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전기] 반향(反響)
[천계전기] 몽유록(夢遊錄)
신 황도 겐트
바칼 이후 첫 번째 황제가 즉위한 후, 참혹했던 전쟁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이 태어난 신의 도시 겐트.
본래는 하나였다고 알려진 거대한 천계 대륙 전체를 일컫는 말이었던 '황도'는 이제 네 개의 대륙을 아우르는 새로운 천계를 가리키는 말로 거듭나게 되었다.
휴 피츠래리(Hugh FitzRary)
남성/32세. 세븐 샤즈의 일원 중 하나로, 마법에 쓰이는 에너지와 천계의 과학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폭발물.
유명한 대상인인 어머니 덕에 노스피스에 거주하는 것일 뿐, 정통 귀족 집안의 자제는 아닌 데다 그가 말하는 `마법`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귀족들은 그가 세븐 샤즈의 일원이 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였으나,
당시 최고 사제였던 벨드런은 어떤 이유에선지 그를 세븐 샤즈에 들여 비밀리에 마법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하늘성 아래로 가는 길이 열리고 천계 대표 사절단에 자원한 후, 아라드에 도착한 첫날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으며 이후 곳곳에 그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다수 보고되었으나 정확한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드윈 유르겐(Edwin Yulrgent)
남성/24세. 네빌로 유르겐 슬하의 3남 1녀 중 막내아들.
어릴 적부터 병약하여 유르겐 가 식솔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건강을 찾을 뿐만 아니라 남다른 영민함과 총명함까지 드러나 아비인 네빌로가 특히나 그를 아꼈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누이인 마리안의 마음에 그늘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안 에드윈은 성인이 되어서도 몸이 병약하다는 핑계를 대며 후계자 싸움에서 물러나고자 했다.
그렇게 에드윈은 집 밖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게 되었으나, 그에 대한 소문만은 여전히 무성하다고 한다.
린지 로섬(Lindsay Rossum)
여성/28세. 뛰어난 학식과 대쪽 같은 성품으로 유명한 로섬 가의 외동딸.
재력보다는 학력을 중시하며, 세상에 나아가 뜻을 펼치기보다 자연을 벗 삼아 학문에 정진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가풍 탓에 영재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춘 린지라도 세상 밖을 나서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린지는 세븐 샤즈가 되어 천계 발전에 일조하리란 꿈을 조금씩 키워나갔는데, `7인의 마이스터`의 후손이라는 명분도 없고 돈이라는 든든한 뒷배도 없는 린지가 어엿한 과학자이자 세븐 샤즈의 일원으로서 성장한 것은 로섬 가의 자랑이 되었다.
주 연구 분야는 `에너지`로, 이튼의 전력에 전적으로 의존 중인 천계에 필요한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연구, 상용화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지나 데오도르(Gina Theodore)
여성/35세. 아름다운 디자인과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하는 무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옵티머스 팩토리의 소장.
그녀의 뛰어난 기술력과 시원시원한 성격, 타고난 리더십은 유명하였기에 새로운 세븐 샤즈 후보로서 그녀의 이름이 거론된 적도 있으나, 출신이 불분명한 자를 황녀의 최측근인 '세븐 샤즈'로 둘 수 없다는 귀족원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었다.
역설적인 것은 지나가 만든 무기를 가장 많이 찾는 손님이 다름 아닌 황궁의 귀족들이라는 점이었는데, 이로 인해 세븐 샤즈에는 관심이 없던 지나도 귀족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었다.
지나는 사도 안톤이 이튼에 전이되었을 때부터 옵티머스 팩토리의 무기들을 군에 지원하였으며, 덕분에 이튼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그녀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안제 웨인 (Anje Wayne)
"유, 유르겐 님. 웨인 님께서 오셨습니다. 서둘러 뵙기를 청하시어…"
"비켜라."
어린 궁인의 말이 맺기도 전에 안제 웨인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창호지처럼 허옇게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에게 유르겐은 나가 봐도 좋다는 눈짓을 보내었다.
"웨인 공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몇 번 기별을 드렸으나 답신이 오지 않으니, 여간 걱정이 되어야 말이지요."
"큰일에 대한 준비로 바쁘신 와중에도 이리 저를 염려해주시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아직도 죽은 여식이 눈에 아른거리시는 겝니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웨인의 시선을, 유르겐은 피하지 않는다.
"나 역시 부덕한 자식들을 둔 어미로서 공의 심경이 어떠할지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이런 때일수록 기운을 차리셔야지요. 그것이 천계를 위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그것이 천계를 위함이라 말씀하십니까?"
"허면 무엇을 위함이겠습니까."
유르겐은 대답 대신 빙긋이 웃어 보였다.
웨인은 마음이 급할수록 쉬이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다. 대의와 명분 같은 것을 입에 달고 살던 귀족이 이만한 일을 쳤으니, 아무리 결과가 빤한 승부라도 쥐고 있어야 할 패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판을 한순간에 뒤엎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우리의 뜻은 같은 줄 알고 있습니다."
"웨인 공께서 반드시 승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럴 겝니다."
웨인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일어섰다. 내려다보는 눈길에도 유르겐은 여전히 뻔한 표정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마지막 쐐기를 박듯, 웨인은 낮은 소리로 말을 던졌다.
"천계를 위하여."
사냥개 사이러스 (Cyrus, the Hound)
"곧 전쟁이 있을 거야."
'전쟁'이라는 말에 일순 피가 끓어올랐다.
찰나의 동요를 감지한 마인들이 피 냄새를 그리며 낮게 울기 시작했다.
"유르겐 공이 그러더라. 또 한 번 천계에 제국의 힘을 빌려주지 않겠냐고. 정작 노스피스에서 우글우글 군을 불러 모은 웨인 공은 우리 제국의 도움까진 필요 없어 보이던데."
"유르겐, 그자는 따로 움직일 겁니다. 아마 그자가 말한 천계는…"
"뭐, 이젠 누가 고삐를 쥐든 상관없어. 이번 전쟁으로 겐트는 확실히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될 거야."
"황녀님."
"나는 제국으로 돌아가야겠어."
오랜 시간 지켜봐 온 황녀의 옆얼굴이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이자벨라를 지켜야 한다. 본국에서 내린 명령을 생각하면 나는…
"그러니까 사이러스."
부르는 소리에 생각이 멎었다.
"네가 힘 좀 써 줄래?"
검의 반응은 언제나 솔직하다.
피를 갈구하는 마인들의 울부짖음이 가슴 한편을 물들인 불안마저 집어삼켰다.
별수 있나. 제국을 지키는 사냥개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죽이는 것뿐.
하이람 클라프 (Hiram Klaph)
"요즘 대장님 좀 이상해."
국밥 몇 수저를 뜨다 말고 뮤우가 말했다. 우뚝 손을 멈춘 코엔과는 달리, 허크는 태연하게 국물을 들이마셨다.
"분명 우리한테 숨기는 게 있다니까. 말도 없이 사라진 게 이번이 몇 번째인 줄 알아?"
"글쎄."
"휴. 넌 진짜… 이 와중에 밥이 넘어가냐?"
뮤우의 투덜거림엔 이골이 났는지, 허크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말 뿐이었다. 다른 말을 더할 수 없는 코엔은 수저로 애꿎은 국밥 그릇만 뒤적였다.
"그래도 난 대장을 믿었어. 무법지대는 몰라도 우리 군인들을 일회용 도구 취급하는 귀족들만큼은 나도 적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믿을 거면 좀 끝까지 믿어라. 대장님이 무법지대 놈들도, 귀족들도 한 번에 싹 처리할 방법을 찾고 계시다잖냐."
"그러니까 내 말은 그게 정말… 맞냐는 거지."
밥 한술이 얹힌 듯, 답답한 심정을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도저히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허크는 제쳐두고, 뮤우는 코엔에게 눈을 돌렸다.
"넌 어떤 것 같아? 대장님 말이야. 사실…"
"다들 여기 있었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하이람이었다.
모두의 시선은 둘 곳을 찾아 흩어졌지만, 하이람은 예의 그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능청을 떨었다.
"참 완벽한 날이야. 그렇지?"
경호대장 커스틴 (Kersten, the Guard Captain)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앉게."
베르타 가문이라 하면 유르겐 가와의 정계 다툼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 이름의 힘을 자랑하던 명문가였다.
하지만 빛바랜 과거의 영광은 웨인 가의 가주 앞에서 한 줌의 재보다도 덧없어졌다.
"커스틴,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내 익히 들어 알고 있네. 황녀의 정원에서도 탐낼만한 실력을 가졌다지."
"과찬이십니다."
"정원의 한 자리를 마다한 연유가 무엇인가? 꽃으로 난 자라면 얼마의 값을 치르더라도 그곳에 피고자 할 텐데."
말에 담긴 뜻을 아는 자라 할 것이었다. 제 앉을 자리를 가리는 자라 할 것이었다.
다행히 커스틴은 안제의 뜻에 들어맞는 자였다.
"저는 꽃이 아니라 가시로 난 자입니다."
"허면 지킬 꽃을 찾고 있는 것인가?"
"지킬 뜻을 찾고 있는 것이지요."
때마침 몸종 아이 하나가 다과 상을 가지고 방에 들었다. 마주 앉은 두 여인은 말을 아꼈으나, 눈빛으로 천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아이가 나가자, 커스틴은 본격적인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공의 뜻을 들려주시겠습니까?"
장교 마르셀 (Marcel, the Commissioned Officer)
너희들은 전장을 몰라.
모든 게 훈련에서 배운 대로, 익힌 대로 흘러간다면 전장서 죽는 놈이 왜 나오겠어?
그래. 모든 인간은 언젠간 죽지. 꼭 전장이 아니어도 인간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지.
