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쥬에서 돌아온 모험가는 혼자서 뒷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이 머리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오늘은 유난히 평화롭군. 날씨도, 습도도, 주변의 적당한 소음도.)
느긋하게 골목을 돌던 모험가의 눈이 매섭게 빛났다.
(그래서 더 수상스러워.)
눈 한번 깜빡거릴 찰나에 뒤를 돌아본 모험가는
무언가를 느낀 듯 자신이 걸어온 방향을 폭발적인 속도로 되돌아갔다.
순식간에 몇 개의 모퉁이를 돈 모험가의 검은
뒤돌아 선 누군가의 목 위에 얹혀져 있었다.
비문을 남겨 날 이곳으로 부른 게 당신이었군.
허허, 깔끔한 암월비보였네. 역시 아형에게서 기척을 숨기기는 힘들구만. 더 컴퍼니 최고의 비밀 요원다워.
슈미트 님? 어째서 제 뒤를...
나만 뒤쫓고 있던 건 아니네. 자네, 생각보다 인기가 많아서 말이지.
슈미트의 말에 그제서야 모험가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진 이들을 향했다.
이들은... 요원들입니까?
은퇴하기 전 교관을 맡고 있던 나조차도 모르게 조직이 애지중지 길러낸 이들이지.
아직 자네를 적대하기로 마음 먹진 않았는지 감시만 하고 있는 모양새였네만... 내게는 망설임 없이 총구를 들이밀더군.
...!
나를 따라와주겠나? 안전한 곳에서 잠시 얘기를 나눠보세.
달빛주점에서 부대장 슈미트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걱정말고 들어오게. 여기라면 감시하는 눈과 귀에 대한 걱정 없이 담소를 나눌 수 있을 걸세.
어째서 요원들이 조직 내부의 인원들을 감시하는 겁니까? 이번에도 '충성 시험' 같은 겁니까?
후후, 충성 시험이라.... 차라리 이게 인포서들의 짓궂은 자격 증명이면 좋겠지만 이번만큼은 그게 아니네.
나도 아직 모든 정황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어떤 사조직에 속해있음은 분명해보이니까.
그 말씀은...
그래, 더 컴퍼니는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서히 분열되고 있네.
각성 - 레퀴엠 2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비록 은퇴했다 해도 이 늙은이가 조직에 몸 담았던 세월이 길다보니, 옛 동료들을 통해 듣는 것이 꽤 많았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라드 곳곳에 퍼진 우수한 정보원들이 이 늙은이의 눈과 귀가 되어주었지.
허나... 내가 한가지 조사를 부탁을 한 후에는 많은 이들이 하나둘씩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지. 주검에 남은 전투 흔적은 우리의 방식과 닮아있었고 말이야.
내가 그들에게 부탁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나?
...슈미트 님도 스승님의 흔적을 찾고 계셨군요.
맞네. 정보원들이 모두 잘려나간 뒤에는 내게도 직접적인 위해들이 가해지기 시작했네.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오코넬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믿을 수 있는 이들을 비밀리에 모을 수 밖에 없었지.
조직의 분열에 나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꼴이라 부끄럽네만, 아형에게는 진실을 숨기고 싶지 않구만.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최근 뒷골목에 있던 정보원에게 오코넬의 흔적을 쫓는 꽤 많은 인원들이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았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제보를 마지막으로 정보원과의 연락이 두절됐지.
괜찮다면 나와 함께 그들이 무슨 계략을 꾸미고 있는지 함께 확인해주지 않겠나?
물론입니다.
고맙네. 위험한 임무지만 아형이라면 흔쾌히 수락해줄 줄 알았네.
가세, 오코넬의 흔적이 발견된 곳까지는 내가 안내해주겠네.
뒷골목에서 부대장 슈미트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달빛주점의 부대장 슈미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각성 - 레퀴엠 3
(슈미트 님이 말한 정보원인가? 정교하지 않고 투박하게 남은 상흔... 누가봐도 히트맨들의 짓이군.)
(상처가 덜 아문 것을 보니, 거의 다 따라잡은 것 같아. 얼른 뒤쫓아 봐야겠어.)
...파브릭에 대한 흔적은 모두 지우고, 발견 즉시 사살하라.
자네가 우두머리인가.
넌 누구지?
큭...!
급소를 노릴 수 있었는데 일부러 팔을 노렸군.
그 실력을 보니 누군지 알겠어. 하필이면...
