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살고자 한다.
길어진 갈증에 혀는 버썩 말라가고 두 눈이 씀벅인다. 분통이 터져 발을 굴러도 마른 가지처럼 버석한 것은 힘이 없다.
너는 차라리 '마계'를 그린다. 썩 성에 차지 않는 양의 에너지를 삼킬 때, 들썩이는 너의 등에서 나던 쇳소리를 생각한다.
누군가 실수로 쏟아놓은 적막이 갈라진 땅 위, 해무가 되어 깔리면 조용히 뒤척이는 기척에도 떨던 놈들을 생각한다.
감흥없이 지나간 얼굴들을 생각한다. 젖은 낙엽처럼 들러붙던 '사도'란 이름을 생각한다. 이윽고, 그 얼굴을 떠올린다.
너는 화를 참아내지 못한다. 괴성을 지른다.
혀뿌리에 비릿한 쇠맛이 돈다.
향기에 반응한 벌레들이 움직인다. 차올랐던 너의 숨이 천천히 잦아든다.
너는 살고자 한다.
몇 번을 찢어 죽여도 악착같이 돋아나는 멍청한 미물들에 당할 수 없다. 오늘에야말로 놈들의 씨를 말려주리라고, 너는 생각한다.
귀를 기울인다. 굴 속을 헤매는 발소리가 여럿이다. 너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앉는다. 아니, 흩어진다. 연기가 되어 동굴 천정을 쓸어내린다.
빛줄기 하나도 허락치 않는 매정한 허공. 너는 손톱으로 돌벽을 버걱버걱 긁는다. 견디지 못한 손톱이 젖혀지면, 살갗을 찌른다. 파고든다.
너는 오늘 네가 죽을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너는 살고자 한다. 정신이 담길 그릇을 찾아 오래 떠돈다. 오래, 더 오래 떠돌며
너는 생각한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되찾으리라. 홀로 받은 것을 되갚으리라.
무(無)가 되었으니 형(形)이 되리라. 모든 시간에 존재하리라.
문득 처지가 서러워질때면 너는 다시 그 얼굴을 떠올린다.
'사도는 사도를 죽일 수 없다.' 그말이 네게는 꿈과도 같다. 차라리 죽여달라 울며 비는 얼굴을 상상하고, 상상하고, 상상하며 버틴
너는 마침내 일곱을 본다.
부활!
너는 비로소 이룰 것이다. 그 어떤 난관도 너에겐 여흥일 뿐.
거대한 폭풍으로 일어나리라. 넘치는 힘을 풀어 헤치며, 폭발하며, 터뜨리고 솟구치고 휘두르며
깨어날 것이다! 겁을 집어먹은 놈들의 눈동자에 너의 위용을 심어주고
몰아칠 것이다! 이 세계의 척추를 타고 올라 그리던 오아시스에 다다르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마시리라!
바다 밑 하늘에까지 너의 뿌리를 내리라!
한때 너는 살고자 했다. 그러나 보다 원하는 것이 생겼다.
꽃향기를 맡은 벌레들이 줄기를 기어오르며 너를 오래 간질인다. 그 바람에 너는, 너조차 모르는 순간에 너는
슬픈 미소를 짓는다.
무아의 시로코 - 레베체
기억의 팔을 베고 가만히 눕는다.
금세 더운 에너지가 발가락 새를 채우고 든다.
쭈욱, 꿈결 안으로 다리를 뻗어내면 그는 곧 뿌리가 되어
별이 품은 힘을 여한없이 삼키어 낸다. 벌떡이는 혈관. 깨어나는 감각.
목젖을 태우던 갈증이 가시고 나면, 보다 느긋해지리라.
두 팔을 땅 깊숙이 박아넣고 가지를 내리라. 더 멀리, 안으로, 안으로…
마침내 닿으리라. 안개처럼 자욱한, 입안처럼 뜨뜻한 별의 숨통. 별의 부아.
그안에 몸을 풀어 놓으면, 그래, 나조차 나를 잊고 누리던 곳에서
나는 비로소 '만개'하리라!
찬바람이 등허리를 베어 물고 난다.
그 바람에 선잠을 깬다.
살갗에 닿는 땅이 얼어붙은 듯 차다. 꿈은 사라졌고, 기억은 흩어졌다.
긴 한숨이 과거의 조각을 뒤섞고 만다.
무릎을 곧추세우고 얼굴을 묻는다. 아득히 멀어지는 의식의 저편, 내가 있던 곳.
돌아갈 수 없다 해도 꿈을 꾸리라.
변이의 세계, 주알라바돈을.
무념의 시로코 - 레스테
흩어졌던 사념 속에서 너희를 보았다.
죽고, 죽이고, 탐하고, 빼앗고, 욕망하고, 또 욕망하고…
삶에 대한 집착이, 힘에 대한 갈망이 한낱 부스러기 같던 나의 사념을 부풀려
나의 아이들이라 불리기엔 너무도 추접하게 일그러뜨린 것을 보았다.
순진한 너희들은 그저 계획의 희생양일 뿐이라고, 잠깐이나마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을 베고 찌르고 살육하며 얻은 힘으로 아량을 베풀듯 세계를 구한다는 너희를,
영웅 행세에 취해 악행을 벌이면서도 나를 가리켜 불의라 하는 너희를 보고 나니
참 많은 것이 쉬워졌다.
눈앞에 닥친 상황을 꿰메어 깁느라 누더기가 되어가는 판은 몰랐겠지.
살려둔 자만이 건넬 수 있는 감사에 적잖이 우쭐대며 기뻐했겠지.
두렵지 않았겠지. 이미 몇 명의 사도를 상대한 몸이니.
내심 기대도 했을 것이다. 다음, 그리고 다음을.
그러니 말은 바로 해야지.
너희들은 정의가 아니다. 살의(殺意)다.
이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와 다를 것 없는 괴물.
너희에게 별 감정은 없다. 조금 우습긴 했지만, 그것도 거기까지.
그러니 오해는 말기를. 내가 너희를 죽이는 것은 그냥…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의 시로코 - 길리
일곱의 그릇으로부터 사도가 나니 모든 일의 시작이 그러함이라
사도가 몸을 이룬 일곱을 보니 그간의 일들이 생생히 떠오르매 사도가 그들의 혼에 대고 이르길
너희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내리고자 하니 각자 생에 저지른 죄악을 고하라 내가 그것을 집어 삼켜 힘에 쓰리라
죽음 곁에서 생을 일군 이가 이를 듣고 나서서 가로되 저의 죄악은 이러하나이다
뒤늦게 깨달았나이다 반드시 예언을 가르고자 하였으나 저의 아둔함으로 계획의 일부가 되었나이다 하니
사도가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며 이르되 내가 원하노니 지혜를 가지라 하니 즉시 그의 머리만 남더라
죽음의 고랑을 채운 이가 이를 보고 나서매 저는 무엇도 지키지 못했나이다
먼 과거 뜻을 함께한 동료들이 죽어 나갈 때 홀로 살아남았나이다 딸처럼 아끼던 아이마저 제손으로 거두었나이다 하니
사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르되 내가 원하노니 지킬 힘을 가지라 하니 즉시 그의 이마에서 뿔이 돋더라
땅을 헤집어 죽음을 쥔 이가 서둘러 나서 고하니 저는 친우의 손에 죽었나이다 그의 눈에 거짓을 담아 피를 흘리게 하고 두손마저 설움으로 적셨나이다 하니
사도가 고심하여 이르되 내가 원하노니 자유를 잃을지어다 하니 즉시 그의 배에서 집이 나더라
죄악을 고하는 소리는 이후에도 이어졌으니 사도가 흡족해하며 그들의 업을 삼키었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이 새긴 이만은 나서지 않더라
사도가 괘씸하여 이르길 너는 어찌하여 입을 열지 않고 있느냐 너는 진실로 저지른 죄악이 없는 것이냐 하니
죽음이 새긴 이가 답하길 죄악이 있다면 너희 사도에게 있느니라
사도가 듣고 너는 두렵지 않으냐 하니 죽음이 새긴 이가 답하여 말하길 내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를 내가 두려워 할 이유가 없느니라
마침내 사도가 일어나 모두의 앞에 명하니 오냐 고할 것이 없는 자는 영영 고하지 못하리라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에 숨어 살리라 숨어서 무언의 곡을 하다 제풀에 지쳐 죽으리라
사도가 무리를 흩어 보내고 성에 오르니 거기서 남은 일을 행하게 되리라
게이트
"저곳에 원래 저런 문이 있었나요?"
줄곧 하늘성 입구를 통제해 온 제국의 군인들은 새삼스레 닫힌 '문' 앞에서 어쩔 줄을 몰랐다.
타오르는 자색의 불꽃, 그 빛에 어슴푸레 드러난 '문'의 윤곽은
먼 옛날 하늘성의 주인이었다는 어느 사도의 위엄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기록 속의 사도는 죽었고, 문 너머에 웅숭그린 또 하나의 사도 역시 제국의 칼날에 숨을 거둘 테니까.
하지만…
"일단 황녀님께 보고하지."
제국에 대한 충성심보단 살고자 하는 본능을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문을 향해 등을 보인 그 순간, 성급한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
땅을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문'이 눈을 뜨고 말았다.
"누가 감히 하늘성을 침범하는가!"
백수왕 운조
하늘성을 타고 오르는 강자들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절망의 탑에서 느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전율이 척추를 따라 뻗어내린다.
사도 시로코의 힘을 받아들이고 난 뒤, 나는 달라졌다.
날카롭게 곤두선 감각. 팽팽하게 당겨진 두 다리의 힘줄.
벌떡이는 심장. 가쁘게 따르는 숨. 전신을 휘도는 피.
그리고 본능.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수련의 장이 아니다. 사냥할 먹이다.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원하는 현무가 낮은 소리로 굶주림을 토할 때마다,
그 시선이 나의 목덜미에 송곳니처럼 박혀 올 때마다
나는 되새긴다.
힘! 오직 백수(百獸)를 찢어 발길 힘을 가진 자만이 그들의 `왕'으로써 군림할 수 있음을!
오거라. 너희의 시체를 현무의 먹이로 던져주고 되살아난 사도를 지켜내리라!
맹수의 포효와 뒤섞이는 비명 속에 예언은 반드시 빗나갈 것이다!
"하하하! 그러니 조금만 버티라고. 멋진 걸 보여 줄 테니."
떠도는 구루미
저는 지금 하늘성에 와 있습니다.
흩어진 사도의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마법진을 만들기 위해서지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도를 잡겠다고 혈안이 돼있는 연합군도 연합군이지만,
진짜 제 속을 썩이는 골칫덩이는 따로 있거든요.
그 녀석을 처음 본 건 하늘성 4층 제일 끝방에서였습니다.
그 방 마법진이 자꾸 망가지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기둥 뒤에 숨어 동태를 살피던 중이었죠.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범인이 나타났습니다. 아니, 구름이 나타났습니다!
