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천사 1
으음… 어떻게 해야 좋을까… 으으으음…
아아! 엄청 짜증나네! 왜 탁, 하고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는 거야?! 젠장. 요새 너무 피곤했어…
왜 거리 한복판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어? 무슨 일이야?
누구야? 사람 머리를 대뜸 치는 녀석이… 아벨로 님? 머리 치지 마세요. 스타일 망가지잖아요.
별로 세게 친 것도 아니구만… 근데 왜 그렇게 짜증을 내고 있어? 또 새똥이라도 맞은 거야?
새가 아니라 천사를 만났어요, 천사! 하아… 그 가녀린 어깨와 나긋나긋한 목소리… 사랑스러운 얼굴…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상냥한 미소…!
아… 또 짝사랑이구만… 힘내! 잘 가! 나중에 결과 얘기해줘! 술 사줄게!
으익, 사람이 고민하고 있으면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전에 하모니카도 고쳐줬잖아요!
도대체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그치만 카곤의 짝사랑 소동에 또 말려들기는 싫단 말이야…
원래 사랑은 고난과 역경이 많을수록 빛나는 법이죠.
완벽하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날 테니까 좀 도와줘요. 노래의 소재로 써도 봐드릴게요. 10만 골드 정도에.
점점 내가 손해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뭐 좋아. 왕궁에 인사하러 가는 것도 귀찮으니 친구를 도와주느라 못 갔다고 핑계나 대야겠다.
…그러다가 여왕님이 화나시면 나까지 혼나는 건가요. 갑자기 후회가 되는데…
괜찮아, 괜찮아. 사랑은 고난과 역경이 많을수록 빛나는 법이라며? 동감이야. 자아, 대로 한복판에 있지 말고 우선 자리를 피하자구.
…여기라면 조용하겠네. 이제 말해봐. 누구야? 사랑 따위 이제 질렸다며 30년 동안 떠들고 다니더니.
원래 사랑이라는 단비는 메마른 대지에 내리는 법이죠. 이름은 세리아라고 하는데 정말 청초한 소녀예요. 인간이고 나이는 십 대 후반 정도?
우와… 아저씨, 도둑이네.
아니 음유시인이라는 사람이 로맨틱하다고 좋아해야 할 판에 왜 아까부터 그렇게 찬물이나 끼얹는 겁니까?
응. 난 카곤 상대로는 현실주의자야. 어릴 때의 그 사건 이후로.
…할말 없군요. 젠장.
지금 둘이 어떤 사이야?
아마 제 얼굴이나 이름은 알걸요. 그리고 나는 심장을 관통당한 그런 사이?
…와… 40년 전의 그 차가운 봄날하고 상황이 똑같은 거 같아서 점점 싫어지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바람둥이 같잖아요. 이래봬도 한번 정착하면 일편단심이라고요!
정착한 걸 한번도 못 봐서 잘 모르겠어. 아무튼, 그 애는 지금 어딨는데?
언더풋 광장 근처에 지내는 모양이에요. 어떤 무례한 모험가를 따라 잠깐 온 모양이지만.
그럼 간단하게 언더풋을 안내해준다고 하면 되지 않아? 여자애니까 맛있는 케이크나 과자를 사주면서…
아벨로 님.
그러니까 당신은 여자친구가 안 생기는 겁니다!!
뭐?
그런 시시한 데이트라니! 그래선 내 인상이 제대로 남질 않잖아요! 아주 강렬하면서도 달콤한 충격을 줘야 한다구요!
으음. 그럼 노래라도 불러주면서 꽃을 안겨주기라도 하려는 거야? 제목은 '날개 없는 천사' 정도가 되는 건가.
오, 이제야 아벨로 님한테 이야기한 보람이 생기기 시작하는군요. 곡 좀 써봐요. 지금 당장.
창작의 고통 같은 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하하. 그런 거 없죠. 내가 사랑의 고통으로 죽게 생겼는데.
