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가의 서자

웨인 가의 서자


…해서 대령님께서 자리를 비우실 동안 이튼에서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은… 소위?
듣고 있나, 소위? 루카스!
아, 네! 대위님, 말씀하십시오.
평소였다면 얼빠진 루카스의 태도를 몇 번이고
지적했을 테미지만, 이번만은 예외였다.
맥없는 답을 던져 놓고 또 금세 딴생각에 잠긴 루카스의 얼굴을 보며
테미는 호령 대신 명령을 내렸다.
자네 속이 속이 아닌 건 알겠는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식이면 자네도 나도 힘들어.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와. 정신까지 차리고 오면 더 좋고.
루카스는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노블스카이를 떠나 공장 지대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갔다.
그의 등이 저만치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테미는 그가 돌아오면 해 줄 말을 고민했다.
테미는 귀족을 증오했다.
별의별 말들로 총사령관과 황녀를 모함하고 무력으로 황궁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들으라는 듯 천계 전역에 제 목소리를 내보내다니.
용서할 길은 없다.
허나, 그런 귀족원의 중심에 선 자를 `어머니`라 불러야 하는
아들의 기분이 어떤지, 알 길 또한 없었다.
이럴 때 대령님이라면 어떻게 했으려나…
문득 라이오닐 대령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이 떠올라,
싱거운 웃음이 번졌다. 웃음은 기억을 헤집어,
의무실 침대에 누운 대령의 창백한 얼굴을 상기시켰다.
하아. 군인이 이런 걸로 주눅들어 있을 순 없지.
다독이며 읊조리는 말이었으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공장의 매연이 해를 가려 그렇다고,
덧붙여 생각해 볼 뿐이었다.



노블스카이의 테미를 만나 루카스에 대해 묻기



<퀘스트 완료>
아, 모험가님이시군요. 루카스 소위를 만나기 위해 오신 건가요? 소위는 지금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요.



도둑맞은 기술


그런데, 루카스 소위는 갑자기 왜 찾으시는 거죠? 혹시 모험가님께서도 소위가 이번 일에 가담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루카스 소위가 엉뚱한 구석은 있어도 뒤에서 다른 짓을 벌일 놈은 아니라는 거, 모험가님께서는 아시잖아요.
…네? 처음 듣는 이야기시라고요? 그럼 도대체 왜…
후. 정황을 말씀드리자면 이래요. 황녀님을 모시고 이튼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옵티머스 팩토리의 소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카르텔이 황도를 침공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옵티머스 팩토리는 쭉 황궁을 지원해 왔다더군요.
하지만 황녀님께선 그에 대해 모르고 계셨어요. 유르겐 공이 섭정을 맡을 때의 일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문제는 옵티머스 팩토리에서 지원한 무기들의 행방이었죠.
이번에 귀족들이 궁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이상하게 여긴 소장이 뒤늦게 확인해 본 결과, 옵티머스 팩토리가 지원한 무기 대부분이 실제 전투에 쓰이지 않았다고 해요. 아니, 정확히는 쓰이지 못한 거겠죠.
자신의 기술이 천계를 구하는 데에 쓰이는 줄로만 알았던 소장은 제대로 열이 받았더군요. 옵티머스 팩토리 내부에선 귀족과 내통해 무기를 빼돌린 기술자를 색출하겠다 난리고, 루카스 소위는 하필 유명한 웨인 가의 사람이라…
아, 모험가님은 모르셨겠군요. 소위의 본명은 `루카스 웨인`입니다. 서자이기는 하지만, 그 역시 분명한 웨인 가의 귀족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소위에게 직접 들으시는 게 좋겠어요. 요새 통 기운을 못차리는 게 보여서 잠깐 머리나 식히라고 보냈는데… 소위가 갈 만한 곳은 뻔해요. 장소를 알려드릴 테니, 소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시죠.