뭉게뭉게 떠도는 보랏빛 에너지 덩어리를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구름인 줄 알 겁니다.
사도로부터 떨어져 나온 녀석인 것 같은데, 도통 말은 안 들어먹고 마법진에 머리를 박아대니
그 녀석을 어떻게든 처리하는 것도 제 일이 돼 버렸습니다.
특별한 생각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왜 자꾸 하늘성 밖으로 나가려는 걸까요?
뭐, 어차피 사도가 힘을 되찾으면 녀석도 사라질 테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겠죠.
아, 그나저나 거기는 어떻습니까? 솔도로스 님은 마계에 잘 도착하셨습니까?
ㅡ 절망에서 내려온 그림시커의 편지 중에서
터뜨리는 트라, 흡수하는 타나
타나, 저기 봐. 누가 왔어.
누구지? 처음 보는데. 만약 인간이라면…
뭐 어때! 재밌을 것 같은데. 가서 같이 놀자!
그치만… 분명 싫어할 거야.
누가?
알잖아.
잠깐은 괜찮아.
그때처럼 또 산산조각 나면 어떡해?
그럴 일 없게 우리가 저들을 붙잡아 놓는 거야.
꽃에 가까이 갈 수 없게?
꽃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트라, 저들을 믿는 건 아니지?
허튼짓을 하면 터뜨려버릴 테니 걱정 마.
그거라면 언제든 내가 도와줄게.
좋아, 그럼 정한 거다? 트라몬타나 전~진!
잠깐만. 조심 해. 같이 가!
마탄 6 레이나
그분이 향하는 길이 진리이고 진실이리라.
그분은 절망 속에 유일하게 빛을 뿜던 질서였으며, 모두가 바라는 염원과 같다.
그 염원이 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면 이 한 몸 기꺼이 그의 탄환이 되어 산화할 것이니.
다짐은 신념이 되고, 망설임 없이 심연 속에 몸을 내던지리라.
이따금 심연 속 달콤한 뱀의 속삭임이 내면을 어지럽히지만,
상관없다. 그로써 한 걸음의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기꺼이 뱀의 혀에 놀아날 것이오, 맹수의 발톱이 되어 그분의 발자취를 지킬 것이다.
심연을 담은 탄환이 어둠을 가르고 헤매이는 자들의 심장을 꿰뚫는다.
죄책감은 발목을 잡는 덫일 뿐이니, 오직 그가 찾는 진리만을 쫓을 것이며
방아쇠를 당김에 한 치의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된다.
상대를 찾아 분쇄하는 나의 탄환은 그분의 칼날이며 세상을 가르는 함성이 되리니.
부디 이 방아쇠가 솔도로스님의 길을 밝히는 신호탄이 되기를…
잔훼의 로도스
금빛의 육체를 앗아간 힘은 걸을 수 있는 다리를 내게 주었다.
자유의 의지를 구속한 힘은 휘두를 수 있는 무기를 내게 주었다.
하늘의 성을 점거한 힘은 움직일 수 있는 마력을 내게 주었다.
그러나 진정 나를 눈뜨게 한 `힘`, 그 힘은 붉었던 나의 심장에 있다.
분노. 설움. 원망. 증오.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단단한 응어리로 빈 곳을 채운다.
성의 힘이 사라지고 허기를 채우지 못한 나는 껍데기가 되어 무력해졌으나
이제 뜨겁게 달아오른 감정이 때를 맞아 장대한 갑주가 되었으니
파괴한다.
성의 침입자여.
나를 얕본 나날들을 후회하게 해 주마.
매혹의 하니에르
어서 와요. 당신을 기다렸어요.
나를 봐요. 보고 싶었잖아.
환영의 경계를 넘어설 때부터 코끝을 간질이던 달콤한 향,
그 주인이 누군지 내내 궁금했잖아.
솔직해져요. 알고 싶은 게 정말 그것뿐이에요?
하고 싶은 게 정말 그것뿐인가요?
내 정체가 궁금하다면 이리 와 함께 춤을 춰요.
허공을 휘젓고 폭발하는 환희를 느껴봐요.
더 많이 원해도 괜찮아요. 줄 수 있으니까.
당신이 찾는 그녀는 이곳에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꿈이 아니에요.
하지만 바란다면 모두 꿈으로 만들어줄게요.
자, 모든 것을 잊고 나와 머물러요.
영원히 해가 뜨지 않는 몽환의 새벽에서.
먹어 치우는 거스티
아! 참으로 놀랍고도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제 구루미 녀석을 잡으러 갔다가 더 어마어마한 놈을 만났지 뭡니까!
아, 구루미는 지난번 편지에서 말씀드린 그 녀석한테 제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둥글게 뭉친 에너지 덩어리가 꼭 구름을…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이번에 만난 놈은 아주 악랄합니다.
평소에는 구루미와 비슷한 모양새로 위장을 하고 있지만 먹잇감이 다가오면 바로 본색을 드러내지요.
쩍 벌어진 아가리 사이로 뻗어 나온 놈의 본체를 마주했을 땐, 그 압도적인 공포에 어찌나 오금이 저리던지!
겨우 도망쳤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통째로 잡아먹혀 놈의 에너지가 되고 말았을 겁니다.
떨어져 나온 기운에서도 저런 괴물들이 태어난다니. 새삼스럽지만 사도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십시오. 마계는 그런 사도들이 우글우글 모여 살던 곳이 아닙니까.
아참. 그러고 보니 벌써 사도 하나를 만났다면서요?
그게 누굽니까?
ㅡ 절망에서 내려온 그림시커의 편지 중에서
시로코의 악몽
아니, 그럴 리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다 부서진 행성의 조각에서 비루하게 망가졌을 리 없다.
입속에 칼을 숨긴 계집에게 당해 차가운 땅굴 어딘가에 내던져졌을 리 없다.
하찮은 인간들에게 당했을 리 없다. 흩어졌을 리 없다.
아아. 원통함이란 바늘을 삼키는 듯하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지나버린 이야깃거리로 부풀려지고 일그러지다니.
사정없이 찢겨 형체조차 없이 부연 먼지처럼 떠돌았다니.
그럴 리 없다. 내가 그럴 리 없어.
그건 내가 아니다.
꿈이다!
그래, 분명 꿈이다.
한밤의 불청객. 어둠보다 짙은 어둠. 눈꺼풀 안에서나 보이는 세계. 얼기설기 엮인 순간의 왜곡. 모순. 거짓!
섣불리 내 안에 발을 들인 자여. 와서 두눈으로 직접 확인하라.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진짜 나의 모습을.
꿈 속의 올드 해그
쉬. 아가.
악몽을 무르고 여기 와 잠들거라.
두려워 말거라.
내가 보고 있으니.
여기는 만들어진 무형의 세계.
발버둥 칠수록 옭아매는 정교한 그물.
아가. 여기 그녀가 있단다.
네가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토하고 무의미한 저항을 반복하며 서서히, 아주 서서히
힘을 다할 때까지
그저 즐거이 지켜보고 있단다.
쉬. 눈을 감으렴. 너를 대신해 내가 울어주마.
눈물로써 너를 따르는 비극의 행렬을 끊으마.
그러니 가만.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저 소리를 듣거라.
너를 위해 준비한 영원의 안식.
그래, `죽음`이 오고 있단다.
록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 냄새. 이 기운. 검의 녹과 뒤섞인 찐득한 핏방울. 그 비린내.
기특하구나. 아직 죽지 않았다니.
그 짧은 사이, 하찮은 목숨을 내버렸다면 어딘가에 처박힌 네 시체라도 찾으려 했다.
썩다 남은 살점을 모조리 짓이기고, 뼈까지 조각 내어 네 후손에 먹이려 했다.
그런데 네 발로 직접 찾아와주니 기쁘기 그지없구나.
덕분에 수고를 덜었으니 선물을 주마.
그날, 그때. 네가 두고간 것이 있지.
네깟 놈 하나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계집을 너는 버리고도 잊어버렸지.
보아라! 네놈이 역한 생을 꾸역 꾸역 살아내는 동안 죽음조차 온전히 맞지 못해 고통받고, 고통받고, 고통받아온 계집의 모습을!
아아. 가엾기도 하지.
어딘지도 모를 곳에 혼이 붙들려 끝 모르는 죽음을 반복하는 것이 제 이름도, 얼굴도 기억 못 하는 머저리 때문이라니.
네 손으로 끝낼 기회를 주마. 나를 향해 휘둘렀던 건방진 칼날로 계집의 심장을 찔러보거라.
못하겠다면, 대신 네 것을 내놓아도 좋다. 계집의 손에 네 심장을 들려보내면 계집의 혼을 기꺼이 놓아주마.
자, 어서 선택하거라.
나의 자비가 허락하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
이름을 잊은 수문장
가려진 심연의 안갯속, 목소리를 들었다.
켜켜이 묻힌 기억의 덮개 아래 잠들어 있던 그를 깨우는 목소리.
그분이 나를 다시 부르시는구나.
전장의 화신이며 겁화의 상징이자 용족의 왕이신 나의 주군.
그분이 나를 다시 찾으셨구나.
터질 것 같이 휘몰아치는 이 광활한 에너지, 그분임이 틀림없구나.
헌데, 어째서 안개에 가리어진 듯 그분의 형상이 뚜렷이 떠오르지 않는가.
어째서 그분의 목소리가 물 위에 번지듯 흐릿하게 들리는가.
'지켜라...'
그래, 나는 하늘성을 지키던 자...
'지켜라...'
나는 소임을 마치려는 자.
모든 소임을 끝마치고 그분의 의지가 지상과 하늘에 닿을 때,
그때, 비로소 온전한 자리로 회귀하리라.
그대, 하늘성을 찾은 자여.
내 육신과 영혼이 갈기갈기 찢겨 소멸하기 전까지, 감히 하늘성 위를 올려다보지 말지어다.
안개 속의 암살자
분명 내 사지는 시로코에 의해 갈기갈기 찢겼다.
비명굴에 헛되이 목숨을 내던진 자신을 한탄하며 허망한 운명을 원망했다.
하지만 눈을 뜬 내 앞은 세간의 사람들이 떠들던 천국의 형상도, 지옥의 형상도 아니었다.
아니다, 끝없이 펼쳐진 무의 어둠… 이곳이 지옥이려나?
어쩌면 나는 아직도 비명굴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보다 더욱 짙어진 어둠과 침묵을 가르며 끊임없이 칼을 휘둘렀다
쉼 없이 걷고, 베다 보면 끝에 도달하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헤매고, 헤매이며 끝없는 어둠 속을 벗어나고자 허덕였다.
심해와 같은 어둠 속에서 아군은 없다. 철저히 혼자일 뿐.
서서히 잠식해오는 어둠이 시야를 가리고 정신마저 탁하게 흐트러뜨린다.
