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부탁
모험가님, 제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시키는 일은 뭐든 하겠습니다! 제발 제자로 받아 주세요!
무법지대 출신임은 분명한 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겐트 선착장에 울려 퍼졌다.
교양이란 것을 모르는 무법지대인을 향한
다른 천계인들의 질시 어린 눈빛이 따갑게 쏟아졌다.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것만이 무법지대에서 도망친 제가 가족들과 겐트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슬픈 얼굴로 말끝을 흐리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나단'이라고 소개했다.
가족들과 함께 살 만한 환경이 못되는 무법지대에서
겨우 도망쳐 겐트로 왔지만,
출신에 따라 무시하고 차별하는 분위기 속에
제대로 된 일자리 하나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랫세계와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천계에서는 바칼의 압제 당시 금기시 되었던 '마법'이라는 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조금씩 생겨났다.
제대로 공부해서 국가의 인정을 받는 과학자가 될 수 없다면,
핏줄 속 어디엔가 남아있는 마법 재능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
자신의 삶을 뒤바꿔주기를 희망하는 것이었다.
나단의 사정은 딱했지만, 모험가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마법 국가 벨 마이어 공국의 마법 학교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공국에 잘 아시는 분을 소개해 주신다는 말씀이시죠? 하하하, 모험가님! 감사, 또 감사합니다!
나단과 함께 마법사 길드의 샤란 만나기
<퀘스트 완료>
오랜만이군요, 모험가님. 제가 공국 마법 학교의 교장으로 있기는 합니다만…마법적 자질 테스트
그렇군요. 마법에 호기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분을 돕기를 마다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나 본 대부분의 천계인들은 그 열정에 비해 마법적인 자질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마법 에너지를 감당할 수 없는 자에게 섣불리 마법을 가르치게 되면 가르친 자, 배운 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돌아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죠.
그래도 아예 기회조차 드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일전에 지벤 황국에서 보낸 사절로서 이곳을 찾아주신 천계인 한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성화에 못이겨 마법적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도 기초적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연구했었습니다.
여기, 이 총이 그 결과물입니다. 총을 사용하는 데에 익숙한 천계인들을 위해 맞춤 제작된 물건이죠.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저의 마법이 담겨 있어, 아주 조금의 마법적 자질만 가지고 있어도 어느 정도 마법 비슷한 것은 흉내낼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완벽하게 마법을 사용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물건이라도 좋으시다면 한 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어휴, 그럼요! 마법 비슷한 거라도 흉내낼 수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여기에 진짜 몬스터가 나오는 거죠? 그렇다고 생각하니 약간 긴장되네요.
일단 시험 삼아 한 번 써 볼까요? 이렇게…
이, 이게 원래… 이런 걸까요?
모, 몬스터가 오고 있나 봅니다! 이, 일단 가 보죠! 불안하긴 하지만,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퀘스트 완료>
돕고 사는 천계인
헤이, 모험가님! 새로운 천계인을 데리고 왔다면서요? 근데 아까 그 엄청난 폭발음은 뭐였어요?
헨돈 마이어 광장에서 주로 생활 중인 천계인, 키리는
떠도는 소문을 가장 먼저 얻어 들었다.
모험가가 샤란을 찾아가
천계인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란 부탁을 했단 말을 들었을 때,
분명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그란플로리스를 뒤흔들 만큼
어마어마한 사고를 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지만.
으하! 그럼 아까 그 폭발, 모험가님이 아니라 여기 이 사람이 한 짓이란 말이에요? 심지어 샤란 씨가 만든 그 총 자루를 터뜨려서?
와하하! 역시 천계인들은 대단하다니까요! 당신, 이름이 뭐에요? 어디에서 왔어요?
나, 나단이라고 합니다. 고향은 웨스피스의…
그게… 마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마법? 그건 왜요? 뭐, 배우는 게 재밌긴 하지만, 단순히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내려온 건 아닐텐데?
나단은 처음 모험가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마법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 놓았다.
천계의 지리와 상황을 기억하는 키리가 중간 중간 장단을 맞추자,
신이 난 나단의 이야기가 끝 모르고 이어졌다.
아아, 그랬구나. 황도는 아직도 그런 분위기인가 보네. 진짜 힘들었겠다, 나단 씨.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한 돈벌이를 찾는 거죠? 아아, 정말. 아랫세계 생활을 먼저 한 선배로서 후배를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저기, 괜히 샤란 씨한테 가서 혼나지 말고, 나한테 맡겨보는 건 어때요?
마법을 배우는 걸 도와주시는 건가요?
아니. 하지만 내가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해 줄 순 있지! 따라 와요!
아벨로를 찾아가 나단을 도와 줄 것을 부탁하기
<퀘스트 완료>
이야, 모험가. 오랜만이네?
연금술사가 되려면
응? 돈벌이가 될 만한 거? 그야 뭐, 내가 일찍이 아라드를 여행하다 보니 이런저런 지식이 생겨서, 그걸 모험가들한테도 조금씩 가르치고 있는 건 맞지만… 글쎄, 뭐가 좋으려나?
