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10 그림시커 (3)

진 웨펀마스터, 솔도로스


아직 사도 시로코가 쏟아낸 검은 기운으로 입은 피해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많은 병사가 죽었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부활한 시로코는 하늘성을 점거했고, 아라드와 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솔도로스라는 자와 그를 따르는 또 다른 그림시커들이 앞을 막고 있습니다.
하늘성에 자리 잡은 시로코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저들과 맞서야 합니다.
이제부터 저희는 앞을 가로막는 저들을 물러나게 하고, 하늘성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한발 먼저 '더 오큘러스'로 향할 생각입니다. 
곧 심연에 잠긴 하늘성으로 향하는 배를 띄우고, 연합군과 함께 진격할 예정입니다.
저들이 모험가님을 찾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모험가님이 나서기 전까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말이겠죠.
함께 해주십시오. 저들을 몰아내고 하늘성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험가. 왔어?
보다시피 입구에 잔뜩 모여있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네. 하하.
저기 모인 모두를 합친 것보다, 한 사람의 기세가 엄청나군요.
바로 무리의 가운데서 정좌를 한 저 사람이에요.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저 사람이 서신을 보낸 '솔도로스'라는 사람일까요?
그래 보이는군요. 수쥬의 왕이시여. 마음속을 칼로 베고 나가는 듯한 기세로군요.
저 사람뿐만이 아니에요. 하나하나가 강한 자들 투성이에요. 수가 적다고 우습게 봤다가는 크게 당하고 말겠죠.
연합은 이미 사도 시로코라는 존재에게 크게 한번 패배했어요. 지금은 한 번의 작은 싸움이라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됐어요.
지금은 숫자만 믿고 달려들 수 없는 상황. 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도 신중하게 고민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도 시로코는 천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하늘성을 오르고 있습니다.
앞에 산이 있다고 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여태껏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합쳐서 큰 적을 몰아내기도 했습니다.
큰 상처를 입은 다음이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물러서면 뒤에서 바라보는 더 많은 이들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하하, 역시 대단한 분이시라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브왕가 형님.
웨펀마스터 솔도로스라... 오랜만에 손이 근질거리는군.
당연히 앞서 싸워야지! 이 밉살스러운 놈아. 도망칠 생각 말아라. 하하하
음...
도망치다니요. 그럴리가요. 하하하.
이봐 모험가. 너도 함께할 거지? 그럼 준비해볼까?