이제는 어디까지의 기억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상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다.
공격해오는 것은 베었고, 다가오는 것조차 베었다.
서늘한 심연 속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였다.
공의의 넥스 & 자비의 비타
나는 심연 속 피어난 요동치는 '생(生)'이라.
나는 심연 속 사그라지는 절망하는 '사(死)'이라.
나는 무형의 공간에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주관자이자,
이 공간을 지배하는 지배자이니.
하나와 같으나, 함께 할 수 없으며.
하나에서 탄생했으나, 빛과 어둠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이라.
무형의 하늘을 향하려는 자는 삶과 죽음의 저울 앞에 선택할지니.
무형을 헤매는 자들이여, 삶 속에 고뇌하라.
삶이야말로 영원한 심연 속을 헤매는 고통의 형벌일지니.
감히 하늘에 닿으려는 자들이여, 죽음으로 단죄하라.
죽음의 형벌이야말로 너희를 절망케 하는 마지막 결말일 테니.
너희는 삶과 죽음의 형벌 앞에 자만을 벗고 고뇌할지어다.
풍월주 비화랑
아젤리아 님. 문이 열렸습니다.
하늘을 반으로 가른 거대한 폭풍 속, 벌어진 차원의 틈 어딘가에는 그리운 나의 고향이 있겠지요.
허나, 이리 폭풍을 마주 보고 서니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내 오랜 숙원은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음을 알겠습니다.
나의 사명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나의 고향, 나의 세계를 예언으로부터 지켜내는 것, 그리고
눈 감는 순간까지 전하고자 했던 당신의 뜻을 이어가는 것.
모두의 기대와 염려 속에 솔도로스 님께선 마계로 향하셨습니다.
은거한 사도에 대해 전해 들은 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하늘성을 지키는 길을 택했습니다.
나 역시 이곳에 남아 생각합니다.
사도의 힘으로라도, 목숨을 몫으로라도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화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나라의 인재로, 훌륭한 장군으로 주어진 생을 살겠노라고.
그럼, 곧 다시 만납시다.
예언이 빗나간 곳에서.
진 웨펀마스터, 솔도로스
아직 사도 시로코가 쏟아낸 검은 기운으로 입은 피해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많은 병사가 죽었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부활한 시로코는 하늘성을 점거했고, 아라드와 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솔도로스라는 자와 그를 따르는 또 다른 그림시커들이 앞을 막고 있습니다.
하늘성에 자리 잡은 시로코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저들과 맞서야 합니다.
이제부터 저희는 앞을 가로막는 저들을 물러나게 하고, 하늘성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한발 먼저 '더 오큘러스'로 향할 생각입니다.
곧 심연에 잠긴 하늘성으로 향하는 배를 띄우고, 연합군과 함께 진격할 예정입니다.
저들이 모험가님을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모험가님이 나서기 전까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말이겠죠.
함께 해주십시오. 저들을 몰아내고 하늘성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험가. 왔어?
보다시피 입구에 잔뜩 모여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네. 하하.
저기 모인 모두를 합친 것보다, 한 사람의 기세가 엄청나군요.
바로 무리의 가운데서 정좌를 한 저 사람이에요.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저 사람이 서신을 보낸 '솔도로스'라는 사람일까요?
그래 보이는군요. 수쥬의 왕이시여. 마음속을 칼로 베고 나가는 듯한 기세로군요.
저 사람뿐만이 아니에요. 하나하나가 강한 자들 투성이에요. 수가 적다고 우습게 봤다가는 크게 당하고 말겠죠.
연합은 이미 사도 시로코라는 존재에게 크게 한번 패배했어요. 지금은 한 번의 작은 싸움이라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지금은 숫자만 믿고 달려들 수 없는 상황. 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도 신중하게 고민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도 시로코는 천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늘성을 오르고 있습니다.
앞에 산이 있다고 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태껏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합쳐서 큰 적을 몰아내기도 했습니다.
큰 상처를 입은 다음이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물러서면 뒤에서 바라보는 더 많은 이들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하하, 역시 대단한 분이시라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브왕가 형님.
웨펀마스터 솔도로스라... 오랜만에 손이 근질거리는군.
당연히 앞서 싸워야지! 이 밉살스러운 놈아. 도망칠 생각 말아라. 하하하
음...
도망치다니요. 그럴리가요. 하하하.
이봐 모험가. 너도 함께할 거지? 그럼 준비해볼까?
심연에 잠긴 하늘성 앞에서 솔도로스와 결투하기
진 웨펀마스터, 솔도로스
자네인줄 알고 있었네.
나오게. 마지막 대화를 나누세.
...
...준비 되었으면 가겠네. 받아 보시게나.
윽...
모험가는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온몸에 전해지는 강렬한 떨림에 일어서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아 버린다.
훌륭한 기량이로다. 하지만 아직 '그'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미치지 못하는군.
마음속의 그릇을 부수게. 그래야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을 수 있다네.
...!
이 순간을 잊지 말게나.
아젤리아. 당신이 보낸 유언은 잘 받았소.
나를 이어 '그'에게 대적할 훌륭한 칼날을 보냈군.
이 칼날을 연단하여, '그녀'와 '그'를 꿰뚫게 할 것이니…
우리의 방법은 서로 달랐어도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결국 같았구려.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괜찮으신가요?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모험가님은 기력이 모두 소진되어 있어요. 솔도로스라는 자의 공격을 한번 받아냈을 뿐인데...
이거 질려버리겠네. 도대체 저런 괴물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
......
방금의 싸움으로 연합군의 기세가 꺾였어. 그나마 다행이란 건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정도?
다시 웨스트 코스트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아니, 그렇진 않을 것 같군.
심각한 얼굴로 후퇴를 고민하는 반의 말을 끊은 아간조는 솔도로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붉은 옷을 입은 흑발의 무사가 홀로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가 보군.
기를 꺾은 다음에 협상이라... 머리 좋은걸?
가봐, 모험가.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
모험가는 떨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워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양얼에게 향했다.
양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훌륭했습니다. 이 대화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무엇을 깨우쳤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지난 만남 이후로 무엇을 깨달았는지 들려주시겠습니까?
가만히 양얼의 눈을 응시하던 모험가는 입을 열려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모습에 양얼은 옅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깨달았지만, 깨닫지 못했다... 경지를 보았지만, 말로써 표현하지 못하는군요. 이는 아직 진정한 깨우침을 얻지 못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이 패배한 이유죠.
당신과 절망의 탑에서 마주했을 때 솔도로스 님은 이미 성취를 이룬 뒤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성취를 보이지 않은 건 당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젤리아 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솔도로스 님은 긴 침묵에 들어가셨죠. 찾아오는 모두를 물러나게 하셨습니다. 아젤리아 님을 모시고 온 로이 님과 에리카 님 조차도 말입니다.
오직 단, 한명. 아젤리아 님이 유언을 맡긴 당신만을 만나기 위해서였지요.
궁금하셨겠죠. 분명히 그러셨을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당신과 '대화'를 했고, 뜻을 찾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화의 마지막에서 답을 찾았을 때, 그동안 이룬 성취를 작게나마 보임으로써 당신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이 왔습니다. 선지자와 그를 따르는 자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예언의 시간을 묶었습니다.
솔도로스 님은 이들의 목숨을 검 위에 담았습니다.
양얼은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어와 그의 흑발을 흐트러뜨렸다.
이천 년 전에 시작된 아젤리아 님과 솔도로스 님의 대화는 이제서야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 덕분에 말입니다.
당신은 아젤리아 님이 솔도로스 님께 보낸 마지막 질문이며, 대답입니다.
아젤리아 님이 선택한 솔도로스 님을 이을 칼날, 솔도로스 님께 연단 되어 '그'와 '그녀'를 찌르기 위해 선택한 칼날. 그것이 당신입니다. 지금의 당신이라면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접기
이 두루마리를 받아 주시지요. 이것이 당신의 길을 인도해줄 것입니다.
양얼이 낡은 두루마리를 모험가에게 전하고는 옅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두루마리를 따라가십시오. 그것이 깨우침에 이르게 해줄 겁니다.
저는 솔도로스 님과 둘이서 마계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분의 마지막 싸움을 이 두 눈으로 보고 기억해 전하기 위함이지요.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말입니다.
하지만 절망의 탑에서 내려온 또 다른 이들은 이곳에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대적하겠죠.
선지자를 비롯한 그림시커 신도들이 목숨으로 만들어낸 시간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생각은 달랐지만, 멸망의 예언을 막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였으니, 그들이 목숨 바쳐 만들어 놓은 소중한 시간을 단, 1초라도 더 지켜낸다면, 솔도로스 님은 '그'에게 한 번의 검격을 더 뻗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째서...
접기
사도 시로코를 쓰러트리려는 당신에게 깨달음을 주었느냐...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젤리아 님은 당신을 솔도로스 님의 뒤를 이을 칼날로 선택했습니다. 솔도로스 님도 당신을 선택했지요.
이 말은 이천년에 걸쳐 장대한 계획을 세운 그들조차도 '그'와 지을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성공한다면 다행이겠지요. 하지만 실패한다면...?
단지... 그뿐입니다. 우리의 계획이 실패하면 당신의 무기 위에 세계의 운명을 올려놓기 위함... 그뿐입니다.
접기
사도 시로코를 쓰러트리려는 당신에게 가르침을 주었느냐...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젤리아 님은 당신을 솔도로스 님의 뒤를 이을 칼날로 선택했습니다. 솔도로스 님도 당신을 선택했지요.
이 말은 이천년에 걸쳐 장대한 계획을 세운 그들조차도 '그'와 지을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성공한다면 다행이겠지요. 하지만 실패한다면...?
단지... 그뿐입니다. 우리의 계획이 실패하면 당신의 무기 위에 세계의 운명을 올려놓기 위함... 그뿐입니다.
양얼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며 마지막 말을 전해왔다.
당신은 당신의 뜻대로 움직이십시오. 우리가 만들어낸 시간을 늦춰도, 줄여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말고 뜻대로 하십시오.
이제 가야 할 때이군요.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운이 좋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안녕히.
접기
모험가는 양얼이 떠난 자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가 남기고 간 깨달음의 두루마리가 은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충돌
큰일입니다! 하늘성을 점거하고 잠시 멈춰있던 시로코가 다시 움직인다는 보고입니다.
중앙막사로 가서 하늘성을 오르는 시로코의 상태를 살피기
<퀘스트 완료>
으음... 벌써 힘을 전부 되찾은 건가? 서두르지 않으면...
시로코의 움직임은 어떻죠? 예상대로 천계로 향하고 있나요?
경악한 표정의 시선들이 한곳을 향했다.
하늘성을 집어삼킨 검보랏빛 기운이
역류하는 폭포처럼 하늘성을 오르고 있었다.
저런 걸 무슨 수로 막는다는 말인가.
카라카스가 뱉은 한숨이 파문처럼 사람들 사이로 번졌다.
