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황궁
모험가님 지금 바로 겐트로 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노스피스의 귀족들이 황궁을 습격했습니다.
황녀님이 위험합니다. 총사령관님이 황녀님을 호위하고 젤딘 님과 저희 황녀의 정원이 어떻게든 막아보고 있으나 많이 벅찬 상황입니다.
염치없지만... 긴급하게 요청드립니다. 부디 서둘러 주십시오.
겐트로 가서 상황을 물어보기
<퀘스트 완료>
!!
모험가님!! 여기까지 오시는 데 별문제는.......
귀족군 눈에 띄면 안 됩니다. 마를렌 님, 모험가님. 우선 이쪽으로!
.......
이곳이라면 괜찮겠네요. 제가 망을 보고 있겠습니다.
고마워, 라이니. 어쩌다 이런 일이 또다시…
죄송합니다 모험가님. 저도 모르게 약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곧 젤딘 님이 오셔서 상황을 설명해주실 겁니다. 저는 일단 억울하게 눈 감은 동료들을 마저 보내주고.......
……
상황이 좋지 않아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네요. 그때 기억 잃은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기 젤딘 님이 오고 계시네요.
모험가님! 와주셨군요!
긴급 상황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패악한 놈들이 황궁의 문을 부수고 황녀님을 납치하려고 했습니다.
황녀의 정원이 필사적으로 막은 덕분에 무사히 피하셨지만 희생자가 많습니다. 더구나 바깥에도 적들이 몰려와 황녀님을 내놓으라며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네. 귀족들만 있었다면 저희 선에서 해결했겠지만.......
제국이 합세했습니다.
!!
제국이라면.......
다행히 모험가님과 함께했던 자들은 아니었습니다, 제국의 슈만 엘프람이란 자가 군인들을 이끌고 왔다고 하더군요. 권력에 눈이 먼 천계의 귀족들이 나라를 저버린 것이지요.
당장이라도 그 죄를 묻고 싶지만.... 상황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황녀님을 위해 함께 싸워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갑작스럽지만,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적의 대장이 제게 투항하라더군요. 이제 제 답을 전할 때입니다.
겐트 성 밖에서 적의 대장과 만나기
젤딘 대장, 답을 정한 얼굴이군.
갑작스러운 기세가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모험가 때문이었나.
제국까지 끌어들인 자들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베르타 공. 명문가인 당신이 명예를 잊고 백성들을 선동하여 이 나라의 해악이 되다니요. 대를 거듭해 온 충성이 겨우 그 정도였습니까?
충성? 우리가 충성한 것은 이 나라네. 황녀와 모래 냄새 나는 늙은이가 나라를 흔들고 있는데 귀족으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반역의 핑계가 고작 그런 것이라니 실망스럽습니다.
우리는 그저 죄 없는 천계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다 못해, 횡포를 부리는 위정자를 막고자 하는 것뿐일세. 나라를 구하는 것이 귀족의 역할이지 않는가? 우리의 뜻을 알았으면 투항하게.
그럴 수는 없다! 반역자!
자네가 끝까지 황녀의 개가 되겠다면 하는 수 없지.
<퀘스트 완료>
치잇. 천계의 영웅이란 말이 헛소리는 아니었군...
거기 멈춰라! 베르타! 왜 네놈들은 황녀님을 그렇게 미워하는 거지? 우리 손으로 되찾은 나라의 지도자를!
…답답하군. 젤딘 슈나이더. 난 자네를 존경하던 사람일세. 그러니 이 말만은 해야겠네.
황녀가 자리에 오르고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전쟁뿐이었네. 다치고 배고픈 백성들의 비명이 자네에게도 들렸을 터.
그 어린 황녀는 무엇이 이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 알지 못해. 나라를 짊어질 자격도, 능력도 없는 자야. 오직 화를 불러오는 능력만 있을 뿐이지.
뻔뻔한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이 나라를 위한다고? 황도가 카르텔에게 공격당할 때! 안톤의 위협에 이 나라가 풍전등화처럼 흔들릴 때! 그대들은 대관절 어디에 숨어있었나?
......
군 병원의 예산과 퇴역 군인의 위로금을 줄인 것도 귀족원의 결정이지 않았나! 그래놓고 이제와서 모든 게 황녀님 때문이라 선동하는 건가?
...젤딘, 우린 자네에게 가라앉는 배에서 뛰어내릴 기회를 주는 걸세. 돌아가서 잘 생각해보게. 마음을 돌린다면 언제든 환영하겠어. 모험가.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우리는 천계의 영웅에게 총을 겨누고 싶지 않네.
적은 황녀님의 권위를 훼손하고 이글아이 사령관님의 업적을 왜곡하여 백성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오랜 전쟁으로 지친 백성들은 휩쓸리고 있지요.
전쟁에서 이겼지만 천계가 얻은 것은 전무합니다. 부상자는 넘쳐나고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아랫세계에서 온 모험가들은 이곳저곳에서 사고를 치지요. 불안했을 겁니다.
노스피스-제국 연합군은 그 불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천계 최고의 사령관이 '그깟' 안톤을 몇 년 동안이나 해치우지 못했을 리 없다며… 실은 카르텔과 손을 잡았던 것이며, 그래서 황도의 위기를 눈 감았던 거라고…
귀족과 제국의 연합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법지대 출신에 대한 반감이 있을 겁니다. 아직도 그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같은 천계인으로서 정말 부끄럽습니다.
실례합니다! 적이 성문을 넘으려 하고 있습니다! 지원 부탁드립니다!
이런. 틈을 주지 않는군요. 모험가님. 테미 대위와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성 밖의 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젤딘 님을 도와드리러 온 테미 대위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모험가님.
겐트 성 밖을 클리어하기
<퀘스트 완료>
이이잇! 한심한 놈들! 이게 무슨 망신이냔 말이다! 젠장 저 모험가 때문에…!
제국군이 생각보다 수가 많군요. 보고를 드려야겠어요.
(생각보다 제국군의 기세가 그리 강하진 않아. 젤딘이 말한대로 아이언울프는 참전하지 않은 건가?)
역시 대단한 실력이시군요. 모험가님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도 올라갔습니다.
대위의 보고로는 제국군의 병력이 우리의 몇 배 이상이라고 하던데… 역시 길게 끌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제국군의 물자에 노스피스의 풍부한 보급이 더해진 터라…
하지만 적의 약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여기 있는 제국군은 반 발슈테트의 병사보다 못하고, 귀족군은 실전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 점을 잘 이용해야…
그렇네. 포기하기엔 이르지.
작전 수행
좋지 않습니다. 적들이 끊임없이 몰려오는군요. 성안의 민심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원군은 부르지 못하는 겁니까?
통신이 차단당했네. 멜빈이 힘을 써주고 있지만 기자재들이 모두 파괴됐어. 무기고도 엉망이고. 황궁 습격은 이를 숨기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야.
맙소사. 어째서 제게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던 거죠? 설마… 겐트 수비대 내부에도 반역자가…?!
그런 것 같군.
죄송합니다! 제 불찰로 황도와 황녀님을 위태롭게 하고 말았습니다!
아닐세. 이건 총사령관인 나의 과실일세. 게다가 저들이 반역자를 곳곳에 심어놓았는데 자네가 뭘 할 수 있었겠나. 아직도 어지러운 이때에 설마 이렇게나 무식하게 나올 줄은 나도 몰랐네.
유르겐… 섭정의 인을 돌려놓지 않더니… 기어코 이런 짓을!
…아마 그건 아닐 거야… 덫은 유르겐이 깔아놓은 것이지만 이번 일 자체를 유르겐이 주도한 짓이라고 보기에는…
네?
…아닐세. 잊어주게.
모험가. 인사가 늦어서 미안하네. 나도 정신이 좀 없어서 말이지. 자네가 와줘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군. 정말 고맙네.
그럼 바로 움직이지. 카르텔 이후로 성벽을 보수하였지만 북문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네. 그래서 적은 지금 그곳에 몰려있지.
하지만 눈속임일 가능성이 커. 북문에는 구식 병기를 들고 있는 제국군이 더 많이 보이거든. 귀족들이 성의 함락을 타국 병사에게 맡기지는 않을 터. 주요 시설이 집중된 남문으로 오겠지.
젤딘은 남문으로 가게. 그리고 모험가는 서문으로 가주게. 지금은 쓰지 않는 낡은 송신탑이 서문 밖에 있어. 라이오닐 대령과 함께 가서 원군을 불러주게.
낡은 송신탑으로 가기 위해 겐트 서문으로 나가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무사하십니까? 자네들도 다친 곳은 없나?
죽겠습니다... 어떻게 다들 그렇게 멀쩡하신 거죠?
역시 귀족가 자제에게는 좀 무리였으려나. 전쟁 뒤에 입대했다곤 해도 소위씩이나 달았는데 좀 더 분발해 보면 어때?
그럴 겁니다. 귀족들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에 저도 화가 나 있으니까요. 어머니만 아니었어도 진작 입대했을 텐데… 부끄럽네요.
그런 점에서 저는 모험가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홀연히 나타나서 천계의 영웅이 되셨잖아요? 저는 가족 핑계를 대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는데 말이죠.
제가 입대하게 된 이유의 절반은 모험가님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절반은 대령님이죠. 저보다 어린 게 잘도 싸우길래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죠.
...뭐?
엑? 앗, 죄송합니다!
어리신 게 잘도 싸우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군.
…아고. 아고 머리야…
그런데 대령님. 처음엔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는데 어째 점점 주변이 시끄러워지지 않나요? 우리가 가는 송신탑이 아직 기능하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
모험가님. 제가 선두를 맡아 길을 열겠습니다. 모험가님은 이 둘과 함께 천천히 와주십시오. 목적지가 멀지 않으니 잠시만 버티면 됩니다.
대령님 혼자서요? 말도 안 돼요!
적의 지휘체계가 엉망이니 단독으로 움직여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을 걸세. 모험가님이라면 그 정도만 되어도 만에 하나의 일이 벌어졌을 때 몸을 빼내실 수 있을 테지.
가능한 게 문제가 아니라 대령님이 위험하신데요!
왜 내 얘기가 나오지? 나보다 모험가님이 우선일 텐데.
다른 할 말 없으면 나는 먼저 출발하겠네. 모험가님의 호위를 부탁하네.
송신탑으로
저 똥고집! 나이도 어린 게 죽고 싶어서 아주 발악을 하네! 알고는 있었지만!!
어… 그러고 보니 대위님 올해 몇 살이셨죠?
자네가 먼저 죽고 싶나? 분위기 파악 좀 해!
…모, 모험가님! 어서 가시죠!
겐트 성 밖에서 낡은 송신탑으로 향하기
적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걸...
홀로 움직이시는 대령님은 괜찮으실까요?
부디 무사하시길 기도해야지.
황녀의 정원에서 지원을 와주신 겁니까? 어? 잠깐...
...당신, 어째서 여기 있죠? 황녀님을 피신시키기 위해 그분 곁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할 텐데...
예리하네요.
으윽...
라이오닐 대령님!
그 여자를... 조심...
대령님은 어떻게 된 거죠?
내가 뒤에서 쐈어요. 지원군인 척했더니 틈을 보이길래 그대로...
그야... 황녀의 정원이니까... 비겁한...
미안하다고는 생각해요. 초면도 아니고…
...황궁 습격을 도운 건 당신인가요?
그래요. 수비대에 숨어 들어간 귀족의 사병과 함께 일을 진행했죠.
이렇게 만나고 싶지는 않았는데 결국 여기까지 와버리셨네요.
모험가님 덕분에 제 이름을 찾고 귀환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데...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순 없겠죠. 죄송해요.
<퀘스트 완료>
……대위…
응급 처치를 하겠습니다!
…그것보다 바로 황녀님께… 황녀의 정원의 배신자가 이들이 다라고… 단정 지을 수…
……
대령님? 대령님!!
…정신을 잃으셨군요. 숨은 붙어 있어요.
어쩌다가 사태가 이 지경까지...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일은 하고 가야지. 루카스 소위. 자네도 장치를 다룰 줄 알지? 빨리 지원 요청을 보내. 대령님은 내가 맡을 테니.
알겠습니다.
밝혀진 주동자
…안 됩니다. 우리가 오기 전에 다 망가뜨려 놨어요. 아주 세심하게 망가뜨려 놔서 뭐 하나 써먹을 수도 없겠군요.
쳇… 이 송신탑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우리랑 황녀의 정원뿐이었는데 하필… 빨리 귀환해야겠어.
모험가님. 저랑 함께 가시죠. 소위는 대령님을 업고 뒤따라오고… 앗? 저건 뭐지?
성에서 연기가?! 빨리 돌아가야겠습니다!
겐트 성 밖에서 몰려든 적들을 뚫고 겐트로 돌아가기
이게 누구신가. 천계의 영웅 아니신가. 하지만 조금 늦게 온 거 같군. 겐트의 성문이 열리는 순간을 봐주길 원했는데. 극적인 때를 놓치다니 내가 다 아쉬워.
마리안 유르겐? 유르겐 공의 딸인...
아버님은 상관 없다. 내가 언제까지 아버님의 그림자 속에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런 중대사는 유르겐 가를 이을 내가 해야지.
…바보로군…
전쟁의 혼란한 틈을 타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른 자들이 문제지. 특히 이글아이. 무법지대에서 온 난폭한 남자가 나라의 일을 어떻게 맡을 수 있겠나!
위급할 땐 도망간 주제에 핑계가 그것밖에 없어요? 창의성은 다 삶아드셨나? 듣고 있는 이쪽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네요!
천한 것. 땀내 나는 군복이나 입고 먼지 속을 뒹굴던 것이 주제를 모르고 망발을 해대는군.
뭐어? 귀족이라고 오냐오냐 해주니까 시대가 바뀐 것도 모르나? 꿈 깨! 니가 꿈꾸던 시대는 진작에 안톤이 콧방귀로 날려버렸어! 도망자면 주제에 맞게 병원 가서 붕대나 빨라구! 다 너네 지키느라 다친 사람들이니까!
…우와. 유르겐한테 저렇게 말하는 사람 처음 봐…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돌아오셨군요! 다행입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저희가 맞서 싸우는 동안 성문이 갑자기 열려 적이 들어와 버렸습니다. 내부에서 협조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분하지만 지금은 성을 버리고 황녀님과 함께 탈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라이오닐 대령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요?
괜찮...습니다. 사령관님은 어디에...
황녀님 곁에 계시네. 자네는 눕는 게 좋겠군. 항복하고 치료를 받게. 두 분께는 내가 가서…
안 됩니다… 사령관님께는 제가 갈 테니… 항복해 주십시오.
무슨 소리지?
적이 내통자를 심어…두었던 것처럼… 우리도… 필요합니다. 수비대장으로서 명망… 함부로 대하지… 후우, 못 할 겁니다… 겐트…의…
어… 대령님 말씀은 수비대의 반발 때문에라도 젤딘 님을 해치지는 못할 거고, 그리고 여차하면 안에서 동조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여기 계시는 게 좋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물론 감시야 하겠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민심 때문에라도 먼저 손을 대지 못할 겁니다. 황녀님과 사령관님을 공격하는 걸로도 위험은 이미 클 텐데, 겐트 방위의 일등공신까지 해치면 걷잡을 수 없으니까요.
……젠장. 황녀님을 두고 적에게 항복하라는 건가! 겐트의 수비대장인 내가…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적과 아군
……알겠다. 대령의 말도 일리가 있어. 황녀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잠시의 굴욕을 견디겠다. 마를렌 님도 아직 이곳에 남아 황녀님의 탈출 시간을 벌고 계실 터. 그분도 내가 설득하도록 하지.
그런데 자네는 그런 몸으로 어딜 가려는 건가? 자네야말로 투항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는데.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직... 콜록콜록.
하아… 어쩔 수 없군요. 우리 대령님이 혼자 무리하는 거 하루이틀도 아니니까 이젠 익숙해요.
걱정마세요. 황녀님과 사령관님은 저희가 안전하게 피신시키겠습니다.
이런… 그럼 모험가님은 저와 함께 이곳에 계시는 게… 네? 같이 가시겠다고요?
……예전의 저라면 무작정 모험가님과 함께 황녀님께 가겠다고 우겼겠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저는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모험가님. 조심하십시오. 두 분을 부탁합니다.
겐트 성 밖에서 황녀 에르제와 잭터 이글아이 찾기
흠. 이제야 오는 건가. 꽤 늦었구만, 모험가.
뭘 놀라나. 무법지대 출신이 귀족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건 당연하지 않나? 아랫세계에서 온 시건방진 제국군도 혼쭐 내주고 싶었고 말이야.
뭐, 이 코찔찔이가 끼어들어서 머리가 아픈 참이었다만…
늙은이가 아직도 입만 살았군. 은퇴할 때도 한참 지나지 않았어? 영감!
아직도 제 분수를 모르는군. 쯧쯧. 여물 위에 엎어져 자다가 오줌이나 싸던 놈이…
언제적 얘기야!
뒤에 쫓아오는 놈들은 내가 대충 처리할 테니 어서 황녀를 구하러 가게. 천계가 귀족놈들 손에 다시 넘어가면 또 다른 카르텔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모험가 아냐? 생각보다 늦게 왔네. 얼씨구. 라이오닐 넌 왜 그렇게 다쳤냐? 아주 죽어가는구만.
……
대답도 못 할 정도로 아픈 거냐? 그러면 그냥 쉬지 그랬어. 얌전히만 있었으면 우리 대장이 써줄지도 몰랐다구.
해안수비대… 왜 여기에 계신 거죠…
너희랑 싸우려고 왔지. 뭘 뻔히 알면서 물어. 모험가. 결국 그쪽에 설 거야?
난 네가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 다시 생각해 봐. 거기 서는 건 썩 좋은 선택이 아냐. 모험하느라 바쁠 텐데 왜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쓰려고 하냐?
…그래? 그럼 뭐 한 판 해야지. 어쩌겠어. 나도 너희랑 싸우고 싶지 않지만… 쳇.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냐.
<퀘스트 완료>
아오… 아프네. 젠장. 다 죽어가는 놈 끼워서 잘도 싸우는군. 그래도 내가 할 만큼은 했나.
해안수비대도 귀족 편을 드는 건가요? 함께 귀족을 욕하면서 이 나라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으면서!
그랬지. 솔직히 너네한테는 악감정 없어. 하지만 명령인데 어쩌냐. 상명하복이 원칙인걸. 안 그래?
그래도… 그래도, 겨우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워지나 했는데… 평화를 찾겠다고 싸우던 사람이 귀족의 손에 놀아나서 동료에게 총구를 들이밀다니요!
게다가 우리가 충성할 대상은 황녀님이잖아요! 이글아이 사령관님은 이 나라의 대장군이고! 어떻게 배신할 수 있는 거죠?
…뭐. 더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한 거지. 그리고 솔직히 우리끼리도 살기 힘든데 황녀가 무법지대 놈들을 둘둘 끼고 있는 것도 별로잖아.
저도 무법지대 출…, 콜록… 출신입니다만.
……
어제의 동료
너무 지체했군요. 속도를 더 내야겠어요.
하지만 대령님이…
……
…대령님. 대령님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면목이 없… 콜록콜록…
대령님은 여기서 쉬세요. 저희가 모험가님과 함께 두 분을 구할 테니까요.
…알겠네. 모험가님. 죄송합니다. 부탁드리… 콜록콜록, 후윽…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겐트 성 밖에서 황녀 에르제와 잭터 이글아이를 구하기
우리로는 모험가님을 막아내지 못할 거라고 알고는 있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죽은 자의 성에서 모험가님과 함께 움직이며 참 든든했는데, 적이 되니 무섭군요.
이쯤 되면 안톤 앞에 서서 함께 싸우던 때가 그리워지는군요.
그러게요.
……
아아아악!!
