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1/4)
조바심을 거둬라...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두 자루의 검을 품은 채, 복수라는 정당한 분노로 모든 걸 베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험가, 그녀의 칼날이 모든 걸 벨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솔도로스. 그자 앞에서 그녀가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던 두 자루의 검은 부러졌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던 그때, 흑발의 남자가 떨어진 검을 쥐여주며 말했다.
조바심을 거두십시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진 그의 말은 패배의 절망, 고된 전투로 모험가의 기억 속 수면 아래에 잠겨버렸다.
우선은 부러진 날부터 다시 벼려야겠어.
...그분의 제자가 스톰패스에 있다고 했었지.
스톰패스에서 리노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이게 누구야. 자네가 여기까진 어인 일로 왔어.
골고라이언이라면... 우리 스승님?
진정한 각성 (2/4)
진정한 각성 (3/4)
이제 곧 마을이 나올 거다. 날이 밝으면 혼자 떠나.
모험가님은 어디로 가시게요?
찾을 사람이 있어.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거든.
그게 무엇인데요?
...복수.
복수가 끝나면요?
(그날이 올까. 아직 그 자의 목에 칼 한번 닿지 못했는데. )
...너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한동안은 도망쳐야 할지도 모르는데.
살아남아서 강해질 거예요. 언젠가 모험가님만큼요.
저, 저깁니다!
어이, 거기 외지인은 신경 끄고, 넌 우리랑 가야겠다. 네가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라니... 그럼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황제께 충성하기를 거부하니, 살려둘 이유가 없지.
흐흐흐... 가렵구나. 고작 그런 검으로 얼마나 발악할 수 있을 것 같으냐.
...!
모험가님! 왜 제 검을 뺏어가신 건가요? 제 검을 돌려주세요! 저 자들이 제 친구들을 모두...!
이렇게 부러진 단검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니까 조바심은...
조바심을 거두십시오... 그래. 그자가 그렇게 말했지.
복수에 눈이 멀어 돌아보지 못하는군요. 조바심을 거두십시오. 부러진들 어떻습니까?
패배했다는 절망에 빠져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던 말.
미안하다... 애야... 이걸, 가져가거라.
그 검이 나를 대신해 너의 곁에 있을 것이야.
이미 멋진 검이지 않습니까?
이 검으로... 네 길을 가거라...
당신은 이미 길을 찾았습니다.
나는 이 검으로 이미 길을 나아갔다. 복수에 눈이 멀어 그걸 알지 못했을 뿐.
검이 부러진 건 상관없다. 목숨으로 나를 낳으신 아버지가 주신 검. 그분의 바람대로 내 길을 나아가면 된다.
스스로 한 자루의 칼날이 되리라. 복수,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더욱 강인한 칼날이 되리라.
너의 길을 찾았구나. 딸아.
그자의 말이...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이제야 제가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아버지.
<퀘스트 완료>
...할아버지. 오랜만입니다.
음? 누군데 나에게 친근하게? 흠, 그 검은 오래전 내가 사막에서 만난 어린애한테 쥐여준 건데...
허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반갑구나.
얘야, 결국 그 검으로 목표를 이루었니?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검은 다시 고쳐줘야겠구나.
네. 부탁드립니다.
오래전 그때처럼, 이번에도 원수의 심장에 다가설 만큼 기다란 검으로 만들어줄까?
...훗. 이제는 제 길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세요.
진정한 각성 (4/4)
“무딘 칼날이었군.”
그의 한마디는 천금같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두 자루의 검을 품은 이후로 망설임을 버렸다고 생각했다.
복수라는 정당한 분노는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냈고 적들은 칼날 아래 침묵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피어오르는 붉은 꽃망울은 피로 얼룩진 복수의 길을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패배했다.
거침없이 폭주했던 분노는 담담하게 내려치는 일격과 함께 격류에 휩쓸리듯 사라졌다.
비수처럼 예리하게 벼려냈던 감각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었고,
당대의 강자들을 무릎 꿇렸던 기술도, 원수를 찌르기 위해 길게 벼려낸 칼날도 어느 하나 그에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미련 없다는 듯이 돌아보지 않고 무심히 멀어져만 갔다.
결국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목숨보다 소중하게 품어왔던 두 자루의 검은 패배의 증거가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고,
복수를 품었던 마음은 그보다 더 처참하게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복수에 눈이 멀어 돌아보지 못하는군요.”
갑작스레 파고드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조바심을 거두십시오.”
흑발의 남자가 바닥에 나뒹굴던 두 자루의 검을 건네왔다.
“부러진들 어떻습니까?”
‘부러져도 괜찮단다’
언젠가... 자신의 검을 건넸던 그 사람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일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검을 움켜쥐었다.
“이미 멋진 검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멋지게 다시 태어나지 않았느냐?’
검을 움켜쥐고 있는 손이 떨려왔다.
“당신은 이미 길을 찾았습니다.”
‘너의 길을 찾았구나. 딸아.’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두 자루의 검을 버팀목 삼아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카락이 볼썽사납게 흐트러져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아래로 의미 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흑발의 남자는 만족한 듯 웃고는 몸을 돌려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소녀는.
아니, 그녀는.
여느 때처럼 검게 칠해진 안경을 고쳐 쓰고는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이 뒤돌아섰다.
그리고 새로운 한 발을 가볍게 내디뎠다. 이번에는 틀리지 않겠다는 듯이.
처음으로 돌아간다. 한 자루의 칼날이 되기 위해서.
- 블레이드(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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