈을 잃은 마법사라네... 내 마법이 누구에게 닿을 줄 알고 날뛰겠는가?
내가 말한 것은 너의 그 어쭙잖은 마법이 아니야. 흐흐... 아무래도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양이군.
그래. 좋아. 너의 영혼을 나에게 준다면, 네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지. 네 안에 숨어있는 악마를 깨워주마.
어떤가? 내 제안이.
내 앞에서 사라져라. 사악한 존재여... 너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영혼이 타락하는 것 같구나.
영혼을 판 대가로 세상을 파멸시킬 힘을 얻을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야. 넌 선택받은 존재라구! 으흐흐흐...
더러운 혀를 놀리지 말고 썩 사라져라!
여어. 그렇게 열 내지 말라고. 그대가 그렇게 협박하지 않아도 나는 곧 눈앞에서 사라질 테니.
하지만 명심해. 나는 강요를 하는 것이 아니야. 어차피 네게 일어날 일을 예고해 주는 것뿐.
언젠가 그대가 나를 찾아올 테니... 기대하고 있겠어.
아, 그리고 날 부른 건 사실... 자네 자신이라네. 키히히히히...
...이것이 제가 바라는 마지막 청이옵니다.
......
이해가 되지 않는군. 어찌하여 끝까지 그런 반역자를 위한단 말인가?
그저 마지막 호의라고 생각해주시옵소서. 그는 두 눈을 잃은 마법사입니다. 결코 황제 폐하께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옵니다.
......크흠...
알겠다. 네 뜻이 정녕 그러하다면 목숨만은 부지하도록 해주지.
단, 황궁에 머무를 수는 없느니라. 카잔을 북쪽으로 추방할 예정이니 오즈마는 그 반대인 저 멀리 남쪽 바다로 추방하겠다. 그리 알아두거라.
감사합니다. 폐하...
아, 그리고, 엘레리논의 영주는 도착했나?
...기별을 받고 바로 출발하셨으니 이제 도착하실 것이옵니다.
그래. 도착하면 바로 짐을 찾아오도록 전해주거라. 아주 긴히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폐하.
오즈마... 오즈마...!
이곳에는 위험한 반역자들이 수감되어 있습니다. 물러서 주십시오.
알고 있어요.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네? 하지만...
괜찮으니 걱정 말아요.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자들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면 바로 불러주십시오.
네. 그럴게요.
오즈마.
리즈... 나의 리즈... 무사하였구나.
네. 저는... 무사해요.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
리즈. 슬퍼 보이는구나.
...보이지 않잖아요.
다 보인다. 그대의 표정을 내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
오즈마 저는...
안다. 모두 이해하고, 그대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니 걱정말아라.
......
그러니까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보지 말거라.
...보이지... 않잖아요.
아까 말하지 않았나. 다 보인다고.
그대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대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다 알고있다.
......
오즈...
......우리 다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그대가 원한다면.
저는...
아니, 아니에요. 부디... 이제는 당신도... 당신만을 생각해주세요.
리즈... 나의 리즈...
황제... 마침내 나에게 남은 마지막 것까지 모두 빼앗아갔구나.
크흐흐흐흐... 크흐흐... 흐흐흑...
......
...오즈마... 흐윽...
나... 그 자가 너무 싫고... 너무 무서워요... 차라리 당신을 따라가고 싶어요...
오즈마...
사신이여... 그대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단 말인가? 황제... 아니 인간들아! 너희의 그 권력욕과 질투 덕분에 내 마음속의 존재는 마침내 생명력을 얻겠구나.
이제 그대들은... 역사상 본 적이 없는 끔찍한 것을 대면하게 되겠구나.
크흐하하하!
오즈마...
카잔. 내 말을 잘 듣게. 우리는 제국에서... 아니 이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두 명의 인간이라네. 그렇지 않나?
......
난 우리 두 사람이 이렇게 사라지는 게 너무나 억울하다네.
무슨... 계획이 있는가?
흐흐흐... 그대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소멸의 신이 되게나. 나는... 이 세상을 멸망시킬 혼돈의 신이 되겠네.
그게... 무슨 말인가. 오즈마...
따라나와라. 죄인을 북쪽으로 추방하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시다.
카잔! 친구여!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꼭 살아남아야 하네. 내가 반드시 자네를 찾아낼 것이야!
...하겠네.
이제야 마음의 준비가 된 거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가.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라구. 자, 그럼 우선 네 안의 악마를...
아니. 악마가 아니야.
음?
악마 따위로는... 내 분노를 풀 수가 없네. 나는... 신이 될 것이야.
이 세상을 혼돈으로 빠뜨릴... 혼돈의 신... 어떤가? 네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혼돈의... 신?
킥... 키히히히! 물론! 나는 너의 욕망을 투영시켜줄 뿐이야. 네가 신이 되길 원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그럼... 시작하지.
키히히히... 쉽게 되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매우 고통스럽고... 또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러니 잘 참아내 보라고.
<퀘스트 완료>
카잔이 북쪽으로 추방된 후... 오즈마는 남쪽 바다로 추방되었습니다. 이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추방되던 중 사라졌다고도 하고, 오랫동안 방에서 나서지 않은 채 잊혔다고도 하지만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에는 처음으로 위장자라는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리고 사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오즈마는 오랜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나타났으니, 바로 그것이 검은 대지에서 백여 년간 치렀던 검은 성전의 시작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앞에 두고 있는... 바로 저 검은 대지에 그 오래전의 과거가 그대로 묻혀있는 것이죠.
과연 새로운 검은 성전이... 또다시 백 년이나 이어질 긴 전쟁이 될지... 아니면 그때와는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모험가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모르겠다구요? 하하. 당연합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 우리가 이곳에 모여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이 이야기를 발판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나가야겠지요.
그리고 그 이야기 가장 앞에 모험가님이 있으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럼... 전장에서 뵙겠습니다.
소멸의 신
깨어나지 말게, 친구여...
소멸의 신, 친우 혼돈의 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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