근데 말이야.
군복 입고 전장 나가서 총 한 발 못 쏴 보고 죽는 거? 그건 진짜 개죽음이거든.
잘 생각해봐. 과연 이 중에서 영웅님의 들러리 노릇이나 하려고 목숨을 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간단한 거야.
살려면 죽여. 올라가려면 밟고. 비열하고 추한 방법을 써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으라고.
그러면 보게 될 거야. 너한테 손가락질하며 욕하던 놈들 전부가 시체로 나동그라져 있는 모습을.
여인
서막
모든 일은 한 통의 서신과 함께 시작되었다.
낡은 종이 위를 가지런히 수놓은 정갈한 필체.
소담하나 분명한 색으로 찍힌 천계의 문장.
때를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었던
천계의 황녀, 에르제의 것이 분명했다.
모험가여, 그대에게 비로소 이 말을 전할 때가 온 것을 짐은 무척이나 기쁘게 여기고있네.
때가 되었다네.
서신에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사정은 부디 헤아려주게. 허나 천계의 황궁에서 다시 만나는 날, 내 그대의 은공을 반드시 치하할 것이네.
허니 와 주었으면 하네. 나의 황국, 지벤을 위하여.
겐트에서 젤딘을 찾으라는 말과 함께 짧은 서신은 끝을 맺었다.
구름 사이 모습을 감춘 황도를 바라보며, 모험가는 생각했다.
천계의 진짜 주인을 가리는 대전쟁의 서막이 이제 막 오른 것뿐일지도 모른다고.
겐트에서 젤딘을 만나 현재 상황 듣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오셨습니까? 황녀님께서 모험가님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셨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뵙기 어려울 뻔 했습니다.
곧 노스피스군이 이튼으로 진군한다고 합니다.
노스피스의 힘
이글아이 사령관님의 탈옥을 빌미로, 귀족들은 노스피스군을 겐트에 주둔시켰습니다. 이글아이 사령관님께서는 뜻을 함께 할, 믿을만한 자들을 모아 게릴라군을 꾸려 비밀리에 그들에 대항해 오고 계셨죠.
허나 귀족들은 이마저도 이용해 천계의 운명보다 잭터의 목숨을 중히 여기는 황녀가 뜻에 반하는 자들을 죽여 없애려 군을 꾸렸다는 모함을 해댔습니다.
카르텔 침공 이후, 발 뻗고 잠을 이뤄보지못한 천계의 백성들은 진실보다는 안정을 원합니다. 귀족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이튼으로의 진군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저들이 작정하고 전면전에 나선 지금, 물러서는 것은 곧 패배를 뜻합니다. 허나…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치욕스럽습니다만 저들은… 강합니다. 전투다운 전투 한 번 겪어보지 못한 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가진 힘, 특히 그 무기들은…
젤딘의 마른 입술이 무겁게 닫혔다.
오른팔 대신 장착한 핸드캐넌에 생긴 못보던 상처들이
많은 이야기를 대신해주고 있었다.
이리 말씀만 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것이 더 나으실 겁니다. 잠시 저와 동행해주시겠습니까? 저들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빼앗긴 황궁에서 노스피스군의 힘을 확인하기
노스피스군이 황궁에 주둔한 뒤로는 궁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더욱 경계하고 있습니다만, 겉으로나마 겐트 수비대의 대장으로 남아있던 것이 다행입니다.
날 밝는대로 이튼으로 옮길 무기들은 이쪽에 두었다 들었습니다. 모험가님, 함께 가시지요.
게 누구냐. 이름을 대라.
나를 못알아볼 정도로 밤눈이 어두운 자가 보초를 서다니, 궁의 안위가 심히 걱정되는군.
그 목소리를 들으니 누군지 알겠소. 허나 물러나시오. 그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웃전의 명이 있었소.
설령 그것이 시든 백장미나 허수아비같은 대장이라 해도 말이오.
감히 그런 말을 지껄이다니…!
참으로 성급하군. 그 총을 뽑기 전에 지금 계신 곳이 어디인지를 숙고하셔야 했소.
침입자다! 침입자를 포박하라!
소란을 피우려던 뜻은 없었으나, 이렇게 된 이상 싸울 수 밖에 없겠습니다.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모험가님, 괜찮으십니까? 못본새 힘의 기운이 조금 달라지신 것 같습니다. 저야 덕분에 무사합니다. 저 혼자 저들을 상대했다면 조금 버거웠을텐데…
이건 '귀호랑'이라 불리는 병기입니다. 처음 이 병기를 보았을 땐 이정도의 군사력을 가졌음에도 카르텔 침공 당시 꽁무니를 뺀 노스피스의 귀족들을 결코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멜빈 님은 이 병기들의 출처를 의심하더군요. 귀족들은 저희가 알고있는 것보다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른 듯싶습니다.
모험가님, 조금 더 동행해주십시오. 저들이 가진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구버전}---------------------------------
멈추시오, 젤딘.
이 밤에 궁에서 소란을 피우는 연유가 무엇이오? 자경단과 손을 잡아 웨인 공을 해하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을 증명하러 온 것은 아니길 바라오.
소란을 피우려던 뜻은 없었소. 그저 볼일이 있어…
볼일? 아아, 뒤에 계신 모험가님만이라도 `죄인`이 아닌 `영웅`으로 남게 해 달라 웨인 공께 간청을 드리고자 온 겐가?
…나를 조롱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모험가님에 대해 그리 말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소!
---------------------------------{개편}---------------------------------
멈추시오, 젤딘.
…커스틴.
이 밤에 궁에서 소란을 피우는 연유가 무엇이오? 자경단과 손을 잡아 웨인 공을 해하려 한다는 항간의 소문을 증명하러 온 것은 아니길 바라오.
소란을 피우려던 뜻은 없었소. 그저 볼일이 있어…
볼일? 아아, 뒤에 계신 모험가님만이라도 `죄인`이 아닌 `영웅`으로 남게 해 달라 웨인 공께 간청을 드리고자 온 겐가?
…나를 조롱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모험가님에 대해 그리 말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소.
후후. 진정하시오. 나 역시 천계의 영웅, 모험가님을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던 차였소. 이리 뵙게 될 줄은 몰랐으나 이 또한 운명일 터, 허니 모험가님께 내 한 말씀 전해 올리리다.
어려운 시기에 그대께서 빌려주신 힘은 천계에 큰 도움이 된 줄 아오. 허나, 그간의 공적만이라도 은혜로 여겨주길 바란다면 부디 이 길로 천계를 떠나주시오.
그대가 진정으로 선을 쫓고 약자를 위해 싸우는 의로운 이라면 황녀에 대한 사사로운 정보다 죽어가는 천계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소.
허나 작금의 그대의 행동은 어린 황녀 하나를 위해 대의를 망치는 것과 진배없소. 내 지난 날 은혜를 생각하여 이번 한 번은 눈 감아 드리나, 다음이 온다면 그때는 젤딘뿐 아니라 당신 역시 살아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오.
이런 건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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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뚫린 입이라고 못하는 말이 없군. 진정 천계의 백성들을 위한다는 자들이 황궁을 무력으로 차지하고 또 한 번의 전쟁을 일으키려 한단 말인가?
아름다운 무기
말은 그럴듯할지 모르나 커스틴 역시 그저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해 무기를 든 자일뿐입니다. 저 자의 말을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커스틴은 안제 웨인의 경호부대, '묵화의 가시'를 이끄는 자입니다. 그 역시 귀족이나, 유르겐 가와의 정치 싸움에 밀려 가문이 위태로워지자 웨인 가에 붙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요.
겐트에 있는 멜빈에게 노스피스의 무기에 관한 정보 전하기
<퀘스트 완료>
응? 모험가, 네가 여긴 웬일이야? 뭐, 젤딘이랑 함께인 걸 보니 말 안해도 대충 알겠다만.
일단 따라와. 여기 이렇게 서 있다간 더 귀찮은 일이 생길 테니까.
백의종군
멜빈이 자신의 거처에 정식으로 손님을 들이는 것은
그가 겐트에 온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그런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기엔 멜빈은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방은 온갖 기계 부품들과 설계도면으로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었다.
그렇게 절 방에 들이지 않으시던 이유가 이거였습니까?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정리는 좀 하며 사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아. 계속 그렇게 잔소리할 거면 그냥 나가. 아, 들고 온 부품은 내려놓고.
와중에 부품을 신경쓰십니까? 여기 있습니다. 모험가님 덕에 구한 것이니, 모험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젤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멜빈은 그녀의 손에 들린 부품을 홱 낚아챘다.
평소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빠른 손놀림으로
부품을 확인한 멜빈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이 부품이 귀호랑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이쪽의 마감 방식이나 안쪽에 새겨진 표식… 이건 내가 아는 녀석 솜씬데.
그게 누굽니까?
지나 데오도르. 이튼에 있는 옵티머스 팩토리의 소장이야. 이튼에 있는 내 동생 리아를 도와준 게 연이 돼서 몇 번 대화를 나눴지.
뭐,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데에 흥미는 없지만 그 녀석과는 꽤 괜찮았어.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애정도 있고.
무엇보다 그 녀석, 나만큼이나 귀족들을 싫어해. 자기가 만든 무기를 귀족에 넘길 리가 없다고. 그런데 이게 왜 거기에…
젤딘 님, 여기 계십니까? 젤딘 님!
차마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문가를 서성이던 마를렌이
열린 문틈 새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모험가였다.
분함과 불안함, 요동치는 감정의 폭을 애써 눌러 온 마를렌에게
영웅의 눈빛 속에 든 힘은 묘한 안도를 주었다.
모험가님도 함께 계셨군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노스피스군이 지금 이튼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거든요.