심연에 잠긴 하늘성 앞에서 솔도로스와 결투하기



진 웨펀마스터, 솔도로스
자네인줄 알고 있었네.
나오게. 마지막 대화를 나누세.
...
...준비 되었으면 가겠네. 받아 보시게나.
윽...
모험가는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온몸에 전해지는 강렬한 떨림에 일어서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아 버린다.
훌륭한 기량이로다. 하지만 아직 '그'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미치지 못하는군.
마음속의 그릇을 부수게. 그래야 스스로 정한 한계를 넘을 수 있다네.
...!
이 순간을 잊지 말게나.
아젤리아. 당신이 보낸 유언은 잘 받았소.
나를 이어 '그'에게 대적할 훌륭한 칼날을 보냈군.
이 칼날을 연단하여, '그녀'와 '그'를 꿰뚫게 할 것이니...
우리의 방법은 서로 달랐어도 이루고자 하는 것은 결국 같았구려.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괜찮으신가요?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모험가님은 기력이 모두 소진되어 있어요. 솔도로스라는 자의 공격을 한번 받아냈을 뿐인데...
이거 질려버리겠네. 도대체 저런 괴물은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
......
방금의 싸움으로 연합군의 기세가 꺾였어. 그나마 다행이란 건 아무런 피해가 없다는 정도?
다시 웨스트 코스트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아니, 그렇진 않을 것 같군.
심각한 얼굴로 후퇴를 고민하는 반의 말을 끊은 아간조는 솔도로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붉은 옷을 입은 흑발의 무사가 홀로 유유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할 말이 있는가 보군.
기를 꺾은 다음에 협상이라... 머리 좋은걸?
가봐, 모험가.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
모험가는 떨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워 멀찍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양얼에게 향했다.
양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험가를 보고는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가만히 양얼의 눈을 응시하던 모험가는 입을 열려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모습에 양얼은 옅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깨달았지만, 깨닫지 못했다... 경지를 보았지만, 말로써 표현하지 못하는군요. 이는 아직 진정한 깨우침을 얻지 못해서 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이 패배한 이유죠.
당신과 절망의 탑에서 마주했을 때 솔도로스 님은 이미 성취를 이룬 뒤였습니다. 하지만 쉽게 성취를 보이지 않은 건 당신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젤리아 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솔도로스 님은 긴 침묵에 들어가셨죠. 찾아오는 모두를 물러나게 하셨습니다. 아젤리아 님을 모시고 온 로이 님과 에리카 님 조차도 말입니다.
오직 단, 한명. 아젤리아 님이 유언을 맡긴 당신만을 만나기 위해서였지요.
궁금하셨겠죠. 분명히 그러셨을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당신과 '대화'를 했고, 뜻을 찾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대화의 마지막에서 답을 찾았을 때, 그동안 이룬 성취를 작게나마 보임으로써 당신에게 깨달음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이 왔습니다. 선지자와 그를 따르는 자들이 목숨을 버리면서 예언의 시간을 묶었습니다.
솔도로스 님은 이들의 목숨을 검 위에 담았습니다.
양얼은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바람이 불어와 그의 흑발을 흐트러뜨렸다.
이천 년 전에 시작된 아젤리아 님과 솔도로스 님의 대화는 이제서야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당신이라는 사람 덕분에 말입니다.
당신은 아젤리아 님이 솔도로스 님께 보낸 마지막 질문이며, 대답입니다.
아젤리아 님이 선택한 솔도로스 님을 이을 칼날, 솔도로스 님께 연단 되어 '그'와 '그녀'를 찌르기 위해 선택한 칼날. 그것이 당신입니다. 지금의 당신이라면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솔도로스 님과 둘이서 마계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분의 마지막 싸움을 이 두 눈으로 보고 기억해 전하기 위함이지요.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말입니다.
하지만 절망의 탑에서 내려온 또 다른 이들은 이곳에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대적하겠죠.
선지자를 비롯한 그림시커 신도들이 목숨으로 만들어낸 시간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생각은 달랐지만, 멸망의 예언을 막고자 하는 마음은 하나였으니, 그들이 목숨 바쳐 만들어 놓은 소중한 시간을 단, 1초라도 더 지켜낸다면, 솔도로스 님은 '그'에게 한 번의 검격을 더 뻗을 수 있겠죠.
그렇다면 어째서...
양얼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가며 마지막 말을 전해왔다.
당신은 당신의 뜻대로 움직이십시오. 우리가 만들어낸 시간을 늦춰도, 줄여도...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말고 뜻대로 하십시오.
이제 가야 할 때이군요.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입니다. 운이 좋으면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안녕히.



충돌


큰일입니다! 하늘성을 점거하고 잠시 멈춰있던 시로코가 다시 움직인다는 보고입니다.



중앙막사로 가서 하늘성을 오르는 시로코의 상태를 살피기



<퀘스트 완료>
으음... 벌써 힘을 전부 되찾은 건가? 서두르지 않으면...
시로코의 움직임은 어떻죠? 예상대로 천계로 향하고 있나요? 
경악한 표정의 시선들이 한곳을 향했다.
하늘성을 집어삼킨 검보랏빛 기운이
역류하는 폭포처럼 하늘성을 오르고 있었다.
저런 걸 무슨 수로 막는다는 말인가.
카라카스가 뱉은 한숨이 파문처럼 사람들 사이로 번졌다.
그러나 잠시 후, 경악한 목소리가 한숨이 사라진 공간을 채웠다.
저, 저것 좀 보세요!