다른 건 됐고, 연금술을 가르쳐 줘요!
여, 연금술이라면… 평범한 돌덩이도 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바로 그 연금술 말씀이십니까?
내가 가르치는 건 그 정도 수준까지는 못 돼. 그 정도 기술이 필요한 거라면 나보다 더 연금술에 전문가인 사람을 찾아 가는 게 좋을걸? 키리, 너도 알고 있잖아?
로톤 아저씨 말씀하시는 거죠? 그분의 연금술 실력은 좀 괜찮을지 몰라도, 가르치는 실력은 영 꽝이에요. 내가 몇 번 부탁해 봤는데, 영 못쓰겠더라고요.
그러지 말고 좀 도와줘요. 여기 이 분, 내 고향 친구란 말이에요!
키리가 적극적으로 나서 도와주는 것까지는 좋지만, 어째 불안불안하다.
설상가상으로, 잠깐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보였던 아벨로가
별안간 묘한 미소를 흘리며 만돌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좋아♪ 시험을 해 볼까나♬
어휴, 그 이상한 노래 좀 그만하면 안 돼요? 흑요정들이 음유시인을 정하는 기준을 도통 모르겠다니까!
아, 아닙니다! 계속 해 주십시오! 시험이라고 하셨죠? 연금술사가 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알려만 주세요!
오오, 당신! 천계인치고 음악에 대해서 좀 아는데? 마음에 들었어! 자, 여기!
이 이상한 기계는 뭔가요?
초보 연금술사들에게 나누어 주는 연금 추출기야. 이 추출기를 잘 사용할 수만 있다면, 멋진 연금술사가 되는 건 시간의 문제거든. 물론 추출을 할 대상을 구하기 위해 약간의 모험을 감수해야겠지만.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모험가를 향했다.
키리는 두 손을 모으고 모험가를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
'모험' 하면 바로 모험가님 아니겠어요? 당연히 도와주실 거죠?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용인의 탑에서 나단이 생명의 숨결을 추출할 수 있도록 돕기
모험가님께서 몬스터를 잡아 재료를 구해 주시면, 제가 아벨로 님께 받은 추출기로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험가님!
오, 금방 재료를 구해주셨군요! 역시 모험가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제가… 어디 한 번…
으아아악!
이, 이게 또 왜 이러나? 한 번만 다시 해 볼게요. 조금만 더 도와 주세요, 모험가님.
<퀘스트 완료>
한 번도 성공을 못했단 말이야? 이건 나도 어떻게 해 볼 수가 없겠는데?
마지막 기회
아니, 처음 하는 건데 실수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거 아니에요? 됐어요. 연금술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 보죠. 아직 소개해 줄 사람은 많아요!
풀 죽은 나단을 의식한 키리가 괜히 더 힘을 줘서 말했지만,
나단은 어깨를 늘어뜨린 채 발끝만 보고 있었다.
천계의 영웅인 모험가가 도와주고, 아랫세계에서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천계인이 나서서 도와주는데도 실패만 하는 건
자기 자신의 부족함과 무능 때문이라는 생각이
나단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나단 씨, 왜 그렇게 주눅들어 있어요? 웨스피스인한테 그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아요! 아직 목숨이 붙어 있고 세상이 다 무너진 것도 아닌데, 주저앉기엔 여기까지 온 게 아깝지 않아요?
키리 씨…
봐요. 아라드 뿐만 아니라 천계, 그리고 그보다 더 멀리에 있다는 다른 세상까지 가서 사도도 잡고 사람들도 구하는 그 '모험가'님이 나단 씨 편에 서 있잖아요. 겁 먹지 말고, 기 죽지 말고, 오케이?
…네! 한번만 더 도와주신다면 이번에는 꼭… 성공하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따라 와요. 뒷골목에 대장장이 신다 할아버지께서 오래 전부터 제자를 찾고 계셨거든요. 나단 씨를 소개시켜주면 아주 좋아하시겠는데요?
뒷골목 신다를 찾아 가 나단을 도와 줄 것을 부탁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어서 오게나. 싹싹한 아가씨도 함께 왔구먼.
나단의 힘으로
여긴 못보던 젊은이인데…
아, 안녕하십니까!
할아버지, 저번에 제자를 구한다고 그러셨죠? 제가 그 적임자를 데리고 왔어요!
호오, 자네, 무기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나?
뭐든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허허허! 의욕이 넘치는 젊은이구먼. 그래, 그런 자세라면 무엇을 가르쳐도 훌륭히 소화하리라 믿네. 그럼 본격적으로 수업을 하기 전에,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나?
모루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 무기를 만드는 재료는 내 손으로 직접 구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살아왔네만,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몸이 예전같지가 않아 고민일세.
좋은 재료일수록 구하기 어려운 법인데, 팔다리가 맘대로 따라주질 않으니, 이거 원.