저 소리는…? 모험가님! 어서 가시죠!
<퀘스트 완료>
황녀님. 무사하십니까?
무사하네. 모험가. 정말 고맙네. 그리고 자네들은...
저는 겐트 사령부 테미 로엔그린 대위이고 이쪽은 루카스 웨인 소위입니다. 운 라이오닐 대령의 지시를 받고 황녀님과 대장군님을 도우러 왔습니다. 사령관님은 어디 계십니까?
잭터 이글아이를 구하라
대장군은 날 피신시키고 스스로 미끼가 되었네. 그분을 이곳에서 잃을 수 없네. 도와주지 않겠나?
황녀님을 안전한 곳까지 모시는 게 먼저입니다.
나에겐 이들이 있네. 하지만 대장군에게는 아무도 없어. 어서 가주게.
그럼 루카스 소위. 자네가 황녀님의 호위를 도와.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움직여.
모험가님. 저와 함께 가주지 않으시겠어요? 황녀님 말씀대로 사령관님을 잃을 수는 없어요.
테미와 함께 잭터 이글아이를 구출하러 가기
<퀘스트 완료>
늙은이 하나 잡는데 분위기까지 고민할 필요 있나?
하긴 그렇군요. 그래도 방해를 받으니 기분이 좋지 않아서요.
왜...?
그건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인데. 왜 끼어드냐? 약자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영웅님이라면 그럴 수 있겠는데… 글쎄. 넌 그냥 싸우는 게 좋은 거잖아? 너나 나나 다를 거 없으니까.
헛소리 하지 마라! 반란자!
이봐. 저 녀석은 모험가라고. 호전적이라는 평가를 모욕으로 받아들일 녀석이 아니란 말이야.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던 건데.
……
아서라. 거기서 네가 날 맞추는 것보다 내가 이글아이를 날려버리는 게 더 빠를걸. 꼴을 보니 금방 죽을 것 같은데, 존경하는 상관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고 싶진 않겠지?
모험가도, 거기 있는 기세 좋은 아가씨도 마찬가지야. 허튼 짓하면 기껏 구하러 온 이글아이가 독수리 밥이 될걸.
이익...
좋아. 나도 슬슬 팔이 아파서 하는 말인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까? 너희가 계속 있어봤자 황녀가 잡힐 확률만 올라가. 이 주변엔 너희들 적뿐이거든.
자아. 어쩔래? 이글아이를 버리고 싸운다면야 나도 맞서싸울 건데… 황녀는 그동안 잡힐지도 몰라. 취할 행동은 하나뿐이지 않나?
그래. 뭐하고 있는 건가? 빨리 가서 황녀님을 구하라니까.
……
미련이 남은 거 같은데. 이렇게 된 거 잠깐 이야기나 할까요, 사령관님? 당신이 특히 재밌어 할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시간은 되십니까?
무슨 이야기? 네놈이 내 딸을 죽였다는 이야기 말인가?
...!!
노블스카이
카르텔에 맞서던 어린애들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 안달인가 보군. 자네 평판에 그다지 좋지 않을 텐데? 왜 잘 숨기던 과거를 스스로 꺼내는 건가?
그렇긴 한데 정말 아무도 모르는 모양이라… 재미없잖습니까. 유일하게 알 것 같은 사람이 당신인데, 이번이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르니 물어보는 거죠.
나 원… 미친놈의 생각은 정말 모르겠군. 범행이 들키기를 바라는 살인마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그건 대체… 언제부터…
미안하네. 자네가 그 일을 열심히 조사하던 것도 알고 있었네. 순탄치 않았지? 내가 방해를 했거든. 진상을 알게 된 건 이미 하이람이 필요하던 때였어. 그래서 숨겼다네. 공연히 자네 고생만 시켰군.
그렇군요. 대의를 위해 자식의 원수마저 모르는 척 이용을 했다는 거군요. 대단합니다.
가면을 쓴 것뿐이지. 대단할 것 없네. 그런데 하이람. 뭘 기다리고 있는 거지? 원군이라면 진작에 불렀을 거고 무슨 생각을…
흥. 유르겐을 기다리고 있나. 어차피 여기서 날 죽일 생각은 없었군. 그런가. '이글아이를 잡은 건 네빌로 유르겐'이라는 건가.
제가 당신을 잡으면 위험해지거든요. 잡는 것도 죽이는 것도 다른 사람이어야 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놓고서 책임은 피하겠다는 건가. 안톤의 악덕 중 하나가 자네를 죽이지 못했다는 거야.
위험한 데로만 보내더니 이이제이라도 노렸던 겁니까. 슬픈데요, 대장군님.
하이람! 하이람 대장! 그만 두게! 지금 그를 죽이면 안 되네!
유르겐 공이 이제야 와주셨군요. 잔소리가 걱정되지만 아무튼 점점 제가 유리해지는데요.
...사령관님.
뭐하나? 빨리 안 가고. 황녀님을 모셔라. 목적지는 그분이 알고 계신다. 반드시 무사히 구출해.
...알겠습니다! 모험가님. 대령님. 가시죠.
잠깐...! 으...
이제 다시 만나긴 힘들겠지. 운. 난 딸 하나 아들 하나 두는 게 꿈이었는데 네 덕분에 이루었다. 뭐, 확실히 딸이 더 귀엽긴 하더라. 하하하.
잘 가거라, 아들아. 황녀님을 부탁한다.
황녀 일행과 함께 노블 스카이의 나엔을 만나기
<퀘스트 완료>
무사히 도착했군. 수고가 많았네. 그대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네. 나엔 박사, 자네가 마중 나와주지 않았다면 중간에 잡혔을걸세.
어? 어, 응... 메릴이 귀띔해준 것도 있, 있었으니까...
황녀님,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편하면 사람이겠는가. 짐이 모자라 또 난리가 일어나고, 대장군 하나 보호하지 못했으니…
…그나저나 라이오닐 대령은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사람이 괜찮을 리가... 어휴.
방문자
모험가. 그대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또 이런 꼴 사나운 모습을 보이게 되어 정말… 말이 나오지 않는군.
저들이 내게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 이해해 줄 거라고… 혹은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들은 나보다 훨씬 노련하고, 똑똑하군. 내가 우스워 보였겠지.
…내가 황녀의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이 모든 건…
……아니지. 아니야. 내 탓을 하며 주저앉을 수는 없지.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자들의 마음을 배신하는 것일 테니. 대장군의 믿음에 어긋날 수는 없으니.
오늘 잃은 것은 너무 크고, 뼈아프지만 그럼에도 나아가겠네. 그대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했으니, 나도 그대를 닮겠네.
그럼 언젠가는 반드시 꽃피울 수 있겠지. 만인이 고귀한 천계를.
노블스카이 호의 갑판 위에 오르기
.......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바로 치료받아 괜찮아졌네.
정말 괜찮으십니까? 하이람 대장과 사령관님 말 때문에 힘드셨...
괜찮다 하지 않았나.
...그저 과거일 뿐.
하지만 계속 사람을 찾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
모른 척 외면한다고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동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으니까요.
그럼 대위님은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이겨내거나 극복하는 게 아니야, 과거와 함께 나아가는거지.
...그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겠군. 다들 단순히 내가 걱정되어 온 건가?
다음 목적지에 대해 상의를 드리고 싶어 왔습니다.
황녀님께서는 어디로 가고자 하셨지.
그, 그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엔 박사님이 통신을 엿들었는데, 이튼은 아무런 성명도 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계속 모른 척하고 있는 걸 봐서 위험할 가능성이 있을 듯 합니다.
그럼 무법지대로 가는 겁니까?
.......
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몸이 좋지 않군. 위치는 어디가 가깝지?
위치 상으로는 웨스피스보다 이튼이 가깝긴 한데...
우선 황녀님을 만나보는 게 좋겠군.
무슨 일이지? 밖이 소란스럽군.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사령관님을 원망하십니까?
아니, 내가 그럴 순 없지.
대령님! 대령님, 큰일입니다!
미확인 비행물이 이쪽으로 접근 중입니다!
안녕하신가. 놀랐겠지만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라네. 내 말을 좀 들어주겠나?
(레지스탕스?)
누구냐? 어디 소속이지?
우리는 아랫 세계에서 올라온 레지스탕스라고 하네. 누구보다 자유를 사랑하고, 누구보다 제국을 싫어하지.
엇, 모험가! 당신도 이곳에 있었나? 마침 잘 됐군! 모험가와는 구면이니 미심쩍다면 우리에 대해 한번 물어보게.
(믿을만한 자들인가요, 모험가님?)
(...아마도.)
하하, 상의는 다 끝났나? 그쪽의 리더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해가 될 이야기는 아니니 한번 들어보지 않겠나?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배에서 내린 자는 꽤 덩치가 좋은 남자와 금발의 여자였다.
민간인이 절대로 아닌 모습에 테미와 루카스는 긴장했다.
자네들이 천계의 황녀님을 보호하고 있는 건 알고 있네. 우리는 절대 그분을 해할 생각이 없어. 오히려 도움을 주러 왔지.
말했듯이 우리는 제국을 싫어해. 천계가 제국에 넘어가면 우리도 곤란해지지. 제국이 천계의 기술력을 손에 넣으면 우리도 상대하기 어려워지니까.
......
운은 제멋대로 떠드는 캡틴 루터의 말을 들으려 애썼으나
금발의 여자를 봤을 때부터 들리기 시작한 기분 나쁜 잡음이 집중을 방해했다.
그의 무반응을 여유로 받아들인 캡틴 루터는 기분 좋게 웃었다.
라이오닐 대령 맞지? 우리는 외부인이지만 꽤 많은 걸 알고 있다네. 천계의 황녀님이 지원을 부를 곳은 두 곳. 무법지대와 이튼이지. 가장 도움이 될 곳은 이튼이지만 거기 사령관이 꿈지럭대고 있다면서?
우리가 자네들 편에 서면 그 사령관의 마음을 돌리기 더 쉽지 않겠어? 그곳이 싫다면 무법지대로 가도 돼. 뭐, 선택은 자네들이 하라구.
선택...
세인트 혼은 하늘을 나는 배다. 이 거대한 철덩어리밖에 없는 자네들을 바다에서 하늘로 옮겨줄 수 있단 말이야.
그 보답으로 황녀님이 자리를 되찾으면 우리를 도와주었으면 해. 비밀 후원자가 되어 달라는 거지. 제국과의 동맹을 끊어주면 더 좋겠지만, 우리 사정만 우기지는 않겠어.
어떻게 하죠, 대령님?
테미와 루카스가 동시에 운을 보았다. 하지만 운의 시선은 계속해서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
대령님?
황녀님, 황녀님! 위험합니다!
돌연 소란스러워졌다.
루카스와 테미는 예상치 못한 이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경례를 붙였다.
천계의 황녀 에르제는 멍하게 서있는 운의 옆에 서,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
손님이 왔다 들었네. 대령. 소개를 해줄 수 있겠는가?
오. 천계의 황녀님이신가? 저는 캡틴 루터라고 합니다, 황녀님. 아라드의 제국에 대항하는 혁명군의 부사령관이자 세인트 혼의 선장이지요. 이쪽은 동료이자 선원인 레베카라고 합니다.
(...레베카?)
갑작스러운 방문에 대한 사과와 이번 사태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함께 표하며, 손을 잡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러 왔습니다.
<퀘스트 완료>
...그렇군. 반가운 제안이오.
바람과 파도
제국을 징계하려는 그대들의 의지에 깊이 공감하오. 더구나 같은 사람을 아는 것 같으니, 손을 잡을 이유는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소.
만약 짐이 황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대들의 활동을 지원할 것이며, 추후 제국에 대항하는 문제도 함께 생각할 것이오. 지금은 말밖에 줄 수 없으나 믿어주길 바라오.
말씀만으로 충분합니다. 피차 도박인 건 마찬가지인데 말밖에 건넬 게 없겠죠.
그럼 황녀님께서는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십니까? 이대로 황도로 돌아갈 순 없으니 병력을 끌고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소. 그러나 다른 지역 역시 반란군의 수괴에게 포섭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소.
호위 인력이 부족하다면 돕지요. 만에 하나의 경우, 탈출 루트 또한 제공하겠습니다. 그러면 황녀님이 움직이시기 더 쉽겠지요?
하지만 저희 인원이 많지는 않습니다. 호위에도 한계가 있고, 또, 저희가 군대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죄송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저희가 계속 도와드리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해하오. 그대들에게도 사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동맹의 뜻으로 제가 여기 머물도록 하지요. 세인트 혼은 이 배를 따라오게 하겠습니다.
에, 아, 안 됩니다!
...?
루카스 본인을 제외하면 가장 놀란 사람은 테미였다.
무, 무슨 말 하는 거야? 왜 끼어들어?
엑, 저, 저는, 그, 뭐냐... 저기, 당신의 그 뿔... 장식품입니까?
내 뿔? 이건 내 몸의 일부인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지, 진짜였군요... 역시...
황녀님. 절대로 안 됩니다. 옛날, 그 사악한 바칼도 머리에 뿔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칼에게는 동족이 있다고 합니다. 용족이라나 뭐라나... 책에서 본 건데...
젊은 친구.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내가 자네들 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건 아닙니다. 황녀님께서 바칼을 닮은 남자와 동행하시면 문제가 된다고 말하려는 겁니다.
루터는 찌뿌둥한 표정으로 루카스를 쳐다보았고,
황녀 역시 놀란 눈으로 루터와 루카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도와준다는데 이것저것 따지는 것만 많네. 그럴 입장이 아닐 텐데.
레베카는 노블스카이호로 내려올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천계인이 확실해 보였으나,
황녀 앞에서 긴장하거나 예의를 차리는 기색이라곤 없었다.
진정하라고. 저쪽은 황녀님 입장을 생각 안 할 수 없잖아. 레베카 자네가 내 입장 생각해주는 것처럼 말이야. 안 그래?
캡틴 입장 생각해서가 아니라 시작부터 따지는 게 보기 싫어서 그러죠.
하지만 나라에 관련된 일에 명분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 이해하네, 군인 친구. 요컨대 내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된다는 거지?
그럼 레베카 양. 자네가 얼굴 마담으로 나서주는 게 좋겠는데? 같은 천계인이니까 이래저래 편할 것 아닌가?
정말이지... 제가 싫다고 몇 번이나...
어휴, 알겠어요. 여기 남아서 서포트하다가 일이 생기면 캡틴에게 연락하면 되는 거죠? 지원은 바로바로 해주세요.
그래. 자네만 믿네.
루터의 유연한 태도에 에르제는 긴장을 덜었다.
이렇게 찾아온 협력자를 내칠 생각은 없었지만,
낯선 이를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해해 주어 고맙소.
별 말씀을. 그럼 황녀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논의가 필요하시면 이 친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승리의 그날을 위해.
노블스카이 호의 갑판에서 에르제와 레베카의 이야기를 듣기
이게 뭐하는 건지...
...누구시죠?
운, 운 라이오닐 대령입니다.
아직 회의 시간은 조금 남았을 텐데요. 저에게 볼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
이름이 레베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네, 흔한 이름이죠. 레베카.
혹시 어디 출신인지……
제 신상에 대해 궁금하신 거 같군요.
죄송하지만 저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
누구를 찾으시는 거 같은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네요.
기억을 찾고 싶지는 않으십니까?
네, 전혀. 살아가는데 방해만 될 뿐이죠.
괜찮아요? 잠깐……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괘, 괜찮습니다.
…….
다들 나와있었군.
빨리 안 뛰어?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네. 다들 이렇게 모여줘서 고맙네.
서, 서둘러 행선지를 저, 정하고자 하, 합니다. 이, 이곳에서 가장 가, 가까운 건, 이튼이나… 어, 아직 아무런 성명도 내놓고 있지 않는 사, 상황이라… 위, 위험요소가 있습니다.
이튼으로는 갈 수 없네.
웨스피스 사령부로 가지.
대령님 명으로 루카스 소위와 남은 시간동안 웨스피스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무법지대 쪽은 정규군이 심하게 모자라서 소년병 제한을 풀기도 했고, 또, 카르텔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소집단이 우후죽순 생긴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튼에는 물자도 있고 인재도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되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대들의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가.
황녀님께서는 굳게 닫힌 겐트로 돌아가시려 하면서 어찌 이튼을 두려워 하십니까?
짐은 더 이상 그 누구도 잃고 싶지 않네.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었어.
이튼으로 가는 것이 잘못된 시도라면 어찌할 것인가. 웨스피스의 병력 없이 무작정 그곳으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는가?
잭터 이글아이 총사령관님이 황도에 잡혀 계십니다. 어서 빨리 돌아가려면……
…….
그러기에, 더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하지 않겠나.
저는 황녀님을 따를 것입니다.
…….
다만 주저하지는 마십시오.
죽는 것은 늘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함께 하는 것입니다.
!!
대령!
괘, 괜찮습니다. 그저…….
레... 레베카 누나.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은 거 같더군요. 데려가 치료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령은 자는가?
악몽을 꾸는 거 같더군요.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습니다.
...다들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거 같군.
고맙네. 그대가 돕지 않았다면 뛰어난 인재를 영영 잃을 뻔했어.
일이 험해서 응급치료는 많이 해봤습니다. 도움이 돼서 다행이네요. 황녀님께서 꽤 아끼는 인재인가 보군요.
대장군이 짐에게 보낸 인재일세. 함께 그분을 구하고 천계를 되찾을 것일세. 허나 부상이 채 낫지 않았으니 쉬게 해야겠군.
...다들 어디 갔습니까?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해, 일단 쉬게 했네.
그건 그렇고, 그대들은 언제 움직일 수 있는가?
언제든지요. 캡틴은 원래 이튼으로 가려고 생각했지만, 황녀님 결정이면 무엇이든 따르겠다 했어요.
아까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는...무법지대로 가시는 거죠? 저희는 무엇을 할까요?
…….
아직 결정을 못 내리신 거 같네요.
망설여지는군. 이튼의 사령관은 대사제 출신으로, 군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네. 때문에 그곳으로 자신을 보낸 짐을 원망하고 있겠지. 이미 귀족과 손을 잡았을 가능성도 있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레지스탕스인 제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괜한 걸 물어봤군. 잊어주게.
잘은 모르겠지만,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해도 좋겠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셨더군요.
…….
그럼 저는 이만.
...나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것인가?
<퀘스트 완료>
어리석었군. 이 모든 걸 혼자서 감당한다 생각했는가. 모두가 나의 무게를 나누어 들어주고 있지 않는가.
에르제는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초점 없이 수평선만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그 너머에 있을 이튼뿐 아니라, 천계 전체를 보고 있었다.
나는 천계의 황녀다.
오랜 벗
차라리 우는 것처럼 보이던 에르제의 표정이 천천히 바뀌었다.
놀라움, 기쁨, 두려움, 사랑, 분노.
한 사람이 천수를 누리며 겪는 모든 감정이 그녀의 얼굴에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어린 계집아. 네 무엇이 그토록 두려우냐. 홍역 한 번에 남은 삶이 그토록 멀고 무서운 것이냐?
에르제는 자신의 목소리가 생소하다고 느꼈다.
동시에 듣고 싶은 목소리라고도 생각했다.
내가 천계다. 이 땅과 백성, 역사가 바로 나다. 이 모든 일은 나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 나의 몸이 나를 죽인다 하여도 그것은 내가 하는 일.
나를 내가 무서워할 것이냐? 그 차가운 방에서 떨었던 어린애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냐? 아니다. 나는 그때 죽었다. 어머니가 주신 육신은 죽고 천계의 혼으로 새로이 태어났다.
가야겠구나. 나는 이대로 병을 안은 채 스러질 수는 없다. 고름을 쨀 손을 무서워 할 이유도 없다. 팔이 저리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에르제는 한 걸음씩 내딛었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도 않았을 걸음에 집중하고 있자니,
어느새 갑판 위에 올라 있었다.
