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맹세한다.
이터널 플레임은 마지막 순간까지 용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이며,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꺼지지 않을 불꽃으로 용을 죽일 것이며,
결국 용에게 목숨 잃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사명을 다 할 것이라.
사명을 다한 불꽃은 꺼지지 않고 영혼의 불씨로 남아
불의 숨을 쉬는 자들 앞에서 언제든 타오르게 될 것이니
잠시 사그라질지언정 영원히 타오를 불꽃은
부활하고 또 부활하여 모든 것을 집어삼키리라.
그 영혼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우리의 불꽃이,
불의 숨의 주인을 마주해 당당히 타오를 그때.
마침내...
우리의 불꽃으로 불의 숨이 멎을 것이다.
- 꺼지지 않는 맹세 -
GB-1 햅스
이른 새벽 마이스터의 실험실 어딘가, 머리카락을 자를 새도 없었던 듯, 한 늙은 남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거대한 두 개의 바퀴가 달린 탑승형 병기가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늙은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켈켈... 왜 또 왔나?"
"지젤...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아름다운 미성. 지젤은 익숙하지만 낯선 그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
지젤처럼 겉으로 드러내는 광기가 아닌, 그 내면에 자리 잡은... 광기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깊고 무거운 그것은...
지젤은 불필요한 잡념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엘디르를 바라보고 말했다.
"...엘디르. 역사를 바꾸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알지 않나?"
"물론이에요. 하지만 과연 바꿀 필요가 있을지... 그건 아직 생각해볼 문제이죠."
"켈켈... 또 그 소린가? 모든 것을 증명했는데도 여전히 나를 믿지 못하나?"
엘디르는 기분이 나쁜듯 눈이 뱀처럼 가늘어지는 지젤을 내려다보았다.
미래에서 온 자.
시간을 넘나드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늙은 남자는 자신의 말대로 모든 것을 증명했지만 가장 본질적인 단 하나의 명제를 증명하지 못했다.
'이 자의 말을 믿고 과거를 바꾸는 것이 정말 창신세기의 예언을 위한 일인가?'
물론 지젤이 말한 정보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엘디르의 정체를 아는 존재는 천계에 몇 되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그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이유 역시도 단 하나였다.
"당신이 말한 그자는... 정말 이곳으로 오는 건가요?"
"그자? 아~ 모험가 말인가."
지젤은 기분 나쁜 듯 고개를 다시 돌렸다.
늘 광기가 어린 모습이긴 해도, 냉정하고 계획적인 지젤이 '모험가'가 언급되면 유일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이 걸렸다. 엘디르가 하려는 일은 절대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지젤은 말없이 작업을 시작했고, 엘디르는 그가 만드는 '미래를 바꾸기 위한' 병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무심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명제를 떠올렸다.
그의 말을 믿고 앞으로 일어날 과거를 바꾸는 것 또한 예언의 과정 중 하나일까?
물론 그것은 지젤도, 엘디르도 증명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일어난 후에야 알 수 있는 것.
모든 존재는 마지막 숨을 들이키는 그 순간마다 처음을 경험하는 것이니...
바꾸려는 자들도... 그것을 막으려는 자들도...
지금 이 일련의 사건들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미리 알지 못할 것이다.
GB-2 이덴디테이트
"제가 만든 자율 시스템 설계도 한번 보실래요?"
오드뤼즈는 땅콩을 꺼내 입 안에 털어 넣으며 화두를 던졌다.
아마도 회의에 오기 전 이터널플레임의 한 대원에게서 받은 것이겠지.
"오드뤼즈. 게이볼그에 자율성은 넣지 않기로 이전에 합의했던 거잖아."
쿠리오는 말과는 다르게 오드뤼즈가 건넨 설계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오드뤼즈는 쿠리오의 대답에 입을 삐쭉 내밀며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행 제어부터 요격 방어시스템, 그리고 이번에 쿠리오가 추가할 예정인 차원 이동 장치까지. 이 모든 걸 한 사람이 통제하면 효율이 안 나올 거예요."
그 순간,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알싸한 화약내, 그리고 용족의 피 냄새.
볼간이었다.
"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 혹은 스타크, 둘 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네. 난 벌써 직접 게이볼그에 올라타 바칼의 얼굴을 뭉갤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는구먼!"
뒤늦게 들어온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오드뤼즈의 등을 팡팡 소리가 날 정도로 두들겼다.
그러나 행동과는 다르게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건 볼간 님이나 스타크 님이라 가능한 거잖아요... 또 조종이 완벽하게 가능해도 조종자의 안전까지 생각한다면 자율 시스템에게 전권을 맡기는 게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고요."
"걱정 말게! 조종실은 게이볼그가 작동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로 만들었으니 말일세."
"저 양반이 직접 제작하고 싶다고 하도 난리를 부려서 말이야..."
라티는 힘없이 흐느적거리며 담뱃대에 불을 붙였다.
콜록콜록!
스멀스멀 올라오는 흐릿한 연기 사이로 가녀린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아, 미안. 습관적으로 불을 붙여버렸네!"
"저는 괜찮아요...! "
젠느의 어색한 대답.
라티는 젠느를 바라보고 허둥지둥 담뱃불을 끄기 시작했고, 나는 순간 젠느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서로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작은 웃음을 흘린 후 오드뤼즈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럼 게이볼그가 파괴될 때는요?"
"우리가 만든 무적의 게이볼그가 파괴된다니, 무슨 소리인가? 하하하!"
"아니면 시스템에 자율성을 제거하고, 단순히 자동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어떤가요?"
"젠느, 좋은 의견이야. 엘디르, 넌 어떻게 생각해?"
상황을 지켜보던 쿠리오는 조용히 엘디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는..."
엘디르가 말을 뱉자 모든 소란스러움이 일시에 멎었다.
무거운 정적.
어떤 안건이든 회의는 이렇게 진행되었다.
각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다 엘디르가 말을 꺼내면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녀의 입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에 보답하듯 어떠한 문제든 항상 완벽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게이볼그는 자율 시스템이 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정해지지도 않은 탑승자의 판단에 천계의 운명을 맡기는 방향보단, 우리의 힘으로 제작한 시스템이 더 위험 요소가 적을 거예요. 또한 우린 많은 전자동 메카닉을 제작해보았고, 실제 전투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요."
엘디르의 발언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테네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럼에도 항상 그녀는 나에게 결정권을 쥐여줬다.
아니, 항상 모두가 나의 결정을 기다렸다.
모든 마이스터의 시선이 엘디르에서 나에게 옮겨왔다.
다시 한번, 그러나 아까와는 다른 정적.
"테네브."
젠느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눈을 들어 마이스터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펜을 들어 설계도를 수정해 나갔다.
"...보조 장치로 제작하는 편이 좋겠군."
말을 마치자 마이스터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장치에 대해 일제히 논하기 시작했다.
"하하! 그럼 이놈 이름을 뭐라고 짓는 게 좋을 거 같나?"
"제가 임의로 붙였던 이름은 게이볼그의 자아라는 뜻이었어요! 이제 자율성은 빠졌지만... 그래도 멋있지 않나요?"
단 한 사람, 엘디르를 제외하곤.
GB-3 에네기
///---------[ 군사 ]---------///
///-[1급비밀]---[CONFIDENTIAL]-///
경고
* 허가받은 인가자 이외 취급을 금함
///---------[ 제원 ]---------///
병기명 : 'GB-3 에네기'
종류 : 범용 용인형 생체전투병기
전장 : 302 cm
무게 : 1207 kg
악력 : 10.5t
주무장 : 용인 성체, 흉부 에너지 코어
부무장 : 각 관절 지점 에너지 코어 14개, 전두엽 내 제어용 소형 전류기
///---------[ 보고 ]---------///
----/-- : 실험실 6구역 내부, 드락카 앙스트 4기, 칼테 루프트 7기에 의해 포획. 출동 장비 전손. 작전 담당 대장 스타크
----/-- : 생존 확인, 동면 시스템 진행
----/-- : 동면 시스템 중 연구 진행
...
----/-- : 동면 시스템 중 연구 중단 / 마이스터급 회의, 연구 진행 부결. 무기한 동면.