분명 내일 아침에나 움직일 것이라 했는데, 갑자기 계획을 앞당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험가님께서 이쪽에 합류한 것을 알고 초조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지금은 그런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저들의 진군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들만의 힘은 저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으나, 모험가님이 계시니 잠시나마 저들의 발을 이곳에 묶어두는 것은 가능할지 모릅니다.
모험가님,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아니, 천계를 도와주십시오.
젤딘과 함께 빼앗긴 황궁에서 진군하는 노스피스군 막기
지금 바로 출발한다. 모두 위치로!
마를렌 님의 정보가 사실이었습니다. 젠장,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모험가님, 우선 둘로 갈라져 움직이시죠. 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그게 최선인 듯 합니다.
으윽...
젤딘, 이제야 입에 안 붙던 대장 호칭을 떼어버릴 수 있겠군. 덕분에 한 건 올리게 됐으니, 다른 말은 하지 않겠네.
아, 모험가님도 오셨군! 혹시 나를 기억하나? 당신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안톤의 시선을 끄는 데 투입됐던 부대원 중 하나였는데 말야.
하긴, 기억할 리가 없지. 목숨 걸고 싸운건 똑같은데, 왜 박수를 받는 건 늙어빠진 잭터나 아무 데서나 굴러 먹던 너인 거지?
가까이 오지 마. 눈앞에서 젤딘의 머리통이 날아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버려라.
마르셀, 그 꼬인 심보는 여전하군그래.
초, 총사령관… 아니, 이제 당신을 그리 부를 이유가 없지. 난 노스피스군의 장교이고, 당신은 죽음이 두려워 도망친 죄인일 뿐이니까.
노스피스 녀석들, 주머니는 두둑해도 인물은 없나보군. 자네 같은 자가 장교 소리를 다 듣게 하고 말이야.
안톤과의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만도 얼마나 대단한데! 당신 역시 그 아비규환의 현장을 봤으면서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군!
그래, 자네 말이 맞네. 그곳에서 살아 온 목숨 값은 다 같은데, 노스피스 출신은 장교가 되고 무법지대 출신은 퇴역군인이 되는 현실을 도저히 못봐주겠단 말이지!
크윽!
어어, 이게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실험 삼아 만들어 본 총알 치고는 효과가 꽤 있나 보군. 멜빈이 들으면 아주 좋아하겠어.
이익… 일단 후퇴다! 다음에 두고 보자!
<퀘스트 완료>
젤딘, 괜찮나?
사... 령관님...
상처가 깊군. 치료를 서둘러야겠어.
젤딘의 왼팔을 어깨에 둘러맨 잭터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직 부상을 입었던 다리가 완전히 돌아오진 않은 듯 보였다.
모험가는 힘을 보태기 위해 다가섰지만, 돌아오는 것은 잭터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모험가, 마음은 고맙네만 자네의 힘이 필요한 곳은 이곳이 아니네.
황녀가 있는 곳
그래. 천계의 운명은 이번 전쟁의 성패에 따라 결정되겠지. 자네가 이곳에 있어준다면 겐트의 전쟁은 취할지 모르나, 천계의 전쟁은 결코 맺지 못할 걸세. 그러니…
자네는 웨스피스로 가 주게. 그곳에야말로 자네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자가 기다리고 있네.
겐트는 걱정 말게. 자네가 보기엔 이 싸움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못할지 모르나, 나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네.
나, 잭터 이글아이가 이곳에 있는 한 겐트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아.
허니 믿고 떠나주게. 대부분의 항구는 폐쇄되었으나 루프트 하펜에서 웨스피스 사령부로 비밀리에 보내지는 화물 열차가 있다고 들었네. 그를 이용하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걸세.
쉽지는 않겠으나, 자네라면 가능하리라 믿네. 부탁하네, 모험가.
루프트 하펜의 베른 보네거트를 만나 웨스피스로 갈 방법 알아내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나리! 내 안 그래도 나리가 와 주실 거라 생각했소.
웨스피스 사령부
내 이곳 역장으로 있으면서 천계의 난리란 난리는 다 보았지만, 오늘과 같은 난리는 처음이오. 저 어마어마한 노스피스의 군대가 이튼으로 가는 것이 황녀님 한 분을 모시기 위함이라는 것이 말이 되오?
분명 나 같은 평민들은 모르는 일이 웃전에서 벌어지는 거요. 대체 백성들은 언제까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거요? 그저 고향 땅에 맘 편히 발붙이고 살 수만 있다면 족한 것을…
뭐요? 이 와중에 웨스피스로 가겠다는 말이 나오시오? 하! 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어도 나리만큼은 다를 거라 여겼소. 천계가 이 지경이니, 나리라도 살아야겠다 싶으쇼?
하이고! 차피 가실 거, 나을 것 없는 무법지대보단 차라리 다른…
입을 비죽이며 비아냥대던 베른의 생각이 어딘가에 가 멈추었다.
궁에서 웨스피스로 보내는 물자를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
어쩌면, 눈앞에 있는 이 영웅이야말로…
그래, 좋소. 나리의 속은 다 알 수 없지만, 이것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니…
저기 뒤편에 보이는 작은 화물 열차가 웨스피스로 가는 거요. 귀족군의 눈을 피해 움직이시오. 나리께서 준비를 마치는대로 출발하겠소.
해상열차에서 화물 열차를 타고 웨스피스 사령부에 가기
슬슬 도착인가?
흠, 이번 물건들은 좀 부실한 것 같은데?
어째서 카르텔이 이곳에…
당신들도 보면 알지 않소? 이곳은 아직도 설치고 있는 카르텔 잔당과 살아남기 위해 총질을 멈추지 않는 놈들을 통제하는 문제만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소.
오죽하면 사령관인 나까지 이곳 현장에 나와있겠소?
황녀님께서는… 사령관님께서 말씀하신 웨스피스의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뜻을 갖고 계십니다. 황녀님께서 궁으로 돌아가시게 되면 웨스피스에도…
하하! 그리 큰 뜻을 가진 분께서 이제껏 웨스피스를 외면하신 게요?
이곳이 무법지대라 불리는 이유는 대령이 더 잘 알 거요. 먹고 사는 문제 앞에 명분이나 대의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지.
그런 무법지대가 필요로 할 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은 지금 황궁에 계신 귀족분들이오.
그 말씀은…
웨스피스에서 당신들을 위해 해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소리오.
사령관은 웃었고, 운은 침묵했다.
웨스피스에 들어선 이후,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듯한
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작게 속삭였다.
대령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저대로 둬도 정말 괜찮겠어?
조금 더 지켜보죠.
오늘따라 손님이 북적이는군.
모험가!
<퀘스트 완료>
역시 제가 나서선 안되는 자리였습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지금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탓하고만 있는 건가요? 그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 대령님께는 휴식이 필요하고 막 웨스피스에 도착하신 손님도 계셔. 그러니까 우리, 자리를 옮기는 건 어때? 장소는 내가 알아볼게.
남아있던 조각
한때 무법지대를 위해 싸웠던 운에 대한 예의로
빈 사령부 막사 하나를 쓸 수 있게 된 일행은
한낮의 더위에도 얼음장처럼 차게 식은 운의 몸을 침대에 뉘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악몽 속인 운에게는
가만히 누워 쉬는 것조차 고돼보였다.
후, 다 헤진 막사 하나 내 주면서 더럽게 생색내네.
웨스피스 사령부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 거짓말은 아닐 거예요. 카르텔 사령부로 쓰이던 곳을 거점 삼아 전투에 임하고 있는데 막사 하나를 내 줬다는 건 겉보기에도 후한 대접이고요.
너, 웨스피스의 사정을 잘 아나봐?
상황을 보고 추측한 것뿐이에요. 직감… 같은 거죠.
흠, 그나저나 웨스피스 사령관을 어떻게 설득하죠? 황녀님에 대한 반감이 큰 것 같던데.
그건 당연해. 아까 그 사령관, 노스피스 출신 귀족이거든. 숨기려고 애는 쓰던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밴 말투나 억양은 어쩔 수 없지.
건방진 녀석들. 온갖 거짓으로 내 아름다운 무기들을 빼돌린 것도 모자라 웨스피스까지…
그럼 웨스피스는 아예 귀족의 손에 넘어간 건가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겐트로 들어가는 게 더 나았겠어요.
아니, 그래도 수확이 아예 없진 않아. 오면서 만난 카르텔 잔당들이 쓰던 무기, 기억해? 무법지대 뜨내기들이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어.
귀족들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는 웨스피스군의 상태는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것 같고. 분명 뭔가 있는 거야.
잘 이용하면 돌파구가 생길 수 있겠네요. 그럼 외부인인 제가 카르텔 쪽을 알아 보고…
아니. 레베카, 넌 대령의 곁을 지켜줘. 대령에겐 네가 필요할 거야. 대신…
모험가님? 그러고 보니 인사가 늦었네요. 전 지나 데오도르예요.
웨스피스 사령부에서 주변을 장악한 카르텔 잔당 조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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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카르텔이 와해되고 웨스피스 역시 조금은 잠잠해졌을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인 카르텔 잔당의 기세에 의아해하던 순간,
낯선 목소리가 모험가를 불러세웠다.
모험가님!
웨스피스 수비대 소속 제이라고 합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카르텔이 왜 아직도 건재한 건지, 모험가님도 이상하게 느끼셨을 겁니다. 그건…
빌리프 사령관, 그자가 웨스피스 사령부에 온 뒤부터였습니다. 귀족에 대한 반감이 심한 데다 천성이 거친 무법지대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그릇이 못되었던 사령관에게 카르텔은 필요악이었겠죠. 그래서…
여기, 이걸 받으십시오. 이제껏 사령관이 카르텔과 내통해 온 증거들을 모은 자료입니다. 이걸 운, 아니… 라이오닐 대령께 전해주십시오.