바람을 쐬며 이야기하던 사람들의 눈이 모였다.
황녀는 그들 앞으로 곧게 걸었다.
노블 스카이호로 돌아가 겐트에서 전해진 소식을 듣기
<퀘스트 완료>
네빌로 유르겐은 종자에게 들려 온 떡을
간수들에게 내어주며 자리를 비켜달라 하였다.
선물을 받아든 간수들은 쭈뼛쭈뼛 눈치를 보았으나
그의 부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종자까지 다 물린 후에야 유르겐은 무거운 문을 열었다.
겐트의 외진 곳에 있는 원형 건물의 지하.
창문도 없고 편히 누울 자리도 없는 좁은 방에는
흰 죄수복을 입은 잭터 이글아이가 있었다.
눈을 감고 정좌를 하고 있던 잭터는
유르겐이 문을 닫고 들어와 마주앉아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이런 곳에 일부러 행차하다니. 무슨 일이오?
행여 불편함은 없는지 여쭈러 왔습니다만.
관두시오. 뭘 말하고 싶은 거요?
잭터는 유르겐과 길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유르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잘 벼린 칼 같은 노장군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본론을 꺼내었다.
에르제 황녀를 부르십시오. 과오를 인정하고 본디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면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바다 한가운데를 떠돌다 죽는 것보다는 훨씬 행복한 삶이 아니겠습니까?
유르겐의 말은 단호했고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래서 잭터는 이상함을 느꼈다.
무엇에 쫓기고 있소?
쫓기는 것은 그쪽이겠지요. 최소한의 인정으로써 살길을 베풀어 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대장군이었던 당신의 마지막 의무라고도 생각합니다.
나더러 황녀님을 저잣거리에 불러 쫓겨나게 하라는 건가. 하하! 내 쓸모가 그것밖에 없다면 오늘이라도 목을 치시오.
세상에 집 지키는 개를 버리는 주인은 있어도 주인을 버리는 개는 없소. 이리 떼가 모인 곳에 왜 부른단 말이오?
그럼 어쩔 생각입니까? 저대로 부평초처럼 떠돌다 죽게 만들 셈입니까?
확실하게 말하지요. 나는 황녀를 죽일 생각이 없습니다. 젊은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지금 형편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걸 아십시오.
우습군.
우습소. 그대가 그분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겠군. 황녀님이 나에게 좌지우지되어 흔들리는 나약한 겁쟁이라 생각했소? 조금 으름장을 놓으면 무서워서 덜덜 떨 거라고?
카르텔에 잡혀가서도 위엄을 잃지 않았던 분께 너무한 평가로군. 그분의 그릇은 나조차 가늠이 안된다네, 유르겐.
잭터는 유쾌하게 웃었다. 유르겐은 별로 즐겁지 않았다.
네빌로. 나야말로 제안하지. 지금 당장 딸과 주동자들을 포박하고 황녀님 앞에 부복하시오. 그러면 가문만은 부지할 수 있을 테니.
생각을 돌릴 시간을 드리지요. 망망대해에 황녀를 버린 것은 당신입니다.
유르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잭터는 대귀족의 등을 향해 말했다.
싸우고자 했으면 적이거늘, 아직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데 칠 수나 있겠소?
허수아비일 뿐입니다. 다만 이 나라엔 법이 있으니 절차를 밟기 전까지 이렇게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법이라. 그렇게 법을 잘 지키는 자가 왜 제국을 끌어들여 천계에 소란을 일으키게 만든 거요?
유르겐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대답을 피한다면 잭터에게 지는 기분이 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국은 도구지요. 쓰고 버릴 것입니다. 그들은 수는 많으나, 어리석고, 옛 문물에 지나치게 의존합니다. 그들의 피로써 우리가 바로 선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어딨겠습니까.
그래서 같은 천계 백성인 무법지대를 버리고 그들을 취한 거요?
버린 적 없습니다. 치워두었을 뿐이지요. 무법지대도 언젠가는 천계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즐거이 술을 나눌 것입니다.
법이 바로 섰을 때.
법이 바로 섰을 때?
하늘의 복과 벌이 법규를 무시하고 법치를 위협합니다. 법을 가리켜야 할 귀족이 사제복을 입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하늘의 길이 있을지언정 우리가 발을 붙이고 사는 곳은 땅인데 가당한 일입니까?
바꿀 것입니다. 이치에 맞는 법이 변덕스러운 하늘을 대신할 것입니다.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요. 오늘이 구시대와 신시대의 기점이라면, 옛 것에 바치는 제물이 하나쯤 필요하겠지요.
무슨 말이 하고 싶소?
마을이 깨끗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쓰레기를 버릴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계가 지금껏 유지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백성들은 아침에 맛없는 아침밥을 삼키며 무법지대를 원망하고, 점심에 죄인을 손가락질하며 무법지대에 버리라 합니다. 저녁에는 아이를 가르치며 무법지대를 무서워하라 하지요.
무법지대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바꾸는 것은 법이 바로 선 후입니다. 사람의 합리에 맞는 법이 마음과 몸을 다스릴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무법지대의 흙탕물에서 조금씩 진흙을 빼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진흙을 빼는 데 굳이 맨손으로 할 필요 없겠지요. 장갑이나 삽이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제국이 도구라 말씀드렸지요? 여기에 쓸 생각입니다.
무슨 얘기를 그리 길게 하나 했더니. 고작 그 말이오?
무법지대 출신인 잭터는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눈빛만은 적을 노려보는 매의 시선, 그 자체였다.
적을 꿰뚫는다는 그 시선을 유르겐은 선선히 넘겼다.
맞습니다. 기본을 말한 것뿐입니다. 잘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를 사지로 집어넣은 당신이라면.
궤변이오.
후세가 평가할 것입니다. 역사라는 강물 앞에서 당신과 내가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유르겐은 밖으로 나갔다.
간수 옆에 서 있던 종자가 다가오자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처형을 서둘러라.
이튼의 사령관, 페트라 노이만
.......
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 하십니까?
들어가 쉬시지요. 목적지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뱃머리를 돌려주게.
...네? 어, 어디로...
이튼 공업지대로 가야겠네.
!!
무법지대에 가, 가신다고 하셨던 거... 아, 아닌가요?
귀족군에 맞서려면, 먼저 천계의 에너지 정도는 확보해야하지 않겠나. 파워스테이션이 있는 이튼을 얻는다면, 큰 힘이 되겠지.
하지만 이튼의 사령관을 못 믿으시는 거 아니었나요?
그건 짐의 몫이다. 믿지 못해 망설인다면, 어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나.
운에게는...
대령은 짐을 믿고 따르겠다 하지 않았는가.
.......
방향을 바꾸는데 무슨 문제 있나?
아, 아닙...
그럼 서둘러주게.
지, 지금 바로 이튼 공업단지로 향, 향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름이...레베카라고 했나?
아, 네. 굳이 이름까지 기억하실 필요는.......
!!
미안하네. 천계를 대신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네.
갑자기 무슨 사과를.......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어린 시절에 천계에 대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거 같더군. 그리고... 그때에 비해 더 나아졌다 말하지도 못하겠네. 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겠지.
제가 황녀님 나이일 때 일입니다. 어차피 제대로 기억나는 것도 아니고요.
.......
그렇게 뚫어져라 보시면.......
그럼 천계에 대해 좋은 기억만 남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네. 자네가 짐의 명분이 되어 주는군.
좋은 곳으로 만드세요. 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떠오르는 좋은 기억이 있다면 간직해주게.
아픈 기억은 짐이 대신 짊어지고 가겠네.
.......
왜 그러는가?
...아닙니다. 옛 기억이 떠올라서요.
좋은 기억인가?
...네, 그리운 기억이요.
황녀 에르제와 함께 슬라우 공업단지로 향하기
이튼 사령관 페트라 노이만은 신권 약화를 꾀하는
네빌로 유르겐을 피해 군으로 이동한 사제 중 한 사람이다.
군과 연이 없던 페트라가 단기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대사제라는 신분과 몇 번의 행운, 그리고 괜찮은 장군이었던 이모 덕분이었다.
뼛속까지 군인인 잭터는 이 파격적인 인사를 내켜 하지 않았으나, 내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페트라는 황녀의 임명장을 받고 이튼 사령관이 되었다.
식량이 줄고 있습니다.
황도에서 곧 보낸다고는 했으나 계속 늦어지는군.
소문이 사실인 것은 아닙니까?
귀족에 의해 발행되는 신문을 보면 겐트는 몇몇 폭도들이 일으킨 소란을 빼곤 평온하다.
황녀가 유르겐 부녀에게 국정을 맡기고 유람을 간 것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을 뿐이다.
겐트에 난리가 나서 황녀가 쫓겨났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소문이며,
이마저도 통제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소문은 또 어디서 듣고 온 건가? 소문만으로 움직일 만큼, 이튼이 한가한가? 그리고 신문에 나온 것처럼 황녀가 유람하러 갔다면 더더욱 이튼 스스로 견고해져야 하겠지.
…….
이튼 내에 농업 개발 부서를 만들라고 했네. 기술자들이 해결책을 내겠지. 언제까지 황도에서 식량을 받으며 지낼 수는 없지 않겠나.
자체적으로 식량을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이튼은 이제 더 이상 전기나 물품을 생산하는 황도의 공방에 머무르지 않을 것일세.
정치 문화의 중심인 황도에 비해 이튼은 공장 지대라는 인상이 강하다.
중요한 곳이지만, 천계를 이끌어 나가는 건 어디까지나 황도라는 뜻이다.
천계의 두 대들보는 황도와 이튼이야. 지금까지는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으나, 내가 이곳에 온 이상 그렇게는 안 되지. 대등한 상대로서 격을 갖춰갈 생각이라는 말일세.
(차별하지는 않지만 대등하지도 않은 관계… 황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감정을 활용할 셈인가. 그새 명분까지 챙기다니.)
노블스카이 호의 위치는 파악했나?
보고에 따르면 이 부근에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송전탑이 공격받을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경비는 지금으로도 충분합니다.
방금 노블스카이 호가 이 부근에 있을 것이라 하지 않았나? 도난당한 배일세,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 배에 황녀님이 타고....
아직도 그 근거도 없는 소문 타령인가! 말 한마디에 휘둘리다니 한심하군. 이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 이튼 사령부의 사명 아닌가?
...죄송합니다.
할말은 다 했나? 그럼 이만 가보게.
(일이 터지자마자 온갖 잔머리는 다 굴려놓고서… 뻔히 알고서 노블스카이의 동향을 감시하는 주제에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 셈인가?)
중장님! 니베르 중장님!
무슨 소란인가?
아... 노, 노블 스카이호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노블 스카이호에 누가 타고 있는 지는 확인했어?
지금 콘이 확인하고 바로 올 거예요. 저는 우선……
화, 황녀님이 오셨습니다.
!!
어서 모시러 가시지요.
이쪽으로 모시고 오게.
네? 그게 무슨…….
황녀가 왔다는 이유로 이튼 공업지대가 멈출 만한 상황인가? 식량이 부족해지는 시점에 이튼의 관리자로서 그럴 수 없군. 심지어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황녀가 유람을 떠나 이곳으로 왔다면 내 더더욱 맞이할 수 없지 않겠나.
하지만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도움이 필요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내 직접 확인하지.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고 오지요.
오셨습니까? 제가 업무가 바빠 모시러 가지는 못했습니다.
니베르 중장에게 들었네. 황도에서 식량을 보내지 않아 부족한 상황이라 하더군.
와야 할 식량은 안 오고, 오히려 더 줄어들 것 같군요. 상황이 어려우니 유람을 오신 거라면 이만 떠나주시겠습니까?
마,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닙니까? 황녀님이 여기까지 어떻게...
소위, 괜찮네. 이튼의 관리자로서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지. 이제 제법 사령관다운 모습이 되었군.
대사제 출신이 적어도 좌천되었다는 말은 들으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좌천이라니. 이튼에 그대가 필요한 거 같아, 짐이 보낸 것이지 않나.
...그런 것으로 해두지요. 한 가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항간에 소문이 돌더군요.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황녀가 노블스카이호를 타고 도망쳤다고.
…….
헛소문인 거 같아 병사들을 조용히 시켰으나, 이렇게 앞에 계시니 영문을 모르겠군요.
이튼에는 발걸음 한번 없으시더니 어찌 오셨습니까?
소문은 사실일세. 하지만 소문을 안 믿는 것 치고는 노블스카이호를 지나치게 경계하더군.
도난당한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 황녀님이 타시고 계실지, 해적이 타고 있을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군. 짐이 걱정했던 것 보다 군 체계가 잘 잡혀 있어 보였네. 자네에게 배워야할 부분이 많겠어.
짐을, 황도를 도와줄 수 있겠나? 페트라 노이만 사령관.
선뜻 돕기는 어렵겠군요. 이번에도 사태를 수습하는 데 급급하신 것은 아닙니까?
귀족들의 반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자신이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차별이라 했는가?
이튼에 와서 제가 느낀 것이 차별이었습니다. 황도 출신의 대사제가 이곳으로 오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것처럼 여겨졌지요.
출신마다 해야할 일이 다르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황녀님의 생각과 다르게 이튼의 사람들에게 저는 좌천된 것이었죠.
웨스피스 출신, 노스피스 출신, 겐트 출신, 이튼 공업지대 출신, 모두 같은 천계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황도는 정녕 지역을 차별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습니까?
제가 이곳에 부임한 이상, 이튼은 이제 황도의 공방에 머무르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 스스로 떳떳하게 이튼 출신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
그런가... 그렇게 생각했는가.
...어찌 그러십니까.
다행일세. 다행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그대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짐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네.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야.
페트라는 황녀의 얼굴에 거짓이 없음을 알았다.
유약하고 어린 줄만 알았던 황녀는 지금의 초라한 상황에서도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었다.
전쟁에 휩싸여 있던 천계에 가장 필요한 인물은 그런 사람이지 않던가.
약속하겠네. 출신으로 차별받지 않는 천계를 만들겠네. 짐을 도와주지 않겠는가?
황녀님의 진심이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황녀님을 쉽게 믿을 수 없군요.
사령관님 그, 그게 무슨...
자네는 가만히 있게. 황녀님과 대화 중이니.
그래. 어떻게 하면 나를 믿어주겠나.
만약 이튼이 황녀님을 도와드린다면 무엇을 약속해주시겠습니까?
지금 짐과 거래를 하자는 건가?
저희도 움직일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황녀 에르제와 이튼의 총사령관 페트라는 주위를 물린 뒤,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간은 제법 오래되어 어느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마침내 두 지도자가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서로 만족한 표정이었다.
함께 해주어 고맙네. 사령관.
저야말로 이튼의 발전을 약속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녀님이 오셨다는 말에 병사들도 기대가 클 것입니다. 얼굴을 비춰 주시겠습니까?
짐이 힘이 될 수 있어 다행이네.
멋지군. 대관식 같아.
무슨 말씀이세요? 황녀님의 대관식은 예전에 끝났어요.
그때야 남이 입혀주는 옷을 입고 남들 시키는 대로 했겠지. 내가 보기엔 이제야 자기 혼자 걸어가시는 것 같은데. 왕은 스스로 서는 거야. 바칼 님도 그랬지.
기가 막혀... 그 폭군이랑 비교하지 말아주시겠어요? 그리고 저길 보세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시잖아요. 아무튼 캡틴은 안쪽에 들어가 계세요. 괜히 들켰다간 다 틀어질 테니까.
<퀘스트 완료>
겐트에서 시작된 작은 폭풍은 겨우 평화가 찾아온 천계에 전란의 기운을 흩뜨리고,
사람들의 증오를 집어삼키며 착실히 그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곳에 생긴 폭풍이 아랫세계인 아라드 대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작은 실낱 같은 불안이 머릿속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러니 움직여야만 한다.
그곳에서 생겨날 혼란을 막기 위해, 그들이 가진 힘이 옳은 곳에 쓰일 수 있게
불어오는 변화
낯익은 얼굴이 보이길래 갑판에 나와봤더니, 역시 자네였군. 그러고 보니 천계에 다시 올라 온 뒤로 자네와 이렇게 얘길 나누는 건 처음이지, 아마?
세인트혼에 올라 캡틴 루터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천계의 사정이야 뭐, 내겐 바다 건너 불구경이지만, 이번 일엔 제국이 얽혀있단 말이지. 우린 황녀가 궁으로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움직였네. 귀족들과 손잡은 제국이 혼란을 틈 타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두고만 볼 수는 없으니 말이야.
섭정의 인을 가진 그 귀족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나 했는데, 단원들을 겐트로 보내 귀동냥을 하다보니 일을 친 건 섭정이 아닌 그의 딸이더군. 제국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귀족이라는 작자들은 어딜가도 하는 짓이 똑같은지.
뭐, 어찌됐든 아비 되는 쪽은 뒤늦게 돌아와 사달을 수습하기 위해 철없는 황녀가 유람을 떠나느라 궁을 비웠다는 성명을 발표했네. 물론 사람들이 그런 얄팍한 거짓말에 언제까지 속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자네도 황녀를 도울 생각인 것 같던데... 내 추측이 맞나?
소망
요 며칠 새 고민이 많아보이더니 이제야 결심이 선 표정이군. 노블스카이호의 갑판에서 처음 보았을 때에는 자네가 정신없이 변하는 상황에 그저 휩쓸려 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했거든.
흐름이란 건 날아가는 용과 같아서 올라타기도 힘들지만, 한번 올라타면 눈깜짝할 사이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향하는 법이거든. 물론 아무리 그래도 자네가 제국의 편에 설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지. 자네와 칼을 맞댈 일이 없어 다행일세, 하하!
그럼 나는 뱃머리를 돌려야해서 이만 가보겠네. 아, 참! 저 밑에서 사람들이 자네를 찾는 것 같던데, 결심이 섰으면 한번 가보게나.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황녀 에르제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어서 오게, 모험가. 밤바람이 차군.
...실은 나는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네. 출신과 신분을 묻지 않고 오로지 능력에 따라 관료를 임명하는 제도 말일세. 귀족이라하여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고, 무법지대 출신이라 하여 무시받지 않는 것. 그것을 원했네.
반발 때문에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지만… 계속 해나갈 생각이었네.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제도이거늘, 귀족들에겐 몹시 위협적인… 그런 시도를 하려고 했었네.
…사실 내 대에서 이루어질지 모르겠어. 힘들겠지. 허나 사람이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잣대에 의해 분류되어 차별받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나는 말할 수 있네. 이 천계의 모든 이는 그 자체로 귀중하다고. 그들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내가 할일이라고.
이에 따른 진통은 이미 각오한 바. 자네에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네. 들어주겠는가?
악당과 영웅
고맙네, 자네라면 함께 해 줄 것이라 생각했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사달을 일으킨 귀족파와 우리의 전력 차이는 어마어마하네. 비록 이튼군이 합류하였다고 하나, 화력과 병력 모두에서 그들에게 뒤쳐지고, 웨스피스의 군세를 장악해야 숫자로만 백중세를 겨우 이룰 형편이지.
알고 있네. 설령 전력 차를 따라잡는다 해도, 비슷한 군세의 충돌은 이 천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가능하다면, 노스피스군과 우리군 양쪽 모두 피해가 없게 이 전란을 종식시킬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네.
비록 지금은 다른 편에서 총칼을 맞대고 있지만, 모두 천계의 소중한 백성들이니 말일세.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네. 웨스피스를 장악하고, 저들의 군세에 대항할 세력을 규합할 시간 말일세. 그리고 나는 자네에게 그 희망을 걸고 싶네.