...
----/-- : 지젤 로건 앞으로 권한 이관
----/-- : 지젤 로건 주관. 실험 진행, 1차 에너지 코어 안착 실험
----/-- : 지젤 로건 주관. 과부하로 인한 발작 증세
----/-- : 지젤 로건 주관. 비늘 탈각 증세
...
----/-- : 지젤 로건 주관. 실험 진행, 23차 에너지 코어 안착 실험
----/-- : 지젤 로건 주관. 비늘 자가 복구 확인
----/-- : 지젤 로건 주관. 에너지 코어 안정화 확인
...
----/-- : 나사우 삼림 7번 구역 근처에서 작전 중 난동.
----/-- : 24차 실험, 제어 재안정 확인. 이상 없음.
----/-- : 에너지 생산실로 이동.
----/-- : 에너지 생산실 경
"...계 이상... 없음... 현재 시각..."
"중사님..."
"됐고! 몇시냐고."
두 명의 대원이 거대한 용인이 담긴 인큐베이터의 앞에 서있었다.
패널을 조작하고 있는, 중사라고 불린 대원의 손에 다급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중... 중사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얼마전에도 세뇌가 풀려서 난동을 피웠다고 했습니다."
"..."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지..."
"그럼, 네가 막을래?"
"하지만..."
"스타크 대장님조차 버거울 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분과 숱한 작전을 나가봤지만, 그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본 적이 없어."
"중사님..."
"어차피, 게이볼그만 지키면 될 일이야."
중사가 패널에서 손을 떼자, 연기가 새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용인의 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을 내려다보는 눈동자에 이종을 향한 명백한 적의가 서려있었다.
"야, 세뇌 장치... 잘 되는거 맞지?"
"되는거 같긴 한데..."
"되는데... 저렇게 움직이나...?"
"어..?"
용인의 그림자가 둘을 덮고 있었다.
"젠장..."
콰직!
"비... 비상 사태...! 비..."
콰직! 콰직!
용인이 손에 붙은 피와 파편들을 털어내며 걸음을 옮겼다.
자색의 비늘은 붉은 핏물에 한층 더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야 좀 조용해졌나.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
인간 둘을 죽였음에도, 머릿속의 잡음은 깨끗이 가시질 않았다.
혼나지 않으려면... 만회해야겠지.
그 분께서 흡족해하실만한 것들로.
거대한 힘이 불어오고 있었다.
모든 용들의 아버지께서 일으키는 바람에, 잠시나마 잡음이 사라졌다.
에네기는 퍽 상쾌함을 느끼며 나른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GB-4 디리겐트
지젤 님의 명령에 따라 행동.
게이볼그의 메인 동력원을 지키고 유지.
방해하는 침입자들은 모두 사멸.
…최우선 명령, 천계를 지키는 것.
눈을 뜨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이 4개의 원칙들.
그 후 추가되는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이며 천계와 이터널 플레임의 현 상황, 그리고 내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현재 이터널 플레임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현 보급 상태."
부족
"생산된 양산형 병기 수량."
부족
"...현재 실험실 내에서 전투 가능한 생체 반응 확인."
부족
용족들은 계속해서 포위를 좁혀오고 있는데 모든 게 부족하다.
천계의 마지막 희망인 게이볼그도 아직 제작 중인 상태.
마이스터의 중심축이던 테네브까지 모종의 이유로 프로젝트에서 빠졌다.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다른 마이스터들은,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파하고자 지젤 님을 이용해 나를 만들어냈다.
천계를 위해 목숨을 불사르고 있는 이들의 희생을 줄이고, 게이볼그가 완성될 때까지 이곳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만이 그들에게 있어 최후의 희망이기에.
생각을 정리한 후, 바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내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그 바람을 이행할 수 있도록.
"...보호 프로토콜 설정."
모든 건 천계와...
"침입자 섬멸 모드 실행."
지젤 님을 위하여.
GB-5 펠루헌 스타크
이터널 플레임의 대장, 스타크는 뭐든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그의 첫 분대원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옷을 수선하는 재주가 있던 루테린 일병은 나사우의 산을 좋아했다. 그는 그곳에서 용족의 발톱에 복부가 찢긴 채 발견되었다.
칼리야 상병은 벌레를 싫어했으며 네 살 어린 동생이 있었다. 용의 불길에 폐가 익어 전사했다.
트리스텐 병장은 피곤하다는 게 말버릇으로, 스타크와 자주 싸우면서도 가장 친했다. 용족에게 낚아쳐진 후 땅으로 곤두박질쳐 전사했다.
신병이었던 데본은 스타크를 잘 따랐다. 경계 중 용족의 마법에 의해 뒤틀려 전사했다.
스타크는 그 죽음의 형태도, 마지막 숨결도, 조촐하게 차려진 대원들의 장례식장 냄새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조금 더 과거의 일도 잊지 않았다.
처음 이터널 플레임에서 훈련을 받을 때, 은발의 샌님이 자신 옆에 서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그를 보며 훈련에서 나가떨어지리라 짐작했던 것도 기억했으며, 끝까지 그 샌님이 훈련을 수료했을 때 살짝 놀랐던 감정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훈련병들 사이 벌어진 술판에서 그 샌님이 영혼을 팔아서라도 천계를 지켜내겠노라 조용히 되뇌일 때, 뜨겁던 눈빛의 온도도 아직 선명했다.
그리고 마이스터의 수장이 된 그의 옆에서 대장으로서 이터널 플레임의 구호를 외치던 순간,
"이터널 플레임은 마지막 순간까지 용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이며..."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지워지지 않는 유년의 기억,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꺼지지 않을 불꽃으로 용족을 죽일 것이며..."
숨으라는 아버지의 말에 침대 밑에서 필사적으로 기침을 참았던 일. 번들거리던 용족들의 눈빛.
"결국 용족에게 목숨 잃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사명을 다 할 것이라!"
더 이상 누구도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견고한 다짐.
모든 것을 스타크는 잊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부양액 속에서 자신의 척수로 서늘한 액체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아, 이성, 자신, 기억, 모두 잊게 될 거다.
게이볼그와 천계를 지키는 하나의 병기로 거듭나는거다.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있지?
분명 테네브가 배신을...
테...네브가 배...신을...?
네브... 게이볼...
꼬륵.
마지막 거품과 함께 의식이 점멸했다.
스타크의 손, 이미 손이라고 부르기 힘든 그것에 낡고 그을린 군번줄이 몇 개인가 쥐어져 있었다.
늘어진 군번줄들은 마치 은색의 시든 꽃다발처럼⋯.
이터널 플레임의 대장, 스타크는 뭐든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마이스터 젠느 (Meister Jenne)
여성/나이 불명.
7인의 마이스터의 일원. 역학과 물리학 등에 두루 통달해 있다.
후대의 천계에서 사용되는 각종 동력장치, 발전기 등은 대부분 그녀의 연구 성과로부터 발전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스터 엘디르 (Meister Eldirh)
여성/나이 불명.
7인의 마이스터의 일원. 항상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있다.
과학자이면서도 신을 믿고 있으며 과학으로 그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명상이야말로 진리를 탐구하는 올바른 길이며 그것이 곧 새로운 발상의 근원이라고 믿는다.
마이스터 라티 (Meister Rati)
여성/나이 불명.
7인의 마이스터의 일원. 과묵하지만 지독한 애연가.
화학, 그중에서도 합금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
매우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거인의 약점
거대한 진동이 천계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지젤이 조종하는 게이볼그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벌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치지직. 치지직.)
...응답...!
응답해!
(베키?)
베키?
이제 들리냐!
베키. 무슨 일이야?
차원의 좌표가 크게 흔들리더니 계속해서 왜곡이 계속 심해지고 있어!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거야?
왜곡이 심해지고 있다면... 이 시대의 게이볼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자체로 벌써 역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대로면 정말 지금 사건들이 진짜 역사가 될 수도 있겠네요. 베키! 많이 위험해 보여?
이익... 왜곡에 맞춰 출구를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구! 이대로면 전부 다 돌아가지 못해!
알았어! 조금만 더 힘내줘. 베키.
빨리 돌아와야 해!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졌군요.
