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퀘스트 완료>
달빛주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항상 시끌벅적하던 주점 안이 고요했다. 그리고 은은한 선율에 실려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와요. 일 얘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잠시 노래 감상은 어때요? 아이리스님의 노래를 들을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끝이 없는 어둠을 가르며 대지로 쏟아져 내리는 찬란한 유성우여~♪
사람들은 꿈과 소원을 빌지만. 그들은 알지 못하리라. 그것이 별의 눈물이라는 것을.
자신의 온몸을 불태우며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다가, 끝내 눈물이 마르듯 흔적 없이 사그라들고 마는 것을….
가련하여라. 운명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 발버둥 치는 인간이여. 유성우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과 시련만이 그의 앞에 가득하리라~♪
예정된 숙명에 저항하며 고통받는 인간의 이야기… 아이리스의 노래는 아름다웠지만, 그 가사의 무게에 절로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후후. 노래에 흠뻑 빠지셨군요. 하지만 이제 일 얘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버켄님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니까요.
버켄? 그럼 이번 의뢰가…?
그래요. 모험가님을 콕 지명해서 의뢰를 하셨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버켄님을 만나서 듣도록 해요.
기사단원의 일지(1/3)
모험가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의뢰는 저의 개인적인 의뢰입니다. 때문에 공국의 병사를 동원할 수가 없지요.
게다가 굉장히 중요한 물건을 다뤄야 하기에 강한 책임감을 지닌 분이 필요했습니다.
노스마이어에 퍼진 전염병을 조사하러 나섰던 공국의 군대가 모두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 겁니다.
이제 전염병의 근원이 사라졌으니, 다시 그곳으로 가서 실종된 병사들의 유품을 수습하려고 합니다.
<퀘스트 완료>
이건….
네? 수상한 무리를 목격하셨단 말입니까?
폐허뿐인 곳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 따로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드디어 지긋지긋했던 훈련 기간이 끝났다. 이제 정식 기사단원이 되어 전장에 배치된다. 노스마이어. 최근 의문의 전염병이 발생했다는 바로 그곳에 투입된다.
함께 훈련을 받은 동기들은 바짝 긴장한 눈치다. 하지만 나는 전혀 떨리지 않는다. 왜냐고? 너무나 오랫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동료들에게 공언했다. 이번 일은 내가 해결한다고. 이걸 시작으로 출세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사상 최연소 기사단장이 되겠노라고.
모두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하냐고 묻는다.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가. 사자의 심장과 뛰어난 실력이 있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한스
…신입다운 패기로군요. 하지만 애석합니다. 미처 뜻을 펼치지 못하고 그곳에 누워있다니….
이 일지도 유족에게 전달해야겠습니다….
기사단원의 일지(2/3)
더러운 피의 골목길2 클리어
<퀘스트 완료>
이렇게나 많은 유품이 황량한 곳에서, 다시 빛을 볼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니….
이 유품들은 제가 책임지고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입니다.
네? 또 다른 일지를 발견하셨단 말입니까?
…모두 죽었다. 함께 전장에 투입되었던 기사단 동기들 모두…….
어젯밤만 해도 서로 장난을 치며 누가 더 많은 적을 없앨 것인지 내기를 했었는데… 하지만 빌어먹을! 모두 죽었다. 그것도 첫 전투에서! 젠장! 젠장!!
전장은 내가 상상했던 것처럼 영웅이 되어 활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적들은 끝없이 쏟아지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정신없이 칼을 휘둘러야 한다. 주변은 온통 비명과 절규뿐.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나는 달아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 아니야. 정말 다행인 걸까.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만약 적에게 들키면?
무섭다. 너무 두렵다. 그래, 모든 게 허세였어. 그저 특별해 보이고 싶었던 거야. 하지만 이제 무슨 소용이야. 이젠 들어줄 친구가 아무도 없는데…. -한스
일전의 그 기사단원이 작성한 일지였군요….
전쟁의 실상에 놀라고, 동료들을 잃어서 정신이 무너져내린 것 같습니다. 제가 곁에 있었다면 어떻게든 정신을 지탱하게 했을 텐데….
