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요청

#1. 죽음의 의미
글: EHz / 그림: Aoba
한 소녀가 눈앞의 작은 짐승을 바라보고 있다.
소녀는 이 작은 짐승이 자신과 썩 닮은 구석이 많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부모에게 버려진 것도 닮았고,
어떻게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것도 닮았으며,
첫 만남부터 자매들을 향해 하악질을 해대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
그로써 더욱 드러나는 겁쟁이와 같은 면모조차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너, 나와 함께 갈래?"

누군가는 한낱 짐승에게서 느낀 동병상련의 마음을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이 구원받았을 때의 그 감정을, 마음의 벽마저 녹여주었던 온기를 이 짐승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소녀를 거두고 죽음의 관조자로서의 말과 행동을 가르쳐 준 소녀의 '무결한 존재'에게서 느낀, 더없이 따스했던 그 온기를.
하여 소녀는 자신과 닮은 점투성이였던 이 작은 짐승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 자연스레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짐승에게 믿고 기댈 수 있는 무결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다.

***

"내가 책임질게. 먹이도 주고, 잠도 재우고, 기도 시간에는 조용히 시키고, 언제나 함께 할게. 그럼 되잖아. 부탁이야."

소녀의 생떼와도 같은 간청이 카랑카랑하게 적막의 회랑에 울려 퍼졌다.

"비시마, 듣고 있어? 응? 제발. 내가 잘 키우겠다니까?"

소리를 들은 몇몇 기도 중인 자매들의 입꼬리가 씰룩거렸고, 분위기는 전염되어 기어코 픽하고 웃음이 새는 자매들도 있었다.

"비시마, 다 듣고 있는 거 알아. 대답해 주기 전까지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언제나 죽음을 기리며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죽음의 관조자들이 어린아이의 활기를, 그리고 순수함을 느낄 기회란 흔치 않았다.
게다가 원체 조용한 적막의 회랑에 이런 큰 소리가 들리는 것은 꽤나 오랜만이었기에, 소녀의 자매들은 이 백색의 소음이 썩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뿐이었다. 솟구치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려는 무수한 시도들을 뒤로, 가장 앞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침묵의 기도를 이어가던 여인이 일어났다.

"오늘 기도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자매들의 입꼬리는 금세 제자리를 되찾았고, 칭얼거리던 소녀도 입을 다물었다.
기도는 끝났지만 그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일어나지 못했다.
여인은 아랑곳 않고 몸을 돌려 소녀에게 발을 옮겼다.
여유롭지만, 빈틈없는. 또 우아하지만, 냉정한 몸짓이 모두를 사로잡았다.
차가운 발소리가 적막의 회랑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발걸음마다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는듯했다.
기도 중이던 모든 죽음의 관조자들이 숨죽인 채 이 다음에 들려올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세니르, 적막의 회랑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했잖니?"

자매들은 비로소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핀잔을 들은 소녀의 삐쭉하고 튀어나온 입에 호응하듯 다시 솟구친 입꼬리를 감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잰걸음으로 달아나는 자매들을 뒤로하고 세니르가 입을 열었다.

"비시마, 정말로 잘 키울 수 있어."
"세니르."

비시마가 말을 멈췄다.
아직 털도 내려앉지 않은 작은 짐승이 하품을 쩌억 하더니 세니르의 품을 파고들었다.

"이거 봐, 나 얘랑 벌써 친해!"

비시마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니르, 너,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니?"
"물론이지. 비시마가 알려줬잖아."

***

일렁이는 군도 사이에 숨겨진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우물.
누군가는 사고로, 누군가는 살의에 의해, 또 누군가는 스스로 이곳에 몸을 던진다.
그중 몇몇은 죽음의 간택을 받아 살아남으며, 어렴풋이 느꼈던 우시르의 품 속 자비와 거룩함에 매료되어 관조자로서의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더러 버려짐으로써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세니르 역시, 부모에 의해 우물 속에 던져진 채 운 좋게도 살아남은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시작하는 것과 시작되는 것. 명확한 차이는 의지 결여로 이어진다.
어린아이의 전부는 부모였고, 자신의 전부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세니르는 이 세상 무엇에도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너, 나와 함께 갈래?"

그런 세니르에게 삶의 동기를 부여해 준 것은 비시마였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경계심 가득한 세니르를 먹이고 재우며 언제나 곁에서 웃어줄 뿐이었다.

"나는 알 수 있어. 지금의 무정함이 다 나으면, 너는 분명 다시 다정해질 수 있을 거야."

평범한 일상들은 어느새 세니르의 마음을 온기로 가득 채웠고, 스며들듯 경계심을 허물어갔다.
세니르는 문득 비시마를 향해 빙긋 미소 짓는 자신을 느꼈다.
자신의 전부였던 이들의 얼굴조차 잊을 정도로 행복해졌음을 깨달았다.
세니르는 더욱 빙긋 웃었다.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한 방울. 한 방울. 또 한 방울.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마치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그들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흘러내린 눈물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시마, 나 이젠... 그들이 그립지 않아."

비시마가 세니르의 볼을 어루만졌다.

"내가 말했잖아. 너는 무정한 아이가 아니라고."
"다정한 아이라고."

그렇게 세니르는 비로소 자신의 첫 번째 삶의 전부를 버렸다.
그렇게 자신의 두 번째 어머니가, 아버지가, 전부가 되어준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세니르는 죽음의 관조자가 되었다.

***

죽음에 몸을 담고서야 알게 된 사실은, 비시마는 죽음의 관조자들 중 깊은 신앙으로 촉망받는 사람이었다는 것.
자매들 사이에선 어쩌면 그녀라면 무결함의 이명을 얻고 죽음의 은총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돌았다.
모두에게 촉망받는 존재. 새 삶을 얻은 세니르의 눈이 처음으로 반짝였다.

"세니르, 너도 소문 들었니? 어쩌면 내가 무결함의 이명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해."

비시마의 눈빛은 어딘가 슬퍼 보였다. 소중한 것을 잃을까 두려워 보이기도 했다.

"비시마, 무결하다는 것은... 좋은 거 아니야?"
"이명을 받은 관조자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이명대로의 삶을 살아야 해."
"무결한 삶이라...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니? 글쎄... 나는..."

