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12 새로운 여정 (11)

높은 구두 굽 소리가 시청 안을 울리고 있었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정오의 햇빛과 바닥에 깔린 질 좋은 융단의 감촉에도 불구하고 시청의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차가웠다. 
공국의 여왕, 스카디 발로어 마이어는 몇 년 동안 피부처럼 걸치고 다니던 예복이 오늘따라 유난히 무거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좌우로 도열해있는 기사 조각상들을 지나치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몇 쌍의 눈동자들이 그녀를 향했다. 

"죄송해요. 저희 쪽에서 먼저 공조를 요청해놓고 기다리시게 했군요." 

스카디가 사과하자, 자리의 유일한 흑요정인 샤란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무리 최근에 제국이 다른 곳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이목을 속이고 오는 길이 쉽진 않으셨겠지요." 

가볍게 목례한 스카디의 시선이 샤란을 지나 옆의 인물을 향했다. 

"세리아 양도 잘 지냈나요?" 

"네, 신경 써주신 덕분에 잘 지냈어요. 하지만 저번 일 이후로 대마법진의 상태가..." 

대마법진에 온몸을 부딪치던 시로코의 모습이 떠오르자, 스카디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네, 그렇지 않아도 그 일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분들을 모셨습니다. 
손상된 대마법진을 보수할 방법은 저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렵겠지만 두 분은 대마법진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도록 최대한 힘 써주세요." 

"네! 꼭 부탁드려요." 

간절한 표정의 세리아를 바라보며, 스카디는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이건 단지 공국민들뿐 아니라 대마법진 아래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일이었다. 

"피해 상황은 어떤가요, 산토리니?" 

임무를 마치고 바로 달려온 산토리니는 먼지를 뒤집어쓴 모양새였다. 
그는 더러워진 옷매무새는 개의치 않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호흡을 골랐다. 

"보고가 올라온 모든 지역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 왔습니다. 
피해 규모나 양상은 제각각이지만... 예상대로 대부분 대마법진의 붕괴와 관련된 현상으로 보이더군요." 

산토리니의 말에 자리에 모인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머리로는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현장을 다녀온 이의 증언이 그 무게감을 실감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교단에서도 피해를 입은 이들의 구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해요. 그란디스 대신관님." 

"모일 분들은 거의 다 모이신 것 같은데, 남은 두 자리는 제국 분들의 자리일까요?" 

정중하지만 묘하게 가시 돋친 칙사 우의 말투에 스카디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아뇨. 제국에는 이번 모임에 대해 알리지 않았어요. 이유는 다들 짐작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로바토가 뒷골목으로 향했으니, 곧 돌아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청의 문이 열리고, 잿빛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햇빛을 등지고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들은 가까워지는 발소리와 함께 점점 짧아졌다. 
군화를 신은 발소리의 주인공이 스카디에게 다가와 후드를 벗었다. 로바토였다. 

"여왕님, 말씀하신 대로 두 분을 모셔 왔습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답답했다는 듯 후드를 벗어던지자 가려졌던 얼굴이 드러났다. 

"슈시아 님?" 

"하하! 우리가 제일 늦은 건가? 높으신 분들이 잔뜩 모여있으신데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하군." 

카라카스의 넉살 좋은 웃음소리가 시청의 적막을 깨트렸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미소 짓던 스카디의 눈빛이 이내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그럼 대마법진에 대해 각자 조사해오신 내용들을 이야기해보죠." 


** 
"...그렇게 항상 청년의 외모를 유지하던 마이어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뒤,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하지. 
그 후 행적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기록마다 내용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건 '안티엔바이'(AntiEnbi)는 그 대단한 마법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의 정수를 기록한 물건이라는 거야." 

설명이 끝나자 사람들 사이에선 탄식에 가까운 한숨들이 새어 나왔다. 
사람들의 한숨을 일으킨 카라카스는 문득 자신의 별명을 바꿔야 하나라는 엉뚱한 고민에 빠졌다. 

"청년의 외모에서 순식간에 늙어버렸다니... 
공국의 장서고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이런 이야기들은 대체 어디서 들으신 겁니까?" 

카라카스는 산토리니의 질문이 재밌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 있는 슈시아가 들려준 이야기일세. 때로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는 소문이 장서고보다 더 많은 것을 기록하기도 하지."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대마법진에 그런 뒷이야기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문호를 닫고 지냈다 보니, 수쥬에서는 이런 전승이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놀랍다는 듯 부채로 입을 가린 칙사 우를 보며 샤란이 입을 열었다. 

"흑요정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남아 있어요. 내용은 조금 다르지만 큰 맥락은 카라카스 님이 방금 말씀하신 이야기와 비슷하죠. 
자신의 생명을 모두 불어넣어 대마법진을 완성한 마이어 님이 자신의 모든 지식을 기록한 물건. 
만약 전승대로라면... 안티엔바이에 무너져가는 대마법진을 되돌릴 방법이 적혀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공국에서는 그 안티엔바이를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그란디스의 질문에 산토리니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대마법진의 유지와 이상 징후로 피해를 입은 공국민들의 보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니, 안티엔바이를 찾기 위한 공조를 요청드리는 것이구요. 
그리고... 그동안의 조사로 이미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어디죠? 설마 제국령은 아니겠죠?" 

칙사 우의 다급한 물음에 스카디는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곳은 이 아라드 대륙이 아니에요." 

*** 
정오부터 시작된 회의는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회의가 끝났을 때는 오후가 훌쩍 지났을 시점이었다. 
태양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대마법진 위를 스쳐 지나고, 하얀 건물들 사이로 햇빛이 포말처럼 부서지고 있었다. 

"모험가 길드의 수장께서 정치적인 일에도 관심이 생기신 줄은 몰랐군요." 

시청을 나서던 카라카스는 불쑥 들려온 칙사 우의 목소리에 지친 표정을 숨겼다. 

"이런 자리는 여전히 불편하네. 그래도 조직을 이끌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폭풍을 좋아하진 않더라도 그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휘말리긴 싫으니까." 

"카라카스 님께서는 오늘 들은 이야기를 모두 믿으시나요?" 

"글쎄, 공국의 여왕이 제국의 눈까지 속여가며 협조를 요청한 일이니 허튼소리는 아니겠지. 물론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긴한데..." 

"걸리는 점? 그게 뭐죠?" 

카라카스의 말에 호기심이 동했는지, 샤란이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별 거 아닐세. 그냥 오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생긴 개인적인 호기심들이지. 
예를 들면, 그 대마법사라는 양반이 단지 요정들과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대마법진을 건설했을까 하는 생각? 
그 정도면 마법사가 아니라 성자라고 봐야 하지 않나? 요즘 반목하고 있는 어떤 곳보다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단 말이지. 하핫!" 

자신을 노려보는 그란디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카라카스는 이를 애써 못 본 척했다. 

"그러고 보니 흑요정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에도 항상 의문이 남아있었죠. 
과연 마이어 님 정도 되는 대마법사가 정말 모든 마력을 잃었을까. 잃었다고 해도 그분이라면 마력을 되찾을 방법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카라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샤란이 그의 의문을 이어가듯 말했다. 
어느새 챙겼는지 그녀의 손에는 본국에 연락하기 위한 수정구와 마법 장비들이 들려있었다. 

"후... 고민할수록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지네요. 함께 조사를 해나가다 보면 이런 의문들이 점점 풀릴지도 모르죠. 
저는 먼저 가봐야겠네요. 아간조 님께도 안부 전해주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도 보지 않고 갈 생각인가?" 

"저도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국왕님께 이 소식을 전하는 게 더 급해서요. 
...그 분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한동안 술독에 빠져 사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모처럼 생기 있는 눈으로 돌아왔더군. 아마 지금쯤 주점 뒤의 공터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을 걸세.
수고하게! 아스카 전하와 자네 스승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하나둘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던 카라카스가 문득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대마법사의 고향이라...' 

고개를 저으며 상념을 털어낸 카라카스가 슈시아를 찾았을 때, 그녀는 말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핏 노을 지는 풍경에 시선을 뺏긴 것 같았으나, 
곧 그 노을 아래에서 슈시아를 향해 다가오는 한 인간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슈시아 님!" 

"...오랜만이에요, 세리아 양. 잘 지냈나요?"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요새는 샤란 님께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는 칭찬도 제법 받고 있구요." 

"마법에... 그렇군요." 

세리아를 바라보는 슈시아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당장이라도 뱉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영원히 간직해야 하는 비밀을 억지로 삼키는 것 같기도 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세리아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재잘거릴 뿐이었다. 

"세리아, 사실..." 

"어이, 슈시아! 얼른 주점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단골들이 슬퍼할 거라고?" 

슈시아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할 때, 멀리서 외친 카라카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때문에 생긴 잠시 동안의 침묵이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저도 이만 가봐야겠네요. 슈시아 님, 그럼 다음에 또 봬요." 

고개를 살짝 숙여보인 세리아가 자신을 기다리던 샤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슈시아는 멀어지는 소녀의 뒷모습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둑해진 노을빛만이 아라드에 남은 마지막 요정을 비추고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조용한 마을을 조금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오랜 여정에 지친 듯, 남루한 행색의 남자는 깊게 눌러쓴 후드 끝자락을 슬쩍 들어 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라드 대륙 서쪽의 어딘 가에 있는 이름 없고 평범한 작은 마을이었다.
가볍게 부는 바람에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오고, 산으로 둘러싸인 작고 평화로운 마을.
데 로스 제국이 펠 로스 제국의 후예를 자칭하며 정복 전쟁을 시작한 후 수십 년간 소란스러움이 멈추지 않고 있는
아라드 대륙의 동쪽과는 너무나 상반된 분위기였다.

"후우..."

그동안의 여정이 얼마나 고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듯했던 깊은 숨소리와 함께 주변을 돌아보았다.
분명 깨끗하고,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였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남자는 이 세상에 홀로 남은 것만 같은 괴리감이 들었고, 그것은 쉴 틈 없이 홀로 걸어온 자신의 걸음과 맞물려 더 증폭되었다.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온 것이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었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더라?
깊은 정적과 함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쳐 커지는 불안함이 순식간에 남자를 지배했지만, 아주 작은 소음과 함께 사라졌다.

"얏호!!"
"거기서!"

그 모습은 마치,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았던 이 마을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남자에게 알려주려는 듯 과장되어 보였다.
남자의 시선이 소리가 난 곳으로 옮겨졌고, 골목 사이에서 두 명의 아이가 튀어나와 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앞서서 달려오던 아이는 자신을 쫓는 다른 아이를 보느라 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쿵.

"......"
"아야야..."

거칠기는 했지만, 참으로 오랜만의 접촉이었다.
작은 충돌과 함께 엉덩방아를 찧은 아이는, 얼얼한 코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담담하게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를 맞췄다.
낡은 두건을 두른 아이는, 겁을 먹은 듯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뒤에서 쫓아오던 아이가 머뭇거리며 다가왔다.

"저기... 아저씨... 그거..."

아이의 작은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떨어진 동전이 있었다. 아주 작은 동전 하나.
저 아이의 동전을 훔치려던 건가?
남자는 그 동전을 집어 자신과 부딪힌 아이를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거절하고 있었지만, 남자는 무시하고 그 동전을 뒤에 따라온 아이에게 건네었다.

"가, 감사합니다."


아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잠시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던 남자는 어느새 훌훌 털고 일어난 아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자신이 훔친 동전을 멋대로 돌려준 남자의 행동에 여느 아이처럼 화낼 법도 했지만, 아이는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 이곳에서는 못 보던 사람이네요?"
"그래. 지금 이곳에 처음 왔으니까."

남자의 말에 아이의 눈이 더 반짝였다. 그리고 남자가 향하려던 곳을 가늠해보고는 놀라 말했다.

"어? 설마 저쪽으로 가려는 거예요?"
"그래."
"저쪽으로 가면 안 돼요!"
"응? 어째서?"
"저쪽은 숲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더 가면 사막밖에 없어요. 인간들도 살지 않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남자는 시선을 돌려 아이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울창한 숲밖에 보이지 않는 저 너머가 조금만 나아가면 사막만 있을 거라는 말이 선뜻 믿기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저 울창한 숲이 이어질 것 같은데?"
"아니요! 저긴 옛날에 나쁜 저주를 받아서 사막이 되었어요!"
"저주?"
"네! 그래서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사막이 되었고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한 방 맞은 듯한 남자의 표정에 아이의 표정이 짐짓 진지해 졌다.
아이는 마치 들통 나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되는 듯 남자의 귀에 다가가 속삭였다.

"어른들은... 나쁜 인간들이 우리의 숲에 불을 질러서 그렇게 되었다고 말해요."
"숲에 불을 지르다니? 어째서?"
"우리 숲의 보물을 빼앗아 가려고 그런 거죠!"
"보물?"
"네! 무지무지 값진 보물이에요!"

남자는 아이의 말에서 작은 어긋남을 느꼈다.
자신은 마치 인간이 아니라는 듯 선을 긋는 말투, 그리고 묘하게 신비로운 눈동자가 그제야 남자의 눈에 보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어째서 불을 지른 거니?"
"우리가 숲 속에 보물을 감춘 거로 생각했으니까요! 인간들은 우리보다 약해요. 그래서 우리의 숲에 불을 질러서 숲을 없애고... 보물을 찾으려고 한 거죠!"
"그래서 보물을 찾아갔어?"
"아니요. 그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인간들이 좋아하는 건 애당초 숲 속에는 없었으니까."
"그럼 그 보물이라는 건? 아직 남아있는 거야?"
"아니요. 보물은 없어졌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보물을 찾지 못했다면서?"
"...네. 하지만 정작 진짜 보물을 인간들이 모두 불태워버렸죠."

