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三山)의 기운

칙사 우의 추천


모험가님, 이번에는 어디로 향하시나요?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수쥬의 칙사, 우가 마차에 탄 채 작게 난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말머리가 향한 방향을 보니,
또 어디엔가 들렀다 수쥬로 돌아가는 길인 듯 보였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칙사로서의 생활이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는 괜찮다는 듯 베일 아래로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스카 님의 명으로 타국에 선물을 전하고 오는 길입니다. 워낙 새로운 문화와 문물을 즐기시는 분이신지라, 마차의 오를 일이 덩달아 잦아졌네요.



수쥬의 쿠룬산에 올라 유명하다는 경치 확인하기



어이! 거기!
혼자 이곳에 올라오다니, 배짱이 두둑한 녀석인가본데…
그만큼 주머니도 두둑한지 한 번 확인해볼까?



누구냐!
수련을 위해서 올라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래, 붙어보는 것도 좋겠군.



<퀘스트 완료>
크윽… 아직… 안 끝났어…
이쯤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잠깐!
거까지!

아아, 미안타, 미안타. 내 친구가 인사를 좀 거칠게 하제?



삼산의 기운


임마가 요즘 훈련이 맘대로 안 되가 예민타. 모험가, 네가 좀 이해해도.
응? 니에 대해 어째 아냐고? 하하핫! 이 동네에서 니 모르는 사람도 있나? 우리같은 사람은 평~생 한 번 가 볼까 말까한 데를 넘나들면서, 무시무시한 사도까지 때려 잡았다이가!
히야, 대단하대이. 니처럼 강한 놈으로 사는 거는 어떤 기분이고?
아, 내 소개를 안했구마, 참. 내는 억수라 칸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퇴마사 행세를 하고 다니긴 하지만은, 지극히 평범한 수쥬국 청년이제. 그리고 임마는 내 친구…
됐어. 그쯤 해둬.
점마는 설한이라 칸다. 비리비리해보여도 점마는 진짜 넨마스터래이. 뭐, 수련하는 것만큼 딱히 실력이 늘지는 않는 것 같다만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성격은 원래 개차반이니깐은 네가 이해해도. 근데 니는 여기 왜 올라 온 기고? 설마 수련? 에이, 그럴리가 없제. 니처럼 강한 놈이 우째 이런 데서 수련을 하겠나?
수련을 한다는 것은 더 강해지기를 원한다는 뜻! 모험가, 니도 혹시 강해지는 거에 관심 있나? 원래는 설한이 놈 줄라고 물어 온 정보인데, 모험가, 니한테는 말해 줄게. 들어 보래이.
신묘한 기운을 품고 있다는 삼산(三山)에 대한 이야기, 니도 아나? 설산이라고도 불리는 샤르나크 산, 흑요정 왕국의 알프라이라 산, 그리고 전설 속 헛소리인줄로만 알았던 천계의 할트산까지!
뭐? 첨 듣는 이야기라꼬? 별일이네. 모험가, 니라면 당연 알 줄 알았는데. 쨌든 이 신묘한 삼산의 기운을 전부 몸에 담으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말 그대로 소문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최근 니 덕에 공국에서 천계로 가는 길이 열렸다이가!
그 이후에 몇몇 뜨내기들이 삼산 이야기를 확인해 보겠다고 봇짐 싸들고 마, 떠났는데, 삼산의 기운을 얻고 정말 몰라보게 강해져서 돌아왔다는 기라!
말도 안 돼.
아, 진짜라니까? 모험가, 니는 우째 생각하는데? 세상 돌아다니면서 별의별 신기한 일들은 다 봤을 거 아이가. 그런데도 이게 말이 안될 얘기가?
…그제? 모험가, 니도 관심 생기제? 자, 그럼 결정됐다, 마! 다 같이 떠나는 기라! 삼산의 기운을 얻어서 무지막지하게 강해져서 오자!
또 쓸데없는 짓 한다.
짐은 다 꾸려 놨다. 떠나기만 하면 된다! 모험가, 당연히 니도 갈 기제? 가자!