이명을 얻기 위한 의식으로 침묵의 성소 깊숙한 곳으로 향해야 했기에, 비시마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그저 세니르를 향해 빙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비시마의 마지막 미소였다.
비시마는 모두의 예상대로 '무결함'의 이명을 얻어냈다.
그녀가 침묵의 성소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린 모든 자매가 죽음을, 무결함을, 비시마를 찬미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니르는 내심 비시마가 자랑스러웠다.

"나도 무결해지면... 저렇게 빛날 수 있을까?"

비시마의 눈이 세니르를 향했다. 세니르는 신난 마음에 비시마를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보지 못했던 걸까? 오랜 의식으로 피곤했던 걸까? 아니면 시끄럽게 손을 흔든 내가 부끄러웠던 걸까.
비시마의 차가운 눈빛이 세니르의 가슴을 꿰뚫었다. 이유 모를 통증이 가슴에 전해졌다.
세니르는 이 통증을 애써 무시했다.
흘기듯 세니르를 쳐다보던 비시마는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그래, 이제 비시마는 모두에게 인정받은 존재니까. 나에게 함부로 웃어줄 수 없어."

비시마와 같은 무결함이 된다면, 다시 자신을 향해 웃어줄 거란 희망이 자리 잡았다.
누구도 그 생각이 진실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지만, 세니르는 진실이라고 믿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비시마의 차가운 시선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으니까.
비시마가 무결한 죽음의 이명을 얻은 후론 세니르와 함께 있는 시간은 없다시피 했다.
세니르는 더 이상 비시마의 다정한 웃음을 볼 수도, 따뜻한 말 한마디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세니르는 무결하고자 노력했다. 촉망받는 죽음의 관조자가 되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니르는 이명을 얻기 위한 의식을 치렀다.

"다정한 죽음...? 무결함이 아니라...?"
"어... 안되는데... 다정하면... 안되는데..."
"안된단 말이야..."

다정한 죽음 세니르. 죽음을 다루는 죽음의 관조자에게 있어,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름이었다.
비시마가 아득히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싫어. 나는 무결할 거야."

세니르는 황급히 눈가를 훔치듯 닦아냈다. 이러고 있는건 무결하지 못하니까.
의식을 마치고 침묵의 성소를 나섰다. 자매들은 세니르에게 이명을 물었다.

"...정한 죽음."

세니르는 자신의 이명이 부끄러웠다.

***

세니르가 아연실색했다.

"미안해... 미안해..."

세니르의 작은 품에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작은 짐승이 그 이유를 짐작게 했다.
불규칙적으로 새액대는 숨소리가 끝이 머지않았음을 알렸지만, 세니르는 그저 미안함과 미련에 짐승을 품에서 놓지 못했다.
대뜸 품에 안고 들어와 생떼처럼 얻어낸 작은 짐승을 세니르는 곧잘 보살폈다.
하지만 무엇이든 의지만으로 해결할 순 없는 법이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쉬이 가능한 것이 아니니까.
세니르는 이 자그마한 생명체의 삶의 방식을 간과하고 있었고, 이는 곧 비극을 불러왔다.

"세니르, 이걸 그 아이에게 먹인 거니?"

다른 누구도 아닌 비시마의 채근이 세니르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세니르가 준 음식을 받아먹던 작은 짐승에게서 무언가 먹여선 안 되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리기만 했던 소녀, 더구나 죽음의 여신전에서 자란 어린 세니르가 알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비시마, 제발... 비시마는 뭐든 해결할 수 있잖아. '무결함'이잖아."
"부탁이야, 비시마... 내가 데려왔는데... 나 때문에 죽는 건 저 녀석에게 너무 가혹하잖아."

세니르는 작은 짐승을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죽음을 몰아넣었음에 슬펐다.

"세니르,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이런 거야."
"네가 무결함을 증명하려고 이 아이를 이용한 걸 모를 것 같니?"

자신과 같은 처지인 것에 대한 측은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작은 짐승을 책임짐으로써 조금이라도 자신의 무결함이 돋보이고 싶었던 마음 역시 부정할 순 없었다.
무엇보다, 이젠 그 무결함과도 더욱 멀어지고 말았다.
생각보다 생명의 무게는 무거웠고,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시마에게 매달리고 있을 뿐이다.
마침내, 작은 짐승에게서 새액대던 숨이 멎었다.

"세니르, 이제 그 아일 놓아줘."

세니르는 자신에게 사망선고라도 내려진 양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포기하라고? 대체 왜?"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급급한 어린아이가 으레 그러하듯 세니르의 죄책감은 변질되어 비시마의 탓이 되어가고 있었고,
세니르는 날카로운 비수를 날려댔다.

"세니르."
"비시마는 무결한 죽음이잖아? 내가 그토록 닮고 싶은 '무결한 죽음'이잖아!"

부정하고 싶어서 날리고, 날렸다.

"세니르."
"왜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거야? 왜 아무 노력도 해주지 않는 거냐고!"

언젠가 느꼈던 통증이, 애써 무시해왔던 그 기분이 다시금 느껴졌다.
가슴이 저려왔다. 모든 것을 쏟아내자 눈물이 흘렀고, 멈추지 않았다.

"내가 알던 비시마는... 이러지 않았단 말이야."
"미안해, 미안해. 비시마. 뭔진 모르지만 내가 잘못했어."
"따듯했던 비시마가 그리워."

비시마가 세니르의 볼을 어루만졌다.

"세니르."

비시마의 손은 따듯했다. 언젠가 느꼈던, 사무치게 그립던 그 온기였다.

"다정한 죽음 세니르."
"죽음은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순리이니, 받아들이렴."
"우리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죽음은 그저 부정한 것일 뿐이란다."
"너는 다정한 죽음이니까..."
"할 수 있지?"

세니르는 비시마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세니르가 듣고 싶은 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세니르는 따듯함을 느꼈다. 그것으로 족했다.

"으앙-!"

울음이 터져 나왔다.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비시마는 가만히 세니르의 볼을 어루만져 줄 뿐이었다.

***

"미안했어. 잘가."

주먹만 한 작은 봉우리에서 세니르가 묵념했다. 삶을 책임 지진 못했지만, 죽음은 책임지라는 비시마의 말이었다.
여전히 세니르는 비시마가 해주었던 말을 이해하진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무결한 죽음이고 싶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비시마가 아직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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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바니타스와 요괴들의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은 생각보다 구석구석 닿아 있었다.
요수들과의 싸움으로 망가진 건물과 길거리와 같은 물질적인 피해는 물론,
그리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 위한 체계의 재정립 또한 그들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오늘은... 서고를 정리한다고 했었지. 그곳으로 가볼까?)



