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의 밤

가여운 데바. 잘 있었어?
혹시 내 목소리가 들려? 지금 너의 귓가에 속삭이는 중이니까 들릴 거라고 믿을게.
내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말했지? 너에게 들려줄 좋은 소식이 있어서 이렇게 돌아왔어.
그게 뭐냐면... 음? 잠깐만... 저게 아직도 움직이잖아?
데바. 벌레 한 마리가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아. 조금만 기다려.
......
후훗. 소리 들었어? 이것들은 죽는소리도 요란하군.
아니 글쎄, 이 벌레 같은 놈들이 너에게 불순한 짓을 하고 있지 뭐야?
감히 순혈의 피를 오염시키려고 하다니... 참지 못하고 전부 죽여버리고 말았어.
아니, 참지 않은 건가?
참, 전해줄 소식이 있다고 했지?
드디어 오늘 새로운 순혈의 계시를 받았어.
너의 뒤를 이을... 아주 강력한 위장자에 대한 계시를.
'지옥 끝이라도 신을 쫓을 자'
멋지지? 지옥 끝까지 신을 쫓는다니!
이미 빛이 가득한 지옥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 아니겠어?
바로 이 자리에서 네가 못다 한 일을 그가 이어서 해줄 거야.
내가 할 일은... 오늘 밤 그 계시를 이을 자를 초대하는 거겠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달콤한 미끼로 말이야.
 

콜링 제이드(Calling Jade)
뒷골목의 후미진 곳에 힘없이 앉아 있는 생채기투성이의 소녀에게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여인이 다가왔다.
인기척을 느낀 소녀가 죽은 듯 숙이고 있던 고개를 간신히 들어 올렸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듯 여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소녀는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허공을 향해 말했다.
 
"...누구세요?"
 
여인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소녀는 분명 살아 있었으나 죽은 자와 같은 기운을 품고 있었다.
 
"저를... 죽이러 오신 건가요?"
 
소녀의 간절한 물음에도 여인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지만, 소녀는 계속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여인이 그렇게 물으려는 순간 소녀의 입이 먼저 열렸다.
 
"길가에 놓인 돌도 거슬리면 발로 차버리는데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아요. 그 위장자도 저를 보고 그냥 지나갔죠."
 
그렇기에 소녀는 자신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피만을 쫓는 괴물이 자신을 그냥 살려둘 리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저는 이미 죽어 있는 거예요."
 
여인은 무심코 그 말에 동의했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자를... 과연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녀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우는 듯했고, 여인이 쓴 후드의 끝자락에 간신히 걸쳐있던 소녀의 시선도 더 위로 올라갔다.
 
위장자에게서 살아남은 어린아이가 있다는 흥미로운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었지만, 소녀의 상태에 내심 실망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죽은 줄 알고 살아가는 혼란 속에 있느니,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소녀에겐 그 무엇보다도 빛나는 자비가 될 터였다.
그때 소녀가 말했다.
 
"정말요?"
 
그제야 여인은 소녀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가 처음 고개를 들었을 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것은 힘이 없어 흐리멍덩한 탓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소녀가 바라본 상대는 여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더 높은 곳에 있는 존재였으며, 자신을 통해 그분을 만난 것임을 깨달았다.
 
그 순간 소녀에게서 익숙한 기운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여인은 본능적으로 양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강렬한 힘의 폭발이 그녀를 휘감았다.
먼지가 자욱하게 시야를 가리는 와중에도 여인은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신의 계시를 직접 받은 소녀를, 그리고 그 누구보다 생기가 넘치는 표정으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위장자를.



끝나지 않는 밤


샨트리를 떠나려던 모험가는 검은 교단을 몰아낸 추방자의 산맥에서 다시 피어오르는 불길함을 느꼈다.
불안함을 느낀 모험가는 근처에서 구출한 사이퍼들을 돕고 있던 미쉘에게 다가갔다.
아, 모험가. 이제 온 건가요? 구출한 사이퍼들은 다행히 안정을 되찾고 있어요. 그렇다는 건 일이 잘 해결된 거겠죠?
모험가가 대답하려는 찰나, 멀리에서 미아가 달려왔다. 그녀는 모험가를 발견하고 급하게 인사하고는 미쉘에게 말했다.
미쉘! 안정을 찾았던 사이퍼들이 또 폭주하기 시작했어! 분명 조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민하던 미아는 이내 무언가에 놀란 듯 화들짝 추방자의 산맥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설마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이?