충돌




시로코의 발걸음이...멈췄어요.
게다가 방금 그 충돌로 시로코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군요.
대마법진이 시로코를...
이거... 어쩌면 비명굴 이후로 사도 시로코를 무찌를 기회가 한번 더 찾아온 것 같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게다가, 여기엔 그 때의 웨펀마스터들도...
그러고 보니 시란은 어딜 간 거지?
저도 수소문해봤지만 얼마 전부터 행방이 묘연하시더군요. 시란 아저씨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시겠죠.
흐음... 하필이면 이 시점에...
저걸 보십시오. 대마법진에 부딪혔던 시로코의 기운이 다시 한곳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하늘성을 향했다.
하늘성으로 쏟아진 검보랏빛 기운은
점점 어떤 형태를 이루며 불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저건... '관' 같네요.
흥,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게다가 점점 강해지고 있소.
윽...
아간조, 안색이 안좋은데 괜찮나?
아간조 아저씨 말대롭니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겠군요.
시로코가 힘을 회복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하늘성을 올라야 합니다.
이곳에 모인 분들은 모두 연합군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분들. 하늘성을 빠르게 오르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카디 여왕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많은 말들이 오고 가지는 않았지만
침묵 속에서도 눈빛을 통해 서로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시로코가 향하고 있는 천계의 지벤 황국에도 큰 위기겠지요.
하지만 천계는 과거에 안톤이라는 사도와 맞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도 말입니다.
시로코는 대륙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그녀가 발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하늘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신 여기 계신 모두가 동의하실 겁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어도 완벽하게 저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벤 황국의 힘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여기 계시는 모두에게 천계의 지벤 황국과 협력할 것을 제안해 드립니다.
동의 하신다면 바로 산토리니에게...
역시 훌륭한 통찰력이시군요. 후후.
제국도 같은 생각이에요. 특히, 폭풍 주변에서 상주하고 있는 함선... '에를록스'라고 했던가요?
그 정도의 물건을 동원할 수 있다면 이번 전쟁을 쉽게 풀어 갈 수 있겠죠.
마침 우리 데 로스 제국은 지벤 황국과 동맹 관계에 있고, 여기 있는 발슈테트경은 직접 천계에 올라 그들과 친교를 맺었던 사이.
우리 데 로스 제국이 정식으로 지벤 황국에 서신을 보내도록 하죠.
네, 황녀 전하. 서신을 준비하겠습니다.
큰 도움을 주신 데 로스 제국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연합의 하나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후후.
(...공국이 천계와 직접 통하는 걸 견제하는 건가...)



각자의 자리로


...천계의 지원군이 딱 맞춰 도착한 모양이군.
아간조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시로코가 부스러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날의 회한일까? 시로코의 알맹이만 남은 육체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나서도 그는 한참을 그곳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자네도 들었는가? 방금 그 목소리는... 그렇군, 이제야 과거의 의문스러웠던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 같네.
내려가세. 록시의 복수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이제 시작이군. 모든 것이... 



중앙 막사로 돌아가 연합군에게 승리 소식을 알리기



<퀘스트 완료>
시로코의 기운이... 사라졌어요.
정말 해치운 거야? 그 무시무시한 사도를?
확실한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그런 것 같습니다.
그보다 모험가님과 아간조 님이 아직...
중앙 막사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간조와 모험가가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약속이라도 한듯 말을 멈춘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무사했구만! 자네들이 바로 돌아오지 않아,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나?
다행이에요! 시로코가 하늘성에서 뛰어오를 때는 정말 가슴이 철렁했는데...
두분 모두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교단의 프리스트들이 치료를 위해 대기중입니다.
이봐, 아간조! 말도 없이 어딜가는 겐가?
브왕가... 과거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 나는 다가올 미래의 적을 대비하려하네.
응?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자네...
아간조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숙여보이고
묵묵히 뒷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시로코를 물리쳤다는 소식에 들뜬 표정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어깨에 무언가 새로운 짐을 얹은 표정이었다.
(아간조...)
시로코가 떨어진 곳엔 이미 조사대를 보내 그녀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상대가 사도이니만큼 방심하지 않고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되살아날 기미는 없어보입니다.
문제는 대마법진입니다. 단순히 느껴지는 마력으로도 대마법진에 이상이 생긴 것이 느껴지는 군요. 마지막 시로코와의 충돌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후우... 그렇군요. 대마법진이...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소.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는지, 설산의 찬공기가 벌써 그리운 기분이군.
크게 상한 곳도 없으니, 휴식을 취하는 건 스톰 패스로 돌아가서 해야겠소.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 본국의 일이 걱정되는군요.
신장님, 교단의 일이 끝나는 대로 쇼난에 한번 들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수쥬의 국왕이시여.
우리도 이만 돌아가세. 주교 어르신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시겠군.
드디어... 길었던 이 혼란에도 한줄기 빛이 보이는군요. 모두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모험가님? 이번에도 모험가님의 활약이 크다고 전해들었어요. 공국의 여왕이 아닌, 아라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당신의 노고에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직 처리할 문제들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사도라는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남은 일들은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그대의 헌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험가님의 앞날에 축복만이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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