아스라한 서고 깊은 곳에서, 안티엔바이에 대해 조사하는 일행들과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2024년 12월 26일 점검 전까지 수행 가능합니다.)



음... 미쉘. 이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줬으면 좋겠군.
이건... 기존과 다른 접근으로 해석한 내용이군요. 하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응?
모험가! 좀 더 쉬어도 되는데, 와준 거야?
아, 무슨 책이냐고? 정리도 정리지만, 아무래도 안티엔바이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아서.
에르곤 님이 설명해 주시긴 했지만, 그걸로는 안티엔바이가 정확히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어.
에르곤 님이 말한 내용을 바탕으로 알아본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실마리가 없었던 때와는 다른 정보가 보일 거야.
깨어난 숲에서도 애쓰고 있을 텐데, 우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우리도 느껴지거든.
가끔 구름도 안 꼈는데 쿠르릉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역시 쉽지 않네.
역시 마이어 님을 만나야 해결이 될 문제인 것 같아.
전혀 진전이 없는 건가요?
네. 아무래도 오래된 기록이나 전승되는 기록밖에 없어요.
하긴... 안티엔바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다면 그 많은 사람이 안티엔바이를 찾아 여정을 떠나진 않았겠죠.
지금으로서는 양쪽의 정보를 비교해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아참, 그러고 보니 블루호크는 중천에 잘 도착했을까요? 꽤 시간이 흘렀죠?
네. 다른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쯤 중천에 도착했을 거예요.
부디 이내와 요격대가 우리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할 텐데, 걱정이군요.
그렇게 걱정하지 마라. 그들이 아무리 보수적이라고 해도, 요괴나 바니타스가 활개를 치는 시점까지 답답하게 굴진 않을 테니까.
이미 소식들은 전달했으니... 그들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요.



유진. 모선... 애쥬어 메인의 상태는?
요기가 가득해서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상태가 괜찮아요. 충분히 진입할 수 있습니다.
...다른 1대대원들은 보여?
...조금 더 살펴봐야겠지만, 갑판에서 멜리오나의 것으로 보이는 미스트 기어를 언뜻 봤어.
훌리즈나 크래시머는 발견하지 못했고.
그렇구나. 그들이 살아있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단델 언니...
그 녀석들이 다시 애쥬어 메인으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을 때, 이미 각오한 일일 거야. 단델.
그건 나도 알아. 애쥬어 메인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그들 덕분일 수도 있겠지.
꾸웡...
아, 선장. 이내와 요격대쪽은? 연락되었나요?
그래. 이미 백해에서 먼저 연락해준 덕분에 카메린이라는 땅지기가 먼저 도움을 주더군.
슈므. 그 아이군요? 그럼 조금 더 수월하겠는데요? 애쥬어 메인 탈환 지원 요청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요괴에 함께 맞서는 것은 모두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지만, 애쥬어 메인에 대해서는 아직이야.
요격대의 레이론이, 회의적이라고 하는군.
휴우... 그들 입장에서는 애쥬어 메인은 요괴가 가득한 배일 뿐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네요.
제가 직접 가서 설득할게요. 필요하다면 이내에 머무르면서 매일매일 찾아갈게요.
단델, 네가? 협력을 약속하긴 했지만... 이내에서 우리가 머무르는 것을 달가워할까?
뭐, 해적이라고 쏘아보는 것 말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괜찮아.
지금 중요한 건, 유진. 너의 1대대가 끝까지 지킨 애쥬어 메인을 되찾는 것이니까.
그래. 중천의 땅지기와, 요격대에서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를 찾아가면 될 거야.
그 사람의 이름은 테아스라고 했던 것 같군. 우선 그를 찾아가. 우리는 애쥬어 메인을 계속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알겠어요. 그럼... 바로 출발할게요.
단델. 고생해줘.
...걱정 마.



뭐! 중천은 우선 그들에게 맡기고, 우린 이곳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요.
네. 그래야겠죠.
그래. 아직 할게 산더미라구! 모험가 너도 돌아왔으면 좀 거들어라! 베키를 따라오도록!



<퀘스트 완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떠날 수 있을 때까지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정확한 소식도 없이 불길한 전조만이 가득한 지금
이곳에서 은은히 피어오르는 불안감까지 감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앞으로 피할 수도 없이 다가올 미래에...
(또 어떤 싸움과 희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2. 떠돌이들의 고향
글: Soso / 그림: kongo
유진은 최근 들어 홀로 배의 선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농땡이를 핀다는 단델의 핀잔에, 솔리다리스라는 거대한 선단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이 좋다고 말하곤 했다.

"대장. 그런데 그 일은 어디서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다른 대대의 해적이 무심코 말한 한마디에, 그저 그 자리에 있기 위한 핑계라는 것을 자신도 알게 되었다.
이 장소는 분명 1대대원들에게 애쥬어메인을 지키게 하고, 백해로 떠났을 때 마지막 인사를 나눈 장소였다.

"또 그들을 생각하는 겁니까?"
"그럴지도."

유진은, 저도 모르게 실소했다.
돌아갈 곳이 없기에 붙은 '무적자 유진' 이라는 이름에는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는 행동임에는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녀석들끼리 그때처럼 웃고 떠들고 있겠지?"
"그때?"

유진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로지 하늘과 구름밖에 없는 이 넓은 세상에 홀로 떠 있는 기분이 좋았다.
중천의 하늘은 어디에서 보든 비슷했기에, 지금 이 순간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모호할 때가 있다.
매일 마지막인 것처럼 피어오르는 황홀한 태양 빛이 눈을 가리고,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가장 즐거웠던 때가 떠오른다.
유진은 그 빛을 버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때가... 이맘때쯤이었나? 벌써 몇 년이나 흘렀군."
"대장?"

잔잔히 고여있는 기억의 호수에, 아주 작은 기억의 방울이 떨어졌다.
그 회상의 물결은 어느새 전체로 퍼져 나갔고, 몽환적으로 홀리듯 유진은 그때로 돌아갔다.

***

"...장?"

유진은 꿈을 꾸는 듯,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어이. 대장!"