데 로스 제국 2령에 위치한 샨트리에서 드루이드 미아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도 느끼셨군요? 추방자의 산맥에서 느꼈던 사악한 기운이 또다시 느껴지고 있어요.
네. 저는 피의 저주에 걸린 상태라 사이퍼들을 폭주시키는 사악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모양이에요.
전 이 기운이 어디에서 흘러나오는지 알 수 있어요. 빨리 그 근원지를 찾아서 막아야 해요!
미아. 이렇게 먼 곳에서도 사이퍼들이 폭주하고 있어. 더 가까이 갔다간 너도 폭주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시간이 없어. 그곳을 바로 찾을 수 있는 사람은 피의 저주에 걸린 나밖에 없는걸?
......
나도 할 수 있어. 미쉘. 지난번에 말했잖아. 미쉘만 이 일을 짊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
데샹을 위해서라도...
그래. 알겠어. 대신 나도 같이 갈 거야.
네가 조금이라도 이상해지면 바로 돌아올 거라는 거. 명심해.
응. 꼭 그렇게 할게.
모험가. 함께 갈 건가요?
매번 고마워요. 당신에게는 갚아야 할 일이 늘기만 하는군요.



피의 부름


기운이 가장 강력하게 느껴지는 곳은 버려진 땅이에요.
우선 그곳으로 가서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버려진 땅에서 사악한 기운의 근원지를 찾기.



이쪽 방향이에요.
조금만 더 가면 그 기운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통로 같아. 
여기에서 그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어. 아무래도... 윽?
미아? 이런! 어서 이쪽으로 물러서!
미쉘... 도, 도망쳐 나 또 변해...



<퀘스트 완료>
미아 정신 차려!
끄으윽...
네가 왜 여기에 온 건지 잊은 거야? 네 친구들! 사이퍼들을 구하기 위해서잖아!
으으윽...
데샹... 데샹이 이런 걸 원할 것 같아? 모두를 위해 희생한 데샹을 생각해!
데... 샹...?
꺄아아악!!
미아!!

미아! 정신이 들어?
음... 미쉘... 나 또 저번처럼 폭주를... 으앗!?
나 계속 이런 모습이잖아!
그래. 그 상태에서 어떻게 정신을 차린 거야? 괜찮은 거 맞아?
글쎄... 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된 걸까?
그렇군요...
...미아. 기분은 어때?
으응... 괜찮아.
......
왜 그래? 느낌이 이상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알겠어.
...미아.
응?
언제 또 폭주하게 될지 모르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곧바로 말해줘야 해?
응...



신이 원하는 자


미쉘. 저 통로 안쪽에서 마을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한 피의 기운이 느껴져.
아무래도 저 통로 안쪽의 불길한 기운이 원인인 것 같아.
이 건너편은...
추방자의 산맥으로 이어져 있군요.
그 사람들이 설마 또 같은 짓을 저지르려는 걸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들이야.
모험가. 아무래도 바로 저 통로 너머로 가야겠어요.



어디론가 이어진 통로를 통해 추방자의 산맥에서 피의 기운 탐색하기.



꾸에에엑!
(...이 힘이라면 분명 미쉘에게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이 힘은... 데샹을...)
미아. 그 힘은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나도 조심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문제없을 것 같아!
저기 누가 있어!
느낄 수 있어. 저 사람도 나처럼 피의 저주에 걸린 것 같은데...
저 사람은 분명...
아는 자인가요?
(끄덕)
모험가는 체스트 타운에서 그를 마주쳤던 일을 말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미쉘은 미아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악마가 되어도 이성을 지닐 수 있는 자가 또 있었군요.
그럼 나, 더 폭주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야?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미아도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거야.
일단 저자를 쫓아가죠. 같은 적을 쫓고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지옥 끝이라도 신을 쫓을 자여.
......크르륵...
멈춰라. 초대받지 못한 자들은 지나갈 수 없다.



<퀘스트 완료>
죽이거라.
죽음 또한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구원일지도 모르니.
모험가? 저자를 살려두려는 건가요?
.......
...너는 어째서 우리를 방해하는 거지?
이 거짓된 세상에는 고통만 있을 뿐, 구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왜 모르는가?
구원받지 못한 세상을 고통에서 해방할 방법은 오직 하나... 거짓된 것들을 파멸시키는 방법뿐이다.
구원을 바란다는 건... 결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말...
지키고... 싶은 것?
모험가의 말에 K의 몸이 굳었다. 그는 마치 잊고 있던 중요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표정처럼 보였다.
K는 모험가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묵묵히 바닥만을 응시했다.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K는 누구보다 증오하던 행위를 바로 자신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K가 생각을 마친 듯 고개를 들어 모험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의 눈빛을 보니 그들이 떠오르는군. 
...그들?
절망에서 내려온 자들... 그림시커라 했던가? 확고한 신념으로 지옥의 불조차 삼킬 것처럼 결연한 눈빛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들과 비교한다면 나의 신념은 ...어떠한가?)
...내가 알려줄 이유는 없는 것 같군.
묵묵히 서 있는 모험가를 바라보던 K는 생각이 많아진 듯,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

사라졌군요. 이대로 보내줘도 되는 거였나요?
...알겠어요. 당신이 괜찮다면 상관없어요. 더 신경 쓰지 않겠어요.



