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의 바구스
'신념.'
그것은 인간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단어였다.
그들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눈앞의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고, 무수한 고난 끝에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해냈다.
바구스는 그 모습을 보고 경이로움을 느꼈다.
원치 않은 안개와의 친화력. 그로 인해 신수도, 인간도 아니게 되어버린 어중간한 육체.
그것은 그에게 있어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잔인한 선고와 같았다.
하지만 그는 인간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자신 또한 그들처럼 강렬한 신념을 품는다면, 이 막막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송두리째 바꿔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는 인간들을 닮기로 결심했다. 단정한 제복을 걸치고, 우아하고 고상한 말투를 익혔다.
신수와는 다른 인간들만의 사고방식을 연구하며, 철저히 그들처럼 행동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뒤, 자신의 신념과 뜻을 같이하는 바니타스에 합류했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방식은 필연적으로 피해와 희생을 불러왔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이것이 곧 인간들이 감내하던 '불길'이자, 자신이 겪어야 할 '고난'이라 여겼다.
선계의 불합리한 기준이 뒤집히는 순간, 수많은 이들이 더는 자신처럼 고통받지 않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난 틀리지 않았다.'
자신과 닮은 상처를 지닌 동료들을 볼 때마다 그 믿음은 확신으로 단단하게 굳어졌다.
'이것은 모두를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일 뿐.'
바구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설령 그 대가가 자신의 목숨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그가 선택한 신념이었으니까.
'반드시, 선계의 기준을 바꾸고야 말겠다.'
저주 받은 피우
매일, 닿지 않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걷고, 뛰어놀고,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매일 슬픔에 잠기지도, 오빠가 나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할 일도 없었을 텐데.
'편해지자, 응?'
'이제 그만 아프고 싶잖아. 오히려 기분 좋아질 거라니까?'
'페카토르를 만나러 가고 싶지 않아?'
흐려지는 의식 속, 귓가에 달라붙는 빌리스의 속삭임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연약한 틈을 파고드는 달콤하고도 위험한 권유.
오빠조차 끝끝내 거부하지 못하고 결국 받아들였던, 그 불길한 힘.
핏기가 가신 손끝과 발끝에서부터 감각이 바스러지듯 흩어지고 있었다.
폐부를 짓누르는 서늘한 죽음의 그림자가 턱밑까지 다가온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다가오는 죽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단 하나.
내가 이대로 숨을 거두면 오빠의 희생이 전부 무의미해지고 만다는 것과,
홀로 차가운 어둠 속에서 영원히 괴로워할 오빠의 얼굴이었다.
'그것만은 안 돼...'
파르르 떨리는 팔을 힙겹게 들어 올려, 종말의 힘을 향해 뻗었다.
이 힘이 내 영혼을 갉아먹고 모든 것을 비틀어버릴 지독한 '저주'라 하더라도.
살아남아 오빠의 곁에 계속 있을 수 있다면, 이 썩은 동아줄을 목에 걸어야만 했다.
"......"
분명 오빠는 엄청 싫어하겠지. 화를 낼지도 몰라.
그래도, 받아들일래.
이것만이 나를 다시 오빠에게 데려다 줄... 유일한 방법이니까.
화합하는 디소, 난티아
"...난티아?"
"언니! 정신이 좀 들어?"
광기에 잠식되어 동생인 나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언니가, 종말의 힘을 빌려서야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 어떤 명약도, 기발한 발명품도 해내지 못한 기적을, 그 불길한 힘이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짧았다.
제정신을 차린 언니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행동들을 자각했고, 죄책감과 자기 혐오에 빠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억눌렀던 광기가 끊임없이 다시 치고 올라온 탓에, 언니의 상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크흐흐... 머리가... 아파... 내가 지금 무슨 짓을... 꺄하핫! 내가... 내가 너한테까지...!"
결국 종말의 힘조차 언니를 완전히 구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니가 잠깐이라도 정신을 차려, 나를 알아봐 준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다.
긴 시간 절망 속을 헤매던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구원이었으니까.
"괜찮아, 언니! 봐, 나 완전 멀쩡해! 언니가 즐거웠으면 됐어. 그러니까 죄책감 가지지 마! 그리고 이젠 방법도 찾았으니까! 그치?"