이 서신을 가지고 겐트로 가 베릭트를 만나주게. 무엇을 해야할지는 거기에 자세히 써있을 걸세. 그동안 우리는 이곳에서 이후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겠네
겐트에서 모래바람의 베릭트를 만나 황녀의 서신을 전달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허허, 간밤에 꿈자리가 귀한 손님이 올 거란 의미라더니 그게 설마 자네였나. 응? 황녀의 서신?
서신을 받아든 베릭트는 천천히 그 내용을 읽어내려갔다.
그의 미간 사이에서 세월의 흔적을 새긴 주름들이 흔들릴 때마다,
탄성과 한숨이 뒤섞인 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베릭트의 한숨이 잦아들자 서신의 말미에서 붉은 댕기에 돌돌 말린
또 한장의 서신이 툭하고 떨어져나왔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떨어진 서신을 주워들었다.
...놀랍군. 고매하신 천계의 황녀께서 무법지대 출신 늙은이에게 직접 명을 내리다니. 자네도 이 내용을 읽어보았나? 하긴, 그럴 성격은 아니지.
결론부터 말하면 자네와 함께 천계의 총사령관을 구해와달라는군. ‘이글아이를 구하고 황궁을 제대로 뒤엎어보라’니. 허헛, 무법지대의 사내라면 누구라도 거절하기 힘든 제안 아닌가?
곧 날이 밝는 대로 잭터 이글아이는 처형될 걸세. 이글아이를 처형한단 소식을 천계 전역에 퍼뜨려, 이를 전해들은 황녀가 눈물을 흘리며 버선발로 환궁하길 노린 귀족들의 속셈이겠지.
헌데 말이야. 모르는 사이 황녀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건지는 모르겠네만, 제법 강단이 생긴 것만은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적인지, 아군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무법지대 늙은이에게 이런 부탁을 할리 없지 않은가?
좋아, 그 맹랑한 손이 빚어낼 천계가 나로서는 꽤 궁금해지는군. 어디 한번 제대로 사고를 쳐 볼까 하네.
황녀의 명에 따르고자 함이 아닌, 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보내기엔 아까운 나의 천적을 위해 말이야.
새장에 갇힌 매
이글아이가 갇혀있는 곳이 어딘지는 이미 알고 있네. 옥문을 여는 일도 걱정하지말게. 서신에 적힌 대로라면, 젤딘 녀석과도 벌써 애기가 다 끝난 모양이더군.
허! 정신없이 도망간 줄 알았던 황녀가 언제 이런 멋진 반격을 준비한건지...
자, 그럼 슬슬 움직이세. 새장에 갇힌 매가 어떤 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겐트 황궁 내 전옥서에 갇힌 잭터 이글아이를 만나 구출하기
<퀘스트 완료>
만월이 제 빛을 펼쳐놓은 밤이었다.
짝 잃은 풀벌레가 우는 소리, 우물에 둔 함박에 물젖는 소리,
밤 순찰을 맡은 경비의 늘어지는 하품 소리 사이로
밤손님의 발소리가 언뜻 비쳤다.
부러 몸 숨길 어둠을 찾지 않아도,
해이한 궁궐의 경비를 뚫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감히 누가 천계의 귀족들이 들어 앉은 황궁을 헤집어 놓겠는가’란
오만이 등불이 되어 침입자의 밤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천하의 이글아이도 정든 생을 마치려니 잠이 오지 않는가 보군.
다른 죄인들이 수감된 곳과는 멀찍이 떨어진 전옥서 외곽.
부르는 소리를 알아들은 잭터가 미동 없이 조용히 답을 건넸다.
이곳까지 숨어들어오다니, 그 재주는 녹슬지 않았군. 베릭트.
어인 일인가? 어울리지 않게 작별인사라도 하러 온 건가?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 않은가?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무법지대에서 서로 총구를 겨눴던 원수가 죽는다니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어지더군.
하여 여기, 모험가에게 부탁해 잠행하였네. 역시 천계의 영웅님과 동행하니 오는 길이 수월하군.
...모험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어둠에 푹 잠겨있던
잭터가 모험가란 이름에 고개를 들었다.
묻는 말은 하나였다.
황녀님은 무사하신가?
눈물 나는 충정이군 그래. 당장 모가지가 날아가게 되었어도 황녀가 먼저란 건가.
실컷 비웃었다면 돌아가게. 저승길만이라도 혼자 걷고 싶으니.
뻣뻣하기는. 자넬 위해 밤이슬을 맞아가며 황녀의 서신을 가져온 나에게 너무 야박한 것 아닌가?
황녀님께서 서신을?
베릭트는 품 안의 온기가 묻은 황녀의 서신을 옥문 사이로 건넸다.
둘둘 말린 서신을 감싸 묶고 있는 것은 잭터의 눈에 익은 붉은 댕기였다.
짙은 고동색 문 뒤에 홀로 머물던 아이를 위해 그가 준비했던 서툰 마음.
잭터는 그 댕기의 까슬한 끝을 매만져보다, 서신을 열어 내용을 읽어 내렸다.
……
황녀도 제법 성장한 것 같더군. 더 이상 전에 알던 꼬맹이가 아닌 듯 싶어.
...명을 받들겠네.
죄수의 차림을 한 잭터가 마침내 몸을 일으켰으나, 이내 비틀거렸다.
벽을 짚으며 중심을 찾는 그를 본 베릭트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문초를 받은 건가. 명색이 천계의 총사령관인데, 대우가 엉망이군.
다친 곳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고질병이 된 것 뿐일세. 꼴이 이러하니, 속도를 내기가 어렵겠군. 허니 더욱 서둘러야겠네. 어서 문을 열어주게.
준비한 열쇠는 옥문에 걸린 자물쇠에 경쾌하게 맞아들었다.
닫혔던 문이 열리자, 절뚝이며 바깥으로 나온 잭터가 모험가를 바라봤다.
어깨를 힘주어 잡는 손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은 지친, 허나 그 무게만은 잃지 않은 목소리가 잔잔히 귓가에 와 닿았다.
잊지 않아주어, 고맙네.
언제고 갚을 길이 있다면 좋겠군.
한밤 중의 소란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게. 궁을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으니, 어서 움직여야하네.
잭터, 이 총을 받게. 자네도 힘을 보태줘야겠어.
겐트 안쪽에서 잭터와 함께 황궁 밖으로 빠져 나가기
무슨 소란이냐!
웨인 공, 아무래도 잭터 이글아이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뭣이?
아직 황궁을 빠져나가진 못했을 것이다. 군을 풀어 궁 안을 샅샅이 뒤져라!
<퀘스트 완료>
이 속도로 가다간 나란히 저승길 동무가 되겠어. 다른 수를 써야겠네.
모험가, 자네가 나서주게. 자네가 귀족군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안, 내 동료에게 연락해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보겠네. 믿을만한 자이니 이쪽 걱정은 말고 움직여주었으면 하네.
...본의 아니게 짐이 되었군.
약한 소리 할 시간 있으면 한 걸음이라도 더 옮기게. 자네를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말일세.
모험가, 여기 지도를 봐 주겠나? 군을 처리한 후 지도에 표시된 여기, 이곳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하세. 그럼 무운을 비네.
베릭트가 빠져나갈 방법을 찾는 동안 겐트 안쪽에서 귀족군의 시선 끌기
유르겐 공의 말씀이 맞았군요. 하긴, 모험가, 당신없이 이글아이 혼자 이런 당돌한 일을 벌일 수 있을리 없지요. 황녀는 어디에 있습니까?
...
흥, 그리 말씀을 아끼셔도 곧 유르겐 공께서 찾아내실 겝니다. 천계의 땅을 밟고 있는 것은 모두 그분의 손바닥 위에 앉아있는 것과 매한가지지요.
영웅 대접이나 받을 때 떠나셨으면 좋았을 것을, 부러 일을 그르쳐 저희 가문이 공을 세울 기회를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군요!
<퀘스트 완료>
으윽!
어머니!
코엔, 저자를 붙들거라. 유르겐 공께 데려가면 우리 가문을, 아니, 너를 어여삐 여겨 기회를 주실 게다. 어서!
어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 그자는 우릴 이용하는 것뿐이에요.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잖아요! 하이람 대장 몰래 절 궁으로 부른 건 어머니를 볼모 삼아 제게서 대장의 흠을 캐려던 거라고요!
말 조심 하거라! 네가 떠나고 위태롭던 우리 가문을 유일하게 살펴 주신 분이 유르겐 공이시다. 그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나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었을 성싶으냐?
어머니, 제발...!
쓰러진 어미를 끌어안은 아들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축축이 젖어가는 눈을 감고 다시 숨을 고른 코엔은
모험가를 향해 눈을 돌렸다.
모험가, 지금 여기서 내가 전력을 다해 덤벼도 네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거 알아. 그래도 혼자였다면 죽을 각오하고 덤벼라도 봤을 거야.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어머니를 살리는 일이야. 그러니까…
모험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내 어머니를 살려줘.
코엔!
여기서 널 봤다는 말, 절대 하지 않을게. 누가 물어도 끝까지 잡아 뗄 거야. 어머니라면 걱정 마. 내가 그리 하면, 내 어머니 역시 그리 말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제발… 제발…
코엔의 눈에서 흐른 눈물이 그의 어미의 마른 볼 위로 뚝뚝 떨어졌다.
몇 년 만에 만난 아들이 보인 진심에 그 어미의 눈에도 달무리가 졌다.
천천히 무기를 거두자, 그제야 맘이 놓였는지
흐느낌을 삼킨 코엔이 모험가를 향해 살짝 고갯짓을 해 보였다.
고마워, 모험가.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
그때, 쇠갑옷끼리 부딪히며 절걱대는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려왔다.
대여섯 병사의 발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여인의 목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협력하는 척하고, 모험가나 도망친 죄수를 발견하면 다른 누구보다 우선 나한테 먼저…
이 목소리는...
오발탄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보자.)
겐트 안쪽에서 이자벨라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하기
황녀님, 이번 일을 슈만 공께서 아시면 저희는 정말 큰일납니다.
아니, 내가 제국의 황녀인데 지금 누구 눈치를 보는 거예요? 제국에 돌아갔을 때를 생각하면 내 말에 잘 따르는 게 좋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죠?
...네, 알겠습니다.
황녀님, 어찌 이곳에 나와 계십니까?
유르겐 공.
제국군의 힘을 빌릴 수 있도록 허하여 주신 것은 황송하오나, 소란을 일으킨 죄인의 죄질이 좋지 않아 황녀님의 안전이 저어된다 말씀드린 줄로 압니다.
그래도 그만한 죄인이 제국의 동맹국을 어지럽히는데, 제국의 황녀인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거들어야 나중에 아바마마를 뵐 면목도 생길테고…
...언젠가 황녀님께서 물으셨지요.
?
‘천계의 옥좌는 에르제의 것인 줄 알았으나, 섭정의 인은 저 네빌로가 가지고 있고, 궁에 와 보니 죄 귀족들뿐이라, 당최 누가 천계인지 모르겠다.’
당시에는 저 역시 경황 중이라 적절한 답을 드리지 못하였으나, 때때로 계신 곳을 잊으시는 듯하니 감히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천계는 이곳에 있습니다. 황녀님께서 보고 계시는 바로, 여기, 이곳에 말입니다.
이자벨라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으나,
네빌로는 여느 때처럼 뜻 모를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자벨라가 무어라 말을 던지려 입을 뗀 바로 그 때,
네빌로의 두루마기 속에 감춰져 있던 낡은 무전기에서 다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잭터가 여기 있다. 잭터 이글아이를 찾았단 말이다! 게 아무도 없느냐? 잭터가…'
저의 여식, 마리안이 죄인을 찾았나 봅니다. 일은 탈없이 마무리될 듯하니, 다른 염려 놓으시고 처소로 돌아 가 쉬시지요.
저는 이 길로 마리안에게 가 봐야겠습니다. 죄인과 함께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아비된 마음으로는 딸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 없군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참나. 젤바에 있을 때랑은 완전 딴판이네. 저러면 내가 기라도 죽을 줄 알아? 제국의 황녀인 내가 에르제와 같을 거라 생각하면 섭하지.
가만... 게다가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면, 아직 에르제 쪽에도 혹시 모를 기회가 남아있는 거잖아?
후후, 좋아. 모두의 예측이 틀렸을 때를 대비해 또 다른 계획을 세워놔야지. 어느쪽이든 취해갈 이득이 있게 만들어 놓는다면 아바마마도 나를 더 인정해주시지 않으시겠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우선, 네빌로의 뒤를 쫓아야겠어.)
으윽... 잭터... 감히...!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잭터.
오발탄
네빌로. 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무엇이 자네를 이렇게까지...
대장군. 이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황녀를 살리고 싶거든 이 사람의 손을 붙잡으십시오. 걷는 길은 다르나 하나, 향한 곳은 같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애초부터 내 처형은 핑계였나. 이런 소요를 일으키기 위해 처형을 앞당긴 거요?
혼란한 정국이 길어질수록, 이 나라에 생긴 균열은 더욱 깊어지겠지요. 사태를 정리하려면 일단 빠르게 군권을 장악해야합니다. 그러고 난 뒤, 대장군과 내가 저들을 압박한다면...
그렇게하여 저들을 물러나게 한들, 그대가 그리는 풍경에 황녀님은 없지 않소?
...아직도 눈물나는 충성심 타령입니까? 먼 옛날, 천계의 영토를 찢어놓은 것은 폭군 바칼이었지만 지금 천계인들의 유대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는 것은 무능하고 유약한 황녀입니다.
무능한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던 것이고, 그대가 유약하다 말하는 성정은 모두의 고통을 빠짐없이 살필 줄 안다는 뜻이오.
벨드런... 아니, 벨드런 님도 만인을 다스리는 자리에는 모름지기 그런 이가 올라야한다고 매번 강조했지. 세상 사람들이 황녀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대도 잘 알지 않소?
제가 벨드런 님의 뜻을 받들어 황녀 추대에 동의한 것은 구태한 신관 정치의 악습을 그것과 함께 치워버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나라에 정녕 필요한 것은 동정이 필요한 어린 아이가 아닌, 모두를 결집시킬 강력한 지도자니까요.
...향하는 곳이 같다해도 걷는 길이 너무도 다르군. 허나 그대가 저 귀족들과 다른 눈으로 이 나라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잘 알겠소.
어쩌면 처음부터 서 있던 곳이 달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요.
잭터, 모험가! 지금일세!
가십시오. 돕는 이들이 많아보이니, 눈 먼 총알만 조심한다면 저들의 손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허허... 이 늙은이를 장기말 삼아 마지막까지 판을 끌고 가보겠다는 건가?
<퀘스트 완료>
이쪽일세!
터진 연막탄에서 피어난 연기가 눈을 찌르며 시야를 흐렸다.
잭터를 데리고 움직일 절호의 기회였다.
절뚝이는 잭터를 부축한 채, 부르는 외침이 들리는 쪽으로 무작정 발을 옮겼다.
또 한 명의 아군
든든한 아군이 와 주었나 보군. 모험가, 이 틈을 타 어서 움직이세.
겐트 안쪽에서 날이 밝기 전에 황궁 밖으로 탈출하기
…….
나를 원망하거라.
무슨 짓이냐.
죄인이 도망쳤다 들었습니다.
잭터, 그 자의 죄가 하나 더 늘었군요.
죄인을 쫓는데 어찌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십니까.
천계를 지탱하는 귀족을 보호하는 것 또한, 이 안제 웨인의 일 아니겠습니까.
천계를 지탱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 법이겠지요. 그 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속히 죄인을 쫓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선……
뭣들 하느냐! 유르겐 공을 모시지 않고!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따님의 온기가 채 가시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법이란 것도, 수준이 되지 않는 자들에게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지요.
.......
어서 모시거라. 한동안은 계속 곁을 지켜드려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황도 바깥으로 나가는 모든 항구를 폐쇄하라. 죄인과 그를 돕는 간악한 자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하늘이 만들어 준 위상을 법 따위로 흔들어 놓을 수는 없지.
<퀘스트 완료>
놈들을 따돌린 것 같군. 이제야 숨을 좀 돌리겠네.
희소식
모험가, 고맙네. 자네 덕분에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어. 번번이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미안하군.
그리고 베릭트, 자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군.
그런 말을 나누기엔 아직 한참 이른 것 같네. 황궁엔 여전히 귀족들이 들어앉아 있어. 이대로라면 자네는 죽음이 두려워 네빌로의 딸을 사살하고 도망친 탈옥수가 될 뿐이야.
잭터, 앞으로 어찌할 셈인가? 모험가도 있겠다, 이 길로 함께 황녀를 만나러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아니, 난 이곳에서 할 일이 있네. 그것이 황녀님께서 자네를 내게 보내 구출한 뜻일걸세.
호기를 부리는 것은 좋네만, 지금의 자네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단 말인가? 전처럼 군을 지휘할 수도 없을 테고, 무기를 공급받을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래. 그런 것들은 어떻게 해결된다 해도 자네, 그 다리는…
후후, 적어도 시간은 끌 수 있지 않겠나? 자네 말대로 황녀님과 합류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귀족들의 시선은 당분간 이튼이 아닌 날 향하겠지.
......
게다가 겐트의 많은 이들이 아직 저항을 포기하지 않고 있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길이 열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네. 카르텔과 전투를 벌일 때에도, 안톤을 상대로 분투할 때에도 살아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보게. 비록 옥에 갇혔어도 포기 않고 살아 있으니, 적이었던 자네가 날 구하겠다 와 준 것 아니겠나.
후, 자네의 고집을 내가 어찌 꺾겠나. 허면, 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도 주저말고 일러 주게.
자네가 맘에 들어 그런 것이 아니라, 탐욕에 눈 먼 귀족들이 천계를 좌지우지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 하는 소릴세. 알겠나?
천하의 베릭트가 아군으로 있어 준다니, 든든하군. 고맙네.
모험가, 면목없네만 자네에게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젤딘을 만나주게. 그 녀석에게 내 뜻을 전해주었으면 하네. 흩어진 퇴역 군인들을 모으고, 음지에서 황녀님을 위해 투쟁하던 자경단과도 연이 닿아야 해.
부탁일세, 모험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자가 자네 뿐이야.
모험가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계획은 어찌 되었습니까? 사령관님께서는 무사히 탈출하셨습니까?
조짐
오기만을 기다린 듯 젤딘은 눈을 밝히며 잭터의 안부를 물었으나,
이내 주변의 눈을 의식하고 말을 삼켰다.
곧, 자리는 젤딘이 머무는 방으로 옮겨졌고,
잭터가 무사히 탈출했으며 마지막까지 겐트를 지키기 위해
남는 것을 택했다는 말을 전하게 되었다.
젤딘은 그저 담담히 듣고만 있었다.
황녀의 명을, 사령관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알면서도,
들여다 보이는 미래에 쓴맛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랬군요. 어찌 되었든 모두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저 또한 모험가님과 함께 움직이고 싶었으나, 자리를 지키라는 황녀님의 명이 계셔서…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일이 이리 잘 해결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 모험가님, 그리고… 베릭트, 그자가 도와준 덕이라는 것, 꼭 기억하겠습니다.
아, 황녀님 말씀이십니까? 그게… 이튼에 있는 멜빈의 누이를 통해 비밀리에 연락을 주고받곤 하였으나, 방금 전 출처를 알 수 없는 통신 방해 전파로 인해 그마저도 되지 않아 속을 끓인 참입니다.
총사령관님께서 무사히 탈출하셨다는 소식을 하루 빨리 황녀님께 전해드리고 싶은데…
대장! 큰일났습니다!
별안간 벌컥 문이 열리더니 겐트 수비대 소속 병사 하나가 뛰어들어왔다.
쉬지 않고 달려온 건지, 넘어갈 듯 숨을 헐떡이던 병사는
젤딘과 함께인 모험가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경례를 올려붙였다.
처, 천계의 영웅, 모험가님을 뵙습니다!