유진은 눈을 떴다.
눈앞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동료가 서 있었다.
녹색 머리의 인상 좋아 보이는 남자는 유진 앞에서 연신 손을 휘휘 흔들고 있었다.
유진이 멍하게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장! 정신 차려! 설마! 눈 뜬 채로 죽은 거야? 대단한데?"
"훌리즈."
"아, 뭐야. 살아 있었네. 쳇."

훌리즈라 불린 남자는 아쉽다는 듯, 손을 멈추고 말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1대대에서 누군가가 죽는다면, 가장 먼저 나서서 슬퍼할 사람이 훌리즈일 것이다.
훌리즈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유진에게 말했다.

"대장. 왜 계속 멍 때리고 있어? 얼른 이쪽으로 와. 고기 다 탄다?"
"내버려둬라. 유진이 안 먹으면, 우리 몫이 늘어나니 오히려 좋지!"

유진은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뒤에는 엄청난 덩치의 산발을 한 남자가 웃통을 벗고 뽐내듯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크래시머."
"어휴, 형님! 그만 좀 먹지? 안 그래도 산만한 덩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잖아!"
"뭐라고?"

크래시머라고 불린 남자가 열심히 씹던 입도 멈춘 채 놀란 표정으로 훌리즈를 바라보았다.

"내가 더 커진 것 같다는 말이군? 크하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잖아!"

크래시머는 그대로 일어나더니 흡, 핫, 합 따위의 소리를 내며 열심히 자세를 잡기 시작했고, 훌리즈는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양반은 어떻게 된 게, 술만 마셔도 근육이 생기는 거야?"

힘을 줄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근육을 보며 훌리즈는 징그럽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으으. 더러워."
"더럽다니! 청해의 심장을 지키면서 만들어진 이 근육을 모욕하지 마라!"

여전히 유치하게 싸우는 그들을 보며 유진은 피식 웃고는 참전했다.

"크래시머. 너 처음 올 때부터 그 꼴이었잖아."
"유진! 너마저 그러면 나는!"

유진의 말에 억울하다는 듯 항변하려던 크래시머는 잠깐 멈칫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흐음. 뭐,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군."
"크하하핫!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애쥬어 메인의 엔진! 청해의 심장을 지키려면 강해야 하니까!"
"에이. 미스트를 연료로 자동으로 돌아가는 엔진에서 할 일이 뭐 있다고."
"뭐라고? 네가 하는 거라곤 닻을 내려라! 밖에 없는 주제에 나의 심장을 모욕하지 마라."
"에헤이. 내가 만든 부유 닻이 없었으면, 애쥬어 메인이 이렇게 허공에 안정적으로 정박할 수 있을 것 같아?"
"무식하게 힘으로 지키기만 하는 누구보다는 훨씬 중요하지!"
"에헤이! 그런 건 청해의 심장만 있어도 할 수 있어!"
"그놈의 심장, 심장! 형수님 심장이나 좀 뛰게 해봐라!"
"...이놈이! 네놈의 심장부터 멈춰주마!"

크래시머는 엄청나게 큰 팔로 훌리즈의 목을 휘감았다.
분명 목을 휘감았지만, 훌리즈의 머리카락만 간신히 보이고 있었다.
또다시 유치하게 싸우기 시작하는 이들을 바라보던 유진은 고개를 돌려, 한쪽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멜리오나."
"네?"

여인은 웃느라 조금 헝클어진 검고 긴 머리칼을 가볍게 정리하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해적은 물론, 싸우는 것이랑은 여러모로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제 1대대로, 아니지? 블루호크에 온 지도 벌써 3년이나 되었네."
"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처음 왔을 때는 사방에서 의심했는데 말이지. 애쥬어 메인의 보안을 맡는 갑판장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네. 저를 믿고 맡겨주셔서 고마울 뿐이죠."
"그래서, 너는 어때? 우리가 바뀐 것처럼, 블루호크의 첫인상이 좀 달라졌어?"
"음… 분명 처음에는 제 선택이 맞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었죠."

멜리오나의 말에 여전히 발버둥 거리는 훌리즈를 붙잡고 있던 크래시머가 말했다.

"그때 정말 깜짝 놀랐었지! 요격대에서 블루호크로 오고 싶다고?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잖아?"

요격대는 이내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였다.
오직 이내를 지킨다는 단 하나의 사명만으로 움직이는 그들은 이내 주변의 질서를 확립하고, 요수나 요괴, 그리고 해적들을 소탕한다.
그때 훌리즈가 간신히 두꺼운 팔에서 얼굴을 빼내며 이어 말했다.

"하하! 요격대와는 늘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 다들 처음에는 첩자라고 확신했었지!"
"그럼에도 1대대에서는 저를 받아주셨죠. 1대대가 아니었으면 저는 여전히 작은 새장 속의 새처럼 살았을 거예요."

아무리 자유로운 블루호크라 하더라도, 요격대 출신을 받아들이기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우선 전례가 없는 상황이었고, 앙숙인 블루호크에게 잠정적으로 어떤 위험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대대에서만큼은 선뜻 멜리오나를 받아들였다.
그 이유를 아는 유진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너의 표정에서 갈 곳 없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진심이 보였으니까… "
"그야 1대대에는 훔쳐갈게 하나도 없었으니까!"
"뭐라고?"
"진심은 무슨, 그냥 겁먹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었구만!"
"이 대장의 결정을 조금 멋있게 포장해보면 어떨까?"
"어어, 대장. 멜리오나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거야? 그대로 단델한테 말해도 되는 거지?"
"…그래. 훔쳐갈 것도 없는데 못 받아줄 이유가 없었지. 안 그래?"
"어머, 그런 거였군요? 조금 덜 고마워지네요."

멜리오나는 또한번 박장대소하는 훌리즈와 크래시머를, 그리고 그들을 타박하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큰 위험을 감수한 것은 분명했다.
블루호크는 나쁜 자들에게만 해적질을 했지만, 그 규모가 점점 커져서 이내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무리 블루호크에서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해도, 이내의 방어를 책임지는 요격대에게 언제든 돌변할 가능성이 높은 해적들이 달가울 리 없다.
그래서 언제 전면전이 일어날지 모르는, 언제나 서로를 견제하는 그런 앙숙 같은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런 요격대에서 온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받아달라고, 믿어달라고 말한들 쉽게 믿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흠 없는 마음이라 하더라도, 보여줄 수 없는 마음을 무엇을 담보로 믿으라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은 가볍게 말했지만, 마음을 증명할 기회를 줬고 멜리오나는 그 믿음을 증명했다.