트롬베 발전소에서 테미가 알려준 장소로 가 루카스 만나기



기술자 벤
이봐. 방금 지나간 저 남자, 웨인 가문의 서자라는 그놈 아냐? 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단박에 소위가 되었다지, 아마?
기술자 엘린
저 건방진 걸음걸이 좀 보라고. 옵티머스 팩토리의 기술도 훔쳐, 황궁도 훔쳐, 다음엔 또 뭐에 손대시려나?
뭘 봐? 재수없게.
그냥 가자. 저놈이 궁에 있는 제 어미에게 한 마디 하면, 우리 모가지도 날아갈지 몰라.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이곳엔 어떻게…



팩토리의 기술자들


`웨인`이라는 제 성 때문에 절 찾으신 거라면…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험가님께, 그리고 다른 분들께 숨기는 게 있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저…
파르르 떨려오는 그의 눈꺼풀이 복잡한 루카스의 심경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힘겹게 입을 뗀다.
모험가님, 제가 왜 군에 입대했는지 아십니까? 카르텔과의 전투가 겐트까지 번졌을 때, 제 어머니, 그리고 난다 긴다 하는 다른 귀족 가문 사람들까지 전부 약속이나 한 듯 노스피스로 도망친 거, 그게 부끄러워서 그랬습니다.
보다 많은 것을 누리며 나눌 줄 모르고, 천계를 원하며 정작 천계가 필요로 할 때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우선시 하는 것이 귀족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거든요.
처음 군에 입대하겠단 뜻을 밝혔을 때, 저희 가문에서 유일하게 찬성하신 분이 저희 어머니셨습니다. `이제야 네게 웨인이란 성을 내준 값을 하는구나.`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제게 처음으로 웃어주셨죠.
단, 조건이 있었어요. `웨인 가에 걸맞은 지위를 가질 것.` 전 끝까지 거부했지만, 모든 것은 어머니의 뜻대로 진행되더군요. 그날 이후 전 어머니를 뵌 적도, 따로 연락을 드린 적도 없습니다.
허울뿐인 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 받는 건 억울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저도 웨인 가의 사람이고, 그렇기에 많은 특혜를 누려 왔으니까요. 감수해야 하는 일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여보! 이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어? 방금 무슨 소리가…
쉿.
실랑이를 벌이는 남녀 사이에 오가는 내용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여보! 그 총 내려놔! 당신 그러다 정말 다쳐!
총?
아무래도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서 상황을 확인해봐야겠군요. 함께 가시죠, 모험가님.



트롬베 발전소에서 루카스와 함께 소리가 나는 쪽으로 가 보기



기술자 에이든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당신들은 뭐야?!
기술자 린다
아, 당신은 황녀님과 함께 있던…
화, 황녀? 설마 내가 한 짓을 벌써 다 알고…
여보, 그러니까 우리 소장님께 가서 솔직하게 말씀 드리자. 응?
이거 놔!
흐흐흑… 여보…
괜찮으십니까? 대체 무슨 일로…
다 알고 오신 것 아니셨나요? 당신 역시 귀족 출신이라면서요. 귀족들의 감언이설만 아니었어도 제 남편이 저런 선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말씀하신대로… 귀족 출신이기 때문에 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내는 팅팅 부은 눈으로 루카스의 얼굴을 들여다 봤다.
제 눈가가 젖어서인지는 몰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루카스의 표정이 어쩐지 더 간절해 보였다.
저와 남편은 옵티머스 팩토리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에요. 최근에 황궁에 지원했던 옵티머스 팩토리의 무기 일부가 행방이 묘연해져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소장님께선 분명 팩토리 내부에 귀족과 내통하고 서류를 조작한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셨고, 관련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남편의 행동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요. 남편의 씀씀이가 좀 커지긴 했지만, 남편이 개발한 신규 무기 반응이 좋았으니까 그러려니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제 남편이… 흐흑…



<퀘스트 완료>
이튼에 전이되었던 `안톤`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할 당시,
부족한 병력을 충원하기 위해 이튼의 기술자들까지
전장으로 나섰고, 목숨을 잃었다.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한 기꺼운 선택이었으나 안톤의 시체가
바다 위에 떠오르고 나서도 그들의 형편은 나아질 줄 몰랐고,
안톤과 싸웠던 군인들조차 제대로 된 포상을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천계를 위한 동력을, 아름다운 무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기술자들은 하나둘씩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언제고 잘라내도
아프지 않을 손가락 취급받던 무법지대 사람들의 심정을 알게 된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허공에 대고 작은 소리로, 그렇게 잘못을 빌었다.
제몫이 아니라 생각했던 죗값은
그에게도 조금은 남겨져 있었다.