수쥬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브왕가의 수련장으로 향하기



크으, 춥다. 여가 말로만 듣던 설산이가? 여기 반투족이 싸움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던데.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마!
저 녀석이 또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미안타, 모험가. 정상에서 보자!



뭘 보고 있어? 어서 죽여라!
아이고, 이놈이 머리를 제대로 맞았나 봅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면 제 친구 모험가가…
앗! 모험가!
이 자들 말이 사실이었군. 모험가의 일행인 줄은 몰랐소.
오랜만에 대전다운 대전을 해 보겠군.



<퀘스트 완료>
실력이 녹슬지 않았군. 오랜만에 보니 반갑소. 술이나 한 잔 기울이고 가시오.



억수의 이야기


글쎄. 힘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산의 정기 같은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소. 하지만 그런 것이 있다 해도, 부지런히 수련해 얻은 힘에 비하지 못할 것이오.
크으, 맞는 말씀이십니다. 브왕가 님. 산의 정기에 관한 이야기는 바로 이 마유주 맛을 본 자가 지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힘이 윽수로 솟는 것 같다니까요!
하하, 모험가, 참으로 유쾌한 친구를 두었소. 그런데 함께 있던 사내는 어디에?
브왕가 님께 패한 것이 어지간히 속상했나 봅니다. 잠깐 바람 좀 쐰다고 나갔는데, 멀리 가진 않았을 기라예. 그 유명한 브왕가 님을 직접 뵌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할 일이구마, 참.
참으로 우애가 깊은 듯 싶군. 지나친 관여라 여길 수 있겠소만, 그 사내, 위태로워 보였소. 전투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은 좋으나, 그 사내는 마치…
죽기 위해 싸우는 것 같았소.
약속한 듯한 침묵이 이어졌다.
억수는 멋쩍은 듯 잔을 내려 놓으며 힘겹게 입을 떼었다.
분위기도 이란데, 지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 드릴까예?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날, 수쥬의 어느 절 앞에 갓난아 하나가 버려졌는데, 그 절이 하필 퇴마사들이 수련하는 것으로 유명한 데였다 아입니까.
마음씨는 좋지만 감각은 영 떨어지는 퇴마사 분들이 그 갓난아한테 '억수'라는 이름을 지어 주시고, 입을 것, 먹을 것도 내주셨지예. 그 덕에 무럭무럭 자랄 수는 있었지만, 퇴마사로서의 재능은 영 꽝이었심더.
보시다시피 지는 엉터리 퇴마사지만, 이런 것도 나쁘진 않습니더. 세상이야 여기 모험가 같은 놈이 구할 테고, 나같은 놈은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면 그만이니까…
설한이 점마도 지랑 비슷한 신세였습니더. 평범한 무인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나, 수쥬의 다른 사내놈들처럼 어릴 적부터 격투술을 익혔지만…
눈에 띄지 않는 재능, 평범한 실력. 언제나 중간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지예. 그렇다고 불만이나 열등감 같은 걸 느끼는 놈은 아니었심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딴판이 되었군.
그게 예전에…
언제부터 옆에 있던건지,
불쑥 나타난 설한이 발길을 재촉했다.
출발하지. 언제까지 술이나 마시고 있을 거야?
아,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브왕가 님, 덕분에 잘 쉬다 갑니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은, 저희가 바삐 가야 할 데가 있어가 이만 실례하겠습니더.
다음 목적지는?
알프라이라 산! 흑요정 왕국, 펜네스의 상징이제.



수쥬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흑요정 묘지로 향하기



크으, 모험가와 함께라면 못 갈 데가 없다이가! 흑요정 왕국은 아무 인간이나 들어 올 수 없다 카던데!
쓸데없이 아는 건 많아. 그래서 여기선 뭘 하면 되는데?
전설의 7 영웅의 인정을 받는 기지!
이곳 지하 무덤에는 흑요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곱 영웅이 잠들어있는데, 그들의 무덤 앞에서 신비로운 주문을 외우면 그들의 영혼이 나타나 자신을 깨운 자의 힘을 시험시킨다칸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통과하면 알프라이라 산의 정기를 받을 수 있다는 말씀!
죽은 자의 영혼을 깨운다는 게 말이 돼?
일단 가서 해 보면 아는 거 아니겠나? 자, 자, 서두르자!