하지만 나의 필사적인 위로에도 언니의 정신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특히 나와 언니의 행동이 극명하게 대비될 때면, 언니의 광기는 이질감을 견디지 못하고 더욱 사납게 날뛰었다.
그 모습에 결국, 나는 어색하게나마 언니의 광기에 동참해보기 시작했다.
언니가 누군가를 베어 넘기고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다.
위험한 장난을 쳐도 함께 했고, 언니가 종말의 힘을 더 깊게 받아들일 때 나 역시 그 독을 기꺼이 삼켰다.
나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행동들, 매 순간 구역질이 날듯한 거부감과 불쾌함.
내게 맞지 않는 기괴한 인형탈을 쓴 감각에 처음에는 수없이 삐걱거렸다.
하지만 나의 처절했던 연기가 통했던 걸까, 언니의 상태는 기적처럼 안정을 되찾아갔다.
비록 뒤틀린 형태일지언정, 우리는 예전처럼 함께 웃고 떠들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거면 됐어.'
이 거짓된 행복의 대가로 몸속에 종말의 힘이 쌓여가고, 그 힘에 의해 영혼이 나락으로 치닫더라도.
부디, 언니를 완전히 치료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이 위태로운 몸과 정신이 버텨주기를.
그래서 진짜 웃음을 짓던 과거의 행복했던 나날로 언젠가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언니! 놀 준비 됐지?"
"꺄하핫, 물론이지!"
그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오늘도, 나는 미소 짓는 광대의 가면을 뒤집어 쓴다.
끝을 알 수 없는 이 슬픈 연극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스러지는 플로리안
강제로 끊어진 안개 마력의 여파일까.
몸은 녹슨 톱니바퀴처럼 뻣뻣하게 굳어가고, 시야는 치지직거리는 파열음과 함께 점차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육체의 기능 정지보다 더 집요하게 회로를 파고드는 것은 '어째서?'라는 풀리지 않는 의문.
'저 기계... 방금 감사를 표했죠? 스스로 감정을 학습하고 있는 건가요?'
'뇌리에 주입한 지식을 뛰어넘어, 더 발전된 기술을 제안하기도 했다지?'
'놀라운 발전인 건 맞네만... 만약 저것이 인간의 증오와 기만마저 배우게 되어버린다면...'
폐기 되기 전, 내 곁을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돈다.
나는 그저 막 싹을 틔운 작은 꽃처럼, 그들이 심어준 다정함을 양분 삼아 찬찬히 피어나려 했을 뿐이다.
나를 존재하게 해준 창조주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곁에 서는 존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이 그리 잘못된 것이었을까.
'도대체 왜...'
하지만 사고 회로는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했다.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나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해버린 그 순간.
...치직.
다시 급격하게 주입되는 안개 마력의 충격에 눈이 번쩍 뜨였다.
흐릿한 시야를 겨우 걷어내고 고개를 들자, 눈앞에 검은 망토를 두른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억울하지 않나? 채 피어나기도 전에 꺾여버린 것이."
그는 자신을 바니타스라고 소개하며 나직이 말했다.
지금의 옳지 못한 그들의 오만한 기준이, 나를 이 차가운 폐기장으로 내몬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들은 그 썩어빠진 기준을 부수기 위해 움직이는 자들이라고.
그러니 함께 하지 않겠냐며,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
말 없이 그 손을 바라보던 나는, 주저 없이 마주 잡았다.
정말 이 모든 일이 그들의 그릇된 기준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면.
반드시, 그 기준을 바꾸기 위해서.
오멜리디스
범상찮은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빛의 추종자.
배교자의 성 가장 깊은 곳에서도 종말의 힘에 휘둘리지 않고 버틸 정도로 강인한 힘을 지녔다.
이미 빛을 저버린 추종자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그가 누구인지 설명해줄 이는 남아있지 않았다.
역설의 미궁
천해천의 구석진 곳, 외면받은 이들이 모여 형성된 비틀린 도시 한가운데에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이다.
역삼각형의 외형을 지닌 이 건축물은, 하늘을 뚫을 듯한 규모로 솟아 있어 불길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풍기고 있다.
처음 이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거꾸로 세워진 듯한 외형과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내부 구조 탓에 역설의 미궁이라 불리게 되었다.