"원래 1대대는 돌아갈 곳이 있는 녀석은 받지 않았는데 말이야."

유진의 말에, 크래시머가 입에 있는 고기를 급하게 삼키고 말했다.

"꿀꺽. 맞아. 그 요격대의 대장… 레이론이었나? 당장 싸울 것처럼 멜리오나를 찾아왔었지."
"아, 그때 대장이 바람으로 비공정을 통째로 날려버렸잖아?"

멜리오나가 처음 블루호크로 적을 옮기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요격대의 비공정이 찾아왔었다.
그 사람이 무려 요격대의 대장, 레이론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는 다들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레이론이 찾아온 것은 요격대의 대장으로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려하던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레이론이 원리원칙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다른 명분을 만들어 당장 요격대를 이끌고 찾아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블루호크의 배에 서서 세상을 제대로 살펴보고 싶다는 멜리오나의 말에, 레이론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하루하루 요괴의 위협이 커지는 지금 상황에서 레이론의 곁에 남아 있었다면, 멜리오나는 이내 밖으로 나가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멜리오나가 확고한 의지를 밝힌 후 레이론은 단 한 번도 멜리오나를 찾지 않았다.
멜리오나는 그런 레이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블루호크로 찾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결정을 한건, 정말 세상을 제대로 살펴보고 싶다는 이유였던 거야?"
"네. 이내에서의 삶은 분명 편했지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많았거든요."
"분명 자유로웠지만, 갇혀있는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래. 여긴 자유만큼은 지나치게 보장해주니까. 네가 이렇게 잘 적응한 것은 놀랍지만 말이야."
"이제 저의 집은 애쥬어 메인인걸요? 그리고 여러분은... 제 가족... 이 되었고요."

멜리오나의 목소리는 기어들어 가듯 작아졌지만, 시끄럽게 떠들던 훌리즈와 크래시머가 조용해졌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선상에는, 타닥타닥 불이 타오르는 소리만 들렸다.
멜리오나는 갑자기 집중된 이목에 어쩔 줄 모르며 고개를 숙였고, 이내 훌리즈와 크래시머는 잔뜩 놀리는 눈으로 말했다.

"오~ 제법 닭살 돋는 말을 할 줄 아는 것을 보니, 블루호크의 해적이 다 되었는데?"
"하지만 크래시머! 오글거리는 거 못 버틴다!"
"크, 크래시머 형님이 드디어 근육 바보가 되었어! 이제 최종 단계야!"
"훌리즈! 바보한테 맞는다!"
"으아악!"

멜리오나는 그런 모습에 또 한 번 웃었다.
집과 가족.
본래 1대대원들은 그것을 모두 잃은 사람들이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집과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 블루호크의 모선인 애쥬어 메인이 그들이 돌아올 품이 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이 바로 1대대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무책임한 모습이었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도 서로 존중하고 믿는 사람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볼 수 없기에, 이내의 사람들이 이런 이들의 진심을 볼 수 있을 리 없다.
멜리오나 자신이 블루호크에 다가갔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진심처럼, 결국 서로 가까이 마주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제 블루호크가 정말 나쁜 해적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언젠가 제가 요격대와 블루호크를 이어주는 역할이 될지도 모르죠."
"요격대와 블루호크를 이어줄 역할이라… 정말 그렇게 된다면 좋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환란의 땅의 요괴들의 위협에도 더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텐데."
"뭐, 해적이라는 이름을 달고 믿어달라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하하! 뭐 어때. 지금처럼 우리가 조심하면 되지!"
"저 하늘을 봐라!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이잖냐! 언젠가는 싸움도 없어질 거다!"

크래시머의 말에 1대대는 모두 하늘을 바라보았다.
중천의 하늘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보인다.
오직 중천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형태의 황혼이 그들의 눈길을 매혹적으로 사로잡았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우린 그때까지 우리의 집을 잘 지키면 되는 거야."

하지만 그 아름다운 황혼에는 언제나 어두운 그림자가 더 짙게 묻어 있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회상의 물결은, 언제 흔들렸느냐는 듯 잔잔해졌다.
고개를 들어야 보이던 태양은, 어느새 등 뒤로 완전히 넘어가 있었고, 눈앞에는 거뭇거뭇한 하늘만 보였다.

"그래. 그랬었지."

유진은 긴 상념에서 벗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분명 지금 자신이 바라보는 황혼은 그때와 같은 것이겠지만, 그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

"아이구, 이제 일을 해야겠네, 단델에게 혼날라."

유진은 몸을 일으켜 뒤로 돌아섰고, 아직 완전히 지지 않은 태양의 빛이 유진의 눈으로 쏟아졌다.
눈쌀을 찌뿌린 유진은 마치 남겨둔 자신의 동료들이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보았을 때는 어둠 속으로 들어서는 태양만이 보일 뿐이었다.

"조만간 다시 보자고. 친구들."




절명을 원하는 자


백해에서 중천과 가장 가까운 어둑섬에서는 매일매일 중천으로 향하는
항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보를 보내오고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자, 청명한 푸른빛이 가득했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날씨는 마치 그들의 여정이 곧 다시 시작될 거라는 듯,
날이 갈수록 맑아지고 있었다.
(중천으로 간다면, 라르고를 만나겠지. 어둑섬... 감시자의 마을 사람들은 이제 괜찮을까?)



감시자의 마을에서 안개의 감시자 브림을 만나기
(해당 퀘스트는 솔리다리스 지역에서 수행 가능합니다.)
(해당 퀘스트는 2024년 12월 26일 점검 전까지 수행 가능합니다.)



모험가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많이 바쁘실 텐데 이곳까지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험가. 오랜만이군. 청연은 어떤가? 안개신 님이 깨어나고 이곳의 상태는 빠르게 안정되고 있네.
물론... 어둑섬 자체에 오랫동안 녹아든 요기는 훨씬 많은 시간이 흘러야 정화될 것 같다만.
내가 죽기 전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는지 모르겠군. 망할 요괴들...
......
모험가님. 중천으로 떠나게 된다면, 라르고를 다시 만나겠지요?
아마도.
저는 소문으로만 들었던 흰 구름 감시자, 라르고를 존경했었습니다.
그가 정체를 숨긴 요괴였음을 알고 난 후에도, 사실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에를리히 님이 말씀하신, 흰 구름 감시자로서 활동할 때의 라르고에게는 일말의 거짓이 없었습니다.
물론... 완전히 속이기 위해 한 행동이었겠지만 말입니다.
문득문득 궁금했습니다. 그에게 이곳에서 인간의 흉내를 내던 생활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까... 하고요.
모험가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는 정말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을까요?