저를 믿기 어려우신 것은 이해합니다. 저는… 그저 속죄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 역시 `살기 위함`이란 명분으로 부끄러운 짓을 참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다 잃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살아남는가'보다 '어떻게 살아 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전 ‘무법’이라는 올가미로 사람들을 옥죄는 웨스피스의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 그리고 그 녀석과 같은 사람이… 더 나오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이건 정말 진심입니다.
빌리프 사령관이 곧 겐트에 연락을 취할 겁니다. 황녀님이 웨스피스에 계시단 사실은 아직 겐트에 알려지면 안 되잖습니까? 사령관은 어떻게든 제가 막아 볼 테니, 남은 일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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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모험가가 나타날 것까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 않았느냐! 필요하다는 것은 다 내 주었는데, 모험가 하나 어쩌지 못해 이리 죽는 소리를 해서야 쓰겠느냐?
전투다운 전투는 해 본 적도 없는 당신이 뭘 안다고 큰 소리야? 카르텔이 지금 꼴 난 건 다 저 모험가 하나 때문이라고.
황녀든 모험가든, 빨리 이 동네에서 치워버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이제껏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던 이유가 뭔지 확 다 불어버릴 테니까.
그러니 제대로 난리를 쳐 달라는 것 아니냐? 저들이 포기하고 떠날 수 있도록 무법지대의 상황이 나쁘단 것을 더 확실히 보이란 말이다!
내 기똥찬 작전을 하나 일러줄 테니, 시키는대로만 하거라. 자, 따라 오거라.
방금 보신 것이 웨스피스 사령부의 현실입니다. 카르텔이 와해되고 조금은 잠잠해질 줄 알았던 웨스피스에 겐트에서 보낸 사령관이 온 뒤로 다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귀족에 대한 반감이 심한 데다 천성이 거친 무법지대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그릇이 못되었던 사령관에게 카르텔은 필요악이었죠. 그래서…
여기, 받으십시오. 이제껏 사령관이 카르텔과 내통해 온 증거들을 모은 자료입니다. 이걸 운, 아니… 라이오닐 대령께 전해주십시오. 그분이라면 혼란에 빠진 웨스피스를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제이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험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멋쩍게 웃어보였다.
저를 믿기 어려우신 것은 이해합니다. 저는… 그저 속죄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저 역시 `살기 위함`이란 명분으로 부끄러운 짓을 참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을 다 잃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살아남는가'보다 '어떻게 살아 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전 ‘무법’이라는 올가미로 사람들을 옥죄는 웨스피스의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 그리고 그 녀석과 같은 사람이… 더 나오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이건 정말 진심입니다.
<퀘스트 완료>
빌리프 사령관이 곧 겐트에 연락을 취할 겁니다. 라이오닐 대령과 그 일행이 웨스피스에 왔을 때부터 품고 있던 의심이 모험가님의 등장으로 더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
황녀님이 웨스피스에 계시단 사실은 아직 겐트에 알려지면 안 되잖습니까? 사령관은 어떻게든 제가 막아 볼 테니, 남은 일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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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
제이는 그렇게 멀어졌고
모험가는 자리에 남아 제이가 넘긴 자료의 내용을 살폈다.
이 자료가 사실이라면…
선택은 운 라이오닐의 몫이리라.
웨스피스 사령부에서 운을 만나 제이에게 받은 자료 전하기
모험가님, 오셨네요. 못보던 서류를 들고 계신 걸 보니 모험가님도 뭔갈 찾으셨나 보군요.
제이라는 군인이 네게 전해 달라고…
제이…라고 하셨습니까?
겨우 붙들어 맨 마음에 왜 ‘제이’라는 이름이 엉겨 붙는 것일까.
운은 모험가에게 건네 받은 서류를 펼쳐보지도 못하고,
선 자리에서 파르르 떨고만 있었다.
눈치 빠른 레베카는 운에게서 서류 뭉치를 떼어내,
곁에 있던 지나 데오도르에게 넘겼다.
…웨스피스 사령관이 카르텔과 내통했다는 증거 자료군요. 이것만 있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웨스피스 사령관을 감옥에 가둬 버릴 수 있겠는데요?
후후, 자료를 넘긴 군인에게 특별 포상이라도 내려야겠어요. 이름이 뭐라고… 아! 여기 적혀있네요.
제이… 라이오닐?
순간, 운이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버거운 기억의 무게가 전신을 짓눌렀다.
점점 불어나는 환청 속의 목소리, 장대비처럼 퍼붓는 내면의 울음.
휩쓸리고 또 휩쓸리다 운은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그만… 제발 그만해!
운, 괜찮아요? 운!
레베카! 방금 무선 통신 장치에서 반응이 왔어. 세인트 혼이 돌아왔나봐!
그럼 어서 여길 떠나죠. 세인트 혼으로 가요. 어서요!
모험가!
웨스피스 상공에 떠오른 세인트 혼,
그곳에서 모험가를 반겨준 것은 다름 아닌 천계의 황녀, 에르제였다.
와 주었구나. 그대를 보니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쁘도다.
대령, 웨스피스 사령부는 어찌 되었는가? 그들의 협조를 얻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
……
황녀님, 그에 대한 답은 제가 드리죠.
이걸 봐 주세요.
이것은…
받은 서류를 읽어내리는 에르제의 눈속에 순간 작은 불꽃이 튀어올랐다.
어찌 이리 하나같이…!
탓할 시간조차 아깝구나. 이 탐관오리가 웨스피스의 백성들을 기만하고 자신의 배를 불려온 것을 용서할 수 없다. 라이오닐 대령!
현 시간부로 자네를 웨스피스의 사령관직에 봉하니, 죄 지은 자를 벌하고 웨스피스의 법을 바로 세우도록 하라!
뭐 해요? 빨리 대답해요. 교지를 받들어야죠.
지나의 재촉에도 운은 묵묵부답이었다.
입속에 맴도는 말을 뱉기까지, 억겁의 시간을 견디는 듯 보였다.
전… 그러니까…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또 실패할 겁니다. 저에게 그런 힘은… 역시 저는…
무엄하다!
!
어찌 감히 짐의 신뢰를 부정하는 불충을 저지르는가! 이는 그대만을 믿고 전장에서 버티고 있는 이글아이 사령관마저 욕되게 하는 것이다!
짐 역시 카르텔에 납치되어 갇힌 동안 웨스피스의 참상을 보았느니라. 굶어 죽은 백성과 총칼을 든 아이들을 보았느니라.
두렵고 두려웠으나, 짐이 그 두려움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면 천계는 오래 전에 무너지고 말았을 것이다.
자격이 없다 하였는가? 짐이 그 자격을 하사할 것이다. 구하지 못할 것이라 하였는가? 짐이 그대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우레와도 같은 황녀 에르제의 목소리가
세인트 혼의 갑판 위에 메아리치며 퍼져 나갔다.
잠시 내려앉은 정적동안에 숨을 고른 에르제는 천천히
운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 위에 작은 손을 얹었다.
…대령, 때때로 그대의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음을 안다. 마주하기가 괴로워 피해왔음을 안다. 허나, 그대는 더 이상 그때의 힘 없고 어렸던 '꼬맹이 라이오닐'이 아니다.
그대가 그래 주었듯, 짐이 그대의 힘이 될 것이다. 허니 두려워 말고, 말하라.
운, 제발… 도와줘! 너무 아파… 죽기 싫어! 운! 나 다리가 없어졌어… 아파…
웅웅 대며 멀어지는 소리들 위로 에르제의 음성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두려워 말고, 말하라.’
작은 입김같은 바람이 운의 볼을 다정히 쓸며 지났다.
찰나일 뿐이었다.
허나 그 짧은 순간의 온도가 막혀있던 운의 숨통을 틔워 주었다.
운은 부옇게 번지는 시야를 느끼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생애 첫숨을 터뜨린 듯한 낯선 감각에 폐부가 잔잔히 아려왔다.
…구…하고 싶었습니다… 도와주고… 싶었…
숨은 흐느낌이 되고, 흐느낌은 눈물이 되어 운의 볼을 적셨다.
살고 싶었습니다… 그저 살고 싶었습니다… 흐흑…
---------------------------------{구버전}---------------------------------
---------------------------------{개편}---------------------------------
<퀘스트 완료>
이제 다른 걱정은 놓아두게. 짐이 마침내 하늘길을 여는 열쇠를 손에 얻었으니.
그 말씀은 설마… 방법을 찾으신 건가요?
황녀 에르제가 세인트 혼과 함께 웨스피스에 온 이유.
수세에 몰린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찾아헤맨 열쇠.
황녀 에르제의 시선은 저 멀리 갈라 산맥 너머에 가 머물렀다.
남아있었네. 과거, 전부 불타 없어진 줄로만 알았던 기록이, 그 유산이…
선대 사제 벨드런 님께서 어찌하여 짐을 후계자로 택하셨는지, 어찌하여 짐이 '베가'라는 성을 가질 수 있었는지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어.
바칼 님께서 만들고자 했던 '변수'가… 아직 남아 있던 거야.
사도 바칼의 이름을 언급하는 루터의 표정이 평소와 달리 묘하게 들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을 놓지 못한 지나가 조심스러운 염려를 담아
황녀에게 물었다.
각오는… 되신 거죠?
오랜 역사 속 '용'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천계인들이 어찌하여 황궁 입구에 용의 형상을 새겨두었는지 아는가.
'안개의 문을 닫은 피가 황제의 문을 열고 황제의 언령이 닿은 곳에 하늘의 길이 열릴 때, 조각난 땅의 중심에 용이 거하지 아니하면 다시, 스스로, 황제가 내릴지어다.'