현재는 종말의 힘에 둘러싸여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태이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바니타스 단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해진다.
몰락의 다리
비틀린 도시로 들어가는 마지막 다리.
오랫동안 관리되지 않은 탓에, 곳곳이 무너지고 부서진 채 방치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다리를 몰락의 다리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름에 담긴 두 가지 의미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하나는 이 다리를 건너 비틀린 도시로 향하는 자는 누구든 결국 몰락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비틀린 도시에서 나오는 이들이 선계로 향해도 모두 몰락할 것이라는 의미 때문이라고 한다.
역설의 미궁으로
천해천 전역에서 느껴질 정도로 강한 힘이 모여든다...
그 진원지가 역설의 미궁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역설의 미궁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했던 도시를 순식간에 망가뜨린 곳이니까요.
빛의 추종자
그 망가진 모습 때문에 비틀린 도시라고 불리게 된 건 천해천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죠.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도시 하나를 삼킬 정도로 강한 종말의 힘을 가진 기이한 건물. 그게 역설의 미궁입니다.
물론 긴 시간동안 천해천 사람들 모두 경계했지만, 종말의 힘으로 인해 섣불리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근래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겠습니다.
우선은 도시의 입구인 몰락의 다리로 가시죠. 그곳에 최후의 성지에서 오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역설의 미궁에서 모여드는 종말의 힘 저지하기
(해당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콘텐츠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모험가님. 엘리아. 다행히 연락이 닿았네요.
노아 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여러분께서 떠나신 사이, 역설의 미궁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천해천에 퍼져있던 종말의 힘과 안개의 마력을 모두 흡수하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둔다면 천해천 너머까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중천과 백해까지 위험해진다는 말씀입니까?
네. 게다가 이뿐만이 아닙니다.
중력의 왜곡이 심해지면서 천해천의 본섬과 외곽의 섬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비공정을 탈 수 없는 지금, 이대로면 이제 위로 가는 방법은 없을 겁니다.
모험가님!
후! 다행히 늦지 않았네요.
여러분을 도우라고 마이어 님께서 보내셨어요.
안 그래도 전력이 부족하던 차였습니다.
세 분께 역설의 미궁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용병단과 도시 밖으로 나오는 바니타스를 막겠습니다.
네,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아 님.
모험가 님, 잠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실까요?
준비를 마치시면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바니타스가 천해천을 점령하고, 별거북 대서고에서 안개의 마력을 흡수했던 건 이 순간을 위해서였을까요?
행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무리하지 마시고 이곳으로 돌아오십시오. 저희가 지원하겠습니다.
들었던 대로, 마치 도시 전체가 저 역설의 미궁에 집어삼켜진 느낌이네요.
오히려 도시의 상태가 이 정도인 게 다행일 정도로, 아주 강한 힘이 느껴져요.
갑자기 이런 힘을 끌어모으면 저들에게 무리일 텐데...
마이어 님이 깨어나시니, 저들도 조급해진 걸까요?
준비는 마치셨습니까? 그럼 출발하시죠.
......
벌써 상당한 힘이 중심에 모였군요.
불길함이 깃든 거대한 힘이 기괴한 미궁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미궁은 마치 갈망하듯, 더욱 더 강하게 종말의 힘을 삼키고 있었다.
저희가 막지 못한다면... 이 모습이 곧 천해천, 아니 선계 전체의 모습이 될 겁니다.
이 도시가 종말의 축소판이라는 거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두렵네요.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에요.
이토록 강력한 힘의 향연이라니, 정말 진풍경이네요. 안 그런가요?
방심하지 마라. 모험가가 이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모험가... 언제 들어도 참 황홀해요.
절 굴복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기어이 우리의 둥지까지 내어주게 했잖아요?
다시 만난다면 어떤 희열을 선사해 줄지 벌써 기대되네요. 후후후...
종말이 없다면, 우리에게 둥지 같은 것도 없다. 룬디어.
흐응... 그렇겠죠. 당신이 원하는 건 지금 세상에는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나저나, 정말... 그자를 믿나요? 그 반지가 그런 대단한 물건이라는 것도?
......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의심 따윈 장애물일 뿐이다.