많이 위험한거라예?
지젤을 막지 못하면 과거가 바뀌는 것은 물론 우리가 여기에 남겨지고 원래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을 거예요.
예에? 그건 곤란한데... 수쥬에 꼬불쳐두고 안즉 입에도 몬댄 기 한 마차인데...
지금 그게 중요해요?
모두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시간이 없어. 설마 다른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니요. 지금 갈게요. 어디까지 이야기하셨죠?
게이볼그의 약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두의 힘이 필요하니 집중해주면 좋겠군.
게이볼그는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 있는 것 같은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조종에 애를 먹는 모양이군.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야.
아무리 강력한 병기지만 방금 완성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지젤은 중간에 합류했으니 바로 모든 기능을 파악해서 제 성능을 내긴 어려울 겁니다. 오드뤼즈, 게이볼그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나?
네. 지금... 아직 출격장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그런 상태니까 이런 게 먹힐 수 있다는 건가?
네. 정상적인 게이볼그라면...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테니까요. 접근만 한다면 제가 드린 탄환을 적중 시켜 작동을 멈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테네브! 이 정도의 소란을 일으켰으니, 바칼이 이곳을 벌써 눈치채고도 남았을 거예요. 언제 용족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데, 지젤이 조종하는 게이볼그로 용족과 먼저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 미치광이는 살기 위해서라면 되려 바칼과 손을 잡았으면 잡았지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전혀 없어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런... 하지만 이대로 게이볼그를 막는다고 해도, 그 후가 문제라구요!
......
쿠리오. 무슨 생각을 하는가?
방법이 있습니다. 모두 이쪽으로 와주세요.
나멘로스에 있는 쿠리오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게이볼그를 지킬 방법이 있어. 게이볼그가 완성된 후에 하려고는 했는데,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네.
오드뤼즈. 예전에 내가 말했었던 차원 이동 장치 기억나? 지금 것보다 더 크고,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응. 기억나. 그 거대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보강할 수 있는 설계를 도와달라고... 아! 설마?
맞아. 처음부터 저 커다란 게이볼그를 지상으로 이동시켜서 바칼에게 향할 생각은 없었어. 그래서 생각한 게 차원 이동 장치를 이용해 일종의 보관할 수 있는 이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지.
나도 자네가 그것을 만들던 기억이 나네만, 완성된 것인가?
네. 아직 실제로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검증을 마쳤어요. 지금 저 게이볼그를 일부 파괴하더라도 우리가 제어할 수 있게 제압만 할 수 있다면...
그 공간에 집어넣은 후, 이곳을 빠져나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거군. 바칼이 직접 오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 같네.
맞아요. 바칼이 오기 전에만 할 수 있으면, 바칼은 게이볼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겠죠. ...그런데 테네브? 표정이 왜 그래? 문제라도 있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앗! 테네브! 쿠리오! 게이볼그가 방향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벌써 익숙해지기 시작한 모양이에요.
지금 바로 움직여야겠어. 게이볼그가 출격한 출격장에서 이곳으로 오기 위해서는... 라이스툰의 협곡을 따라 이동할 거야. 그곳에서 먼저 자리를 잡으면 막을 수 있어.
그럼 바로 차를 타고 이동하지. 그게 더 빠를 거다.
이기적인 정의
더 지체할 필요 없겠군.
그럼 바로 출발...
그때 테네브의 무전이 울렸다.
마치 나쁜 예감과 함께 찾아온 불길한 소식처럼 테네브는 왜인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젠느?
테네브! 드디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지젤 님이 왜 갑자기 게이볼그를 타고 가는 거죠?
젠느! 괜찮아? 어디 다친데는 없어?
조금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요. 당신은?
나도 괜찮아. 후우... 정말... 다행이야.
......
테네브. 당신이 배신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게 이 소란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그건...
당신이 배신자라니... 이게 다 무슨 소리예요?
나는...
...내가 말하도록 하지. 젠느! 날세!
볼간 님?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하네만, 그간 우리들이 오랫동안 쌓아 올린 신뢰를 담보로 우선 테네브를 믿어주기로 했네.
그가 천계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지금 중요한 건 그것보다 지젤이 탄 게이볼그를 막아야 하는 거네. 혹시 그곳에 라티가 함께 있나?
라티는... 없어요. 저와 함께 하루도 쉬지 않고 게이볼그에만 붙어 있었는데, 갑자기 어딜 간 건지...
음. 자네는 어디인가?
실험실 안쪽 게이볼그 탑승장 근처에요. 갑자기 게이볼그가 움직여서 확인하려고 왔는데, 지젤 님이 게이볼그에 탑승하더니 나가버려서... 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많이 혼란스럽네요.
젠느 잘 들어! 지젤은 처음부터 게이볼그를 노리고 온 자였어.
처음부터? 하지만 게이볼그 프로젝트는 우리 외에는 알 수가 없어요! 어떻게 그걸 알았다는 거죠? 응? 잠깐. 누구... 엘디르?
엘디르라고? 젠느! 엘디르를 조심해! 그녀를 믿어서는...!
뭐라고요? 잠깐... 테... 브, 통신... 불안정...
......
젠느? 젠느! 젠장! 끊겼어.
테네브 잠깐, 지젤은 그렇다고 치고, 엘디르를 조심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엘디르도 지젤이나 저자들처럼 미래에서 오기라도 했다는 거야?
아니 엘디르는... 그녀는...
아니요. 엘디르는 이 시대의 사람이 맞아요. 하지만 그녀도... 테네브님의 말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에요.
너희들은 정말 믿기 어려운 말만 하네.
제 말을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단계는 이미 지났어요. 지금 중요한 사실은 저기 게이볼그에 탄 지젤은 자기 멋대로 하겠다고 선언했고, 지금 실제로 그러고 있어요. 우선 그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할 텐데요?
게이볼그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어! 이젠 정말 시간이 없어요!
일단... 원래 계획대로. 게이볼그부터 무력화시킨 후에 상황을 정리하지.
게이볼그에게 빠르게 접근할 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조심하라고? 엘디르를? 어째서? 테네브가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야.)
젠느, 여기에 있었군요. 이곳은 위험해요. 지젤 님이...
엘디르. 지젤 님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요? 왜 갑자기 게이볼그를 가동시킨거죠?
방금 막 게이볼그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왜 멋대로...?
용족들이 게이볼그 프로젝트를 눈치챈 모양이에요. 지금, 근처에 지금까지는 보지 못한 많은 수의 용족이 확인되고 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까지 오게 될 테니... 게이볼그를 서둘러 움직인 거예요.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지젤은 분명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모르는 척 하는 게 좋겠지.)
...그렇군요. 그런데 엘디르, 당신은 왜 여기로 온건가요?
당신을 찾았어요. 당신은 지금 작은 위험도 조심해야 할 때잖아요? 일단 이곳은 위험하니, 빠져나간 후 이야기하죠.
잠깐... 다른 마이스터들은? 라티는 분명 실험실 내에 있었는데 연락도 되지 않아요. 말씀하신 대로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녀를 이곳에 둘 수 없으니 라티를 찾아서 함께 가야 해요.
......
일단 이곳에 있는 장치를 고쳐서, 라티에게 다시 연락을 해볼게요.
알겠습니다. 저도 도와드리죠.
고마워요.
(테네브...)
<퀘스트 완료>
이런...
하필이면... 여기에...
저걸 타고 갈래했던 깁니까? 설마 여 있는 게 다라예?
라이스툰에도 곳곳에 이런 차량이 있네. 조금 멀리 돌아가야하겠네만...
시간이 없구만. 그럼 빨리 움직이지예.
그럼 바로...
잠깐. 채널이 열렸어. 설마 지젤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한번 받아보게.
...지젤?
간신히 연결됐나 싶더니... 상당히 기분 나쁜 말로 반겨주네! 테네브?
...라티?
......
이 망할 놈아! 너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콜록, 콜록!
희생의 가치
수작질이라니? 자세히 설명해주게!
마지막에... 쿨럭쿨럭! 크흠. 잠깐만. 크윽...
라티! 괜찮아요? 몸 상태가 더...