사도 바칼이 사라진 후에도 천계의 백성들을 불안에 떨게 한 것은 누가 남긴지도 모를 예언 한 구절이었네. 그덕에 천계 황궁은 황제가 아닌 용의 형상이 지키게 되었지.
짐은 더 이상 두려움에 떠는 백성들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네.
짐이 천계를 지킬 것이네. 사도도, 예언도, 그 무엇도 짐이 있는 한 두려워 할 필요 없음을 짐이 직접 나서 보여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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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피스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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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남은 건 황녀님의 교지를 멋지게 실현하는 것뿐이네요. 대령님, 아니, 사령관님. 준비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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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서 멋지게 교지를 행하고 겐트로 돌아가야겠네요. 대령님, 아니, 사령관님. 준비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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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추스른 운은 금세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를 느낀 레베카는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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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절차에 따라 현사령관에 황녀님의 명을 전달할 예정이나, 유사시에는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사령부를 탈환할 겁니다.
모험가님, 교지를 가지고 사령부에 간다면 높은 확률로 그와 전투를 벌이게 될 겁니다. 초를 다투는 지금의 상황에는 모험가님의 힘이 절실합니다. 함께 가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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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절차에 따라 현 웨스피스 사령관에 황녀님의 명을 전달할 예정이나, 유사시에는 무력을 행사해서라도 사령부를 탈환할 겁니다.
모험가님, 교지를 가지고 사령부에 간다면 높은 확률로 그와 전투를 벌이게 될 겁니다. 초를 다투는 지금의 상황에는 모험가님의 힘이 절실합니다. 함께 가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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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피스 사령부에서 사령관 빌리프에게 황녀의 교지 전하기
라이오닐 대령,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거요? 웨스피스의 뜻은 변하지 않았소. 이번이 마지막 작별 인사이기를 바라오.
웨스피스의 사령관 빌리프 피셔는 교지를 받들어라.
뭐? 교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지금 상황에 감히 누가 내게 교지를 내린단 말인가?
믿지 못하겠다면 함께 가지. 단, 웨스피스의 사령관이 아닌 카르텔과 내통해 각종 부정부패를 저지른 죄인의 신분이 될 것이다.
그, 그깟 종이 쪼가리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시대는 바뀌었어. 황궁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너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얘들아! 저 녀석을 잡아!
어서 저 자를 쫓아요. 빨리!
<퀘스트 완료>
웨스피스 병사1
호, 혹시… 라이오닐 대령님이십니까?
전부 무장을 해제하고 엎드려라. 허튼 짓을 할 경우, 즉시 발포하겠다.
저, 저희는 고향인 웨스피스를 사랑하고 이곳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을 지키고자 군에 자원한 자들입니다.
제이에게 대령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디… 저희를 거두어 주십시오!
제이…?
빌리프 사령관 아래서 상황은 계속 나빠져만 갔습니다. 어린 아이들까지 군복을 입게 만드는 이곳의 현실이 지독히도 싫었지만, 저희들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령님께서 웨스피스의 사령관이 되시면 분명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부족하지만 저희도 웨스피스를 위해 대령님의 편에서 싸우고 싶습니다!
웨스피스 병사2
대령님께 힘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웨스피스 병사1
대령님, 부탁드립니다. 웨스피스를 바꿔주십시오!
……
나 역시…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다시, '제이'라는 이름이 운의 마음을 흩뜨려 놓은 것일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며, 가만히 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자네들이 힘이 되어 준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함께 웨스피스를 바꾸어 보세. 모두의 힘을 합치면 달라질 수 있을 걸세.
한마음으로 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병사들 사이에서
기쁨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힘겹게, 하지만 분명하게 꺼내 보인 운의 진심이
웨스피스의 군인들에게도 남김없이 전해진 것이리라.
또 한 명의 라이오닐
모험가님, 병사들의 말에 따르면 빌리프 사령관은 해상 열차 방향으로 도망쳤다고 합니다. 겐트와 연락이 닿지 않으니, 직접 움직이기라도 해 볼 심산인 것 같습니다.
지금 그자를 놓치면 웨스피스의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없습니다. 그자를 쫓는 일을 도와주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어서 출발하시죠.
웨스피스 사령부에서 도망친 사령관 빌리프를 쫓기
흥, 그렇게 으름장만 놓지 말고 자네 총이라도 뽑지 그러나?
못하지? 그래, 못하겠지. 이 녀석이 다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제이, 네놈은 처음부터 수상했다. 감히 이 빌리프 님을 배신하고 저놈에게 붙다니… 이번 일이 정리되는 대로 네놈부터 처리해주마.
그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살려두지 않겠다.
하하. 기세는 좋네만, 내 손에 누구 목숨이 달렸는지 똑바로 보게.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건 내가 아니라 자네지 싶은데.
……
운!
그럼 그렇지. 이깟 벌레 목숨 하나에도 절절 매면서 대의를 논하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어서 황녀의 교지를 내놓아라. 이 녀석이 넘긴 자료도 같이.
운, 안 돼.
시끄러!
운, 지금이야!
!
나, 난 쏠려고 한 게 아니야. 이 녀석이 먼저 달려들어서… 그, 그러니까 순순히 교지를 넘겼으면 좋았지 않나!
으윽!
쿨럭, 쿨럭… 젠장…
왜…
대체 왜!!!
대, 대령!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게. 내 다른 욕심이 있던 게 아니라, 그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길이었네. 무법지대에서 살아 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이곳 출신인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사령관 자리를 원하는 거라면 얼마든지 내어줌세. 살려만주면 내 잘 아는 분께 자네 이야기를 해서…
입 다물어. 무법지대를 무법지대로 만든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 같은 귀족들이다.
갖은 이유로 웨스피스를 폄하하면서도 속으론 이곳이 영원히 범죄자의 소굴로 남아있길 바랐지. 그래야 허영뿐인 당신들 인생이 조금이라도 나아 보이니까.
연극은 끝났어. 이젠 누구도 너희들 욕심에 희생되지 않을 거다. 내 손으로… 모든 걸 바로잡겠어.
잠깐, 대령! 내 이야기를 한 번만 더… 히익!
<퀘스트 완료>
당신 같은 사람에겐 총알을 쓰는 것조차 아깝군. 생의 남은 날 동안 지은 죗값을 치르는 것을 끝까지 지켜봐 주겠다.
새로운 사령관
‘라이오닐 사령관님, 만세! 에르제 황녀님 만세!’
정식 임명식을 올리기도 전인데, 잔뜩 흥이 오른 병사들의 목소리가
창공에 뜬 세인트 혼까지 와 닿았다.
하지만 황녀 에르제를 중심으로 갑판에 모인 일행은
기쁨을 누릴 새 없이 앞으로의 일을 논해야 했다.
이튼, 그리고 웨스피스까지 뜻을 함께 하게 된 데에는 그대들의 공이 크다. 이제는 짐이 그대들의 노고에 부응해야 할 때가 온 듯 하구나.
겐트로 향할 것이다. 가서 황궁을 되찾고 나의 백성, 나의 천계를 되찾을 것이다.
세인트 혼은 황녀님과 함께 할트산 뒤쪽으로 들어갈 거라네. 이번 작전엔 타이밍이 생명이니, 라이오닐 사령관, 자네가 군을 이끌고 루프트 하펜 쪽으로 가 주게.
노스피스군을 상대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난 캡틴 쪽에 합류할게요. 판이 벌어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럼 전 라이오닐 사령관과 동행하죠. 옵티머스 팩토리의 남은 기술자들도 이튼의 군대와 함께 루프트 하펜으로 들어오기로 했거든요.
그대들이 있어 참으로 든든하구나. 긴 전쟁의 끝이 목전에 다다라 이제 거머쥐는 일만 남았으니, 마지막까지 모두 전력을 다해주기를 바라네.
모험가여, 말뿐이던 약속을 믿고 여기까지 와준 그대의 존재가 참으로 귀하구나. 그대가 마지막 순간까지 짐과 뜻을 함께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야.
운이 이끄는 웨스피스군과 함께 루프트 하펜에 가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어서 피하셔야 해요. 어서요!
---------------------------------{구버전}---------------------------------
이튼에서 온 열차가 곧…!
전쟁의 서막
합류
모험가님, 이쪽입니다! 여기예요!
폭탄이 터지며 박살난 해상 열차의 선로를 뒤로 하고 달려온 열차의 앞머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니베르 중장은 모험가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알은체를 했다.
뒤이어 옵티머스 팩토리의 기술자들과 함께 반가운 얼굴들이 차례로 내렸다.
라이오닐 대령님!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대령님께서 안 계신 동안 저 혼자 루카스 소위를 챙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
대령님! 제 걱정은 마십시오. 전 마음을 많이 추슬렀습니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니베르! 대체 무기를 어떻게 다룬 거죠? 내 아름다운 작품에 흠집이…!
아아, 해상 열차를 박살 내려면 폭탄 한두 개 갖고는 안 되지 않습니까? 그만한 폭발에 그 정도 흠집이면, 거의 무사고나 다름없죠.
방금 그 폭발, 중장의 계획입니까?
에이, 황녀님의 계획이시죠. 이걸로 이튼에 갔던 노스피스군은 다시 겐트로 돌아오기 힘들 겁니다. 그놈들, 폭탄이 터지기 직전까지도 우리가 아군이라는 걸 철석같이 믿더구만요!
페트라 사령관님의 연기력이 한몫을 했죠.
모두 여기 계셨군요.
상황을 전해듣고 모두를 마중 나온 젤딘이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였다.