조직의 일에 관심을 끈 채 모험을 다닌다고 알려진 당신이 이곳에 나타나다니. 오늘은 길보다 흉이 더 많겠어.
주저앉은 비밀 요원은 허리춤의 무전기를 재빠르게 낚아챘다.
근처에 있는 대원들은 모두 이곳으로 집결하도록.
(...수가 너무 많군.)
아무리 당신이라도 한꺼번에 우리 모두를 상대하기는 힘들겠지.
안타까운 일이야. 당신의 무용담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약간의 존경심마저 있었는데 말이지.
적대 세력에게 포로로 붙잡을 때에도 몇주간 지독한 고문을 버텨내고 극적으로 구출되었다고 했던가?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극적인 일은 없을 테니... 이만 사라져줘야겠어.
(하지만 딱 한 명의 목숨을 길동무 삼는 일이라면...)
(이건... 마지막으로 목격한 스승님의 모습인가.)
'요인 암살', '적재적소'.
하나가 아닌 여러 목표를 추적할 때도 중요하다.
적들을 깔끔하게 처치하지 못했다면, 너무나 많은 의문과 절제되지 못한 행동 때문이다.
스스로를 죽이고, 내면을 치워라.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라도 있나?
의문을 죽이고 행동은 간결해라.
...뭐?
<퀘스트 완료>
자네가 한참이나 돌아오지 않아 부득이하게 마중을 나왔네.
남은 흔적을 보니 꽤나 많은 수의 인원들과 교전을 벌인 것 같은데 괜찮은가?
각성 - 레퀴엠 4
뒷골목에서 부대장 슈미트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달빛주점의 부대장 슈미트를 통해 `에피소드 전용 마을`로 이동하여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파브릭에 대한 흔적은 모두 지우고, 발견 즉시 사살하라.'
정말 그렇게 들은 것이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허허...
슈미트의 주름진 미간이 분노하듯 떨렸다.
온화한 성격의 그에게선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들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나는 그들이 단지 오코넬의 흔적을 찾아 그의 사인을 밝혀내는 것을 방해하는 거라고 여겼네.
물론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더 컴퍼니의 리더이자 내 절친한 친우였지만.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루퍼트 같은 다음 리더가 필요하고, 우리도 과거의 추억에만 얽메여 있으면 안되는 법이니까.
허나 조사를 계속할 수록 오코넬이 살아있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는 움직이는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구만.
그들은 단지 우리를 방해하는 것뿐 아니라, 오코넬이 살아있음을 전제하고 그를 제거하려 하고 있어.
그렇다면 스승님은 어째서...
더 컴퍼니로 복귀하지 않느냐고? 그야...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지.
더 컴퍼니의 인원들이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서 일수도 있고... 어쩌면 조직 전체가 자신을 배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수도 있지. 허허, 지독한 오해의 늪에 빠져버린 것일도 모르겠구만.
과거를 회상하듯, 텅 빈 허공을 바라보던 슈미트의 눈이
다시 총기를 내뿜으며 모험가를 향했다.
아형은 지금처럼 모험을 계속해주게. 아마 앞으로도 힘든 싸움의 연속이 될 걸세.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활동하는 아형 같은 이들이 있어야겠지.
그러고 보니 아형에게도 새로운 코드네임이 하나 필요하겠군. 저들이 오코넬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그렇게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를 위한 '진혼곡(Requiem)'을 불러야겠지.
새로운 단서를 찾거나 언젠가 아형의 도움이 결정적으로 필요해졌을 때, 저들의 눈을 피해 연락하겠네. 부디 그 때까지 무탈하기를...
병장기를 부딪칠 필요 있는가, 적재적소에 꽂으면 그만인 것을
겨루는 것은 임무에 어울리지 않는다.
비범함은 걸림돌, 스며드는 평범함을 구하라.
완수의 순간까지 평안하다.
소음은 비효율적이다. 죽음에 따라오는 단말마처럼.
총성 또한 임무에 어울리지 않는다.
가책은 사치, 요원이 철학적일 필요는 없다.
흔들림을 먼저 죽여야 한다.
의중을 추측 마라. 의문은 동작을 느리게 한다.
스스로를 죽여라, 내면을 치워라.
좋은 요원은 죽은 요원뿐이니
월광을 타고, 단말마의 진혼곡 울려 퍼진다.
- 코드네임 : 레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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