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라 후일담] 다시 돌아온 빛

[미카엘라 후일담] 다시 돌아온 빛


천해천에 자욱했던 종말의 힘이 사라지고
다시 빛이 드리운 지도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불길한 낌새는 없었지만, 이미 수많은 상흔이 남았기에
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나야 하는 이의 걸음은 무거웠다.



모르트르가 물러난 후의 천해천 이야기 듣기



모험가, 갈 길이 멀 텐데 여기까지 어쩐 일입니까.
아, 제 걱정을 하신 겁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제 안의 힘도 별마로도 더는 불안하지 않습니다.
성역과 함께 강림했던 천사들도 이제 본래의 빛을 되찾아 천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신께서는 그저 침묵하시지 않았습니다.
늘 곁에서 답하셨던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희생에는 수많은 이들의 의지와 정의가 있으며
우리의 걸음은 결코 혼자 걸을 수 없음을 말입니다.
오래전, 검은 성전에서도 이번 일에서도 그랬듯 말입니다.
...새삼 볼프간트, 밀란, 신야, 샤피로, 라미에르... 
그들에게 미안합니다. 제가 그들의 안식을 방해한 셈이 되었군요.
...네. 그럴 거라 믿습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은 반복되지 않게 할 겁니다.
저를 지켜보는 그들이 있고, 망설임을 일깨울 헤지타가 있습니다.
게다가 기꺼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미카엘도 있으며
함께 걸어줄 수많은 레미디오스 님의 화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모험가, 당신도 다음 걸음을 내딛으셔도 됩니다.
저는 이 별마로에서 저들을 지켜보겠습니다.
...모르트르는 물러났을 뿐, 사라진 게 아닙니다.
초월자들은 여전히 태초의 의지를 노리고 있습니다.
레미디오스 님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
아, 방금 아라드에서 오신 형제, 자매님들도 오셨었습니다.
이제 돌아갈 채비를 한다고 하시더군요.
당신도 인사를 나누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빛의 추종자분들과 함께 다녀가셨으니 같이 계실 겁니다.
잠깐. 모험가.
혹시 이곳에서 저와 같은 사도를 만나신 적 있습니까?
(...카시야스를 말하는 건가.) 
표정을 보아하니, 만나신 적 있으시군요.
그렇다면 그자의 검과 마주하셨겠군요.
낙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자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부단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게 이 세계의 위험이 되더라도 말입니다.
그자도 당신도 모두 나아가고 있습니다.
앞서간 걸음을 잡지 못했음에 좌절하기보다는
앞서갈 걸음이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셔야 할 겁니다.
그자도, 당신이 그 걸음을 이어갈 가능성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좌절하지 마시고, 부디 앞으로의 걸음을 이어가십시오.



성자께서 안정되셨으니 저희도 교단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선계... 이 낯선 땅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일들을 몇 번을 돌이켜봐도 믿기지 않아.
사도의 기운에 잠식된 성자를 막고, 성인들도 만나고...
고생도 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어. 많은 걸 배웠거든.
저희가 성인들의 의지를 이어받기엔 부족하단 걸 느꼈습니다.
교단에 돌아가서도 그분들이 보여주신 의지를 잊지 않을 겁니다.
루실. 그분이 안 보이시는군요.
먼저 떠나신 듯합니다. 별마로에서부터 못 뵈었습니다.
모험가도 만났으니, 우리도 서둘러야겠어.
저희는 우선 주교님께 이번 일에 대해 보고드리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여 다른 교단에 협력을 청하려 합니다.
루실 님이 계시니 카펠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캄파넬라도 클로체 님이 계시니 어렵지는 않을 거야. 문제는...
크리소스겠군요. 
그자들은 확실한 이득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괜히 황금의 교회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신을 믿는 자들이 실질적 이익을 앞세우다니, 믿기지 않는군요.
게다가 최근에는 연락도 뜸합니다. 무슨 꿍꿍이인지...
설득해 봐야죠. 황금이나 권력보다 더 소중한 게 있다는걸요.
두 분께는 죄송합니다. 남아서 도와드려야 했는데요.
아닙니다. 이제 남은 일은 저희의 몫입니다.
지난 상처는 저희가 수습할 테니, 부디 미래를 준비해 주세요.
다행히 천해천 전역에 퍼져있던 종말의 힘은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힘에 잠식된 장소나 사람들의 피해는 남아 있습니다.
빛의 추종자들도 다수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후유증이라면?
많은 후유증이 있지만 대표적인 건 기억의 오류겠네요.
심하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양연도 모든 걸 잊었어요.
다시 만났을 때, 제 이름을 부르긴 했지만, 금세 잊어버렸어요.
아무래도 그 힘을 담았던 그릇이었으니... 어쩔 수 없겠죠.
그래도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에요.
기억은... 다시 좋은 기억으로 채워주면 되니까요.
몇몇 형제님은 자신이 신을 배반했다는 것에 괴로워하고 계십니다.
그분들은 베리디쿠스 님이 직접 나서서 보살펴주고 계세요.
성자 님이 보여주신 믿음의 행보를 전해주시면서요.
베리디쿠스 님이 형제님들을 돌봐주실 동안,
비올렌티아 님과 카리타 님은 성화와 종탑을 살피고 계십니다.
제단에서 다시 모여 기도를 올릴 날을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그날에 베리디쿠스 님이 전하실 희망과 믿음은
더 이상 거짓이 아니겠죠.
...크리테스 님이 함께하시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우리가 온전히 광휘를 찾으면, 분명 그분께도 빛이 닿을 겁니다.
모험가님은 자비의 나침반으로 이동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노아 님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역설의 미궁 주변에 남아 있는 잔당을 처리하고 계실 겁니다.
그럼, 저희는 아라드에서 다시 뵙죠.