햐~ 이까지 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이네. 아! 문이 저건갑다!
흠, 잠겼네.
문 여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책에서 봤던 주문을 외 보까?
여유는 없는 것 같은데.
시간만 조금 끌어도!



<퀘스트 완료>
도대체 언제 성공하는 거야? 이상한 놈들이 계속 밀려온다고!
시간 좀 더 끌어 봐라! 타미쿠라 라리호로롱…
미치겠네.

응? 뭐야, 모험가잖아?
…내가 맨날 아무나 패고 다니는 놈으로 보이냐? 물론 잔챙이 녀석들을 철구로 때려주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른 일로 온 거라고.
전염병 때문에 나의 동족이 여럿 죽어 나갔다. 그들 역시 자신만의 긍지를 지키다 세상을 떠났으니, 영웅의 무덤에 자리를 마련해줘야지.
그럼… 동족을 직접 묻어 주셨다는 겁니꺼? 뭐, 슬프다거나… 마음이 아프다거나 하지 않으십니꺼?
응? 웃기는 말투네. 넌 뭐냐? 시비 거는 거냐?
싸움이라면 언제든 상대해 주지.
가만히 좀 있으라, 좀! 흑요정님, 제,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건 분명 가슴 아픈 일인데, 조금도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편안해 보이셔 가…
음핫핫! 이 로엘 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동족을 잃은 건 나에게도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끝까지 걸어 나갔어.
과거로 돌아가서 그 녀석들한테 이 길로 나갔다간 죽어서 돌아 온다고 말하면, 그 녀석들이 이 로엘 님을 뭐라 생각할 것 같냐? 고작 죽는 것이 두려워 긍지를 져버리는 겁쟁이라고 비웃을 거다!
나의 동족은 그런 자들이다. 그러니까 슬퍼도 슬프지 않아. 그게 녀석들을 존중하는 길이니까!



할트산으로 향하는 길


와, 아까 그 흑요정 형님, 윽수로 멋있대이. 내 흑요정에 대한 편견을 싹 지워뿟다.
로엘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가는 길,
억수는 알프라이라 산의 정기를 얻는 것 역시 실패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었는지, 신이 나서 떠들어 댔다.
하지만 점점 삼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억수에 대한 신뢰가
사라져 가고 있던 설한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너 삼산에 대한 이야기, 다 지어낸 거지? 이제까지 제대로 성공한 게 없잖아!
아따, 예민하기는. 뭐, 산의 정기를 얻는 거는 잘 안됐지만은 모험을 하고 있다이가! 수쥬에서도 방구석이나 으슥한 골목에나 처박혀 있던 니하고 내가 말이다!
그리고 삼산이 왜 삼산이냐, 산이 세 개가 있어 삼산인기라. 우리가 비록 설산, 알프라이라 산에서는 실패했지만은, 남은 산이 하나가 더 있다 안하나?
…남은 산이라면, 할트산?
내내 무표정했던 설한의 표정에 작은 동요가 비춰졌다.
억수는 설한의 눈치를 흘끔 보는가 싶더니, 괜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한테 모험가가 있는데, 어디든 못 가보겠나? 한 번 태어난 인생, 마가타도 딱 타 보고! 천계 구경도 한 번 싹~ 하고!
그거 탈 돈은 있냐?
모험…가가 있지 않겠나?
아니, 공국은 뭐 하는 긴데! 모험가가 사도를 몇 마리나 때리잡아줬는데. 마가타 정도는 공짜로 태워줘야 하는 거 아이가?
일단은 가 보자. 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덤벼보자! 안 되면 내가 무릎이라도 꿇는다 안 하나!



마가타를 타기 위해 웨스트 코스트의 선착장 앞으로 가기



<퀘스트 완료>
…잠깐.
뭔데? 화장실은 좀 이따 가그라. 지금 1분 1초가 아깝거든?
난 못가겠어.
뭐라꼬?
못 가겠다고!



