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룡왕 바칼이 떠난 뒤, 빈 왕좌를 차지하려는 강자들의 싸움으로 드락발트는 질서를 잃는다.
노소를 가리지 않고 호승심과 탐욕이 강한 용족들은 왕좌를 두고 싸움을 벌였지만 승자는 없었다.
칼릭스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선 소멸한 바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스스로 신물급의 병장기를 몸에 결합시키는 등, 온갖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막강한 힘은 더욱 증폭되었고, 탐욕에 잠식된 자아는 끝없는 파멸만을 원하는 멸망의 화신이 탄생한 것이다.
차원의 틈이 열렸을 때, 칼릭스는 아라드로 넘어간다.
두려워하라.
거대한 그림자
어라? 모험가님? 오랜만입니다.
아라드와 천계를 오가면서 여러 일을 하시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바쁘시겠군요.
후후, 제가 어떻게 알았냐고요? 최근에 천계에 다녀올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험가님은 그곳에서도 유명하시더군요.
그런데 어디로 가시는… 아, 달빛주점이군요.
마침 저도 여왕님께 가는 길이었는데, 방향이 같으니 동행하시겠습니까?
샤란과 함께 헨돈마이어로 이동
달빛주점은 임무 보고를 위해 가시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저랑 비슷하시군요. 저도 스카디 여왕님께 보여드릴 것이 있어서 말이죠.
샤란의 손에 작은 장치가 들려있었다.
장치는 천계의 것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아라드와 천계의 기술 교류회가 있어, 덕분에 저도 천계에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천계에는 제 흥미를 이끄는 것들이 정말 많더군요. 특히, 과학이란 것이 정말 매력적인 학문이었습니다.
"이 세계에서 마법이 사라진다면?"이란 주제로 많은 마법사들이 토론을 했었는데, 그 해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퀴진도 새로 연구 주제가 생겼다며 좋아하더군요. 숙면을 돕는 기술을 찾는 것 같던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장치는….
아, 이것은 차원 통로 감지 장치입니다.
차원 통로 감지 장치?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면,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것을 알려주는 장치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군요.
아라드에는 차원과 관련된 사건이 많아서 다들 꺼리는 분위기지만, 천계는 차원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관련 연구 자료와 기술들을 지원받았습니다. 이 장치도 그 지원 중 하나입니다. 멜빈… 이라는 이름의 천계인이 주더군요.
이 장치가 붉은빛과 함께 소리를 내면, 거대한 규모의 차원이….
장치가 붉은빛과 함께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라?
<퀘스트 완료>
저, 저건 도대체…!
모, 모험가님! 우선 여왕님께로 가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리레스보스
<퀘스트 완료>
버켄, 말씀하세요.
헨돈마이어와 인접한 마을의 피해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그 생명체는 어디로 갔는지 확인이 되었나요?
교차 검증을 한 결과. 리레스보스쪽으로 날아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리레스보스쪽에선 연락이 있었나요?
그게… 리레스보스와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
후…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군요.
전조도 없이 나타난 괴생명체. 차원 생성을 감지하는 장치의 작동….
설마….
여왕님. 차원 재해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 리레스보스를 조사해야 합니다.
샤란님의 말대로 이번 사태의 원인이 차원 재해라면… 인선이 중요하겠군요.
조사는 저와 버켄님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조사대를 호위할 누군가가 필요하군요.
…….
모험가님.
차원 재해일 확률이 높은 상황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호위로 쓰기엔 위험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이미 모험가님은 뛰어난 무력으로 공국과 여러 나라의 일을 해결하신 전적이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이번 일에 모험가님만큼 적격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절차를 무시하고 이렇게 요청드리게 되어 죄송스럽지만….
모험가님. 조사대와 함께 리레스보스에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입술을 살짝 깨문 스카디의 얼굴엔 긴장이 가득했다.
모험가는 스카디의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버켄. 준비를 부탁해요. 저는 상황을 정리하고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리레스보스로 갈 배편을 잡아두고 있겠습니다. 조사 준비가 끝나시면 항구로 오시기 바랍니다.
차원 재해
모험가님께서 거절하셨다면 사람을 구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곤란한 요청이었을 텐데,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원 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라드에서 드무니까요. 아마, 4인의 웨펀마스터나, 모험가님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겁니다.
…차원 재해가 무엇이냐고요?
지금까지 차원 재해를 직접 목격하고 해결하셔서, 모험가님이 모르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이것도 저의 고정 관념이었나 보군요.