분명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을텐데. 이 밤에 대장의 처소에 당당히 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 그게... 루프트 하펜 보초를 맡은 병사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귀족군이... 모든 항구를 폐쇄한다고...
항구를? 귀족 녀석들, 또 어처구니 없는 짓을…!
모험가님, 궁 안의 상황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모험가님께서는 이 길로 겐트를 떠나 이튼으로 가 주십시오. 제 아무리 귀족군이라도 천계의 영웅인 모험가님께서 떠나시는 길까지 막을 순 없을 겁니다.
이튼에 계신 황녀님께… 저희 소식을 꼭 전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모험가님.
베른 보네거트를 만나 루프트 하펜의 상황 확인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나리! 이게 다 무슨 일이요? 갑자기 군인 나으리들이 우루루 몰려와선 항구를 폐쇄한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요!
천계의 운명
나리! 이 밤에 다짜고짜 항구를 폐쇄하겠단 경우가 어디 있소? 뭐, 이유라도 제대로 알아야 내 손님들에게 둘러댈 말이라도 있을 것 아뇨!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건 뭔 줄 아쇼? 모험가 나으리나 다른 귀족 나으리들께서 오시면 또 살뜰히 뫼시랍디다. 아니, 돈 없고 뒷배 없는 평민들은 어디 갈 곳도 없는 줄 아쇼? 참나.
아, 이 상황에 내가 거짓말하게 생겼소? 모험가 나으리에 대해선 특별히 당부합디다. 천계의 영웅님께서 불편하지 않게 뫼시고, 또 어디로 가시는지 꼬박 꼬박 살펴 보고하라고 말입니다!
모험가 나리, 대체 궁에서 무슨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거요? 대장군이 옥을 탈출하기 위해 유르겐 공의 딸을 쏘았다는 소문이 사실이오? 황녀님께서는 이 상황에 정말 유람을 가 계신 거요? 거 무슨 말이라도 해 주쇼!
......
슬라우 공업단지에서 황녀 에르제를 만나기
<퀘스트 완료>
그러니까 황녀님을 미끼로 삼아 저들을 유인하자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그걸 작전이라고...!
실질적인 미끼는 이튼이 될걸세. 단지 저들을 들쑤실 소문을 흘리자는 거지.
확실히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설명대로라면 저들의 주력군을 발 묶이게 할 수 있겠군요.
루카스! 너까지 무슨...
단순히 발을 묶으려는 게 아니에요. 일이 잘 풀릴 경우, 총알 한발 쏘지 않고도 수많은 노스피스군을 바다에 수장시켜 버릴 수 있겠죠.
(대령님! 정말 이대로 있을 거에요?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요!)
나는...
황녀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페트라가 이 작전에 협조한다고 하던가?
논의해본 적은 없습니다. 허나 제 잇속은 확실히 챙기는 양반이니, 협조를 얻기위해서는 매력적인 보상을 던져줘야겠지요.
병사들을 태운 채로 열차를 폭파시키는 건 용납할 수 없네. 정쟁에 휘말렸을 뿐... 적이지만 그들도 소중한 천계의 백성들일세.
(어렵게 꺼낸 이야기였건만 더 이상 밀어붙이긴 힘들겠군. 역시 황녀님을 중심으로 뭉친 이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작전이었나...)
...잠시 혼자 있고 싶군. 호위는 필요 없네.
천계의 황녀
...니베르 중장!
예.
어려운 제안이었을 텐데, 먼저 말을 꺼내주어 고맙네.
방금 말한 작전에 대해서는 라이오닐 대령과 좀 더 논의를 진행해주게. 천계에 흘리는 피를 줄일 수 있다면 어떠한 방식이든 괜찮으니 기탄없이 건의해주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인트 혼에 올라 황녀 에르제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겐트와의 연락이 두절되었으니, 머지 않아 그대가 와 주지 않을까 생각하였네. 역시 그대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군. 고맙네.
대장군의 상태는 어떠한가? 하루 빨리 모셔오지는 못할 망정, 녹초가 된 육신에 또 다시 무거운 짐을 지운 나를 원망하지는 않으시던가?
잭터의 안부를 묻는 황녀의 표정은 예상과는 달리 침착했다.
잭터를 데리고 황궁 밖으로 빠져나오기까지 있었던 일련의 사건에 대해 들으며,
에르제는 냉정하고 신중히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가. 대장군께서 내 뜻을 알아주었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모험가, 다 그대가 있어준 덕분이야. 그대가 베풀어 준 은덕을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모험가, 그대에게는 천계의 황녀라기엔 낯부끄러운 모습만 보인 것 같아 면목이 없네. 애통하고 애통하나, 누구를 탓하겠는가?
......
황궁을 빼앗긴 것도, '황녀'라는 허울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죽어나간 것도, 백성들이 고통에 빠진 것도 모두 나의 유약함 때문이었네.
차라리 내가 없어진다면, 이 나라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지. 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네.
옅은 미소와 함께 짧은 숨을 내쉬었다.
자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으나, 소매 안에 감추어진 작은 주먹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내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선 지도자를 갖지못해, 고초를 겪는 백성들의 모습을 이곳까지 도망쳐오며 두 눈에 직접 아로새겼기 때문이네.
비록 아직은 내 무능하고 힘이 없을 지 모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지하는 이들이 저기에 있네. 나를 위해 죽어간 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고통 받는 천계의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아진 천계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하루도 멈추지 않겠네.
저문 해는 반드시 다시 떠오르고, 오른 해는 수백, 수천의 손을 모아도 가릴 수 없는 법. 황녀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네. 짐을 위해 목숨을 걸어 준 이들을 데리고 반드시 황궁으로 돌아갈 것일세.
에르제의 눈에 총기가 어렸다.
최근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안색은 여전히 수척했지만
더이상 슬픔에 젖어 걸음을 멈춰선 이의 눈빛은 아니었다.
후후, 자네에게는 나도 모르게 흉금을 털어놓게 되는군. 자네에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네.
서막
들려오는 소문에 따르면 네빌로 유르겐이 뒤로 물러나고, 안제 웨인이 귀족파의 주도권을 쥐고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하더군.
민중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네빌로가 이번 소요와 선을 긋고 칩거한 이상, 민중들은 더 이상 저들의 편이 아닐세. 초조해진 귀족들은 곧 성급하게 움직이게 되겠지.
부끄럽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네. 웨스피스에서 '벨드런 님'이 말씀하셨던, 과거의 먼지 속에 가리워진 역사를 다시 찾고 '바칼의 유산'을 손에 넣을 시간 말이세.
에르제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사이 무언가 결단을 내린 듯, 확신이 묻어나오는 어조였다.
겐트에서 젤딘을 만나 현재 상황 듣기
<퀘스트 완료>
오셨습니까? 황녀님께서 모험가님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셨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뵙기 어려울 뻔 했습니다.
곧 노스피스군이 이튼으로 진군한다고 합니다.
노스피스의 힘
이글아이 사령관님의 탈옥을 빌미로, 귀족들은 노스피스군을 겐트에 주둔시켰습니다. 물론 그 일이 아니었어도, 어떠한 핑계를 대서라도 자신들의 군대를 겐트로 불러왔겠지만요.
이글아이 사령관님께서는 뜻을 함께 할, 믿을만한 자들을 모아 게릴라군을 꾸려 음지에서 그들에게 대항하고 계십니다. 허나 귀족들은 이마저도 이용해 천계의 운명보다 잭터의 목숨을 중히 여기는 황녀가 뜻에 반하는 자들을 죽여 없애려 군을 꾸렸다는 모함을 해댔습니다.
카르텔 침공 이후, 발 뻗고 잠을 이뤄보지못한 천계의 백성들은 진실보다는 안정을 원합니다. 귀족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이튼으로의 진군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저들이 작정하고 전면전에 나선 지금, 물러서는 것은 곧 패배를 뜻합니다. 허나…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치욕스럽습니다만 저들은… 강합니다. 전투다운 전투 한 번 겪어보지 못한 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가진 힘, 특히 그 무기들은…
젤딘의 마른 입술이 무겁게 닫혔다.
오른팔 대신 장착한 핸드캐넌에 생긴 못보던 상처들이
많은 이야기를 대신해주고 있었다.
이리 말씀만 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것이 더 나으실 겁니다. 잠시 저와 동행해주시겠습니까? 저들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빼앗긴 황궁에서 노스피스군의 힘을 확인하기
노스피스군이 황궁에 주둔한 뒤로는 궁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더욱 경계하고 있습니다만, 겉으로나마 겐트 수비대의 대장으로 남아있던 것이 다행입니다.
날 밝는대로 이튼으로 옮길 무기들은 이쪽에 두었다 들었습니다. 모험가님, 함께 가시지요.
게 누구냐. 이름을 대라.
나를 못알아볼 정도로 밤눈이 어두운 자가 보초를 서다니, 궁의 안위가 심히 걱정되는군.
그 목소리를 들으니 누군지 알겠소. 허나 물러나시오.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웃전의 명이 있었소.
설령 그것이 시든 백장미나 허수아비같은 대장이라 해도 말이오.
감히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참으로 성급하군. 그 총을 뽑기 전에 지금 계신 곳이 어디인지를 숙고하셔야 했소.
침입자다! 침입자를 포박하라!
소란을 피우려던 뜻은 없었으나, 이렇게 된 이상 싸울 수 밖에 없겠습니다.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모험가님, 괜찮으십니까? 못본새 힘의 기운이 조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저야 덕분에 무사합니다. 저 혼자 저들을 상대했다면 조금 버거웠을텐데…
이건 '귀호랑'이라 불리는 병기입니다. 죽음을 모르고 덤비니 숙련된 병사 여럿이 달라붙어도 상대하기 까다로울 뿐더러, 노스피스엔 저것들을 양산할 수 있는 설비마저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현재 노스피스군의 화력은 저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거기에 반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해안수비대의 전력까지 생각하면, 황녀님이 이튼과 웨스피스의 군세를 규합하더라도 숫자만 비슷하게 맞춰질 뿐 전력면에서는 여전히 열세겠지요.
처음 이 병기를 보았을 땐 이정도의 군사력을 가졌음에도 카르텔 침공 당시 꽁무니를 뺀 노스피스의 귀족들을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멜빈 님은 이 병기들의 출처를 의심하더군요.
...어쩌면 귀족들은 저희가 알고있는 것보다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른 듯싶습니다.
모험가님, 조금 더 동행해주십시오. 저들이 가진 힘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멈추시오, 젤딘.
…커스틴.
이 밤에 궁에서 소란을 피우는 연유가 무엇이오? 황도의 수비대장이 탈옥한 이글아이와 손을 잡아 웨인 공을 해하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을 증명하러 온 것은 아니길 바라오.
소란을 피우려던 뜻은 없었소. 그저 볼일이 있어…
볼일? 아아, 뒤에 계신 모험가님만이라도 '죄인'이 아닌 '영웅'으로 남게 해 달라 웨인 공께 간청을 드리고자 온 겐가?
…나를 조롱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모험가님에 대해 그리 말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소.
후후. 진정하시오. 나 역시 천계의 영웅, 모험가님을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던 차였소. 이리 뵙게 될 줄은 몰랐으나 이 또한 운명일 터, 허니 모험가님께 내 한 말씀 전해 올리리다.
어려운 시기에 그대께서 빌려주신 힘은 천계에 큰 도움이 된 줄 아오. 허나, 그간의 공적만이라도 은혜로 여겨주길 바란다면 부디 이 길로 천계를 떠나주시오.
그대가 진정으로 선을 쫓고 약자를 위해 싸우는 의로운 이라면 황녀에 대한 사사로운 정보다 죽어가는 천계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소.
허나 작금의 그대의 행동은 어린 황녀 하나를 위해 대의를 망치는 것과 진배없소. 내 지난 날 은혜를 생각하여 이번 한 번은 눈 감아 드리나, 다음이 온다면 그때는 젤딘뿐 아니라 당신 역시 살아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오.
이런 건방진…!
<퀘스트 완료>
뚫린 입이라고 못하는 말이 없군. 진정 천계의 백성들을 위한다는 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천계를 분열시킬 전쟁을 일으키려 한단 말인가?
아름다운 무기
말은 그럴듯할지 모르나 커스틴 역시 그저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해 무기를 든 자일뿐입니다. 저 자의 말을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커스틴은 안제 웨인의 경호부대, '묵화의 가시'를 이끄는 자입니다. 그 역시 귀족이나, 유르겐 가와의 정치 싸움에 밀려 가문이 위태로워지자 웨인 가에 붙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요.
겐트에 있는 멜빈에게 노스피스의 무기에 관한 정보 전하기
<퀘스트 완료>
응? 모험가, 네가 여긴 웬일이야? 뭐, 젤딘이랑 함께인 걸 보니 말 안해도 대충 알겠다만.
일단 따라와. 여기 이렇게 서 있다간 더 귀찮은 일이 생길 테니까.
백의종군
멜빈이 자신의 거처에 정식으로 손님을 들이는 것은
그가 겐트에 온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기엔 멜빈은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방은 온갖 기계 부품들과 설계도면으로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었다.
그렇게 절 방에 들이지 않으시던 이유가 이거였습니까?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정리는 좀 하며 사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아. 계속 그렇게 잔소리할 거면 그냥 나가. 아, 들고 온 부품은 내려놓고.
와중에 부품을 신경쓰십니까? 여기 있습니다. 모험가님 덕에 구한 것이니, 모험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젤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멜빈은 그녀의 손에 들린 부품을 홱 낚아챘다.
평소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손놀림으로
부품을 확인한 멜빈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 부품이 귀호랑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이쪽의 마감 방식이나 안쪽에 새겨진 표식… 이건 내가 아는 녀석 솜씬데.
그게 누굽니까?
지나 데오도르. 이튼에 있는 옵티머스 팩토리의 소장이야. 이튼에 있는 내 동생 리아를 도와준 게 연이 돼서 몇 번 대화를 나눴지.
뭐,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데에 흥미는 없지만 그 녀석과는 꽤 괜찮았어.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애정도 있고.
무엇보다 그 녀석, 나만큼이나 귀족들을 싫어해. 자기가 만든 무기를 귀족에 넘길 리가 없다고. 그런데 이게 왜 거기에…
젤딘 님, 여기 계십니까? 젤딘 님!
차마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문가를 서성이던 마를렌이
열린 문틈 새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모험가였다.
분함과 불안함, 요동치는 감정의 폭을 애써 눌러 온 마를렌에게
영웅의 눈빛 속에 든 힘은 묘한 안도를 주었다.
모험가님도 함께 계셨군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노스피스군이 지금 이튼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거든요.
분명 내일 아침에나 움직일 것이라 했는데, 갑자기 계획을 앞당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험가님께서 이쪽에 합류한 것을 알고 초조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지금은 그런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저들의 진군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들만의 힘은 저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으나, 모험가님이 계시니 잠시나마 저들의 발을 이곳에 묶어두는 것은 가능할지 모릅니다.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아니, 천계를 도와주십시오.
젤딘과 함께 빼앗긴 황궁에서 진군하는 노스피스군 막기
지금 바로 출발한다. 모두 위치로!
마를렌 님의 정보가 사실이었습니다. 젠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모험가님, 우선 둘로 갈라져 움직이시죠. 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그게 최선인 듯 합니다.
으윽...
젤딘, 이제야 입에 안 붙던 대장 호칭을 떼어버릴 수 있겠군. 덕분에 한 건 올리게 됐으니, 다른 말은 하지 않겠네.
아, 모험가님도 오셨군! 혹시 나를 기억하나? 당신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안톤의 시선을 끄는 데 투입됐던 부대원 중 하나였는데 말야.
하긴, 기억할 리가 없지. 목숨 걸고 싸운건 똑같은데, 왜 박수를 받는 건 늙어빠진 잭터나 아무 데서나 굴러 먹던 너인 거지?
가까이 오지 마. 눈앞에서 젤딘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버려라.
마르셀, 그 꼬인 심보는 여전하군그래.
초, 총사령관… 아니, 이제 당신을 그리 부를 이유가 없지. 난 노스피스군의 장교이고, 당신은 죽음이 두려워 도망친 죄인일 뿐이니까.
노스피스 녀석들, 주머니는 두둑해도 인물은 없나보군. 자네 같은 자가 장교 소리를 다 듣게 하고 말이야.
안톤과의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만도 얼마나 대단한데! 당신 역시 그 아비규환의 현장을 봤으면서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그래, 자네 말이 맞네. 그곳에서 살아 온 목숨 값은 다 같은데, 노스피스 출신은 장교가 되고 무법지대 출신은 퇴역군인이 되는 현실을 도저히 못봐주겠단 말이지!
크윽!
어어, 이게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실험 삼아 만들어 본 총알 치고는 효과가 꽤 있나 보군. 멜빈이 들으면 아주 좋아하겠어.
이익... 일단 후퇴다! 다음에 두고 보자!
<퀘스트 완료>
젤딘, 괜찮나?
사... 령관님...
상처가 깊군. 치료를 서둘러야겠어.
젤딘의 왼팔을 어깨에 둘러멘 잭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직 부상을 입었던 다리가 완전히 돌아오진 않은 듯 보였다.
모험가는 힘을 보태기 위해 다가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잭터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후훗, 이곳의 일은 걱정말게. 자네들이 황궁에서 시선을 끌어준 사이, 폐쇄된 항구의 선로에 이미 손을 써놨네. 대규모 군대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고치려면 적어도 며칠의 시간이 걸리겠지
게다가... 마리안이 죽고 네빌로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귀족들 내부에도 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안제 웨인이 다시 귀족들을 합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거야.
황녀님께서는... 무탈하신가?
황녀가 있는 곳
벨드런? 황녀님께서 벨드런 님이라 하셨는가? 그렇군...
'가리워진 역사'와 '바칼의 유산'이라... 글쎄, 그런 건 나도 벨드런 님에게 듣지 못했네. 허나 황녀님께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웨스피스로 향하셨다면 이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필요하다 생각하신 거겠지.
운이나 니베르 같은 녀석들이 정신을 잘 챙기고 있다면, 귀족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웨스피스 사령부의 군세를 장악해야한다는 군사적인 계산도 포함되어 있을 테고 말이야.
잭터의 시선이 고향쪽을 향했다.
비록 몸은 함께 있지 못해도,
그리운 이들의 모습을 선명히 그리고 있는 눈빛이었다.
자네가 이곳에 있어준다면 겐트라는 작은 전장에서는 승리를 거둘지 모르나, 천계의 운명이 달린 이 거대한 전쟁에서는 결코 승리하지 못할 걸세. 그러니…
자네도 웨스피스로 가 주게. 내 직감이 맞다면 그곳이 자네의 도움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을 걸세.
대부분의 항구는 폐쇄되었으나 루프트 하펜에서 웨스피스 사령부로 비밀리에 보내지는 화물 열차가 있다고 들었네. 그걸 이용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걸세.
혹자는 겐트에서의 저항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못한다고 비웃을지도 모르나, 나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네. 나, 잭터 이글아이가 이곳에 있는 한 이 겐트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아.
허니 믿고 떠나주게.
루프트 하펜의 베른 보네거트를 만나 웨스피스로 갈 방법 알아내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나으리! 내 안 그래도 나으리가 다시 와 주실 거라 생각했소.
웨스피스 사령부
내 이곳 역장으로 있으면서 천계의 난리란 난리는 다 보았지만, 오늘과 같은 난리는 처음이오. 저 어마어마한 노스피스의 군대가 이튼으로 가는 것이 황녀님 한 분을 모시기 위함이라는 것이 말이 되오?
분명 나 같은 평민들은 모르는 일이 웃전에서 벌어지는 거요. 대체 백성들은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거요? 그저 고향 땅에 맘 편히 발붙이고 살 수만 있다면 족한 것을…
뭐요? 이 와중에 웨스피스로 가겠다는 말이 나오시오? 하! 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어도 나리만큼은 다를 거라 여겼소. 천계가 이 지경이니, 나리라도 살아야겠다 싶으쇼?