억수의 고백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른 것이 무안했는지,
설한은 휙 뒤돌아 섰다.
억수가 뒤늦게 그를 잡으려 했지만, 북적이는 웨스트 코스트에서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사라진 설한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아, 뭔데? 진짜 가 버린 기가? 평소에는 센 척, 잘난 척 다 하드만! 그래 용기가 없어 가 우째 강해진다는 긴데!
듣는 이 없는 억수의 외침이 의미없는 메아리만 남긴 채 흩어졌다.
억수는 어울리지 않는 한숨과 함께 모험가를 돌아 봤다.
후, 미안하다. 점마가 나쁜 뜻이 있어서 그런 거는 아니고… 그러니까…
그, 모험가… 있다 이가. 삼산에 관한 이야기, 뭐 정기 어쩌고 한 그거 말이다. 사실은 점마를 천계로 데리고 갈라꼬 지어낸 이야기다. 내 사정이 있어 가 그랬지만서도, 니한테 못할 짓 한 건 맞다. 참말로 미안하대이.
뭐, 뭐라꼬? 첨부터 안 믿었다고? 그럼 와 우리를 따라 나선 긴데?
와, 니… 억수로 착한 놈이네. 영웅 소리 들을라문 적어도 니 정도는 착해야 되는 기가? 내는 죽었다 깨나도 못 들어 보겠다.
알았다. 다 이야기할게. 다 털어 놓을테니까는, 일단 설한이 금마부터 찾으러 가자.
어디 있긴, 금마가 갈 데가 뭐 있겠나? 다시 수쥬로 돌아 갔을 기다. 가 보자.



수쥬의 쿠룬산에서 설한을 찾아 설득하기



분명 여기 어디 있을 기다. 우린 주로 여기서 놀았거든. 나하고 설한이 금마하고, 망연이까지 셋이.
그래, 니한테는… 망연이 얘기를 해야겠제. 들어 봐 주겠나?



이얍!
살살들 하그라, 살살! 뼈 부러지긋다. 그런다고 뭐 될 줄 아나?
빨리 강해져야 해. 그래야 모험을 떠나지! 나는 하늘성 너머에 있다는 천계까지 갈 거야. 전설 속에만 있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올 거라고!
또 그 소리냐?
치, 이젠 같이 가자고 안 해. 나 혼자라도 갈 거야! 천계에 있다는 그 산, 이름이 뭐더라? 하, 할트산? 암튼 거기 꼭대기까지 올라 가서 너희들을 비웃어 줄 거라고!
뭐, 거서 여가 보이는 줄 아나?
아, 암튼! 나중에 부럽다고 울지나 마셔. 빨리 일어나! 훈련하자, 훈련!



합!
설한아!!
설한아!!
뭔데 또 호들갑이야?
망연이가… 망연이가 돌아왔다.
뭐? 떠난지 얼마나 됐다고. 내 그럴 줄 알았다. 천계는 커녕 하늘성 근처도 못 가봤다지?
그게…
뭔데. 빨리 말해. 불안하게 하지 말고.
말하라고!



마, 천계 간다고 매일을 그래 난리치던 왈가닥이 죽어 돌아올지 우째 알았겠나. 그럴 줄 알았으면 같이 가는 긴데… 죽으러 가는 기라도 같이 갔어야 되는 긴데…
모험가, 니처럼 강한 놈은 모를 기다. 약하다는 게, 재능이 없다는 게, 평범하다는 게 어떤 건지…
설한이 금마는 망연이 죽음이 지 탓이라 생각해 가, 어떻게든 강해질라 캤다. 뭐, 말이 강해진다지, 매일 저 스스로를 사지로 모는 기라. 죽지도 몬하고, 저를 용서하지도 몬하고…
그래 가 싫다는 거 끌고서라도, 니한테 빌붙어서라도 천계에 가려고 했던 기다. 망연이 소원을 대신 이루어 주면, 설한이 금마 맘속에 짐도 좀 덜어질까 케서…
뭐고, 민망하게. 그런 눈으로 보지 마래이. 그래도 니만큼 착한 놈 될라면은 한 세 번은 다시 태어나야 될 기다. 암튼, 설한이나 찾아 보자. 멀리 가진 못했을 기다.



