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각성

진정한 각성 (1/4)


...님! ...한님!
(그 자와 '검의 대화'를 나눈 이후부터 계속 들리는 소리...)
(하지만 누구를 부르는 것인지, 왜 나에게만 들리는 건지 아직 모르겠군.)
크흐흐, 요즘 고민이 많나 보군. '악귀나찰(惡鬼羅刹)'이라 불렸으나 결국 허무하게 패배한 자...
패배를 곱씹기 위해 명상에 잠긴 모습인가?
하지만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군.
......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무엇을 말이지?
대련을 할 때마다 검을 휘두르는 네놈의 손짓에서 망설임이 느껴진다.
진정한 악귀란 싸움을 즐겨야 하는 법이지만 네 녀석은 아직도 반쪽짜리 가면을 쓰고 있구나.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군.
...님! ...한님!
드디어... 카시... 야...
......
카시야스...?
대체 왜 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에게 들리는 것인지 확인해야겠군.



센트럴파크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환사 케이트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모험가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진정한 각성 (2/4)


그런데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고민이 많은 표정이예요.
...카시야스 님을 찾으러 오셨다고요? 아쉽지만 그 분은 지금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언제 돌아오는 거지?
그건 저도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워낙 바람처럼 다니는 분이시니...
그렇군, 알겠다. 그럼 이만 물러나지.
모험가님, 카시야스 님을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물어볼 것이 있어.
무엇을 말씀이신가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마지막은 항상 카시야스를 부르면서 끝이 났지.
모험가님에게 카시야스 님을 부르는 목소리가? 특이한 일이군요. 그 증상은 카시야스 님을 만나면 해결이 될까요?
대체 무엇 때문에 목소리가 들리는 건지, 그리고 왜 하필 카시야스를 찾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야.
그렇군요. 아쉽지만 카시야스 님께서는 죽은 자의 성을 지나 마계를 떠나셨다는 게 마지막 소식이었어요.
지금 바로 쫓아 내려간다 하시더라도 카시야스 님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 분의 고향인 '에컨'에서 모험가님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에컨'... 불쾌한 느낌이 드는데.
에컨이라면...
카시야스 님의 고향입니다. 그곳은 '귀면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살고 있는 행성이기도 하죠.
카시야스 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들은 오로지 싸움만을 원하고 그 속에서 발생한 기운을 흡수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매우 난폭하다고 해요.
모험가님의 이야기를 미뤄 봤을 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귀면족의 기억 일부가 모험가님께 스며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기에... 그들의 고향인 에컨으로 향하신다면 모험가님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에컨이라...
지금도 갈 수 있는가?
네. 다만 그 안은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기에 너무나 위험한 상황일 뿐이죠.
그런 건 상관없어. 바로 가도록 하지.
그럼 이쪽으로... 저를 따라와주세요.



마계 결착지에서 케이트와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이 길을 따라가면 에컨으로 향할 수 있어요.



진정한 각성 (3/4)


모험가님, 이곳이에요. 부디 조심하세요. 그리고...
원하시는 답을 찾으셨으면 좋겠군요.



에컨에서 알 수 없는 목소리의 근원을 찾기



(피와 죽음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이곳...)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무언가를 잊어버린 기분이 드는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군.
크흐흐... 아무것도 아니다.
그 여자의 말대로 투기의 기운이 매우 강하게 느껴지는군.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나아가도록 하지.



이곳 에컨에서도 카시야스를 부르던 목소리를 찾을 수 없는 건가.
무슨 일이지?
......
아무 것도 아니다.
이 검이 내뿜는 기운은...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다.
매우 낯익은 검이로군.



이건... 꿈인가?
여기 있다!
모한이 여기 있다!
...모한.
그것이 내 이름인가.
(그래,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이제야 조금씩 기억이 나는군.
크흐흐... 그래. 내가 아끼는 나의 제자... 카시야스가 날 불러냈었지.
가주님께서 명하셨다! 놈을 죽여라!
놈을 죽여야 야신 님께서 에컨 최고의 검사가 되신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다. 날 죽이려 했던 자들은 나의 또 다른 애제자인 야신의 가문 소속이었으니...
나는 익숙하지도 않은 검을 들고... 셀 수 없이 많은 숫자의 무사들과 싸워야만 했다.
야신... 그 자의 짓인 건가?
아니. 야신이 시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녀석은 명예를 아는 진정한 검사였으니.
하지만... 그래. 평소 답지 않게 칼 끝이 흔들렸던 것 같군.
크윽...!
한평생 검을 다루며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이라...생각했으나...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인가?
원통하구나.
...님!...모한 님!
드디어 왔구나... 카시... 야...
이대로...허무한 죽음을...맞아야 하는가...