죗값


…제가 남편분을 찾아 드리겠습니다. 혹시 남편분이 가실만한 곳 중에 짐작 가는 데가 있으십니까?
남편은… 아마 이튼을 떠나려고 할 거예요. 항구가 폐쇄된 지금에도 암암리에 운행되고 있는 열차가 있다고 계속 이야기했거든요.
겐트에 가면 다른 살 길이 있을 거라고 믿는 것 같았어요.
그럼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부터 찾아보는 게 좋겠습니다. 아직 멀리 가진 못하셨을 테니,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꼭 다시 남편분과 만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잠깐만요!
혹시 제 남편을 찾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황녀님께 끌려 가 처벌을 받게 될까요?
아닙니다. 진짜 처벌받아야 하는 건 잘못을 저지른 노스피스의 귀족들이지, 남편분이 아니에요. 남편분을 구할 방법을 꼭 찾아 드릴 테니, 걱정 마십시오.
제 남편을 구할 방법이라는 건, 그러니까…
아니, 아니에요. 일단은 남편을 찾는 게 우선이니, 말씀처럼 남편을 찾는 걸 도와주신다면 큰 힘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모험가님, 바쁘신 줄은 알지만 이분의 남편분을 찾는 일을 조금만 도와주십시오. 남편분께서 이튼을 떠나기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



트롬베 발전소에서 사라진 옵티머스 팩토리의 기술자 찾기



젠장… 젠장! 역시 귀족들을 믿는 게 아니었어!
여보!
여보…
잠깐, 저 사람들… 당신, 왜 저 사람들과 같이 온 거야? 설마… 결국 당신도 날…
아닙니다. 저희는 당신을 돕기 위해 온 겁니다. 절대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거짓말하지 마! 당신 같은 귀족들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당신들 눈에… 귀족이 아닌 이튼의 기술자는 천하디 천할 뿐이지. 진작 깨달았어야 했는데…
맞습니다. 당신은 귀족에게 속아 이용당한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라는 겁니다.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죗값은 당신이 치러야 할 게 아니에요.
아니, 틀렸어요.
지금 이튼의 기술자들 중에서 먹고 살기 쉽단 사람, 아무도 없어요. 옵티머스 팩토리의 기술자면 오히려 형편이 나은 편이죠. 이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도 많아요. 그 사람들한테 같은 유혹이 없었을 것 같아요?
나 하나 눈 감고 입 다물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데, 당연히 흔들릴 거예요. 하지만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선택을 하진 않아요.
제 남편이 피해자라고 하셨죠? 그래요.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결국 자신의 신념을 져 버리길 택한 건 제 남편, 자신이에요.
흑… 흐흑… 여보…
여보, 뭘 두려워 하는지 알아. 뭐가 당신을 괴롭게 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있잖아.
우리 없이 살아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 내가 끝까지 함께 있을게. 그러니까… 책임 지고 죗값을 치르자. 응?
여보…



<퀘스트 완료>
내가 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루카스의 결심


사랑하는 아내의 품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 남편을 보며,
루카스는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멀거니 서 있었다. 
가만히 그의 뒤로 다가가 등에 손을 대자,
루카스는 제 안에서 찾은 답을 낮게 읊조렸다.
세상에는… 다 갖고도 없이 사는 사람이 있고, 다 없이도 갖고 사는 사람이 있네요. 저는…
아,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운 것 같습니다. 대위 님께서 또 난리를 피우시겠어요. 모험가님, 함께… 돌아가시죠.



테미에게 돌아가 있었던 일 이야기하기



<퀘스트 완료>
루카스 소위, 자네 대체… 아, 모험가님도 함께 오셨군요.
나란히 걸어오는 두 사람을 발견한 테미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애꿎은 손만 쥐었다 폈다.
묘하게 달라진 분위기의 루카스가 테미를 향해 꾸벅 허리를 숙였다.
늦었습니다, 대위님.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어… 뭐, 그건 됐고. 모험가님께는…
네,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습니다. 모험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처음 가문을 떠나 군에 입대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저, 하나 결심했습니다. 제가 했던 선택을, 가졌던 신념을 절대 져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기로요. 그러기 위해 죗값을 치를 겁니다. 아니, 치르게 할 겁니다.
신념? 죗값? 그게 다 무슨 소리야?
황녀님을 위해, 아니, 천계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대령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동안 제가 이튼에서 해야 하는 일이 뭐였죠? 당장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습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모습을 되찾은 루카스가 테미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테미는 모험가에게 눈짓으로 상황을 물었지만,
모험가는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
공장의 매연으로도 가리지 못하는 빛이 있더라고,
덧붙여 생각해 볼 뿐이었다.

루카스 웨인은 자신의 어머니, 안제 웨인이 귀족군의 대표로 나선 사실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어 주변에 걱정을 사게 된다. 그를 다독이기 위해 모험가가 루카스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우연히 옳지 않은 행동을 한 남편과 그를 설득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아내를 보게 되는데, 루카스는 이 부부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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