신을 원하는 자


미쉘. 저 통로로 가야 할 것 같아. 저곳에서 더 진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어.
그래. 이젠 나도 느낄 수 있어.
모험가. 목적지가 가까워진 것 같군요. 바로 출발하죠.



닐바스 그라시아를 쫓아 혼돈의 밤으로 향하기



모험가님! 어떻게 여기에? 아, 미쉘님도 함께 시군요. 그런데 미아 님은 지금 상태가... 괜찮으신가요?
네. 전 괜찮아요. 추방자의 산맥에 다시 나타난 사악한 기운의 영향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지난번처럼 이성을 잃고 폭주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군요. 형제, 자매님들 중에도 그런 사악한 힘을 이겨내고 극복한 분들이 있으니 분명 미아님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오베리스 님은 무슨 일로 이런 곳에 계시는 건가요?
데바스타르의 시체가 있는 버려진 안식처에서 정화 작업을 하던 형제, 자매들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사악한 기운이 다시 풍기기 시작하더군요. 분명 검은 교단이 또 일을 꾸미는 것이겠죠.
......
루실 자매님? 왜 그러시죠?
당신은, 그때 그 사이퍼로군요. 결국 위장자가 된 것입니까? 
아니, 미아는 위장자가 아니에요. 
...또 당신이군요. 이 자는 위장자의 피를 지녔고, 위장자의 기운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위장자인 것이 보이는데 아니라니? 저를 기만하는 겁니까?
당신 설마 또...
이건?
멀지 않은 곳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요! 이 기운은 검은 교단이 분명해요!
더 급한 일이 생긴 것 같군요. 당신은... 일단 조금 더 두고 보겠습니다. 



지옥 끝이라도 신을 쫓을 자라... 내 오랜 염원을 너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모험가? ...오히려 잘 되었군.)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군요. 다들 어디를 그리 바삐 가시는 건지요?
그건 이쪽에서 물을 말이다. 이곳에서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허허허. 이번에는 이 몸이 그대들과 싸울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자가 새로운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자가 바로 새로운 순혈자의 계시를 받아들일 위장자이니 말입니다.
크르륵... 헛소리! 누가 악마의 계시를 받아들인단 말인가!
새로운 순혈자?
그렇다면 지금 일어나는 일이 새로운 순혈자를 위한 일이란 건가요?
답은 스스로 찾으시지요. 그리고 앞으로 누가 진정한 적이 될지도 말이지요.
잠깐만요!
저자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어요. 이단의 계시를 받았다는 게 사실인가요?
크르륵...
대답해주세요. 우리는 적인가요?
적이 아니다.
그렇다면...
크륵... 그러나 우리는 같은 편도 아니다.
??
저렇게 참지 못하고 도끼에 불을 붙이는 자들이 있는 한...
우린 적에 더 가깝겠지.
......



<퀘스트 완료>
루실 자매님 용케… 참아주셨네요.
저자의 말이 맞습니다.
네?
저자는 적도, 아군도 아닙니다. 그저 단죄해야 할 죄인일 뿐.
죄인의 단죄는 조금 늦춰질 수는 있으나... 결국 피해갈 수는 없을 겁니다.
.......



순혈의 의식


지금 중요한 건 데바스타르의 시체를 정화하는 형제, 자매님들이에요.
지금 느껴지는 기운도, 그리고 저 퇴마사와 그를 쫓아간 자도... 모두 한곳으로 향하고 있어요.
한때 소멸이 머물렀던, 지금은 버려진... 그 안식처로.



버려진 안식처에서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 흑막을 저지하기



드디어 왔네. 지옥 끝이라도 신을 쫓을 자.
나는 검은 교단의 맹혈자이자 오즈마님의 계시를 받드는 계시자.
또 새로운 순혈자를 위한 순혈의 의식을 주관하는 제사장 콜링 제이드다.
크르륵... 아스타로스는... 어디에 있나?
그게 궁금한 거야? 그건 순혈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이 계시의 잔에 든 순혈의 피를 마시면 되는 거야. 간단하지?
더러운 악마의 피를 마실 것 같은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
숭고한 의식에 자꾸 불순한 자들이 꼬이는군... 
꺄악!!
크르르륵...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잠깐만 기다려. 이것들부터 치우고 다시 이야기하지.