.......
네 녀석도 봤는가.
알 수 없는 목소리의 원인...
모한, 당신의 기억으로부터 들리는 것이었군. 네 놈, 손이 떨리고 있다.
이전에 말했었지. '나는 너다. 그리고 너는 나다.'
아니다. 네 놈은 사적인 정에 휘둘려 검을 휘두르지 못해 죽었다. 오히려 아무 목적 없이 검을 휘두르던 내가 되어보고 싶었던 건가?
크하하... 크하하하...!
그래. 내가 저런 최후를 맞았기에 네 녀석이 되고 싶었던 거다. 운명이라 생각했다.
사명감도, 목적도, 선악도, 그 한심한 패배도! 모두 잊어라. 단지 네 녀석은 내 검술을 배워 그대로 행하면 되는 거다.
네 놈의 마지막을 보니 내 마음이 굳어졌다. 모든 잡념은 잊고, 닥치는 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이혼일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거였나... 크하하하!
귀신처럼 차가워진 눈빛과 변해버린 그 머리 색을 보니 확실히 알 수 있겠군. 그래. 내가 아닌 네 녀석이 진정한 원귀다.
크흐흐... '내'가 아닌 '우리'의 마지막이 어떨지 궁금해지는군.
시끄럽군. 네 놈의 검은 한심한 감정에 무너져 내린 건가?
네 녀석의 검은 나와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퀘스트 완료>
크흐흐, 네놈과의 칼부림은 언제나 즐겁구나.
(이 자라면... 내 한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우선 자리를 옮기도록 하지.



진정한 각성 (4/4)


돌아오셨군요, 모험가님. 원하시는 것은 찾았나요?
모험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일 뿐이었다.
(인간임에도 악귀 같은 기운이... 마치 카시야스 님과 비슷한 느낌...)
모험가님은 이제 어디로 가시나요?
칼부림을 즐길 곳으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모한과 대화하기



<퀘스트 완료>
칼부림이라...
가면을 쓰고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가히 악귀무쌍(惡鬼無雙)이라 불릴만하구나.
앞을 가로 막는 자는 베고 끊임없이 나아가라.

나는 누군가를 지켜보고 있다.
한때 야차(夜叉)라고 불리던 자였다.
야차는 파오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의 계략이었던 걸까.
수천의 투귀가 야차를 둘러쌌다.
야차가 기다리고 있었던 자는 결코 아니었다.
이제 보니 알겠군. 저자들은 분명 타오 가문의...

언제나 그러하듯, 야차는 투귀들을 베어나갔다.
과연 야차라고 불리던 실력이었다.
그의 검술을 보고 있자니, 잊었던 검술이 떠오른다.
그래, 나는 저런 전투를 했었지.

하지만 그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중과부적(衆寡不敵).
시체의 산 위에서, 기력이 다한 야차 역시 몸을 뉘고 말았다.

가빠진 호흡 속에서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숨이 마지막 호흡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점차 희미해지는 호흡 중에도 인기척을 느껴 고개를 돌렸다.
그토록 기다리던 자가 무어라 외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님! ...모한 님!”

드디어 왔구나. 나의 제자.
너는 노비 출신이면서도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지.
어쩌면 야신보다 더...

이제 마지막이구나.
한평생 검 위에 목숨을 올려놓고 더할 나위 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욱 성장할 널 지켜볼 수 없음이
꿈꿔온 너와의 대결이 이루어질 수 없음이 너무도 원통하구나.
아아... 이대로 허무한 죽음을 맞아야만 하는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갈라진 달이 야차를 비추었다.

“...그럴 순 없다.”

의식의 틈새로 흘러들어온 장면은 점점 희미해지고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만이 또렷하게 뇌리에 새겨진다.

...
꿈을 꾸었나. 아니, 이건... 기억이다.
눈앞에 감정 하나 남지 않고 악귀가 되어버린 검사를 바라보았다.
가히 악귀무쌍(惡鬼無雙)이라 불릴만한 자.
나의 기억이 돌아올수록 잊었던 수천 가지의 검술이 떠오르고
이를 익힌 그는 오히려 악귀가 되어간다니. 이 얼마나 기구한가.
“계속하지.”
그를 향해 검을 겨누자, 그 역시 말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이 자라면 분명 내 한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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