아이의 말에 어쩌면, 자신이 그 오랜 기간 걸어온 방향이 아주 사소하게 틀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우리는 다시 숲을 만들려고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빠르게 사막이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그리고 그 사소한 틀어짐은, 오랜 시간이 흘러 꽤 큰 차이가 되어 엉뚱한 곳을 방황케 했지만, 그 말은 작은 깨달음으로도 원래 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저 인간 꼬맹이의 동전을 훔치려던 건 정당한 일이라는 거죠!"

장황한 이야기가 결국 이상한 결론에 닿는 것을 보며 남자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이해했어. 하지만 난 저곳으로 가봐야겠는걸?"
"엥? 지금 제 이야기를 어떻게 들은 거예요? 지금 보이는 것과 다르게 진짜 아무것도 없다니까요?"

글쎄, 너의 도둑질을 정당화하는 이야기로?
그렇게 생각하는 남자의 손이 천천히 아이의 얼굴을 가린 후드에 다가갔다. 아이는 놀란 듯 몸을 움츠렸지만, 남자의 눈을 바라보며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후드가 내려가자, 숨겨져 있던 길쭉한 귀가 보였다.
기껏 가린 정체를 들킨 아이는 당황한 나머지 잔뜩 겁먹고 눈을 감았다. 아이는 인간이 아닌, 요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남자는 아무런 행동도, 말도 하지 않았고, 슬며시 눈을 뜬 아이가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아무런 차별 없는 눈으로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아이는 남자를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저씨는... 순수하네요."

무심코 나온 아이의 말에 남자가 웃었다.

"순수? 하하! 너처럼 어린아이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 그래요? 그럼 뭐라고 그래야 하지?"

아이는 고심하는 듯했다. 그리고 자신 없는 표정과 손가락으로 남자를 슬쩍 가리키며 말했다.

"선... 하다?"
"......"

아이의 말에 남자는 천천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은 일렁이는 하늘 너머 더 깊이 숨겨진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선. 이 짧은 한 단어는 남자가 스스로 해야 할 일과는 어쩌면 거리가 있었음에도, 잊어서는 안 되는 본질임은 분명했다.
남자는 알고 있다.
선한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선이 바탕이 되어야 함은 분명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이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남자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
"아저씨. 울어요?"
"이런! 숨겨보려고 했는데, 보였어?"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는 사막으로 향하려는 남자를 더 말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일어선 남자의 손을 잡은 아이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마법사? 아니면 모험가?"
"음... 마법사는 맞지만 모험가라? 그렇게 불리는 것도 썩 괜찮은 것 같지만..."
"괜찮은 것 같지만?"

남자가 하는 일이 모험이던가? 아니. 그보다는 어떤 목적을 가진 여정에 가깝다.
생각을 정리한 남자가 아이에게 대답했다.

"여행자가 더 어울릴 것 같아."
"여행자? 그게 모험가랑 뭐가 다른 거예요?"
"그건 말이다..."

요정 아이의 말에 대답해주는 남자의 이야기와 함께, 잠시 멈췄던 발걸음이 가볍게 시작되었다.



길을 헤맸다.
찾고자 하는 것은 있었으나 목적지는 없었다. 이미 그란플로리스 전체를 돌아다닌 참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바람이 흐르는 대로 나부끼는 나무들을 따라 슈시아는 정처 없이 숲속을 달렸다.
그 아이가 안전한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봐야 안심이 될 터였다. 그것이 약속이었으니까.

"동쪽 숲을 지키는 아이니까, 그쪽에 있지 않을까?"

서쪽의 수호자, 트라울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슈시아의 질문에 대답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흐트러짐 하나 없던 슈시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저 기분 나쁜 꿈이라고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럴 수 없었던 이유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 한편에 자리한 불안 때문이었다.
아이는 가끔 아주 먼 곳을 바라봤고, 그럴 때면 슈시아는 지금의 행복이 언제라도 깨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답지 않게 허둥지둥거리고, 무슨 일이야 슈시아."

요정 구위시가 먼발치에서 걸어오면서 말했다.
들고 있는 창은 차가운 냉기를 머금고 있었고, 숲속에서 방금 마법을 사용하고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까 말했던 마법진 살펴봤는데 마력이 약간 흐려진 부분이 있었어. 물론 바로 복구는 했고."
"마법진이 흐려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구위시?"

슈시아는 뭔가 실마리라도 잡으려는 듯,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틈이 살짝 벌어져 있었어. 작은 연못 크기 정도. 뭐 제대로 복구시켰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

구위시의 대답을 들은 슈시아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평소에 일어난 적 없는 작은 변화. 그 약간의 균열이 슈시아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꿈, 악몽... 그 눈앞에 펼쳐졌던 생생한 광경을 그저 잠든 사이 스쳐 지나간 환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피부에서는 아직도 뜨거운 화기가 귓가에는 아직도 친구들과 숲의 비명이 들리는 듯한데...
슈시아는 그녀가 꾸었던 꿈을 쉽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꿈속에서 숲은 불탔고, 자신을 제외한 요정 모두가 망가진 대마법진을 복구하기 위해 희생했다.
그리고 세리아, 그 아이가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자신에 관해서는 잘 모르지만, 대마법진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아이.
요정들에게 한없이 다정했지만, 가끔은 돌아갈 곳이라도 있는 듯, 아주 먼 곳을 바라보던 그 아이.
도대체 어디에... 어디에 있는 거야...

"... 슈시아, 슈시아!!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 한참을 불렀네."

슈시아는 꿈을 깬 듯, 정신을 차렸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진 문제라면 걱정할 거 없어. 어떻게든 내가 지켜줄 테니까."

구위시의 호언장담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슈시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구위시, 아까 세리아 봤다고 하지 않았어?"

갑자기 구위시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는 듯, 트라울르가 물었다.

"세리아? 아까 엘븐 미어 쪽으로 가던데? 불러도 대답도 없이. 거긴 나무가 많아서 길 잃기 쉬운데..."

구위시의 말을 듣자마자, 슈시아가 달리기 시작했다.

"야, 갑자기 어디 가!"

엘븐 미어는 가끔 낯선 인간들이 주위를 배회하는 곳이었다.
딱히 요정을 경계하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지닌 사람들.
슈시아는 그들로부터 세리아를 지켜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리아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봐야 했다.

그 사람과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

소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약초가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들에게 무슨 고민이 있는지,
대마법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녀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 자신에 관한 것만 아니라면.
소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소녀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세리아. 한참을 찾았네."

퍽 다정한 목소리를 향해 세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슈시아 님? 괜찮으세요?"

슈시아의 모습은 꽤 지쳐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던 머리는 계속 달려온 탓인지 헝클어져 있었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그런데도 마치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은 듯, 환한 슈시아의 미소에 세리아는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었다.

"또 님이라고 하네. 내가 누누이 말했지. 너 분명 나보다 나이 많다니까."
"그래도 이게 익숙해서..."
"슈시아라고 해. 슈시아."
"... 슈시아."
"은근히 약 오르게 한다니까. 요정들의 성장은 다 제각각이라지만 아무리 천천히 성장한다고 해도 내가 이만큼 자랐는데, 왜 너는 그대로지?"
"글쎄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커다란 바위가 깊은 물 속에 가라앉듯 세리아가 수심에 잠겼다.

"저는 분명 요정인데, 다른 요정과는 달라요. 제 뿌리에 관한 기억이 아무것도 없어요.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슈시아는 어렴풋이 세리아의 마음을 상상했다.
그리고 어째서 요정들이 잘 오지 않는 이 연못에 홀로 서 있는지에 대해 짐작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제가 누군지도 모른 채로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언젠가 꿈에서 깨어 모두 잊어버릴 것만 같은..."

세리아는 아주 먼 곳을 바라봤다.

"뭔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에요. 저는 누굴까요?"

땅이 발에 닿지 않는 기분. 오랫동안 숲속에 살았지만, 이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닌 것만 같은...

"누구긴 누구야. 너는 동쪽 숲의 대마법진을 담당하고 있는 어리지만 똑 부러지는 실력의 요정이잖아."

자신감 넘치는 슈시아의 말에 세리아는 당황했다.

"세리아, 말해봐. 네가 누구라고?"
"저는..."

세리아는 자신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슈시아는 세리아를 알고 있었다.
세리아는 자신이 슈시아의 기억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꼈다.

"저는 동쪽 숲의 대마법진을 담당하고 있는 어리지만 똑 부러지는 실력의 요정이랍니다."
"후후, 그래. 그게 너야, 세리아. 그건 그렇고 뭐 잃어버린 거 없어?"

세리아는 그제야 목 언저리가 허전함을 느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지니고 다녔던 목걸이.
순간 머릿속에 어렴풋이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꼭 지니고 다녀."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슈시아의 목소리와 겹쳐 들렸다.
슈시아의 손에는 세리아가 잃어버렸던 목걸이가 들려져 있었다.


"나, 언젠가 술집을 열 거야.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을 만들 거야. 그곳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도는 잠시 잊어도 돼."

슈시아가 세리아의 목에 목걸이를 걸면서 말했다.

"그게 내 꿈이야. 그리고 내 꿈엔 너도 항상 함께야."
"술은 못 마시지만 자주 놀러 갈게요."
"가게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
"음... 글쎄요."

세리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슈시아는 연못에 비친 세리아의 모습에 놀랐지만, 티 내지 않았다.
수면 위로 보이는 세리아는 어딘가 공허한 눈빛의 얼굴로, 지금의 모습과는 아주 달랐다. 분명히 요정은 아니었다.
목걸이로 그자가 감추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알려고 하면 안 된다. 지금의 행복을 깨버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슈시아가 모른 척 목걸이를 마저 걸자, 연못에 비친 세리아의 모습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리아였다.

"달빛 주점 어때요? 슈시아 님은 늘 달빛 아래에서 술을 즐기니까."
"또, 또, 님. 슈시아라고 부르라니까."

세리아와 슈시아가 연못을 뒤로하고 원래의 자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연못에 두 사람의 뒷모습이 비쳤다.

아름다운 모습 위로 무언가 떨어졌고, 연못의 파문이 그들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Library of Memory


시놉시스
아이리스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시원한 공기가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살아있다는 감각, 그런 것이 느껴졌다. 다만 인형일 뿐일지라도.

'저를 구해주신 건가요? 어째서 죄 많은 저를...'

아이리스의 머릿속을 헤집던 힐더의 검은 안개가 세리아에 의해 사라졌던 순간,
무겁게 내려앉았던 죄책감, 그 감각을 아이리스는 잊지 않았다.
그녀가 간신히 숨 쉴 수 있는 것은 가슴속에 따스하게 움튼 목소리 덕분이었다.

'계속 살아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저희와 함께해주세요.'

'당신에겐 해야 할 일이 있소. 당신으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하오.'

세리아와 시란, 그리고 모험가의 도움으로 아이리스는 다시 일어섰다.
새롭게 자리 잡은 그녀의 사명, 아이리스는 더 이상, 조종당하는 인형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아이리스 님, 여서 뭐 하십니까?"

아이리스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시란의 모습이 보였다.

"바칼의 말 때문에 마음이 억수로 심란하신갑네예."

바칼이 말한 힐더에 관한 새로운 진실,
그 진실이 아이리스에게 얼마나 거대하게 다가왔을지 짐작하는 듯 시란이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믿고 있던 진실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으니까요."

시란은 아이리스의 눈동자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녀는 이미 강해져 있었다. 오히려 걱정해야 할 쪽은...

"모험가, 그노마도 지금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듯 하던데예."

아이리스는 의외의 말을 들은 듯, 시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는 모험가에 대해 생각했다.

"아마 괜찮을 겁니다. 모험가님은 분명..."

아이리스는 말끝을 흐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란도 괜한 걱정을 했다는 듯 미소 지었다.

"미쉘 님이 부르시는 것 같은데, 이제 가보시지예."

시란을 따라 걷던 아이리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아이리스는 순간 어떤 마력을 느낀 듯했다.
기계혁명의 차원에 휘말려 들어갔을 때, 느꼈던 마력, 설마 아직 이곳에 무언가가...

"와 그러십니까?"

시란의 말과 함께 마력의 기척은 사라졌다.

"아, 아닙니다. 어서 가시지요."

아이리스는 스쳐 지나가는 감각일 뿐이라 여기며 단념하고 걸음을 옮겼다.


태초의 공포, 모로스
답답하다. 분하고 억울하다.
 
눈을 떴을 때, 니콜라스는 자신의 마음속에 맺힌 원한에 사로잡혀있었다.
이성 없이 분노와 울분만 가득한 상태. 죽여버리고 싶다.
삶에 대한 혐오감이 목 끝까지 차올라 당장이라도 뱉어내고 싶었다.
 
밟아버려, 찢어버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짓이겨버려.
 
끔찍한 생각들을 떠올릴 때마다, 니콜라스는 심장 전체가 뜨겁게 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어느새, 니콜라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키킥, 건방진 놈이 들어왔군.
 
순간 퍼진 심장을 한 번에 움켜쥐는 듯 묵직한 소리.
동시에, 니콜라스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검은색 액체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느끼고 피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에 원념이 뭉쳐진 듯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검은색 액체들이 즐비해 있었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언제 이런 것들이? 잠깐 이곳은...
 