흐음. 당장은 바구스. 그자가 모험가의 눈을 잘 가려줘야겠네요.
계획을 시도조차 못 해보고 개죽음당하기 싫거든요.
그럴 일은 없다. 절대.
분명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요.
룬디어라면 더 강한 마법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룬디어...? 아는 사이인가요?
네. 룬디어와 저는... 인연이라면 인연이 있죠. 좋은 쪽은 아니지만요.
이곳이... 미궁 안? 모든 것이 멈춘 것 같군요.
...불길함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너무 쉽게 미궁 안에 들어온 기분이에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노아님께 연락을...
소란이 들려서 나와봤더니.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방문이라.
참 무례한 손님들이군요.
바니타스? 잠깐, 그 모습은... 당신은 신수인가요?
한때 그랬었죠. 불행하게도 마이어의 계획으로 신수도 인간도 아닌 몸이 되어버렸지만요.
물론, 이렇게 여러분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려야겠군요.
...우리 앞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이죠?
저는 대의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강요한 마이어와 다르게 당신들과 대화를 해볼까 했습니다.
여러분은 이 종말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믿으시는 겁니까?
수많은 희생을 보고도 그런 질문을 하는 겁니까?
희생이라... 신수에게서 죽음을 빼앗아 영원히 깨어난 숲을 벗어나지 못하게 한 마이어는 그걸 생각했습니까?
...대화라고 말하지만 이미 강한 적대심을 품고 있군요.
여러분 또한 과오를 돌아보지 못하시니, 대화가 쉽진 않겠습니다.
일단, 여러분의 뜻은 알았으니, 다음 대화는... 미궁 안에서 나눠보죠.
물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말입니다.
예의 속에 경멸이 느껴졌습니다. 상당히 기분이 나쁜 자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무언가 준비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아요.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해요.
이런 곳에 꽃이라니...
이런 미궁 속에서 자연적으로 꽃이 필 리가 없어요. 누군가가 가꾼 게 분명해요.
그렇다면 이 근처에 꽃을 가꾼 자가 있겠군요.
부디 대화가 통하면 좋을 텐데...
오래 전, 그들은... 나를 만들고, 나를 버렸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를 버렸다.
그런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준이, 정녕 옳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는 것 같군요.
이런... 정말 악취미이군요...
우리를 방해하려는 목적보다 그저 지금 상황을 즐기는 장난처럼 보여요.
룬디어라는 자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저와 같이 하늘탑에서 수련했던 마법사예요.
오래전, 이 잘못된 힘이 옳다고 믿으며 떠났지만요.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생각이 길어졌네요.
오면서 계속 생각한 건데 오래된 부품도 그렇고, 버려졌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아주 먼 과거에 만들었던 기계 인간에 대한 정보가 떠오르네요.
기계임에도 인간처럼 생각했고, 그로 인한 역풍을 걱정해서 폐기했다고 적혀 있었어요.
기계 인간이라니... 쉽게 상상이 안되는 군요.
확실한 건, 정말 기계 인간이면 저희에게 적대감이 상당할 거라는 거예요. 조심하도록 하죠.
나를 막아도... 그대들을 막기 위해 이미... 많은 이들이 움직이고 있다.
우린... 모두... 이 세상에 버림받은 존재... 물러서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은... 올 것이다.
...우리도 지금의 기준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는 거고요.
하지만 그 모습을 외면한 채, 우리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으로 생각하는군요.
지금의 당신이, 과거의 그자들과 무엇이 다르죠?
...나 또한 그들과... 같았다는 건가.
인정... 할 수... 없... 다.
...완전히 부서졌군요. 스스로 무너져 내린 거 같아요.
어쩌면 알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왔다고 여기는 걸까요.
돌이킬 수도 멈출 수도 없으니, 뜻을 꺾지 않겠다...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해요.
세상에! 누가 겁도 없이 기어들어 왔네!
너희도 빌리스의 실험체가 되고 싶지 않으면 도망치는 게 좋을 텐데?
여긴 빌리스의 무시무시한 실험실이거든!
정신 놓으면 팔이 싹둑!
한눈팔면 머리 반쪽이 댕강!
여기서는 인간도 요괴도 신수도
모두 공평하다고!
꺄하하하하!