그러나 잠시 후, 경악한 목소리가 한숨이 사라진 공간을 채웠다.
저, 저것 좀 보세요!
충돌
시로코의 발걸음이...멈췄어요.
게다가 방금 그 충돌로 시로코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군요.
대마법진이 시로코를...
이거... 어쩌면 비명굴 이후로 사도 시로코를 무찌를 기회가 한번 더 찾아온 것 같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게다가, 여기엔 그 때의 웨펀마스터들도...
그러고 보니 시란은 어딜 간 거지?
저도 수소문해봤지만 얼마 전부터 행방이 묘연하시더군요. 시란 아저씨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시겠죠.
흐음... 하필이면 이 시점에...
저걸 보십시오. 대마법진에 부딪혔던 시로코의 기운이 다시 한곳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성을 향했다.
하늘성으로 쏟아진 검보랏빛 기운은
점점 어떤 형태를 이루며 불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저건... '관' 같네요.
접기
관이라... 제 눈에는 상처입은 짐승이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접기
제 눈에는 상처입은 짐승이 몸을 웅크리고 숨으려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흥,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게다가 점점 강해지고 있소.
접기
(기운 속에 담긴 사념... 저곳으로 오라는... 건가...?)
윽...
아간조, 안색이 안좋은데 괜찮나?
접기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을 뿐이네.
그나저나 시로코가 힘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 이상 시간을 줘서는 안되겠군.
접기
...잠깐 머리가 어지러웠을 뿐이네. 그나저나 시로코가 힘을 회복하고 있는 상태라면, 더 이상 시간을 줘서는 안되겠군.
아간조 아저씨 말대롭니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겠군요.
시로코가 힘을 회복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하늘성을 올라야 합니다.
이곳에 모인 분들은 모두 연합군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분들. 하늘성을 빠르게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접기
여러분들이 앞장 서서 진입해주신다면, 사도라는 공포에 짓눌린 병사들도 용기백배하여 여러분들을 따라 하늘성 안으로 진입할 겁니다.
접기
여러분들이 선발대로 진입해주신다면, 저희는 이곳에서 후위를 지키며 여러분들을 따라 하늘성 안으로 진입하겠습니다.
스카디 여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많은 말들이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침묵 속에서도 눈빛을 통해 서로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로코가 향하고 있는 천계의 지벤 황국에도 큰 위기겠지요.
하지만 천계는 과거에 안톤이라는 사도와 맞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도 말입니다.
시로코는 대륙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녀가 발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하늘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신 여기 계신 모두가 동의하실 겁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완벽하게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벤 황국의 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여기 계시는 모두에게 천계의 지벤 황국과 협력할 것을 제안해 드립니다.
동의 하신다면 바로 산토리니에게...
역시 훌륭한 통찰력이시군요. 후후.
제국도 같은 생각이에요. 특히, 폭풍 주변에서 상주하고 있는 함선... '에를록스'라고 했던가요?
그 정도의 물건을 동원할 수 있다면 이번 전쟁을 쉽게 풀어 갈 수 있겠죠.
마침 우리 데 로스 제국은 지벤 황국과 동맹 관계에 있고, 여기 있는 발슈테트경은 직접 천계에 올라 그들과 친교를 맺었던 사이.
우리 데 로스 제국이 정식으로 지벤 황국에 서신을 보내도록 하죠.
네, 황녀 전하. 서신을 준비하겠습니다.
큰 도움을 주신 데 로스 제국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연합의 하나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후후.
(...공국이 천계와 직접 통하는 걸 견제하는 건가...)
접기
여러분들의 어깨에 아라드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후우,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이군요.
여기까지 와서 망설일 게 뭐가 있겠소. 준비되었으면 다들 출발합시다!
잠시만요!
잠시 막사 밖으로 나갔던 오베리스는 이내 검은 천으로 둘둘 말린 어떤 물건을 들고왔다.
오베리스님, 그건 교단의 성물인...
대주교 님도 허락하신 일이에요.
교단에서 가져온 '빛의 거울'이에요. 이걸로 모두에게 축복을 내려줄 순 없지만, 선발대로 가는 분들만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그럼 모험가님부터...
오베리스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거울을 감싸던 천을 벗겼다.
거울이 드러나자 오베리스는 거울의 유리면을 모험가에게 향했다.
(이건...)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거울 속에서는 광채가 쉴새 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거울 안에서 쏟아지는 광채는 모험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잠시 후, 광채가 사라지자 거울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모험가를 비추고 있었다.
진 각성 이전
접기
(몸이 가벼워졌어. 게다가 새로운 힘까지 느껴지고 있어.)
기분이 어떠신가요?
교단의 성물인 '빛의 거울'은 보는 이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타고난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물건이에요.
이걸로 신의 축복이 깃들고 모험가님 안에 잠들어있던 힘을 잠시나마 끌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진 각성
접기
(몸이 가벼워졌군. 하지만 그 뿐인가..?)
교단의 성물인 '빛의 거울'은 보는 이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타고난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물건이에요.
하지만 모험가님께는 축복만 내려진 모양이에요. 이미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죠. 후후.
싱긋 웃은 오베리스는 모험가를 지나쳐
거울을 들고 다른 이들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선발대를 모두 비추자 거울은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는 듯 금이 가더니
막사 안으로 들어오던 햇빛 속으로 흩어져버렸다.
어떻게 이런 힘이...
으음...
하하! 십 년은 젊어진 느낌이군. 마치 비명굴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 자,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정말 출발하세!
아낌없이 성물을 내어주신 교단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성을 오르시는 동안 모든 역량을 동원해 후위를 지원하겠습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심연을 오르는 여러분에게 부디 축복이 있기를.
연합군을 따라 하늘성 하층부를 오르기
휘유~ 옛날 생각 나는걸. 모험가, 너도 기억나지? 전에 올랐을 때와는 분위기가 딴판인데? 전혀 다른 곳이라고 해도 믿겠어.
저건...
비명굴에서도 느껴본 적이 있는 기운이군. 시로코의 파편들인가?
비슷한 기운을 가진 것들이 하늘성 여기저기에 퍼져 있네.
마침 갈림길이니 위로 올라가는 길을 서둘러 찾으려면 이쯤에서 두 패로 나뉘어 움직이는 게 좋겠군요.
교단의 프리스트분들은 하늘성이 초행이실테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곳의 구조라면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제가 웨펀마스터 분들과 함께 움직이겠습니다.
좋아, 결정됐다면 서두르세. 모험가는 우리와 함께 움직이면 되겠군.
<퀘스트 완료>
저건 뭐였지? 골렘?
낯익은 녀석이군요. 분명 한번 박살낸 것 같은데... 시로코의 기운으로 인해 되살아난 건가?
이름을 잊은 자들
저게 하늘성에 있던 골렘이었단 말이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앞으로 마주칠 적들은 시로코의 파편들만이 아닐 것 같군. 방금 그 골렘처럼 시로코의 기운을 머금은 존재들이 더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일세.
하늘성에서 쓰러진 존재들이 시로코의 기운을 머금고 일어난다라…
하긴… '그때'도 그랬죠. 시로코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비명굴의 다른 존재들 때문에 전력의 반 이상이 소모되었으니까요.
옛날 얘기는 그쯤하고 서두르세. 무엇이 가로막고 있든, 지금은 부수고 지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비명굴이라...)
연합군을 따라 하늘성 하층부에서 법칙의 관문을 통과하기
윽...
성을 오르려는 쥐새끼들이 더 있었나.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는다!
(...?!)
<퀘스트 완료>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느낌이 든다. 이 기분은 무엇이지?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 나는 이곳을... 지켜야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해...?
……
용의... 군주시여...
안타깝군요. 지켜야 할 것을 잊어버린 수문장이라니...
...남의 일 같지가 않군.
응? 무슨 소린가?
아무것도 아닐세.
……
성을 오르는 자들
방금 그 수문장이 저희말고도 성을 오르는 다른 이들이 더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이곳에 다른 사람들이 있을... 아!
반의 탄성에 모두가 하늘성 앞에 서있던
신검 양얼의 모습을 떠올렸다.
잠깐의 침묵 사이로 무거운 공기가 장내에 내려앉았다.
분명, '양얼'이라고 했던 그 남자는 절망의 탑에서 내려온 그림시커들이 더 있다고 했죠.
그럼 남은 그림시커들은 이곳에서 시로코의 파편들과 싸우고 있는 걸까요?
올라오는 길에도 딱히 전투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네. 조금 전에 수문장도 그들을 놓쳤다는 듯이 이야기했고 말이야.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는 더 올라가봐야 알 수 있겠지. 함정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
하늘성 하층부에서 성을 오르는 다른 자들과 마주하기
거기까지.
그 기운은...?
눈치가 빠르시군요.
성 안에 퍼진 사악한 기운을 받아들인 건가? 그래서 자유롭게 이곳을 활보할 수 있던거군.
이해할 수가 없군요. 어째서 그렇게까지...
글쎄요, 딱히 설명하기는 힘드네요. 사람마다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는 신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이렇게 한다고 해도 당신들을 막는 건 무리겠죠. 하지만, 잠시 걸음 정도는 늦출 수 있지 않을까요?
이봐요!
잠깐만요!
뭔가?
미약하지만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져요. 게다가 마력이 새지않게 일부러 숨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림시커가 도망친 방향과는 다른 곳인데...
4인의 대신관쯤 되면 마력도 다룰 수 있는 겁니까?
다루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물리적인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확실히... 그림시커의 행동도 뭔가 이상하긴 했네. 무언가로부터 시선을 돌려 우리를 유인하려던 거라면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군.
하지만 오히려 이쪽이 함정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가만히 서서 얘기해봐야 답이 나오진 않네.
나는 그림시커의 뒤를 쫓겠네. 자네들은 수상한 마력이 느껴지는 곳을 확인해주게.
이봐, 아간조!
끄응… 나까지 머리가 아파오는 기분이군.
...이쪽입니다. 서두르세요.
이건?
하아… 하아… 당신들이 여길 어떻게?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이 마법진은 또 뭐고?
……
순순히 얘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퀘스트 완료>
과연 강하군요... 역시 솔도로스 님이 자신을 이을 다음 칼날로 선택한 분 다워요.
...
쿨럭쿨럭!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보라색 덩어리들을 피처럼 토해냈다.
괴로운 기침소리가 고요한 성 안에서 한참이나 이어졌다.
역시 무리하게 받아들인 기운은 독이 되네요.
하지만, 아직…
이런... 놓쳐 버렸군. 번번이 발목을 잡을 것 같은 상대인데 말야.
중상을 입은 몸으로 이렇게 빠르게 도망치다니...
...한 발 늦은 것 같군.
그림시커의 마법진
아간조님! 어떻게...