빌어먹을 모험가놈.
그놈들에게 이런 수모를 당하게 하다니.
반드시 이 땅에 마키아 님을 온전히 강림시켜, 이 수모를 갚아주마.
후우...
그러기 위해서는 절명의 길과 이어지는 달이 잠긴 호수를 점령해야 해.
그곳의 달 사냥꾼들은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다른 변수가 있을지도...
큭... 변수를 걱정하다니. 모험가 그놈이 지독하긴 했나 보군.
라르고 님을 뵙습니다.
아, 네가 제르미오야?
미리 이야기는 들었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변할 수 있으시군요. 놀랍습니다.
강력한 요괴일수록, 그 본 모습을 숨기기 어렵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야. 덕분에 인간의 흉내나 내는 이따위 일을 전담하게 되었으니까.
그래. 네가 뭘 해야 하는지는 이미 들었겠지?
네. 달이 잠긴 호수를 혼란스럽게 하면, 라르고 님께서 그 안으로 잠입해서 정보를 알아본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저 녀석들이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못하도록 제대로 날뛰어. 
반드시... 그 망할 인간 놈들을 지옥으로 보내주겠습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이 모습을 하고 있던 흰 구름 계곡에서는 무시당하는 게 일상이었지.
어디서 나타나도 의심받지 않는 가볍고 경솔한 인간. 그게 나였으니...
뭐, 흰 구름 계곡의 인간들은 썩 잘 챙겨주긴 했지만.
......
그때의 일을 떠올리다니... 너무 몰입했나? 어차피 모험가만 아니었다면 이미 모두 죽었을 인간들...
후우... 이 짓도 이제 마지막이야. 다시는... 인간의 흉내를 내지 않을테니까.



역시 요괴가 그런 생각을 할 리는 없겠죠? 괜한 것을 물었군요.
안개가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정말 떠날 때가 멀지 않았군.
네, 최근 안개는 항해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 되었으니까요.
그럼 모험가님. 부디 앞으로의 여정에도 안개신 님의 보호가 있기를 빌게요.
그럼 다음에 또 뵐 수 있기를...



<퀘스트 완료>
인사를 마치고 돌아선 모험가의 눈에 문득 과거와 다른 감시자의 마을 풍경이 들어왔다.
녹을 벗겨낸 작살, 새로 짜인 그물. 그리고 달라진 사람들의 표정까지.
그들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내일을 향한 항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나 또한 나아가야 한다. 저들의 노력과 희망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내일을 위해서.)



#3. 이어지는 마음
글: 가람 / 그림: K
"역시 오늘도 안 계시는구나."

중천의 땅지기 카메린이 한때 매일같이 누비고 다녔던 별내림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가 거대한 나무들이 우거진 숲 사이로 울려 퍼졌다.

중천의 땅지기는 다른 지역의 땅지기들에 비해 분쟁을 해결할 일이 잦았다.
하루는 상공인협의회, 또 하루는 메인스프링과 톱니바퀴 공방, 또 하루는 요격대.
그리고 또 하루는 다시 상공인협의회.
여기에 요격대를 도와 요괴 토벌까지 출동하니,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러다 겨우 시간을 내서 고향에 왔건만, 정작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없었다.
바로 달 사냥꾼들을 이끄는 길잡이이자 카메린을 길러준 양아버지, 야탄이었다.
오래전, 야탄은 요괴 사냥 중에 목숨을 잃은 달 사냥꾼 부부의 딸을 거둬 키웠다.
그리고 그 아이는 죽은 부모의 용기를 닮고 키워준 야탄의 인자함을 닮아 땅지기가 되었다.

"미안, 카메린. 야탄 님은 오늘도 길잡이 강에 가셨어."
"요즘은 거의 매일 길잡이 강에 가시거든. 요새 요괴들의 숫자가 심상치 않게 늘어나서 말이야." 
"아무래도 당분간은 뵙기 힘들 것 같아. 네가 다녀갔다고 전해줄게."

카메린이 달 사냥꾼들의 거처. 흩어진 별의 쉼터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를 반긴 건 야탄 님이 안 계시다는 달 사냥꾼 베즐로의 말이었다.
카메린도 요새 중천 전역에서 요괴들의 숫자가 늘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예상은 했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루쯤은 믿음직한 땅지기가 아니라 그저 투정 많은 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카메린은 쉼터에서 나와 이내로 돌아가고 있었다. 걸음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런 카메린을 멈추게 한 건 어디선가 들리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였다.
카메린은 발걸음 소리에 집중했다. 이윽고 몸을 돌려 소리의 방향을 따라 뛰었다.

곧 카메린은 요괴에게 쫓기는 어린 달 사냥꾼을 발견했다.
어린 달 사냥꾼은 겁에 질려 손목에 찬 에테리얼 보우를 발동시킬 생각조차 못 하고 있는 듯했다.
카메린은 자신의 에테리얼 보우를 롱보우의 형태로 전환 시켰다.
곧 황금빛의 화살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요괴의 목덜미에 꽂혔다.

"괜찮아? 이런, 넘어진 모양이네. 잠깐만 어디 약이 있을 텐데 조금만 기다려봐."

카메린은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어린 달 사냥꾼의 쓸린 무릎에 발라주었다.
하지만 어린 달 사냥꾼의 놀란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듯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카메린은 이렇게 일찍이 첫 사냥을 시키는 달 사냥꾼의 교육 방식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목숨을 잃는 것 보다는 이렇게라도 어엿한 사냥꾼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목표였으니 이해는 했다.
결국 카메린은 떠나지 않고 어린 달 사냥꾼을 지켜봤다.
울먹이는 모습을 보아하니 오래 전 길잡이 강에서의 그날이 떠올랐다. 

***

길잡이 강은 달 사냥꾼 가운데에서 숙련된 사냥꾼들만 갈 수 있는 곳으로, 그곳에 사냥을 나갔다는 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말과 다를 게 없었다.
그곳으로 가는 문을 여는 것부터가 어지간히 에테리얼 보우를 잘 다루지 않는 이상 시도조차 불가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어린 날의 카메린은 솔직히 말하면 자만했었다.
또래 중에 사냥 실력이 가장 뛰어났고, 별내림 숲과 달이 잠긴 호수에서의 시험도 통과한 참이었으니 말이다.