니콜라스는 그제야 정신이 든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붉게 물들어 있는 저택 내부, 바닥엔 온통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검은 액체들 뿐.
그 불쾌한 존재들은 스스로 몸을 움직이며 니콜라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리와 무릎을 타고, 온몸을 삼키듯이...
니콜라스는 두려움,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내 온몸이 삼켜졌을 때, 니콜라스는 꿈속에 잠기는 듯,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봤다.
 
거미왕국의 왕, 킹 바분의 죽음. 남겨진 두 왕위 계승권자인 자신과 여동생 안젤리나.
아버지 죽음에 대한 여동생의 오해. 
상황이 마음처럼 마음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
마지막에 남은 건 모두 다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
 
같잖은 복수심이군. 하지만 이곳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 퍽 어울리는 마음가짐이야.
 
눈을 뜬 니콜라스 앞에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존재가 있었다. 
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느낌, 아주 깊은 무의식 속에 들어있는 듯한,
마치 태초의 공포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공포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니콜라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 존재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문의 주인, 카론
왕이시여.
칼날이여.
 
백귀의 왕이시여.
시련으로 연단된 칼날이여.
 
당신께서 봉한 혼백이 구천을 가득 채웠으니,
그대의 귀기에 내 기꺼이 현세에 강림하였으니,
 
어찌 그대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 그대의 자격이 부족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허나 왕이시여.
허나 칼날이여.
 
당신께서 과연 운명의 중심에 설 자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니.
이로써 그대의 업보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니.
 
당신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못할 겁니다.
그대의 죽음은 결코 순탄치 못할 것이다.
 
그대, 백귀의 왕이여.
그대, 연단된 칼날이여.
 
나는 그날의 약조를 지켜 그대에게 힘을 내주었으니,
나는 이날의 약조로 그대를 왕으로 받들 것이니,
 
이제 스스로 칼자루를 쥐고 칼날의 주인임을 증명하라.
이제 스스로 검을 쥐고 왕의 자격을 증명하라.
 
이것이 문의 주인, 카론의 시련이 될 것이다.


어비스의 근원
"오늘은 인연이 많은 날인가 보군."
 
마계의 어느 곳,  늙은 마법사는 자신을 이곳까지 끌어당긴 그것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래, 그대를 무엇이라 부르면 되겠나?"
 
칠흑빛의 거대한 구체 형태의 그것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제껏 마주해보지 못한 악한 기운이 늙은 마법사의 주위를 휘감아들어왔다.
이내 공간을 찢을 듯한 파열음이 모인 것이 목소리가 되어 주변을 울렸다.
 
무한한 힘, 어비스. 그 자체인 것이 바로 나다.
 
"근방을 떠도는 미물들이 뿜는 기운의 원인이 그대였군."
 
어리석은 놈, 원하는 것은 감추었으나 비어버린 자신까지는 감추지 못했구나.
 
곧 검은 구체로부터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빠른 속도로 늙은 마법사의 주변을 휘감았다.
이내 주변은 대지와 하늘의 경계도 가늠되지 않는 무한한 칠흑의 공간으로 일변하였다.
늙은 마법사는 옷자락을 가다듬었다.
앞섶을 모아 쥔 주름진 손이 미세하게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뒤집어쓴 커다란 로브 틈새로 떨어진 하얗게 세버린 머리카락이 검은 풍경과 대비되어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질문을 던진 구체는 자신을 감싼 검은 껍질을 벗어내며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모했다.
 
입이 찢겨 표정을 알 수 없게 된 괴물의 모습으로 읊조렸다.
누구든 홀려낼 세치 혀인가?
 
눈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버린 사내의 모습으로 속삭였다.
가려진 것을 찾아낼 눈인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을 가진 소년의 모습으로 소리쳤다.
절대 마르지 않는 힘인가?
 
내 힘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나를 인도해라.
텅 비어버린 네놈의 그릇을 나의 힘으로 가득 채워라.
 
늙은 마법사는 온몸을 감싸며 스며드는 악한 기운을 떨쳐내고 상대를 바라봤다.
 
"보통 어리석은 자가 아니고서야 대가 없는 강함을 믿지는 않을 테지. 그리고..."
"비어버린 것은 이미 다른 것으로 채웠다네."
 
이리도 쉬운 길을 거부하다니 이놈이고 저놈이고 잔꾀나 부리고 있는 모양새구나.
그렇다면 널 채운 것은 무엇인가?
 
"지금은 작고 무딘 칼날에 대한 믿음일세."
 
고작 그따위 것을 믿고 스스로를 팔아 진실을 가렸는가?
어리석구나, 너는 그 작은 칼날이 나와 그녀에게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글쎄... 처음은 무딘 쇳덩이에 불과하겠지, 허나 벼려지고 갈려나가며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것이 칼의 진가가 아니겠는가."
"많은 인연과 만나고 부딪힐걸세, 나란히 서기도 하고 맞서 싸우기도 하겠지, 그런 인연들이 칼날을 단련시킬 모루가 될 걸세."
"그래, 지금 우리의 만남도 언젠가 칼날에게 닿을지도 모를 일이지."
 
넌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나의 힘을 취하지 않은 오늘을.
 
"후회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선택은 틀리지 않을 걸세."
 
의연한 표정의 늙은 마법사를 뒤로 한 채 칠흑빛의 구체는 사라졌다.
자신을 압박하던 검은 기운이 사라지자 차올랐던 숨이 터져 나왔다.
 
"놓아주었군..."
 
곧 늙은 마법사도 짧은 빛의 점멸과 함께 사라졌다.
둘의 대화로 소란해진 대지에는 잠시의 적막이 찾아왔으나, 이내 곳곳에서 들려오는 비명들이 칠흑빛의 대지를 물들여갔다.


이슬을 감춘 자
어느 공간.
늙은 자와 젊은 자, 그리고 어린 자 세 명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그 세 명은 나이 차이만큼이나 모습이 달랐지만, 그럼에도 묘하게 서로 닮은 듯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고, 이내 젊은 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하하. 이거 색다른 경험인데? 내가 나와 대면하다니."
 
그 말에 늙은 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일세. 기억으로 구현한 나와의 대화라니, 이건 나로서도 낯설고 신비롭군."
"내가 해놓고 내가 낯설면 어쩌자는 거야? 이상해."
 
어린 자의 퉁명스런 말투에 젊은 자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이상한 건가? 음... 아니야. 이런 상황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 낯선 게 맞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어린 자는 한동안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따라가자 보이는 것은 수많은 공간이 뒤엉켜 있는 공간이었다.
그 불안정한 차원의 끝자락은... 당장에도 누군가가 넘어올 것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흥. 그래서. 이제 뭘 할거라고?"
 
어린 자의 말에 젊은 자가 말했다.
 
"기다려야지."
"누굴?"
"그를."
"누가?"
 
젊은 자와 늙은 자가 서로 바라보고는 동시에 대답했다.
 
"네가."
"자네가."
"......"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어린 자는 이내 분한 듯 말했다.
 
"뭐야! 나만 이렇게 땅꼬마로 만들어 놓고서 가장 어려운 걸 하라는 거야?"
 
하지만 젊은 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않아? 나와, 저 늙은 나는 다른 곳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으으...!"
"그러니 결국 이곳을 지킬 사람은 너밖에 없지. 응? 너라고 하니 이상하군. 너도 결국 난데 말이야."
"시끄러워! 처음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거는 알고 있었으니까!"
"하하. 역시 나군. 이미 다 알고 있었잖아?"
 
젊은 자의 말에 어린 남자가 달려 드려는 찰나, 늙은 자가 손을 들어 둘을 제지했다.
 
"모두 그만하게나. 이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네."
"......"
"......"
"그래, 나도 알아! 그러니까 이제 길을 만들고 그 녀석을 기다려야 한다는 거잖아!"
"맞네. 아마... 쉽지 않을 게야."
 
늙은 자의 말에 어린 자가 괜히 발끈했다.
 
"쉽지 않아? 그건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설마 나야?"
"자네가 나니까 결국 나에게 하는 말이겠군."
"뭐야, 그럼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거야?"
"...그럴지도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나머지는 오롯이 다른 이들의 몫이니 말일세."
 
어린 자가 몸을 둥실 떠올렸다. 마법처럼 둥실 뜬 모습에도 다른 둘은 놀라지 않았다.
 
"흐응... 내 준비가 미덥지 못하단 거야?"
"준비는 완벽해.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저 늙은 나는 걱정이 많아 보이는데?"
 
그 말에 늙은 자는 침묵하더니 이내 말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 않나?"
 
다른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알지."
"알아."
 
잠시간의 침묵.
사실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였으니까.
 
내가 이렇게 소리를 내어 이야기하는 이유는 계획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는 핑계였지만,
사실은 거대한 힘 앞에 초라한 자신이 느낄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말했다.
 
"톱니바퀴의 틀은... 이제야 완성되었네."
"이제 우리가 기다리는, 그 운명의 톱니바퀴를 끼우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 톱니바퀴가 어떤 운명을 향해 맞춰 돌아갈지..."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빛의 여인
“그분이야말로 태초의 빛
모든 우주의 진실된 주인,
만물의 근원이자… 위대한 의지”
 
여인은 수없이 되뇌었던 말을 다시금 곱씹었다.
온 세상이 혼탁한 기운에 물들어 태초의 빛을 잃어갈 때에도
근원을 알 수 없는 부정한 기운이 먹물처럼 번져갈 때에도
여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저버리지 않았다.
 
마침내, 여인은 기나긴 헤매임 끝에 오랜 숙원을 해결할 자그마한 실마리를 찾았다.
 
'염원한 바를 이루기 위해선 그자를 통해야 할지니...'
 
여인은 황금의 형상을 띈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서서히 날아올랐다.
지나간 자리마다 황금빛 물결이 새겨졌으며 온 천지가 찬란하게 빛났다.
 
여인은 상공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세상을 한눈에 내려다봤다.
하늘과 맞닿을 만큼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안개에 뒤덮여 시야가 뿌옇게 변해왔지만, 여인은 단번에 직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찾는 자가 그곳에 있다는 걸.
 
"저자로구나. 이 땅의 가장 지혜로운 마법사라 불리는 자가..."
 
여인은 이전보다 몸을 낮춰 낮게 이동했다. 
희뿌연 안개 사이로 꼿꼿이 서 있는 자가 시선 끝에 들어왔다.
여인은 자신의 염원이 끝내 현현하리란 예감이 들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기억의 도서관
차원의 경계 어딘가 존재하는 도서관.
누군가의 강력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목적을 잃고 방황 중인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해 준비된 장소다.
거대한 천칭이 도서관의 중심을 유지하고 있으며 별빛으로 쓰인 신비로운 책들이 부유한 채 그 주위를 메우고 있다.
현재 하나의 존재를 반겨주기 위해 예비된 사서만이 남아 도서관을 관리 중이다.


지난 이야기 - 기계 혁명
모험가는 바칼이 머무는 시간대에 도착했고, 기계혁명이 시작되었다.
천계 연합군과 함께 바칼을 마주한 모험가는 거대한 진실을 듣고 의문을 가진다.



방황하는 칼날


분명, 다다르고자 했던 목적지에 도달하고 왜곡된 역사를 원래대로 돌려놓았지만,
모험가는 여전히 아무런 답을 찾지 못한 것만 같아 혼란스럽기만 했다.
네가 진정으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힐더의 바로 옆에 도사리고 있으니... 진실을 직시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마지막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바칼이 남긴 목소리는 모험가의 머릿속을 계속 어지럽히며 곁에 남아있었고,
모험가가 겪어 온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게 했다.
창신세기가 숨기고 있다는 것은 도대체... 바칼의 말은 진실일까?


모험가, 좀 쉬었어? 한동안 베키와 함께 주변을 관찰하면서 여러 차례 계산해 봤는데, 더 이상 다른 왜곡된 차원은 발견되지 않았어.
여태껏 쫓아왔던 시로코의 행방은 알 수 없지만... 이제 더 이상 시로코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쉽지만 이제 그만 돌아갈 준비를 할까 해.
지금 이쪽으로 와줄래?