하긴, 사람들은 주로 원인에 대한 탐구보다는 현상 해결에 더 관심이 많으니까요. 모르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원 재해에 대해 말씀드리기 전에, 리레스보스로 갈 준비를 먼저 해도 괜찮을까요? 마법사 길드에서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서요.
모험가님도 준비가 필요하실 테니, 준비가 끝나면 마법사 길드로 와주시면 되겠네요.
샤란과 대화
<퀘스트 완료>
마법사 길드에 들어서자, 샤란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오셨습니까?
…모험가님의 짐은 상당히 단출해 보이는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후… 저도 준비가 끝났습니다.
차원 재해에 대해 말씀드리기로 했었죠?
혹시, 모험가님은 '전이'에 대해서는 아십니까?
…예, 맞습니다. "물체가 공간을 넘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현상"이죠.
차원 재해도 일종의 전이 현상입니다. 정확히는 전이 현상에 포함되는 개념이죠.
학계에서는 차원 재해를 "원인불명의 이유로 다른 세계와 연결이 되어, 일시적으로 통행이 가능한 현상"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세계'는 당연하게도 아라드, 천계를 지칭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갈 수 없는 세상을 말하죠.
그렇기에 그곳의 생물들은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물들이 이곳으로 넘어오게 되면, 높은 확률로 커다란 재앙을 일으키곤 합니다. 그렇기에 '차원 재해'인 것이죠.
모험가님은 차원 재해에 대해 처음 듣는다는 얼굴이시지만, 모험가님은 이미 차원 재해를 겪으셨습니다.
아까 제가 왜 모험가님께서 차원 재해에 대해 알 것이라고 말했는지 아십니까?
모험가님이 여태까지 차원 재해를 직접 목격하고 해결하셨던 터라, 모르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이것도 저의 고정 관념이었나 보군요.
모험가님은 이미 차원 재해로 이곳에 넘어온 생명체들을 만나셨습니다.
짐승의 머리가 달려있는 나무, 자신의 세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광대, 번개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용.
…….
이제 차원 재해가 무엇인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리레스보스 조사에 모험가님이 필요한 것이고요.
헨돈마이어의 상공을 어지럽힌 그 생명체의 존재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모험가님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자, 그럼 항구로 가시죠.
리레스보스의 용
출항 준비가 끝났습니다.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리레스보스에 있다는 전제하에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리레스보스는 제국과 인접한 도시로, 제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입니다.
즉 리레스보스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제국이 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난번 하늘성 때와 마찬가지로 돕는다는 명목으로 공국에 군대를 파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목표는 최대한 신속하게 리레스보스에 그 생명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생명체가 있다면 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 출항하겠습니다.
리레스보스 조사
…칼릭스!
…….
그렇군.
너도 그것을 노리고 온 것이냐.
…….
돌아가라, 칼릭스.
그것은 내 것이다. 바칼이 드락발트를 떠나는 순간부터 내 것이 될 운명이란 말이다.
…….
광증에 갉아먹힌 몸으로 나를 상대하겠단 것이냐? 제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곳에선 이 몸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돌아가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
누구도.
멸망을.
막을 수 없다.
크아아아악!!!
그건 내 것이다!
오랜 시간 그것을 찾아헤맸단 말이다!!
내 것이란 말이다… 그 누구에게도 넘길 수 없다!
나는 드락발트의 진정한 지배자가 될 몸이다.
나는 왕이 될 것이다.
그러니 그것은 내 것이다.
바칼의 유산은 내 것이다!!!
<퀘스트 완료>
(바칼의 유산….)
뭐였더라… 아, 그래. 어딘가에 황제의 유산이 숨겨져 있는데… 자격이 없는 자가 그 유산을 얻으려 한다면 끔찍하게 죽을 것이란 내용이지.
예전에 내가 얻었던 서클릿, 기억나? 내가 천계 사람들에게 그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서클릿에 있던 '황제의 유산'이 바로 예전 천계를 지배했던 '바칼의 유산'을 뜻한다더군!
(우연은 아닐 거야.)
비늘의 구성이 독특합니다. 하늘성의 용인 것과 일부 유사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인위적인 변형과 합성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쇠붙이 혹은 광물 원석을 강제로 몸에 이식한 것 같습니다.
즉, 몸을 개조했다는 이야기군요. 누군가 실험을 한 것일까요?
지금 가진 단서만으로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가급적 스스로 개조한 것이길 바라야겠군요. 거대한 용을 사로잡아 개조할 정도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드니까요.
놈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 항구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대응책이 마련될 때까지 얌전히 있어야 할 텐데….