"제가 반드시 요괴를 잡을게요! 걱정 마세요. 야탄 님. 두고 봐요. 베즐로!"
"그래. 우리 꼬맹이 덕분에 길잡이 강 요괴들 오늘 멸종하겠네."
"베즐로!"

이 당시의 베즐로는 지금보다 더 젊었고, 짓궂었다. 물론 그것도 카메린에 대한 베즐로 나름의 애정이었다.
베즐로와 카메린이 티격태격하면 야탄은 소리 없이 웃거나 미소를 지었다.
많은 말 대신 언제나 믿음으로 바라봐 주는 것. 그게 야탄의 애정이었다.

곧 베즐로와 야탄이 앞장서서 달 사냥꾼의 출정식을 시작했다.
치열한 대련 속에서 두 사람의 에테리얼 보우가 거대한 힘을 내뿜으며 맞부딪혔다. 
이윽고 달빛이 그 두 사람의 신성한 대련에 대답하듯 길잡이 강으로 가는 입구를 열어줬다.
그 자리에 모인 달 사냥꾼들은 약속이나 한 듯 빠르고 신속하게 그 덩굴로 된 입구로 뛰어들었다.
카메린도 잔뜩 기대를 안고 따라갔다.

하지만 카메린이 마주한 건 새로운 공포였다.
길잡이 강의 요괴들은 당시의 카메린이 만났던 요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카메린의 눈은 항상 그들을 늦게 따라갔고 카메린의 화살은 항상 그들의 잔상을 꿰뚫었다.
게다가...

"크아아아!"
"이런! 울라드! 너 거기 있었어? 카메린, 나 잠깐 내려갔다 올게."
"미안해요. 베즐로. 미안, 울라드..."

그 뒤로 신수 울라드의 등에는 카메린이 잘못 쏜 화살이 몇 번 더 박히고,
끝내 울라드가 서럽다는 듯 그 큰 몸을 베즐로에 기대어 울어버렸다는 건 지금 달 사냥꾼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야기다.
그래도 목숨이 위태로웠던 여럿 순간에 비하면 이 정도는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끝내 카메린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귓가를 울리는 폭포 소리마저 두려워졌다.
다른 달 사냥꾼들도 애써 모진 말을 삼키는 게 느껴졌다.
카메린은 결국 두 다리가 땅에 박힌 듯 겨우 서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멀었나 봐. 그냥... 포기할까. 돌아간다고 할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공포와 자책이 카메린의 모든 감각을 무뎌지게 했다.

"카메린!" 

베즐로의 다급한 목소리에 카메린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거대한 요괴가 단숨에 카메린을 집어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 정말 모든 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때.
날카로운 칼날이 요괴의 머리를 수평으로 베어냈다. 두 동강 나는 요괴의 너머에는 야탄이 서있었다. 

"야탄 님."

야탄을 보는 순간, 카메린은 온몸에 힘이 풀려버렸다. 베즐로가 그런 카메린을 부축하려고 달려왔지만, 
야탄은 왜인지 베즐로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자신이 그 맞은 편에 앉았다.

"야탄 님... 죄송해요. 저는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카메린의 말에는 점차 울음이 섞였다. 살면서 이토록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이대로 짐이 되느니, 포기하고 싶어요."
"너무... 너무 무서워요."

속에 있던 감정을 밖으로 꺼내니 정말 현실이라는 생각에 카메린의 울음은 더욱 커졌다.
그때, 야탄이 카메린의 에테리얼 보우를 가져갔다.
그리고 겉에 묻은 요괴의 피를 자신의 옷자락으로 닦고서는 다시 처음 사냥을 배우는 아이에게 그러하듯, 직접 장착 시켜줬다.

"카메린, 인간에게 두려움은 당연한 감정이란다. 나 또한 이 요괴 사냥이 두렵단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달 사냥꾼이 사냥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아니?"
"사냥꾼이니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란다."
"사랑하는 사람..."
"그렇기에 사냥을 포기하지 않지."

말을 마친 야탄은 자신의 에테리얼 보우를 풀고 카메린을 부축했다.

"자, 다시 활을 들고, 자세를 잡아 보렴."

카메린은 겨우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야탄이 에테리얼 보우를 쥔 카메린의 손을 잡았다. 곧 거대한 롱보우가 생겨났다.

"우리는 괴물과 싸우기 때문에 항상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단다."
"그리고 두려움은 우리를 괴물로 만들 수 있지."
"그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물리치는 건..."

또다시 요괴가 두 사람 앞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카메린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야탄을 바라보았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굳게 믿는 마음이란다."

카메린은 다시 앞을 봤다. 활시위를 함께 당겨주는 야탄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이윽고 눈부신 빛을 내는 황금빛의 화살이 눈앞의 요괴를 꿰뚫었다. 

"야탄 님. 제가, 제가 성공했어요!"

카메린은 눈물을 닦고 웃어 보였다. 야탄은 그런 카메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항상 그렇게 웃거라. 내가 너에게 바라는 건 그 마음과 미소뿐이란다." 

***

"잠깐, 일어날 수 있겠어?"

별내림 숲.
카메린은 아직 눈물 젖은 눈을 한 어린 달 사냥꾼을 일으켜 세웠다. 야탄이 그러했듯.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지? 네 가족, 네 친구들, 나아가 위에 있는 사람들까지 말이야."

어린 달 사냥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리 안의 두려움을 물리칠 수밖에 없어."

카메린은 어린 달 사냥꾼의 곁으로 가 활을 쏘는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곧 어린 달 사냥꾼의 롱보우가 나타났고, 카메린은 그 작은 손을 함께 잡아주었다.

"우린 이제 괴물을 없애야 해. 요괴와 두려움이라는 두 마리의 괴물 말이야."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괴물을 없애는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 너를 믿는 마음이야."
"할 수 있겠어?" 

어린 달 사냥꾼은 카메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 곧 나타날 거야. 준비됐니?"

곧 두 사람 앞에 작은 요괴가 나타났다. 어린 달 사냥꾼은 카메린을 보던 고개를 돌렸다.
짧은 심호흡. 곧이어 눈부신 별빛을 닮은 화살이 작은 요괴를 향해 날아갔다. 