바하이트에 있는 미쉘 쿠리오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내가 계산한 시간 좌표로 봤을 때, 지금 여기는 우리가 온 시간대가 맞아!
네. 더는 다른 왜곡된 차원이 보이지 않아요. 시로코의 사념이 지나간 흔적도 없어 보입니다.
이제 시로코 그노마도 힘을 다해가 사라져 버린 거 아니라예?
안심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지금은 희미했던 기운마저 느낄 수 없지만, 시로코의 끝을 확실하게 본 것은 아니니까요.
바칼의 마지막을 봤어도 뒤를 안 닦은 것 마냥 찜찜하기만 하네예.
뭐야, 너네 왜곡된 차원에 들어가서 해결한 게 아무것도 없어? 이 베키 님 없이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놈들이네.
그러게. 베키. 역시 네가 필요하다니까.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도 어쩌겠어요. 어쨌든 왜곡된 차원을 원래대로 돌려놓았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다음은 있는 거니까.
우선은 돌아가서 지금까지 차원 속에서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는 게 좋겠어요.
네, 우선 그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다만 왜곡된 차원에 머무르는 동안... 밖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지 예상이 되지 않아 걱정이군요.
왜곡된 차원은 원래대로 잘 돌려놨으니 아무 일 없기를 바랄 뿐이죠.
좋아,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왔으니, 이제 우리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자. 준비됐어 베키?
당연하지! 바로 출발할 테니까 꽉 잡아!
......
잠깐. 이, 이거 뭐냐!!
베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공간 좌표를 계산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
이익! 제어가 되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왜곡된 과거의 차원이라도 다시 나타난 거야? 어디 봐봐.
......
이건... 큰일이야. 좌표 제어 장치가 전혀 방향을 못 잡고 있어.
베, 베키 님 잘못은 아니다. 뭐!
네 잘못 아닌 거 알아 베키. 왜곡된 차원 위주로 계속 시공간 좌표를 계산해왔으니...
미쉘 님,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무래도 시간의 차원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공간 좌표 계산에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아요.
심하게 왜곡된 과거의 차원에 너무 오래 머물렀던 탓이겠지요.
흥!
이거 골치 아프게 됐네요. 왜곡된 과거의 차원을 원래대로 돌려놓자마자 차원 속에 갇혀버린 신세라니.
그럼 이제 우짭니까? 이대로면 모두 차원 미아가 되어버리는 거 아니라예? 기껏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왔더니 길을 잃어버렸네예.
......
방황하고 있는가, 길을 잃어버린 칼날이여.
(이 목소리는 분명 그때 들었던... )
왜 그래 모험가?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심각해.
......
힘을 느낄 수 있다면 따라오게. 자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다들 저쪽을 보십시오. 갑자기 거대한 마력이 나타나더니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저, 저건 마력으로 이루어진 기류... 꼭, 길처럼 보이는군요.
이건 분명... 힐더 님과는 다른 마력... 왜곡된 차원에 들어가기 전에 느껴본 적 있는 힘입니다.
저 마력으로 이루어진 기류가 따라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겠죠?
딱히 돌아갈 방법도 없으니, 우선 저 기류라도 따라가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예.
하지만 어떤 존재가 이 차원 속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왜곡된 차원을 쫓아 여기까지 왔지만 정작 이곳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위험한 길을 가느냐, 다른 길을 찾느냐의 문제겠네요.
어쨌든 어떤 길을 가더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거 아냐?
니 말이 맞데이. 어느 쪽으로 가든 결과는 알 수 없다. 뭘 정하긴 해야 할 텐데...
그러고 보니 이 이질적인 마력은 계속해서 차원 속에 있는 저희에게 접근해왔죠. 꼭 전해야 할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모험가는 바하이트 앞으로 펼쳐진 마력 기류를 향해 앞으로 걸었다.
바하이트에 있는 모두, 모험가를 바라보았다.
모험가는 뒤돌아 굳은 의지를 담은 눈으로 일행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래. 가보자는 말이제?
모험가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좋아, 나도 찬성. 여기 있다고 무슨 수가 나올 것 같지는 않으니까. 베키, 준비 됐어?
뭐? 지금 바로 간다꼬? 잠, 잠만 있어봐라.
오케이, 그럼 간다!



차원의 경계


마력 기류에 선체를 실은 바하이트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하이트가 기류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잠깐 이거 어디로 가는 거지? 가면 갈 수록 주변에 알 수 없는 차원들이 서로 흩어져 있는 것 같아.
기류를 타고 이동할수록 다양한 차원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들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군요.
마치, 어떤 경계에 있는 듯합니다.
아이고 머리가 어질어질 하데이.
잠깐, 저것 좀 봐. 기류 끝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저 건물은 도대체...
건물 전체가 이질적인 마력으로 감싸여져 있어요. 꼭 무언가를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모습이네요.
이제 우짤거라예? 정말 저 안으로 들어가는 깁니까?
조금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안쪽에 뭐가 있을지 도저히 알 수 없으니...
이미 결정한 거잖아! 뭘 뭉그적거리는 거야! 모험가! 안 그러냐!
그래. 모험가는 뭔가 확신에 찬 듯한 느낌이네.
뭐, 여까지 왔는데 안 들어가 볼 수도 없고...
그렇군요. 모험가님의 결정이 그렇다면 가볼까요?
이번엔 내가 먼저 갈 거다.
베, 베키! 같이 가.
못 말려... 우리도 얼른 들어가 볼까?



베키를 따라 기억의 도서관에 입장하기



<퀘스트 완료>
베키, 뭘 그렇게 멍하게 서 있어? 여긴...
정말 신비로운 곳이잖아! 그간 꽤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이런 공간은 처음이야.
아이리스 님, 뭔가 아시는 게 있나요?
저도 이런 공간은 처음입니다.
이 구조물은... 마치 여러 세계가 얽혀있는 듯한 형상이군요.
어, 이 주변으로 떠있는 건... 책 아입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글자군요. 제가 모르는 세계의 언어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글자는 처음 봐요.
점과 점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글자로군요. 꼭 별자리 같아요.
음? 별자리... 별자리라...
여기 도서관이야. 도서관! 꼭 엘팅 메모리얼같이 생겼어.
베키 님 말처럼, 책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꼭 도서관처럼 보이네요. 이 많은 책들 속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군요.
뭐,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여기 주인이 뭔가 전하고 싶은 게 있는 거 아닐까요? 보통 누군가에게 무언가 알리기 위해서 기록하니까.



기억의 도서관


그건 그렇고 우째 주변에 개미 새끼도 한 마리 안 보이네예.
바보냐! 이런 곳에 개미가 어떻게 살아.
말이 그렇다는 거 아이가. 말이...
주변이 온통 이질적인 마력으로 둘러싸여 있어 기척을 느끼기 쉽지 않군요.
어? 모험가 니도 뭐 느꼈나? 저짝에서 뭐가 움직이는 것 같데이.
수상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이건... 마치 마력 자체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아요.
그럼 이 베키 님이 먼저 가볼게!
자, 잠깐만 베키! 또 혼자 위험하게 어디 가는 거야!
후, 우선 베키를 따라서 안쪽으로 들어가 보는 게 좋겠어.



베키를 따라 기억의 도서관 안쪽으로 진입하기



쪼그만 게, 걸음도 빠르네.
놓치기 전에, 얼른 쫓아가는 게 좋겠어요.
잠깐, 이 꺼림칙한 것들은 다 뭐고?
수상한 마력으로 뭉쳐져 있는 존재들입니다. 모두 스스로 움직이고 있군요. 여러 형상들이 겹쳐져 있는 것이...
마치 어떤 기억들이 서로 얽혀 뭉쳐진 모습 같군요.
왠지 묘한 기운을 내뿜는 것이 기분 나쁘네요.
다들 단디해야겠데이.
이것들 아무래도 적인 것 같은데예?
우선 여기 있는 형상들을 처리하면서 서둘러 베키 님을 쫓아가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베키 그 노마를 놓친 것 같은데예.
베키한테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잠시만요. 저 책에서 상당히 강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까부터 싸우면서 느낀 건데, 이것들, 우리를 죽일려고 달려드는 게 아니라 뭘 확인하려는 것처럼 덤비네예.
목적을 알 수 없지만, 우선 베키를 찾으려면 저 책부터 해결해야겠어요.



<퀘스트 완료>
후, 다 끝난 거겠죠?
아직, 책 속에 강력한 마력이 남아있어요.
뭘 꾸물거리다가 이제 온 거야? 여기서 한참 기다렸잖아.
뭐고, 이 건방진 얼라는.
잠깐, 당신... 마력으로 빚어진 형상이군요.
그럼 저노마도 아까 그노마들이랑 같은 녀석인 거라예?
바보들이냐? 책들부터 형상들, 심지어 이 건물까지 여기 기억의 도서관에 있는 모든 것은 마력으로 만들어져 있어.
기억의 도서관?
마력으로 형상화된 기억들이 모여있는 곳이군요.
여가 어떤 곳인지는 알겠는데, 왜 우리를 공격한기고.
이 몸을 만날 수준이 되나 안되나 확인 해본 거지.
내 소개를 해볼까? 눈치라는 게 있다면 알았겠지만 이 몸은 여기 이 기억의 도서관을 관리하는 도서관지기라는 말씀.
말하는 게 꼭 새총 들고 다니는 누굴 닮았네.
아이리스 님, 마력으로 이렇게 살아있는 것도 만들 수 있는 거라예?
제가 알고 있던 마력과는 전혀 다른 성질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렇게 섬세하게 운용되는 마력은 처음 봅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선들이 정교하게 얽혀 특별한 형상을 빚어내고 있어요.
도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누구긴 누구야 이 기억의 도서관을 만든 사람이지.
이곳의 형상들은 모두 기억의 도서관을 만든 한 사람의 기억을 재현하고 있어.
마력으로 기억을 재현해 형상화하는 거군요.
잠깐, 한 사람의 기억? 그럼 이걸 전부 혼자 만들었단 이야기야?
이 몸도 엄밀히 말하면 주인이 가진 기억의 형상 중 하나야.
이 정도 강력한 마력을 가진 마법사가 또 있었다니...
그런 어마어마한 마법사가 도대체 뭘 하겠다고 이런 걸 여기에 만든 거라예?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회랑 안쪽에 어떤 놈이야? 어딜 가는 거지?
어? 잠깐, 그쪽엔...
설마 안쪽에 있는 게...

네. 아무래도 베키 님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그럼 빨리 따라가는 게 좋겠어요! 지금 저 도서관지기는 베키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기억의 형태


우선 각자 흩어져서 찾아보는 걸로 하죠. 그게 빠르겠어요.
다들 조심하세요. 기억의 도서관에 흐르는 마력이 더 강해졌어요. 아무래도 침입자를 경계하는 것 같습니다.
카면 베키 그 노마를 찾은 뒤 다시 이곳으로 모이지예.



기억의 도서관을 배회하는 베키 찾기



저건 특이하게 생긴 책이네.
이 책은 아무나 못 읽어. 특히 너 같은 꼬맹이는 어림없지.
그건 그렇고 이런 꼬맹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지?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거야! 이 땅꼬마가!
내 두 발이 지금 땅에 붙어있질 않는데 무슨 땅꼬마야.
그, 그럼 하늘꼬마!!
......
......
으 짜증나. 야, 꼬맹이 너 바로 기억의 도서관에서 쫓아낼 거야.
뭐야, 너희랑 같이 온 꼬맹이였어?
흥!
음... 쳇. 이번만 참겠어. 적어도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건 아닌 거 같으니까.
이 책은...
아, 이건 아무나 못 읽는 거야. 뭐, 너라면 이 책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있을지도 모르지.
우선, 예언의 서는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겠어.
어? 책 어디 갔어? 보고 싶었는데...
넌 못 읽는다니까? 일단 모험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이쪽으로 따라와.
꼬맹이, 넌...
따라오든지 말든지.
따라갈 거거든! 메~롱!
잠깐, 저 땅꼬마, 누구야? 아는 사이야? 저런 녀석이랑은 안 놀았으면 좋겠는데...



베키 님, 다행히 무사하셨군요.
당연하지! 이 베키 님을 뭘로 보고.
근데, 나 쟤 건방진 게 마음에 안 들어.
원래 비슷한 성격은 싫은 거야, 베키.
하나도 안 비슷하거든?
근데 모험가 니는 여서 뭐하고 있는 기고?
내가 말했지? 기억의 도서관은 한 사람의 기억이 재현되어 마력으로 형상화되어있는 공간이라고.
쉽게 말해 기억을 마력으로 기록해두었다고 할 수도 있어. 그리고 기록의 목적은 단 하나.
그렇다면 바하이트 전체를 마력으로 움직였던 자가...
그, 그건 내가 아냐. 물론 나도 할 수 있지만...
마력으로 너희를 움직인 건, 기억의 도서관을 만든 사람이야. 여기는 그 사람이 선택한 자가 기억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올 수 있게 되어 있어.
그 말씀은... 그 자가 모험가님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로군요.
그래. 뭐, 준비는 된 것 같으니 기억의 책을 열람할 권한을 주도록 하지.
회랑에 책들이 나타났어.
이 별자리처럼 생긴 신기한 글자들은 뭔가요?
아 이거? 이건 우리 고향에서 사용하는 글자야.
잠깐, 카면 여 있는 책을 읽을라면 이 글자들을 배워야 하는 기가?
우리가 바보냐? 그런 것도 준비 안 해놨겠어? 잘 봐.
갑자기 책이 열렸어! 저 안에 뭐가 있는거 같은데...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으면 책 속에 재현된 기억 속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어.
마법사의 기억 속에 들어가, 그가 보고 기억한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겠군요.
뭐야? 하늘꼬마가 갑자기 사라졌어.
여러분? 잠깐 모여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에게 자신의 기억을 전하기 위해 누군가 마력으로 기억을 기록해 책으로 만들고, 그것을 보관하는 기억의 도서관을 만들다니...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준비해둔 느낌이네예.
그만큼 거대한 기억이 이 책 속에 들어있다는 것이겠죠.
나, 나 들어가 볼래!
베키, 그건 위험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잖아.
저도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기억의 도서관을 만든 마법사가 모험가님에게 전하고 싶은 기억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대체 어떤 내용일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요. 오히려 마법사의 기억이 또 다른 혼란을 주는 것은 아닐지 염려되는군요.
모험가님은 어떠신가요?