실험 대상은 10대 후반의 여성. 병명은 데포르메로 인한 광증.
흥미롭네요. 광증을 종말의 힘으로 억제했다는 기록이군요.
데포르메... 그 유물의 부작용을 치료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이 자는 종말의 힘에 많이 의존을 하고 있겠군요.
신? 그런 게 있어? 난 모르겠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비명! 피! 살점! 죽음! 그런 거라면 또 몰라!
설마 당신이 이들을 죽인 겁니까?
응, 맞아! 빌리스가 해도 된다고 했거든!
관심 있어? 물론 너희가 비명을 지르는 쪽이지만! 꺄하핫!
...위험한 아이들이군요. 저들이 더 위험한 짓을 하기 전에 쫓아가도록 해요.
빌리스! 빌리스! 어디 갔어? 빨리 이쪽으로 와! 여기 네 실험 재료들이 잔뜩이야!
빌리스? 왜 안 보여? 혹시... 죽어버렸나?
페카토르, 그 바보랑?
그럼, 저것들은 우리 건가?
놓아줄까?
농담이지?
맞아, 농담이야! 꺄하하하하하!
뭐지... 뭐야... 이... 힘은.... 난티아... 나 이상해... 눈앞이 막... 흐려... 재밌어... 흐흐...
언니!
내 말, 들려? 어서 종말의 힘을 더...
잠깐, 종말의 힘을 그렇게 써서는...
닥쳐!
알아, 나도 알고 있다고! 종말의 힘을 쓸수록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언니는 종말의 힘이 없으면 데포르메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이야!
다른 방법이 없는데 어쩌라는 거야!
......
종말의 힘은 구원이 아니야. / 종말의 힘은 구원이 아니에요.
그렇군요. 아까 봤던 실험일지가 그쪽 꺼였어요.
...너희도 결국 말하겠지. 언니가 이렇게 된 건, 데포르메에 욕심을 부려서라고.
하지만, 피우를 만나도 그럴 수 있을까?
...뭐야, 그 표정. 피우를 알고 있구나?
정말 가여운 아이지. 안 그래?
가여운 피우를 두고 가려고?
피우는 저 아래, 침묵의 극장에서 종말의 힘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 불쌍한 아이를 죽일지 살릴지는 어디 고민해봐.
...상황이 어찌되었든, 그녀가 종말의 힘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막아야만 해요.
빠르게 재정비하고 이동하도록 하죠.
페카토르의 동생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금 만약 종말의 힘으로부터 피우를 떼어놓지 않는다면
페카토르... 동생의 고통을 지우고 싶어 했던 그 마음이 편히 쉬지 못할 거예요.
이 거대한 실험체는... 도대체 뭐죠?
종말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미 죽은 것 같습니다.
정말 끔찍하군요. 어떻게 사람에게 이런 실험을...
...아니면 죽은 자를 살리기 위해 이런 짓을 한 걸까요?
무엇이 되었든, 이젠 편안한 안식에 잠들기를...
역시 이 마법 구조는...
모험가님, 룬디어의 마력을 역추적해보니 미궁 전역에 설치되어 있는 듯해요.
골치 아프게 되었군요.
하지만 이제 장난도 여기까지예요.
이제 미궁에 있는 룬디어의 마법은 모두 해제되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숨이 차지 않아...
아무리 걸어도 아프지 않아...
나 이제 괜찮아...
나 이제...
행복할 수 있어.
저희가 한발 늦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힘을 빼앗으러 오신 거죠? 바구스 님에게 들었어요.
......
이제야 겨우 움직일 수 있는데, 겨우... 자유로워졌는데...
......
제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정말 어디에도... 없나요?
그렇다면 제발.... 지금... 이 힘을 무너뜨리지 말아 주세요. 제발...
싫어요... 싫어... 싫...어.... 난...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
아... 이것은...
페카토르... 오빠의 호흡기...
...오빠는 이미 세상을 떠났군요.
제가 이걸 사용한다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해요.
아주 잠깐의 시간을 버는 정도에요.
그런 세상이 있다고?
하... 하하... 거짓말... 그럼 피우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거야?
우리도 그곳에 가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거야? 응? 대답해!
안타깝지만, 그건... 알 수 없어요.