<퀘스트 완료>
뭐고? 내내 거기 있었나? 말을 해야 될 거 아이가, 말을.
뭔데? 니…
…미안, 내가 잘못했다. 너에게도, 먼저 간 망연에게도…

네 말이 다 맞아. 난 매일 나를 사지로 몰았어. 정말 죽고 싶었거든.
망연이가 죽은 게 꼭 내 탓 같아서. 처음 고향 떠나는 애를 혼자 보낸 거, 따뜻한 말 한 마디조차 못 해준 거, 다 미안해서… 죽어서라도 망연이 곁으로 가려고…



세 친구


근데… 그러는 건 먼저 간 망연이한테도, 억수 너한테도 잘못하는 거였어. 아직까지도… 이렇게 부족한 놈이라서… 정말 미안하다.
뭐, 알면은 됐다. 내 더 이상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 설한아.
미안하다. 모험가, 너한테도 정말…
고개를 푹 숙인 채 미안하단 말만 반복하던 설한의 목소리가 천천히 젖어갔다. 억수는 제눈에 맺힌 눈물을 감추려는지, 큰 소리로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하! 자, 자! 퍼뜩 인나라!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아이가!
천계로 가자! 가서 망연이 한도 풀어 주고, 우리 속도 좀 풀어 보자! 모험가, 니도 같이 가 줄기제?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천계 할트산 중턱에 오르기



와, 여까지 오는데 억수로 오래 걸렸는데. 막상 와 보니깐 별 거 아니네.
수쥬의 풍경이 훨씬 아름다운 것 같은데.
맞제? 내도 그래 생각했는데, 근데… 저건 뭐고?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들킨 이상, 살려보내지 않겠다!
뭐, 뭐고, 이거! 모험가, 어떻게 좀 해도!



<퀘스트 완료>
휴, 이제야 좀 조용하네. 이쯤이 괜찮겠다.
그건… 망연이가 가지고 다니던 물건 아냐?
맞다. 그 가시내, 그래 오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산 아이가. 한 번 둘러나 보고, 놀다 가라고 여 묻어주는 기다.
와, 저 봐라. 천계가 훤히 다 보이네! 여서 보고 싶은 세상 실컷 보그라.
망연아!

이래 해 놓고 보니까는 맘이 억수로 편안하네. 진짜 망연이 소원을 이루어 준 것 같고, 괜히 뿌듯하다 아이가.
그러게. 이게 다 모험가, 네 덕분이다. 자, 이거 받아.
이, 이, 인삼주? 뭔데? 여까지 오자 한 거는 내 생각이거든? 와 내는 안 챙겨주는데?
모험가가 없었으면 너하고 그 말도 안되는 모험을 절대 안전히 다녀오진 못했을 거다.
뭐, 그거는… 그래. 설한이 말이 맞다. 다 모험가, 니 덕분이다. 참말로 즐거웠대이. 악수나 한 번 하자!
모험가, 너랑 다니면서 깨달았어. 진짜 강해지기 위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 직접 세상에 나가 모험을 해 보는 게 좋다는 걸. 망연이가 그렇게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한 이유를… 알 것 같아.
그래서 결심했어. 앞으로 나도 계속 모험을 할 거야. 억수, 이 놈하고 같이.
뭐, 뭔데? 내하고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내 뜻도 좀 물어봐야 되는 거 아이가?
너도 나랑 모험가를 속이고 이리 저리 끌고 다녔잖아. 복수야..
아, 그, 그거는 임마, 다 너를 위해… 뭐, 뭐고? 모험가, 니는 왜 동조하는데? 와, 진짜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이네!
그걸 이제 알았냐?
억울해하는 억수를 보며 설한은 소리없이 웃었다.
그의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마주하는 억수 역시 별 수 없이 웃어버렸다.
그늘없이 반짝이는 두 사내를 보는 모험가의 입가에도
어느새 살며시 미소가 걸린다.
두 친구와의 짧았던 모험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칙사 우의 추천으로 경치 좋다는 쿠룬산에 올랐다가 혼자서 수련하던 설한과 마주친 모험가. 다짜고짜 모험가에게 덤비는 설한과 전투하면 어디선가 나타난 퇴마사 억수가 둘의 싸움을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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