겨우 놈을 처치했군요.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
모험가님, 처음 두 용의 대화를 기억하십니까?
…….
분명 바칼의 유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이곳에 아무 이유 없이 넘어온 게 아니라는 뜻이겠군요.
바칼의 유산
폭룡왕 바칼, 하늘성을 폐쇄하여 아라드와 천계, 두 세계를 단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라드에서 폭룡왕에 대한 기록은 하늘성과 엮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 이외의 기록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라드에 영향을 끼친 인물인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으니까요.
그에 대한 정보를 더 얻으려면, 천계에서 찾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천계인들이 '용'에 대해 언급하길 꺼린다는 것은 이번 교류회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만, 그 기록까지 없애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대체 바칼의 유산이 무엇이기에, 두 용이 차원을 넘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요?
유르겐과 대화
<퀘스트 완료>
모험가는 병사가 안내한 접객실에서 유르겐을 기다렸다.
얼마 후, 발걸음 소리와 함께 유르겐이 접객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모험가님께서 방문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하하.
바칼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시니... 저도 잠시 숨을 돌릴 겸, 모험가님과 차나 한잔해야겠습니다.
때로는 용족의 장난감으로, 제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암울한 역사의 연속이었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바칼에게 저항하기 위해 모인, 용맹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단체들이 모였고, 그들은 천계 연합군을 결성했습니다. 유르겐 가문의 선조이신, '로자 유르겐'님도 그 연합군의 소속이셨죠.
그렇게 연합군은 기계 혁명을 일으켰고, 희생을 딛고 바칼을 토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칼을 죽으면서까지도 그 위용을 뽐냈고, 그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대륙이 나뉘었습니다.
유르겐은 눈을 감고 몸을 잠시 떨었다.
한 개인이 얼마나 강력했으면, 대륙을 쪼갤 수 있는 것인지… 바칼에 대한 기록을 접하다 보면 두려움이 불쑥 찾아옵니다.
그런 강함 때문에, 아직까지 용이란 존재는 천계의 두려움으로 남아있습니다. 입에 올리기조차 꺼려 할 정도로 말이죠.
모험가는 바칼의 유산에 대해 물었다.
유산이라… 공식적으로 바칼의 유산에 대해서 기록된 것은 없습니다.
다만….
다만?
비공식적인 기록… 야사에서 혁명 이후 용족 잔당의 행방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잔당의 행방….
모험가님은 4인의 용인에 대해 아십니까?
4인의 용인?
진룡 이트레녹, 화룡 애쉬코어, 금룡 느마우그 그리고 흑룡 네이저….
이들은 바칼 휘하의 용족 중 강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라 전해집니다.
기계 혁명 당시, 연합군은 4인의 용인과 맞부딪혔고, 많은 희생 끝에 그들을 모두 토벌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야사에선 그중 살아남은 한 용인이 있다고 말합니다.
만약 바칼의 유산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살아남은 용인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바칼을 보좌하던 용인인 만큼, 폭룡왕의 의지를 잇고 있을 테니까요.
정말로 그 용인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기계 혁명 이후, 남은 용족들을 토벌하기 위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이뤄졌습니다. 부상을 입은 용인이 살아서 그 수색망을 뚫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기계 혁명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용족을 목격했다는 기록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아, 그러고 보니.
카르텔에 협력했던 해적단을 조사하던 중, '흑룡 해적단'이란 해적단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흑룡 해적단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다른 해적단과 마찬가지로 어인들로 이루어진 해적단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흑룡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용'에 대한 황국의 두려움을 이용하려는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하찮은 해적에게도 업신여겨지는 상황이라니….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유르겐이 차를 마셨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모험가님, 제가 이후 일정이 있어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종종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접객실을 나가던 유르겐이 모험가에게 고개를 돌렸다.
모험가님.
만약 바칼의 유산이 있다면, 모험가님은 그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하하,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었을까요?
저는 천계를 500여 년간 지배한 바칼이, 유형의 물건을 남겼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금은보화도 그에게는 하찮았을 테죠.
그렇기에 바칼 그 자신이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바칼의 유산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칼을 바칼답게 할 수 있는 힘 말이죠.
(바칼을 바칼답게 할 수 있는 힘….)
우린 오랜 시간 안톤의 심장에 깃든 사도의 힘을 관찰했다. 그것은 단순히 생명체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 아니다.
사도를 사도라고 부를 수 있게 만드는 힘이지.
하하, 좋았어야 할 분위기가 어두워지는 것 같습니다. 역시, 용은 차를 나누며 할 대화 주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
이곳에 멸망이 도착했다.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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