하이고! 차피 가실 거, 나을 것 없는 무법지대보단 차라리 다른…
입을 비죽이며 비아냥대던 베른의 생각이 어딘가에 가 멈추었다.
궁에서 웨스피스로 보내는 물자를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
어쩌면, 눈앞에 있는 이 영웅이야말로…
그래, 좋소. 나리의 속은 다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니…
저기 뒤편에 보이는 작은 화물 열차가 웨스피스로 가는 거요. 귀족군의 눈을 피해 움직이시오. 나리께서 준비를 마치는대로 출발하겠소.
해상열차에서 화물 열차를 타고 웨스피스 사령부에 가기
여기 좀 으스스하지 않습니까? 앞도 잘 안보이고....
정신 안 차려? 지금 황녀님 앞에서...
괜찮네. 짐도 소위처럼 떨리는군.
여, 역시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 그냥 돌아가는...
하지만, 두려운 과거라 해도 언제까지 모른 척 묻어둘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네, 넵. 그렇습니다!
함께 오자고 하셔서 오긴 왔는데... 여긴 도대체 뭐하는 곳입니까?
천계가 지우고 싶었던 역사가 있는 곳이네. 벨드런 님이 남기신 유지대로 진작에 와봤어야 했건만… 그간 이곳을 찾을 명분도, 여유도 부족했지.
그, 그렇다면...
사도 바칼이 남긴 유산이 바로 이곳에 있네.
바칼 님이 남기신...
다들 고맙네. 함께 와주지 않았다면 결코 오지 못했을 걸세.
이제 과거를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네.
당신들도 보면 알지 않소? 이곳은 아직도 설치고 있는 카르텔 잔당과 살아남기 위해 총질을 멈추지 않는 놈들을 통제하는 문제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소. 오죽하면 사령관인 나까지 이곳 현장에 나와있겠소?
황녀님께서는… 사령관님께서 말씀하신 웨스피스의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뜻을 갖고 계십니다. 황녀님께서 궁으로 돌아가시게 되면 웨스피스에도…
하하! 그리 큰 뜻을 가진 분께서 이제껏 웨스피스를 외면하신 게요? 이곳이 무법지대라 불리는 이유는 대령이 더 잘 알 거요. 먹고 사는 문제 앞에 명분이나 대의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지.
이 황량한 지역이 지금까지 존속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그 차별정책 때문이었소. 위험하고, 더러운 범죄자들을 청소하듯 이곳으로 몰아내고, 깨끗해진 황도가 번영할수록 이곳으로 보내지는 인도적인 지원이 점차 늘어날 수 있었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자연의 이치처럼 말이오.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웨스피스는 나름의 방식대로 천계의 번영에 공헌하고 있던 거요.
그 말씀은... 결국 황녀님의 소집령에 응하지 않겠다는 소리입니까?
그렇소.
......
몇 번이나 말했지만 우린 황도의 밥그릇 싸움에 끼어들 생각도, 그럴 여력도 없다는 소리요.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할 것 같군.
사령관님. 잠시 드릴 말씀이...
뭐? 그 녀석들이? 으음…
흠! 더 할 얘기가 없다면 나는 이만 가 보겠소. 당신들과는 달리 허무맹랑한 꿈을 좇고 있을 여유는 없어서 말이지.
황녀님의 요청에 대한 우리의 답은 달라질 것이 없으니, 채비를 마치는대로 이곳을 떠나주었으면 하오.
이 누추한 곳에 황녀님이 직접 오신다면 모를까? 껄껄!
대령,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괜찮겠어?
...조금 더 지켜보죠.
모험가님!
오, 말로만 듣던 그 모험가? 귀엽네, 생각보다.
<퀘스트 완료>
이대로라면 황녀님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 겁니다. 이럴 때, 제가 아니라 총사령관님이었다면...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하는 어린 애에요? 지금 약한소리할 때가 아니잖아요. 설득할 방법부터 찾아봐야죠.
그만. 대령님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고, 막 웨스피스에 도착하신 손님도 계셔. 그러니까 우리, 자리를 옮기는 건 어때? 장소는 내가 알아볼게.
그게 좋겠어요. 전달할 정보도 있고.
......
올가미
...그러니까 화물 열차에서 카르텔 잔당들과 마주쳤다는 말씀이십니까?
화물을 지켜야 할 웨스피스 군은 보이지도 않더군요.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드네. 레베카가 가져온 무기를 보면, 무법지대 뜨내기들이 구할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반면 정규군인 웨스피스군의 장비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아. 뭔가가 있어.
잘 이용하면 돌파구가 생길 수 있겠네요. 그럼 외부인인 제가 카르텔 쪽을 알아보고...
혼자는 위험해. 아까도 이분이 도와줬다며.
모험가님? 그러고 보니 인사가 늦었네요. 전 지나 데오도르예요.
웨스피스 사령부에서 주변을 장악한 카르텔 잔당 조사하기
쉿. 이쪽으로.
무슨 소리냐! 황녀라니? 이튼에 있어야 할 황녀가 어떻게 이곳에... 네놈들이 잘못 본 것은 아니냐?
정말이라니깐! 이전에 황녀를 납치했을 때, 란제루스 밑에 있던 녀석에게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곳에 몰래 기어들어 와야할 이유라도 있는 건지, 거느린 호위조차 몇 없더군.
어쩔꺼냐, 사령관? 켕기는 구석이 탄로나기 전에 도망치거나 얼른 겐트에 연락을...
도망치다니! 그럼 잘못을 인정하는 꼴밖에 더 되겠느냐.
가만, 이건 어쩌면...
겐트로 이 소식을 아무리 빨리 전한다해도, 귀족원의 군대가 이곳에 오기엔 시일이 걸릴 터. 호위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으니, 차라리 황녀를 붙잡아 인질로 쓰는 게 좋겠다.
아무리 사령관의 명이라고 해도 군인 녀석들이 황녀를 잡는 일에 동참하겠나?
멍청하긴! 당연히 그 역할은 너희가 맡아야지! 이럴 때를 위해 너희에게 무기고 식량이고 넘겨주었던 것이 아니냐?
......흥!
겐트에 소식을 전하는 것은 내가 맡으마. 그동안 너희는 가능한 모든 병력을 이끌고 황녀의 신병을 확보해라.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지원해주지.
좋아. 하지만 수가 아무리 적다하나, 상대는 정규군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면 어쩌지?
그 때는...
카르텔의 눈 먼 총알에 무법지대에 방문한 황녀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처리해야지
'사고'라... 끌끌! 당신도 무법지대 사람이 다 됐군, 사령관.
...눈에 띌지 모르니 어서 돌아가라.
저것이 웨스피스 사령부의 현실이군요.
<퀘스트 완료>
떨어져 조사하면서 카르텔과 웨스피스 사령부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꽤 오랜 기간동안 이어져 온 모양이더군요.
새로 온 사령관은 애초부터 웨스피스의 혼란을 잠재울 생각이 없었고요.
오히려 기세가 줄어들었던 카르텔 잔당들의 세력을 눈감아 주어 '웨스피스는 무법지대'라는 중앙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어요.
사령관, 아니 노스피스의 귀족들에게 무법지대는 천계의 '필요악'이었던 거죠.
어린 아이들까지 이용해먹던 그 버릇은 남 못 주는 군.
역시 좋게 생각하려 해도, 어쩔 수 없네요. 이곳은.......
줄탁동시
...쓸데없는 말을 했군요. 모험가님은 바로 카르텔들을 쫓아주세요. 저들의 말대로라면 총구의 끝에는 황녀님이 있을 테니.
저는 우선 황도의 귀족들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보겠습니다.
각자 서둘러 움직이지요.
웨스피스 사령부에서 운을 만나 제이에게 받은 자료 전하기
히익..! 괴, 괴물! 어디서 저런 게...
이런, 저렇게까지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랜만의 변신이라 힘조절이 잘 안됐나? 껄껄!
으으...
이건... 도대체...
어떤가? 몸은 괜찮은가?
놀랍군요. 솔직히 눈으로 보기 전까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오래된 유산이 이렇게 멀쩡하게 보존되어있다니.
이제 겨우 그 한 조각을 찾았을 뿐이네. 허나 혼란스러운 전쟁통에서 모두의 이목을 끄는데 큰 힘을 보태 주겠지.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처음 보는 힘을 능숙하게 제어하는 황녀의 저 감응력...)
(남들 손에 추대되긴 했어도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던 건가.)
<퀘스트 완료>
모험가? 겐트에 있어야할 그대가 어떻게 여기에...
웨스피스의 사람들
피곤에 절은 표정과 푹 패인 볼은 여전했지만,
에르제가 풍기는 분위기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모험가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내내
에르제의 입가에는 여유있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렇군. 허나 너무 걱정말게. 니베르 중장의 연락에 따르면, 지금쯤 황도의 노스피스군 대부분은 이튼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네.
황녀님, 그렇다해도 웨스피스의 사령관이 불충을 저지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어서 그를 붙잡아야합니다. 혹여 그가 황도와 연락이 닿았을 시, 계획이 틀어질 염려도 있고요.
대위, 이게 과연 사령관 개인의 탐욕에 따른 결과겠는가. 분열된 천계의 상황이 그를 이리 만든 게지.
......
허나, 사령관을 막으러 간 그 레베카와 라이오닐 대령 일행이 걱정되는군.
모험가, 우리도 곧 따라갈 테니 사령부로 달려가 그들의 안전을 확인해주겠나? 부탁하겠네.
웨스피스 사령부로 서둘러 돌아가기
말씀하신 곳으로 가, 장부를 살펴보니 물품들을 카르텔 쪽으로 빼돌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군인답지 않게 장부가 너무 깔끔해 수상했지.
밖으로 나간 모험가와 레베카님이 걱정되는군요.
모험가와 함께 있다면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같이 있을 사람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제가 가봐야겠습니다. 예상되는 곳이 있으십니까?
웨스피스 사령부가 카르텔과 이런 관계였다면, 벌써 황도에 있는 귀족들에게 접근하려 했을 테니까......
통신체계 쪽이군요.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시는군요. 레베카님.
그 쪽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네요.
...어쨌든 고마워요. 당신에게 이렇게 도움 받는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당신...
겐트와의 연락망은 제가 끊었어요. 황녀님을 노리고 있더군요.
황녀님을?
카르텔과의 내통으로 이곳에 계시다는 정보를 들은 거 같아요. 그 다음에는......
항상 조심하라고 했잖아...
!!
작은 평화가 엮이면 큰 평화가 되지 않겠어?
좀 늦은 말이지만.. 아빠가 보고 싶어.
넌 좋은 기억만 간직해.
슬픈 기억은 내가 다 가져갈테니...
......레베카 누나?
스친 것 뿐이에요. 괜찮아요.
젠장, 정보가 새나간건가? 조금만 시간이 있었으면 이곳을... 안그래도 네놈들이 여기 왔을 때부터 수상했다.
겐트와의 연락망을 끊어버리다니 무슨 속셈이냐! 조금만 있으면 황녀를 사로잡을 수 있었을텐데... 젠장.
이만 포기하시지.
대, 대령!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게. 내 다른 욕심이 있던 게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네. 무법지대에서 살아 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이곳 출신인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사령관 자리를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내어줌세. 살려만주면 내 잘 아는 분께 자네 이야기를 해서…
입 다물어. 무법지대를 무법지대로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같은 귀족들이다. 갖은 이유로 웨스피스를 폄하하면서도 속으론 이곳이 영원히 범죄자의 소굴로 남아있길 바랬겠지.
잠깐, 대령! 내 이야기를 한 번만 더… 히익!
...네놈의 처분은 황녀님께서 결정하시겠지. 생의 남은 날 동안 지은 죗값을 치르는 것을 끝까지 지켜봐 주겠다.
라이오닐 대령, 웨스피스 사령부의 이야기는 들었네. 그대가 올린 자료를 보니, 저 자의 죄목을 열거하여 탓하는 시간조차 아까운 수준이더군.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어 고맙네.
......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후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얼굴이 훨씬 나아보이는군.
묵묵히 고개 숙이는 운을 바라보는 에르제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라이오닐 대령! 현 시간부로 자네를 웨스피스의 사령관직에 봉하니, 죄 지은 자를 벌하고 웨스피스의 법도를 바로 세워주게.
뭐 해요? 어서 교지를 받들어야죠.
주변의 재촉에도 운은 묵묵부답이었다.
머릿 속에 맴도는 수만가지 말을 정리하여 뱉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이젠 웨스피스의 누구도... 어리석은 자들의 욕심에 희생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오랜 시일이 걸리겠지만, 저를 믿고 맡겨주신다면 차근차근 제 손으로 이곳의 법도를 바로잡겠습니다.
뜻을 받들어 주어 고맙네.
<퀘스트 완료>
저...
무슨 일이시죠? 사령관님.
몸은...
다행히 치료를 잘 받아 괜찮아졌어요.
.......
죄송한데 제가 눈치가 좀 빠른 편이라 모른 척할 수가 없네요. 확실하게 말하죠.
저는 그쪽이 생각하는 '누나'는 아니에요. 그럼 이만.
...왜 앞을 막으시는 거죠?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은 전해야 할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덕분에 소중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아, 네. 다행이네요.
슬픈 기억은 자신이 다 가지고 가겠다던 사람이었어요.
저는 그 사람한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지...
제가 할수 있는말은 아니지만...
분명,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새로운 사령관
‘라이오닐 사령관님, 만세! 에르제 황녀님 만세!’
정식 임명식을 올리기도 전인데, 잔뜩 흥이 오른 병사들의 목소리가 창공에 뜬 세인트 혼까지 와 닿았다.
천계의 황녀가 몸소 사령부에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큰 위로와 용기를 얻은 듯 했다.
하지만 에르제를 중심으로 모인 일행은 기쁨을 누릴 새 없이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튼, 그리고 웨스피스까지 뜻을 함께 하게 된 데에는 그대들의 공이 크다. 드디어 그대들의 노고가 빛을 발할 때가 온 듯 하구나. 이제 우리는 겐트로 가서 반역파의 수괴들을 몰아내고 황궁을 되찾을 것이다.
황궁을요? 하지만 그곳에는 노스피스군이...
후후, 그 늙은 여우 같던 이튼의 사령관이 황녀님을 사로 잡고 있다는 거짓 편지를 황도의 귀족들에게 보냈습니다. 노스피스군의 주력 병력은 몸이 달아 지금쯤 이튼으로 향하고 있을 걸요?
이튼군은 그들이 도착하는 것을 확인한 후, 우리와 움직임을 맞춰 겐트로 합류할 거라네.
그동안 방관해오던 이튼 사령관답지 않게 적극적인 협조군요.
자의든, 타의든 어느 편에 설지 이제 확실히 마음을 정한 거겠지. 페트라에게는 이번에 큰 빚을 졌으니, 전쟁이 끝나면 이튼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걸세.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지.
노스피스의 주력군을 이튼으로 불러들였다고 해도... 그들이 회군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주력군의 발을 묶지 못한 채, 겐트에서의 전투가 길어진다면, 자칫 앞뒤로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 될지도 몰라요.
그 부분 또한 이미 손을 써놨으니 너무 걱정하지말게, 소장. 그들은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 겐트로 돌아올 수 없을 걸세.
세인트 혼은 할트산 뒤쪽으로 들어갈 거라네. 이번 작전엔 타이밍이 생명이니, 라이오닐 사령관, 자네가 군을 이끌고 루프트 하펜 쪽으로 가 주게. 노스피스군을 상대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명을 받들겠습니다.
난 캡틴 쪽에 합류할게요. 판이 벌어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럼 전 라이오닐 사령관과 동행하죠. 옵티머스 팩토리의 남은 기술자들도 이튼의 군대와 함께 루프트 하펜으로 들어오기로 했거든요.
그대들이 있어 참으로 든든하구나. 긴 전쟁의 끝이 목전에 다다라 이제 거머쥐는 일만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모두 전력을 다해주기를 바라네.
모험가여, 말뿐이던 약속을 믿고 여기까지 와준 그대의 존재가 참으로 귀하구나. 그대가 마지막 순간까지 짐과 뜻을 함께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야.
운이 이끄는 웨스피스군과 함께 루프트 하펜에 가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피하셔야 해요! 어서요! 저기...!
전쟁의 서막
합류
모험가님, 이쪽입니다! 여기예요!
폭탄이 터지며 박살난 해상 열차의 선로를 뒤로 하고 달려온 열차의 앞머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니베르 중장은 모험가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알은체를 했다.
뒤이어 옵티머스 팩토리의 기술자들과 함께 반가운 얼굴들이 차례로 내렸다.
니베르! 대체 무기를 어떻게 다룬 거죠? 내 아름다운 작품에 흠집이...!
아아, 해상 열차를 박살 내려면 폭탄 한두 개 갖고는 안 되지 않습니까? 그만한 폭발에 그 정도 흠집이면, 거의 무사고나 다름없죠.
방금 그 폭발, 중장의 계획입니까?
에이, 황녀님의 계획이시죠. 이걸로 이튼에 갔던 노스피스군은 다시 겐트로 돌아오기 힘들 겁니다. 그놈들, 폭탄이 터지기 직전까지도 우리가 아군이라는 걸 철석같이 믿더구만요!
페트라 사령관님의 연기력이 한몫을 했죠.
저라면 노스피스군이 우릴 믿고 겐트로 향하는 해상열차에 탄 시점에 폭탄을 터뜨려 그놈들을 바다에 수장시켰을 겁니다. 하지만 황녀님께서... 비록 반역에 가담한 병사들이라도 불만을 품고 선동되었을 뿐, 같은 천계의 백성들이니 그렇게 잔혹한 방법을 쓸 수는 없다고 반대하셨죠.
그래서 조금 복잡하긴 해도, 노스피스군을 이튼에 발이 묶이도록 만들어놓고 귀족파의 수뇌부들만 상대하여 최소한의 피를 흘리는 전략이 채택된 겁니다.
이번 공방전에서도 가급적 투항하는 적은 해치지말고 제압하라는 명을 몇 번이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모두 여기 계셨군요.
상황을 전해듣고 모두를 마중 나온 젤딘이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이미 겐트에서 몇 번의 전투를 치른 젤딘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어색한 미소가 어쩐지 멋스럽게 잘 어울렸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곳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입니다. 방금의 폭발로 귀족들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으니, 사달에 대한 수습은 각자 알아서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자, 준비되셨으면 출발하시죠. 다 같이 황녀님이 돌아오실 길을 내어 드립시다.
좋아! 시원한 콜라가 어딨는지부터 찾아볼까? 콘, 비연! 가자!
우선 출발하지. 지금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모험가님. 황녀님께서 궁으로 무사히 돌아가실 때까지 저희는 목숨 바쳐 싸울 겁니다. 모험가님께서도 전력으로 나서 주신다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겐트 수복전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황녀파와 함께 싸우기
<퀘스트 완료>
크으윽... 분하다... 어찌 한 번을 이기지 못하고...
모험가,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내가 널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너는 해안 수비대의…
하이람 대장이... 겐트를 아예 통째로 날려버리려고 해. 대장의 스승이 남긴 기술로 말이야.
원래도 귀족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노스피스군의 주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본색을 드러냈어. 무능한 황녀도 권력에 눈 먼 귀족들도 다 천계를 좀먹는 벌레들이니, 싸그리 태워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거라더군.
원래의 계획은 황녀가 이튼에서 압송되어 오는대로 귀족파의 개선 행진에 맞춰 터트린다고 했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계획을 앞당겨 오늘이라도 폭탄을 터트릴 생각이야.
폭탄? 그게 무슨...