<퀘스트 완료>
스스로 피를 마신 자
감히... 감히... 계시를 망치다니...!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분노에 삼켜진 듯 제이드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러고도 신께 용서받으리라 생각하진 않겠지! 반야!
당장이라도 반야를 쫓아갈 것 같던 제이드는 일순간 몸을 멈춰 세웠다.
이건? 또 다른 계시가... 
욕망의 끝에... 검은 성흔을 쥔 자...
제이드의 턱에 선명한 선이 드러났다. 이가 부서질 듯한 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더 분노하지 않고 낮게 읊조렸다.
그 욕망이 가득 찬 자가... 새로운 순혈자가 되기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이 신의 뜻이라면... 기꺼이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미쉘! 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설마... 저 여자가 원인이었나? 방금 도망친 여자가 당신들이 말한 순혈자인가요?
검은 교단에 순혈자는 단 세 명만 존재합니다. 이미 한 명의 순혈자를 처치했고, 다른 한 명은 카펠라에 감금된 상태죠.
저자의 기운은 여태까지 만났던 순혈자에 미치지 못합니다. 스스로 말한 것처럼 맹혈자중 하나로 보이는군요.
그렇군요. 그럼 당신들은 이제 어떡할 거죠? 저는 다른 사이퍼들도 괜찮아졌는지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잠깐만요. 이곳에서 정화작업을 하던 형제, 자매님들은 어디 있죠?



풀수 없는 저주


오베리스 자매님... 여기.
거긴...
!!!
오베리스는 입을 막고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이미 오랜 시간 악마와 같은 자들과 싸우며 모진 경험을 한 그녀였지만 손끝이 살짝 떨려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루실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이전에 보았던 광기가 아닌 분노의 기운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다른... 사제를 불러오겠습니다.
우선 이들을 교단으로 옮겨 신의 품으로 보내드린 후...
......
루실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그 거친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였다.
그 후...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지금 눈앞에서 놓친 죄인들을 신의 불꽃으로 반드시 처단할 것입니다.
루실은 고개를 돌려 미아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일말의 감정도 보이지 않는 표정이었다.
당신. 미아라고 했습니까?
아... 네, 맞아요.
당신의 단죄는 조금 늦추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진 마십시오.
조금이라도 신의 뜻에 거역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이 도끼가 가차 없이 당신을 향할 테니까요.
미아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지만, 루실은 대답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등을 돌려 사라졌다.
혼란스러움 속에서 신의 품으로 돌아간 형제, 자매들을 위해 슬픈 기도를 올리는 오베리스를 보며
다른 이들은 묵묵히 바라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데 로스 제국 2령에 위치한 샨트리에서 미쉘과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이제 오는 건가요?
샨트리로 돌아오자마자 다른 사이퍼들을 확인해 봤는데, 다행히 다시 안정을 찾은 것 같더군요.
물론 안심하기엔 일러요. 저주는 계속 남아있고, 그 루실이란 자도 이번에는 넘어가긴 했지만...
그자가 생각을 바꿔 다시 나타나거나... 그 사람과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가라도 나타난다면 또 위험해지겠죠.
하지만 이번에 오베리스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 사람은 저주에 걸린 사이퍼들 조차도 품으려고 했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도 받아준다는 버림받은 자들의 교회를 찾아가 보려고 해요.
그곳이라면 사이퍼들이 받은 저주를 해결해주고, 또 다른 것들도 도움 받을지 모르니까요.
그때 먼 곳에서 모험가를 발견한 미아가 뛰어왔다. 미아는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모험가에게 말했다.
모험가님! 저기... 혹시 그 루실이란 분은 좀 어떠세요?
괜찮다면 직접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기가 어려워서요.
미아의 말에 모험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을 본 미아는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군요...
미아.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단죄를 내린다는 사람은 왜 만나려고?
우리가 친구들을 잃은 것처럼... 그 사람도 똑같이 친구 같은 사람들을 잃었잖아.
위로해주고 싶었는데...
위로...?
모험가가 미아를 바라보았다. 미아 또한 많은 친구를 잃었고, 가장 친한 친구인 데샹을 잃었다.
미아는 어쩌면 자신에게 필요한 위로를 무심코 루실에게 주고자 한 것인지도 모른다.
네?
모험가의 말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미아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 큰 눈망울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힘든 일을 겪고, 누구보다 더 힘들었지만 내색할 틈도 없었을 것이다.
미아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흑...
미쉘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던 미아는 겨우 진정하고 빨갛게 달아오른 코를 만지작거리며 모험가에게 말했다.
훌쩍... 고마워요. 모험가님.
제가 위로를 받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덕분에 조금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네. 아직 피의 저주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이제 힘을 더 내야겠죠.
전 꼭 미쉘과 함께 이 피의 저주를 풀 방법을 찾을 거예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꼭 지켜봐 주세요! 모험가님.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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