아. 크흠. 휴... 오드뤼즈도 있어? 다 함께 있나 보네. 이제 괜찮아. 내가 피 토하는 게 하루 이틀이야?
그것보다 지젤... 마지막에 자기가 마감을 할 게 있다고 해서 맡겨둔 게 있었는데 말이야, 이제 보니 게이볼그를 자기만 제어할 수 있게 인공지능을 만들어놨어.
지금 손보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놓은 건지 감도 오지 않아. 일단 방해 코드를 넣어서 조종을 방해하는 게 고작이야.
라티! 그럼 게이볼그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게 라티 때문이에요?
맞아. 다행히 지젤은 내가 여기에 있는걸 모르는 모양이야. 망할 인간!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더라니. 결국 이런 사달을 내네.
라티. 그곳에서 들키지 않고 버틸 수 있겠나? 지금 게이볼그를 막기 위해 가는 중이야.
글쎄. 계속 조종이 이상하면 이쪽을 확인할 수도 있겠지. 아쉽게도 언제 발견될지 모르는 상황이야.
최대한 빨리 갈 테니 조금만 더 버텨주면 좋겠군.
크흠! 안 그래도 그럴 거야. 다 만들어 놓은 걸 엄한 놈한테 빼앗길 수는 없지! 그런데 테네브. 네가 배신자라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건...
아냐 됐어. 다른 놈도 아니고 테네브 네가? 웃기는 소리야 정말. 그딴 소리는 신경 쓰지 말고 빨리 지금 상황을 해결하고 설명해줘.
물론 빈손은 사양이야. 최고급 담배로 꽤 두둑하게 준비해야 할 거야. 알지?
...그래. 그러지.
게이볼그에 접근할 다른 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저기! 침입자들이다!
다들 멈추십시오! 어째서 마이스터들이 침입자들과 함께 움직이시는 겁니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닐세! 게이볼그를 막아야 하니 모두 비키게!
무슨 말씀을... 우리가 왜 게이볼그를 막아야 하는 겁니까? 게이볼그가 완성되길 바랐던 것은 바로 마이스터들 아니었습니까?
물론일세. 우리의 염원이자 천계의 희망이지. 하지만 지젤이 게이볼그를 사용하게 된다면 천계를 무너뜨릴 걸세!
천계를 무너뜨린다니요? 아닙니다! 지젤 님께서는 지금 쳐들어오는 수많은 용족들을 막아내기 위해 게이볼그에 탑승하신 것 뿐입니다!
뭐라고? 잠깐, 그게 무슨 말인가? 수많은 용족이라니?
지금 상황도 모르시는 겁니까? 침입자들 때문에 라이스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현재 긴급 상황입니다! 설마 스타크 대장의 말이 맞았던 겁니까?
아니, 아닐세. 우리는...
수많은 용족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소규모 공격이 아닙니다! 그보다 수십 배는 많은 용족들이 곧장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이런! 맞아요! 정신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는데 나사우 삼림 근방, 나멘로스 가까이에서 많은 수의 용족이 확인되고 있어요! 아직 거리는 멀지만, 분명 이곳을 향해 오는 것 같아요.
라이스툰에서 자리를 비운 탓인가... 지젤에게 정신이 팔려 이런 것을 놓치다니... 큰일이군. 테네브! 상황이 점점 어렵게 되고 있네. 어쩔셈인가?
지젤은 그 용족들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닙니다! 이봐, 그가 게이볼그를 움직이며 하는 말을 못 들었나? 그는 우리를 위해서 게이볼그 프로젝트를 도운 것이 아니야!
자꾸 왜 그러시는 겁니까? 지젤 님은 분명 저 많은 용족을 포착한 뒤에 움직이셨습니다. ...정말 스타크님의 말대로 테네브... 당신이 배신한 것입니까? 그렇다면 이 상황이 모두 설명이 되는군요.
...아니, 나는 천계를 배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네들이 계속해서 우릴 막겠다면, 우리 또한 어쩔 수 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수밖에.
뒤에 있는 침입자를 믿는 겁니까? ...확실히, 우리만으로는 분명 그들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알고 있다면 그냥 비켜주게.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 설명이 될 거야. 불필요한 희생을 할 필요는 없어.
불필요한 희생? 우리는 언제나 희생했습니다. 당신들이 그리는 커다랗고 먼 미래를 위해.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다를 게 있다고 보십니까?
......
그러니 이번에도 기꺼이 희생할 뿐입니다. 바로 당신들이 만들고자 한 미래를 위해서.
어쩔 수 없군...
<퀘스트 완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들이... 이럴 수...는...
......
......
테네브 님...
정말... 내가 한 선택은...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었나?
지금... 희생한 사람들에게는 할 말이 아니겠지만, 미래에서 본 당신의 선택은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아니야.
오드뤼즈?
이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의 희생을 바랐던 적은 없어요.
오드뤼즈.
영감님. 우리는 분명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게이볼그 프로젝트는 모두의 희생이 없었다면 절대로 완성될 수 없었을 거라구요!
그래.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건... 잘못되었어요. 왜 우리끼리 총을 겨누고 있는 거예요? 왜 우리가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곳을 바라보던 사람들과 맞서고 있는 거냐구요!
그건 지젤이 본색을 드러내고, 이터널 플레임을 장악해서...
그건 지금이잖아요! 게이볼그가 완성되기 전에는? 테네브가 며칠 전에 잠적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라구요!
......
모두 다 당신들이 나타나고 다 바뀐 거죠? 당신들이...
......
아니. 오드뤼즈 그게 아니야.
테네브?
과정은 다르지만... 이건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난 거야. 그들이 말했던 대로 더 크고, 더 먼 미래를 위한... 하나밖에 없는 길이지.
하지만 어째서? 우리끼리 싸우는 게 어째서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되는 거에요?
......
더는... 숨기기 힘들겠군.
...무엇을 숨겼다는 말인가?
테네브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그사이에도 커다란 폭발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쓸려오는 자욱한 먼지와 굉음 속에서 테네브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바칼...이 나를 찾아왔었다.
...바칼이 너를? 어째서?
바칼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우리의 규모, 위치, 그리고 게이볼그까지.
말도 안 되네. 그가 게이볼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완성되기 전에 우리를 공격하지 않은 것인가?
그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충분한 힘을 기르기를 말입니다.
오만하고 또 오만하군. 자신의 이름에 걸맞은 생각이지만... 그놈의 목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우리가 자신을 죽일 힘을 기르기를 기다렸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대체 왜?
...그건 저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바칼은 그것을 오롯이 천계의 힘으로 이뤄내기를 바랐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미 목적을 달성한 거 아닌가요? 그게 바로 게이볼그잖아요?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낸...
아니... 게이볼그는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야.
지젤 때문에요? 하지만 그 사람의 영향은 거의 없었어요! 오히려 지금 이런 문제를 일으켰을 뿐이잖아요!
그래. 지젤이 해준 것은 게이볼그의 완성을 조금 단축해줬을 뿐이지.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와 합류한 사람이 있지 않나?
...설마...
엘디르를 말하는 거야?
그래. 그녀 또한 제외되어야 해.
그럼 엘디르도 미래에서 온 인물이라고? 미쉘 그게 사실이야?
아니요. 엘디르... 그녀는 이 시대의 사람이 맞아요. 다만 천계인이 아닐 뿐이죠.
정확히는 천계인도... 평범한 인간도 아닙니다.
테네브.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가? 말하게.
......
그녀 또한 바칼과 같은... 사도입니다.
엘디르가 바칼과 같은... 사도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바칼이 직접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그저 바칼의 말을 믿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증거라도 있는 것인가?
증거...
...제가 마이스터의 실험실을 떠나기 전, 엘디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마법이라고? 그런...
저도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천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니.
엘디르가 바칼의 첩자일 것이라는 의심도 했지만,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그녀를 당장에 어떻게 할 수는 없더군요. 그러던 중 바칼이 찾아왔고, 진실을 말해줬습니다.
자네는... 그 말을 믿는 것인가?