틀어져 있던 힘의 순환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어요.
...아드라스 님?
...아, 미안해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날 이후에 생각이 많아지신 것 같아요.
...우리의 계시는 성자를 무사히 별마로까지 데려가는 거였죠.
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성자의 행보를 지켜봤었죠.
그리고 그 성자의 행보에 우시르께서 직접 함께하셨죠.
...아드라스 님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시는 거군요.
이번에 우리는 그저 안내자였지만, 언젠가는...
아니, 머지않은 날에 우시르를 따라 검을 들어야 할 거예요.
초월자가 또다시 내려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일단 우리도 돌아가요.
앞으로 이 세계에서 우리 자매들의 역할을 고민해 보죠.
모험가님께는 인사하지 않아도 될까요?
그리고... 인연이 닿는다면 머지않은 시일에 다시 뵙겠죠.



모험가님! 혹시 용병단의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
아, 저를 도와주러 오신 거였군요.
다행히 이곳도 점점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한동안 종말의 피조물과 바니타스 잔당들이 몰아치긴 했습니다만,
이곳 용병단을 비롯해 하늘탑의 마법사와 유랑의 여행자까지
모두 힘을 합쳐 그들과 맞섰습니다.
다행히 종말의 힘이 잦아들면서 세뇌가 풀렸는지 
도망치는 자들도 생기고, 힘이 약해지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몇몇 분들의 말로는 곤란할 때마다 
서리처럼 차가운 안개의 힘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도와줬다더군요.
(이카인가?)
덕분에 지금은 대부분의 잔당은 처리한 상태입니다.
곧 이 일대에 대한 재건이 논의될 것 같습니다.
스크리본 님은 다시는 바니타스 같은 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소외당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일대가 그런 곳이 될 것 같습니다.
(소외당한 이들을 돌본다...)
여기는 괜찮으니, 자비의 나침반에 가보시죠.
베르길리아 말로는 거의 복구를 끝냈다고 합니다.
거기서 켈돈 자비 님을 돕는다고 합니다. 가보시죠.



정말 저희와 함께 가시지 않을 겁니까?
종말의 힘이 사라졌어도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합니다.
저희를 몇 번이나 구해주신 은인을 두고 갈 수는...
은인... 그런 말은 나랑 어울리지 않아.
뭘 바라고 한 짓이 아니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난, 혼자가 편해.
정 뜻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이걸 드리겠습니다. 하늘탑 마법사의 증표입니다.
천해천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이걸 보여주시면 될 겁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피우, 페카토르.
...너희였어도 이렇게 했겠지?
...함께 가자. 계속.



자네, 왔는가.
모험가님! 오셨군요.
아, 제가 여기 있어서 놀라셨나요?
켈돈 자비 님을 도와서 나침반 복구를 하고 있었어요.
기계 마법에 대한 가르침도 받고 있고요.
괜히 하늘탑의 대표 마법사가 아니더군. 이해가 빨라.
칭찬해 주시니 더 열심히 해야겠는걸요.
몰락의 다리에서 오는 건가. 그쪽은 어떤가.
바니타스... 그들의 흔적이 사라지겠군.
룬디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가.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닐세.
하지만... 좀 더 신경 썼다면 달라졌을까 싶긴 하네요.
이미 각오를 마친 자를 설득할 방법은 없네.
로페즈도 그러했고.
...그들의 방법은 틀렸지만, 그들이 원하던 세상은 오고 있네.
안개에 의존하지 않는 세계...
그리하여 모두가 공생하는 세계 말일세.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마이어도 늘 그런 생각이었겠지.
...달라지는 세상을 못 보고 간 건가. 그 친구는.
아쉽군...
...개인적인 감상은 여기까지만 해야겠지.
모험가, 마침 자네에게 할 말이 있었네.
그레이슨이 모두를 찾네. 전해줄 말이 있다고 하네.
그 자리에 자네도 꼭 왔으면 한다더군.
여긴 저에게 맡겨주시고 두 분 다녀오세요.
그럼 출발하지.