목소리를 따라서


모험가는 단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정체불명의 마법사가 전하려는 기억이 자신이 알고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힘을 느낄 수 있다면 따라오게. 자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모험가는 자신을 기억의 도서관으로 이끌었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답을,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모험가 님은 이미 결정을 내리신 것 같네요.
그렇게 강한 마력을 가진 마법사가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다만, 바칼과 싸우고 찜찜했던 느낌이 조금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예.
그럼 도서관지기에게 가볼까요?
잠깐, 이번엔 베키와 저는 빠지는 게 좋겠어요.
뭐? 싫어. 나도 들어가서 보고 싶어!
미안해 베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 그러니 우리는 좌표 제어 장치를 미리 손봐두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여차하면 바로 떠나야 할 수도 있을 테니까.
싫어! 기껏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나만 계속 바하이트에 있었단 말이야!
이번엔 나도 함께 있잖아?
...흥. 차라리 혼자가 낫지.
윽... 그건 좀 상처인데?
하지만 베키. 난, 너 없이는 바하이트를 잘 다루지 못하는 거 알잖아? 네가 꼭 필요해서 그래.
뭐, 뭐...! 그야...
그건 이 베키 님이 너무 뛰어나서 당연하지만...
(또 미쉘 님의 화술이 나오네예. 조금만 더 하면 춤도 추겠는데예?)
(...쉿, 베키 님이 듣겠습니다.)
이번 한번만 나 좀 도와주면 안될까 베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네가 꼭 필요해.
베키 님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왜곡된 차원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 해도 좌표 제어 장치 없이는 돌아가기 힘들 테니까요.
이번엔 꼭 가고 싶은데...
으... 어쩔 수 없지! 알았어!
고마워 베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는 최대한 없는 게 좋죠.
일리 있는 말이데이.
뭐? 지금 뭐라고 그랬어?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조심히 들어갔다 오세요.
자기들만 재밌는 거 보고 치사하다!
걱정 말그래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내 다 얘기해주께.
흥! 꼭 이야기해줘야 해!
그럼 정해진 것 같으니 기억의 도서관지기에게 가보도록 할까요.



기억의 도서관지기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왔어? 음... 그 꼬맹이는? 안 온 거야?
와? 그새 정이라도 든기가? 델꼬 올까?
치! 하나도 관심 없거든?
...신기하다고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쳇, 그럼 바로 기억의 책으로 안내할게.



잠들지 못하는 죄악


한 번만 설명할 거니까 똑똑히 들어.
세계라면... 천계, 마계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 이곳의 주인인 마법사가 이 아라드 행성 곳곳을 돌아다니며 있던 기억을 기록해둔 거야.
그동안 다닌 세계들을 편하게 숫자로 매겨보면... 1계, 2계, 3계, 4계, 5계, 6계, 총 6개의 세계를 여행하고 마지막에 도착한 여기 7계에 기억의 도서관을 만든 거지.
하지만 세계라고 해봤자, 아라드, 천계, 마계 정도 뿐 아이가? 여섯 개라니 다른 세 개는 어디를 말하는 기고?
귀찮으니까 나한테 묻지 말고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
뭐,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
알았어 조금만 설명해줄게. 아라드 행성이 있는 차원에는 너희들이 아는 곳 말고도 다양한 세계가 있어. 뭐, 여기 기억의 도서관이 있는 차원의 경계처럼 말이야.
전부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우선 너희가 처음 들어갈 책은 6계,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이야. 도서관 주인이 여기 기억의 도서관을 짓기 바로 직전에 들렸던 곳이지.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 그곳이 정말로 존재하는 곳이었다니...
아이리스 님은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이란 곳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 거라예?
오래전 흑요정 왕국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은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불경한 자들이 머무르는 곳.
흑요정 왕국에 있는 사령술사들이 그곳의 언데드들과 계약한다는 내용이었죠. 저는 그저 사령술사들의 신기한 능력에 관한 소문으로 생각했는데...
죽었지만 살아있는 언데드의 세계라... 뭔가 끔찍한 기분이 드네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자들은 사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자들... 그런 자들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죠.
모험가야. 말만 들어도 위험한 곳인 것 같은데... 괘안켔나?
아무래도 의지가 확고하신 것 같군요. 분명 저 책 속에서 무언가 느껴지시는 거겠지요.
저도 왠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의 이면을 마주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원래는 모험가 혼자 들어가야 하지만... 여기까지 함께 온 너희들도 어쩌면 모험가와 운명을 함께하는 자들이겠지. 그러니 함께 책 속에 들어가도 좋아.
운명을 함께하는 자들이라... 뭐 틀린 말은 아이네.
책 속에 들어가면 기억의 페이지를 찾아. 그 페이지가 마법사의 기억을 보여줄 거야.
그럼 행운을 빌지.



6계 : 잠들지 못하는 지옥에서 기억의 페이지 찾기



여긴 비명굴보다도 스산하면서 답답한 느낌이 드네예.
높은 밀도의 어둠이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이 세계에 영혼을 뺏길 수도 있겠어요.
아이리스 님 덕분에 답답함이 좀 줄어든 것 같네예.
저 멀리 보이는 징그럽게 생긴 것들은...
이곳을 떠도는 망자들인 것 같습니다. 어딘가로 향하고 있어요.
딱히 저희를 신경 쓰진 않는 것 같네예. 그나저나 이래 컴컴한 데서 기억의 페이지인지 뭔지는 우째 찾아야 되는 기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답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우선 저들이 향하는 곳으로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저렇게 단체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분명 뭔가가 있긴 하겠지예. 모험가야. 일단 저짝으로 가보제이.
아이리스 님, 단디하는 게 좋겠어예. 고마 언데드 아니랄까봐 땅 속에서 기 나오네.
생명을 탐하는 눈빛... 이자들 아무래도 살아있는 것에 이끌리는 듯 하군요.
계속 달려들라카는 데예.
모험가야, 일단 이노마들을 떼어내면서 앞으로 가야겠데이.



한때 왕자였다꼬? 아, 글네. 지금 여짝에 있다카면 귀신인거니까 이제 왕자는 또 아인게 맞네.
귀신은 육체가 사그라든 영혼만 남아있는 자들... 저를 비롯해 이곳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 있는 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죽지 못한 존재입니다.
죽었는데 귀신이 아니라꼬? 그건 또 뭔 소리고?
어떤 이유로 완전하게 육체가 사그라들지 못해, 영혼과 육체가 뒤섞인 존재들이군요.
본래대로라면 죽어 명계로 갔어야 하는 몸이지요.
명계? 거긴 또 어디고?
명계는 죽어 영혼이 된 자들이 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문의 주인, 카론이 존재가 불경하다는 이유로 우리를 그곳에 받아들여주지 않았지요.
명계에도 현세에도 속하지 못한 자들이 바로 이곳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서 떠돌고 있는 거군요.
맞습니다. 지금은 이곳을 다스리는 모로스 님 곁에서 그분의 뜻을 따르며, 저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할 날을 기다리고 있지요.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의 공기 속에서도 문제없이 버티시는 걸 보면...
당신이 모험가인가요?
잠깐, 여기 기억 속이라 안 켔어예? 기억 속에 있는 자가 우예 모험가를 알고 있는 거라예?
이 책 속엔 단순히 멈춰있는 기억으로 묶여있지 않은 자들이 존재하는 것 같군요.
드디어 만나게 되었군요. 모험가님.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태초의 공포, 모로스 님은 당신이 이곳에 찾아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이곳까지 도달하신 것을 보니 드디어 스스로 나아갈 준비가 되신 듯하군요.
그럼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당신의 의지를 저에게 보여주시지요.



<퀘스트 완료>
과연... 당신의 의지는 확인했습니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확인하는 거고?
모로스 님께서는 어떤 늙은 마법사와 만난 후, 저에게 물건을 하나 맡기셨습니다.
마법사라면... 기억의 도서관을 만든 자 말하는 거 아입니까?
이 책은 그 자의 기억 속이니...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만약 같은 자라면... 그 자와 이곳의 주인 모로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예?
모로스 님은 저에게 모험가님의 의지를 확인 후, 늙은 마법사가 원했던 대로 이 물건을 당신에게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기억의 페이지?
그럼 물건을 전했으니 전 이만.
니콜라스도 사라져뿟데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어디론가 가버린 것 같군요.
이 기억의 페이지를 통해 마법사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었지요.
빛조차 어둠의 밀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흘러내리는군. 차원과 차원을 잇는 이 틈마저 없었다면 차원 이동은 힘들었겠어.
이 나무가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 있는 유일한 생명체인가.
천장의 틈으로 스며 들어오는 빛 때문에 언데드들이 나무를 노리고 있지만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군.
확실히 귀신들이 사는 명계와는 다른 곳으로 봐야겠어.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경계라... 확실히 이곳이라면 그 자도, 그 여인도 간섭하기 힘들겠지.
어떻게 보면 차원의 경계로 가는 길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들이군.
그럼 태초의 공포라 불리는 이곳의 주인을 만나러 가볼까.

이, 이거...! 방금 전에 본 게 도대체 뭐라예? 내만 본거 아니지예?
...아무래도 마법사의 기억인 것 같군요.



태초의 공포


늙은 마법사는 차원의 경계로 가는 길을 지키기 위해,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의 존재들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차원의 경계는 기억의 도서관이 있는 곳. 마법사가 모험가님에게 전하고자 하는 기억은 도대체...
아무래도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 그곳의 주인 모로스를 만나보는 게 좋겠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 더 안쪽까지 들어가 봐야겠네예.
네. 이쪽인 것 같습니다.



기억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의 주인 모로스 만나기



이 나무는... 기억의 페이지에서 마법사가 있던 나무 아니라예?
네. 정말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생명력을 가졌군요. 주위의 망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이 흘러내리는 빛은 도대체...
어둠의 밀도가 높아 빛조차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군요. 마치 액체처럼 보여요. 아마도 이 위쪽으로는 다른 차원이 연결된 것 같습니다.
이곳은 그럼 지옥과 다른 세계의 경계겠네예.
마법사가 움직였던 이 길을 따라가면 모로스, 그 자를 만날 수...
생명의 역한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군.
이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에서 누가 감히 온전한 육체로 돌아다니는 가.
귀청 떨어지겠데이. 뭔 목소리가 이래 큰 기고.
설마... 이 목소리는...
잠깐, 이 기운은.
크키킥... 네 놈이 바로 모험가인가. 정말 그 늙은 인간 말대로 여기까지 들어왔나.
...아까 그 니콜라스 그 노마 말대로, 모로스가 진짜 모험가를 알고 있는 모양이네예.
그 자의 말대로 기다렸으나... 막상 역한 냄새를 맡으니 꼴도 보기 싫군. 다들 이곳에서 사라져라. 안 그러면 다시는 그 더러운 숨을 쉬지 못하게 될 테니.
순 지 멋대로인 노마네. 우짜는게 좋을까예, 아이리스 님.
쉽게 결정할 수 없겠군요. 이 지옥에 퍼지는 목소리만으로 공간 전체를 집어 삼킬 것만 같습니다.
태초의 공포, 모로스 저 자가 얼마나 강한 자인지 느껴집니다.
그래 모험가야. 니라면 그럴 줄 알았데이. 여까지 온 거 끝을 봐야 않겠나.
갑자기 한 방향에서 어둠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모험가 님의 의지를 확인한 것처럼... 아마도 저쪽으로 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조금 위험하겠지만, 오히려 확실한 길이 생겨 다행인 것 같은데예. 그럼 바로 모로스한테 가볼까예.



저짝에 거대한 저택같은 게 있는데예.
안쪽에서 가장 밀도 높은 어둠이 느껴지는군요. 아마도 저 안에 그 모로스라는 자가...
모험가야, 인자 다 온 거 같으니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데이.



여긴 뭔가 으스스하다 못해 숨이 막히는 곳이네예. 망자들이 배회하는 곳에 이렇게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니...
이곳의 어둠은 다른 곳보다 농도가 훨씬 짙군요. 숨쉬기도 벅찰 지경입니다.
크흐흐... 제법이군.
몸이 떨릴 정도로 위압감이 엄청나군요. 태초의 공포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내 저택에 살아있는 자의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한 놈도 모자라 세 놈씩이나 기어들어오다니...
아, 아이리스 님!


나는 함부로 재현될 수 없는 존재, 누군가 나를 재현한다면 본래의 나와 의식이 연결될 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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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정신적으로만 연결되어 있지. 이 상태로는 본래의 힘을 내기 어려운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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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안위보다 다른 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건가? 크크큭.
어째서 그 늙은이가 너를 선택했는지 알겠어.
건방지군.



(세계가 뒤집히다니... 도대체 이 압도적인 힘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군. 크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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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흐.. 그랬나. 이미 보고도 아직 자각하지 못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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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긴 한가 보군.
어디 듣고 싶으면 여기서 살아 남아봐라.