하아… 이제 와서 이런 가정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기사단원의 일지(3/3)
다음 지역은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소식을 전했던 곳입니다. 그곳만 수습하면 이번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험가님이 목격하셨다는 수상한 무리가 신경이 쓰이는군요.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면 모험가님을 해치려 들 것입니다.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시고, 그들과 충돌하게 되면 그냥 물러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더러운 피의 골목길3 클리어
모험가...
이렇게 또 만나게 되는군요.
의심하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걸.
모험가님은 세상을 혼란에서 구하고자 하시지만, 그것은 오히려 파멸을 앞당기는 일입니다.
전염병의 근원으로부터 노스마이어를 구하셨지만, 오히려 세상은 파멸의 순간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것처럼요.
무엄한 놈!!
<퀘스트 완료>
이곳에도 있군….
노스마이어를 구원한 것이, 세상을 파멸에 더 가깝게 했다?
귀담아들을 가치도 없는 궤변입니다! 잘못된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 같군요.
그들이 공국의 영토에서 암약하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그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적에게 부상을 입었다. 간신히 도망쳤지만 상처가 심각한 것 같다. 나는 이대로 죽는 거겠지….
가족들이 보고 싶다. 내가 집을 떠나는 순간에도 울면서 만류했는데… 가지 말라고.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 되겠냐고.
그러기엔 내 재능이 아깝다고 큰소리쳤었지. 기사가 되면 금방 출세할 수 있다고. 운이 나쁘면 부상을 입고 돌아오면 그뿐, 설마 목숨을 잃겠느냐고.
하지만 그들이 옳았다. 집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 누나… 보고 싶어. 그 목소리와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 신이시여. 제발 단 한 번만이라도…….
집으로
이제 유족들에게 유품을 전해야 하는데… 큰일이군요. 실은 이렇게 많은 유품이 모일지 몰랐습니다.
모두 전달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슈시아와 대화
<퀘스트 완료>
으음. 이 많은 유품을 가족들에게 전달할 방법이라….
그래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달빛주점에서 유품을 전해달라고 요청하면 어때요?
유품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 많은 의뢰 비용을 모두 감당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유품을 배달하려고 사람들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의뢰를 해결하러 갈 때 해당 지역의 유품을 하나씩 가지고 가달라는 거예요.
의뢰 해결이 메인이고, 유품 배달은 부수적인 일이란 것이로군요?
맞아요. 적당한 운임비만 지급한다면 의뢰를 떠나는 길에, 부가수입까지 올리는 셈이니 마다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슈시아님께서 사람들에게 유품 전달을 부탁해 주십시오. 운임비는 제가 어떻게든 마련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리고 인근에 거주하는 유족은, 직접 달빛주점으로 와서 유품을 찾아가라고 해요. 그편이 훨씬 효율적일 거예요.
진정한 강자
사람들은 각 지역으로 의뢰를 떠나며 그곳에 사는 유족들에게 전달할 유품을 챙겨갔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유품들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근에 사는 유족들은 직접 달빛주점을 찾아와서 유품을 챙겨갔다. 그리고 그들 중에 그의 가족도 있었다.
한스의 어머니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한스의 유품을 찾아주시다니…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한스의 누나
아아… 한스 대신 이런 종잇조각이 돌아오다니… 떠나보내선 안됐는데… 타이르고, 꾸짖어서라도 집에 있게 했어야 했는데… 흐흑… 불쌍한 내 동생….
한스의 어머니
딸아! 그래도 우리 한스가 이렇게라도 돌아왔잖니… 이제 조금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자, 한스야.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부모는 죽은 자식을 자기 마음에 묻는다더니… 아들의 유품이라도 찾아서 다행이라고 했지만… 얼굴이 너무 슬퍼 보여요.
…….
[닉네임]님, 수고했어요. 표정을 보니 [닉네임]님도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네요.
버켄님이 따로 전할 말이 있다는군요. 어서 가보세요.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달빛주점으로 이동
<퀘스트 완료>
그렇습니까. 기사단원의 일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군요.
공국을 위해 희생한 그들에 비하면 이런 일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하루빨리 공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분란과 전쟁을 종식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면 더 이상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겠지요.
따로 모험가님을 모신 이유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섭니다. 저의 개인적인 의뢰를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진정한 강자는 무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인정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에는 모험가님이야말로 인정을 아시는, 따뜻한 분인 것 같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다시 공적인 입장으로 뵙게 되겠지만, 오늘의 기억은 언제까지나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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