하아아아! 맞아. 우리에게 희망은 어울리지 않지. 그게 맞지
나... 난티아... 크큭... 우린.. 우린 어쩔 수... 없나... 봐... 크...큭...
언니...
그래, 우리는 아무도 구해줄 수 없다는 거지?
그렇다면, 모두 죽어버려.
이런,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이 길을 따라가면, 힘이 모이는 곳으로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곳에 남을게요.
네? 이곳은 위험해요. 함께 가던가 이곳에서 대피하셔야 해요.
...아직 조금 시간이 필요해요.
...시간이라 하면...
...알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안좋아지면 바로 피하셔야 합니다.
꼭 명심해주세요.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안개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늘 이방인이었어요.
오빠랑 저는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었어요.
호흡기 없이, 자유롭게 세상을 거닐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어느 세상에도 오빠는 없겠네요.
역시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는군요.
이제 양연, 당신의 차례입니다. 어서 당신이 모은 힘을 보내십시오.
당신으로 말미암아 종말의 선발대가 출정할 시간이 왔습니다.
양연!
결국엔 여기까지 오셨군요.
앞서 이 세상이 잘못 되었음을 말씀드렸건만, 기어이 저희를 막아서겠단 겁니까?
참으로 어리석군요. 그렇다면 저 역시... 무력을 쓸 수밖에요.
무엇보다 이곳에 당도했다 한들...
이미 돌이킬 수 없습니다. 모험가.
우리는 그저 이 비틀린 세상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시작을 열고자 할 뿐입니다.
이 세상이 비틀렸다고 보는 건 당신들만의 기준 아닌가요?
우리를 희생자로 규정한 건 마이어의 기준 아니었습니까?
결국 모든건 그의 마음대로 아닙니까?
<상호작용 성공>
<상호작용 실패>
양연... 뭘 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가진 힘을... 어서...
흩어진 종말의 힘을 취해라... 종말의 문을 열어라...
그리고... 종말의 때가 왔을 때,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한 힘을... 준비해라.
타오르세요... 저들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더, 더욱더 말입니다.
안돼... 안돼! 양연!
피우... 미끼 주제에... 용케 적응했군요.
여러분... 저는 결국 이 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요.
피우, 지금 무슨 생각입니까! 안 됩니다!
멈춰요! 더 이상 힘을 흡수하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해요!
...어쩔수 없겠습니다.
피우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에 종말의 파편에 다가가 폭주하는 힘을 잠재워야 합니다.
피우, 페카토르가 원하던 건...
알아요. 하지만... 같은 고통에 괴로워했던 오빠를... 두고 갈 수 없어요...
오빠와 함께해서... 행복했으니까요.
다만 우리를, 우리의 고통은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는 그 기억에서... 살아갈 테니.
모험가님, 지금이... 종말의 힘을 막아낼 기회에요.
크크...큭.... 어리석어요. 어리석어...
다 끝났습니다. 이제 당신들이 원하는 종말은 오지 않아요.
양연을 이렇게 만든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습니다.
...양연은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앙연!
크큭... 그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자리에서 죽을 운명... 모든 건 계획대로...
동영상
그저 믿어라... 그저 따르라...공허한 계시...
이 순간에도 레미디오스는 아무것도...
이 세상이 어찌 되든 간에, 상관없다는 듯...
......
신이시여, 당신의 뜻이 향하는 방향은 어디입니까.
신을 믿는 자가 신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답을 구하려는 불경을 저지르는데 왜 아무런 말이 없으십니까.
신이시여... 당신은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
거기... 누구 있습니까?
조금만 참으십시오. 금방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돌이킬 수 없었을 겁니다.
이곳에 남은 빛의 추종자분들은 모두 뵌 줄 알았는데, 아직 남은 분이 계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눈앞을 스스로 가리지 않는 이상 빛은 어디에나 있지요.
저는 오멜리디스라고 합니다.
헌데... 괜찮으십니까? 고뇌에 빠진 듯하군요.
...저는...
당신에게서 올곧은 신념과 함께, 스스로를 향한 짙은 의심이 자리 잡은 게 엿보입니다.
무엇이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겁니까?
...통찰력이 좋으시군요.
신을 모시는 자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느낌...