시로코의 기운을 사용하던 그림시커의 뒤를 쫓던 중, 갑자기 그녀가 방향을 틀어 흔적을 놓치고 말았네. 그동안은 일부러 기운을 흘렸던 것인지, 작정하고 숨기니 성의 기운과 동화되어 구별하기 힘들더군.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오던 와중에 성의 어디선가 이상한 진동이 퍼져나오는 게 느껴졌네. 그곳에서도 한 무리의 그림시커들이 마법진을 둘러싸고 있었네.
이런 마법진이 더 있었단 말인가요?
그렇네. 무슨 마법진인지 알 수 있겠나?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주변의 기운을 모으는 마법진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모은 기운을...
하늘성 위로 보내고 있군요.
위쪽? 아...!
시로코의 회복을 돕겠다는 건가? 어리석은! 사도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도 모르고...
신경써야할 게 늘었군. 그림시커의 마법진을 찾아 더 이상 시로코의 기운을 위로 보내지 못하도록 해야하네.
그림시커의 흔적을 쫓으며 하늘성 하층부를 오르기
...시로코의 기운에서 태어난 몬스터인가?
위로 오를수록 기운이 더 짙어지는군. 다들 조심하게. 이제부턴 어떤 게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
레이나가 말한 외부인들인가? 미안하지만 그냥 보내줄 수는 없겠는데.
저 자도 시로코의 기운을 받아들인 모양이군.
하하, 힘이 넘칠 때 얼른 놀아보자구. 레이나만큼 섬세하게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말야.
오지 않겠다면 내가 먼저 가네! 너무 아프다고 울진 마시게.
<퀘스트 완료>
저 녀석, 아직 숨이 붙어있는데 처리하지 않아도 될까요?
무력한 상대에게 무기를 들고 싶지는 않네. 게다가 날뛰는 기운 때문에 살 가망도 없어보이는군.
……
무의 궤적
위로 향하는 마력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아직 어딘가에 다른 마법진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서두르세.
하늘성 하층부에서 그림시커의 마법진을 찾아 파괴하기
비켜엇!
구루?
구루웃!
치잇...
뭐였죠? 방금 저 사람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시로코의 기운을 흩트려서 그 사이로 빠르게 움직인 건가?)
(주변을 감싸고 있던 시로코의 기운이 약해졌어. 잠깐 정도는 따라할 수 있겠는 걸?)
구루구루미잇~!
늦었어요, 이미…
아니, 이제와서 이런 얘기들은 필요 없겠죠?
<퀘스트 완료>
주변이 갑자기...
뒤집힌 세계
마법진의 마력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무슨 일인지... 세상이 완전히 뒤집혀버린 것 같은 풍경이네요.
위에서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이 아까보다 훨씬 더 강해졌군.
이런 일을 벌 수 있는 존재는 하나 밖에 없지.
(시로코...!)
아무래도 그녀가 하늘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 같네.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일단 계속 나아갈 수밖에. 길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뒤집힌 하늘성에서 위로 올라갈 방법을 찾기
이렇게까지 짙은 기운이라니. 꼭 예전 비명굴로 돌아온 것 같군.
브왕가, 자네는 그때 일이 또렷이 기억나는가?
말해 무엇하겠나, 당연히 어제 일처럼 선명한 것을. 사도와 목숨을 걸고 싸운 기억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겠나?
그렇지. 그런데 말일세. 난 그 때의 일이 꼭 안개라도 낀 것처럼 뿌옇게 기억난단 말이지.
예전 비명굴에서 무언가 큰 갈림길을 마주했던 기분이 들어.
그야 누골 놈들이 굴을 좀 복잡하게 팠는가?
...아니,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닐세. 그 때, 무언가를 중요한 것을 막지 못했고 그걸 잊고 있는 기분이 드네.
어쩌면...
허허... 자네 입에서 그런 감상적인 얘기가 나오다니, 영구동토가 봄바람에 녹을 일이군. 이번 일이 끝나면, 검 대신 깃펜이라도 잡을 셈인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네.
마법진? 아직도 남아있었나?
<퀘스트 완료>
여긴...
과거의 안개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군.
괜찮다고 믿을 수 밖에... 다들 연합군에서 뽑힌 강자들이니 말일세.
전혀 다른 세계로 온 것 같군요. 어쩌면 아까 하늘성 밖에서 봤던 그 '관'에 진입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여기서부턴 온전히 그녀의 공간이라는 소리겠지. 갑자기 누골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겠군.
불길한 소리는 그쯤하고, 다른 이들을 찾아보세.
무의식의 관에서 흩어진 일행을 찾기
느껴지는 기운이 아까와는 완전 딴판이로군. 이제부턴 진짜배기들이란 소린가.
(안개가...)
난 죽은 게 아니었나? 여긴 어디지?
저 자는?
그날, 비명굴에서 부딪혔던 자일세. 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이곳은 시로코의 정신세계 속인 것 같군요. 그렇다면 시로코의 기억이 형상화된 걸까요?
비명굴... 그래, 이제야 기억나는군. 이 동굴 속의 괴물을 죽이러 왔었지.
그런데 너흰 누구지? 그 괴물의 부하들인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요? 베고 지나가죠.
그래...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지. 결국 괴물을 죽이고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것은 내가 될 테니까!
<퀘스트 완료>
더 이상 과거의 안개 속을 헤매지 말고 잠들게.
시야를 가리던 안개는 점점 걷히고 있었다.
멀리서 커다란 진동과 폭발음이 들려온 것은 그 때였다.
(이 기운은...!)
반!
마지막 재회
저 녀석이...
의식의 관에서 굉음이 들려온 곳으로 향하기
후후, 그 때보다 더 강력해진 기운이라니...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분인지 모르겠는걸?
...얼른 쫓아가세!
일곱의 생이 모여, 하나의 씨앗을 품으리니...
저건...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시로코의 또 다른 모습이 틀림 없네. 비록 저런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말일세.
애초에 정해진 형태를 가진 적이 없으니, 어떤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겠죠.
몸을 긴장시킨 일행들의 머릿속으로
거대한 존재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동굴 안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이번에도 고작 다섯이서 날 상대하러 온건가?
다섯? 그래, 분명 우리 외에 누군가...
큭...
그날 비명굴에서 빨아들인 하나의 생이 있었지. 영혼이 갈라지는 고통 속에서도 그 덕분에 씨앗만큼은 지킬 수 있었다.
표정을 보니 너희들의 과거 속에서는 완전히 지워진듯하구나. 사라지거라. 기억도 하지 못하는 녀석들에게 더 이상 나눠줄 말은 없다.
시로코를 부활시킨 지부장들의 영혼인가... 이제야 저들도 편히 쉴 수 있겠군.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방금 상대한 건 시로코의 수많은 형상 중 하나일 뿐, 저 앞쪽에 진짜가 도사리고 있다구요.
알고 있다, 이 녀석아. 그러니 눈 맞은 서스쿼치처럼 날뛰지 좀 말거라.
그날 수많은 정신의 파편으로 흩어진 후로 나는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 사이를 떠돌며 많은 것들을 보았다.
내가 본 땅 위의 존재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선과 악, 하찮은 욕망과 추악한 본성들을 가지고 있었다.
힘에 대한 갈망. 동료애. 잃어버린 기억…
너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지? 무엇이 너희를 이곳까지 오게 했지?
...
주알라바돈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처럼 힘이 넘쳐나는구나.
셀 수 없는 양의 에너지가 내게 모여들었고, 모든 생명체가 내 발 앞에 고개를 조아렸지.
힐더… 이번에야말로 날 건드린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테이다님! 신장님!
다들 정신 차리게! 지금 보고 있는 건 마음 속의 어둠이 만들어 낸 환영이네!
비명굴에서 봤던 모습이군요.
...조심하게. 느껴지는 분노는 지금이 가장 흉폭하니 말일세.
(이것이 온전한 사도의 힘... 역시 재밌어.)
흥! 날파리들이 몇 마리 더 늘어났구나.
그런다고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퀘스트 완료>
이익...! 네깟 것들이 감히...
더 이상 방해하지 마라!
에밀리... 안돼!
오빠! 가지마... 돌아와!
윽...
모험가! 괜찮은가?
(이런...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안 돼... 그 사슬을 풀면...
아간조! 피하게!
마지막 재회
록... 시...
어떻게... 내가 너를 잊고 있던 거지?
네년! 내게 삼켜진 기억 속의 환영인 주제에...
아간조...
...미안. 역시 내 목숨보다 조금은 네가 더...
안돼!
록시...
네가 없는 이 세상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아간조! 괜찮은가?
어떻게 된거지? 뭔가 섬광 같은 것이 번쩍하더니...
...브왕가, 부상자들을 챙겨 이곳을 어서 벗어나게.
응?
나는 잊고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하려하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봐, 아간조! 아간조!
하늘성에 지는 꽃
젠장…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아간조를 따라가주게. 난 부상자들을 챙겨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네.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때야. 아간조의 뒤를 쫓아가자.)
아간조를 따라 내면의 관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기
아간조!
모험가…결국 따라왔는가.
자네도 느끼고 있겠지만 시로코는 아직 소멸하지 않았네. 우리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건, 아마…
그녀…의 일격으로 시로코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거겠지.
준비되었으면 가지. 이 앞일세.
---------------------------------{리뉴얼}---------------------------------
-----------------------------------------------------------------------------
원통하구나... 원통하고 원통하구나...
…보이는가? 저 꽃이 시로코의 본체인 모양일세.
가세,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깨어날 시간이네.
<퀘스트 완료>
---------------------------------{구버전}---------------------------------
다시 찾아온 기회에도 칼날을 피하지 못하다니…
---------------------------------{리뉴얼}---------------------------------
다시 찾아온 기회에도 칼날을 피하지 못하다니…원통하구나.
-----------------------------------------------------------------------------
힐더... 언제까지고 네년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나는 여기서 죽더라도, 내 복수는 절대 곱게 끝나지 않을 테니까!
낙화
---------------------------------{구버전}---------------------------------
---------------------------------{리뉴얼}---------------------------------
-----------------------------------------------------------------------------
시로코의 사념은 꽃씨처럼 바람에 날리며 폭풍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본체인 꽃이 바스라지고 남긴 씨앗들이 그 안에서 퍼지기라도 하려는듯이…
참혹한… 편린… 우리는… 모든 시간… 모든 곳… 존재했다…
…어떻게든… 이 폭풍을 벗어나…
그녀를… 마지막 수는… 운명… 비트는 것…
(이 목소리는...)
각자의 자리로
...천계의 지원군이 딱 맞춰 도착한 모양이군.
아간조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시로코가 부스러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날의 회한일까? 시로코의 알맹이만 남은 육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그는 한참을 그곳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구버전}---------------------------------
내려가세. 이제야 모든 것이 끝났군. 모든 것이…
---------------------------------{리뉴얼}---------------------------------
자네도 들었는가? 방금 그 목소리는... 그렇군, 이제야 과거의 의문스러웠던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 같네.