<퀘스트 완료>
다들 괜찮은 거라예? 모로스 이 노마가 이트레녹 그 노마보다 훨씬 멀리 날려보내가 늦었데이.
네. 저는 괜찮습니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모로스의 내면 속에서 모험가 님이 그와 싸우시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있었어요.
모, 모로스의 내면이라고예? 하이고마. 정말 끔찍 했겠는데예. 케도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예. 그 모로스란 놈은 우째 된거라예?
어둠의 농도가 얕아진 걸 보니... 기억으로 재현된 모로스의 형상은 사라진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세계를 다스릴 만큼 큰 힘을 가진 존재들은 기억으로 재현되더라도 그 의식이 형상과 연결된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결국 책 속에서 만나는 존재가 현재의 존재와 만나는 것과 일치하겠군요.
저거, 혹시 기억의 페이지 아니라예?
(이런 식으로 기억들을 페이지에 남긴 건가?)
차원의 경계라... 큭큭 일부러 그곳으로 가려는 건가? 바깥과 가까운 거기라면 확실히 그들도 간섭하기 힘들겠군.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의 주인인 자네가 경계로 가는 길을 막아준다면 말이지.
건방지게 구는군. 늙은이, 차원을 이동하는 잔재주로 여기까지 온 꼴이 재밌어서 얘기 좀 들어줬을 뿐.
네 놈이 말하는 모험가라는 자를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그래봤자 결국, 역한 냄새 풍기며 하루하루 죽어가는 자일 텐데...
아무리 강해져 봤자 내 모습을 보면 공포에 질려 일그러진 얼굴로 벌벌 떨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네 모습은 확실히 무섭긴 하지. 강해진다라... 결국 그것은 개인의 몫이네. 힘은 노력에 따라 어떻게든 키울 수 있겠지.
오히려 중요한 건, 훗날 나타날 그 자가 그것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 자라는 걸세.
재밌군. 공포조차 느끼지 못하는 그 자아 없는 조각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다고? 큭큭.
먼 훗날 반드시 나타날 거라네. 그자의 행동으로부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톱니바퀴가 비로소 움직일 테니...
네 녀석 말대로라면,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아라드 행성은 물론 우주의 모든 것이 고통도 없이 끝나버리겠지.
미지에 대한 공포도 삶을 겪어내는 고통도 그 시간을 보내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이지.
이대로 그것이 회귀하거나 빼앗겨 종말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크흐흐... 그 고통에 몸부림치는 즐거움을 놓칠 수는 없지.
좋다. 차원의 경계로 가는 길은 내가 막아주지.
나는 이 더럽고 음침한 곳이 마음에 들어, 웬만하면 오래 다스리고 싶군.
단 조건이 있다. 그 자가 나타났을 때,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내 앞에 데려와라. 그것을 지킬 힘이 있는 자인지, 겁에 질려 도망가는 자인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다.
그렇게 하지. 고맙네. 모로스, 자네만 믿지.
마법사는 아무래도 '그것'을 지키는 자로 모험가님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 같군요.
계속, 그것 그것 하는데 도대체 '그것'이 뭐인 거라예?
공포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아 없는 조각, 모로스는 분명 그렇게 말했어요.
그것을 지키지 못하면 아라드 행성은 물론 우주의 모든 것이 고통도 없이 끝나버린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우주적으로 중요한 것이란 말인 것 같기도 한데예.
마법사의 말대로 그것이 회귀하거나 빼앗겨 종말의 순간이 찾아온다면...
......
뭔가 어마 무시한 이야기네예.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예측건대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회귀하거나 빼앗기게 된다면, 우주에 종말의 순간이 찾아오게 되는 것 같군요.
지키고,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건 둘째 치고, '그것'이라는 게 상당히 중요한 거 같은데예?
마법사의 기억 속에서 저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비밀이 숨어있을 것만 같군요.
머리가 깨질 것 같이 복잡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뭔지 알아볼 필요는 있겠네예.
네. 많이 혼란스럽지만 기억의 책 속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게 좋겠어요.
기억의 도서관지기에게 다음 책으로 안내를 부탁해야겠군요.
어? 다들 무사히 살아 돌아왔네?
호락호락하게 기억의 페이지를 보여줄 자가 아닌데, 너희 꽤 굉장하잖아?
도서관지기 님, 혹시 '그것'이 뭔지 알고 있으신가요?
나는 아무것도 말해줄 수 없어. '그것'이 뭔지 궁금하면 기억의 책 속에서 기억의 페이지를 확인하도록 해.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거 아이가?
치, 다 알고 있거든? 내가 말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 없으니까 가만히 있는 거야.
'그것'에 대해 알려면 아무래도 다음 책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네예.
좋아. 그럼 다음 책을 안내해줄게. 이번에는 6계에 들르기 전에 갔던 5계 명계에서의 기억이야.

7계에서 6계로, 6계에서 5계로, 마법사의 기억을 거꾸로 들여다보게 되는군요.
명계라면... 니콜라스 그 노마가 말한 것처럼 죽어 귀신이 된 자들이 가는 데 아입니까?



귀신을 가두는 문


아까는 삶과 죽음의 경계인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으로 보내더니, 이번엔 죽은 자들이 사는 곳으로 가야 한다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남들은 죽어서나 갈 수 있는 곳을 미리 가보는 거잖아.
그기 말이가 방구가.
......
근데 임마가 아까부터 정신사납게 만지작거리는 그 톱니바퀴는 뭐꼬? 잠깐만...
이거 바하이트에서 많이 본 모양인데...
이거? 아까 그 꼬맹이가 주고 가던데? 혼자 심심할 때 가지고 놀라고.
기억의 책에 들어간 새 많이 친해졌네. 근데 금마가 누구한테 뭘 선물해 줄 성격이었나? 참 별일이네예.
홀로 파괴된 죽은 자의 성을 지키던 베키 님이 도서관지기에게 어떤 동질감 같은 걸 느끼신 듯하네요.
(베키...)
모두 준비되셨으면 바로 출발하시지요.



5계 : 명계에서 기억의 페이지 찾기



...과연 귀신들의 땅이라는 말에 걸맞게 으스스한 곳이네예.
영혼과 육체가 계속 분리되려 해서 기운이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 같군요.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서둘러서 기억의 페이지를 찾아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저건... 딱 봐도 귀신 같은데예.
그리고 저건 귀신들을 쫓는 개인 것 같군요.
살아있는 자... 살아있는 자의 영혼은... 회수해야... 한다...
뭐, 당연하겠지만, 여짝도 쉽지는 않겠데이.



어째 경비가 점점 더 삼엄해지는 것 같은데예.
아무래도 저희가 표적이 된 것 같군요. 이럴 때는...
......
그렇군요. 모험가님 말씀대로 오히려 중심으로 향하는 게 낫겠습니다.
모로스가 말했던 명계를 다스린다는 카론에게로 말이지예? 그라믄 문을 찾아야겠네예.
귀신들의 기운이 가장 많이 흐르는 쪽은 이쪽입니다.



암것도 없나? ...뭔가 쎄하데이.
뭐꼬?
이건 분명...
온데이! 조심해라!
이, 이게 대체 뭔 일이고?
이 노마들은...
와, 돌겠데이. 이것들 하나같이 말 안 통하게 생깃는데...
윽!
시란 님, 괜찮으십니까?
저 귀신들이 한번에 덤비니 버틸 수가...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귀신들의 힘을 봉인하다니... 이게 문의 주인, 카론의 힘인가...
카론도, 모로스와 마찬가지로 모험가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군요.
휴. 이제 좀 살 것 같네예. 엄청난 위압감이었데이.
이건... 기억의 페이지?
헉헉... 하마터면 속절없이 그자의 힘에 잠식되어버릴 뻔했군.
여인 이외에 그런 힘을 가진 자가 존재하다니... 예상 밖이야.
물론, 적대감은 없었지만, 종말을 향해 움직이는 파괴적이고, 근원적인 그 자의 힘은 너무 위험해.
마계에 사는 존재들은 꽤 고통스럽겠어.
후... 골치 아프게 됐군.
우선은 힐더... 그 자부터 막아야겠지.
힘을 모아야 해. 먼저 명계의 문을 지키는 문의 주인, 카론을 만나고 잠들지 못하는 죄악의 지옥으로 넘어가야겠어.



<퀘스트 완료>
힐더 님? 분명 마법사가 힐더 님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마법사의 기억이 힐더 님과 연관이 있는 것 같군요. 마계에서 명계로 넘어온 거면, 마계에서 마법사와 힐더 님이 만난 것일까요?
하지만, 힐더의 마법을 파괴적이고, 근원적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다르지 않아예?
확실히 제가 아는 힐더 님의 힘과 다르게 느껴지는군요. 마계에서 또 다른 강력한 존재를 만난 것일까요?
종말과 파괴, 근원적인 힘, 그리고 힐더 님을 막아야 한다니... 마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문의 주인, 카론


확실한 기는 기억의 페이지를 더 들여다봐야 알 수 있겠네예.
아무래도 문의 주인, 카론, 그 자를 찾아가 답을 구해봐야겠습니다.



기억 속에서 문의 주인, 카론 만나기



저기 보이는 것이 명계의 문. 문의 주인이라는 호칭은 이 때문에 생겨난 건가 봅니다.
멀리서 보는데도, 어마 무시하게 크네예.
와, 귀신이라 그카나? 크기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갑네.
이미 모험가님에 대해 아는 것을 보니 당신도 기억의 형상을 매개로 재현된 진짜 존재인가 보군요.
기억의 페이지에서 본 마법사가 지키려고 하는 그것이란 게 도대체 뭐죠?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건... 기억으로 만들어진 명계가 아니라, 진짜 명계의 모습? 살아있는 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겠군요.
바꿀 것입니다. 이치에 맞는 법이 변덕스러운 하늘을 대신할 것입니다. 
나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네. 나, 잭터 이글아이가 이곳에 있는 한 이 겐트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아. 허니 믿고 떠나주게.
좋아. 다 알겠어. 하지만 네 말이 진짜라고 해도... 난 이대로 멍 때리면서 끝날 생각은 없어. 난 끝까지 싸울거야.
나도 이대로 손 놓고 당할 생각은 없네. 게이볼그로 바칼 놈의 면상이라도 후려갈겨야 시원하지 않겠나?
테네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멈출 방법이 없다.
그래. 그래도 당신들의 역사에 남아있는 자와는 다르게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라도 남게 되었으니... 조금 형편이 나은 것도 같군.
죽고 싶지 않아... 아아... 안...돼... 나는... 나는...
괴로움만 있던 인생이었지만... 자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네... 마음에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네... 
...크윽... 결국...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인가...? 성서의 예언대로 나는 여기서 죽는구나... 우둔한 인간들이여...
네놈은 어차피 도구일 뿐. 자아 없는 칼날이여. 네놈의 영웅담이 과연 어떻게 끝날지...
...예언은 이미 어긋난 것인가. 미래는 바뀐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힐더... 언제까지고 네년의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걸 잃은 나에게 남은 하나가 복수 하나뿐이니...
......
......
(정말 의지대로 칼을 휘둘렀나?)
(그들의 죽음은... 모두 생각 없이 휘두른 칼 때문에 일어난... 책임인가?)
나는...
...뭘 진짜 가만히 있어! 단장님이 말씀하신 거 못 들었어? 빨리 오라고!
레니...
역시 모험가님께서는 진실을 마주하실 수 있는 분이로군요. 이로써 이 세계를 둘러싼 사악한 계략도 막을 수 있겠지요.
......
그들은 모두 운명에 맞선 이들...
모두 자신의 의지로 운명을 선택한 것...


돌아왔다. 모험가 니가 한 기가?
그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내 의지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재현된 형상이라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없을 텐데... 엄청난 위력이군요. 이것이 명계를 다스리는 자의 힘...



<퀘스트 완료>
위압감이 사라졌네예. 모로스처럼 기억의 페이지를 남기고 사라진 건가 본데예.
태초로부터 흩어진 가장 위대한 조각이 아라드 행성의 차원에 있었단 말인가...
아라드를 중심으로 그것을 노리는 거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네.
그 움직임을 막기 위해, 자네와 이 명계의 힘이 필요하네.
생명의 순리를 거스른 자여. 현세에서의 삶을 모두 마친 우리들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자네 말대로 생명이 다한 자들은 이곳 명계로 오도록 되어있지. 그 말은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인물들이 모두 이곳에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그대가 원한 건 그들의 힘이었나.
때가 온다면, 그 자에게 강력했던 그들의 힘을 빌려주었으면 하네.
그 자라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일어서는 자가 반드시 나타날 걸세.
그리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자네를 찾아오겠지.
그 자가, 그것을 지켜 뒤집힌 멸망으로부터 우주를 구할 자인가.
자네도 만난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걸세.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정해진 운명의 톱니바퀴를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네의 힘이 필요하네.
이 우주의 멸망을 막으려면 그대를 도와 힐더를 막아야겠지.
좋다. 때가 온다면 우리의 힘을 내어주도록 하겠네.
고맙네. 문의 주인, 카론이여.

'그것'은 태초로부터 흩어진 가장 거대한 조각. 마법사는 이 조각을 지킬 힘을 키우기 위해 문의 주인, 카론에게 역사적으로 강력했던 귀신들의 힘을 빌려 달라고 부탁하게 된 거군요.
하지만 아직도 마법사의 목적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힐더 님을 막고, 그것을 지켜 뒤집힌 멸망으로부터 우주를 구한다는 것은 도대체...
그리고 마법사, 그 자가 바라는 건...



멸망이 지나간 조각


아직 네 권이나 남았으니, 계속 기억의 책 속에서 페이지를 보다 보면 뭔가 실마리가 풀리지 않겠어예.
네, 시란 님 말씀이 맞습니다. 다음 책이 열린 것 같으니 바로 들어가보는 게 좋겠군요.



4계 : 마계에서 기억의 페이지 찾기



마법사가 말한 대로 마계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을지 느껴지는데예.
뭔가가 철저하게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까지...
이 기운은...
저 거대한 기운의 느낌, 분명 예전에 느껴본 적 있는...
...어비스? 그래. 어비스의 기운 맞지예?
확실히 어비스의 기운이 맞는 것 같군요. 하지만 제가 경험했던 어비스의 힘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마치 근원적인 힘을 보는 것 같군요.
이들은 마계인? 하지만 이미 어비스의 힘에 잠식당해 이성을 잃었군요.
이미 적의밖에 안 남은 거 같데이. 공격해올라칸다. 조심하그래이.



젠장, 놓칫나.
알 수 없는 강한 힘이 온몸에 스며드는 느낌...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강력한 어비스의 힘에 잠식 당할 수도 있어요.
윽... 강하데이. 내가 알던 어비스는 비교가 안된다.
이건 그동안 만났던 존재들을 훨씬 뛰어넘는 힘인 것 같군요.
모험가야, 살아남을라면... 죽을 각오를 해야겠데이.



됐나? 쪼매 약해진거 같나?