그래서 말인데, 숲에 들어 가 무기에 쓸만한 재료를 좀 구해다 주지 않겠나? 자네가 직접 구한 재료로 자네만의 무기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보람된 것인지를 자네도 느껴볼 수 있을 걸세.
네, 알겠습니다! 어떤 재료를 구해다 드리면 될까요?
흐음, 글쎄. 기왕이면 무기를 만드는 철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다는
'흑철'이 좋겠는데 말이야. 워낙 외진 숲속에서만 구할 수 있는 데다 그 주변엔 고블린들이 많아서…
에이, 그런 걱정이라면 놓으셔도 돼요. 여기 모험가님이 계시잖아요!
아닙니다.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두려움에 떨리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나단이 두 주먹을 꼭 그러쥐는 것을,
모험가는 놓치지 않았다.
대장장이 신다는 자신의 성성한 수염을 한 번 쓸어 볼 뿐이었다.
무슨 소리에요, 나단 씨! 고블린들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쳐요. 나단 씨 혼자 갔다간 흑철은 커녕 그나마 입고있는 옷까지 홀딱 뺏길 거라고요!
그래도… 그래도 혼자 가겠습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습니다. 모험가님, 그렇게 하게 해 주십시오.
나단의 눈은 진심을 말하고 있었다.
흑철이 있는 장소가 대충 표시된 지도를 손에 들고
숲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나단을 보며,
키리는 발을 동동 굴렀다.
누가 무법지대 출신 아니랄까봐, 무모하기는. 모험가님, 진짜 저대로 보내실 거예요?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하잖아요. 얼른 쫓아가서 말려 주세요. 어서요!
선더랜드로 간 나단을 몰래 뒤쫓아가기
<퀘스트 완료>
이정도면 괜찮겠지.
시험의 결과
나단 씨는요? 기어코 혼자 간 건가요?
…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모험가님, 고생하셨어요. 일단 돌아가죠. 신다 할아버지와 함께 나단 씨가 오길 기다려 보자고요.
뒷골목의 신다를 찾아 가 나단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기
<퀘스트 완료>
밤이 내리고 숲의 나무들마저 잠들었을 때쯔음,
흙투성이가 된 나단이 터덜터덜 모습을 드러냈다.
입구에서부터 안절 부절 못하고 나단만을 기다리던 키리는
그를 보자마자 달려가 등짝을 두들겼다.
나단 씨! 왜 이렇게 늦은 거예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죄송합니다. 날이 어두워지니 어떤 게 흑철인지 잘 알아볼 수가 없어서…
그럼 빈 손으로 온 거예요?
아뇨, 여기 가지고 왔습니다!
나단은 뿌듯하단 듯 웃으며 어둠보다도 더 검게 빛나는 돌을 내밀었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더니,
기어코 제손으로 자랑할만한 성과를 일구어 낸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나단에게서 돌을 받아 든 신다의 표정은 어두웠다.
…흐음, 미안하네만 이건 흑철이 아닐세.
네?
에이, 할아버지,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세요!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데, 이게 흑철이 아니라고요?
보기에는 아름다울지 모르나, 경도가 약해 무기로는 쓸 수 없는 광석이라네.
그, 그렇지만…
나단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또 실패다.
간절히 바라고 최선을 다해도, 결국엔 안되는 게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 처음 만났던 모험가의 얼굴,
처음 보는 자신을 제 친구처럼 맞아 준 키리의 얼굴까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모두에게 피해만 끼친 채,
아무 것도 해 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
눈물이 되어 두 볼을 타고 내렸다.
…일어나게, 젊은이.
?
내 광물을 구별하는 법부터 가르쳐 줌세. 그 다음에는 광물의 종류와 그 품질을 살피는 법도 알려 주겠네.
그 말씀은…
의욕이 넘치는 젊은이들은 많지만, 그를 오래 유지하는 끈기가 있는 젊은이들은 드물다네.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하는 소양인데도 말이지.
자네는 근래 보기 드문 젊은이야. 마음에 들었네. 가족들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내 머물만한 장소를 알아봐 줄테니.
아이, 할아버지! 마음 바뀌신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단은 신다를 향해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모험가를 돌아 보고는 와락 끌어 안았다.
모험가님, 성공입니다! 됐습니다! 하하하!
이게 다 모험가님 덕분입니다. 모험가님께서 선착장에서 만난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겁니다.
모험가님, 저 스승님께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무기를 만들어서 모험가님께 선물해드리는 것을 목표로 말이죠! 여기, 제가 주워온 광석을 약속의 증표로 드리겠습니다.
받아 주세요. 지금은 이런 것밖엔 드릴 수 없지만, 나중엔 꼭 크게 보답을 드리도록 할게요. 저를 믿어주셔서, 기회를 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험가님!
겐트 선착장에서 다짜고짜 제자로 받아달라며, 나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청년은 무법지대에서 도망쳐왔지만, 겐트에서도 차별 때문에 살 수 없는 신세. 아라드로 내려가 마법을 배운다면 밥벌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절박한 심정인 나단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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