그날의 길잡이 강에서 보았듯, 환하고 눈부신 빛이었다. 








맞잡은 손, 각자의 이해


생각치도 못하게 선계에서 마주한 사도의 영향력은 먼바다 너머로부터 건너와 스치듯
미약했지만, 그곳에 서려 있는 악의는 악에 받친 듯 검고 독했다.
그리고 비처럼 쏟아진 피해를 복구하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하는데 몰두하던 사람들에게 모처럼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새로운 신수들의 탄생과 성장. 어쩌면 끝으로 달려가는 중인지도 모르는
선계의 위험 안에서 작은 시작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깨어난 숲으로 가자.)



안정화 되어가는 깨어난 숲으로 가서, 상황을 알아보기
(해당 퀘스트는 안개고원 지역에서 수행 가능합니다.)
(해당 퀘스트는 2024년 12월 26일 점검 전까지 수행 가능합니다.)



모험가님! 오셨어요!
모험가님. 오랜만이에요.
갑자기 연락드렸는데, 와주셔서 고마워요
모험가님이 깨어난 숲과, 안개신 님을 구원하신 후 망가졌던 깨어난 숲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물론 안심하기에는 일러요. 사도 디레지에라고 말했던 그 존재의 힘은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려 하고 있으니까요.
안개신 님께서 그 힘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알아내시기 전까지는 이렇게 버티는 것이 최선이겠죠.
아, 에르곤 님은 그 후로 여전히 은자림에서 나오지 않고 계세요.
생각보다 디레지에의 힘을 몰아내는 데 큰 힘을 소모하신 모양이라, 회복에 전념하고 계시죠.
그리고 안티엔바이의 상태를 살피는데 계속해서 힘을 사용하고 계세요.
이렇게 충돌하는 듯한 소리가 가끔 이렇게 들리고 있죠.
마치...
안티엔바이가 거대한 힘과 충돌하는 것만 같아요.



음~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로페즈 님. 
룬디어. 상황은?
중천의 요괴들은 생각대로 움직여주고 있어요. 
안개신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 게 아쉽지만, 신과 안티엔바이에 연결점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졌어요.
분명 안티엔바이의 힘은 약해졌고... 그 너머로 더 거대한 힘이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느꼈어요.
중천의 일만 잘 해결된다면, 더 확실해지겠죠?
어머, 답지 않게 고민이 있는 얼굴이군요? 
그런 표정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백해에서 제가 모르는 일이라도 있었나요?
설마 마이어라도 나타났나요?
......
...정말인가요?
아니. 마이어는 아니야. 하지만 마이어가 기다린 자가 나타났다. 모험가라고 불리더군.
마이어가 기다린 자? 선계에서 수백 년 동안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는데 기다린 자가 나타났다는 뜻은...
그래. 마이어가 무엇을 계획했든 그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뜻이지.
정말! 그자는 도대체 어디까지를 내다보고 준비한 걸까요? 우리의 움직임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응하는 수를 내놓다니.
하지만 그도 결국 인간아닌가요? 혼자서 우리를 막을 순 없을 거예요.
방심하지 마라. 그자는 분명 강력한 변수가 될 힘을 가졌으니까.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조심해야겠군요?
좋아요. 요괴들을 다시 만날게요. 그런 강력한 변수가 있다면 분명 그들도 조금 더 협조적으로 나올 테니까.
라르고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야. 아마, 요괴들 쪽에서도 소란이 있을 것 같군.
그럼, 나는 다음 계획을 준비하지.
이런이런... 로페즈 님. 아닌척하지만 조금 초조해 보이시는걸? 그 오랜 시간 준비했는데도 불안할 정도라니.
모험가라... 궁금한걸?
후훗...



바니타스가 안개신 님을 약화시킨 것도 영향이 있었겠지만, 모험가님께서 말씀해 주신 사도 디레지에의 힘의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아라드의 대마법진도, 시로코와의 충돌로 붕괴가 시작되었으니...)
모험가님. 디레지에는 모험가님에게, 아니 세상에 강한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 모험가 님 앞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온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은 분명해요. 
요괴들이 그 힘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영향력이라면, 완전한 상태일 때는 중천은 물론 선계 전체가 끔찍한 상황이 되겠죠.
그러니 그 전에, 디레지에에게 맞설 방법을 찾아야 해요.
모험가님, 정말 그 사도가 중천에 있는 거예요?
직접 온 것도 아니고, 그 힘의 일부만으로 안티엔바이에 영향을 주면서 에르곤 님까지 힘들어하시는 거라면 중천은 이미...
아샤. 너무 걱정하지 마. 중천에서도 분명 대응할 방법을 찾고 있을 거야.
그리고 안개신 님과 에르곤 님도 그 힘에 대항할 방법을 찾고 있으니 해낼 수 있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찰나의 시간 모습을 드러내었던 안티엔바이는, 지금은 모습을 다시 숨긴 것처럼 보였지만 분명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존재할 것이다.
마이어가 지키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안티엔바이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분명했기에.
(반드시... 지켜내야겠지.)



<퀘스트 완료>
깨어난 숲에서 돌아오는 길.
모험가는 마치 안개가 이야기를 걸어오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평소와 같은 느낌의 바람이 불어왔지만, 모험가는 분명히 느꼈다.
조금 더 차갑고, 무거운 바람을.



무겁게 짓누르는 운명


모험가. 괜찮으시다면 저를 찾아와주세요.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어요.



무의 뉨터에서 안개의 신, 무와 대화하기
(해당 퀘스트는 2024년 12월 26일 점검 전까지 수행 가능합니다.)



<퀘스트 완료>
오셨군요.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드디어 저와 백해를 위협했던 그 기운이 어디에 있는지 찾았어요.
중천의 공해 아래. 환란의 땅의 중심, 그곳에 그 위험한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져요.
다행히 아직 움직임은 거의 없어요. 마치... 태어나길 기다리는 알처럼, 숨을 고르고 있는 게 느껴져요.
이곳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것도 요괴들의 도움을 받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걱정이에요.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에서의 아주 작은 영향력으로도 이만한 위험을 불러온 존재가 완전히 이 땅에 발을 딛게 된다면...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는 지금부터 저 기운을 억누를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아직은 그곳에 저의 권능이 닿으니 저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늦추겠어요.
모험가 당신은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그 기운에 대항할 때가 되면, 다시 당신을 찾을게요.
고마워요 모험가.
당신이 선계에 와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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