수 없이 고민했습니다. 게이볼그가 정말 그에게 위협적이라 수작을 부리는 것인가?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가 당장 죽일 수 있는 상대를 앞에 두고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굴 필요가 있을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 때문에 잠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에서 왔다는 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
이제야 이해가 되네. 인정하기 싫지만... 엘디르의 합류시점... 분명 그 후 게이볼그 프로젝트가 점점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지.
그래. 그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게이볼그를 완성하게 된 거야. 잠자코 기다리던 바칼이 나선 이유가 바로 그것이겠지.
...어째서 그걸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에게 미리 말할 수도 있지 않았나?
바칼은... 단순히 엘디르나 지젤을 게이볼그 프로젝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원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힘으로만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면 게이볼그 프로젝트 자체를 없애려고?
...자네는 진심으로 우리를 배신하려는 속셈이었군. 자네답지 않게 논리가 아닌 오랜 신뢰 같은 감성적인 것으로 나를 설득하던 것부터 이상하더라니... 허허. 나도 많이 늙었나 보군. 감정대로 움직이다니.
...원래라면 지금 말씀드리는 사실도 말씀드려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말하는 이유가 뭔가?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기에는 지젤의 개입과... 미쉘과 함께 온 사람들... 특히 저 모험가라 불리는 자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럼... 너희들이 우리를 찾아온 이유는 단순히 우리를 돕기 위해서가 아닌 거네. 테네브를 돕는다는 뜻은 결국...
......
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과거가... 원래의 역사대로 흐르는 것이에요.
그런데 넌 내 후손이라고 했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 우리들이 모두 죽는 것은 아니라는 거네?
......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되겠지. 너희들은 대답해주기 어렵겠지? 테네브 네가 대답해줘. 맞아?
......
맞아. 하지만 결국 어떻게 결론이 나게 될지는 나도 알 수 없어.
그래. 너도 우리와 같이 현재에 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네 성격에 이들에게 결말을 미리 듣지 않았겠지.
볼간 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끌끌... 자네답지 않게 짓궃은 질문을 하는군.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나?
테네브. 나는 바칼을 믿지 못하네. 그는 우리의 적일 뿐이야.
볼간 님...
하지만... 테네브 자네는 믿네. 아니 믿겠네. 눈앞에 있는 많은 증거와 정황을 보았을 때 믿지 못할 이유가 없네.
...고맙습니다.
테네브. 이런 걸 혼자 짊어지려고 했단 말이야? 아니, 저들이 말하는 원래 역사의 너는 혼자 짊어졌었겠네.
그럴 필요 없어. 네가 바칼의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미래에서 온 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렇게 결정했다면... 우리도 너와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나는...
오드뤼즈.
테네브가 오드뤼즈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바라보았다.
나이에 비해 많은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있지만,
절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오드뤼즈...
다시 한번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게이볼그가 더 가까워졌다.
오드뤼즈. 네가 어떤 선택을 해도 이해할게. 정말 우리가 옳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면... 결국 저들이 바라는 곳에 도착하게 될 테니까.
......
우선 게이볼그를... 지젤을 막아요. 지금은... 그것만 생각할래요.
그래... 알겠다.
라이스툰의 꼭대기에 있는 차량을 확보하기
.....
후우...
치지지직!
거친 소음과 함께 테네브의 무전기에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켈켈켈! 이거 파리가 하나 꼬인 줄도 모르고 고생했군. 이제야 정리가 되었어.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내가 직접 찾아갈 수고를 없애줬군.
라티를 어떻게 한 거지?
쓸데없는 걱정 마라. 그런 좋은 실험체를 바로 죽일 리가 없지 않은가? 켈켈켈!
실험체라고?
켈켈! 내 취향을 잘 아는군 모험가. 하지만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단 하나. 네놈을 뭉개버리는 것만 빼고 말이지!!
호오... 이걸 막다니. 하지만 힘들어 보이는군. 켈켈켈...
오래 버티지 못해요! 모험가님! 어서!
하이고마, 죽겠다. 퍼뜩 안 움직이나!
모두 이쪽으로 따라와!
어쩌려는 거예요? 게이볼그에게서 달리기로 벗어날 수는...
아니, 이 앞에 우리가 탈 수 있는 차량이 있을 거다. 그 차량을 타고 지젤이 우리를 쫓아오게 만들어야 해.
그럼 달리는 차량 위에서 틈을 노려 이 탄환을 쏘라는 말인가?
거인의 대결
<퀘스트 완료>
거인의 대결
미, 미쳤어요? 여기를 그냥 뛰어내리겠다고!!
카이까 내가 안 한다고 안 했나!
다들 꽉 잡으십시오!
이건... 마법? 그렇다면...
마법? 힐더가 직접 움직인 기가?
이 마법은 설마? ...모두 꽉 잡으세요!
테네브! 다들 무사하군. 다행이야. 볼간 님과 오드뤼즈는?
용족들이 근처까지 와서 그걸 막기 위해 돌아갔다. 생각보다 용족들의 움직임이 빨라.
쿨럭... 음... 후우...
...라티. 괜찮나?
아, 어, 금단증상이 나타나기 직전이지만 괜찮아.
그나저나 테네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지젤만 배신자인 줄 알았더니 엘디르도 한패였어.
엘디르를 만났나?
엘디르만 아니었으면 지젤에게서 게이볼그의 통제권을 빼앗을 수 있었어. 갑자기 공격해와서 기절했는데 정신을 차리니까 이미 늦었더라고.
엘디르... 결국...
그리고 젠느...! 엘디르가 젠느와 함께 있다고 했어.
젠느를? 그녀를 어쩌려는...
치지지직... 들...려?
베키! 무슨 일이야?
아까 잠깐 차원의 왜곡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어! 이대로면 통로가 닫힐지도 모르는데 어쩔 거야!
계속 시간이 지체되면서 역사와 다른 점이 계속 생기고 있는 거예요! 이대로면 이 왜곡된 시간대가 미래에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이익! 일단 여기서 더 못 기다려! 이대로 저 입구가 닫히기라도 하면 너희들이 돌아올 방법이 없잖아! 일단 나도 그쪽으로 갈게. 여차하면 바로 타야 된다고!
그래 베키, 알겠어. 근처에 용족들이 많으니까 조심해야 해!
나는 아무 문제 없으니까 너희나 걱정해! 가까이 가면 다시 연락할게!
이런, 왜곡이 점점 심해지는군요. 빨리 지젤을 막아야 해요.
왜곡? 역사? 이 사람들은 누구야? 이게 다 무슨 소리야? 테네브?
일단... 게이볼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지젤을 막아야 해.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주지.
도대체 뭐가 뭔지... 일단 게이볼그는 이쪽이야. 나를 따라와.
<퀘스트 완료>
젠느!
테네브...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엘디르의 말이 사실인가요? 당신이 게이볼그를 일부러 망가뜨렸다고요?
엘디르. 젠느에게서 떨어져.
테네브. 당신이 생각하는 천계의 미래는 무엇인가요?
무슨 소리지?
당신은...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 정확히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정말 알고 있나요?
알고 있다.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
당신은 착각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칼이 바라는 것은 분명 저들이 말한 대로 이루어졌겠지요. 하지만 그게 옳은 길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도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의도와, 운명이라 불리는 수많은 우연을 통해 생긴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기회?
저들에게는 과거이지만, 우리에게는 현재입니다. 저들의 말을 듣지 않고, 현재를 위한 옳은 선택을 하면 어떨까요?
바칼이 그저 게이볼그가 두려워서 당신을 속인 것이라면요? 당신이 현재를 희생하면서까지 미래를 위한 선택만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
그리고... 스타크의 희생으로 조금이나마 느끼지 않았나요? 모두가 한 뜻으로... 함께 대의를 위해 한 희생과, 당신 때문에 생긴 선택으로 인한 희생의 차이를.
......
당신의 생각만 바꾸면 됩니다. 우리가 완성한 게이볼그를 타고, 지금 다가오는 바칼을 막아내고 천계를 해방시키세요.
그리고 바칼이 말했던 것들을 당신이 직접 이루면 됩니다. 제가 그렇게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그렇다면 엘디르. 너는 왜 우리를 돕고, 바칼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지?
당연히 천계의 해방을 위해...