이미 겐트에서 몇 번의 전투를 치른 젤딘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어색한 미소가 어쩐지 멋스럽게 잘 어울렸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곳은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장입니다. 방금의 폭발로 귀족들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으니, 사달에 대한 수습은 각자 알아서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자, 준비되셨으면 출발하시죠. 다 같이 황녀님이 돌아오실 길을 내어 드립시다.
좋아! 시원한 콜라가 어딨는지부터 찾아볼까? 콘, 비연! 가자!
대령님, 저희도 준비됐습니다. 언제든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흐응, 대령이라니. 이제 막 웨스피스의 사령관이 되신 분한테.
네?! 사, 사령관이 되셨단 말입니까? 어떻게요? 어쩌다가요?
우선 출발하지. 지금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
모험가님. 황녀님께서 궁으로 무사히 돌아가실 때까지 저희는 목숨 바쳐 싸울 겁니다. 모험가님께서도 전력으로 나서 주신다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겐트 수복전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황녀파와 함께 싸우기
<퀘스트 완료>
크으윽… 분하다… 어찌 한 번을 이기지 못하고…
장교님, 괜찮으십니까?
하아, 해안 수비대 녀석인가? 누구든 상관 없다. 저 녀석을 잡아, 모험가를…!
컥!
모험가,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내가 널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구멍에 든 뱀
자, 일단 이 지도를 받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코엔은 다짜고짜 모험가의 손에 뻣뻣한 지도를 쥐여주었다.
찰나간 스친 코엔의 손에 흥건했던 땀방울이 초조한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다.
하이람 대장이… 겐트를 아예 통째로 날려버리려고 해. 대장의 스승이 남긴 기술로 말이야.
원래도 귀족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본색을 드러냈어. 무능한 황녀도 권력에 눈 먼 귀족들도 다 천계를 좀먹는 벌레들이니, 싸그리 태워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거라더군.
물론 나도 천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가문을 떠나면서까지 내가 꿈꾼 건 이런 게 아니었어. 지금의 하이람 대장은… 방황하던 날 잡아줬던 그때의 대장이 아냐.
모험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하이람 대장을 막을 수 있는 믿을만한 사람은 너뿐이었어. 부탁이야. 하이람 대장을 막아줘. 지도에 표시된 폭탄이 모두 터지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야.
나? 이 상황에 내 걱정은 왜 하냐? 나도 내 방식으로 끝까지 싸울 거야. 그러니까 모험가, 뒷일을 부탁해.
코엔은 주위를 살피더니 담을 훌쩍 넘어 멀어져 갔다.
코엔이 주고 간 겐트의 지도를 찬찬히 뜯어보니
곳곳에 먹으로 둥글게 표시해 놓은 흔적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수의 폭탄이 한번에 폭발한다면
무고한 천계의 백성들까지 전부 희생될 것이었다.
하이람을 막아야 한다.
모험가는 품안에 지도를 밀어넣고
이 상황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을 찾아가기로 했다.
겐트에서 운 라이오닐을 만나 코엔이 넘긴 지도 보여주기
<퀘스트 완료>
하이람 클라프, 그 자 역시 움직일 거란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군요.
하이람의 계획
하이람의 스승으로 알려진 헤르만이란 자는 천계 최고의 기술자로 정평이 난 자입니다. 코엔의 정보가 사실이라면 설치된 폭탄을 찾아내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겁니다.
우리 쪽에는 그만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데, 폭탄의 양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군요.
멜빈이라면...
폭발물 전문가는 아니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워낙 뛰어난 분이니 방법을 찾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폭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하이람 클라프를 잡는 겁니다.
모험가님, 지도를 가지고 폭탄의 위치와 상태를 파악해주십시오. 그리고 폭탄 근처에 이 위치 추적기를 놓아 주십시오. 멜빈 님께는 신호를 따라 움직이시라고 전해두겠습니다.
전 해안 수비대 본부로 가서 하이람 클라프를 추적할만한 단서를 찾아보겠습니다.
겐트 수복전에서 폭탄의 위치 파악하기
<퀘스트 완료>
맞춰지는 파편
응? 내가 세븐 샤즈라는 것을 의심하는 것이오? 하늘성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열리고 나서 천계 대표 사절로 가느라고 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오. 페럴, 그자의 간교한 꾀만 아니었어도 좀 더 머물다 올 수 있었을 터인데…
뭐, 일이야 어찌 되었든 온 김에 아라드에서 보고 들은 심상찮은 얘기들을 황녀님께 딱 보고드리려 했소. 헌데 겐트에 이 난리가 나 있지 않소?
…헌데 말이오.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지 않소? 들고 있는 무기며, 입은 옷가지하며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아, 혹시 이름이… [닉네임]?
푸하하! 맞구나, 너! 아라드에 있을 때 네 얘기 엄청 많이 들었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던데, 좀 보여주면 안되냐?
응? 내 말투? 에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너 나 못믿냐? 아, 못믿겠구나. 흐음.
뭐, 폭탄이라도 싹 정리해줘? 이거 때문에 여기 온 거지? 딱 보이는구만, 뭘. 내가 영 신뢰가 가지 않는 스타일인 건 아는데 그래도 황녀님을 위한 일이다 생각해서 같이… 어?
모험가는 말없이 휴 피츠래리의 팔을 붙들었다.
묘한 옷차림을 한 데다 폭탄에 대해 이미 다 알고있다는 듯 말하는 투가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자, 잠깐. 야, 야! 뭐하는 거야? 왜 이러는데!
두 팔이 묶인 피츠래리는 억울하다 눈물까지 흘릴 기세였지만,
모험가는 그를 운에게 데려가 정체를 확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에 대한 처분은 그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겐트의 운 라이오닐에게 휴 피츠래리를 데려가 정체 확인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폭탄을 전부 찾으신 겁니까? 아, 이 분은...
라이오닐 대령! 잘 지냈는가? 보면 알겠지만 나는 엄청 못 지내고 있네.
제발 여기 이 자에게 말 좀 해 주게. 난 노스피스의 끄나풀이 아니라 진심으로 황녀님을 위하는 세븐 샤즈라 말이네!
모험가님, 이 분의 말씀이 맞습니다. 세븐 샤즈의 휴 님께서 저를 대신해 천계의 사절로 나서주셨으나, 아라드에 내려간 당일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실종이라니! 거 참, 입에 담기도 무서운 말을 하는군. 나는 그저 짧은 여행을 즐겼을 뿐이네.
세븐 샤즈로 있었을 때 느꼈던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내려 놓고, 아라드에서 잠시나마 편안한 생활을 누렸던 것이지.
지금 천계는 황녀님께 반기를 든 노스피스의 귀족들과의 대전쟁이 벌어진 상황입니다. 오신 김에 폭발물 전문가인 휴 님께서 폭탄 제거 작전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폭탄의 위치와 개수는…
보자마자 일 얘기라니, 대령은 여전히 뻣뻣하군. 알았네! 오랜만에 고향 땅을 밟은 김에 내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지. 사람 볼 줄 모르는 이 모험가에게 내가 진짜 세븐 샤즈라는 걸 증명해주겠어.
감사합니다. 폭탄에 대해서는 피츠래리 님께 맡기고 저흰 다음 작전에 돌입하시죠, 모험가님.
복수
해안 수비대에 다녀왔습니다만, 제가 한 발 늦고 말았습니다. 그곳에서 발견된 건… 피와 시체 뿐이었습니다.
신원은 전부 해안 수비대의 대원으로, 한때 모험가님과 함께 싸웠던 허크와 뮤우 역시… 그곳에 있었습니다. 내부 고발자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하이람이 대원들을 전부 죽이고 도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이람은 아직 겐트를 벗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성정대로라면 본인의 계획이 실현되는 순간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할 겁니다.
자신의 계획을 이행할 수 있으면서 겐트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를 골라 은신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안트베르 협곡?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곳까지 도달하는 길이 험할 것입니다. 모험가님,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오랜만에 피가 뜨거워지는군. 이 이상의 유희는 나중을 위해 아껴두지. 황녀님의 명을 어길 순 없으니.
---------------------------------{구버전}---------------------------------
대나무 숲 근처에서 사람이 발견됐다.
하지만 하이람은 아니었다.
두팔이 꽁꽁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된 사내를 향해 잭터는 달려나갔다.
이봐, 괜찮나? 이봐!
코엔… 해안 수비대 소속 군인 입니다. 하이람 클라프가 근처에 있을겁…
사내의 얼굴을 알아본 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코엔의 허리춤에 붙어있던 무전기가 치직거리며 빨간 눈을 빛냈다.
치칙… 손님이 오셨네?
하이람. 그의 목소리다.
운이 소리를 인지할 때, 잭터는 몇 수를 앞서 보고 몸을 던졌다.
잭터의 다부진 손에 운은 던져지듯 밀려나고,
곧 귀를 찢는 거대한 폭발음이 협곡 전체를 울렸다.
사령관님…?
눈앞을 가로막는 부연 먼지바람, 귓가에 맴도는 이명.
겨우 확보된 운의 시야에 잡힌 것은
피와 먼지로 뒤범벅돼 쓰러진 잭터 이글아이였다.
사령관님!!
운아. 울 줄… 알게 되었구나.
---------------------------------{개편}---------------------------------
이름 없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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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됩니다, 사령관님. 아직은 안됩니다…! 흑… 흐흑…
운아…
!
내가 못한 일을… 마무리해다오. 꼭 네가… 대신해 주었으면 한다.
내 걱정은… 말거라. 여기… 믿을만한 동료가 있지 않느냐?
……
서둘러… 천계를 지켜야 해…!
모험가님, 사령관님을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콜록, 콜록!
!
하아… 자네까지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주게. 군인이 전장서 죽는 게… 뭐 그리 별난 일이라고. 으윽!
