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내가 나아가는 길이 곧 신의 뜻을 행하는 길이라 굳게 믿었다.
그랬기에 다른 신념을 가진 자에게 패배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패배했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의 믿음은 진정 신의 뜻에 벗어난 적이 없었나?
혹여 신의 뜻에서 벗어났음에도 이를 외면한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나는 그저 싸움에 미쳐버린 싸움꾼이 아닌가?

나는 스스로 던진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자신에 대한 의심이 되었다.
잠시 머리를 비우고 싶었기에,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멈춘 걸음을 인지했을 때, 내가 서있던 곳은 나의 신념이 시작된 곳이었다.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멋대로 뿜어내던 연무장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나의 믿음에 확신할 수 없다.

"처음 만난 상황 그대로 다시 만나다니, 분명히 가르칠 수 있는 건 다 가르쳤는데 말이지."

익숙한 목소리에 이끌려 돌아본 곳에는 스승님이 벽에 기댄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반가운 얼굴이었지만, 스승님과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했다.
신을 향한 믿음을 증명하기는커녕, 다른 신념을 가진 자에게 패배해 버렸으니.
나를 믿어주신 스승님께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너. 착각하고 있구나."

그러나 스승님은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신 듯 말씀하셨다.

"네 믿음은 반드시 싸움에서 이겨야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신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싸움에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패배하는 것은 신의 뜻을 온전히 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께선 그저 나아가는 길을 지켜보실 뿐, 내게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으셨다.

비로소 고개를 들어 스승님께 감사를 전하고자 했으나, 이미 스승님은 자리에서 사라지신 후였다.
스승님이라면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셨을 것이고, 아마 내 반응을 보고 이미 안심하셨으리라.
서 있던 그 자리에서 나는 무릎을 꿇고 신께 기도를 올렸다.

신께 올린 기도가 닿은 것일까.
눈부신 빛이 나의 두 주먹을 감쌌다.
따뜻하고 포근했으며, 눈부시도록 환한 빛.
신께서 나를 바라보고 계셨으며, 앞으로도 나의 걸음을 지켜보시리란 반증이리라.
빛은 이내 주먹에 깃든 듯 자연히 사라졌고, 나의 마음은 비로소 마지막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신께 드리고 싶은 말을 나직이 읊은 후, 나는 연무장을 나왔다. 

"신이시여. 내딛는 모든 걸음에 당신이 함께하시니, 저는 그저 다음 걸음을 내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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