단순히 천계를 위해? 아니. 당신은 천계인이 아니야. 당신에게는... 천계를 도울 이유가 없어. 바칼을 죽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맞습니다. 그러니 같은 목적을 가진 당신들과 힘을 합친 것이죠. 그게 중요한 것 아닌가요?
그가 말한 것은... 천계의 힘으로 자신을 무찌르는 것이었다. 게이볼그는 온전한 천계의 힘이 아니야.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게이볼그가 천계의 힘이 아니라니?
게이볼그는 천계의 힘입니다. 당신들의 것이에요.
...잠깐.
테네브.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젠느. 지금 상황을 봐. 의도를 모르는 자의 도움을 받으면...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언제든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지젤이 보여줬어.
바칼의 말이 맞아. 당장 쉬운 선택보다... 더 많은 희생이 있겠지만 천계는 천계인의 손으로 되찾아야 해.
테네브... 그게 당신이 내린 결론인가요?
젠느. 아쉽지만 테네브는 지금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그를 설득해야 합니다.
저는...
테네브를 믿어요.
어째서... 이렇게까지?
미안해요. 엘디르. 마지막 순간 제가 단 한 명을 믿어야 한다면... 테네브 밖에 선택할 수 없어요.
아쉽게도... 지금의 당신들이 깨닫기에는... 희생이 모자란 것 같군요.
...하지만 당신이 감당할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느끼게 해 준다면 어떨까요?
엘디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당신의 미래와... 천계의 미래.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 궁금하군요. 저를 쫓아오려면 서둘러야 할 겁니다.
젠느!
엘디르... 역시 당신은...
잠깐, 저거 설마 마법이야? 하지만 마법은 이미 오래전에... 윽...
힐더 님.
생각보다 평범해가 긴가민가했는데... 맞는 모양이네.
...아이리스? 당신이 왜 이곳에... 아까 내 마법을 막아낸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맞아요.
아이리스... 미래에는 결국 당신을 옭아맨 것에서 벗어나는 모양이군요.
네. 힐더 님이 숨겨놓았던 진실을... 이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군요. 미래에는 당신이 제 반대편에 서게 된다니. 그렇다면...
...아니 의미 없는 질문이겠군요. 아이리스. 당신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테니.
모든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이번 기회? 무슨 기회를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래에 어떤 일이 있는지 당신에게 듣는다면 앞으로 제게 많은 도움이 되겠군요.
당신이 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당신의 마법으로는 나를 막지 못해요.
네. 아무리 인간의 모습으로 마력이 약해졌다곤 해도... 제가 힐더 님을 막을 수는 없겠죠.
그케도 시간은 끌 수 있다.
오래 버티지 못할 거예요! 모두들 반드시 지젤을 막으세요!
뭐?
이게 도대체... 테네브?
젠느... 괜찮아? 엘디르가 다른 짓을...
아니요. 엘디르의 행동이 계속 수상하긴 했지만, 저를 위협하지는 않았아요. 괜찮아요. 테네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죠?
그건...
우선... 지젤부터 막아야 해. 시간이 많지 않아.
아니요. 먼저 설명해요. 당신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무슨 일이... 으윽...
이 멍청이가! 조심해! 안 그래도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그건 라티도 마찬가지잖아요. 몸 상태가 위험한 걸로 따지면 당신이 더...
난 그냥 지병이라 원래 아픈 거니까 내 몸상태는 내가 잘 알고, 지금 네 상태는 그거랑 다르잖아!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젠느.
테네브...
나중에 다 설명해줄 수 있어. 그러니 지금은 당신의 몸을 생각해.
당신을... 믿어요. 하지만... 당신답지 않아요. 이렇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젠느.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야.
테네브...
당신과... 우리의 아이를 걸고... 맹세할게. 지금 단 한 번... 아무 말 없이... 나를 믿어줘.
......
알겠어요. 당신을 믿을게요.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이니까.
최악의 최후
당신의 마법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의미 없는 일입니다.
조금의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면...
지금의 당신이 속해있지도 않은 이 먼 곳에서...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나요?
...속죄할 수 있다면, 제 목숨은 어찌 되든 상관없어요.
속죄?
네. 이곳에서 죽게 된다면, 모두에게 지은 저의 죄를...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을 거예요.
그 속죄, 내 도와드리지예. 다만... 죽어서 속죄는 못할거라예. 내가 아직 아이리스님캉 할 일이 많거든예.
쿠리오. 젠느를 바깥으로 데려다줄 수 있겠나? 오드뤼즈가 바깥에 있을 테니, 젠느를 그쪽으로 데려다줘.
아니요! 저도 당신과 함께 갈 수 있어요.
알아. 평소라면 당신을 이렇게 보내지 않았을 거야. 당신도 우리와 함께 싸워온 사람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잖아.
그건...
젠느. 어쩌면... 이 아이가 오늘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어.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더 중요한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해.
앞으로... 더 중요한 것...
훗.
젠느?
당신은 여전히 똑같네요. 걱정했었는데...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
당신은... 언제나 미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죠. 이 아이는... 우리의 미래. 현재인 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란 거 알아요.
맞아. 미래가 담보되지 않으면... 현재는 그저 한 순간에 지나갈 뿐이니까.
알겠어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의 미래를 지킬게요. 테네브.
고마워. 이해해줘서.
당신이니까. 어렵지 않은걸요.
갑자기 분위기를 깨서 미안한데... 젠느의 상태론 차원 이동장치로 이동할 수 없어. 그건 알고 있지?
그렇겠지.
오드뤼즈에게 데려다주고 다시 되돌아오는데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이들이 도와줄 거야. 이들의 힘을 봤지 않나?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우리의 지식이 아니라, 지젤을 막을 힘이니까.
저희가 반드시 해결할게요.
당신이... 테네브를 설득한 분인가요?
아... 아니에요. 제가 설득했다기보다는 스스로 결정하신 거죠. 저희는 지젤의 개입 때문에 테네브 님을 도와드리는 거예요.
그렇군요.
저기... 그러니까...
아, 제 이름은 미쉘 쿠리오에요. 편하게 미쉘이라고 부르세요.
미쉘... 쿠리오?
뭐, 그렇다는군.
정말 놀라운 사건인데 이런 상황이라 아쉽네요. 오늘 처음 봤지만... 왠지 대화가 잘 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저도...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시간이 많지 않네. 젠느. 이제 이동해야겠어.
네. 그럼... 테네브를 부탁해요. 미쉘.
네... 젠느 님.
...테네브.
왜 그러지?
마지막으로 물을게. 네가 한 선택... 정말 확신해?
그래. 확신해.
그래. 네가 그렇다면... 나도 너를 믿을게.
......
라티, 어디로 가야 하지?
...이쪽이야.
지젤은?
아마 게이볼그를 수리하려고 중심부에 들어가 있을 거야. 이쪽으로 따라와.
켈켈켈... 지긋지긋한 것들!
지긋지긋한 놈. 그래. 오늘 우리의 질긴 인연을 꼭 끊어주마. 물론, 나의 승리로 말이야. 켈켈켈!
도대체 뭘 타고 있는 거야? 언제 그런 걸 만든 거야 망할 영감이! 쿨럭쿨럭!
켈켈켈! 뭐야? 다 죽어가는 놈이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뭐 다들 이렇게 제 발로 찾아왔으니 상관없다. 켈켈켈...
너희들에겐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이렇게 먼 과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의 기술력... 도대체 이런 기술들이 왜 그대로 묻혔는지 궁금했는데 힐더의 도움을 받은 것이어서였다니!
그래서 테네브 네놈이 스스로 없앤 건가? 켈켈켈! 하여간 천계를 대표한다는 놈들이 융통성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테네브가 뭘 스스로 없앤다고?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거야?
뭐야. 아직도 모르고 있나? 테네브. 아, 테네브... 이걸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켈켈...
테네브. 이게 무슨 말이야? 엘디르와 지젤이 이런 짓을 벌인 거에 네가 무슨 연관이라도 있다는 거야?
엘디르... 그리고 지젤... 그들이 알려주는 것은 달콤했지. 그렇지 않나?
테네브! 크윽...
어쩔 수 없었지. 그들이 준 것은... 단순한 힘이 아니었으니까. 그건... 우리에게 필요했던 희망이었으니까.