단순한 힘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존재인 것 같군요.
그 늙어버린 마법사가 나를 기억 속에 담아둘 생각을 하다니... 제 정신이 아니군.
이 자도 기억으로 재현된 진짜 존재인 것 같군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너 따위 인형이 내 존재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저 네놈들이 어비스라고 부르는 힘의 근원, 그 힘의 주인이라는 것만 알려주마.
...어비스의... 근원.
나는 그저 늙은이의 발악이 나의 목적과 일치하는 지 지켜보려 왔을 뿐.
나의 힘을 거부하고 선택한 것이 고작 너란 말인가...
어디 그럴 가치가 있는 자인지 나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이곳은 물론, 책 너머의 기억의 도서관까지 무사하지 못 할 테니...
모험가야... 정신 똑디 차려야 된다. 힘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데이.



<퀘스트 완료>
여기까지 버티다니, 그 점은 칭찬해주지.
윽,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기가...
아무래도 기억의 페이지에서 마법사가 말한 근원적이고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던 자가 이 자였던 것 같군요.
그의 말대로 정말 위험한 힘입니다. 마치 무언가를 초월한 듯한...


후후... 아직 조각을 찾지 못했나 보군. 아니면 이미 발견하고도 못 알아보는 건가?
조각, 카론과 마법사가 말했던...
조각, 그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유일한 힘.
태초... 처음으로... 도대체 무엇을?
인형 따위가 알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그래도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모두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우선, 페이지를 보고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겠네예.
예언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 모습이군.
또 다른 진실이 있다고 해도 결과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운명이겠지요.
운명이라...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인가?
마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그 운명이... 바라는 미래와 일치한다면 조금 다르겠지만.
설마 예언을 실현 시킬 생각으로...
모든 일은 창신세기의 예언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과거에 저와 당신이 선택했던 일들도 말이죠.
한 가지 묻겠네.
어떻게 예언대로 결과가 일어날 거라 확신할 수 있지?
아주 먼 옛날... 고향에서 그 힘의 일부를 다루었습니다.
힐더, 그대 설마 그곳의...
그때 그것이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줄 수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슬은 예언을 실현시킬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빛의 여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것입니다.
그대는 예언을 꼭 계획처럼 말하는군.
......
저도 묻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은 뭐죠? 자신의 생명력을 전부 쏟아부어서까지 이슬을 감출 이유가 있었나요?
이미 알고 있었나.
'찬연히 빛나는 이슬을 감추려는 자'에게서 이슬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해두지.
......
힘으로 이슬을 감추고 있더라도 그건 단순히 운명에 도달할 시간을 지연시킬 뿐입니다.
바칼이 남긴 유산을 지니고 오더니 같은 행동을 하시는군요.
바칼은 운명에 맞선 자. 그대 말대로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과는 생각과 다를 걸세.
이슬을 감춘 이유에 대해서 물었나.
간단하네. 힐더, 그대가 무언가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이 아라드라는 행성이 소중하기 때문이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아깝지 않더군. 그대도 같은 마음이지 않은가?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어 보이는군요.
하하 언젠가, 또 만나지.

저곳은 힐더 님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인간의 마법사가 어떻게 저곳을...
마법사의 기억에 따르면 힐더는 창신세기의 예언을 마치 일종의 계획처럼 보고 있다는 말인 거라예?
예언이 아닌 계획... 
중요한 건 '이슬'...
기억에서 만난 모두가 말하고 있는 '그것'이 바로 이슬이었습니다.
(이슬? 이슬이라면... 바칼이 이슬을 감춘 자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어.)
모험가님, 뭔가 생각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억압된 하늘


모험가님 말씀대로면 바칼이 언급한 이슬을 감춘 자가 어쩌면 기억의 도서관의 주인, 마법사가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슬을 찾는 힐더, 빛의 여인, 어비스의 근원, 그리고 그들의 눈을 피해 이슬을 감추는 마법사라... 모두가 이슬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네예.
그러고 보니, 힐더 님이 마법사의 목걸이에 바칼의 힘이 깃들어 있다고 했었습니다. 어쩌면 바칼과 마법사가 이미 만난 사이일 수 있겠네요.
하이고마, 힐더에 바칼까지... 이 마법사 속을 모르겠는데예.
어쨌든 바칼이 끝나지 않은 여정 속으로 다시 들어왔군요. 기억의 주인에 대해, 그리고 이슬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요.
다음 책은 이미 열렸으니 바로 들어가는게 좋겠습니다.



3계 : 천계에서 기억의 페이지 찾기



아이고, 여기는 천계의 바칼 궁 아니라예?
와본 적이 있어 익숙한 느낌이 드는군요. 용족의 수가 상당히 많은 것을 보아 아직 기계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 바칼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일단 그를 찾아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바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라 기억으로도 재현되지 않는 걸까요.
기억의 형상들만 기억의 페이지 주위를 둘러싸고 있네예.
기억의 페이지를 볼라면, 우선 이 기억의 형상들부터 처리해야겠데이.



<퀘스트 완료>
저짝에는 뭔 기억이 남아 있는지 함 보자.
크하하핫! 그런가?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던 일이 확실해지는군.
결국, 죽고 나서야 나의 계획은 완성될 수 있는 건가.
자네의 힘은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벼려 힐더에게 향하게 만들겠지.
이슬을 지키기 위해, 감히 나를 이용하려는 건가? 늙은이?
나는 이미 대부분의 마력을 이슬을 감추기 위해 쏟아 부은 몸. 하지만 이것도 단지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겠지. 제대로 대항하려면 힘이 필요하네.
크하핫! 그딴 건 아무래도 좋다! 칼날로 힐더를 꿰뚫을 수 있다면 말이지.
죽는 날이 기대되다니... 이제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인가.
자네는 이미 이곳에서 죽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나.
어디까지나 힐더에게 향할 칼날을 연단시켰을 뿐. 하지만 네 말대로면 확실하게 그년을 꿰뚫을, 단 하나의 칼날을 찾은 것 아닌가?
후후... 어쨌든 자네의 힘들은 내가 잘 보관해두도록 하겠네.
이제 네 놈은 힐더를 만나러 가겠군.
맞네. 그 자의 목적을 확실하게 알아 둘 필요가 있으니까.
힐더의 꿍꿍이를 알려고 하다니, 자신감이 과하군. 하지만 재밌어.
자네가 남겨준 힘들은, 내가 잘 전달하도록 하지.
이 힘을 어떤 이름으로 남겼으면 좋겠나?
내가 죽은 뒤에나 세상에 나올 힘이니 그것들을 나의 유산이라고 하지.
유산이라. 그래. 미래를 바꾸기 위한 과거의 힘이니 썩 어울리는 이름일세.

아무래도 마법사는 바칼한테 힐더 님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남겨 달라고 부탁한 것 같군요.
바칼이 남긴 힘이라는 것이... 설마 바칼의 유산을 말하는 거 아니라예?
시란 님이 말씀하시는 게 맞을 겁니다. 바칼의 유산으로 힐더 님에게 대항한다라...
실제로 그 유산의 힘을 빌어 만든 바하이트를 타고 이 차원의 폭풍 속으로 들어왔으니까예.
그리고 이 곳에서 힐더 님의 이면을 확인했지요.
그럼 마법사가 이슬을 지키기 위해 바칼의 유산을 미리 준비해두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예.
우주를 멸망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폭군 바칼의 힘을 이용하다니 역설적인데예.
...어쩌면 운명이라는 톱니바퀴는... 이미 오래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이슬이 머무는 숲


바칼의 힘이라는 선택은 더 거대한 힘에 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마법사 스스로 마력을 쏟아부어 이슬을 감추고 시간을 벌어둔 것이라고 했으니...
그러니까 이슬을 지키지 않으면 우주가 멸망한다는 것도 알겠고, 이슬을 찾으려는 자들이 존재해 위험하다는 것도 이해했고, 이슬을 지킬 힘까지 마련해두었다는 것도 알았는데...
그래서 이슬이 도대체 뭐인거라예?
뭘 알아야 지키든 말든 하는 거 아이가.
다음 책으로 어서 들어가 봐야겠네요.



2계 : 아라드에서 기억의 페이지 찾기



여기는 온통 사막이네요. 마계의 돌풍지대처럼 척박한 땅이군요.
저건... 요정들? 아라드에서 대화재와 함께 다 사라진 거 아니었어예?
설마...
아이리스 님, 뭐 짐작가는 거라도 있는 거라예?
이곳은 과거 아라드의 한 지역, 지금은 아라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입니다.
아라드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예? 지금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데예.
대마법진이 생기기 전... 지금은 흐르는 숲, 그란플로리스라 불리는 곳이지요.
그란플로리스의 옛 모습...
네. 그 당시 사막에 사는 요정들이 있었고, 그들은 사막을 가로지르는 이들을 대상으로 도적질을 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기억은 아라드에서의 기억인 것 같군요.
궁핍한 생활을 도적질로 해결할라카면 되나.
우선 이노마들을 상대하면서 기억의 페이지를 찾아야겠데이.



빛이요 어둠. 거룩하고 위대하지만, 심연이고 혼돈이다. 본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내면에 숨어있다.
우자는 알아볼 수 없고, 범자는 볼 수만 있고, 현자는 온전히 알아본다. 그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내면의 본질까지 볼지니,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그대를 찾아온 것이다.
이 목소리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따라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너는...
.......
...세리아?
이 힘은?
.......
아무런 자아가 없는 상태인가 보군.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이슬이라...
역시, 네가 아라드의 조각이자 이슬인가. 아무런 자아도 없는 순수한 힘에 가깝군.
어쩌면... 여기서 잠재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어.
자네는...
(기분 탓인가? 마법사의 눈빛이 묘하게 바뀐 느낌이야.)
후후... 그런가. 자네, 나의 기억 속에 들어와 있었군.
자네에게 특별한 기억을 보여주지.

대마법진
...모험가 님?
세리아?
......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모양이군. 이슬을 감춰두었던 마법진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으니 재현이 끊기는 것도 무리도 아니지.
이 아이에게는 나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도 아깝지 않았네.
하지만 내가 마법진을 만든 건, 시간을 벌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요정들의 희생으로 그 시간이 조금 늘어났을지언정...
이제 벌어 놓은 시간도 끝나 이슬은 다시 드러났으니, 우리도 서둘러야겠네.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 대마법진이 빠르게 붕괴되는 것이 느껴지는군.
지금의 붕괴는 시로코 때문이 아닐세.
......
어쩌면 그 셋 중 하나가 움직이고 있는지도...
어쩌면 자네들에게 안티엔바이가 서둘러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안티엔바이라면... 대화재 때 소실되었다던...
대마법진을 복구하려면 반드시 그 안티엔바이가 필요하다고 한거 아입니까?



<퀘스트 완료>
세리아 님이 이슬, 기억의 주인은 대마법사 마이어... 그렇군요. 마이어 님이 대마법진으로 세리아 님을 감추고 보호해오던 거였어요.
누군가에 의해 대마법진이 부서지고 있다면... 큰일 아입니까?
이제는 움직일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하늘 아래 첫 번째 세계


세리아 님을 지키기 위해 어쩌면 대마법사 마이어 님이 준비해둔 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다음 책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셨으니 어서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어느 새 마지막 책만 남았네예.
네. 그리고 이제 막, 또 다른 목표가 생길 듯하네요. 그럼 마지막 기억의 책으로 들어가 볼까요?



1계 선계에서 대마법사 마이어 만나기



이 안개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곳은 도대체...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녀 봤지만 여긴 진짜 처음 와보는 곳이네예.



마이어 님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라예?
왔군.
아주 오랫동안 자네들을 기다려왔네.
다시 대마법진을 사용하시기 전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오셨군요.
이때가 가장 몸이 팔팔할 때여서 말이야. 외모에도 자신 있었고.
보여줄 곳이 여긴거라예?
내가 바칼을 통해 준비해둔 힘과 안티엔바이가 자네들에게 꼭 필요할 거야.
바로 여기, 자네들과 내가 서있는 곳이지.
오랫동안 닫혀있었지만 가고자 하면 열릴 것이니...
그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 지 확인해 봐야겠지.
기억의 책 속에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며 또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까?



<퀘스트 완료>
이것을 받아가게.
이건... 바칼의...
그래 바칼이 남긴 힘으로 만든 목걸이, 페이트웨이라고 하네.
페이트웨이...?
자네들이 바칼의 유산을 활용해 바하이트를 만든 것처럼, 바칼의 힘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에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지.
바칼이 남긴 힘이 다른 이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건 또 이슬을 지키는 데에 있어 커다란 장애물이 될 테지.
이 목걸이가 자네에게 새로운 길을 알려줄 걸세.
나를 찾아 올 준비는 되었나?
그럼 그곳에서 다시 만나지.
선계... 선계에서 다시 만난다라...
다들 무사히 나왔잖아? 제법인데?
이제 더 볼 책은 없제? 너무 많은 정보를 본 거 같아서 더는 몬 보겠데이.
꽤 지쳐 보여도 눈은 생기 있는 것이 뭔가를 깨달았나 보군.
이곳의 기억 덕분에 다음 목적지는 확실하게 정해졌습니다.
즉, 이슬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힘과 대마법진을 복구하기 위한 안티엔바이가 모두, 선계라는 곳에 있단 말이지예.
마이어 님은 모험가님께 건넨 페이트웨이가 새로운 길을 알려줄 거라 했습니다.
어쩌면 선계로 가는 길은... 이 목걸이를 통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예.
이제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끝난 것 같군요.
예언의 서가 어째서 여기에...
설마... 열람할 때가 온 건가? 이건 예상 밖인데...
새로운 기억이 열렸군요.
이제 다 끝난 거 아니었어예?
...이 책은 굳이 볼 필요 없어. 만약 본다 해도 어떤 정답이 있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책이 지금 열린 데에도 분명 이유가 있겠지.
어떻게 할래?