…왜 아버지는 그때 카곤을 소개시켜 주신 걸까…
세리아가 있는 곳에 가서 카곤의 열렬한 고백 장면을 보기
<퀘스트 완료>
오오, 아, 아름다운 소녀여…!
네…? 아, 저, 저요?!
여기에 당신보다 아름다운 소녀가 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 카곤이 당신을 위한 노, 노래를 준비해 왔으니 부디 이 노래를 듣고…
아… 죄송해요. 저는 카곤 님의 노래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네요.
그, 그,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야말로 날개 없는 천사…! 하지만 내게는 보입니다, 당신의 새하얀 날개가!!
나, 날개요? 죄송해요. 저어, 갑자기 너무 부담스러워서… 호감을 가져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다시는 이런 말씀 안해주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전 카곤 님의 관심을 받을 수 없답니다. 모험가님의 곁에서 그분을 돕는 것이 제 사명이거든요.
그, 그런… 그럼 이 꽃이라도…
죄송해요. 받을 수 없어요. 제게 호의를 주신 마음만은 기쁘게 받을게요. 고마워요, 안녕히 가세요.
세리… 세리아아아아 니이이이이임!!
(만돌린의 현을 뜯으며 갑자기 나타나서는)…이렇게 한 사내의 사랑은 어이없이 끝났다…
그의 슬픈 절규는 언더풋에 울렸으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천사의 날개 아래 쓰러진 그는 돌이 되어 영영 움직이지 못했으니…
사람들아, 기억하라. 언더풋 역사상 최고속으로 차인 남자가 여기에 무릎 꿇고 있었음을…
아벨로오오오오옷!!!
날개 없는 천사 2
카곤. 여기 있었네.
웬일인가요. 또 놀리려고 찾아온 겁니까?
딱히 놀릴 생각은 없는데… 전에 카곤 덕분에 영감을 받아 지은 노래가 인기가 많아서 말이야. 술이라도 한턱 내야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찾아왔지.
그거 아아아주 잘 됐군요! 그렇잖아도 술이 마시고 싶던 참입니다!
왜 그렇게 열을 내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아뇨!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어서 열을 내는 거죠!
으음… 그 세리아라는 아가씨하고는 여전히 잘 안되고 있는 모양이로군… 워낙 강렬하게 인상을 남겨놨으니까 여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겠지.
그냥 포기해. 내가 봤을 때 그 여자애는 카곤 곁을 피하는 게 행복할 거 같더라고.
친구라는 사람이 왜 맨날 그런 밉살맞은 소리나 해대는 겁니까?! 두고 보라고요. 세리아 님에게 내 마음을 꼭 전하고 말 테니까!
아니, 전달이 안 돼서 일이 안 풀리는 게 아닌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 생각엔 그 노래가 잘못된 거 같아요.
분노에 이어 현실 도피인가… 내가 써준 가사는 너무 약하다면서 자기가 그렇게 바꿔놓고선…
그래서 이번엔 선물을 준비하려고요.
뭐냐고 물어보지 않는 게 재밌을 거 같네… 어차피 조언해봤자 듣지도 않을 테고.
혼자서 뭘 중얼거리고 있는 겁니까? 포장지 있어요? 가장 화려하고 반들거리고 비싼 걸로!
비단거미 가죽이 화려하고 반들거리긴 한데… 정말 그걸로 포장하려고?
카곤이 세리아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장면을 보기
<퀘스트 완료>
아… 안녕하세요.
세, 세리아 님. 잘 계셨나요? 조, 좋은 날이로군요. 햇살이 세리아 님의 마음처럼 따, 따사롭고…
네에. 정말 좋은 날이네요…
…저어, 카곤 님?
네, 네넵?!
제가 넘겨짚은 걸 수도 있겠지만 혹시… 전에 절 찾아오셨던 때와 비슷한 말씀을 하시려는 거면…
아, 그거, 그거요?! 그건 제가 너무 성급했죠! 저도 압니다.