내려가세. 록시의 복수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이제 시작이군. 모든 것이...
-----------------------------------------------------------------------------
중앙 막사로 돌아가 연합군에게 승리 소식을 알리기
<퀘스트 완료>
시로코의 기운이… 사라졌어요.
정말 해치운 거야? 그 무시무시한 사도를?
확실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보다 모험가님과 아간조 님이 아직…
중앙 막사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간조와 모험가가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약속이라도 한듯 말을 멈춘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구버전}---------------------------------
무사했구만! 곧바로 돌아오지 않아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리뉴얼}---------------------------------
무사했구만! 자네들이 바로 돌아오지 않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
다행이에요! 시로코가 하늘성에서 뛰어오를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는데…
두분 모두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교단의 프리스트들이 치료를 위해 대기중입니다.
---------------------------------{구버전}---------------------------------
아간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
묵묵히 뒷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하늘성을 오르던 때와 달리,
그의 어깨는 힘을 잃고 축 처져 있었다.
이봐, 아간조! 말도 없이 어딜가는 겐가? 저 친구…
---------------------------------{리뉴얼}---------------------------------
이봐, 아간조! 말도 없이 어딜가는 겐가?
브왕가... 과거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 나는 다가올 미래의 적을 대비하려하네.
응?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자네...
아간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
묵묵히 뒷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시로코를 물리쳤다는 소식에 들뜬 표정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어깨에 무언가 새로운 짐을 얹은 표정이었다.
-----------------------------------------------------------------------------
(아간조...)
시로코가 떨어진 곳엔 이미 조사대를 보내 그녀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상대가 사도이니만큼 방심하지 않고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되살아날 기미는 없어보입니다.
문제는 대마법진입니다. 단순히 느껴지는 마력으로도 대마법진에 이상이 생긴 것이 느껴지는 군요. 마지막 시로코와의 충돌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후우... 그렇군요. 대마법진이...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소.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는지, 설산의 찬공기가 벌써 그리운 기분이군.
크게 상한 곳도 없으니, 휴식을 취하는 건 스톰 패스로 돌아가서 해야겠소.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본국의 일이 걱정되는군요.
신장님, 교단의 일이 끝나는 대로 쇼난에 한번 들러주세요.
알겠습니다, 국왕님.
우리도 이만 돌아가세. 주교 어르신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시겠군.
접기
나는 따로 움직이겠어.
모두가 놀란 눈으로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 없이 지긋이 하늘성만 바라보았다.
모험가님께서 빠지신다면 우리는...!
로바토, 잠시 기다려 주세요.
나이트 로바토를 제지한 스카디 여왕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마음속에 걱정이 쌓여있는 그녀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모험가님.
커다란 적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그리 말씀하신다는 건 다른 의중이 있으셔서겠죠.
그리고 그 결정은 필히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험가님을 막을 이유가 없겠죠.
저는...
아니, 우리 벨 마이어 공국은 모험가님의 결정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겠습니다.
마침 잘되었어요. 하늘성 탐사에 도움을 요청한 분들이 이제 막 도착하셨습니다.
따로 움직이신다면 이분들과 함께 하시는 건 어떨까요?
중앙 막사 안으로 낯익은 인물 두 명이 걸어 들어왔다.
긴 창을 가지고 있는 금발의 전사와
보랏빛 피부 위로 하얀 머리카락을 뽐내고 있는 흑요정 마법사였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군요.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투기장에서 죽어간 친구들의 힘을 세상을 위해 써주셨더군요.
당신이 쌓은 업적과 명성은 이름 없이 죽어간 친구들의 명예와 긍지를 지켜주었습니다.
당신과 같은 마창을 짊어진 자로서, 그리고 그들의 친구로서 감사드립니다.
레노.
별동대를 꾸린다고 들었습니다. 연합군의 선발대와 별도로 움직이며 다른 통로를 개척하려는 목적이라고 합니다.
빠르게 움직여야 해서 소수 인원으로만 구성할 예정이고, 그렇기에 실력 있는 자들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저에게도 참가 요청이 왔습니다. 제국도 함께 한다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하늘성 너머에서 손짓하는 기운에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지더군요.
아마, 당신도 느꼈을 겁니다.
저 멀리서 찾아오라고 하는 '그녀'의 손짓을 말입니다.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당신이 따로 움직일 거라는 말을 언뜻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제가 느낀 것과 같은 걸 느껴서라면 별동대로 함께 움직이는 건 어떨까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와 당신은 목표가 같을 것 같군요.
모험가님이 별동대로 함께 움직여 주신다면, 우리도 마음이 편할 거예요.
레노 님을 비롯한 뛰어난 실력자들이 있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모두를 지키고 이끌어줄 힘이 있는 사람이 함께하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러지...
제안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임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레노 님과 샤란 님께서 해주실 겁니다.
모험가님을 비롯한 별동대 여러분들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연합군 전체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세요.
정말 훌륭하신 수완이군요. 가장 큰 전력을 선발대에서 빼면서도 별동대로 편성하여 실리를 챙기려고 하다니. 이번에도 한 수 배우는군요. 후후.
이런 배움을 주셨는데 연합의 한 축으로서 도와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발슈테트 경?
네, 황녀 전하.
그대도 기사단에 속한 정예 기사 몇과 함께 별동대에 합류해주세요. 선발대에는 크루거 경을 보내도록 하죠.
네, 황녀 전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때 잠시 막사 밖으로 나갔던 오베리스는 이내 검은 천으로 둘둘 말린
어떤 물건을 들고왔다.
오베리스님, 그건 교단의 성물인...
대주교 님도 허락하신 일이에요.
교단에서 가져온 '빛의 거울'이에요. 이걸로 모두에게 축복을 내려줄 순 없지만, 선발대로 가는 분들만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그럼 모험가님부터…
오베리스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거울을 감싸던 천을 벗겼다.
거울이 드러나자 오베리스는 거울의 유리면을 모험가에게 향했다.
(이건...)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거울 속에서는 광채가 쉴새 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거울 안에서 쏟아지는 광채는 모험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잠시 후, 광채가 사라지자
거울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모험가를 비추고 있었다.
(몸이 가벼워졌어. 게다가 새로운 힘까지 느껴지고 있어.)
기분이 어떠신가요?
교단의 성물인 '빛의 거울'은 보는 이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타고난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물건이에요.
이걸로 신의 축복이 깃들고 모험가님 안에 잠들어있던 힘을 잠시나마 끌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싱긋 웃은 오베리스는 모험가를 지나쳐
거울을 들고 다른 이들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모두를 비추자 거울은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는 듯 금이 가더니
막사 안으로 들어오던 햇빛 속으로 흩어져버렸다.
어떻게 이런 힘이…
으음...
하하! 십 년은 젊어진 느낌이군. 마치 비명굴 때로 돌아간 기분이야. 자, 준비가 되었으면 이제 정말 출발하세!
교단의 성물을 내어주신 레미디아 바실리카와 제국의 가장 큰 전력을 내어주신 히리아 님께 감사드립니다.
자, 그럼 출정하겠습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심연을 넘는 모두에게 축복이 있기를.
별동대에 합류하여 심연에 잠긴 하늘성을 오르기
휘유~ 선발대도 제법인데?
하늘성을 지키고 있던 게이트군요.
바칼이 사라지고 나서 작동을 멈추었을텐데…
선발대가 부수고 지나갔다는 건, 공격을 해왔다는 말이 되겠네요.
잔해에 시로코의 기운이 남아 있어요.
아마도 이 기운이 원인이겠죠. 무엇보다 강력한 마력을 머금고 있을테니…
그렇다면, 기능이 멈추었던 것들이 다시 작동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아무래도 한가하게 토론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재미있어지는걸?)
와! 장난감이다!
아니, 아니야.
너, 나랑 같아. 친구?
...이 기운은...
그럼 같이 놀자!
으으으으!! 짜증나!!
으아앙! 타나! 나 괴롭힘 당했어!
괜찮으십니까?
시로코의 사념이 만들어낸 존재였어요.
그녀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사악한 본성이 형체화 된걸까요?
마법으로 튕겨내지 않았다면 더 크게 날뛰었겠죠.
(내 몸 안의 기운과 같은 기운...)
다행히도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자, 조심히 앞으로 나아가죠.
으앙! 타나! 괴롭힘 당했어!
누구야! 누가 그랬어!
친구! 우리랑 같은 친구가 괴롭혔어!
(...저것도 같은 기운을...)
으으으으...!
나쁜 친구!!
같이 때려줄거야!
나도 같이 때려줄거야!
하하, 흥이 많은 친구들일세?
<퀘스트 완료>
후우... 비명굴 때보다도 힘든데?
작게 형상화되어 있을 뿐이지, 그 안에 있는 기운은 엄청나게 응축되어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런 사념들이 나타나는 걸까요?
몸에서 떨어져 나온 사념 하나가 이토록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본체는 어떨는지…
그래도 비명굴에서 만났던 시로코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힘입니다.
지금 하늘성을 오르는 연합은 비명굴 사건에 파견되었던 조사단보다 규모도 크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더 많이 섞여 있죠.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도망칠 상황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앞으로 가죠. 우리가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뒤따라오는 사람들이 편할 테니까요.
……
레노.
…당신도 몸속의 기운이 요동치는 걸 느꼈군요.
요동치는 기운들이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한 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마치 원래의 주인을 찾아가려는 듯이 말이죠.
아무래도 하늘성 제일 위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녀를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시로코라...)
손짓하는 무념의 존재
잠시 멈추어 주세요.
샤란이 무언가를 느꼈는지 다급하게 모두를 붙잡았다
모두가 어리둥절했지만,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은 샤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그중에는 굳은 표정의 레노와 무서운 표정으로 앞을 노려보고 있는 모험가도 있었다.
마력의 흐름이 심상치 않아요.
신중하게 나아가야 해요. 앞에 있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이득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
흐음. 알겠습니다. 그럼 병력을 나누죠.
제가 실력 있는 몇을 모아서 앞서 나가겠습니다. 나머지는 샤란 님께서 이끌고 조심히 따라와 주십시오.
무턱대로 나아가면 위험해요. 차라리 여기서 조금 더 마력 감지를…!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나아가서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그 방법을 쓸 때이고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러라고 기사들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봐 모험가, 당연히 함께 해주겠지?
...그러지...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하늘성이 시로코의 영향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익숙한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하늘성에 자주 오르던 경험이 있습니다. 분명히 길을 찾거나 주변을 살피는데 도움이 되겠죠.
든든하군요. 그럼 출발해볼까요?
샤란 님, 말씀드린대로 뒤를 부탁합니다.
네, 부디 조심하시길...
별동대와 함께 지성의 관문 '귀환의 낮'을 통과하기
…아직 특별한 건 없는 것 같군요. 함정도 적도 없습니다.
이거 냄새가 구리군요. 마력의 흐름이 심상치 않은데 아무것도 없다라.