설마 저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네가 정말 배신을...
지금 그게 중요한가? 너희들의 마음은 잘 알아. 나도 너희들과 같은 희망을 이곳에서 찾았고, 마침내 이루었으니까!
바로 모험가! 빌어먹을 네놈을 죽일 수 있는 힘을 말이야!
진실 따윈 알 필요 없어! 어차피 지금 다 죽을 테니까. 켈켈...
젠장... 이럴 리가 없어! 이번에야 말로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말도 안 돼!
켈켈켈...
닥쳐라! 빌어먹을... 빌어먹을!!
왜 항상 네놈이냐! 왜 항상 완벽한 내 계획을 망치냔 말이야!
......
켈켈... 이번만큼은 절대 질 수 없지.
이건?
켈켈켈켈... 뭐라고? 내 패를 다 드러냈다고?
네 말대로다... 나는 항상 자만했지. 그런데... 이번만큼은 너도 마찬가지인 것 같군.
이제 더는 도망치지 않아. 켈켈켈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만큼은 죽여야겠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모험가...
<퀘스트 완료>
이럴... 순... 없어... 어째서 난... 끝까지 네놈을 이기지...
닥...쳐라.... 네놈 따위가 알것... 같으냐... 케...엑...
야! 모험가! 살아있냐!
베키! 시란 님! 아이리스 님! 무사했군요!
마, 죽다 살았십니더! 자세한 건 이따 설명해줄 테니 빨리 오이소!
켈켈켈... 이게 누군가...
너 벌써 다 죽어가는거냐? 내가 복수하려고 했는데!
아, 멍청한 꼬맹이...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흥. 멍청이는 너야! 이걸로 너를 직접 쏴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어 보이네. 시시하게.
하아... 하아... 잠깐... 지금...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게이볼그를 수리해야 해! 지금 용족들이 쳐들어 오고 있어!
크...큭큭... 게이볼그? 멍청한 놈들... 내가 게이볼그를 복구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은가? ...저 놈이 게이볼그를 단순히... 멈추게... 한 줄아나...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놈은... 처음부터... 배신... 진짜 배신자는... 크큭, 케, 케헥! 켈켈... 켈켈켈켈!
뭐라고? 지금 뭐라는 거야? 말해! 말해!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야!!
수명도... 얼마 남지 않은 놈이... 말도 참 많군. 겔겔... 이제 다 필요 없다... 그냥 모두 다 함께.... 죽어라...!
이건! 죽은 자의 성에서 만났던 것과 똑같아! 베키!
흥!
이... 이건...? 큭. 말도... 안돼... 어째서 폭발이...
바보냐! 누가 같은 수에 두 번 당한데?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몰랐지만... 네 성격이라면 이런 짓을 또 할 거라고 예상했지. 물론. 이건 베키의 아이디어야. 지젤.
켈켈켈... 빌어먹을. 저런 꼬맹이에게 당하다니... 최악이군.
잘 가. 멍청한 놈아!
크윽... 테네브! 지젤이 말한 거... 그게 무슨 소리야. 배신? 엘디르를 말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네가?
지젤은... 잘 막아낸 모양이군.
모두들! 시간이 없어! 지금 바로 게이볼그를 수리해야 해!
라티.
시간이 없다니까?
게이볼그는... 고칠 수 없을 거야.
뭐? 어째서?
테네브... 이게 뭐야? 게이볼그의 시스템이 점점 망가지고 있잖아. 이대로면 몇 시간 안에 완전히 멈추게 될 거야... 지젤이? 아니야 그놈은 고치려고 했을 텐데...
...테네브. 자네.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까지 모두 생각해 둔 것이구만.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설마 테네브. 네가 배신했다는 것이 진짜라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그래. 지젤의 말이 맞아.
...미친놈. 그걸 믿으라고? 똑바로 말해!
라티. 진정해.
뭐야? 다들 뭐 하는 거야? 진짜 이게 맞다는 거야?
그래. 맞아.
미친 소리 하지 마! 볼간...
음...
...영감? 이게 정말이라고?
라티...
...하하. 네가 젠느에게 설명할 때부터 설마설마했는데...
하하... 말도 안 되는... 장난은... 아니지? 진짜? 그럼 이대로 다 죽어야 한다는 거야? 너희들 미래에서 왔다고? 이대로 우리가 실패해서 끝나는 게 원래 역사라는 거야?
아니. 이대로 끝이 아니야. 우리의 실패는 미래에 일어날 성공의 양분이 될 거야. 이들도... 우리도... 바칼도 그것을 바라니까.
바칼... 바칼이 이걸 바란다고? 하하.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를 겪을 줄이야...
하아... 안 그래도 죽기 일보직전인데 진짜 죽겠네. 쿨럭쿨럭...
좋아. 다 알겠어. 하지만 네 말이 진짜라고 해도... 난 이대로 멍 때리면서 끝날 생각은 없어. 난 끝까지 싸울거야. 너희들의 말이 맞다면, 실패할테지만 그래도 기꺼이 웃으면서 받아들여줄게! 그 빌어먹을 양분인지 뭔지가 되어준다고!
나도 이대로 손 놓고 당할 생각은 없네. 게이볼그로 바칼 놈의 면상이라도 후려갈겨야 시원하지 않겠나? 모든 보조 시스템을 꺼도 좋네. 수동으로 조종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되네. 할 수 있겠나?
그래! 내가 꼭 그렇게 만들어줄 테니까 게이볼그에 타서 기다려!
휴...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안 그래? 미쉘.
저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도 이런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할 수밖에 없으니까.
테네브. 너도 이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겠지. 지금 우리 중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가장 많은 사람이니까.
...그 이유를 위해서라도, 천계를 위해서라도 이 선택 밖에는 없어.
그래.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천계에... 현재의 우리가 없을 뿐. 맞지?
......
젠느와 오드뤼즈를 먼저 나가게 한건... 그 둘은 살아야 하기 때문인 거야?
그래. 바칼은... 우리가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어. 다시 자신을 위협할 희망을 남기길 원했지. 그리고 이후의 일을 준비하기에는 쿠리오... 네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죽는데 나만 네 아이를 데리고 살아남으라? 그래. 그것도 그 잘난 사도와 한 약속이었어?
그 아이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배신자로 남아야만 해. 그러니 그 아이는 나는 물론... 젠느의 이름도 물려받아서는 안될 거야.
......
그래. 무슨 꼴을 당할지 벌써 눈에 선하네.
역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건 분명 있나 보네.
무슨 말씀을...
아니야. 모르는 게 나을 거야. 그것보단 말이야.
정말 이 시간대의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지금의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 그런데 이대로라면 미래에는 제대로 된 게이볼그가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맞아?
네. 맞아요. 일부의 사람들이 이공간에 있는 게이볼그를 극히 일부분 사용하지만, 그 누구도 완전히 사용하진 못했어요.
그래. 나라면 그렇게 만들었을 거야. 너희들은 아마 우리보다 더 고된 싸움을 하고 있을 테지?
그러니 저 뒤에 상식 밖으로 강한 사람도 있는데도 이렇게 과거로 넘어와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는 것 아니겠어?
......
...무언의 긍정이지? 그렇다면 미쉘. 분명 이게 도움이 될 거야.
이건... 설마!
지금 현재의 천계도... 미래의 천계도... 결국 우리가 지켜야 할 천계라는 건 똑같으니까. 정말 필요할 때 사용하길 바랄게.
...알겠어요.
그럼... 또 보자고. 아니, 또 볼 수는 없겠군. 잘 지내라고.
테네브. 그럼...
그래.
미쉘 쿠리오. 이제 네가 아는 역사대로 된 건가?
......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렇군. 이제 거의 마지막이야. 당신들은 어쩔 거지? 이곳에 있다간 같이 휘말릴 텐데.
네. 이제 우리도 되돌아가야겠죠.
맞아. 내 계산대로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맞네. 대강 봐도 무너질라카는거 같데이.
제가 옮겨드릴게요. 모두 이쪽으로.
...어서 가라.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들의 희생을... 잊지 않을게요.
......
고맙군.