자, 일단 이 지도를 받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코엔은 다짜고짜 모험가의 손에 뻣뻣한 지도를 쥐여주었다.
찰나간 스친 코엔의 손에 흥건했던 땀방울이 초조한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네빌로 유르겐... 그 자가 딸의 죽음을 핑계로 날 만난 자리에서 내게 비밀스럽게 쪽지 한 장과 이 지도를 손에 쥐어주었어.
구멍에 든 뱀
물론 나도 천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가문을 떠나면서까지 내가 꿈꾼 건 이런 게 아니었어. 지금의 하이람 대장은... 방황하던 날 잡아줬던 그때의 대장이 아냐.
모험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하이람 대장을 막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은 너뿐이었어. 부탁이야. 대장을 막아줘.
대장은 모든 건 전쟁 중에 일어난 일로 덮어버리고 황녀와 귀족들이 사라진 천계에서 군인들이 더 이상 무시받지 않는 세상이 오게 하자고 했지만...
지도에 표시된 폭탄이 모두 터지면, 천계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될 거야. 그리고...
다른 해안 수비대 녀석들은 폭발 반경이 황궁에만 제한되어 있다는 대장의 말을 믿고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그를 따르고 있어. 만약 녀석들과 부딪히게 된다면... 한 번만 선처를 부탁할게.
코엔은 주위를 살피더니 담을 훌쩍 넘어 멀어져 갔다.
코엔이 주고 간 겐트의 지도를 찬찬히 뜯어보니
곳곳에 먹으로 둥글게 표시해 놓은 흔적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수의 폭탄이 한번에 폭발한다면
무고한 천계의 백성들까지 전부 희생될 것이었다.
하이람을 막아야 한다.
모험가는 품안에 지도를 밀어넣고
이 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을 찾아가기로 했다.
겐트에서 운 라이오닐을 만나 코엔이 넘긴 지도 보여주기
<퀘스트 완료>
하이람 클라프, 그 자 역시 움직일 거란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군요.
하이람의 계획
하이람의 스승으로 알려진 헤르만이란 자는 천계 최고의 기술자로 정평이 난 자입니다. 코엔의 정보가 사실이라면 설치된 폭탄을 찾아내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겁니다.
우리 쪽에는 그만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데, 폭탄의 양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군요.
멜빈이라면...
폭발물 전문가는 아니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워낙 뛰어난 분이니 방법을 찾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폭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이람 클라프를 잡는 겁니다.
모험가님, 지도를 가지고 폭탄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해주십시오. 그리고 폭탄 근처에 이 위치 추적기를 놓아 주십시오. 멜빈 님께는 신호를 따라 움직이시라고 전해두겠습니다.
전 해안 수비대 본부로 가서 하이람 클라프를 추적할만한 단서를 찾아보겠습니다.
겐트 수복전에서 폭탄의 위치 파악하기
(지도에 표시된대로라면 이 근처에 폭탄 하나가…)
젠장... 설마 했는데 정말로 찾아냈잖아?
뭐? 이 폭탄이 겐트 전체를 날려버릴 거라고?
웃기지 마. 그럼 무고한 시민들이 폭발에 휘말릴 텐데, 대장이 그런 중요한 사실을 말해주는 걸 깜빡했을 리가 없잖아.
……
이봐!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런 재미없는 농담은 사절이라고.
칫... 모두 뒤로 물러서라!
우리는 이번 일에 끼어들 의도가 없다. 전장이 된 이곳을 벗어나려 하는 것이니, 너도 이를 가로막지는 않겠지?
...귀족들의 편을 들던게 아니었나?
무슨 소리지? 너와 겨뤄보고 싶어서 싸운 건 맞지만 우린 황녀님의 뜻에 따라 한 번도 어느 한쪽의 편을 든적이 없다. 다만, 주위가 소란스러우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들었을 뿐이지.
가자!
(폭탄의 존재는 모르고 있던 것 같은데... 황궁에서 뭘 찾고 있던 거지?)
<퀘스트 완료>
맞춰지는 파편
응? 내가 세븐 샤즈라는 것을 의심하는 것이오? 하늘성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열리고 나서 천계 대표 사절로 가느라고 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오. 페럴, 그자의 간교한 꾀만 아니었어도 좀 더 머물다 올 수 있었을 터인데…
뭐, 일이야 어찌 되었든 온 김에 아라드에서 보고 들은 심상찮은 얘기들을 황녀님께 딱 보고드리려 했소. 헌데 겐트에 이 난리가 나 있지 않소?
…헌데 말이오.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지 않소? 들고 있는 무기며, 입은 옷가지하며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아, 혹시 이름이… [닉네임]?
푸하하! 맞구나, 너! 아라드에 있을 때 네 얘기 엄청 많이 들었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던데, 좀 보여주면 안되냐?
응? 내 말투? 에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나 못믿냐? 아, 못믿겠구나. 흐음.
뭐, 폭탄이라도 싹 정리해줘? 이거 때문에 여기 온 거지? 딱 보이는구만, 뭘. 내가 영 신뢰가 가지 않는 스타일인 건 아는데 그래도 황녀님을 위한 일이다 생각해서 같이… 어?
모험가는 말없이 휴 피츠래리의 팔을 붙들었다.
묘한 옷차림을 한 데다 폭탄에 대해 이미 다 알고있다는 듯 말하는 투가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자, 잠깐. 야, 야! 뭐하는 거야? 왜 이러는데!
두 팔이 묶인 피츠래리는 억울하다 눈물까지 흘릴 기세였지만,
모험가는 그를 운에게 데려가 정체를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에 대한 처분은 그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겐트의 운 라이오닐에게 휴 피츠래리를 데려가 정체 확인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폭탄을 전부 찾으신 겁니까? 아, 이 분은...
라이오닐 대령! 잘 지냈는가?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엄청 못 지내고 있네.
제발 여기 이 자에게 말 좀 해 주게. 난 노스피스의 끄나풀이 아니라 진심으로 황녀님을 위하는 세븐 샤즈라 말이네!
모험가님, 이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세븐 샤즈의 휴 님께서 저를 대신해 천계의 사절로 나서주셨으나, 아라드에 내려간 당일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실종이라니! 거 참, 입에 담기도 무서운 말을 하는군. 나는 그저 짧은 여행을 즐겼을 뿐이네.
세븐 샤즈로 있었을 때 느꼈던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내려 놓고, 아라드에서 잠시나마 편안한 생활을 누렸던 것이지.
그분의 신분은 제가 보증하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린지 님? 무사하셨군요. 안 그래도 황궁 내에 연구실이 귀족들에게 폐쇄되었다고 하여 걱정하던 참이었습니다.
저나 다른 세븐 샤즈는 모두 무사하니 걱정 마세요.
직접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군요, 모험가님. 저는 세븐 샤즈 일원 중 한명인 린지 로섬이라고 해요. 당신의 영웅담은 나엔이나 다른 세븐 샤즈들로부터 익히 들어왔답니다.
린지! 오랜만이네! 내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나 보군?
네, 덕분에 휴 님이 내던지고 가신 연구도 제가 맡아 하고 있었죠. 그것보다 지금은 한가하게 인사할 때가 아닙니다.
라이오닐 대령님 좀 전에 폭발물에 대한 얘기를 들은것 같은데요?
네, 하이람이 설치한 폭발물이 천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된 김에 폭발물 전문가인 휴 님께서 폭탄 제거 작전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폭탄의 위치와 개수는...
보자마자 일 얘기라니, 대령은 여전히 뻣뻣하군. 알았네! 오랜만에 고향 땅을 밟은 김에 내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지. 사람 볼 줄 모르는 이 모험가에게 내가 진짜 세븐 샤즈라는 걸 증명해주겠어.
이제라도 세븐 샤즈로서 활약을 보여주겠다고 하시니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우선 발견한 폭탄을 운반해야하니 모험가님이 잠시 남아 휴 님을 도와주시겠습니까?
복수
해안 수비대가 머무는 곳에 다녀왔습니다만 제가 한 발 늦었습니다. 하이람을 따라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그곳은 텅 비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이람은 아직 겐트를 벗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성정대로라면 본인의 계획이 실현되는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자신의 계획을 이행할 수 있으면서 겐트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를 골라 은신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안트베르 협곡?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곳까지 도달하는 길이 험할 것입니다. 우선은 상황이 급하니 제가 먼저 탐색하고 있죠.
모험가님은 휴 님의 인계를 끝내고 바로 합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흠... 내가 무슨 어린아이도 아니고 말이야.
회수한 폭탄을 다시 빼앗긴다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갑니다.
알았네, 알았어.
저도 휴 님 곁에서 보좌할테니 걱정 마세요.
린지 님이 계셔서 다행이군요. 그럼, 모험가님. 안베르트 협곡에서 뵙겠습니다.
사령관님!
응? '꼬맹이 라이오닐'?
운! 하하, 전장에서 다시 만나다니 아주 완벽한 재회로군. 잘 지냈나? 전시상황에 되려 얼굴이 좋아진 걸 보니 자네, 영락없는 군인 체질인가보군.
(라이오닐 대령까지... 대장 말대로 정말 황녀가 가까이에 온 건가?)
그런데 그 자는... 해안 수비대의?
맞네. 이렇게 다 포기한 듯 숨어 버릴 하이람 녀석이 아닌데, 하도 이상해 행적을 쫓다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지.
무슨 일인지 무리를 이탈해 초조해보이는 녀석을 하나 생포하고 보니, 해안 수비대의 복장을 하고 있더군. 자네들도 하이람을 쫓아온 건가?
맞습니다. 혼란을 틈타 하이람이 다른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뒤를 쫓고 있었습니다. 이 자료를 봐 주십시오.
이건... 스승의 기술로 만든 폭탄을 이용해 겐트를 아예 날려 버리겠다는 건가? 정말 미친 계획이군.
겐트를 아예 날려버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대장은 분명 무법지대를 옹호하는 황녀와 우릴 무시하는 귀족들만 정리할 거라고...
흥, 다른 건 몰라도 하이람 녀석이 부하들에게는 어지간히 신뢰를 받고 있나보군. 무법지대에선 여섯살 난 아이도 속지 않을 말로 부하들을 구워삶다니 말일세.
내심 불안해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녀석을 믿고 싶었던 거겠지. 어쩌면 잔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부족해 고개를 돌렸을 지도 모르고 말일세. 그렇지 않나?
..아냐! 그럴 리가... 대장은 분명 민간인들에게는 피해가 없을 거라고 했어! 새로운 설계는 새 종이에 그려야한다고...
쯧쯧... 베릭트, 자네는 저 불쌍한 녀석을 데려가 자경단에게 인도해주게. 부탁함세.
알겠네. 그런데 자네, 아직 몸도 성치 않으면서 굳이 그를 쫓아야겠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사령관님. 곧 황녀님께서도 도착하실 테니, 이곳은 저희에게 맡기고 그분을 먼저 찾아뵙는 게...
훗, 둘 다 노파심은. 별 일이야 있겠나? 승리가 코 앞이니 너무 걱정들 말게. 하이람, 그 녀석과는 직접 만나 풀어야할 악연도 있고 말일세.
사령관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알겠습니다.
운, 자네는 나와 함께 저쪽으로 가지. 하이람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방향이네.
불안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내 생각도 같네. 아무래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게 좋겠어.
저것은...
하이람이 설치한 폭탄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휴 님이 이곳에 오시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저희가 처리해 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폭탄이라 하지 않았는가.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위험하니 전문가를 기다리는 게 좋겠네.
휴 님의 말로는 폭탄들은 하이람의 신호로 폭발하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자세한 구조는 폭탄을 분해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하셨지만, 당장은 뒤쪽에 선만 끊어두어도 안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거면 내가 처리하지.
자네가 폭탄을 처리하는 동안 적이라도 만나면 나는 별 도움이 못되니 말이야.
차라리 내가 폭탄을 처리하는 동안 자네가 내 뒤를 봐주게.
...알겠습니다.
치직... 손님이 오셨네.
사령관님, 위험...!
사령관님, 사령관님!
크으... 괜찮네. 나이를 먹으니 몸이 따라주질 않는군.
덕분에 살았네. 근데... 낯이 많이 익은 얼굴이군...
위험하실 뻔 했습니다. 사령관님.
인사드리죠. 레베카라고 합니다. 레지스탕스 소속으로 황녀님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레베카...?
... ...
레베카님! 이곳에는 어떻게...
운 사령관님, 좀 더 주의를 기울이시죠.
총사령관님은 하이람이나 귀족파가 노리는 중요 인물입니다.
...면목 없습니다. 사령관님, 괜찮으십니까?
... ...
제 불찰입니다. 좀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아니네, 그것보다... 이자는...
아마... 사령관님이 기대하는 그 분은 아닐겁니다.
운 사령관님, 지금은 한가롭게 대화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총사령관님은 제가 모시고 갈테니 우선 하이람을 뒤쫓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합니다.
... ...
총사령관님, 운신은 하실 수 있으신가요?
...아비마저 속일 생각은 말거라...
... ...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헛된 희망인 줄로만 알았는데...
하늘이 도우셨나 보구나...
네가 어째서 정체를 숨기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입밖에 내지는 않으마.
... ...
운에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그 기억을 지우고 싶듯이 그 아이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제 막 그 기억에서 벗어난 아이를 다시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 기억을 안고 가는 건 나 하나로 족하니까...
많이 자랐구나... 내가 기억하던 어린 네가 아니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요.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라... 그렇군...
알았다. 네 뜻대로 하마.
이렇게 재회할 생각은 없었지만...
우선은 하이람을 저지하는 것이 우선이니 재회의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죠.
그래, 운 녀석에게만 뒤치다꺼리를 맡겨 둘 수는 없지. 어서 움직이자꾸나.
으윽!
겨우 그 정도로 날 막으려고 했다니 실망이다, 운.
절대 네 뜻대로 되도록... 놔두지 않겠어...
진부하게 굴지 마, 운. 무법지대 구석에서 먼지나 뒤집어 쓰고 살던 꼬맹이가 여기까지 온 게 누구 덕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내 손에서 천계는 새로 태어날 거야. 힘 없는 어린애일 뿐이던 네가 `꼬맹이 라이오닐`로 새로 태어났던 바로 그때처럼.
운!
이제야 좀 붙어볼 만한 분이 오셨네. 모험가, 도망치던 안톤을 쫓을 때만 해도 서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인생 참 재밌어, 그치?
난 이제야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겠어. 아, 그 폭탄? 별 악의는 없어. 새 설계도를 그리려면 깨끗한 새 종이가 필요하잖아?
그냥 그뿐이야. 모험가, 넌 이해하지?
...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러지 않아도 궁금했던 참이니까. 살려 달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네 표정은 어떨까?
<퀘스트 완료>
크큭, 역시 좀 버겁네. 승산이 있다 생각했는데 꼴이 우습게 됐군. 역시 불완전한 설계도로는...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녀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어. 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썩어빠진 황도는...
어째서... 어째서 폭발하지 않는 거지!??
윽! 뭐, 뭐지? 장비가 왜...
너, 너는...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넌 그때 분명 죽었는데...?
죽길 바랐겠지.
크윽!
네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엇 하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그렇군. 하하하. 그래.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 체인피스의 꼬맹이들을 살려두면... 위험...!
`끝났다.`
운은 천천히 총을 거두었고, 레베카는 어쩐지 쓸쓸한 표정이었다.
멀리서도 요란한 폭격 소리와 엉망으로 부서진 황궁의 전경은
아직 천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었지만,
운과 레베카의 마음속엔 선선한 바람 한줄기가 찾아들었다.
앞으로는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군.
당치도 않습니다. 그것보다 아까 폭발 이후에 몸은 괜찮으십니까?
허허...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몸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건가? 그 정도 폭발은 아무렇지 않으니 걱정 말게나.
레베카...아니, 이 자 덕분에 큰 부상은 피했으니까 말이야.
이제야 본격적으로 노스피스군을 상대하게 되었는데, 내가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지.
레베카 님, 좀 전에는 경황이 없어 인사를 못드렸지만, 감사합니다. 총사령관님을 구해주셔서요.
그렇게 정중하게 인사할 것 없어요. 이 전투에서 총사령관님의 존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어린 아이도 알 정도니까요.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감사드립니다.
크흠, 인사하다가 시간 다 가겠군. 지금 중요한 것은 노스피스군과의 전투이니 서로 인사는 그 뒤에 실컷 하시게나.
...알겠습니다.
서둘러야합니다. 세인트 혼과 시간을 맞추려면 저희 쪽에서 최대한 빠르게 황궁 내부를 정리해야하니까요.
세인트 혼...?
이튼군과 웨스피스군이 노스피스군을 상대하는 사이 황녀님께서는 직접 세인트 혼을 이끌고 황궁으로 입궁하실 겁니다.
허허... 이튼군과 웨스피스군이라니...그 꽉 막힌 이튼군과 제멋대로인 웨스피스군이 움직였다는 말인가? 황녀님께서 드디어 기지를 발휘하시는가 보군.
불길(火道)
모험가님, 총사령관님과 운 사령관을 부탁합니다. 저는 황녀님과 함께 세인트 혼을 이끌고 최대한 빨리 전투를 종결지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겐트 수복전에서 전투 중인 황녀파에 합류하기
정신 안 차리냐?! 콘!
중장님...
젠장, 비연은 또 어디...
모험가님, 총사령관님!
잘 와 주셨습니다! 총사령관님도 와주셨군요. 덕분에 마음 놓고 이 녀석을 치료하러 갈 수 있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비연을 만난다면 곧 합류하겠다 전해주십시오.
황궁을 불길로 물들이다니,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가! 안제 웨인!
이빨 빠진 호랑이께서 행차하셨군요.
황궁을 불길로 물든 것은 이튼군과 웨스피스군 아닙니까.
그저 물길 따라 흘러가도록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될 것을, 굳이 이 불화를 자초한 것은 그대들이오.
감히 그 자리에서 그런 망언을 입에 담는가!
망언인지 나라를 위한 충언인지는 지켜보면 알겠지요.
운신도 힘겨워 보이시는데 편하게 해드리거라.
네 놈이구나. 네 놈이었어...
말해 보거라. 대체 무엇 때문에 천계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냐?
대체 무엇 때문에 사사건건 방해가 되는 것이야!
하하! 우습구나. 진실로 네가 쫓는 것이 대의라 생각하느냐? 대의는 만들어지는 게다.
황좌의 주인 되는 자의 손에 몇번이고 다시 쓰여질 수 있는, 그저 허울 뿐인 명분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나 역시 황궁을 피로 물들이고 싶지는 않았으나 이것이 내가 찾은 '천계를 위하는 길'이다. 누구의 길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이 전쟁이 끝나고 나야 밝혀질 터.
허니 겨루어 보자. 영웅 노릇에 취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네 콧대를 내 손으로 직접 꺾어 주마!
<퀘스트 완료>
크윽... 감히... 웨인 가의 가주인 나를, 나 안제를... 네가 감히!
사령관님!
저희가 늦진 않은 모양이군요.
이이...! 저 떨거지들이 어찌 이 지엄한 황궁에 발을 들인단 말이냐! 게 누구 없느냐! 게...!
소용 없습니다. 바깥 인원 대부분이 정리되었으니.
그럴리가... 노스피스군이 이리 쉽게...
정확히 말하면 그 잘난 귀족 나으리들께서 쪽수로 안된다 싶으니 발을 빼더군.
이제 끝났습니다. 반발하는 귀족들도 있지만, 곧 이튼군과 웨스피스군에 의해 제압될 테니까요.
이 어리석은! 너는 웨인 가의 핏줄이 아니더냐! 어찌이리 한심하게 구는가! 이것이 웨인 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냐!
웨인 가의 골칫덩이 취급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핏줄을 따지시는군요. 저는 웨인 가의 식솔이 아닌 천계의 황실을 지키는 군인일 뿐입니다.