모험가야, 목적지도 정해졌고 굳이 들어갈 필요 있겠나.
네. 시란님 말씀대로 우선은 빠르게 차원 밖으로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뒤집힌 멸망의 세계


망설여져? 그럼 예언의 서에 대한 힌트를 하나 주지.
너희 궁금하지 않아? 힐더에게 창신세기를 누가 보여줬는지. 마이어가 왜 사막을 헤매게 되었는지.
힐더 님에게 처음 창신세기를 보여준 자에 대한 기억이 저 책 안에 들어있다는 건가요?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자세한 답은 직접 들어가서 찾아봐.
아이고,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은 느낌이네예. 괜히 더 찜찜해지기만 했는데예.
저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힐더 님의 생각에 대해 알 수 있다면 들어가 봐야겠지요.
우째 또 말리겠는교. 들어가 봐야겠네예. 케도 조심해야겠는데예. 책 속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만만치 않아예.



0계 뒤집힌 멸망의 세계에 들어가기



이곳은... 모든 게 붕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존재들이 말하던 세리아 님이 사라진 후의... 뒤집힌 멸망으로부터 우주를 구하지 못한 세계에 가까워 보입니다.



여는 아무것도 없는 거 같데이.
당신은 누구시죠?
"그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알아보는가?"
"취하게 되면 어찌되는가?"
대답은 안하고 질문만 하는데예?
이 책 자체가 단단히 봉인된 책이라, 완전히 재현되지 않고, 기억이 뒤섞인 채로 말이 나오는 것 같군요.
이거 어비스의 근원을 상대했을 때 만큼 압도적인 힘인데예.
죽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겠데이.



<퀘스트 완료>
그것은 빛이요, 어둠이로다. 무엇인지 단번에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니,그 자체로 거룩하고 위대하지만 심연이요 혼돈이로다.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니, 그 본질은 내면에 있다.
우자는 알아볼 수 없고, 범자는 볼 수만 있고, 현자는 온전히 알아본다. 그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내면의 본질까지 볼지니,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그대를 찾아온 것이다.
그것은 위대한 의지로 회귀할 것이라. 이는 곧 신세가 열리는 길에 내딛는 한 걸음이니, 그로써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그대 또한 그 안에서 영원하리라.
저 여인이 남기고 떠난 말, 마이어 님이 세리아를 찾을 때 했던 말 아니라예?
그럼 존재들이 말하던 여인이 설마...
그러고보니 아까 했던 질문과 대답이 일치하는군요.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빛이요, 어둠이로다. 무엇인지 단번에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니, 그 자체로 거룩하고 위대하지만 심연이요 혼돈이로다.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으니, 그 본질은 내면에 있다.
"어떻게 알아보는가?"
우자는 알아볼 수 없고, 범자는 볼 수만 있고, 현자는 온전히 알아본다. 그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내면의 본질까지 볼지니, 그래서 가장 지혜로운 그대를 찾아온 것이다.
"취하게 되면 어찌되는가?"
그것은 위대한 의지로 회귀할 것이라. 이는 곧 신세가 열리는 길에 내딛는 한 걸음이니, 그로써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그대 또한 그 안에서 영원하리라.
대답이 어째 세리아를 말하는 거 같은데예.
...아무래도 맞는 것 같네요. 세리아 님을 찾아 회귀시키려는 또 하나의 존재. 빛의 여인.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라는 건 확실한 거 같군요. 마이어님이 여인에게 했던 질문과 여인의 답이 뒤죽박죽 섞여있네요.
어쩌면 이 세계는 마이어님이 예언한 세리아 님이 회귀되면 나타날 뒤집힌 멸망의 세계일지도 모르겠군요.
이제 더 없는 거 같으니 이만 나가보는 게 좋겠네예.
모든 마력을 쏟아, 이슬을 감추셨네요.
당신 또한 거짓된 시간을 살아가는 자인가.
후후... 그건 서로 마찬가지인 것 같군요.
당신의 방법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먼저 힐더를 막아야 빛의 여인이 가지고 있는 큰 계획을 막을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 세계를 지키는 건 모순적인 행동이에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이미 강한 자들의 힘을 모아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나.
나는 이 길로 다른 차원의 강자들이 가진 힘을 빌리고자 하네.
저는 당신이 마력을 쏟아 벌어 준 시간 동안, 사람들을 모아 이슬과 아라드를 지킬 힘을 키우겠어요.
그럼 여기서 그만 인사해야겠군. 염치 없지만, 이곳을 부탁하지.
방법은 달라도 결과가 같기를 바래야겠군요. 그럼 몸 조심히.
자네도 건강하게.
다들 예언의 서까지 봤구나? 이제 예언의 서까지 봤으니 아쉽지만 이 도서관의 역할도 끝난 거 같네.
잠깐. 이, 이거 와 흔들리는 기고.
건물을 유지하던 마력이 빠져나가면서 기억의 도서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어요.
모든 기억을 전했으니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거야. 너희는 이제 차원 밖으로 나가서 얼른 선계로 가.
그럼, 얼라 니는 우째 되는긴데?
.......
다들 뭐하냐! 좌표 제어 장치는 다 고쳤으니까, 빨리 타!
도서관이 모두 무너지기 전에 서둘러 바하이트로 가는 게 좋겠어요.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가.
하늘꼬마! 여기서 뭘 그렇게 가만히 떠있어! 안 따라와?
꼬마 아니라니까 이 꼬맹이가... 난 여기 관리자야. 내가 여길 두고 어딜 가.
...뭐? 여기는 무너질 텐데 그럼 너는...
뭐야 왜 그래.
......
...그냥 사라져버리는 건 싫은데...
설마... 우리가 이곳에 와서 그런 거야? 내가 와서...
모험가, 네가 어떻게 좀 해봐. 불행하지 않게 막아준다고 했잖아.
베키...
......
네가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난 어차피 기억이라 이 도서관이 사라지면 같이 사라지게 되어 있어. 따라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알겠냐?
......
이해할 수 없어. 왜 같이 갈 수 있는데도 남는다는 거야?
......
됐어! 그대로 사라져버려라! 하늘땅꼬마 놈아!!
이게 끝까지... 에휴. 됐다.
정 내가 보고 싶으면 꼭 선계로 와. 거기에서는 엄청 어른이 된 날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마 깜짝 놀랄걸?
...선계?
거기에 먼저 가 있는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내가 꼭 찾아 갈거야! 약속이야!
그래 그래! 약속할 테니까 빨리 가.
......
또 보자.

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새로운 곳을 향해서


미쉘 님 그 긴 이야기를 벌써 이해하신 거라예?
정리하자면 아라드 행성의 멸망을 막기 위한 힘을 찾기 위해 다음가야 할 곳은 선계라는 곳이고, 대마법사 마이어라는 자가 준 페이트웨이가 나침반 역할을 해줄 거라는 이야기잖아요?
이 긴 이야기를 한번에... 정말 똑똑하시네예.



바하이트에 있는 미쉘 쿠리오 만나기



<퀘스트 완료>
이제야 이 공간을... 에, 그러니까 미쉘 님. 이 공간의 이름을 저번에 뭐라고 지었지예?
템푸스 센트럼... 이곳은 이 차원의 폭풍 속에서 갈 수 있는 다양한 시간대로 이어지는 중심이니까요.
시간의 중심! 맞다! 와~ 템푸스 센트럼을 떠나네예. 정말 징글징글했다 아입니까. 이제사 진짜 쉴 수 있겠네예.
잠깐! 쉴 틈이 어디있냐! 나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이야기해 준다고 한 거 설마 잊었냐?
맞데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데이. 그래, 내 역사 공부를 시켜주꾸마. 따라온나.
야호! 다 말해줘야 해?
......
여러 시간대가 뒤섞여 있는 이 공간에서 천계의 큰 역사를 보았고 바칼과 마이어 님을 통해, 그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이 드러났군요.
그렇죠. 하지만... 아직 모험은 끝나지 않았어요. 아니, 이제야 목표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시작일 수도 있겠네요.
선계, 그곳에서 모험가님의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겠군요.

대마법사의 차원회랑



도착


여러분. 이제... 다 도착한 것 같아요.



바하이트에서 내려 겐트로 이동하기



<퀘스트 완료>
드디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어요. 짧다고 하면 짧을 수 있지만 지나온 역사들을 생각하면 꽤 긴 여행이었네요. 베키, 정말 고생했어.
암, 나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걸?
맞아! 이제 베키가 없으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많은걸? 계속 나와 있어줄거지?
흐, 흥...! 몰라! 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거야!
그래. 그래. 후후...
시란 님? 왜 그렇게 심각한 얼굴이세요?
아... 혹시 뭐가 바뀌었나 함 보고 있었어예.
다행히 현재에 특별히 변화가 있지는 않아보이네예. 타임로드들이 왜곡된 시간을 잘 처리해 주고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예. 문제가 있었으면 바로 저한테 왔을테니까예.
그래도 고생깨나 했을깁니다.
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군요. 왜곡된 과거의 일이 현재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는지는... 조금 더 살펴보며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그래야겠지예. 자 그럼... 응?
....!!
시란 님? 뭔가 잘못 된 일이 있나요?
아... 아니라예. 하하. 오랜만에 이짝으로 와서 적응이 덜 돼가꼬.
아무일도 아니라예.



다시, 이곳


자, 그럼 더 자세한 이야기는 황궁에서 하는 게 좋겠어요. 바하이트가 돌아온 것은 이미 보았을 테니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럼 가볼까요?



겐트 황궁에 있는 에르제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에르제는 귀환자들을 반겼다, 그리고 그동안의 여정에 대한 미쉘 쿠리오의 설명을 모두 경청했다.
...그런 일들이 있었는가. 지금의 천계는... 7인의 마이스터와 기계혁명, 하나의 뜻이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결과였군.
에르제는 한동안 침묵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긴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에르제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아주 깊고 먼 곳을 지나온 듯 보였다.
미안하네. 그대들이 들려준 역사의 진실에 스스로 깊이 반성하게 되었네. 지역과 신분으로 서로 분열하여 싸웠던 우리의 모습이 선조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지금의 천계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을 딛고 자리하고 있는 것인지. 선조들이 바라던 세계가 무엇이었는지는 까맣게 잊은 채 말일세.
천계를 위해 모두가 하나로 합쳐서 움직였던 선조들처럼, 나 또한 그들의 뜻과 의지를 이어가야겠네.
그대들 덕분에 새롭게 마음을 다잡는군. 특히 모험가, 자네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들었네.
네. 모험가가 없었다면, 과거에서 아무것도 못했을 지도 모르죠.
물론 다른 이들도 모두 없어서는 안되었을 걸세. 모두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했네.
천계의 많은 지원 덕분이죠.
아! 그리고 혹시 조금 전에 말씀드린 이 이후에 확인해야 할 곳에 대한 내용은...
그대들이 말해준 부분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조사하고 있는 게 있네. 소식이 오는 대로 알리도록 하지.
긴 여정 동안 고생했으니 잠시 자리에 돌아가서 쉬는 게 어떻겠나?



각자의 자리에서


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을테니. 말씀하신대로 각자 자리로 돌아가 정리할 시간을 갖는게 좋겠어요.
그럼 다들, 궁 밖에서 잠시 이야기할까요?



황궁 밖에서 인사 나누기



...아직 상당한 왜곡이 남아 있다.
하지만 아직 뒤집힌 운명이 바뀐 건 아니야. 아직...
지금은 간신히 막고 있을 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메멧, 자네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들이 움직이도록 두었네.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하지만 그들 덕분에, 큰 틀의 변화를 먼저 바로 잡았고, 늙은 인간 과학자가 홀로 시간을 뛰어넘어 만들 뻔한 거대한 왜곡을 막을 수 있었네.
본래 그들의 목표가 왜곡을 막기 위함이었음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았나.
바칼, 그자가 만들어낸 거대한 왜곡은...
문제가 생겼다.
무슨 일이지? 클리파.
누군가 차원에 개입하고 있다. 아득히... 시간과 공간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는 존재가...



<퀘스트 완료>
다들 오셨나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내는 타임로드들한테 가봐야겠어예. 아무래도 계속 쎄한 느낌이 가시질 않네예.
저도 마법사 길드로 돌아가 대마법진의 상태를 파악하면서, 차원의 폭풍의 영향을 더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미쉘 님은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저는 히링 제도로 돌아가서 선계에 대해서 더 알아보려고 해요. 마침 폐하께서도 뭔가 조사를 하고 있는게 있다고 하셨으니 무슨 내용인지 같이 알아봐야겠죠.
베키. 같이 갈 거지?
선계? 조사? 나 선계를 가야 해! 하늘꼬마랑 약속 했어!
약속? 그래. 베키는 그럼 나랑 같이 선계를 조사해보자.
그럼 여러분, 잠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알아봐야 하는 것들을 알아보도록 하죠. 뭔가 알아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기로 해요.
모험가? 너도 이번 모험을 통해 생각할 게 많아졌지? 혼자 정리해야 할 것도 있을 테니까.
새로운 것을 알아내거나, 다른 일이 있으면 연락할 테니까 조금 쉬어두도록 해.
그래. 정말 고생 많았어.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험가님.
생각할 게 많겠지마는 쉬엄쉬엄하래이. 고민거리 있으면 내한테 오고. 알겠제?
정말 고생 많았데이. 쉬라.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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