천계의 하늘이… 이리 높은지… 평생 모르다 갈 뻔했군. 하늘 한 번 쳐다볼 새 없이… 그리 바삐 살았는데… 애비로나 사령관으로나… 자격이 없는 놈이었네, 나는. 하하.
그래도 자네가 있으니… 마음 놓고 가네. 끝까지… 지켜봐 주게. 황녀님을, 천계를, 그리고…
……
으윽!
겨우 그런 걸로 날 막으려고 했다니 실망이다, 운.
운!
이제야 좀 붙어볼 만한 분이 오셨네.
모험가, 도망치던 안톤을 쫓을 때만 해도 서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인생 참 재밌어, 그치? 난 이제야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겠어.
아, 그 폭탄? 별 악의는 없어. 새 설계도를 그리려면 깨끗한 새 종이가 필요하잖아. 그냥 그뿐이야. 모험가, 넌 이해하지?
…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러지 않아도 궁금했던 참이니까.
살려 달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네 표정은 어떨까?
<퀘스트 완료>
크큭, 역시 좀 버겁네. 승산이 있다 생각했는데 꼴이 우습게 됐군. 역시 스승의 설계도는…
하지만 뭐, 괜찮아. 천계를 갈아엎겠다는 내 계획을 실현시키는 데엔 아무 문제 없으니까. 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절대 네 뜻대로 되도록… 놔두지 않겠어…
진부하게 굴지 마, 운. 무법지대 구석에서 먼지나 뒤집어 쓰고 살던 꼬맹이가 여기까지 온 게 누구 덕인지 네가 더 잘 알잖아.
내 손에서 천계는 새로 태어날 거야. 힘 없는 어린애일 뿐이던 네가 `꼬맹이 라이오닐`로 새로 태어났던 바로 그때처럼.
윽! 뭐, 뭐지? 이게 왜…
정말이네. 실험 삼아 만들어 본 것 치고는 꽤 효과가 있어.
너, 너는…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넌 그때 분명 죽었는데…?
죽길 바랐겠지.
크윽!
네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무엇 하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니…
우리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그렇군. 하하하. 그래.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 체인피스의 꼬맹이들을 살려두면… 위험…!
`끝났다.`
운은 천천히 총을 거두었고, 레베카는 어쩐지 쓸쓸한 표정이었다.
멀리서도 요란한 폭격 소리와 엉망으로 부서진 황궁의 전경은
아직 천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주었지만,
운과 레베카의 마음속엔 선선한 바람 한줄기가 찾아들었다.
사령관님, 이제 됐습니다. 이제…
모험가님, 사령관님은 어디 계십니까? 하이람에 관한 내용을 보고드려야겠습니다. 레베카 님도 함께 가시죠. 이참에 사령관님과…
…모험가님?
모험가의 눈에 어린 슬픔이 운의 심장을 내리쳤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진 믿을 수 없었다.
사령관님!
운! 잠깐만요!
불길
모험가님, 운은 제가 쫓을게요. 곧 세인트 혼이 궁으로 갈테니, 모험가님은 그쪽에 힘을 보태주세요.
겐트 수복전에서 전투 중인 황녀파에 합류하기
---------------------------------{구버전}---------------------------------
네 놈이구나. 네 놈이었어…
말해 보거라. 대체 무엇 때문에 천계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냐? 대체 무엇 때문에 사사건건 방해가 되는 것이야!
진실로 네가 쫓는 것이 대의라 생각하느냐? 대의는 만들어지는 게다. 황좌의 주인 되는 자의 손에 몇번이고 다시 쓰여질 수 있는, 그저 허울뿐인 명분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오냐. 겨루어 보자. 영웅 노릇에 취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네 콧대를 내 손으로 직접 꺾어 주마!
<퀘스트 완료>
크윽… 감히… 웨인 가의 가주인 나를, 나 안제를… 네가 감히!
자, 잠깐… 저건…
용의 황제가… 다시 천계에…
거대한 그림자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드리우자,
하나 둘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모두가 제 눈을 의심하며 바라본 것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른 용 한 마리였다.
용은 황궁 앞에 유유히 내려앉고, 날갯짓 한 번으로 전쟁의 열기를 식혔다.
용의 등에 올라 앉은 에르제의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자태에
안제는 저절로 무릎을 꿇어 앉았다.
용의 등에서 내린 에르제가 천천히 걸어 제발로 황궁에 다다르기까지,
누구 하나 감히 그 앞을 막을 엄두를 못내었다.
욕심내어선 안되는 것, 감히 올려다 보아선 안되는 것을
갈망한 죗값은 모두가 달게 치르게 될 것이었다.
---------------------------------{개편}---------------------------------
정신 안 차리냐?! 콘!
중장님...
젠장, 비연은 또 어디...
모험가님!
잘 와 주셨습니다! 덕분에 마음 놓고 이 녀석을 치료하러 갈 수 있겠습니다. 가시는 길에 비연을 만난다면 곧 합류하겠다 전해주십시오.
네 놈이구나. 네 놈이었어…
말해 보거라. 대체 무엇 때문에 천계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냐? 대체 무엇 때문에 사사건건 방해가 되는 것이야!
하하! 우습구나. 진실로 네가 쫓는 것이 대의라 생각하느냐? 대의는 만들어지는 게다.
황좌의 주인 되는 자의 손에 몇번이고 다시 쓰여질 수 있는, 그저 허울뿐인 명분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
나 역시 황궁을 피로 물들이고 싶지는 않았으나 이것이 내가 찾은 `천계를 위하는 길`이다. 누구의 길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이 전쟁이 끝나고 나야 밝혀질 터.
허니 겨루어 보자. 영웅 노릇에 취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은 네 콧대를 내 손으로 직접 꺾어 주마!
<퀘스트 완료>
크윽… 감히… 웨인 가의 가주인 나를, 나 안제를… 네가 감히!
이, 이건 대체…
불길
타오르는 불꽃과도 같은 황제의 자태에 안제는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펼친 날개의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용을 바라보며
무기를 든 병사들은 전의를 잃고 몸을 숨긴 백성들은 숨을 죽였다.
천계의 백성들이여, 두려워 말라. 짐이 이 나라, 지벤을 지킬 것이다.
에르제가 한 손을 들자,
용은 에르제와 인사를 나누듯 머리를 낮춘뒤 하늘로 날아올랐다.
꿈이라 해도 믿기 힘든 풍경의 한 가운데,
에르제는 천천히 황좌를 향해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감히 그 앞을 막을 엄두를 못내었고,
욕심내어선 안되는 것, 감히 올려다 보아선 안되는 것을 갈망한 자들은
죗값을 달게 치르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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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궁
---------------------------------{구버전}---------------------------------
반란을 도모한 귀족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선례를 남겨선 아니 될 것이니, 남김없이 모두 참형에 처한다!
---------------------------------{개편}---------------------------------
반란을 도모한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오만이 자아낸 그들의 만행을 만백성이 알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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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펴고 황좌에 앉은 에르제의 목소리가 궁안을 우렁우렁 울려왔다.
빈 술잔처럼 덩그러니 앉은 안제는 순순히 끌려갔고,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귀족들이 앞다투어 고개를 조아렸으나
---------------------------------{구버전}---------------------------------
그 목숨을 구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개편}---------------------------------
그들이 지은 죄의 중함은 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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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르겐은 아직인가.
유르겐 공이라면 화원정에 있을 거야. 아까 슬그머니 나와서 그쪽으로 가는 걸 봤거든.
사이러스와 함께 나타난 이자벨라는 당당한 미소와 함께 황좌 앞에 섰다.
그녀를 내려다 보는 에르제의 시선엔 미동이 없었다.
봤는데 반갑다고도 안 하니? 너 없는 동안 이곳에 있는 나도 참 힘들었는데.
난 네가 돌아올 줄 알았어, 에르제. 귀족이래봤자 백성인데, 그 주제에 감히 황녀의 자리를 넘볼 순 없잖아. 그치?
제국의 법도는 그리할지 모르나 천계의 법도는 그렇지 않네. 하늘 아래 모든 백성은 평등할 것이오, 그 백성이 있기에 황제가 존재하게 될 것이네.
헌데, 법도에 관해 말하니 궁금해지는군.
제국에서는 황녀가 황제에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을 법도로 삼는가?
어? 그게 무슨…
그대의 눈앞에 서 있는 짐이 천계의 `황제`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진 이자벨라는 벙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에르제를 바라봤다.
마계를 처음 봤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다르다. 달라졌다.
겁먹고 긴장한 티가 역력했던 어린 황녀, 에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짐이 황궁에 돌아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대와 제국의 병사들이 무던히도 노력하여 준 바가 있음을 안다.
이는 제국의 황녀인 그대가 천계를 알고 천계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내릴 수 있던 처사임을 안다. 그렇지 않은가?
화원정 뒤안길에서 사라진 네빌로 유르겐 찾기
다 끝났습니다. 아버지.
?!
용을 타고 날아오른 황녀님을 못보셨습니까? 겐트, 아니, 지벤의 모든 백성들이 황녀님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습니다.
가문의 사람들을 생각하십시오. 죽은 누이와 남은 형님들을 생각하십시오!
노스피스서 데려 온 사병들은 어디에 있느냐?
아버지!
이대로라면 유르겐의 성을 가진 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산채로 찢겨 버려질 것이다. 네 진정 그꼴을 보고 싶은 것이냐?
그것이 반역을 꾀한 값이라면 달게 치러야 할 것입니다.
반역이라 하였느냐? 그래. 네 누이가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해 가며 꾀한 것은 반역이었다. 웨인 가의 가주가 금고를 열어가며 취하려던 것은 반역이었다. 허나!