누군가가 의도하고 장난치고 있는 기분인데?
(이끌림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고 있어. 설마 이 앞에 있는 건…)
너였구나? 올 줄 알았어!
크윽...이, 이 기운은...!
이건 비명굴에서 느꼈던...
(익...숙한... 이 기운...)
수많은 정신의 파편으로 흩어진 후로 나는 과거와 미래, 시간과 공간 사이를 떠돌며 많은 것들을 봤어.
내가 본 땅 위의 존재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선과 악, 하찮은 욕망과 추악한 본성들을 가지고 있었지.
크윽...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너희들이었어.
힘에 대한 갈망. 동료애. 잃어버린 기억…
나의 씨앗을 얻어 자신만의 꽃으로 피워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
여지껏 머물렀던 그 어떤 곳보다 역겨운 장면들이었어.
지금 내 모습은 그런 너희의 형상이야.
좁디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죽여가며 내 씨앗을 얻으려한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형상.
아이야. 나의 아이야. 이 길의 끝으로 오거라
길의 끝에 진실이 있을 것이라. 하하하
후우… 구속이 풀렸나?
모험가, 뒤쫓자.
모습을 감추었어도 소멸된 게 아니야. 위협은 남아있어.
저도 동의합니다. 서두르죠.
(고개를 끄덕인다.)
[닉네임], 제법이야.
나는 네 기억 속에도 있었어.
그 안에서 네가 보는 것,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을 모두 느꼈지.
안톤 같이 둔해 빠진 놈에게는 통했어도,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이건…
하하! 이것도 재미있네.
자, 이제 다음 상대가 올 거야.
저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또 놀자.
(크윽… 이 기운은… 시로코의…!)
하하! 이렇게 만나다니 반갑군!
이번엔 예전과 다를 걸세.
자! 어서 덤벼 보게나!
<퀘스트 완료>
---------------------------------{구버전}---------------------------------
크하하… 역시 강하군!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 줄 수 없네.
이 앞에서 기다리지! 다시 또 놀아보세!
---------------------------------{리뉴얼}---------------------------------
크하하… 역시 강하군!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 줄 수 없네.
이 앞에서 기다리지! 다시 또 놀아보세!
쉽지 않은 적이군요. 엄청난 기개입니다.
-----------------------------------------------------------------------------
백수왕
---------------------------------{구버전}---------------------------------
쉽지 않은 적이군요. 엄청난 기개입니다.
-----------------------------------------------------------------------------
휘유~ 괴물 같은 놈들만 모여있네. 연합군을 상대로 싸움을 건 자신감이 여기에 있었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시로코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쓰고 싶다고 해서 사용할 수 없는 힘일 텐데...
최근에 누군가가 하늘성 주변에 설치한 정체불명의 마법진 때문일까요?
샤란 님의 말씀으론 하늘성 아래로 흩어진 시로코의 기운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걸 설치할 정도로 술식에 능한 자가 있다면 이론상으로는 시로코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그림시커가 설치한 마법진인가?…)
마법진으로 시로코의 힘을 자신의 몸으로 옮겨서 사용한다라... 꽤 그럴듯한데?
이런 힘을 다수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두려울 것이 없겠어…
…다수가 사용한다?
모험가의 말에 반이 말을 멈추고 가늘게 눈을 떴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와 맞섰던 그림시커 신도들 모두가 이런 힘을 썼다면 우리가 위험했을 거라는 이야기야.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하.
그럼 뒤따라오는 모두를 위해서 괴물을 때려잡으러 출발하자고.
반은 평소와 같은 말투로 모두를 독려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반을 지켜보는 모험가에게 레노가 조용히 다가왔다.
…속을 알 수 없는 자입니다. 경계해야겠군요.
……
지성의 관문 '귀환의 낮'에서 백수왕 운조와 맞서기
저 앞에서 당신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군요.
우리… 특히, 당신과 싸우고 싶다는 의지가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여유 있는 작자로군.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라는 소리인가?
재미있네. 모험가, 가볼까?
…
오셨군! 이번에도 신명 나게 놀아보세나!
아까와 또 다를 거라네! 하하!
<퀘스트 완료>
크윽… 하하! 정말 재미있는 싸움이었네!
후우… 역시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군. 쿨럭…
...이렇게까지 막아서는 이유가 뭐지?
하… 하하… 양얼 님이 말하지 않았나?
선지자를 비롯한 그림시커 신도들이 목숨을 걸고 만든 시간들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니겠는가?
고통이 모든 신경을 찢어놓고 있지만 상관 없다네.
그들이 만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다면 말일세.
하지만 그 시간도 끝이다.
후우… 아무래도 제대로 얻어맞은 모양일세
더 놀고 싶지만, 일단은 물러나지!
그림시커의 마법진
하지만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저런 몸으로 상처까지 입었으니 도망치기 쉽지 않겠지.
덕분에 우리도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겠어. 일단 뒤에 따라오고 있을 샤란 님에게 소식을 전하자.
그리고 지쳐있는 몇몇이 여기에 남아서 그들과 합류하는 걸로 하지.
운조라는 자를 추적하지 않아도 되나요?
힘을 회복하고 돌아오면 골치 아플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쫓아야죠.
나와 당신, 그리고 모험가. 이 셋이서 말이죠.
어차피 지쳐있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해봤자 희생당할 뿐, 그럴 바에는 운조라는 자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우리 셋이 가는 게 맞겠죠.
음...
그리고 한 가지 더.
시로코의 기운을 끌어모으는 그림시커의 마법진을 파괴해야 합니다.
이건 곧 도착할 샤란 님께서 방법을 찾아주실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 셋은 운조라는 자와 그의 조력자를 막아서야 합다. 저들이 우리를 막아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하하.
시간과 시간의 싸움이라...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백수왕 운조의 흔적을 쫓으며 하늘성을 오르기
기운이 이쪽으로 향했군요.
이쪽입니다.
무슨 일이죠?
분명히 맞는데... 같으면서도 이질적인 기운이 섞여있군요.
설마, 우리 앞을 막아섰던 시로코의 또 다른 형체인가요?
완전히 달라요. 이건...
그게 무엇이되었던 저 앞에 있겠지.
하하, 그렇긴하지.
이제와서 무섭다고 울면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앞으로 가볼까?
후우... 이거 참 힘들군... 하하...
드디어 따라잡았군.
오셨는가?
후후, 지치지도 않으시는군.
덤비게, 또 한바탕 해보세나!
하아... 아무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군.
여기가 끝인가? 하하.
자, 어서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시게.
안그래도 그럴 참이었어.
잠깐...!
아직 죽는 건 이릅니다.
하하, 이거 걱정을 끼쳐드렸군.
이대로 이탈하죠.
당신들 상대는 따로 있어요. 그럼 이만...
어딜...!
그럼 이만.
하하, 재미있는데?
<퀘스트 완료>
아까 느꼈던 이질적인 기운이 이놈이 가진 기운이었군요.
이 놈도 시로코가 아래로 쏟아낸 기운에서 태어난 녀석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만났던 것들과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고 싶어 하는 포식의 욕구죠.
(포식... 소륜의 힘이 시로코에게 흡수된 건가? 아니, 돌아갔다고 봐야겠지.)
(이 싸움에서 진다면 우리 마창사들의 결말도 마찬가지겠지…)
시로코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런 놈들이 쏟아진다는 이야기군.
거기에 새로운 방해자의 등장이라… 이거 골치 아파졌는데…
무의 궤적
다행이라면 운조라는 자의 힘이 약해지면서 마법진에서 느껴지는 시로코의 기운도 약해졌다는 겁니다.
저들이 마법진을 만들어낸 술법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게 맞다면 운조라는 자와 그를 구한 여자를 쓰러트리면 마법진을 약화... 아니 파괴할 수도 있겠죠.
호오… 그럴듯하군요.
샤란 님을 모셔서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는 상황… 그렇다면 계속해서 저들을 추격하면서 힘을 빼는 방법밖에 없겠죠.
모험가 출신치고는 훌륭한 통찰력이군요. 우리 기사단으로 스카웃하고 싶을 정도인데?
사양하죠.
당신 정도 실력이면 남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텐데… 뭐, 싫은 건 어쩔 수 없지. 하하.
...출발하죠. 더는 시간 낭비입니다.
그림시커의 마법진을 찾아 파괴하기
기다려!
비켜!
구루?
구루웃!
치잇...
저 움직임은…!?
(…시로코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흩트려서 빠르게 움직인 건가?)
(주변을 감싸던 시로코의 기운이 약해졌어. 내 안의 힘을 응용한다면 나도 할 수도 있겠군)
구루구루미잇~!
늦었어요, 이미...
아니, 이제와서 이런 얘기들은 필요 없겠죠.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당신은 결국...
이번엔 내가 도울 차례군!
조금 쉬었더니 기운이 나는군! 하하!
쿨럭... 쿨럭...
여전히 거짓말이 서투시군요.
여기서 물러나죠. 그럼...
레이나!!
주변이 갑자기...?
뒤집혀진 꿈의 세계
이게 무슨 일이지...?
세상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어.
반대로 시로코의 기운은 더 강해졌군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레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낮게 깔리듯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는 떨림마저 느껴졌다.
짐승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본능적인 떨림이
등줄기를 에일 듯이 훑고 지나갔다.
...시로코...
당신도 느꼈군요.
아무래도 저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이거 올라가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길을 좀 찾아봐야겠어.
뒤집힌 하늘성에서 위로 올라갈 방법을 찾기
엄청난 기운인데? 비명굴에 발을 처음 디뎠을 때와 같은 기분이야.
여기까지 올 줄 알았어. 나의 아이들아.
이 모습으로 수 많은 씨앗을 보았지만 너희처럼 아름답게 꽃을 피운 아이는 없었지.
정말 잘도 키웠어.
이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키운 힘이 아니야.
처음엔 네 힘이었을지라도, 이 안에는 죽어간 친구들의 영혼이 있어.
절대로 너에게 넘겨주지 않는다.
하하하, 그게 너희 마음대로 될까?
당연하지.
후후후... 잘도 지껄이네.
그렇다면 증명해봐. 지켜보고 있을테니.
<퀘스트 완료>
(모두와 떨어졌나?)
안개
(이곳은...)
기이한 세계였다.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여태껏 보아온 것들과 달랐다.
마계에 올랐을 때도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다.
특히 수많은 행성이 가득한 하늘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멈추어있었다. 마치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처럼.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째서 이런 기분이… 설마 이 풍경이 시로코의 고향…?)
(그래서 환영 속의 이미지이지만 친숙하게 느껴지는 건가?)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던 모험가는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보았다.
희끄무레한 안개로 가득한 곳이었지만 그 너머에서 자신과 같지만, 이질적인 느낌이 느껴졌다.
앞서 느꼈던 시로코의 사념들과도 다른 기운. 그 안에는 원망의 기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고통... 분노... 망각의 기억들...