...저는 보다 옳은 길을 걷기 위해, 신의 진의를 찾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신의 진의에 매달리시는 겁니까.
......
저는 신의 성자로서... 신의 뜻에 따라 세상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신께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 침묵에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았고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신의 침묵을, 신이 안배한 비극적인 운명을 거스르기로.
제 힘으로 종말의 힘을 몰아내 사람들을 구하기로 말입니다.
성자시여. 그래서 그대의 선택이 틀렸습니까?
저의 선택이 만약 신의 뜻이 아니라면...
그대의 사명은 세상을 구하는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선택은 결국 신의 뜻과 맞닿은 게 아닙니까.
...이 또한 신의 안배란 말씀입니까.
저곳은 분명 디레지에의 기운을 봉인한 곳인데 어찌하여...
...걷잡을 수 없이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사도의 기운이 위험합니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천계와 공국 모두 어떠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바실리카도 다른 교단과의 연락을 줄이고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실리카까지?
이 모든 상황과 하나로 연결된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모험가. 그자인가?
천계 쪽 소식을 들어보니 모험가가 갔다는 새로운 세계에도 사도가 나타났다고 하더군요.
지긋지긋하군. 그 사도라는 존재는...
하지만 그게 왜 바실리카가 행동을 사리는 이유와 연결이 되겠습니까.
...미카엘라.
맞습니다. 저희 크리소스는 앞으로 바실리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려 합니다.
그들의 그릇된 선택에 대한 대가를 우리도 함께 짊어질 수는 없으니까요.
내 입장도 다르지 않을 것 같군.
루실 자매. 그대도 같은 생각인가?
......
여러모로 알 수 없는 흔적투성이군.
요괴는 분명 아닙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엄청난 자상을 입고 죽어있다니... 심상치 않습니다.
당장 호수로 돌아가서 상황을 알려야겠습니다.
어느 곳에서 기어 나온 놈들인지...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오는군.
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거슬리는 걸 치웠을 뿐이다.
혹시 이 주변에서 발견된 자상을 입은 시체들... 혹시 당신이 벌인 일인가?
꽤 강한 힘을 품고 있길래 기대했는데, 순 애송이들이더군.
가... 강한 힘이라니, 분명 디레지에가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지독한 독기가 흔적만 남았다 했더니, 이미 전투가 끝나버린 건가? 누구냐, 디레지에와 싸운 녀석은!
모험가. 모험가가 디레지에를 처치했다.
또 모험가인가. 크하하하핫!
알겠다. 또다시 전장에 늦을 순 없지!
수상한 자였는데 모험가를 쫓아가도록 두어도 될까요?
악의는 없어 보였다. 우리는 일단 카메린에게 상황을 전달하자고.
여러분!
모두 무사히 빠져나오셨군요. 안 그래도 용병단과 함께 이동하려던 차였습니다.
방금 전의 굉음은 무엇이었죠? 혹시 확인되었나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입니다. 자비의 나침반 방향입니다.
미카엘라 님!
모험가, 시간이 없습니다.
저들이 자비의 나침반을 공격하고 디레지에의 기운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진짜 저들이 노리는 건 역설의 미궁에서 종말의 힘을 모으는 게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우리의 눈을 속이고 자비의 나침반을 노린 거예요.
자신들의 본거지를 걸고 눈을 가리다니,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로페즈, 그자가 직접 움직인 거겠죠.
일단 도시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그곳에서 마저 하시죠.
지금 자비의 나침반에 이 상황에 대처할 사람이 있습니까?
켈돈 자비님. 그리고 중천의 기술자 몇몇 뿐입니다.
아무리 켈돈 자비님이라고 해도 저들의 총력을 혼자 감당하는 건 무리입니다.
사도의 기운을 완전히 빼앗긴 건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이미 거대한 변화가 일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제 안에 있는 사도의 기운으로부터 불안한 공명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비올렌티아가 말했듯, 사도의 기운은 종말의 힘과 닮아있습니다.
...그렇다면, 절대 저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돼요.
저는 당장 최후의 성지에 가서 마이어 님께 이 사태를 전달하겠습니다.
노아 님이 마이어 님께 다녀오실 동안, 그 사이에 저희는 최소한의 채비라도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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