물론 역사에는 여전히 최고의 영웅이면서 최악의 배신자로 남게 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죠.
......
훗.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군.)
그래. 그래도 당신들의 역사에 남아있는 자와는 다르게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라도 남게 되었으니... 조금 형편이 나은 것도 같군.
어서 가라. 시간이 많지 않으니.
네. 그럼...
가려진 희생
휘유. 겨우 돌아왔어!
베키! 우리를 데리러 온 건 정말 잘했어. 네 덕에 살았어. 정말 고마워.
흐, 흥! 아직 끝이 아니야! 그 왜곡된 차원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고!
꼬맹이 보면 볼수록 똘똘하구마. 그나저나 우째 잘 해결된 거 맞지예? 원래의 역사대로?
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끝났어요. 이제 저 왜곡된 차원이 사라지면... 완전히 해결됐다는 거겠죠.
가려진 희생
휴. 시란 님, 아이리스 님?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베키와 함께 오게 된 거죠? 그 엘디르... 아니 힐더는 어떻게 된 건가요?
그게, 에고고... 일단 좀 쉬시지예. 정리가 되면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모두 하루 종일 잠시도 쉬지 못하고 달렸으니... 모험가? 조금 쉬도록 해. 금방 움직여야 할지도 몰라.
왜곡된 차원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기
게이볼그의 잔해는... 모두 수습했어. 하지만... 이 꼴을 보니 이제 정말 끝난 것 같네.
끝이 아니야!
그래. 맞아. 끝이 아니야. 희망은 아직 남아있으니까.
꼭... 꼭... 다시... 흑...
그래. 꼭... 다시... 게이볼그를... 바칼을 무찌를 힘을... 만들어내자.
미래라... 이런 식의 시간의 간섭은... 차원이라는 영역에 발을 디딘 대가인 건가?
테네브가 믿은 미래가 옳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네. 가자. ...젠느와 테네브의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결국 그들에게는 과거인 현재를 바꾸지는 못했군요. 지젤... 왜곡된 시간에서 탄생한 저는 이대로 왜곡된 차원과 함께 사라지겠지만 왜곡된 시간에게 죽게 된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자신의 모든 생명을 쏟아부어 진실을 가리고 늙어버린 자여...
오랫동안 숨어 지내던 당신이 갑자기 어떤 이유로 역사에 개입하려는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차원 항해 시스템 가동. 자동 복귀 절차 실행.
이건... 설마?
후후후...
이것 또한... 그렇다면...
이 작은 변수가... 또 어떻게 칼날을 연단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끝난 건가... 그들은... 무사히... 돌아갔군.
지난 며칠은... 마치 꿈을 꾼 것만 같군.
...우리는 그렇게 맹세했지.
이터널 플레임은 마지막 순간까지 용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것이며...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꺼지지 않을 불꽃이 용을 죽일 것이며...
...결국
결국... 용에게 목숨 잃을 때, 비로소 우리의 사명을 다 할 것이라.
우리의 불꽃으로 불의 숨이 멎을 것이다.
<퀘스트 완료>
왜곡된 차원이... 완전히 사라졌어.
응. 마구 흔들리는 좌표도 안정화됐어! 방금 우리가 나온 시간대의 차원은... 완전히 사라졌어.
무슨 생각해? 모험가.
...아무것도...
<퀘스트 완료>
아, 모험가. 과거로 향하는 차원의 균열은 완전히 사라졌어. 이제 다시는... 그 시간대로 들어갈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끝난 건 아니야.
이곳에는 아직 많은 균열들이 남아있고... 게이볼그와 싸우는 사이에 다른 더 커다란 균열도 생겨버렸으니까.
맞아. 너희들이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균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어. 특히 저기 봐봐.
베키가 가리킨 곳에는 더 크고 불안정해 보이는 왜곡이 보이고 있었다.
이건... 이전 것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큰 왜곡이로군요. 이 왜곡이 향하는 시간대 역시...
방금 우리가 나온 시간대보다 더 미래일지 과거일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천계일 거예요. 저 왜곡으로도 시로코의 사념이 이동한 것이겠죠.
그라믄 방금 다녀온 곳은 시로코의 사념 때문에 왜곡이 생긴 게 아이라, 지젤 그 노마 때문에 생긴 거라는 겁니까?
지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그 시간대의 사도 바칼에게 이미 시로코의 사념이 자신의 뜻을 전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그 영향을 받았던 과거일 수도 있어요.
우쨌든 앞선 것과 마찬가지로 원래의 역사대로 흐르게 만들었으니 그 왜곡된 차원이 붕괴되고 사라진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한 숨 놓았습니다.
그런데, 베키. 어떻게 시란 님과 아이리스 님과 함께 이동한 거야?
응? 아! 아까 차원이 붕괴되려고 해서 내가 들어갔을 때, 하늘 위에서 너희들을 찾으려고 했어! 근데 다들 지하에 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저 둘이 싸우는 게 보여서 얼른 그쪽으로 간 거야.
네. 무슨 이유에서인지 힐더 님은... 저희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했어요. 그럼에도 힐더 님에게 거의 제압당하기 직전이었지만, 그때 마침 바하이트가 가까이에 왔고, 그것을 본 힐더 님은...
맞다. 갑자기 멈추더니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그대로 사라져 삤다. 징글징글 상대더라.
완전한 상태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그저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 아이가. 불이고 물이고 펑펑 터지가 죽는 줄 알았데이.
그렇게 사라졌다구요? 원래의 역사에서도 바칼의 습격이 있기 전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고 했긴 하지만... 그렇다면 결국 그녀도 역사대로 행동을 하게 된 것이군요.
근데 이상하다 아닙니까? 힐더는 바칼을 죽이지 못한 게 잘못 꿴 첫 단추라고 역사를 바꾸려고 할 걸로 예상했지 않습니까?
그 정도 힘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지젤을 도와서 우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왜 그러지 않은 걸까예? 바칼에게 들통날까 봐 마법을 쓰지 않았다고 카기엔 이미 바칼은 쳐들어오고 있었고, 이미 힐더가 개입한 걸 알고 있었는데예.
역사를 바꿀 상황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면... 힐더도 그 시간대의 역사가 원래대로 흐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분명 지젤에게 미래의 상황을 들었을 테고,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과거를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는 건... 분명히 다른 생각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 과거는 사라졌어요. 우리가 왔었다는 사실을 아는 엘디르나 힐더는 이미 사라져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텐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
우리?
힐더가 남긴 것은... 우리라는 변수.
모험가 니 말은 힐더가 원래의 역사대로 행동한 게... 우리를 원래 시간대로 돌려보내기 위해 그랬다는 말이가?
그러면 우리는 어쨌든 과거를 아는 상태로 현재로 돌아가게 될 테고, 그것 자체가 자신에게 이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힐더 님이 어디까지 알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변수가 될 거라는 말은 동의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가 현재로 돌아가게 되면... 정해진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될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 가정이 사실이라면, 힐더는 모든 일을 아는 듯이 행동하는 거네요. 정말 오만하다고 해야 할지...
오만하지만...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네 그래서 더 무서운 거죠.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아직도 힐더의 뜻대로라면...
아직 진실에 닿기에는 멀었어요. 그리고 저 새로 나타난 균열을 따라가면... 분명 더 진실에 가까워지겠죠.
네. 이렇게 우리끼리 가정을 하고 토론해봤자 큰 의미는 없어요. 결국, 저기 또 생겨버린 왜곡된 과거를 막고... 힐더에게 처음으로 대항했다는... 바칼을 만나야만 하겠군요.
네. 그가 우호적으로 나올지는 알 수없지만...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어요.
휴. 그럼 모두 다시 재정비를 할까요? 저 균열의 상태를 봐서는 그리 오래 쉬지는 못할 것 같지만.
베키? 저 다른 시간대의 천계로 가는 왜곡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계산이 필요해. 일단 최대한 가까이 이동할 수 있겠어?
응. 지금 바로 할게!
다른 분들은 쉬고 계세요. 준비가 다 되면 알려드릴 테니까. 모험가. 정말 고생했어. 잠시 쉬면서 장비를 점검해둬. 언제 들어가야 할지 모르니까.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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