나 네빌로가 얻고자 한 것은 법이 바로 선 천계였다.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새것을 받아들여 천계라는 이름의 유구한 역사를 새로이 써 나갈 것이었단 말이다!
이 나라 천계에 필요한 것은 사제가 아닌 법제라 말씀하신 뜻에 지당하다 드린 말씀은 진심이었습니다.
허나, 세운 법을 가리킬 이가 노스피스의 저명한 귀족들 뿐이라면 하늘에 기적을 바라던 때와 다른 것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너는… 너만은 분명 이 아비가 가진 뜻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허니 군소리 말고 따르거라.
어린 황녀가 그리던 황좌를 찾아 방심한 지금, 웨인 가의 인장을 찾아 마지막 일을 도모한다면…
…그리 둘 수 없습니다.
에드윈.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총을 거두어라. 너는 나를 쏠 수 없어. 난 쓰러져 가던 유르겐 가를 일으킨 가주이자 하나뿐인 네 아비야!
누이는… 그리 보내셨지 않습니까?
!
끝까지 모를 줄 아셨습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십시오. 아버지께서… 정녕 아버지께서 멈추지 못하시겠다면…
제가 멈춰드리겠습니다.
---------------------------------{구버전}---------------------------------
으윽… 에드윈, 네가 내게… 어찌…
---------------------------------{개편}---------------------------------
으윽… 에드윈, 너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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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완료>
자백
저는… 반역의 죄를 지은 유르겐 가의 자손이자, 그런 아비를 제 손으로 죽인 악한입니다. 몇번을 베어 죽여도 시원치않은 죄인이니, 부디 이 자리에서 목숨을 거두어…
제가 너무 늦었군요.
두손을 떨며 죽음을 청하는 에드윈의 뒤로 짧은 단발의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다는듯
여인은 쓰러져 있는 네빌로를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에드윈. 누구의 아들이든 무슨 짓을 저질렀든 당신 역시 천계의 백성입니다. 황제 폐하께선 천계 백성의 목숨은 다 똑같이 귀하다 하셨어요.
그러니 진정으로 죗값을 치르고 싶거든 그 귀한 목숨 당신 멋대로 버릴 생각 말고 황제 폐하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세요.
에드윈은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어떠한 처벌이든 달게 받지 않을 수 있을까.
둘을 바라보며 멀거니 서 있는 자가 모험가라는 것을
알고 있던 여인은 반듯한 눈을 들어 말을 이어나갔다.
모든 정황을 목격하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저와 함께 황제 폐하께 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황녀 에르제를 만나 화원정에서 본 것 이야기하기
<퀘스트 완료>
황제 폐하, 말씀드린 자가 이 자입니다. 에드윈은 노스피스에 갇혀 있는 동안 저의 연구를 도와주고 이렇게 겐트로 도망쳐 나올 수 있도록 살펴주었습니다.
그 역시 유르겐 가의 핏줄이나, 그의 손으로 직접 아비를 단죄하였으니 폐하에 대한 역심을 가지고 있지 않음은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아비를 단죄하였다 함은…
모험가님 역시 그곳에 계셨으니 알고 계실 겁니다.
모험가는 네빌로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던 순간을 떠올리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더 묻지 않고 생각을 고르던 에르제는 꽉 쥐고 있던 손의 힘을 천천히 풀었다.
죄를 물어야 하는 자였다. 허나 그 이전에 천계의 섭정이었어. 짐에게는… 그자에게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폐하, 죽여주십시오.
아비와 누이가 지은 죗값을 죽음으로 치르겠다는 것인가?
아닙니다. 저는 제가 지은 죗값을 치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침묵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천계를 바꾸겠다는 뜻을 키우실 때, 뜻에는 날이 없어 품고만 계시다면 해가 되지 않으리라 여겼습니다.
유르겐 가의 가주 자리를 놓고 누이와 다투게 되었을 때, 마주칠 손이 없다면 화를 부르지 않을 거라 여겨 그저 외면하고 숨기만 했습니다.
피하는 것이 능사라 여겼던 저의 안일함은 결국 아무 것도 막지 못했습니다. 누이를 잃었고 아버지를 제손으로…
허면 이제는 알겠구나. 두려운 것에 때로는 맞설 줄 알아야 하고, 맞서기 위해 때로는 잃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도 목숨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니, 짐이 기꺼이 벌을 내리겠다.
죄인 에드윈 유르겐은 명이 다하는 날까지 짐의 곁에서 속죄의 삶을 살라. 짐의 윤허 없이 그 목숨을 함부로 하지 말 것이요, 짐의 눈이 하늘을 향할 때 그 목숨을 아끼지 말고 충언하라.
`삶`이야말로 기꺼이 죽고자 하는 그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이 되지 않겠는가?
고개를 푹 숙인 에드윈의 쾌자 위로 눈물 자국이 어룽졌다.
풀썩, 무릎을 내리고 앉은 에드윈이 울음을 터뜨리듯 아뢰었다.
폐하께서 벌로 주신 목숨, 이 생 다하는 날까지 오직 폐하를 위해서만 쓰겠습니다.
황제 에르제
황제 폐하.
지친 기색이 역력한 운의 목소리가 궁안의 소리를 모두 잡아먹었다.
황제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던 에르제도
내내 기다려 온 소식 앞에서는 하릴없는 어린 아이였다.
대장군께서는 아직이신가? 전장을 수습하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좋으니, 짐을 먼저 보러 오시라 전하지 않고.
운은 대답 대신 황제의 발치를 향해 걸었다.
핏자국조차 씻어내지 못한 손에 들고있는 것은
잭터가 제 몸의 일부처럼 지니고 다니던 훈장이었다.
'나중에는 기쁠 때 울고 슬플 때 웃어야 하는 일도 생길 겁니다.'
'최고 사제가 아니라 황제가 되도록 하십시오.'
언제인가 어린 에르제의 눈을 보며 나직이 말하던 목소리가
어쩐지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전장에서… 가셨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실 수 없는 곳으로…
그토록 바라던 긴 휴가를 떠나셨다고, 그렇게 맺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나온 눈물이 목구멍을 틀어 막았고,
운의 손에서 빠져나간 훈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내는 소리가
에르제의 가슴을 기어코 찢어놓았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것이 전부였으나, 모두가 비통하였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황좌를 힘주어 잡는 에르제의 손은
더 이상 작지도, 여리지도 않았다.
힘을 가져야겠다. 소중한 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천계의 백성들을 지킬 수 있도록 더욱 강한 힘을 가져야겠다.
여봐라, 속히 즉위식을 준비하도록 하라.
이것으로 천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은 끝이 났다고, 모험가는 생각했다.
떠나는 뒷모습을 비추어가며 안녕을 말하기보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마음 편한 모험가는
속으로만 하는 인사를 남기고 남몰래 황궁 밖을 나섰다.
황궁을 빠져 나와 천계를 떠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
작별의 말조차 나누지 않고 떠나려는가? 그대라도 짐의 곁에 남아주지 않겠는가? 달라질 천계를 함께 지켜봐 준다면…
그래, 이러한 말들로 그대를 붙들수 없음은 알고 있네. 그대 역시 그대의 숙명을 따라 다시 먼 길을 떠나야겠지. 허면, 그대를 위해 준비한 짐의 작은 선물이라도 받아주지 않겠는가?
따라오게.
묘한 미소를 보이고 돌아선 에르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둡고 습한 황궁의 지하실이었다.
에르제는 소매에서 꺼낸 열쇠로 잠긴 문을 열며 설명을 덧붙였다.
전 최고 사제 벨드런 님께서 내게 선대의 유산을 하나 남기셨네. 이제껏 이것의 쓰임을 몰라 두었으나… 바로 지금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닌가 하네.
자, 이것일세. 이것이 천계 황궁에 남은 단 하나의 비공정이라네. 역사의 기록에만 남은 `선계`라는 곳과 교류를 할 적에 쓰였던 배라 하더군.
호롱불 빛에 희미하게 드러난 배의 실루엣은
세인트 혼보다는 조금 작지만 독특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은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나 내 세븐 샤즈에 명하여 그대를 위해 준비토록 하겠네. 그때까지만, 이 배가 완성될 까지만 천계에 머물러 주지 않겠나?
천계의 황제가 아닌 그대의 오랜 벗으로서 하는 마지막 부탁이네.
에르제는 '벗'이라는 말에 힘을 실으며 웃었다.
전보다 단단해진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모험가는 별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생긋, 기쁜듯 웃는 에르제의 미소는
천계 하늘에 뜬 단 한 개의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황제의 즉위식
다시, 아라드로
폐하께서 자네에게 하사하신 배의 이름이네. 황가의 보물이니 역시 황제 폐하의 성을 따…
하아. 대체 언제까지 떠들고 있을 거야? 지나 데오도르가 지젤의 빈자리를 채우면 세븐 샤즈란 명목이 날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안, 미안. 이튼에 연락을 하고 오는 길에 잠깐 샛길로 빠져서… 참. 나 대신 옵티머스 팩토리를 맡아줄 다음 소장이 결정되는 대로 페럴도 다른 세븐 샤즈와 같이 겐트로 오겠대. 세븐 샤즈가 만들어진 이유를 알 때가 왔다나?
세븐 샤즈 노릇은 질리도록 했으니까 난 좀 빼줘.
모험가, 마무리 끝났으니까 필라시아에 가봐. 황녀님… 아니, 폐하께서 배를 조종할 함장까지 준비하셨으니까. 누군지 궁금해?
폐하께서 내린 필라시아 호출기를 사용해봐. 실망하진 않을 거야.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이리 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척 기쁘옵니다. 소녀,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아 필라시아의 함장으로서 모험가님을 모시게 되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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