이... 이... 한심한...!
이, 이건...!
에르제가 타고 있는 세인트 혼과 함께
황도군과 웨스피스군, 이튼군이 귀족군을 몰아내며 황궁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후사를 도모할 수 밖에 없다. 그러려면 이들의 눈을 다른 곳에 돌려야 할 터…)
(그렇다면...)
위험하다!
으윽...!
총사령관님!
총사령관님!!
세인트 혼에서 내려선 에르제는 레베카와 함께 천천히 황궁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녀의 등장을 알아차린 군인들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내주었다.
대장군!
이게 무슨...!
이게 무슨일이오, 대장군. 어찌하여 이런 몰골로...
송구...하옵니다. 쿨럭...!
대장군이 무엇이 송구하단 말이오. 이 내가 늦어서 이리 된 것을...
레베카... 운과 황녀님을 부탁하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게 그런 부탁 하지 마세요. 직접 황녀님을 보좌하셔야지요!
나엔 박사! 나엔 박사를 불러오거라! 다른 세븐 샤즈도 모두! 어서!
크윽...! 총사령관님...!
제가, 제가 안제 웨인을 뒤를 쫓아 반드시 이 복수를 하겠습니다!
아니네, 사령관. 자네는 대장군에게 있어 아들과도 같은 존재... 자네만은 이곳에 남게나. 그게 내가 대장군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안배일 테니...
대, 대장군님의 상태가 생각보다 많이 심각합니다!
나엔 박사, 내 이리 부탁하네. 무슨 일이 있어도 대장군을 살려야 하네. 이대로 대장군을 보낼 수는 없네.
노, 노력해볼게요...
어떤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살려야 하네. 부탁이네...
대,대장군은 연구실로 옮길 수 없을... 저,정도로 위, 위독해요... 저,전쟁의 뒷정리로 바쁜 세,세븐 샤즈를 제외한 모두가 모,모였으니... 노,노력해볼게요...
확답은 못드리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황녀님께서는 부디 황궁 밖의 불안한 민심을 살펴주세요.
아니, 그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 있네.
그보다 먼저 해야할 일이라면…
이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꼭 넘어야할 산이 있네. 어쩌면 안제 웨인보다 더 거대한... '네빌로'라는 산이 말일세.
그는 나와 방향이 달랐으나 천계를 가장 앞서 보고 위했던 자…
앞으로의 천계를 위해 그를 설득하고 온전히 내 사람으로 두는 것이 내 마지막 숙제이자 대장군이 바라는 일일걸세.
에르제, 해냈구나!
봤는데 반갑다고도 안 하니? 너 없는 동안 이곳에서 귀족들의 눈을 피해 움직이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에르제. 귀족이래봤자 백성인데, 그 주제에 감히 황녀의 자리를 넘볼 순 없잖아. 그치?
제국의 법도는 그리할지 모르나 천계의 법도는 그렇지 않네. 하늘 아래 모든 백성은 평등할 것이오, 그 백성이 있기에 천계가 존재하는 것이니.
헌데, 법도에 관해 말하자니 문득 궁금해지는군. 제국에서는 황녀가 한 국가의 수장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을 법도로 삼는가?
어? 에르제? 그게 무슨…
내 물음에 답해보라, 데 로스 제국의 셋째 황녀여.
……
그, 그럼 당연히 예를 갖춰야지…요. 나는, 아니, 저는…
다르다. 달라졌다. 겁먹고 긴장한 티가 역력했던 어린 황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자벨라는 금새 놀란 감정을 숨기고, 준비해온 말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황녀...님이 돌아오기까지 겐트 내부의 정보들을 전달해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발벗고 뛰어다녔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으셨지요?
...알고 있네. 우리는 어려울 때 그대가 천계에 보여준 신의를 기억하겠네. 천계는 이후로도 제국과의 동맹을 유지할 것일세. 물론, 그 신의가 변하지 않는 한 말일세.
감사의 뜻을 전하는 에르제의 말에는 뼈가 있었지만,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자벨라는 천연덕스럽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마지막 수
드디어 길었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왔군. 모험가, 함께 가세. 유르겐은 '그곳'에 있을 걸세.
(유르겐...)
황녀님? 호위도 없이 어찌 그런 위험한 자를 만나려 하십니까?
마를렌. 그대가 무엇을 걱정하는 지는 이해하지만, 네빌로가 나를 해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걸세. 그 또한 나와 방향이 달랐을 뿐, 어디까지나 천계를 위하는 자였으니 말일세.
허나...
...알겠습니다.
에르제와 함께 겐트 황궁에서 네빌로 유르겐을 찾기
다 끝났습니다, 아버지
...무엇이 말이냐.
거대한 배를 타고 날아든 황녀님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귀족들의 군세는 각개격파 당했고, 곧 황궁의 소란도 정리될 겁니다. 그리고 곧 황녀께서 황좌에 앉으시겠지요.
아버지로서 당신을 용서한 것은 아니지만, 이 천계를 위한 한명의 신하로써 좋은 섭정이었단 것만큼은 제가 잘 압니다.
그 부분은 분명 황녀님께서도 알고 계실겁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이라도 그분을 인정하십시오.
황제가 내가 인정해야하는 자리더냐?
황제는 백성이 인정해야하는 자리다.
신하가 올려다보는 자리다.
내 생각은 변치 않았다. 천계의 백성과 신하에게 황제는 필요치 않다.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한명의 하늘이 아닌 천계의 하늘을 받칠 수 있는 기둥이니라.
그 기둥이 황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내 그리 가리쳤거늘 아직도 모르느냐.
한 치 앞을 내다본다면 그 기둥은 '법'이라는 무영이자 '도'라는 무형이 자리하는게 맞다.
한 명이 기둥을 자처한다면, 또 다시 지금 같은 작태가 벌어질 것이오, 악덕의 반복일 뿐이다.
...아버지의 그 올곧은 신념 때문에 발목이 잡히실겁니다.
상관없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발목이 잡힌다면 발목을 잘라내면 그만이고, 내 걸음 자체를 막노라면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이다.
아버지...
황녀님? 어떻게 여기에...
네빌로, 자네를 찾아 다녔네.
지금의 작태에 저를 비웃으러 오셨습니까.
...아닐세. 허나 무슨 말을 해도 내가 그대를 설득할 길은 없겠지. 그대가 그렸던 천계에 애초에 내가 서있을 자리는 없었으니 말일세.
잘 아시는군요. 웨인 가의 가주가 금고를 열어가며 취하려던 것은 권세와 영화였으나 나 네빌로가 얻고자 한 것은 법이 바로 선 천계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어린 황녀가 설 자리는 없었지요.
알고 있네. 그대는 욕망에 짓눌려 반역을 꾀한 귀족들... 그리고, 자네의 딸과는 다르지.
부끄럽지만 제 딸아이가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해 가며 꾀한 것은 반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를 그리 이끈 것은 제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삐뚤어진 마음이었겠지요. 허나!
이 나라 천계에 필요한 것은 황제가 아닌 법과 제도에 의한 통치입니다. 모두가 애를 써 지켜주어야할 나약한 황녀가 아니라, 모두를 이끌 강력한...
천계라는 세계를 떠받칠, 그리고 누구나 기대어 쉴 수 있는 버팀목이 필요하다면 내가 그 역할을 맡겠네.
그 자리는 일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엄격한 법치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이지요.
아주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들 손에 이끌려 이 궁에 들어오면서 부터... 나는 어미가 낳아준 내 육신을 버리고, '황녀'라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야했네.
그대 말대로 상처입은 천계에 혼(魂)이 필요하다면, 이번에도 '나'라는 개인을 불태워 그것으로 다시 태어나겠네.
모두에게 공정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면, 그것을 세우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가리키겠네. 허나, 내가 그리는 천계에 더 이상 출신 성분에 대한 차별은 없을 걸세.
목적지는 같을지 모르나, 힘을 합치기엔 당신과 내가 가고자 한 길의 방향이 너무나도 다릅니다.
품에서 총을 꺼내드는 네빌로의 모습에 황녀와 에드윈이 바짝 긴장했다.
신념을 지키고자 황녀라도 시해하려는 것일까?
우려와 다르게 총구는 스르르 그의 관자놀이로 향했다.
아버지!
네빌로!
이것이 제가 드릴 수 있는 대답입니다.
어째서... 어째서 그정도로 매정하십니까! 어미와 누이를 빼앗은 그 손으로 진정 제 자식의 눈 앞에서 아비의 목숨마저 저버리시겠다는 겁니까!
내 가르침을 받은 너라면... 언젠가는 깨달을 것이다.
아무리 유능한 자가 칭제한들, 그 자리가 있는 이상 악덕이 반복되고 법도가 서지 못한다는 것을...
(에드윈, 너는 반드시...)
순간 그 자리의 모두는 실감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싸늘하게 식어가는 네빌로를 바라보았다.
네빌로...
비록 방향은 달랐지만 천계를 위하던 섭정이었다.
에르제는 황도군에게 네빌로의 시신을 수습해둘 것을 지시했다.
저버린 별을 바라보는 에르제의 시선이 황망하게 흔들렸다.
<퀘스트 완료>
어째서 그렇게까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평생을 당신의 가르침으로 살아왔지만, 이번에도 저는 아버지의 뜻을...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
(대나무같은 자였다. 굽힐지언정 부러지는... 그는 결국 본인만의 신념은 굽히지 않았구나...)
저버린 별
에르제는 네빌로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한참을 침묵하며 생각을 고르던 그녀는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을 천천히 풀었다.
죄를 물어야 하는 자였다. 허나 그 이전에 어떤 이보다 천계를 위하던 섭정이었어. 짐에게는… 함께 할 순 없지만, 누구보다 가까워지고 싶은 자였다.
이 모든 게 내가 모자른 탓이구나. 천계를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 생각했는데 반보도 못 내딛은 것이었어.
가야 할 걸음이 천 리인데 막막하고도 서글프구나...약이 될 수 있던 것을 독으로 두었으니... 이 또한 이 몸이 부족한 탓이 아닌가...
황녀님께서 무슨 말과 행동을 하셨다 한들, 들으실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것 그분이 천계를 대해온 신념이었으니까요...
훌륭한 섭정이고 짐에게는 회초리가 되는 자였다. 노스피스군의 빌미를 주었다 한들 지금까지 그가 해온 공과 노력마저 덮을 생각은 없어.
영웅으로서 추대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죄인으로서 묻을 생각도 없다.
섭정의 묘로 남길 것이다. 이 몸이 나약해지려하면 섭정의 질타를 되새기고 또 되새길 것이다.
유르겐가의 적자여... 내 염치 불구하고 그대에게 묻겠다. 부디 내 옆에서 유르겐가의 회초리로서 천계의 앞날을 함께 바로잡아 줄 수 있겠는가?
네빌로의 가르침을 받은 자네라면 충분히 그의 유지를 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만...
.......
강요는 아닐세.
피붙이를 잃은 심정을 어찌 내가 헤아리겠느냐만...그가 해온 일을 생각해서라도 짐이 걷는 걸음을 부디 유르겐가의 혈족으로서 지켜봐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건네는 말이네.
죄송합니다. 황녀님께서 기대하는 만큼 저는 아버지의 유지를 이을 그릇이 못됩니다.
제가 그 정도로 유능한 자였다면, 아비를 이리 허무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른 방식의 신념을 설득하고 이해시켰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저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부족한 그릇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침묵이었으니까요. 아버지께서 천계를 바꾸겠다는 뜻을 키우실 때, 뜻에는 날이 없어 품고만 계시다면 해가 되지 않으리라 여겼습니다.
유르겐 가의 가주 자리를 놓고 누이와 다투게 되었을 때, 마주칠 손이 없다면 화를 부르지 않을거라 여겨 그저 외면하고 숨기만 했습니다.
피하는 것이 능사라 여겼던 저의 안일함은 결국 아무 것도 막지 못했습니다. 누이를 잃었고 아비를... 잃었습니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알겠네...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하게. 그대의 그 목숨을 마음대로 거두어서는 안될걸세. 죽어간 아비를 위해,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 아직 해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으니...
비록 반역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진 않았으나, 그대처럼 침묵하며 황도에 남은 귀족들 또한 내가 품어야할 이들일 터...
지켜봐주게. 그리고 내가 잘못된 길로 나아간다면... 그때는, 칼 끝으로 내 목을 겨눈다해도 달게 받겠네.
그러니... 생각이 바뀐다면 언제든 이 천계를 위해 뜻을 펼쳐주시게.
고개를 푹 숙인 에드윈의 쾌자 위로 눈물 자국이 어룽졌다.
풀썩, 무릎을 내리고 앉은 에드윈은 결국 아비의 시신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황녀 에르제를 쫓아 겐트 황궁으로 돌아가기
황녀님...
지친 기색이 역력한 운의 목소리가 궁안을 조용히 울렸다.
황녀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던 에르제도
나즈막한 그의 목소리에 마른 침을 삼켜야 했다.
대장군께서는... 어떠신가? 좀 차도를 보이시는가?
운은 침통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고,
옆에 서 있던 나엔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최,최선을 다했지만... 소,송구합니다....
……
이제는 시야조차 보이지않는지 애먼 곳을 바라보던 잭터가 어렵게 입을 떼었다.
황녀...님... 이십니까...?
그렇소… 대장군… 어찌하여 이러고 계시오. 반역도를 몰아내고 황궁을 되찾은 지금, 대장군께서 내 옆에 서 계셔야하지 않소.
송구...하옵니다...
그런 말 마시오. 조금이라도 송구하다면 빨리 쾌차하여 모두의 앞에, 그리고 내 옆에 서 주시오.
네빌로는... 어찌 되었습니까...
…품에 거두고자 했지만, 내가 거두기에는 품에 넘치는 자였고, 함께하고자 했지만, 이미 먼발치 앞서 걷고 있는 자였소…
죽었...습니까?
....
그다운…결말이군요…
검을 직접 맞대지 않았지만… 하늘 아래 둘은 없을 호적수였고… 뜻을 온전히 함께할 수는 없었지만…천계를 위해 함께 걸어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벗이었습니다.
이제 저도… 벗을 따라 가야하려나 봅니다…
대장군! 그런말 마시오! 어찌 내게 그런말을 한단 말이오!
운을... 쿨럭, 쿨럭! 곁에 두십시오...
그대가! 그대가 필요하오! 대장군...!
천계의 하늘을... 열어...주십...
잭터의 잿빛 눈동자에 빛이 사라졌다.
맥없이 늘어지는 잭터의 육체를 바로 옆에서 느낀 레베카가
영혼이 나간듯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아....
사령관님!!!!
대장군!!!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는 레베카와 오열하는 운을 두고 모두가 말없이 묵념했다.
그 침묵은 서로를 향한 위로이자 떠나간 천계의 영웅을 향한 존경이었다.
에르제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제는 혼자 일어서야만 한다는 걸 잘알았기에
떠나가는 대장군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게 소리내어 흐느끼지 않았다.
기둥과 들보를 잃었구나… 천계를 이끌어가던 두 빛이 사그라졌어…
하지만 내 여기서 모두에게 다짐하노라. 이 몸이 부서질지언정 기둥을 자처하겠노라, 이 몸이 갈라질지언정 들보가 되어 천계를 받치겠노라.
천계라는 지붕을 들어 백성이라는 터를 지키겠노라. 이 나는 가장 높은 곳이 아닌 그대들의 옆에서 천계를 지킬것이니. 부디 그대들도 나와 함께 대장군과 섭정의 유지를 이어 천계를 지킬 기둥이 되어주게…
더 없이 올곧고 짙은 시선이었지만, 두 뺨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으며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힘을 가져야겠다. 소중한 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천계의 백성들을 지킬 수 있도록 더욱 강한 힘을...
<퀘스트 완료>
이것으로 천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은 끝이 났다고, 모험가는 생각했다.
떠나는 뒷모습을 비추어가며 안녕을 말하기보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마음 편한 모험가는
속으로만 하는 인사를 남기고 남몰래 황궁 밖을 나섰다.
황제 에르제
모험가!
작별의 말조차 나누지 않고 그리 떠나는 법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래, 무슨 말로도 그대를 곁에 붙들수 없음은 알고 있네. 그대 역시 그대의 숙명을 따라 다시 먼 길을 떠나야겠지. 허면, 그대를 위해 준비한 짐의 작은 선물이라도 받아주지 않겠는가?
따라오게.
묘한 미소를 보이고 돌아선 에르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둡고 습한 황궁의 지하실이었다.
에르제는 소매에서 꺼낸 열쇠로 잠긴 문을 열며 설명을 덧붙였다.
전 최고 사제 벨드런 님께서 내게 선대의 유산을 하나 남기셨네. 이제껏 이것의 쓰임을 몰라 두었으나... 바로 지금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가 하네.
자, 이것일세. 이것이 천계 황궁에 남은 단 하나의 비공정이라네. 역사의 기록에만 남은 '선계'라는 곳과 교류를 할 적에 쓰였던 배라 하더군.
호롱불 빛에 희미하게 드러난 배의 실루엣은
세인트 혼보다는 조금 작지만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은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나 내 세븐 샤즈에 명하여 그대를 위해 준비토록 하겠네. 그때까지만, 이 배가 완성될 까지만 천계에 머물러 주지 않겠나?
천계의 황제가 아닌 그대의 오랜 벗으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이네.
에르제는 '벗'이라는 말에 힘을 실으며 웃었다.
전보다 단단해진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모험가는 별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생긋, 기쁜듯 웃는 에르제의 미소는
천계 하늘에 뜬 단 한 개의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천계 황궁으로 가 황녀 에르제와 대화하기
황제의 즉위식
<퀘스트 완료>
히야, 우리 황제 폐하 통도 참 크시오. 천계에 딱 하나 있는 하늘을 나는 배를 우리 모험가님께 턱 하니 내어주시다니.
뭐, 천계를 구한 영웅님께 걸맞은 하사품 아닌가요? 그것보다 저런 배가 황궁 지하에 숨어있었다는 게 더 놀라운데요, 난.
모험가님께서 편히 배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좀 바꿨어요. 모험에 도움이 될만한 기능도 추가했고요. 다음 목표는...
필라시아를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천계 고유의 비공정을 만드는 겁니다.
세븐 샤즈 중에서 에너지 분야는 저를 따라올 자가 없으니 기대해도 좋아요.
필라시아?
다시, 아라드로
폐하께서 자네에게 하사하신 배의 이름이네. 황가의 보물이니 역시 황제 폐하의 성을 따...
하아. 대체 언제까지 떠들고 있을 거야? 지나 데오도르가 지젤의 빈자리를 채우면 세븐 샤즈란 명목이 날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안, 미안. 이튼에 연락을 하고 오는 길에 잠깐 샛길로 빠져서... 참. 나 대신 옵티머스 팩토리를 맡아줄 다음 소장이 결정되는 대로 페럴도 다른 세븐 샤즈와 같이 겐트로 오겠대. 세븐 샤즈가 만들어진 이유를 알 때가 왔다나?
세븐 샤즈 노릇은 질리도록 했으니까 난 좀 빼줘.
모험가, 마무리 끝났으니까 필라시아에 가봐. 배를 조종할 함장까지 준비해놓았으니까. 누군지 궁금해? 실망하진 않을 거야.
통신기 사용법은 알려줄테니까, 이쪽으로 와봐. 그래, 그 버튼을 누르면...
인벤토리 내 리아의 통신기 사용하기
여인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이리 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척 기쁘옵니다. 소녀,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필라시아의 함장으로서 모험가님을 모시게 되었사옵니다.
모험가님과 함께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니, 믿어지지 않사옵니다! 여정을 떠날 준비를 마치시는 대로 소녀를 찾아주시어요. 소녀, 항상 여기 필라시아에서 모험가님을 기다리겠사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