그럼…
그, 그래서 사과의 의미로 선물을 드리려고요! 오, 오, 오해하지 마세요! 딱히 어떻게 해보려는 게 아니라 사과를 하고… 치, 친구로…
아… 선물 같은 건 괜찮은데… 그래도 카곤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히 받을게요.
오오…!!
어머나. 상당히 특이한 포장지…네요. 아무래도 가죽 같은데…
그거는 비단거미라고, 이~만한 거미의 가죽을 무두질한 겁니다.
거, 거미요…?! 그렇게나 커요? 가죽이 있는 거미도 있다니 신기하지만… 좀…
아 모르시나보군요. 비단거미는 껍질 위에 비단을 두른 것 같다고 해서 비단거미라고 불립니다. 표류동굴 근처에서 사는데 제가 보여드릴게요.
아, 아뇨. 괜찮아요…
겁먹을 필요 없어요! 제가 이렇게 쉭! 하고 잡을 수 있으니까! 하하하!
그러니까 정말 괜찮아요… 아. 이건 뭔가요? 하얀색 깃털… 날개?
세리아 님은 날개만 없다뿐이지 천사나 다름 없죠. 저는 첫눈에 알아봤어요!
네?
그러니까 그 날개를 하고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릴 겁니다. 한번 해보세요!
전 이런 건 별로… 당황스럽네요.
당황할 필요 전혀 없어요! 제가 세리아 님의 몸매에 딱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준비했으니까. 간단하게 고정할 수 있도록 개량도 해놨어요.
음…
아 혹시 부담스러우신가요? 며칠만 하고 있다보면 아주 익숙해질 겁니다. 뭣하면 제가 날개와 어울리는 하얀색 원피스도…
카곤 님. 저를 아껴주시는 그 마음은 감사하지만 역시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거 돌려드릴 테니까 더 멋진 여성분께 드리세요.
그런 여자는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천사보다 더 아름답고 찬란한 여성이 어디 있단 말입니까?!
아 그럼 환불하시면 되겠네요… 음… 저는 이만 모험가님이 돌아오실 때가 되어서 가볼게요.
그, 그 전에 잠깐 차라도 하시죠! 친구가 된 기념으로…
친구…보다는 친절하신 분으로 기억하고 싶네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아… 네? 제가 물론 친절한 남자긴 합니다만 사실은 냉철한 면도 있습…
그럼 카곤 님. 안녕히 가세요. 저는 모험가님과 여행을 떠날 거라 한동안은 못 뵙겠네요. 몸 건강하시길.
네? 아? 세, 세리아 니이임?!
와아. 선물이 날개였구나. 우와아아.
세리아 님은 왜 저렇게 달려가시는 거지…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야 여기 있고 싶지 않겠지. 그렇게 눈을 시뻘겋게 부릅 뜨고 거대 거미를 보러 가자느니, 천사 날개를 하고 있으라느니 하는데 나라도 도망가고 싶겠다.
뭐? 잠깐. 그럼…
세리아 니이이이이이임…!!!!!
(만돌린의 현을 뜯으면서)아아, 가련하고 가련하구나! 이런 남자에게 걸리고 만 죄 없는 소녀의 운명이여.
그리고 사람들아, 기억하라. 만일 카곤이 다른 여성에 접근을 하려 한다면 신속히 경비대에 연락을! 경비대는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좋은 이야기군요. 제자들에게도 조심하라고 해야겠어요.
음… 제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두는 편이 좋겠군요. 그리고 저 소녀를 보호할 인원을 배치하는 게 좋겠어요.
카곤 님. 마음이 괴롭다면 언제든 오셔서 기도를 통해 회개하십시오.
역시 사람의 일 또한 순리대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잠깐. 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서 구경하고 있는 거야?
카곤이 만에 하나 난동을 피워서 세리아라는 여자애를 협박하면 나 혼자서 말리는 건 무리니까 도움을 요청했달까.
구경 왔어요! 이 순둥이한테도 미리 조심하라고 알려주려고~!
저어, 힘내세요! 으음, 방법은 좀 바꿔보시는 게 좋을 거 같지만…
으아아악, 제기라아아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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