이곳을 벗어나려면 저곳으로 향할 수밖에...
무의식의 관에서 길 찾기
이건 학살의 기억... 장소는 비명굴인가?
기운에서 느껴지는 기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어.
...기억이 끊긴 건가?
뭔가 부자연스러운데...
이 녀석이 범인이군.
다시 기억이 이어지고 있어.
역시 녀석이 기억을 먹어치우고 있었군. 악몽처럼 말이지...
(안개...)
난 죽은 게 아니었나? 여긴 어디지?
(선명한 죽음의 기억... 들어본적이 있어. 이 기억의 주인은...)
비명굴... 그래, 이제야 기억나는군. 이 동굴 속의 괴물을 죽이러 왔었지.
(미스트의 케인.)
낯익은 기운이로구나.
드디어 찾았다... 크큭...
시로코!!
<퀘스트 완료>
힘에 대한 갈망과 삶에 대한 욕구는 누구나 같았나...
...투기장에서 벗어나려 창을 들었던 우리처럼...
시야를 가리던 안개는 점점 걷히고 있었다.
멀리서 커다란 진동과 폭발음이 들려온 것은 그 때였다.
...!
(환영이 일시적으로 사라졌어.)
마지막 재회
(그리고 이 웅성거림은... 선발대가 도착한건가?)
(하지만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서두르자!)
의식의 관에서 굉음이 들려온 곳으로 향하기
(끌어당겨지는 느낌... 이 앞에 그녀가 있는 게 확실해.)
머릿속으로 거대한 존재의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동굴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는 마음 속으로 퍼져나갔다.
과거에 흩뿌린 씨앗을 꽃으로 활짝 피우리니...
...시로코인가?
놀란 모양이구나, 이 또한 나의 모습.
일곱의 혼을 삼키기 위해 빚어낸 모습이니.
이로써 네가 피운 꽃마저 삼키리라.
아이야. 이리 오너라. 다시 하나가 될 시간이다.
네게서 얻은 씨앗이지만 네 것이 아니야.
이 꽃은 나의 것…
아니, 꽃을 피우기 위해서 죽어간 모두의 것이다.
네가 가져가게 두지 않아.
재미있구나, 어디 한번 덤벼보거라.
내 씨앗이 얼마만큼 거대해졌는지 보여주거라.
지부장들의 영혼의 구속이 풀린건가?
저들도 편히 쉴 수 있겠군.
하지만 시로코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아니, 우리가 쉬기에는 아직 일러.
아래로 쏟아진 내 힘을 훔쳐 쓰는 놈들이 있더구나.
하지만 놈들 덕에 많은 힘을 되찾았다.
되찾은 것에 비하면 잃은 것은 아무 것도 아니지.
지금은 주알라바돈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처럼 힘이 넘쳐나는구나.
셀 수 없는 양의 에너지가 내게 모여들었고, 모든 생명체가 내 발 앞에 고개를 조아렸지
아이야. 너도 곧 내 앞에 고개를 조아릴 것이다.
너마저 삼키고 힐더... 그년이 나를 다시 깨운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결국 또 이 모습으로 만났구나!
하하하… 내 씨앗으로 나를 찌를 정도로 키워내다니.
힘에 대한 갈망. 동료애. 잃어버린 기억…
이런 것들이 씨앗을 키운 양분이었을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하하하!
궁금해. 너희를 움직이는 것, 여기까지 오게 한 것!
너무 궁금해! 다시 놀아보자.
그럼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드디어 비명굴에서 봤던 모습이군.
...조심하게. 느껴지는 분노는 지금이 가장 흉폭하니 말일세.
윽!
(역시... 재밌어.)
여어~ 모험가! 너무 늦은거 아니야?
다행이군요.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싸워볼 수 있겠군요.
(별동대가 선발대와 합류한 건가?)
(이정도면 해볼만 하겠어.)
너희 같은 날파리들이 몇 마리 더 늘어난다고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퀘스트 완료>
이익…! 네깟 것들이 감히…
더 이상 방해하지 마라!
당장 그 빌어먹을 실험을 멈춰!
사신수들의 힘이... 느껴지지 않아...
다들 정신 차리게! 지금 보고 있는 건 마음 속의 어둠이 만들어 낸 환영이네!
이런… 아간조! 괜찮은가?
(몸이 움직이질 않아…)
(몸 안의 기운을 이렇게하면…)
(좋아, 이제 몸을 움직일 수… 아니, 늦었…어!)
아간조! 피하게!
마지막 재회
네 년이… 내게 삼켜진 과거의 기억 주제에!
아간조…
…미안. 역시 내 목숨보다 조금은 네가 더…
내가… 어떻게… 너를 잊고 있던 거지?
네가 없는 이 세상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아간조! 무사한가?
어떻게 된거지? 뭔가 섬광 같은 것이 번쩍하더니…
…브왕가, 부상자들을 챙겨 이곳을 어서 벗어나게.
응?
나는 잊고있던 과거를 다시 마주하려하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봐, 아간조! 아간조!
하늘성에 지는 꽃
젠장…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아간조를 따라가주게. 난 부상자들을 챙겨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네.
저도 따라가겠어요!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때야)
(아간조의 뒤를 쫓아가자. 그곳에 그녀가 있을테니.)
아간조를 따라 내면의 관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기
---------------------------------{구버전}---------------------------------
아무래도 시로코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들어온 것 같네.
우리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건, 아마...
그녀...의 일격으로 시로코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거겠지.
가지. 이 앞일세.
---------------------------------{리뉴얼}---------------------------------
자네도 느끼고 있겠지만 시로코는 아직 소멸하지 않았네. 우리가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는 건, 아마…
그녀...의 일격으로 시로코가 큰 상처를 입었다는 거겠지.
준비되었으면 가지. 이 앞일세.
-----------------------------------------------------------------------------
---------------------------------{구버전}---------------------------------
---------------------------------{리뉴얼}---------------------------------
-----------------------------------------------------------------------------
나의 씨앗으로 키운 꽃이 칼날이 되어 돌아왔구나.
원통하구나... 원통하고 원통하구나...
하지만... 언제까지고 네년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비록 나는 여기서 죽더라도, 내 의지는 절대 곱게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퀘스트 완료>
낙화
---------------------------------{구버전}---------------------------------
---------------------------------{리뉴얼}---------------------------------
-----------------------------------------------------------------------------
시로코의 사념은 꽃씨처럼 바람에 날리며 폭풍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본체인 꽃이 바스라지고 남긴 씨앗들이 그 안에서 퍼지기라도 하려는듯이...
나는 소멸하나. 씨앗은 남으리라.
참혹한 운명 속에서 작은 편린을 남기니...
이제부터 우리는 모든 시간, 모든 곳에 존재하리라.
어떻게든 이 폭풍을 벗어나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
과거의 그들에게 그년의 계획을 알릴 것이니
이 모든 것의 마지막 수는 운명을 비틀어 버리기 위한 것...
이제 같은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라.
(시로코...)
각자의 자리로
...천계의 지원군이 딱 맞춰 도착한 모양이군.
---------------------------------{구버전}---------------------------------
모험가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시로코가 부스러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날의 회한일까? 모험가는 시로코의 알맹이만 남은 육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그곳에 서 있었다.
---------------------------------{리뉴얼}---------------------------------
아간조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시로코가 부스러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날의 회한일까? 시로코의 알맹이만 남은 육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그는 한참을 그곳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
(모든 기운이 흩어졌지만… 몸 안의 힘은 그대로 남아있어)
(커다란 불이 사라져도 옮겨온 불씨가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이 힘을 남겨준 모두의...)
---------------------------------{구버전}---------------------------------
내려가세. 이제야 모든 것이 끝났군. 모든 것이…
---------------------------------{리뉴얼}---------------------------------
자네도 들었는가? 방금 그 목소리는... 그렇군, 이제야 과거의 의문스러웠던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 같네.
내려가세. 록시의 복수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이제 시작이군. 모든 것이...
-----------------------------------------------------------------------------
중앙 막사로 돌아가 연합군에게 승리 소식을 알리기
<퀘스트 완료>
시로코의 기운이... 사라졌어요.
---------------------------------{구버전}---------------------------------
정말 해치운 거야? 우리가 그 무시무시한 사도를?
---------------------------------{리뉴얼}---------------------------------
-----------------------------------------------------------------------------
확실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보다 모험가님과 아간조 님이 아직…
중앙 막사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간조와 모험가가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약속이라도 한듯 말을 멈춘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무사했구만! 자네들이 바로 돌아오지 않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구버전}---------------------------------
다행이에요! 시로코가 뛰어오를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는데...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교단의 프리스트들이 대기중입니다.
아간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
묵묵히 뒷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적을 상대하던 때와 달리,
그의 어깨는 무언가 원동력을 잃은 것처럼 축쳐져 있었다.
이봐, 아간조! 말도 없이 어딜가는 겐가? 저 친구…
---------------------------------{리뉴얼}---------------------------------
다행이에요! 시로코가 하늘성에서 뛰어오를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는데…
두분 모두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교단의 프리스트들이 치료를 위해 대기중입니다.
이봐, 아간조! 말도 없이 어딜가는 겐가?
브왕가... 과거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 나는 다가올 미래의 적을 대비하려하네.
응?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자네...
아간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
묵묵히 뒷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시로코를 물리쳤다는 소식에 들뜬 표정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어깨에 무언가 새로운 짐을 얹은 표정이었다.
-----------------------------------------------------------------------------
(아간조...)
시로코가 떨어진 곳엔 이미 조사대를 보내 그녀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상대가 사도이니만큼 방심하지 않고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되살아날 기미는 없어보입니다.
문제는 대마법진입니다. 단순히 느껴지는 마력으로도 대마법진에 이상이 생긴 것이 느껴지는 군요. 마지막 시로코와의 충돌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후우... 그렇군요. 대마법진이...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소.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는지, 설산의 찬공기가 벌써 그리운 기분이군.
크게 상한 곳도 없으니, 휴식을 취하는 건 스톰 패스로 돌아가서 해야겠소.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본국의 일이 걱정되는군요.
신장님, 교단의 일이 끝나는 대로 쇼난에 한번 들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수쥬의 국왕이시여.
---------------------------------{구버전}---------------------------------
우리도 돌아가세. 주교 어르신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시겠군.
---------------------------------{리뉴얼}---------------------------------
우리도 이만 돌아가세. 주교 어르신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시겠군.
-----------------------------------------------------------------------------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난 건가?)
(아니,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일이 많아. 이제 시작이야)
드디어... 길었던 이 혼란에도 한줄기 빛이 보이는군요. 모두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모험가님? 이번에도 모험가님의 활약이 크다고 전해들었어요. 공국의 여왕이 아닌, 아라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노고에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직 처리할 문제들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사도라는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남은 일들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대의 헌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험가님의 앞날에 축복만이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운명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