모험가님, 켈돈 자비 님. 오셨군요!
다른 분들은 도착하셨는가.
슈므... 아니 슈므 님과 에르곤 님만 도착하면 됩니다.
다행히 우리가 늦지는 않은 것 같군.
최후의 성지는 좀 어떤가.
워낙 피해가 컸던 터라 하루아침에 해결되진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아지고 있습니다.
안개의 마력도 돌아오고 있고, 중력 왜곡 현상도 나아져 비공정도 운행하고 있습니다.
파괴되었던 별거북 대서고 내부도 기록지기 분들이 나서서 챙기고 계시고요.
잠시 수련을 멈췄던 마법사들도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커다란 빈자리가 있긴 하지만요.
모험가 공! 먼저 와 계셨소이까!
서, 설마. 소인이 늦은 것이오이까!
...천해천 길이 정말 오랜만에 열리지 않았소이까.
그래서 잠시 길을...
오랜만이군. 모험가. 켈돈 자비.
왔는가. 에르곤. 먼 걸음을 했군.
그의 걸음에 비하면 티끌도 미치지 못하네.
그나저나 우리가 늦은 건가.
제시간에 오셨습니다. 에르곤 님.
슈... 슈므... 님...
로메우 공. 왜 존대하시오이까?
엄연히 땅지기니까...
참, 대우해 줘도 뭐라 하네!
후후. 로메우 공은 그게 어울리오이다.
......
오랜만에 만나니 이제야 실감이 나오. 정말 반갑소이다!
나도 반갑다. 슈므.
모두 모이신 것 같군요.
그럼 그레이슨 님을 모시고 올게요.



노부의 부름에 기꺼이 응해 주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실례를 무릅쓰고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이 자리에 모셨소.
참으로 긴 시간이 지났소이다. 
한 사람의 기다림이 있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걸음이 이어졌소.
그 걸음은 끝내 우리의 땅에 다시 빛을 선사했소이다.
...그 한 사람.
마이어 님은 오랜 계획을 마치시고 안식에 드셨소.
남은 우리는 그를 위해, 돌아온 빛을 위해...
걸음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오.
또 다시 어둠과 이면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오.
곧 사라질 이 노부를 대신하여 이를 기억해 줄 수 있겠소이까. 
그리하여 이 세계를 지켜줄 수 있겠소이까.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마음에 새기겠소이다.
켈돈 자비 님, 에르곤 님.
부디 저희가 마이어 님의 의지를, 지난 고통과 과오를
잊지 않도록 함께해 주시길 청하옵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항상 함께하겠네.
마이어를 대신해서라도 말이지.
부족한 이의 청을 들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모험가, 공에게도 청이 있소.
성자께서 긴 고뇌 끝에 홀로 모든 걸 짊어지려 하셨다고 들었소이다.
하지만 이는 비단 성자의 일만이 아닐 수 있소.
거대한 운명에 있는 공에게도 분명 같은 고뇌가 찾아들 터.
그 순간이 오거든 부디 이번에 함께 걸었던 걸음을 떠올려주오.
그리하여 홀로 짊어지지 않겠노라. 이 노부에게 약속해 주겠소?



에르곤 님과 그레이슨 님은 로메우가 모시고 갔네.
두 분이서 따로 이야기를 더 나누신다더군.
켈돈 자비 님은 나침반으로 돌아가셨고.
저는 자비의 나침반이 출발할 때 같이 가려고요.
소인도 그러하오.
그럼, 잠시 시간이 있겠군.
안 그래도 두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천해천의 길이 다시 열렸으니, 우리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네.
각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 도울 방법을 찾아보죠.
하늘탑의 마법사가 중천에 파견되거나,
중천의 기술자들이 천해천에 파견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안개의 마력은 학자 지구의 도움을 청하겠소이다!
이제 제법 땅지기 같구나. 슈므.
노, 노력했소이다.
이럴 게 아니라 우리도 따로 회의를 해보는 게 좋겠군.
마침 대서고에 들려야 하는데 그곳에서 마저 이야기 나누실까요?
좋네. 나도 그곳에서 확인할 게 있기도 했네.
그럼 모험가, 나중에 다시 보세.
곧 따라가겠소!
모험가 공. 잠시 전해줄 게 있소이다.
슈므가 주머니에서 구겨진 쪽지 하나를 꺼내 건넸다.
펼쳐보니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이었다.
(그림?)
뒷면에 글씨가 있소.
뒷면에는 앞면과 달리 어른스러운 글씨체로 적힌 편지가 있었다.
안녕, 모험가. 그 엄청난 전투를 무사히 마쳤다며?
고생이 많았어. 이제 곧 얼굴 볼 수 있겠네.
그런데 이 말괄량이 친구가 그 잠깐을 못 참겠다고 해서 말이야.
아래부터는 이 녀석의 말을 그대로 옮겨적은 거야.
좀 시끄러울 수 있어. 각오해.
모험가! 어디냐! 왜 오지를 않냐!
얼마 전에 하늘꼬마가 꿈에, 아니 꿈이 아닌가! 하여간에! 
그 녀석을 만난 후로 내가 이상해졌다! 고장이 나버린 것 같다!
모험가 공, 웃는 것이오이까?
무슨 일인지 소인도 좀 알려주시면 좋겠소이다



<퀘스트 완료>
(모두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어.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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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피시 대사집 - 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